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의 검찰 인사 전격 해부

윤 장단에 칼춤 추는 검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법무부 장관 취임 이후 40여일 만에 검찰 인사가 마무리됐다. 이번 인사는 검찰총장 인선 전 속전속결로 이뤄졌다. 검수완박 이후 조직을 어느 정도 추스른 검찰은 이제 본격적인 사정 작업에 돌입할 태세다. 

문재인정부 5년 동안 검찰은 수도 없는 부침을 겪었다. 초기에는 적폐 청산의 칼로 활용됐고 중기~말기에 이르러서는 개혁의 대상으로 지목됐다. 화룡점정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으로 불리는 검찰청법·형사소송법 처리였다.

정권교체
부활 조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검수완박 법안을 강행하려다 윤석열 대통령(당시 검찰총장)의 전격 사퇴로 한발 물러선 경험이 있다. 그 뒤로 잠잠하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임기를 불과 40여일 앞두고 법안을 강행 처리했다. 

문 전 대통령은 임기 마지막 국무회의에서 검수완박 법안을 공포했다. 그 결과 김오수 전 검찰총장이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옷을 벗었다. 전국의 고검장이 사의를 표하는 초유의 사태가 불거졌다. 검사들이 검수완박 법안에 반발해 사직서를 던졌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그중 한 사람이었다. 


검찰의 권한은 축소되다 못해 쪼그라드는 수준에 이르렀다. 문정부나 민주당 이재명 의원 관련 수사가 공회전을 거듭할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국민의힘 측에서는 민주당이 이전 정부 관련 수사를 막기 위해 검수완박 법안을 강행 처리했다는 주장을 제기했지만 국회 다수 의석에 밀려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다. 

반전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 취임과 함께 시작됐다. 윤 대통령은 한 장관을 초대 법무부 수장으로 지명했다. 측근조차 몰랐던 ‘깜짝’ ‘파격’ 발탁이었다. 인사청문회 때부터 높은 화제성을 등에 업은 한 장관은 취임하자마자 발 빠르게 검찰인사부터 챙겼다. 

공석인 검찰총장을 대행할 대검찰청 차장검사, 문정부 관련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장, 이 의원 관련 사건을 맡고 있는 수원지검장 등 주요 요직부터 물갈이가 시작됐다. 윤석열 사단이 약진했고 문정부에서 이른바 ‘친정부 검사’로 불렸던 이들은 뿔뿔이 좌천됐다.

이원석 대검 차장검사, 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 권순정 법무부 기획조정실장, 신자용 법무부 검찰국장 등은 윤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검찰총장으로 재직할 때 함께 근무했거나 과거 굵직한 수사를 진행할 때 함께했던 검사들이다.

칼잡이 전진 배치
칼부림만 남았다

법무부는 첫 검찰인사 이후 한 달 만인 지난달 22일 다시 검찰 고위간부 33명에 대한 인사를 발표했다. 이날 인사에서 전국의 반부패 강력사건을 총괄하는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에 ‘특수통’ 신봉수 서울고검 검사가 발탁됐다. 신봉수 검사는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을 지휘한 뒤 좌천된 바 있다.

서울동부지검장은 역시 특수통 임관혁 광주고검 검사가 맡게 됐다. 신응석 서울고검 검사는 의정부지검장으로 승진했다. 신응석 검사 역시 윤석열 사단으로 분류된다. 


윤석열 사단 ‘일색’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첫 검찰 인사와는 달리 두 번째 인사는 그 색이 조금 옅어졌다는 평이 나왔다. 노정연 창원지검장이 부산고검장으로 승진했다. 여성 고검장은 검찰 74년 역사상 처음이다. 인사 승진자 가운데 특수통이 아닌 공안통이 포함되는 등 법무부에서 ‘탕평 인사’를 고심했다는 의견이 검찰 내부에서 흘러 나왔다.

하지만 두 번째 검찰 인사에서도 친 문정부 검사들의 좌천은 계속됐다. 신성식 광주고검 차장검사, 고경순 춘천지검장, 이종근 대구고검 차장검사, 최성필 대검과학수사부장, 김양수 부산고검 차장 검사 등 문정부에서 승승장구했던 검사들은 이날 인사로 모두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좌천됐다. 

그리고 지난달 28일 윤석열정부 첫 검찰 중간간부 정기 인사가 진행됐다. 고검검사급(차장·부장검사) 683명, 일반 검사 29명 등 총 712명에 대한 신규 보임·전보 인사를 단행한 것. 지난해 6월 박범계 전 법무부 장관이 낸 662명에 대한 인사보다 더 규모가 큰 역대 최대다. 말 그대로 대대적인 ‘물갈이’가 이뤄졌다는 평이다. 

좌천됐다
다시 꽃길

이번 인사에서도 ‘윤석열 사단의 약진’이라는 큰 틀은 변화가 없었다. 특히 문정부 관련 사건 수사가 진행 중인 일선 지검 부서에 윤석열 사단 검사가 발탁됐다. 서울중앙지검 1차장에는 성상헌 서울동부지검 차장검사가 낙점됐다.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으로 재직할 무렵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으로 발령난 바 있다. 

큰 관심을 모았던 성남지청장은 이창수 대구고검 2차장검사가 맡게 됐다. 이 검사는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이던 시절 징계 국면에서 대검 대변인으로 보좌한 경험이 있다. 성남지청은 ‘성남FC 후원금 의혹’ ‘성남시 백현동 아파트 개발사업 특혜 의혹’ ‘김혜경씨(이 의원의 부인) 법인카드 유용 의혹’ 사건 등을 맡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 1~3부장은 엄희준 서울남부지검 중요경제범죄조사단 부장, 김영철 서울중앙지검 공판5부장, 강백신 서울동부지검 공판부장이 각각 발령났다. 엄 부장검사는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이던 시절 대검 수사지휘과장을 지냈다.

김 검사는 국정 농단 특검팀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수사했다. 강 검사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수사를 담당했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장에는 이희동 법무연수원 용인분원 교수, 공공수사2부장에는 이상현 서울서부지검 형사3부장이 배치됐다. 공공수사1부는 현재 초미의 관심사인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을, 공공수사2부는 ‘여성가족부 대선공약 개발 관여 의혹’을 수사 중이다. 

서울동부지검 차장에는 전무곤 안산지청 차장이 부임했다. 서울동부지검은 ‘산업부 블랙리스트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이다. 한 장관 취임 이후 부활한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 합동수사단(합수단) 단장에는 단성한 청주지검 형사1부장이 가게 됐다. 합수단은 가상화폐 ‘테라‧루나 사태’를 수사하고 있다. 

정권 수사
표적으로

박은정 성남지청장은 광주지검 중요경제범죄조사단 부장으로 전보됐다. 박 지청장은 성남FC 수사 무마 의혹으로 입건된 상태다. 이성윤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이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재직할 무렵 반부패 1부장을 지낸 김형근 인천지검 부천지청장, 신성식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이 수원지검장일 때 1차장검사로 같이 일한 양중진 차장검사는 서울고검 검사로 보임됐다. 


법무부는 “검찰 인사는 검찰을 위한 것이 아니라 국민의 이익을 위해 검찰이 제대로 일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추기 위한 것으로, 이번 인사를 통해 검찰이 산적한 주요 현안 업무에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했다”고 밝혔다. 

검찰 인사가 마무리되면서 검수완박으로 초토화됐던 조직이 다시 진용을 갖췄다는 평가와 함께 여진도 계속되고 있다. 인사 발표 후 검사들의 줄사표가 이어지고 있는 것.

지난달 30일 이혜은 부장검사, 고진원 공정거래조사 부장검사, 임대혁 형사13부장검사가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사직 인사를 남겼다. 하루 전인 29일에도 이선혁 형사1부장검사가 사의를 표명했다. 앞서 지난달 22일 두 번째 검찰인사 이후에도 최성필 대검 과학수사부장, 임현 서울고검 형사부 부장검사, 허인석 대구지검 서부지청 차장검사 등이 사의를 표명한 바 있다.

법조계에서는 당분간 검사들의 사직 릴레이가 계속될 것이라 보고 있다.

세 번에 걸친 검찰 인사가 마무리되면서 본격적인 사정 정국에 돌입하는 모양새다. 검찰 입장에서는 현재 6대 범죄(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부패·경제)로 정해져 있는 수사권이 오는 9월이면 2개(부패‧경제)로 줄어들기 때문에 빠른 결과를 내야 한다는 부담이 속전속결 검찰인사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검찰의 칼끝은 문정부와 이 의원 관련 사건에 정조준된 상태다. 문정부에서 정권 관련 수사를 하다가 좌천된 검사들이 윤정부 들어 대부분 영전하면서 전진 배치된 만큼 수사의 칼끝은 날카롭고 벼릴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미 몇몇 사건은 관련자들의 턱밑까지 쫓아간 상태다.


윤 사단 약진 친정부 좌천 공식
특수통 앞세워 문정부 정조준

성남시민프로축구단(이하 성남FC) 후원금 의혹과 관련해서는 수원지검 성남지청의 보완수사 요구를 받은 경기 분당경찰서가 시시각각 수사망을 좁혀가고 있다. 성남FC 의혹은 이 의원이 성남시장으로 재직하던 2015~2017년 두산건설, 네이버 등 6개 기업으로부터 후원금과 광고비 명목으로 160억원을 받고 해당 기업에 특혜를 줬다는 내용이다. 

2018년 6월 국민의힘(당시 자유한국당)이 이 의원을 제3자 뇌물제공 혐의로 고발한 뒤 3년3개월간 경찰 수사가 진행됐다가 지난해 9월 무혐의로 불송치 됐다. 이후 고발인이 경찰의 수사 결과에 이의신청을 제기하면서 사건은 성남지청으로 넘어갔다.

지난해 사건을 넘겨받은 성남지청 수사팀은 경찰의 보완수사를 요구했지만 이뤄지지 않았다. 

이 같은 사실은 수사를 맡고 있던 성남지청 박하영 검사(현재 퇴직)가 돌연 사직 의사를 표하면서 드러났다. 박은정 성남지청장이 성남FC 의혹 사건 수사를 무마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것도 이때다. 논란이 가라앉질 않자 당시 김오수 검찰총장은 신성식 당시 수원지검장에 진상 파악을 지시했고 이후 분당경찰서가 검찰의 보완수사 요청에 따라 재수사에 나섰다. 

백현동 개발 사업 특혜 의혹도 성남지청에서 맡고 있다. 2015년 아파트 시행업자가 이 의원의 측근 출신 인사를 영입한 후 성남시가 백현동 부지의 용적률을 올려 시행업자가 3000억원의 분양 수익을 올렸다는 내용이다. 검찰 중간간부 인사가 마무리된 만큼 이 사건 역시 수사에 속도가 붙으리라는 관측이 나온다.

민주당은 검찰총장 인선이 여전히 이뤄지지 않고 있는 점을 들어 법무부의 검찰인사를 비판했다. 민주당 박주민 의원 등 전반기 법제사법위원회 위원들은 “이제 누가 검찰총장이 되든 인사권도 없는 ‘식물 총장’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좁아지는
수사망

그러면서 “한 장관의 검찰 인사는 그 내용도, 절차도 막무가내”라며 “임명 후 두 번의 인사를 윤석열 사단으로 채우더니, 이번에도 역시나 윤 대통령 검찰 재직 당시 수사를 같이하거나 참모를 지낸 적이 있는 ‘친분’ 검사들이 요직을 차지했다”고 지적했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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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는 단연 서울시다. 서울시에 깃발을 꽂는 쪽이 전체 선거의 승리라 봐도 무관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진보 진영에서는 당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오세훈 대항마’를 자처하는 후보군이 속속 등장했지만, 서울 시민의 마음까지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전국 지역위원장 워크숍에서 제9회 지방선거(이하 지선) 승리라는 목표를 세웠다. 이달 중으로 지선 공천 룰을 확정해 빠르게 선거에 임하겠다는 방침이다. 큰 틀로는 ▲당원 민주주의 실현 ▲완전한 민주적 경선 ▲깨끗하고 유능한 후보 선출 ▲여성·청년·장애인 기회 확대 등 4대 방향이 제시됐다. 출사표 만지작 민주당은 이번 지선의 성격을 ‘완전한 내란 종식’으로 규정했다. 민주당 전국 지역위원장은 워크숍에서 ‘이재명정부 성공과 지선 승리를 위한 더불어민주당 전국지역위원장 결의문’을 통해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받들어 민생회복·내란청산·개혁완수라는 역사적 사명을 반드시 이루어 낼 것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내년 지선서 압도적 승리를 이끌어냄으로서 ‘무능 부패한 국민의힘 지방권력’을 심판하고 ‘진짜 자치분권 균형성장’의 시대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또한 “이정부 성공을 위해 당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모든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다가오는 지선은 민주당의 책임과 기회의 시험대다. 당의 힘을 모아 이정부의 성공과 지선 승리라는 두 목표를 함께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주목도가 높은 서울시장 선거 최종 후보가 되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을 키울 수 있다. 차기 서울시장 임기는 2030년으로 21대 대통령선거 시기와 맞아떨어진다. 그동안 서울시장은 대선주자로 가는 지름길로 여겨졌던 만큼 정치인으로서 큰 꿈을 꾸는 이들에게는 ‘일생일대의 기회’다. 민주당은 서울시장 선거 본선행 티켓을 놓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원내 의원들의 공식 출마 선언 이후에도 자칭타칭 물망에 오른 진보 인사들이 시기를 재고 있어 다양한 경선 구도가 그려질 것으로 관측된다. 박주민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도 가장 먼저 공식 출마 의사를 밝힌 인물이다. 그는 “서울이 ‘맏이’ 역할을 하며 지방 도시들과 함께 성장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며 일찌감치 선거판을 예열했다. 뒤이어 민주당 서영교 최고위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조희대 대법원장 저격수를 자처하며 존재감을 키운 그가 이번에는 “서민을 위해 일 잘하는 시장이 필요하다”며 오세운 서울시장 대항마로 나섰다. 서 최고위원은 “(오 시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무리하게 해제하면서 부동산 폭등을 자초했다”며 “이태원 참사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은 시점에서 큰 책임이 있는 용산구청장에게 서울시 주최 지역축제 안전관리 대상을 주는 등 시민의 요구, 시대의 요구를 전혀 읽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정감사 이후 결단을 내리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지난달 오마이TV ‘박정호의 핫스팟’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적 중요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반드시 승리할 후보가 서울시를 탈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자리에 과연 제가 적합한 후보인지 고민을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큰 판 향하는 의원들 오세훈만 꺾으면 끝? 지난 조기 대선 당시 ‘민주당 골목골목선대위 서울위원장’을 맡아 서울시 정책 로드맵을 짜는 데 참여한 만큼 출마 명분은 충분하다는 평이 나온다. 마찬가지로 원내 인사인 박홍근 의원과 김영배 의원도 몸풀기에 나섰다. 특히 박 의원은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선 지난해 8월 당시 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사전 논의가 있었던 점을 강조만 만큼 오랜 고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홍익표 전 의원도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생각하고 준비 중”이라며 도전을 시사했다. 홍 전 의원은 가장 민감한 서울 부동산 문제를 겨냥하는 등 오 시장의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꼽으며 저격에 나섰다. 박용진 전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 전 의원은 “아직 정해진 건 없다”면서도 연일 오 시장을 때리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에는 “민주당의 정치가 ‘영포티(젊어 보이려 애쓰는 40대)’ 정치로 전락하지 않도록 몸부림쳐야 한다”며 청년세대와의 통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원외에서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의 이름이 눈에 띈다. ‘K-브랜드지수’에서 서울시 지자체장 부문 1위 타이틀을 따낸 그는 활발한 SNS 활동으로 두터운 지지층을 보유한 인물이다. “나 서울 시민인데, 구청장님 좀 같이 씁시다” 등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팬덤을 등에 업고 민주당 원내 인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지 이목이 쏠린다. 민주당 후보군은 일동 ‘오세훈 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오 시장의 야심작인 한강버스가 연일 구설수에 오른 데 이어 최근 서울시가 최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서울 종묘 맞은편에 높이 145m 건물이 들어설 수 있도록 재정비촉진계획을 변경한 것을 두고 맹공에 나선 것이다. 지난 11일 민주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종묘 재개발 논의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당내 서울시장 후보군인 박주민 의원과 서영교 최고위원을 비롯한 전현희·김영배·박홍근 의원 등이 대거 참석했다. 특히 박홍근 의원은 “차기 시장, 그리고 대권 놀음을 위해 종묘를 제물로 바치겠다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서울 종묘가 서울시장 선거의 새로운 전장이 된 셈이다. 이리저리 혼돈의 표심 민주당에서는 윤석열정부 조기 퇴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 승리의 후광효과가 지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지선 기조를 내란 청산으로 내세운 것 역시 ‘내란 VS 헌법 수호’ 프레임이 유효하다고 본 것이다. 다시 꺼내든 내란 종식 키워드가 내년 지선에서도 먹힐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지선 압승이라는 낙관론에 젖어 서울시 민심을 제대로 훑지 못한다면 ‘이정부 심판론’으로 되치기당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지점이다. 민주당 출신의 한 정치권 관계자는 “서울시 선거는 ‘오세훈만 꺾으면 당선’ 같은 일차 방정식이 아니다. 오 시장이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등 각종 리스크에 발목 잡혀 약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울시민이 내란 종식을 외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겠냐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다시 출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구 특성만큼 변수도 많은 서울시 자체가 첫 번째 허들이다. 서울은 마포·용산·영등포·광진·동작·성동·강동·중구 등 13개 선거구를 일컫는 한강벨트를 따라 보수층이 포진해 있어 보수 텃밭으로 여겨지지만, 지난해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이 서울 48석 중 37석을 얻어 과반이 넘는 지역에 파란 깃발을 수놓았다. 그럼에도 조기 대선에서 당시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서울시에서 각각 47.1%, 41.6%를 얻어 두 후보 간의 격차는 5.5%p에 불과했다. 여기에 범보수로 여겨지는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얻은 9.9%를 더하면 보수 진영이 진보 진영을 앞서게 된다. 비상계엄이라는 특수 상황을 경험했지만 40%에 달하는 서울 시민이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두 번째는 한강벨트를 따라 빼곡히 자리 잡은 부동산이다. 정부의 10·15 부동산 정책을 통해 서울시 민심을 움직이는 건 진영 간의 논리 싸움이 아닌 정책, 그중에서도 집값이라는 게 명확해졌다.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과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는 이재명표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약 보름 뒤 민주당 지지율이 1주일 새 10%포인트 하락하며 국민의힘에 오차범위 내에서 역전됐다. 지지층에 휩쓸릴라 한국갤럽이 지난달 28~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의 서울 지지율은 31%로 전주 대비 10%p 떨어졌다. 반면 국민의힘은 12%p 오른 32%로 집계됐다. 서울을 대상으로 고강도 대책이 발표되자 서울 민심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전체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1%포인트 상승해 57%를 기록했지만,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서울 지역에서는 8%p 하락한 47%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2.6%다.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와 한국갤럽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결국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진영 간의 대립구도가 아닌 인물과 정책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지지만, 진보 진영 후보들은 본선 진출을 위해 당원의 표심을 얻는 일을 우선해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졌다. 지선을 앞두고 민주당 지도부가 권리당원 권한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국민의힘과 잘 싸우는 ‘전투적인 후보’가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차기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진보·여권 후보 가운데 정 구청장이 1위를 차지했다. 만일 정 구청장이 출마 의지를 굳히더라도 박주민·서영교 의원 등 쟁쟁한 원내 인사를 제치고 당원의 선택을 받을지 확신할 수 없다. 인지도면은 물론 민주당 지선 기조가 내란 청산으로 자리 잡은 한 12·3 비상계엄을 해제한 인물에게 더 많은 정치적 유산과 서사가 쥐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박 전 의원은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동시에 민주당 강성 지지층에게 집중적으로 질타 받았다. 2023년 8월 당시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이던 시절 체포동의안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던 중 불체포특권 포기 성명에 이름을 올린 31명의 의원 중 한 명인 만큼 경선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면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꾸준히 이름을 알려온 경우 경선 통과가 수월하지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개딸(개혁의 딸들)이 밀어준 강경파 후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면 정책이나 행정가로서의 자질은 묻히고 이에 거부감을 느낀 중도층의 표가 분산될 것이란 점에서다. 당원 마음 잡으랴, 중도층 안으랴 김민석·강훈식 ‘투톱’ 차출설도 경선과 본선을 놓고 민주당의 딜레마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김민석·강훈식 차출설’이 돌면서 서울시장 선거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인지도가 높고 행정가 면모가 돋보이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강훈식 대통령실비서실장을 서울시장 후보로 내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국정 투톱이 또다시 정치의 한가운데에 들어섰다. 앞서 김 총리는 여러 차례에 걸쳐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지만 종묘 재개발 논쟁에 뛰어들면서 다시 불을 댕겼다. 지난 10일 김 총리가 서울 종묘 일대를 찾아 “무리하게 한강버스를 밀어붙이다 시민의 부담을 초래한 서울시로서는 더욱 신중하게 국민적 우려를 경청해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는데, 이를 두고 오 시장이 “국민 감정을 자극하려 하는데 이는 선동”이라며 지선을 겨냥한 발언이라고 의심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 차례 서울시장에 도전했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이름도 다시 거론된다. 김 총리가 서울시장 대신 당 대표로 나서고, 직을 내려놓은 정 대표가 서울시장 도전 후 대권 코스를 밟는 시나리오다. 3대 개혁을 두고 당정 불협화음이라는 의심의 눈초리가 따라붙는 만큼 교통정리를 통해 당정 서로에게 윈윈(win-win)하는 방법으로 꼽힌다. 우선 민주당 관계자들은 앞선 두 사람의 출마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보고 있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총리나 대통령비서실장 자리에 생긴 공백은 국정 운영에 차질이 빚을뿐더러 정부 출범 1년도 되지 않은 시기에 지선 후보로 차출할 시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게 공통된 설명이다. 정 대표의 서울시장 도전 여부 역시 “이제 겨우 (취임) 100일이 지났다”며 일축했다. 이처럼 ‘스타 정치인’ 후보군이 물망에 오르자 당 일각에서도 지역 일꾼을 뽑는 지선의 의미가 퇴색될까 우려하는 모양새다. 경선 당락을 결정할 당원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 지나친 선명성 경쟁이 이어질 경우 중도층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많은 변수들 여권 관계자는 “지선 결과를 미리 예단하기엔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차분하게 기다리면서 후보들의 공약을 분석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 종묘 재개발 같은 이슈가 전방으로 나올 텐데 그때마다 (민주당도) 네거티브로 맞받아치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우리 당원도 내란 종식과 민생회복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을 최종 후보로 뽑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터줏대감 눈치 보는 국힘? 더불어민주당과 마찬가지로 국민의힘 역시 서울시장을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보고 있다. 서울시 사수를 위해 후보군을 물색하고 있지만, 오세훈 시장의 임기가 남은 만큼 누구 하나 선뜻 도전장을 내밀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에 오 시장의 재도전이 유일한 방법으로 여겨지는 모양새다. 오 시장은 “시민들이 어떤 평가를 해줄지 지켜보며 거취를 분명히 하겠다”며 3선 도전 가능성을 내비쳤다.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종묘 재개발 등 리스크를 안고 있지만 현역 프리미엄에 기댄다면 시도해 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 셈이다. 한때 경기도지사 후보로 거론됐던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이번에는 서울시장 물망에 올랐다.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진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오 시장이 아닌 나 의원을 상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이목이 쏠렸지만 정작 나 의원은 서울시장 도전 가능성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