‘망 사용료 논란’ 독자 절반 이상 “지불할 필요 없어”

<일요시사> 자체 설문조사 “지불해야” 29.1%

[일요시사 취재2팀] 김해웅 기자 = <일요시사> 독자 중 절반 이상은 이른바 CP(콘텐츠 제공업체)와 ISP(인터넷서비스 제공자) ‘망 사용료’ 논란에 대해 “지불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요시사>가 지난 12일부터 22일까지 열흘 동안 홈페이지 기사면 하단을 통해 조사한 설문조사 집계 결과에 따르면 ‘CP 업계 전반에 위축 우려로 지불할 필요 없다’가 55.5%(101명)를 기록했다.

반면 ‘형평성에 맞게 구글‧넷플릭스도 지불해야 한다’는 29.1%(53명), 잘 모르겠다(7.1%, 13명), 관심 없다(8.2%, 15명)로 각각 집계됐다.

앞서 2020년 국내에선 대형 콘텐츠 사업자들도 망 서비스 품질 유지 의무를 부과하도록 하는 이른바 ‘넷플릭스법’이 시행됐다.

SKB‧KT 등 ISP들은 CP들이 국내 통신사 인터넷 망을 사용해 막대한 수익을 벌어들이고 있으면서도 망에 대한 투자비용은 전적으로 통신사가 부담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CP들은 “이미 시청자들이 인터넷 사용료로 내고 있다”며 지불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넷플릭스는 ISP인 SK브로드밴드와의 소송전에서도 OCA(오픈커넥트) 자체 캐시서버 구축을 근거로 체납된 망 사용료 지불을 거부하고 있다.


지난해 마이클 켄드 애널리시스 메이슨 넷플릭스 선임고문은 “규제가 시장을 변화시키면 결국엔 구독자들의 부담이 증가할 것”이라며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 등에 따로 요금을 내야 하니까 (구독자가)내야 할 요금이 계속해서 증가하게 된다”고 우려했다.

ISP와 CP간 법적 공방을 벌이면서 정치권에선 여야를 막론하고 해외 CP들도 사용료를 지불하도록 하는 ‘망 사용료 의무화 법안’을 제출하기에 이르렀다.

같은 해 10월, 김상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내 망 이용료 계약 회피 방지’ 내용을 담은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을, 김영식 국민의힘 의원은 대형 콘텐츠 제공 사업자의 합리적 망 이용대가 지불 의무를 골자로 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던 바 있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정당한 망 사용료를 지불해야 한다”는 입장을 두 차례 밝힌 바 있으며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도 외신과의 인터뷰서 “(넷플릭스가)통신망의 대부분을 이용하면서도 적절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여론몰이를 등에 업고 발의된 해당 법안들에 대해 온라인 일각에선 우려 목소리도 나온다. 망 사용료가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시행될 경우 결국 그 피해는 소비자 개인에게 돌아갈 것이라는 주장이다.

해외 CP들이 국내 ISP에 망 사용료를 지불하게 될 경우 CP 가입자들에게 그만큼 이용료 부담이 전가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개인 이용자들 입장에선 딱히 대체제가 없는 구글 유튜브나 넷플릭스 등 동영상 플랫폼 선택지가 많지 않아 구조적으로 2중으로 피해를 볼 수 있다.

망 사용료 논란과 관련한 피해는 이미 현실화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세계 최대 게임 스트리밍 플랫폼 업체인 ‘트위치’는 최근 한국에서만 서비스 화질을 1080(FHD)에서 720(HD)로 제한하겠다고 밝혔다.


트위치는 구글이나 넷플릭스와는 달리 망 사용료를 내고 있었는데 ‘망 사용료 상승’을 우려해 이 같은 조치를 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지난 24일, 장경태 민주당 의원은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제보에 따르면 트위치가 우리나라 통신 3사에 북아메리카와 유럽 국가 대비 30배 이상, 아시아 국가 대비 15배 이상의 망 이용 대가를 지급한다”며 “이 회사가 국내에 내는 망 비용이 전 세계 지급액의 절반 이상”이라고 주장했다.

망 사용료 논란은 지난 2016년 발신자 상호접속고시가 개정되면서 데이터 사용료는 데이터를 보내는 쪽에서 부담해야 하며, 접속 용량이 아닌 사용량 방식으로 정산 방법이 바뀌면서 시작됐다. 당시 ISP들은 페이스북이나 넷플릭스, 유튜브 이용자가 증가하자 트래픽 부담이 과도하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상호접속고시 개정 이후로도 지속적으로 분쟁이 제기되자 과학기술통신부는 ‘망 중립성 및 인터넷 트래픽 관리에 관한 가이드라인 개정안’을 발표하면서 ‘망 중립성 유지‘로 일단락 지어지는 듯했다.

하지만 망 중립성을 두고 CP와 ISP 사이에서 서로 다른 아전인수식 해석을 내놓으며 여전히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논란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최근 유튜브를 중심으로 망 사용료 법안 반대 청원이 26만명의 동의를 얻는 등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다. 게다가 사단법인 ‘오픈넷’에서 망 중립성을 지키자며 진행 중인 서명운동이 구글의 후원을 받은 것으로 나타나 입길에 오르기도 했다.

지난 23일, 국회 과방위 소속 변재일 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구글코리아는 오픈넷에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13억6000여만원을 후원했다.

구글코리아는 2013년 오픈넷 설립 당시 홀로 3억원을 출연해 ▲2014년 2억750만원 ▲2015년 2억200만원 ▲2016년 2억6200만원 ▲2018년 1억2100만원 ▲2020년 2억2000만원 ▲2021년 5000만원을 지원했다.

특히 2020년 구글코리아 후원금(2억2000만원)은 네이버(6000만원), 카카오(3000만원), 넷플릭스(3000만원), 오픈소사이어티재단(약 5700만원) 대비 압도적인 규모다.

그는 지난 21일 국정감사에서 “사실상 구글코리아에서 오픈넷을 만들었다고 볼 수 있다. 한국서 망 사용료 법안 논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하자 구글이 설립 당시부터 후원해온 오픈넷과 적극적인 법안 반대 활동을 펼치고 있다”고 꼬집었다.

김경훈 구글코리아 사장은 “오픈넷에 오랫동안 기부해온 것은 맞지만, (오픈넷 외에도)여러 단체를 지원하고 있고 금액도 파악 못했다”고 답변했다.

현재 해당 오픈넷에 작성된 글들은 첫 화면에 ‘표현의 자유’ ‘망 중립성’ ‘프라이버시’ ‘지적재산권’ ‘열린정부’ ‘혁신과 규제’ 순으로 분류돼있다(25일 기준). 하지만 망 중립성 카테고리의 경우 첫 게시글은 2013년 2월24일의 ‘한국 인터넷 조율의 역사’라는 제목의 글로 이미 망 사용료 논란이 있기 한참 전부터 운영돼왔다.


구글이 오픈넷에 꾸준히 후원해온 것은 틀림없지만 적극적인 법안 반대 활동을 펼쳤다는 변 의원의 주장이 힘을 얻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엔 ‘통신사는 건물주고 유튜브, 넷플릭스는 세 들어 장사하는 사람’이라는 게시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글 작성자는 “장사가 잘돼서 떼돈 버는데 자기는 주차비랑 월세 받는 것 밖에 없어서 심기가 뒤틀린다”며 “니들 손님이 많아 다른 사람 주차할 자리 없어 증축하고 지하주차장 짓기 위해 기존 월세에 손님 1인당 1만원씩 더 내라는 꼴”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식당은 가계 유지비용 더 드니 이익 유지하려고 가격 올리거나 원가 아끼기에 들어갈 것”이라며 “가격 올리면 아프리카처럼 욕 듣는 거고 원가 낮추면 트위치 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haewoo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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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