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타이어-노조 그날 몸싸움의 진실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2.07.14 10:40:45
  • 호수 138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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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폭행이냐 쌍방폭행이냐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한국타이어와 노동조합 간 ‘싸움’을 위한 ‘몸싸움’이 벌어졌다. 이 싸움에서 누가 이길지 모르겠지만, 모양새는 영 좋지 않다. 한국타이어는 몸싸움에서 사측 관리자가 ‘집단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지만, 노동조합은 ‘쌍방폭행’이었다고 말한다. 첨예하게 의견이 갈리는 시점에 <일요시사>는 사건 동영상을 입수했다.

‘한국 타이어 점유율 1위’ ‘대형 차량 시장 점유율 1위’는 한국타이어 앤테크놀로지㈜(이하 한국타이어)의 명성이다. 세계 타이어 업계에서는 2020년 기준 콘티넨탈과 스미토모에 이어 세계 6위를 차지했다. 매출의 85%는 해외에서 얻고 있으며, 자체 판매 대리점 채널인 티스테이션을 운영한다.

계속되는 
산업재해

한국타이어 본사는 경기도 성남시에 있지만, 대부분의 한국타이어 공장은 대전에 있어 사실상 대전의 향토기업이다. 국내생산기지 한 곳인 공장과 R&D센터인 테크노돔이 대전에 있고, 나머지 국내생산기지는 금산공장이다. 금산도 대전 생활권인 충청남도 금산군에 위치해, 한국타이어가 대전 경제에 미치는 파급력은 매우 크다. 

지역사회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도 크다. 한국타이어는 대전의 장애인과 저소득층, 소외계층 및 사회복지시설 등에 꾸준히 지원하고 있다. 이 밖에도 무료급식소·이웃사랑 성금·벽화 그리기 봉사활동 등을 진행해 다양한 사회 공헌활동을 하고 있다.

한국타이어의 외부 이미지는 좋지만, 내부 실정은 그렇지 않다. 한국타이어 대전공장은 2017년부터 2020년까지 4년 동안 395명의 노동자가 일하다 다쳤다. 이는 한국타이어가 노동청에 제출한 ‘산업재해 조사표’에 기술된 내용이다.


정확히는 3.5일에 1명씩, 대전공장에서 노동자들은 산업재해를 입었다. 휴업 예상 일수가 30일 넘는 산재 피해 노동자는 154명이나 됐다. 재해 때문에 발생한 휴업일이 60일인 사람은 38명, 90일이 넘는 경우도 73명이었다. 하루에 3명 이상 다친 날도 13일이나 됐다.

특히 금산공장 컨베이어벨트 사망사고와 대전공장 타이어 성형기 사망사고처럼 원통 기계와 컨베이어 같은 설비에 작업 중 ‘끼임’으로 발생한 산업재해는 43건에 달했다.

영상에 찍힌 얼굴 때리는 장면 있지만…
쌓이고 쌓인 묵은 갈등 고스란히 노출

당시 양진권 금속노조 한국타이어지회 노동안전부장은 “진짜 운이 좋으면 다치는 거고, 운이 없으면 사망으로 이어지는 중대재해가 발생하고 있다. 안전하게 작업할 수 있게 투자하라고 계속 사측에 이야기했는데도 사망사고가 난 다음에서야 뒤늦게 투자하는 모양새가 반복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처럼 한국타이어에는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이번엔 사내에서 몸싸움 사태까지 벌어졌다. 

전국금속노동조합에 따르면 지난달 19일 오전 5시40분경 대전공장 구내식당에 모인 노동조합 간부는 ‘한국타이어 구내식당 음식 질 개선을 위한 캠페인’을 실시했다. 이 캠페인은 현장 노동자가 이용하는 구내식당의 식단에 채소밖에 없어, 식단 개선을 요구한다는 취지였다.

캠페인 중 노동조합 간부인 김용성 한국타이어 지회장이 현장 노동자와 인사를 나누고 있던 때였다. 이때 한국타이어 관계자가 캠페인 중이던 김 지회장을 찾아왔고, 관계자는 노동조합의 캠페인을 방해했다.


당시 한국타이어 관계자가 김 지회장에게 “노동조합이 LTR 설비기(타이어 만드는 기계)에 몰려와 갑자기 비상버튼을 눌러 설비를 중단시켰는데, 대체 왜 그런 것이냐”고 따졌다. 한국타이어 관계자가 계속 따지자 몸싸움이 시작됐다.

말싸움이 어떻게 시작됐든, 몸싸움을 시작한 건 노동조합 쪽이었다. 노동조합 관계자는 사측 관계자의 정강이를 발로 찼다. 정강이를 가격당한 사측 관계자는 김 지회장의 뺨을 두 번 때렸다. 그 후 직원들이 달려들어 다급하게 싸움을 말렸지만, 몸싸움과 언성이 너무 높아 더 많은 직원들이 붙어 뜯어말려야 하는 상황이었다.

한국타이어는 사건 발생 다음 날인 지난달 20일 <한국공장 소식지>를 통해 해당 싸움이 벌어진 사태에 관해 전했다. 이 소식지는 정기 발행물이 아닌, 사내에 전달사항이 있을 때 한국타이어 홍보팀에서 작성해 배포하고 있다.

외부에선 사회 공헌
현장은 끝없는 사고

소식지 제목은 ‘아직도 이런 일이? 폭력으로 얼룩진 무법천지 현장, 가벼이 넘길 일이 아니다’였다. 소식지에는 19일 있었던 싸움이 ‘무자비한 폭행’이었다고 전했다.

소식지는 “노동조합이 근거도 없이 LTR 설비기의 비상버튼을 눌러서 설비를 중단시켰다. 사측 관계자의 질문에 근거를 내밀지 못했고, 적반하장으로 사측 관계자의 정강이를 걷어차는 말도  안 되는 만행을 저질렀다”며 “갑작스러운 폭행에 반사적으로 방어했지만, 여기에 악의를 품고 다수의 금속노동조합원이 자리를 피하는 사측 관계자를 따라가 추가로 주먹을 휘둘렀다. 그것도 모자라 화단으로 몰아 집단으로 넘어뜨려 밟으며, 말리거나 채증하던 다른 관계자까지도 무자비한 폭행을 자행해 상해를 입혔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정녕 이 상황이 회사 안에서 벌어진 일이 맞는가? 팀장, 관리자, 동료, 선후배도 아닌 사람에 대한 정상적인 인식이 없는 무법천지를 사원 여러분은 상상이나 되는가? 이 모습이 정상적인 조합 활동인가? 회사는 법과 절차에 따라 관련자 및 가해자에 대해 무관용의 원칙을 적용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그 어떤 것을 감수해서라도 가벼이 넘어가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소식지에는 사진 두 장도 함께 첨부돼있었다. 다수의 노동조합원 뒷모습이 실린 사진으로, 무자비한 폭행을 당했다는 근거로 제시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싸움 동영상은 한국타이어 입장과는 전혀 달랐다. 해당 싸움은 명백한 쌍방폭행으로 보였다. 적어도 동영상에는 한국타이어 측의 ‘집단으로 넘어뜨려 밟았다’와 ‘무자비한 폭행’의 흔적이 담겨있지 않았다.

오히려 전국금속노동조합의 설명처럼 ‘관계자가 김 지회장의 뺨을 두 번 때린’ 장면이 명확하게 남아있다. 1분가량 되는 짧은 동영상의 맨 앞부분에는 한국타이어 관계자가 김 지회장을 향해 주먹을 날린 듯 보였고, 김 지회장의 얼굴이 뒤로 젖혀졌다.

캠페인 도중 
갑자기 와서…

이어 한 번 더 한국타이어 관계자가 오른손으로 김 지회장의 얼굴을 가격했다.


그 뒤 영상에는 직원이 몰려들어 급하게 싸움을 말리고 있었다. “한국타이어 관계자가 노동조합 간부의 얼굴을 때렸다”고 소리치는 장면도 여러 차례 보였다.

그야말로 개싸움이었다. 유니폼을 제외하고 보면 영락없이 술에 취해서 싸우는 모습처럼 보인다. 그렇다면 이렇게 싸우게 된 원인이 무엇일까.

근본적인 문제는 앞서 한국타이어에서 발행한 <한국공장 소식지>를 통해 언급됐듯이 ‘LTR 설비기’ 때문이었다. 한국타이어는 소식지에서 “노동조합이 근거도 없이 LTR 설비기의 비상버튼을 눌러서 설비를 중단시켰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동영상 의견과 마찬가지로 노동조합은 반대되는 의견이었다. 해당 LTR 설비기는 2020년에 안전 방호 장치가 고장 나서, 성형 공정에서 일하던 노동자가 사망하는 중대재해를 발생시킨 적 있다. 당시 특별근로 감독과 안전보건진단이 제시한 ▲작업 중지 ▲시정명령 ▲개선 계획을 실시했다.

당시 한국타이어는 개선을 위해 애쓰는 듯 보였지만 곧 예전 방식으로 돌아갔다.

몸싸움이 있었던 지난달 19일 오전, 노동조합은 LTR 설비기의 사고 발생 위험이 높다고 판단해 작업 중지를 요구했고, 노동조합 간부는 사고 발생의 위험과 문제를 확인하기 위해 비상버튼을 눌러 기계의 문제점을 확인했다. 


이 일은 모두 ‘한국타이어 구내식당 음식 질 개선을 위한 캠페인’을 시작하기 직후 있었던 일이다. 결국 한국타이어 관계자와 노동조합 간부가 몸싸움을 한 이유는 LTR 설비기를 멈춰, 공장이 돌아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노동조합은 “회사 소식지는 마치 노동조합이 강제로 설비를 중지시키고 설비 가동을 막은 것처럼 사실관계를 왜곡했다. 한국타이어가 해당 공정에 아무런 법적 문제가 없고, 사고 위험이 없다면 LTR 설비기를 사용하면 된다. 그런데 오전에 LTR 설비기를 가동하지 않다가 오후에 가동한 것은 한국타이어의 자의적 판단에 의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유 없이 기계를 멈췄다”
“사고 위험으로 멈춘 것뿐”

안타까운 사실은 해당 공사장에서 결국 현장 작업자가 다쳤다는 점이다. 지난달 26일 새벽 1시40분경 멀티롤(반제품 된 타이어에 부위별로 압력을 가하는 기계)에 현장 작업자의 손이 말려들어가는 협착사고가 벌어졌다. 이 는 해당 설비에 대한 점검과 개선을 했다면 충분히 예방할 수 있었던 사고였다.

해당 LTR 설비기는 고용노동청에 시정지시서를 받은 상황이다. 시정지시 내용은 “센서가 작동하지 않아 끼임 위험이 있는 LTR 설비기 1103호기 2차 드럼 및 이와 동일한 위험이 있는 LTR 설비기에 대해 근로자 접근 시 센서에 의해 멈출 수 있도록 조치할 것”이다.

이어 “수동모드는 고무 접착작업 등 작업상 불가피할 경우를 제외하고 최소화하고, 개선방안 마련 시 근로자의 의견을 성실히 청취할 것”이라며 오는 15일까지 LTR 설비기 수리도 덧붙였다.

몸싸움을 했던 당시 있었던 노동조합 관계자는 기자에게 “몸싸움했던 사측 관계자가 나보다 나이가 어렸다. 그런데 캠페인 중에 갑자기 찾아와서 ‘왜 설비를 세웠느냐’고 다짜고짜 반말을 했다”며 “정강이를 차긴 했는데, 맞진 않았고 김 지회장은 뺨을 맞았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이후 사측 관계자가 도망쳤고, 우리는 항의했다. ‘한국 공장 소식지’의 사진은 영상 속 사진 일부를 캡처해서 사용한 것이지, 노동조합이 집단으로 때린 일은 절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노동조합과 교섭이 잘되지 않는 것 때문에 일을 벌인 것 아닌지 의심된다”며 “노동조합 측에서도 맞고소를 접수하려 한다. 그런데 한국타이어 측은 이미 김앤장 변호사를 선임했다”고 전했다.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금속노동조합 노동자 10명 정도가 한국타이어 사무직 3~4명을 집단 폭행했다. 일단 다친 분은 그날 입원했고, 지금은 퇴원한 상황으로 전치 2주 정도가 나왔다”며 “지난달 30일 폭행과 업무방해로 고소장을 접수했다”고 말했다.

쌍방 맞고소
법정 싸움으로

이어 “업무방해는 LTR 설비기 비상버튼을 누른 것 때문이다. 이 버튼은 정말 위급한 상황에 누르는 것”이라며 “당시 위급 상황도 아니었는데 왜 눌렀는지는 모른다”고 부연했다. 노동조합의 ‘집단적 폭행이 아니었다’는 의견에 대해 관계자는 “증거자료가 있다. 고소는 물리력을 행사한 사람 8명을 모두 했다”고 전했다.


<alsw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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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