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에스테이트 갑질  <단독 보도> 그 이후…

다 끝난 일? 멈추지 않는 ‘피눈물’ 

[일요시사 취재1팀] 남정운 기자 = 석 달 전, KT에스테이트 직원의 ‘갑질’ 사건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하청업체 직원인 피해자는 사건을 폭로하고 해당 직원의 징계를 요구했다. 인사위원회 개최까지 꼬박 두 달이 걸렸다. 사측은 “이젠 끝난 일”이라지만, 피해자 생각은 다르다. 징계 과정과 결과에 잡음이 있다는 주장이다. 정신적 고통도 여전하기에, 그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지난 5월 중순 불거진 KT에스테이트 직원 갑질 사건(1382호 <단독> KT에스테이트 직원 갑질 고발)이 여전히 정리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연루된 직원들의 징계가 결정된 이후에도, 사측과 피해자 A씨 측은 ‘장외전’을 이어가며 연신 충돌하는 모양새다. 

갑질과 폭언
뒤늦은 대응

사건의 발단은 단연 KT에스테이트 직원 B씨의 갑질이다. 고용노동부는 갑질을 ‘사회·경제적 관계에서 우월적 지위에 있는 사람이 권한을 남용하거나, 우월적 지위에서 비롯되는 사실상의 영향력을 행사해 상대방에게 행하는 부당한 요구나 처우’로 정의한다.

구체적 판단 기준으로는 ▲사적 이익 요구 ▲부당 인사 ▲비인격적 대우 ▲업무 불이익 등을 제시했다.

A씨가 폭로한 내용에 따르면, B씨의 행동은 이 중 최소 3가지 이상에 해당된다. A씨는 KT에스테이트 소유 빌딩 시설관리인이고, B씨는 센터장(사옥관리자) 직급이다. A씨는 평소 B씨의 지시에 따라 업무를 수행해왔다. 


앞선 <일요시사> 보도를 종합하면, A씨는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B씨에게 ▲업무와 무관한 사적 지시 ▲무리한 작업 지시 ▲폭언 등 다양하고도 지속적인 갑질을 당해왔다.

우선 B씨는 메신저를 통해 A씨에게 물고기 밥을 줄 것을 지시했다. 본 물고기는 B씨가 사옥에서 개인 취미로 키우는 것으로, 시설관리업무와는 무관한 일이다.

이외에도 B씨는 그에게 어항 구입·청소 등을 직간접적으로 지시·요구했다. A씨는 자신의 업무 범위 밖 일이라는 걸 알면서도, 제대로 항의 한 번 못한 채 지시에 따랐다. 평소 B씨가 재계약 문제를 지속적으로 언급했던 게 압박으로 다가왔기 때문이었다.

A씨는 1년짜리 ‘계약직’이다. 당시 B씨는 센터장으로서 A씨의 계약 갱신 여부에 결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다.

업무 내용으로 갈등을 빚은 이후로는 무리한 작업 지시와 폭언이 이어졌다. A씨 기억에 특히 남은 일화는 ‘한겨울 낙엽 청소’다. A씨는 지난 2월 “폐쇄된 테니스장의 낙엽을 모두 치우고, 고사목을 자르라”는 B씨 지시를 받았다. A씨 외에도 건물 경비원·미화원이 함께 동원됐다. 이들은 꼬박 닷새 동안 엄동설한 속에서 작업에 열중했다. 

겨우 일을 끝낸 이들에게 B씨는 “화단 너머의 낙엽도 모두 치우라”고 지시했다. 30년 동안 쌓인 낙엽을 고령의 직원 세 명이 처리하라는, 상식적으로 무리한 지시였다. 결국 낙엽 청소는 인력 7명이 투입돼 마대자루 24개가 가득 차고서야 끝이 났다.

피해 신고했지만…징계 결과 못 본다?
피해자 억울함 풀 길, 법에 가로막혀


당장 급했던 작업도 아니었다. 날이 풀릴 때까지, 테니스장과 그 주변이 달리 활용되는 일은 없었다.

B씨는 A씨에게 업무를 지시하는 과정에서 “전화 받는 태도가 그게 뭐냐” “말대꾸하지 말라” “하려면 하고, 하지 않으려면 말아라. 하려면 제대로 하고 못 하겠으면 뻗든가” 등의 폭언을 일삼았다. B씨는 A씨보다 5살가량 어린 것으로 알려졌다.

더군다나 A씨는 KT에 1978년 입사한 이래 약 40년간 회사에 몸담았다. 앞서 KT에스테이트에서도 약 2년간 근무하고 퇴직한 뒤, 용역업체를 통해 시설관리인으로 재취업했다. 굳이 따지자면 A씨는 B씨의 선배뻘 퇴직 사우인 셈이다.

A씨는 둘 사이 갈등이 번진 이유로 ‘B씨의 소관 외 업무지시’를 지목했다. B씨가 종종 A씨에게 소관 밖 업무를 지시하는 경우가 있었고, A씨가 지시에 항의하면서 갈등이 촉발됐다는 설명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B씨는 실제로 A씨에게 다양한 소관 외 업무를 지시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취재 과정에서 파악된 소관 외 업무는 ▲개나리 조경작업 ▲KT텔레캅 보안시스템 정비 ▲타 통신사 케이블 관리 ▲야간 화재감지기 경보 관리 ▲임차인 훼손 시설 복구 ▲철거품 야적장 설치 등이다.

이 중 보안시스템 정비와 야간 화재감지기 경보 관리는 다른 KT 계열사 KT텔레캅의 업무다. 다른 통신사의 케이블과 임차인이 훼손한 시설에 대한 관리 보수를 지시한 것도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제기될 수 있는 대목이다.

이외에도 A씨는 “휴일 근무 4일을 신고한 뒤 그 수당으로 재료를 구매해 야적장을 만들었다”고 주장한다. 주장이 사실이라면 ‘부당 지시’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견디다 못한 A씨가 B씨 등 일부 직원을 KT에스테이트 윤리경영실에 제보한 시점은 지난 5월 중순. 이후 회사가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리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약 3주, 가해자를 징계하기 위해 인사위원회를 열기까지는 약 두 달이 걸렸다.

길었던 절차
합리적 의심

A씨는 업무 분리가 이뤄지지 않은 3주 동안 하청업체 간부들의 화해 종용, B씨의 압박성 메신저 등 2차 가해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됐다. 이후 인사위원회가 개최되기 전까지는 혹시 사측이 징계 절차를 뭉개지는 않을지 불안에 떨었다.

지난 6월 KT에스테이트 관계자는 업무 분리가 즉각적으로 이뤄지지 않은 배경을 두고 “신고가 들어왔어도 의혹만으로 업무 중인 직원을 배제할 수는 없었다”며 “처음부터 분리를 고려했던 것도 아니었고, 업무 대체인력을 마련하는 대로 분리했다. 그러다 보니 3주 정도 소요됐다”고 설명한 바 있다.

‘뭉개기 의혹’에 대해서는 “신고된 내용이 워낙 다양해서 각각 살피는 데 시간이 많이 들어가는 것 같다”며 “회사 입장에서도 유야무야할 수 없는 사안이라 더 철저하게 조사하고 있다. 조사가 끝나는 대로 합당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사측은 지난달 말 B씨 등 인사위원회에 회부된 직원들을 징계하고 재발 방지 교육을 진행했다. B씨는 근무지를 지방으로 옮기는 것 외에 다른 징계도 함께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그 ‘다른 징계’가 무엇인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A씨는 회사에 “징계 수위 등 인사위원회 세부 결과를 알려달라”고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 A씨에 따르면 당초 사측은 “징계 수위를 통보할 의무가 없다”고 설명했다. A씨가 인사위원회 결정에 이의를 제기하지도 않았고, KT 임직원도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반면 A씨는 징계 수위 등을 직접 확인해야 한다고 맞섰다. 그는 “내가 신고자이자 사건 당사자인데, 결론이 어떻게 났는지 정도는 알 권리가 있다고 생각했다”며 “게다가 조사 과정이 탐탁지 않았던 만큼, 회사에서 제대로 (사건을)처리한 게 맞는지 확인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A씨는 지금까지도 회사로부터 구체적인 결과를 통지받지 못했다. 그는 사내에 떠돌던 풍문으로 징계 결과를 얼추 추측할 수 있었다. 

트라우마
약물 치료

그 풍문에 의하면 B씨는 현 지역단 소속을 유지하면서, 관할 구역 내 다른 지방으로 근무지를 옮겼다. A씨는 사측이 약속했던 ‘충분한 분리’가 이뤄지지 않은 듯해 불안했다. 이에 사측에 따져 물었지만, 사측 관계자는 “보호조치는 이미 충분히 이뤄졌다”고 답했다.


A씨는 “결국 여전히 같은 지역단 안에 속해있다면, 안심할 수 없다는 생각”이라며 “혹여나 다시 돌아오기도 쉬울 테고, 직간접적으로 내게 영향을 줄 가능성도 원천 차단된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호소했다.

이어 “회사가 지난 5월 가해자 분리를 제대로 해주지 않았던 일을 여전히 기억한다”며 “‘피해자 보호 조치를 잘 해뒀다’는 사측 주장을 곧이곧대로 믿긴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사측은 A씨를 배려해 이미 최선의 노력을 기울였다는 입장이다. KT에스테이트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A씨의 문제 제기를 정면 반박했다.

그는 B씨 거취에 대해 “애당초 A씨와 B씨가 소속된 지역단은 수도권 일부부터 강원도 전역에 이르기까지 매우 넓은 지역을 관리하고 있다”며 “B씨는 지방으로 발령이 난 게 맞다”고 설명했다.

이어 “관련 내용에 대해서는 A씨를 직접 찾아가 상세히 설명했다. 각종 조치에 대한 고지가 있었고 ‘불편사항이 있다면 언제든 말해달라’고도 전했다. 당시에는 A씨도 모두 납득했다”고 덧붙였다.

A씨의 우려에 관해서는 “회사에서도 재발 방지를 위해 큰 노력을 기울이고 있고, 그런 일이 생긴다면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기에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징계 세부 결과 공개 거부 결정에 대해서는 “A씨의 지속적인 요청으로 한때 회사 법무팀이 공개 여부를 검토한 바 있다. 그러나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소지가 있어 끝내 공개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르면 사내 징계 결과는 개인정보에 해당하는 것으로, 당사자의 동의 없이는 공개할 수 없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징계 과정·결과가…비공개 결정
“할 만큼 다 했다” “끝까지 간다”

회사 관계자는 ‘그렇다면 징계 당사자들이 A씨에게 결과를 알리는 것을 거부했다는 것인가’라는 질문에 “그렇다. 그들도 정신적으로 큰 충격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법조계 역시 A씨가 회사에 징계 세부 내용 공개를 요구할 근거가 마땅치 않다고 봤다. 복수의 노동법 전문 변호사들은 “징계 세부 내용 공개는 사측 주장대로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한 변호사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본 사건은 형사처벌이 아니고, 회사 내부의 징계일 뿐”이라며 “(징계 결과를)A씨에게 알려주지 않는 것이 관련 법 제정 취지에도 맞는 일이라고 본다”고 짚었다.

그러면서도 “하지만 A씨가 민사소송을 제기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며 “소송 중에는 법원 명령에 따라 회사가 세부 내용을 공개해야 할 것으로 본다”고 여지를 남겼다.

실제로 A씨는 법적 검토를 받고 나서, 소를 제기하기로 마음을 굳혔다. 적법한 경로를 통해 징계 세부 내용을 파악하기 위해서다. 재판 과정에서 절차상의 문제가 발견된다면, 이 역시 책임을 다투겠다는 생각이다. A씨는 “돈이 얼마가 들어가든 진상을 명명백백히 밝히겠다”고 힘줘 말했다.

앞서 KT에스테이트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며 “더는 이슈될 일이 아닌데 우리로선 당황스럽다”고 심경을 밝힌 바 있다. 그렇다면 A씨는 왜 이렇게까지 하는 것일까. <일요시사>가 A씨에게 그 이유를 직접 물었다.

그는 “회사는 다 끝났다고 하지만, 나는 아니다”라며 “여전히 갑질을 당했던 기억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고, 그 모욕감으로 쉽게 잠들지 못하는 등 괴로운 나날을 버텨내고 있다”고 털어놨다. 그는 지난달 중순부터 약물 치료를 받고 있다. 

소송전 예고
장외전 돌입

이어 “보상은 바라지도 않는다. 배보다 배꼽이 더 커도 상관없다”며 “평생을 바쳐 이 회사에서 일했는데, 돌아오는 대우는 이런 식이니 절망스럽다. 내 일이 널리 알려져 비슷한 일이 다시는 생기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jeongun15@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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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