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에스테이트 갑질  <단독 보도> 그 이후…

다 끝난 일? 멈추지 않는 ‘피눈물’ 

[일요시사 취재1팀] 남정운 기자 = 석 달 전, KT에스테이트 직원의 ‘갑질’ 사건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하청업체 직원인 피해자는 사건을 폭로하고 해당 직원의 징계를 요구했다. 인사위원회 개최까지 꼬박 두 달이 걸렸다. 사측은 “이젠 끝난 일”이라지만, 피해자 생각은 다르다. 징계 과정과 결과에 잡음이 있다는 주장이다. 정신적 고통도 여전하기에, 그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지난 5월 중순 불거진 KT에스테이트 직원 갑질 사건(1382호 <단독> KT에스테이트 직원 갑질 고발)이 여전히 정리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연루된 직원들의 징계가 결정된 이후에도, 사측과 피해자 A씨 측은 ‘장외전’을 이어가며 연신 충돌하는 모양새다. 

갑질과 폭언
뒤늦은 대응

사건의 발단은 단연 KT에스테이트 직원 B씨의 갑질이다. 고용노동부는 갑질을 ‘사회·경제적 관계에서 우월적 지위에 있는 사람이 권한을 남용하거나, 우월적 지위에서 비롯되는 사실상의 영향력을 행사해 상대방에게 행하는 부당한 요구나 처우’로 정의한다.

구체적 판단 기준으로는 ▲사적 이익 요구 ▲부당 인사 ▲비인격적 대우 ▲업무 불이익 등을 제시했다.

A씨가 폭로한 내용에 따르면, B씨의 행동은 이 중 최소 3가지 이상에 해당된다. A씨는 KT에스테이트 소유 빌딩 시설관리인이고, B씨는 센터장(사옥관리자) 직급이다. A씨는 평소 B씨의 지시에 따라 업무를 수행해왔다. 


앞선 <일요시사> 보도를 종합하면, A씨는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B씨에게 ▲업무와 무관한 사적 지시 ▲무리한 작업 지시 ▲폭언 등 다양하고도 지속적인 갑질을 당해왔다.

우선 B씨는 메신저를 통해 A씨에게 물고기 밥을 줄 것을 지시했다. 본 물고기는 B씨가 사옥에서 개인 취미로 키우는 것으로, 시설관리업무와는 무관한 일이다.

이외에도 B씨는 그에게 어항 구입·청소 등을 직간접적으로 지시·요구했다. A씨는 자신의 업무 범위 밖 일이라는 걸 알면서도, 제대로 항의 한 번 못한 채 지시에 따랐다. 평소 B씨가 재계약 문제를 지속적으로 언급했던 게 압박으로 다가왔기 때문이었다.

A씨는 1년짜리 ‘계약직’이다. 당시 B씨는 센터장으로서 A씨의 계약 갱신 여부에 결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다.

업무 내용으로 갈등을 빚은 이후로는 무리한 작업 지시와 폭언이 이어졌다. A씨 기억에 특히 남은 일화는 ‘한겨울 낙엽 청소’다. A씨는 지난 2월 “폐쇄된 테니스장의 낙엽을 모두 치우고, 고사목을 자르라”는 B씨 지시를 받았다. A씨 외에도 건물 경비원·미화원이 함께 동원됐다. 이들은 꼬박 닷새 동안 엄동설한 속에서 작업에 열중했다. 

겨우 일을 끝낸 이들에게 B씨는 “화단 너머의 낙엽도 모두 치우라”고 지시했다. 30년 동안 쌓인 낙엽을 고령의 직원 세 명이 처리하라는, 상식적으로 무리한 지시였다. 결국 낙엽 청소는 인력 7명이 투입돼 마대자루 24개가 가득 차고서야 끝이 났다.

피해 신고했지만…징계 결과 못 본다?
피해자 억울함 풀 길, 법에 가로막혀


당장 급했던 작업도 아니었다. 날이 풀릴 때까지, 테니스장과 그 주변이 달리 활용되는 일은 없었다.

B씨는 A씨에게 업무를 지시하는 과정에서 “전화 받는 태도가 그게 뭐냐” “말대꾸하지 말라” “하려면 하고, 하지 않으려면 말아라. 하려면 제대로 하고 못 하겠으면 뻗든가” 등의 폭언을 일삼았다. B씨는 A씨보다 5살가량 어린 것으로 알려졌다.

더군다나 A씨는 KT에 1978년 입사한 이래 약 40년간 회사에 몸담았다. 앞서 KT에스테이트에서도 약 2년간 근무하고 퇴직한 뒤, 용역업체를 통해 시설관리인으로 재취업했다. 굳이 따지자면 A씨는 B씨의 선배뻘 퇴직 사우인 셈이다.

A씨는 둘 사이 갈등이 번진 이유로 ‘B씨의 소관 외 업무지시’를 지목했다. B씨가 종종 A씨에게 소관 밖 업무를 지시하는 경우가 있었고, A씨가 지시에 항의하면서 갈등이 촉발됐다는 설명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B씨는 실제로 A씨에게 다양한 소관 외 업무를 지시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취재 과정에서 파악된 소관 외 업무는 ▲개나리 조경작업 ▲KT텔레캅 보안시스템 정비 ▲타 통신사 케이블 관리 ▲야간 화재감지기 경보 관리 ▲임차인 훼손 시설 복구 ▲철거품 야적장 설치 등이다.

이 중 보안시스템 정비와 야간 화재감지기 경보 관리는 다른 KT 계열사 KT텔레캅의 업무다. 다른 통신사의 케이블과 임차인이 훼손한 시설에 대한 관리 보수를 지시한 것도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제기될 수 있는 대목이다.

이외에도 A씨는 “휴일 근무 4일을 신고한 뒤 그 수당으로 재료를 구매해 야적장을 만들었다”고 주장한다. 주장이 사실이라면 ‘부당 지시’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견디다 못한 A씨가 B씨 등 일부 직원을 KT에스테이트 윤리경영실에 제보한 시점은 지난 5월 중순. 이후 회사가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리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약 3주, 가해자를 징계하기 위해 인사위원회를 열기까지는 약 두 달이 걸렸다.

길었던 절차
합리적 의심

A씨는 업무 분리가 이뤄지지 않은 3주 동안 하청업체 간부들의 화해 종용, B씨의 압박성 메신저 등 2차 가해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됐다. 이후 인사위원회가 개최되기 전까지는 혹시 사측이 징계 절차를 뭉개지는 않을지 불안에 떨었다.

지난 6월 KT에스테이트 관계자는 업무 분리가 즉각적으로 이뤄지지 않은 배경을 두고 “신고가 들어왔어도 의혹만으로 업무 중인 직원을 배제할 수는 없었다”며 “처음부터 분리를 고려했던 것도 아니었고, 업무 대체인력을 마련하는 대로 분리했다. 그러다 보니 3주 정도 소요됐다”고 설명한 바 있다.

‘뭉개기 의혹’에 대해서는 “신고된 내용이 워낙 다양해서 각각 살피는 데 시간이 많이 들어가는 것 같다”며 “회사 입장에서도 유야무야할 수 없는 사안이라 더 철저하게 조사하고 있다. 조사가 끝나는 대로 합당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사측은 지난달 말 B씨 등 인사위원회에 회부된 직원들을 징계하고 재발 방지 교육을 진행했다. B씨는 근무지를 지방으로 옮기는 것 외에 다른 징계도 함께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그 ‘다른 징계’가 무엇인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A씨는 회사에 “징계 수위 등 인사위원회 세부 결과를 알려달라”고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 A씨에 따르면 당초 사측은 “징계 수위를 통보할 의무가 없다”고 설명했다. A씨가 인사위원회 결정에 이의를 제기하지도 않았고, KT 임직원도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반면 A씨는 징계 수위 등을 직접 확인해야 한다고 맞섰다. 그는 “내가 신고자이자 사건 당사자인데, 결론이 어떻게 났는지 정도는 알 권리가 있다고 생각했다”며 “게다가 조사 과정이 탐탁지 않았던 만큼, 회사에서 제대로 (사건을)처리한 게 맞는지 확인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A씨는 지금까지도 회사로부터 구체적인 결과를 통지받지 못했다. 그는 사내에 떠돌던 풍문으로 징계 결과를 얼추 추측할 수 있었다. 

트라우마
약물 치료

그 풍문에 의하면 B씨는 현 지역단 소속을 유지하면서, 관할 구역 내 다른 지방으로 근무지를 옮겼다. A씨는 사측이 약속했던 ‘충분한 분리’가 이뤄지지 않은 듯해 불안했다. 이에 사측에 따져 물었지만, 사측 관계자는 “보호조치는 이미 충분히 이뤄졌다”고 답했다.


A씨는 “결국 여전히 같은 지역단 안에 속해있다면, 안심할 수 없다는 생각”이라며 “혹여나 다시 돌아오기도 쉬울 테고, 직간접적으로 내게 영향을 줄 가능성도 원천 차단된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호소했다.

이어 “회사가 지난 5월 가해자 분리를 제대로 해주지 않았던 일을 여전히 기억한다”며 “‘피해자 보호 조치를 잘 해뒀다’는 사측 주장을 곧이곧대로 믿긴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사측은 A씨를 배려해 이미 최선의 노력을 기울였다는 입장이다. KT에스테이트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A씨의 문제 제기를 정면 반박했다.

그는 B씨 거취에 대해 “애당초 A씨와 B씨가 소속된 지역단은 수도권 일부부터 강원도 전역에 이르기까지 매우 넓은 지역을 관리하고 있다”며 “B씨는 지방으로 발령이 난 게 맞다”고 설명했다.

이어 “관련 내용에 대해서는 A씨를 직접 찾아가 상세히 설명했다. 각종 조치에 대한 고지가 있었고 ‘불편사항이 있다면 언제든 말해달라’고도 전했다. 당시에는 A씨도 모두 납득했다”고 덧붙였다.

A씨의 우려에 관해서는 “회사에서도 재발 방지를 위해 큰 노력을 기울이고 있고, 그런 일이 생긴다면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기에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징계 세부 결과 공개 거부 결정에 대해서는 “A씨의 지속적인 요청으로 한때 회사 법무팀이 공개 여부를 검토한 바 있다. 그러나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소지가 있어 끝내 공개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르면 사내 징계 결과는 개인정보에 해당하는 것으로, 당사자의 동의 없이는 공개할 수 없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징계 과정·결과가…비공개 결정
“할 만큼 다 했다” “끝까지 간다”

회사 관계자는 ‘그렇다면 징계 당사자들이 A씨에게 결과를 알리는 것을 거부했다는 것인가’라는 질문에 “그렇다. 그들도 정신적으로 큰 충격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법조계 역시 A씨가 회사에 징계 세부 내용 공개를 요구할 근거가 마땅치 않다고 봤다. 복수의 노동법 전문 변호사들은 “징계 세부 내용 공개는 사측 주장대로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한 변호사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본 사건은 형사처벌이 아니고, 회사 내부의 징계일 뿐”이라며 “(징계 결과를)A씨에게 알려주지 않는 것이 관련 법 제정 취지에도 맞는 일이라고 본다”고 짚었다.

그러면서도 “하지만 A씨가 민사소송을 제기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며 “소송 중에는 법원 명령에 따라 회사가 세부 내용을 공개해야 할 것으로 본다”고 여지를 남겼다.

실제로 A씨는 법적 검토를 받고 나서, 소를 제기하기로 마음을 굳혔다. 적법한 경로를 통해 징계 세부 내용을 파악하기 위해서다. 재판 과정에서 절차상의 문제가 발견된다면, 이 역시 책임을 다투겠다는 생각이다. A씨는 “돈이 얼마가 들어가든 진상을 명명백백히 밝히겠다”고 힘줘 말했다.

앞서 KT에스테이트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며 “더는 이슈될 일이 아닌데 우리로선 당황스럽다”고 심경을 밝힌 바 있다. 그렇다면 A씨는 왜 이렇게까지 하는 것일까. <일요시사>가 A씨에게 그 이유를 직접 물었다.

그는 “회사는 다 끝났다고 하지만, 나는 아니다”라며 “여전히 갑질을 당했던 기억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고, 그 모욕감으로 쉽게 잠들지 못하는 등 괴로운 나날을 버텨내고 있다”고 털어놨다. 그는 지난달 중순부터 약물 치료를 받고 있다. 

소송전 예고
장외전 돌입

이어 “보상은 바라지도 않는다. 배보다 배꼽이 더 커도 상관없다”며 “평생을 바쳐 이 회사에서 일했는데, 돌아오는 대우는 이런 식이니 절망스럽다. 내 일이 널리 알려져 비슷한 일이 다시는 생기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jeongun15@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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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