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책 없는 ‘반지하’ <기생충> 현실판 천태만상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2.09.14 09:20:47
  • 호수 139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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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방 없앤다고? 골치 아픈 집주인과 세입자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영화가 현실로 다가왔다. 영화 <기생충>에서 폭우로 반지하가 침수됐고, 이 장면이 현실 속에서 그대로 재현됐다. 현실 속 폭우는 끝났지만, 고난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반지하 주민과 집주인의 갈등은 계속되고 있고, 정부 대책은 이들의 갈등을 심화시킬 뿐이다. 어디에도 ‘반지하 주민의 삶을 위한’ 대책은 찾을 수 없다.

반지하는 반은 지상에, 반은 지하에 위치한 주거공간이다. 반지하 채광창에는 길거리를 걷는 외부 사람들의 발이 보인다. 원래는 지하실이나 보일러실 또는 전쟁 대비용으로 활용했던 공간이지만, 주요 대도시 인구가 증가하면서 거주용으로 바뀌었다. 

어떻게 
살라고…

집주인은 반지하를 주거공간으로 바꾸는 데 적극적이었다. 일반 주택은 허가가 4층까지만 하지만, 반지하는 지하로 분류돼 층수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 같은 이유로 반지하를 포함한 총 5개층의 임대료를 받기 위해 주거공간을 바꾼 것이다.

반지하층은 채광이나 습기, 침수 위험도 등이 지상층과 다르다.

이처럼 반지하가 주거용으로 바뀌면서 여러 문제들이 발생했다. 우선 반지하는 습도가 높기 때문에 음식물 부패도 쉽고 곰팡이가 많이 생긴다. 심한 곳은 유통기한이 지나지 않은 빵에 곰팡이가 생기고, 옷이나 이불은 물론이고 쌀에도 곰팡이가 생긴다. 당연히 빨래도 잘 마르지 않는다.


도로변에 있는 반지하는 창문의 높이와 자동차 배기구 높이가 비슷해서 자동차 매연에 시달리기도 한다. 이런 경우 공기보다 무거운 라돈이 누적돼 폐암을 유발시킨다. 게다가 밖에서 방 안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구조라 창문을 마음 놓고 열지도 못한다.

또 높은 담을 넘을 필요도 없이 창문만 열면 쉽게 실내로 침입할 수 있어 도난 등 각종 범죄가 발생하기도 쉽다. 화장실의 수압도 지상층보다 약하다. 특히 변기가 정화조 위에 설치된 사례가 많아 역류하는 사례도 종종 발생한다.

이처럼 반지하주택은 거주 시 문제가 많다. 그럼에도 반지하주택이 계속 나오는 건 일반 지상층 주택보다 전월세 가격이 훨씬 저렴하기 때문이다. 주거비를 감당하기 어렵거나 돈을 아껴야 하는 상황이라면 반지하주택은 대안이 될 수밖에 없다.

이 밖에도 해당 지역이 재개발될 경우 반지하 거주민도 입주권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반지하주택을 구매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지하실·전쟁 대비용서 주택 활용
곰팡이·매연·역류·부패 등 부작용

통계청이 지난해 12월에 발표한 ‘2020 인구주택 총조사’에 따르면 전국의 지하 거주 가구 비율은 1.6%인 약 32만7000가구로 집계됐다(반지하 포함). 이 중 서울지역 지하 가구는 약 20만1000가구로 전국 지하 가구의 60% 이상을 차지했다. 서울 전체 가구 대비 지하 가구 비율은 5.0% 수준으로 전국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서울과 인천의 지하 거주 약 2만4000가구, 경기의 지하 거주 8만9000가구를 모두 합치면 약 31만4000가구에 달한다. 이는 전국 지하 가구의 96%에 달하는 수치다. 사실상 거의 모든 지하 가구가 수도권에 몰려 있다.


통계에 따르면 가구주들의 연령대별 지하 거주 비율은 29세 이하가 2.1%로 가장 높고, 50대 1.9%, 60대가 1.8% 순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거주 층별 점유 형태를 보면 지하 거주 가구는 월세가 51.1%, 전세는 22.8%로 합치면 총 73.9%가 세입자 신분이다.

반지하주택의 문제점과 인구주택 총조사를 보면, 집중호우로 벌어진 참사가 저소득층에 심각한 피해를 입히는 건 예견된 일이다. 지난달 8일 서울에는 기상관측 역사상 가장 많은 비가 내렸다. 전날부터 이날 오전 11시10분까지 연평균 강수량의 30%가 넘는 426.5㎜ 비가 쏟아졌다.

특히 서울 동작구에는 1907년 서울에서 기상 관측을 시작한 아래, 115년 만에 역대 최고치의 폭우가 내렸다. 이번 폭우 원인은 폭이 좁은 정체전선이 서울 상공에 오래 머물렀기 때문이다. 

남북으로 폭이 좁고 동서로 길어 좁은 범위 내에 많은 비를 내리는 게 특징이었다. 전날 비구름대가 서울 강남과 경기 남부 지역을 중심으로 머물면서 같은 서울 안에서도 강북보다 강남 지역에 훨씬 많은 비가 내렸다.

수도권 지역을 중심으로 짧은 시간 동안 많은 비가 내리면서 일상생활을 해야 하는 시민들은 어려움을 겪었다. 이 중에서 가장 어려움을 겪은 사람들은 반지하주택 거주자였다.

집중호우
참사 예견

특히 이번 폭우로 신림동 반지하주택에 살던 일가족 3명이 사망하자, 정치권은 반지하주택에 대해 반응하기 시작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반지하·지하 공간의 주거용으로서의 건축 허가를 전면 불허하고 기존 반지하주택도 10~20년 유예기간을 두고 사람이 살지 않는 창고·주차장 등으로 용도 변경해 반지하주택을 없애겠다고 밝혔다.

건축 인허가권을 가진 지자체장의 선언에 건축법을 주관하는 행정부처 수장인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즉각 반발했다. 원 장관은 “반지하도 사람이 사는 곳”이라며 “반지하를 없애면 그분들은 어디로 가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건축업계는 오 시장의 반지하 퇴출 선언이 황당하다는 분위기다. 20년 전 건축법이 바뀌면서 시장에서는 반지하주 택을 신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 건축업계 관계자는 “경사지라서 반지하를 지상층처럼 쓸 수 있는 경우가 아니고서야 반지하를 만들지 않은지 오래됐다. 오 시장의 반지하 퇴출 선언은 실효성이 있는 정책이라기보다 정치적인 퍼포먼스”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 침수로 일가족 3명이 숨진 신림동 주택도 1997년 착공해 1999년 6월 사용승인을 받았다. 주차장법이 강화되기 직전에 지어진 것이다. 지하 1층, 지상 4층 규모로 총 17세대가 사는 다세대 주택이다. 

바로 맞은편의 다세대 주택은 1층이 주차장으로 돼있는 필로티 구조다. 총 5층 규모로 1층이 주차장이고, 반지하는 당연히 없다. 이 건물은 2003년 6월에 착공해 그해 12월 사용승인을 받았다.


반지하‧지하 주택을 건축하기 어렵게 관련 법은 계속 강화됐다. 30세대 이상 규모로 주택법상 사업승인을 받아야 하는 주택은 지하에 주거공간을 넣지 못한다. 또 2018년부터 시행된 지하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지하 10m 이상 굴토 시에는 지하 안전영향평가를 받아야 해서 지하 공사 난이도가 대폭 상승했다.

2010년 추석 명절 때 서울에 쏟아진 폭우로 1만2518동이 침수됐던 사고도 한몫했다. 당시 상당수가 반지하주택이었다. 이에 서울시는 정부와 협의해 침수지역의 반지하주택 건축 허가 제한을 추진했다.

이랬다
저랬다

오 시장의 “지하·반지하의 주거 목적 용도를 전면 불허하도록 정부와 협의하겠다”는 발언은 반지하주택 세입자와 집주인 모두의 반발을 샀다. 당연히 가장 힘든 것은 반지하주택 세입자다. 오 시장의 반지하주택을 없애겠다는 발언으로, 앞으로 사라질 반지하주택은 수리할 필요가 없다는 집주인들이 생겨나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글을 남긴 20대 여성 A씨도 같은 상황이다. 반지하주택 전세 거주자인 A씨는 지난 집중호우 때 집이 침수됐다. 물이 모두 빠진 뒤 방은 진흙밭으로 변해 있었다. 방 벽지나 장판은 물론이고 풀옵션으로 들어가 있던 가전제품들도 모두 고장났다. 당연히 개인 소지품도 다 버렸다.

A씨는 집주인에게 방 상태를 알리고 집 수리를 요청했다. 그러나 집주인은 벽지 도배와 청소만 하고 장판을 교체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재난지원금 동의서에 서명해달라”고 A씨에게 말했다. 침수 피해로 인한 주택의 유지 보수 의무는 집주인에게 있는데도 이를 하지 않은 것.


A씨는 앞으로 반지하주택이 사라질 것으로 여겨, 집주인이 집을 수리해 주지 않는 것으로 생각했다. 그는 “내년 3월이 돼야 집 계약이 만료된다. 나는 아토피와 알러지가 심한데, 주거환경이 안 좋으면 몸이 바로 반응한다”며 “그런데 장판을 교체하지 않으면 어떡하나. 집수리를 해주지 않으면 이 집에서 나가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민법 제623조에 의하면 ‘임대 목적물의 수선 유지 의무는 임대인에게 있으나 재난 및 안전 관리 기본법에 따라 도배·장판 등 시설 수리 비용에 우선 충당해야 한다’고 적시돼있다. 또 세입자가 재난지원금을 받은 경우 집주인과 지원금 사용을 두고 이견 발생 시, 집주인이 주택시설 피해 복구 비용 이외의 권리를 주장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설명한다.

A씨의 집주인은 반지하주택을 수리해주지도 않고 재난지원금을 받으려는 것이다.

“곧 없어질 거라며 침수됐어도 안 고쳐줘”
“10월에 리모델링해서 팔 계획이었는데…”

해당 사연을 접한 누리꾼들은 “주변에 아는 어른이나 남자 데리고 가서 법대로 하자고 말해라” “이런 집주인은 피하고, 방 빼고 유지보수를 안 해준다는 이유로 보증금을 달라고 해라” “반지하 멸실 이야기가 나오는데 누가 돈을 쓰려고 하겠냐” 등의 반응이 나왔다.

반지하주택 세입자인 20대 B씨도 이번 침수로 황당한 일을 겪었다. B씨는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 25만원 반지하주택에 살고 있다. 이번 침수로 주택에 있었던 1500만원 상당의 컴퓨터와 주변 장비들이 모두 고장났다. 

B씨는 집주인에게 보상해달라고 말했지만 집주인은 “고작 25만원 월세에 살면서 고가 장비를 가지고 있는 게 말이 안 된다. 소송을 걸겠다”고 해서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 이외에도 전세계약을 해지해달라는 세입자를 못 나가게 막는 집주인도 있다.

물론 세입자들만 힘든 것은 아니다. 집주인도 침수 피해를 겪었다. 오는 10월에 반지하주택 매도를 계획하고 있었던 집주인 C씨는 침수로 반지하주택 매도를 포기해야 할 판이다.

C씨는 “내가 가지고 있는 집은 반지하주택 한 채다. 침수되지도 않았지만, 뉴스에서 반지하에 대한 나쁜 모습만 보여준다. 또 반지하를 없앤다고 하니 누가 사려고 하겠느냐”며 “원래는 리모델링해서 매도하거나 전세를 주려고 했는데 방법이 없다”고 답답한 마음을 토로했다.

반지하주택을 줄이겠다는 서울시의 정책과는 반대로, 정부는 지난달 30일 공공임대주택 관련 예산을 20조7000억원에서 15조1000억원으로 5조6000억원을 삭감시켰다.

이번 수도권 폭우로 서울 관악·동작구의 반지하주택에서 4명이 목숨을 잃은 지 3주 만에 공공임대주택 예산을 대폭 삭감한 것은 희생자에 대한 모독이자 대책마련을 촉구하고 있는 시민에 대한 기만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책은
반대로

재난불평등추모행동·주거권네트워크·집걱정없는세상연대·공공임대두배로연대는 기자회견을 열어 “반지하주택뿐 아니라 옥탑방·쪽방·고시원·여관·컨테이너·비닐하우스에서도 화재와 수재, 폭염, 혹한으로 인명피해가 끊이지 않고 있다”며 “이 같은 재난을 막기 위해서는 공공임대주택 공급이나 주거비 지원 같은 주거복지정책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alsw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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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국방부 문건이 대규모로 파쇄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조치는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의 지시로 이뤄졌다. 오 전 기획관은 검찰 특수본과 재판서 정보사와 수사2단 인사안의 문제점을 증언했던 인물이다. 자신이 비상계엄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사실을 숨기기 위해 수사에 협조한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올해 초 신년맞이 대청소라면서 문서를 대량으로 파쇄했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국방부 직원들의 말이다. 파쇄된 문건들은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자료라고 한다. 지시자는 오영대 전 국방부 인사기획관이다. 검찰 수사에 협조했던 인물로 알려져 있으나 실상은 다르다는 게 군 내부자들의 주장이다. 뭘 숨기나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말 취임하면서 시작한 첫 번째 군 개혁은 인사다. 신임 인사기획관에 일반 공무원 출신인 이인구 군사시설기획관을 임용한 건 안 장관이 강조해 왔던 ‘군 문민통제’와도 맞닿아 있다. 인사기획관은 본래 예비역 장성이 맡아왔다. 이 신임 기획관의 전임자였던 오 전 기획관도 예비역 준장 출신이다. 군 내부에서는 국방부에 여전히 12·3 내란 사태에 협조한 군인들이 남아 있다고 지적한다. 핵심으로 인사기획관실의 총괄과이자 인사기획관의 일정, 예산 등을 모두 관리하는 인사기획관리과가 언급된다. 다수의 국방부 관계자들은 “오 전 기획관은 물러났지만 책임져야 할 다수의 인물이 아직 자리를 보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부서의 간부들은 전부 육군사관학교 출신이다. 과장 김모 대령은 오 전 기획관이 대령이었을 때 소령으로 근무했고, 총괄 이모 중령은 오 전 기획관이 특전사 여단장을 역임했던 1공수여단서 중대장과 707중대장을 거쳤다. 장군인사팀장 김모 대령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수도방위사령관으로 근무했던 시절 비서실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김 전 장관과 가깝거나 육사 출신인 이들이 국방부 인사의 핵심부서인 인사기획관리과에 포진하면서 계엄 실행을 위한 보직 이동이 이뤄진 셈이다. 김 전 장관은 실제 대통령경호처장일 때부터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과 군 인사에 대해 논의했다. 직무에서 배제되지 않은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장관이 모든 책임을 오 전 기획관에게 묻는 형식으로 퇴직을 시켰으니 우리는 지시를 받아 어쩔 수 없이 한 것처럼 조용히 지내면서 정부초기 개혁의 소나기만 피하면 진급 가능’이라며 서로서로 쉬쉬하고 있다고 한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내란 이후인 지난해 12월 중순 오 전 기획관의 지시에 따라 문건 파쇄를 계획했다. 김 전 장관이 물러난 이후 인사기획관리과장 김 대령 및 총괄인 이 중령 외에는 계획되지 않은 대면보고는 금지했고 내부 보안에 심혈을 기울였다. 인사과 간부들 계엄 실패 후 12월 계획···1월 파쇄 “지시자는 검찰 수사 응했던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 한 달여 뒤 이 중령은 모든 과에 ‘신년맞이 대청소’를 하라고 전파했다. TF 자리 배치와 오래된 문건을 정리한다며 유독 인사기획관리과만 복도로 책상을 빼고, 대량 세절이 가능한 세절실을 예약해 엄청난 양의 문서들을 파쇄했다. 여기엔 내란 핵심 파일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안 장관은 이와 관련해 국회에서 오 전 기획관에게 여러 차례 질문한 바 있다. 당시 오 전 기획관이 당황해하며 우물쭈물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퍼지기도 했다. 이 중령은 동영상을 보며 웃는 직원들의 명단과 안 장관에게 제보한 인물을 색출하기 위해 탐문 활동을 벌여 오 전 기획관에게 추정해 보고했다. 이들은 모두 오 전 기획관으로부터 승진추천, 성과상여금, 각종 포상 등 인사상 불이익을 본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이 문건을 파쇄한 이유는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내란 당일 오후 10시가 넘은 시각임에도 퇴근하지 않고 사무실에 있던 오 전 기획관의 지시를 받은 이 중령은 각 과의 총괄 담당자들을 소집해 ‘계엄 선포가 됐는데 선제적으로 인사 관련 조치를 왜 안 하냐’ ‘합참에는 계엄사령부가, 지작사령부에는 지역계엄사령부가 곧 창설될 텐데 각 군 본부 및 지작사와 인사 지침을 협의해 계엄령 취지에 맞게 배포하라’고 강조했다. 특히 오 전 기획관은 계엄 해제 결의안이 국회 본회의 테이블을 통과했음에도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서 이 중령에게 “(계엄이) 해제되긴 했는데 다시 시행될 수도 있으니 빨리 계엄사 창설 지원을 위한 인사 조치를 완성하고 지작사 병력에 대한 휴가 지침 및 통제 등 건의 사항을 받아보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 전 기획관은 내란 직전까지 김 전 장관의 의중에 따라 군 인사를 반영했다. 최근 내란 특검팀이 군 장성급 인사 자료 확보에 나선 것도 이에 관해 들여다보기 위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팀은 최근 국방부 장군인사팀과 육군본부 장군인사실 등을 압수수색해 해당 부서 내 인사 관련 파일 등을 확보했다. 정치권에선 지난 2023년 11월과 지난해 4월 이례적인 인사가 이뤄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진급에 절박한 군 인사들을 계엄 실행 세력으로 활용했단 의혹이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윤석열정부 장군 인사는 특이하고, 이례적인 경우가 유독 많았다”며 “인사를 통해 군을 장악하고, 내란을 준비했다는 의혹 관련 특검의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3차 계엄 대비 문건 없애” 증거 인멸 국회서 해제 불구 지작사와 인사 논의?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은 지난 2023년 11월 인사에서 소장에서 중장으로 진급했다.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은 ‘75주년 국군의 날 행사기획단장 겸 제병지휘관’ 등 한직에서 2023년 10월 육군참모총장에 발탁됐다. 지난해 4월엔 지휘부에 이어 작전본부 인사가 이어졌다. 원천희 당시 육군 소장이 4차 진급으로 합참 정보본부장으로 승진했고, 이승오 소장은 군단장을 거치지 않고 합참 작전본부장으로 진급했다. 안찬명 당시 육군22사단장은 임명 5개월 만에 합참 작전부장으로 보직을 옮겼다. 통상 사단장은 1년 반~2년가량 보직을 맡는다. 군 안팎에서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왔던 이유다. 경질 위기이던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은 유임됐다. 그는 지난해 6월 정보사 군무원의 블랙요원 명단 국외 유출 사건 및 박민우 전 정보사 100여단장과의 갈등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당시 국방부 장관이던 신원식 전 안보실장은 지난해 8월 국회에서 “후속 조치를 강하게 할 생각”이라고 언급했지만, 다음 달 본인이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는 군 관계자에게서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이 장군들 인사에 대해 논의했고 오 전 기획관에게 전달됐다”는 진술을 확보한 바 있다. 위기감을 느낀 오 전 기획관은 특수본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기 시작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오 전 기획관의 특수본 진술조서를 보면 그는 “신원식 (전 국방부) 장관이 저와 원천희 국방부 정보본부장에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보직해임·정보사령관 교체 검토를 지시했으나 지난해 9월6일, 김 전 장관이 취임하면서 문 전 사령관에 대한 ‘현 보직 유지’를 지시했다”며 “납득하기 어려운, 이해하기 어려운 인사였다”고 했다. 앞뒤 달랐다 오 전 기획관은 “(문 전 사령관이 박 준장으로부터 고소당한 혐의가)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지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인사 조치는 없었다”며 “공론화된 문제고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는데도 이렇게 유야무야 넘어가는 일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