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포착> 조수진-송주범 ‘DJ 동교동 사저’ 수상한 문자 전말

홍업·홍걸 또다시 형제 싸움?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윤석열정부 첫 대정부질문에서 집권여당 국회의원이 정무직 공무원에게 보낸 문자메시지가 <일요시사> 카메라에 포착됐다. 문자메시지 노출로 DJ(고 김대중 전 대통령) 동교동 사저가 화두에 올랐다. 관련자들이 연이어 해명을 내놨지만 의문은 속 시원하게 해소되지 않는 모양새다.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주고받은 텔레그램 메시지가 언론 보도로 공개됐다. 지난달 26일 경제 분야 대정부질문에 참석한 권 원내대표의 휴대폰 화면을 기자가 포착한 것이다. 

문자 노출
이슈 블랙홀

윤 대통령은 ‘우리 당도 잘하네요. 계속 이렇게 해야’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 대표가 바뀌니 달라졌습니다’라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냈고, 권 원내대표는 ‘대통령님의 뜻을 잘 받들어 당정이 하나 되는 모습을 보이겠습니다’라고 답했다. 

언뜻 보면 대통령과 집권여당 원내대표의 사적 대화로 볼 수 있지만 그 내용이 문제로 떠올랐다.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받은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를 겨냥한 내용이기 때문. 그동안 국민의힘 당내 내홍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던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 대해 불편한 심경을 드러낸 것이다.

‘문자메시지 노출 사태’는 윤석열정부 첫 대정부질문이 뒷전으로 밀릴 만큼 핫이슈로 떠올랐다. 권 원내대표는 “저의 부주의로 대통령과의 사적인 대화 내용이 노출되며 오해를 불러일으킨 것은 전적으로 저의 잘못”이라고 공개 사과했지만 후폭풍은 계속되는 모양새다. 


문자메시지 노출 사태는 이 건으로 그치지 않았다. 지난달 25일 국민의힘 조수진 의원이 송주범 서울시 정무부시장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장면과 그 내용이 <일요시사> 카메라에 잡혔다. 이날은 대정부질문 시작일로 ‘정치·외교·통일·안보 분야’를 두고 여야가 공방전을 벌였다. 

조 의원은 이날 오후 3시30분경 ‘각종 세금 체납으로 사실상 방치돼있습니다. 이희호 여사 사후 이 여사 친자인 3남 김홍걸 의원에게 소유권이 넘어갔지만 상속세 체납액이 20억원을 넘었습니다. DJ 동교동 사저는 정치사적 의미가 큰 만큼 다른 사람에게 넘어가기 보다는 서울시가 위탁 관리하는 게 좋겠다고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 김홍업 전 의원(차남)이 가족들과 의견을 모았습니다. 동교동 사저(173평)를 공시지가로 서울시가 매입한다면 은행에 돈을 갚고, 김대중평화센터 연구기금, 장학금으로 활용하고 싶다고 합니다. 국민의힘 소속이자 차기…(확인 불가)…시장이 국민통합 차원에서 생각해주셨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DJ는 재임 시절 박정희대통령기념사업회를 출범시켜 기념관을 건립한 바 있습니다. 수요일 뵙겠습니다’라는 내용의 문자를 송 정무부시장에게 보냈다.

“서울시가 DJ 동교동 사저 매입해달라”
“근저당 설정·상속세 체납으로 못한다”

해당 문자메시지가 공개되면서 여러 의문점이 제기됐다. 문자메시지에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인물은 모두 5명. 발신자인 조 의원과 수신자인 송 정무부시장을 제외하면 김홍업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 무소속 김홍걸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 3명이다.

이 가운데 김홍업 이사장(차남)과 김홍걸 의원(삼남)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아들로 두 사람은 이복형제다.

▲의문점1. 왜 조수진 의원인가 = DJ 동교동 사저는 김 전 대통령과 이희호 여사의 이른바 ‘영욕의 세월’이 고스란히 묻어 있는 곳이다. 우리나라 정치계파의 한 획을 그은 동교동계는 김 전 대통령의 자택 주소지를 따서 지은 이름이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자택 주소지를 딴 상도동계와 함께 우리나라 정치계를 쥐락펴락했다. 

흥미로운 점은 DJ 동교동 사저에 진보진영이 아닌 보수진영 의원이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부분이다. 의문에 대한 답은 조 의원의 과거에서 찾을 수 있다. 기자 출신의 조 의원은 <동아일보>에서 2010년부터 2017년까지 정치부 차장으로 재직하면서 정치권과 밀접한 관계를 맺었다. 


이 시기 조 의원은 동교동계에 대한 많은 기사를 보도했다. 2014년 <동아일보>에서 ‘동교동계 좌장’ 더불어민주당 권노갑 상임고문의 회고록 <권노갑 회고록 順命>을 연재할 때 정치부 차장으로서 취재에 참여했다. 자신의 저서 <특종의 탄생>에서 ‘김대중 서거 호외 뒷이야기’를 언급하기도 했다.

배다른 형제
유산 싸움?

기자 시절 맺은 인연이 현재까지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실제 김홍업 이사장 측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조 의원이 서울시와 김홍업 이사장 사이에 다리를 놨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조 의원이 문자메시지에서 언급한 ‘수요일’인 지난달 27일 오세훈 서울시장, 송 정무부시장과 함께 자리했다.

▲의문점2. 왜 송주범 정무부시장인가 = 조 의원은 오세훈 서울시장의 후보 캠프에서 대변인을 맡는 등 인연이 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문자메시지를 보면 송 정무부시장을 통해 오 시장에게 제안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송 정무부시장은 “나도 국민의힘 서대문구을 당협위원장으로 활동했다”며 “원래 조 의원과 친분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송 정무부시장은 “조 의원이 아이디어 차원에서 서울시에 제안했고 이를 검토했을 뿐”이라며 “선결조건인 매입 과정부터 법적인 문제에 부딪혔기 때문에 일을 진행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근저당권 설정, 세금 체납 등의 문제로 현행법상 서울시가 DJ 동교동 사저를 매입할 수 없다는 것.

지난달 27일 동석한 오 시장 역시 “그 집(DJ 동교동 사저)에는 근저당이 굉장히 큰 액수로 설정돼있다. 가족들이 풀지 않으면 서울시에 팔 수도 없고 기부채납도 할 수 없다”며 “명확한 법적 장애사항이 있어 법률검토 사항을 말씀드리고 선결과제가 해결되면 그때 가서 논의해보자는 취지의 얘기를 전했다. 장애요소가 해결되지 않으면 서울시에서 진전된 논의를 이어가기가 불가능하다고 말씀드렸다”고 밝혔다. 

▲의문점3. 왜 김홍업 이사장인가 = 조 의원의 문자메시지에 ‘김홍업 의원(차남)이 가족들과 의견을 모았습니다’ 라는 부분이 있다. 김홍업 이사장이 ‘서울시가 DJ 동교동 사저’를 매입해줬으면 한다’는 뜻을 대표로 조 의원에게 전달한 뉘앙스다. 문제는 DJ 동교동 사저의 소유권을 갖고 있는 김홍걸 의원은 이 사실을 몰랐다고 주장한다는 점이다. 

엇갈린 입장
누가 맞나?

김홍걸 의원 측 관계자는 “의원님이 본회의(2일)에 들어가기 10분 전 해당 보도를 보고 이 내용을 알았다고 말했다”면서 “DJ 동교동 사저 처분과 관련해 가족과 논의한 적이 없다고 했다”고 전했다. 소유권을 가진 삼남 김홍걸 의원이 아닌 차남 김홍업 이사장이 DJ 동교동 사저 처분에 나선 이유를 두고 의문이 제기될 수 있는 대목이다. 

김홍업 이사장 측 관계자는 “(김홍업 이사장이)위임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DJ 동교동 사저 처분과 관련해 가족의 의견을 모았고, 이 과정에서 김홍걸 의원의 의견도 포함됐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김홍업 이사장이 사실상 장자 역할을 하고 있고 위임을 받았다”며 “김홍업 이사장이 형제끼리 얘기가 다 됐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반면 김홍걸 의원 측 관계자는 “의원님이 ‘조수진 의원하고 각별한 관계가 아니라서 연락도 안 하고 만나는 관계도 아닌데 어떻게 해서 이렇게 문자가 오가고 기사가 나갔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며 “이 내용에 대해서는 전혀 몰랐다고 한다. 의원님 의견이 반영된 건이 아니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DJ 동교동 사저를 둘러싸고 김홍업 이사장과 김홍걸 의원 간의 유산 분쟁이 또다시 반복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두 형제는 2019년 6월 어머니인 이희호 여사 별세 이후 DJ 동교동 사저를 두고 공방을 벌인 바 있다. DJ 동교동 사저의 소유권은 별세 전까지 이 여사가 갖고 있었다.


이 여사는 DJ 동교동 사저에 대해 “김대중·이희호 기념관으로 사용하되 만약 지방자치단체나 후원자가 사저에 대한 보상을 해준다면 3분의 1은 김대중기념사업회에 기부하고 나머지 3분의 2는 세 아들(김홍일·김홍업·김홍걸)에게 균등하게 나눠준다”는 유언을 남겼다.

김홍일 전 의원은 2019년 4월 사망했다.

관련자들 해명에도 의문 남아
보도 다음 날 정무부시장 교체

하지만 김홍걸 의원 측이 유언장에 형식상 하자가 있어 법적 효력이 없다며 이 여사의 친자인 자신이 유일한 법정상속인이라고 주장해 갈등을 빚었다. 김홍일 전 의원과 김홍업 이사장은 김 전 대통령과 첫 번째 부인인 차용애 여사 사이의 자식이다.

민법에 따르면 부친이 사망한 이후 전처 출생자와 계모 사이 친족관계는 소멸한다.

2019년 12월 김홍업 이사장은 김홍걸 의원을 상대로 DJ 동교동 사저에 대한 부동산 처분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법원은 이를 인용, 김홍걸 의원이 DJ 동교동 사저를 처분해서는 안 된다고 판결했다. 이후 김홍걸 의원 측의 이의신청도 기각했다. 두 형제의 다툼은 지난해 6월 이 여사의 2주기를 앞두고 봉합됐다. 이 여사의 유언을 따르기로 한 것. 


▲의문점4. 상속세 체납인가, 분할납부인가 = 상속세를 두고도 김홍업 이사장 측과 김홍걸 의원 측의 입장이 엇갈렸다. 조 의원의 문자메시지에 따르면 DJ 동교동 사저의 상속세 체납액은 20억원을 웃돈다. 2층짜리 단독주택인 DJ 동교동 사저의 감정가액은 32억원 상당으로 알려져 있다. 상속세는 16억~17억원 부과된 것으로 파악된다.

김홍업 이사장 측 관계자는 김홍걸 의원이 상속세를 내지 못해 16억~17억원의 상속세가 불어났다는 입장이다. 또 사저에 사람이 살지 않아 제대로 된 관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럴 바엔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 있는 최규하 전 대통령 사저처럼 서울시에서 관리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이야기했다고 밝혔다.

반면 김홍걸 의원 측 관계자는 상속세 체납이 아니라 분할납부 중이라는 입장을 전해왔다. 김홍걸 의원도 언론 보도 이후 ‘체납액이 20억원을 넘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팩트 체크’하라는 입장을 전했다고 한다. 사저 관리가 안 되고 있다는 부분에 대해서도 “어제도 물청소했다”고 말했다. 

▲의문점5. 정무부시장 교체 왜? = 조 의원의 문자메시지 보도가 나간 다음 날인 지난 3일 송 정무부시장이 교체된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지난 4월 취임 이후 불과 4개월여 만이다. 송 정무부시장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조 의원과의 문자메시지 때문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문자와 별개”
선긋기 나서

그러면서 “민선 7기(2018년 7월1일~2022년 6월30일) 임기 중에 취임했다. 4월에 시작해 짧았지만 사실상 내 임기는 7월1일까지인 셈이다. 모양상으로는 지난달 1일 부시장들이 그만둘 때 같이 그만뒀어야 하는데 시장님 당선 이후 막바로 그만둘 수 없어 조금 더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
사진 = 박성원 기자<psw@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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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