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경철의 부동산테크 필승전략 <98>주택거래 활성화 대책

  • 장경철 2002cta@naver.com
  • 등록 2012.09.17 11:4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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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대목용’3개월 시한부 땜질 처방

<일요시사=장경철 르포라이터>정부가 지난 10일 주택거래 활성화 카드를 또 꺼냈다. 이번에는 세금인데 주택을 살 때 내는 취득세를 50% 더 줄여주고, 미분양 주택을 사서 집값이 올라도 5년간 오른 차익은 양도소득세를 면제해 주겠다는 게 주요 골자다. 취득가 9억원 이하 1주택자에 대해 금년 말까지 한시적으로 취득세를 다시 1%로 낮추겠다는 대책은 당장 저가 소형주택 등 매입을 망설이고 있던 실수요자들을 자극할 것으로 보인다. 9억원 이하 1주택자가 아니더라도 취득세가 4%에서 2%로 줄어 기대효과가 크다.

올해 말까지 한시적 취득세 감면·양도세 면제
9억원대 주택 2000만원 비용 절감 효과 기대

과거 주택거래량에 있어 취득세의 감면 효과는 탁월했다. 정부는 취득세를 1%로 한시적으로 낮췄다가 올해 1월 다시 2%로 환원했는데, 그 사이 주택거래량은 지난해 12월 10만5975건에서 올 1월 2만8694건으로 급감했다. 취득세 감면혜택 종료를 앞두고 거래량이 반짝 급증했던 것이 푹 가라앉은 탓이다. 이후에도 5·10 대책 등 여러 가지 부양책들이 나왔지만 올 상반기 거래량은 46만4727건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상반기 49만7083건보다 훨씬 줄어든 상태다.

내수부진 탈출 초점
“꼬인 실타래 푼다”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지난 10일 정부의 취득세 감면 조치와 관련 “이번 정부의 취득세 감면 조치는 지난해처럼 소급 적용되지 않는다”며 “이르면 이달 하순 열리는 국회에서 법안이 통과되는 대로 시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날 제5차 경제활력대책회에서 주택거래활성화를 위해 취득세를 올해 말까지 50% 감면하고, 올해 말까지 미분양주택을 취득할 경우 향후 5년 동안 발생하는 차익에 대한 양도소득세를 전액 감면해주기로 했다. 정부는 시도지사협의회를 통해 지자체와 협의한 뒤 최종안을 확정하고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다주택자 중과세 등 정기국회 입법예고 중인 개정안과는 별도로 국회의결을 추진해 신속히 진행할 것”이라며 “정치권에서도 어느 정도 컨센서스를 형성한 부분이 있는 것으로 법안 통과가 조속히 이뤄질 것으로 본다”고 예상했다. 이어 “취득세 감면은 신규 주택 등기일을 기준으로 한 것”이라며 “통상적으로 거래에서 등기가 이뤄지는 기간이 1∼2개월 소요되는 점을 감안하면 지금 주택을 구입하더라도 세제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MB정부 마지막 카드 이번엔 과연…”

국토부 측은 향후 주택거래활성화에 대한 세제감면 조치가 상당한 영향을 발휘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관계자는 “경제활력대책회의는 내수부진 탈출에 초점이 맞춰진 것”이라며 “내수부진의 가장 큰 원인이 주택거래 부진에 따른 현금 흐름 가뭄현상에 기인한 것으로 이번 조치로 인해 꼬인 실타래가 풀릴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만 취득세 등 세제감면 혜택 연장 가능성에 대해서는 유보적인 입장을 취했다. 그는 “이번 조치로 주택가격 급등기에 제한이 걸렸던 조치 대부분이 풀렸다”며 “취득세 감면 조치 연장은 향후 주택거래 상황 등을 면밀히 살펴보고 결정할 부분”이라고 전했다.

서울 동작구의 한 아파트에 전세로 살고 있는 허창(42)씨는 내집 마련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재계약 시점이 돌아왔지만 오히려 전세가격이 큰 폭으로 뛰어 차라리 돈을 조금 더 보태 급매물로 나온 아파트를 싸게 잡는 게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허씨는 급매물로 나온 서울 노원구 상계동 주공4단지 전용 56㎡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2억원을 웃돌던 집값이 최근 1억8000만원대에 나왔다.

최근 정부가 9억원 이하 주택을 살 때 현재 2%인 부동산 취득세율을 올해 말까지 50% 감면키로 하면서 허씨와 같은 실수요자들은 집 사기가 훨씬 수월해졌다. 지금 허씨가 주공4단지 56㎡ 아파트를 산다면 396만원을 취득세로 내야 하는데, 9억원 이하 주택을 사는 1주택자는 현재 집값의 2.2%(취득세 2%+지방교육세 0.2%)를 부담하게 되어 있다.

그러나 이번 조치로 허씨가 내야할 취득세는 198만원으로 절반 줄어든다. 이사비용은 거뜬히 챙길 수 있는 금액이다. 9억원 초과 주택 역시 현행 4.4%의 취득세율이 2.2% 줄면서 취득세 감면 비용이 적지 않다.

예를 들면 잠실주공5단지 전용 110㎡는 현재 9억2000만원 수준에 거래되고 있는데, 9억원 초과 주택은 집값의 4.4%(취득세 4%+지방교육세 0.4%)를 취득세로 내지만 전용 85㎡를 초과하면 농어촌특별세 0.2%가 가산돼 4.6%를 내야 한다. 취득세로 4232만원을 내야 하지만 연내 이 집을 사면 취득세는 2116만원으로 대폭 줄어들게 된다.

미분양주택 취득 시
5년간 양소세 감면


정부는 위축된 주택시장 활성화를 위해 올 연말까지 구입한 미분양아파트의 양도소득세를 향후 5년간 면제키로 했다. 이는 최근 주택거래가 2006년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최저 수준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서울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준공 후 미분양이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어 대책마련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다.
업계에 따르면 이번 조치로 전국 6만7060가구의 미분양아파트가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이중 수도권 내 준공 후 미분양은 1만241가구다.

정부가 내놓은 이번 미분양 양도세 감면방안을 살펴보면 우선 취득 후 5년 이내 되파는 경우 해당 기간 중 발생하는 양도소득액이 전액 감면된다. 예컨대 총 양도소득이 3억원이고 5년내 발생한 양도소득이 2억원인 경우 1억원에 대해서만 과세한다는 것이다.

대책은 주택거래 정상화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지난해 4∼12월 취득세를 낮추자 월평균 주택 거래량(8만2000건)이 전년보다 22% 늘었다. 국토부 관계자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와 분양가 상한제 폐지 등의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세금 감면 정책과 맞물려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양도세, 국회 의결 이후 취득분부터 적용
시장 “어느 정도 효과 있겠지만 역부족”

전문가들은 집값 하락폭이 적은 중소형 주택이면서 교통이나 기반시설이 잘 갖춰진 곳에는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수도권 택지지구 중에서 서울 접근성이 우수한 경기 김포 한강신도시, 고양 삼송지구, 남양주 별내신도시 등이 양도세 감면의 수혜지역으로 꼽히고 있다.

그러나 시장 활성화 효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라는 평가도 있다. 전국적으로 6만7000가구가 넘는 미분양아파트를 해소하기엔 매입 기간이 올해 말까지 3개월에 불과한 시한부 정책인 데다 법이 언제 통과될지 몰라서다. 정부 내에서조차 회의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양도세 감면 정책도 집값이 올라야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법 시행 전까지 매매 거래가 스톱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감면 기간이 지나면 내년 이후 거래가 더 얼어붙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현재 전세금 상승 등으로 실수요 대기자가 많아 추석 이후 거래가 몰리면서 일시적으로 집값이 오르는 ‘역풍’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부동산 업계는 이번 조치로 주택거래 활성화를 위해 나올만한 대책은 모두 나왔다는 반응이다. 분양가상한제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재건축 초과이익 부담금 2년 부과중지 등이 국회에 계류돼 있고 DTI(총부채상환비율) 일부 완화도 예고돼있는 상황에서 양도세와 취득세 감면마저 가능해짐에 따라 부동산시장에 호재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내년 더 위축 지적
집값 상승 역풍도

반면 이번 조치가 기존주택 거래 활성화와 신규분양시장 활기로 이어지기는 역부족일 것이란 분석도 있다. 극도로 위축된 소비심리 때문에 단기간에 효과를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IMF 외환위기 당시 취·등록세와 양도세 감면으로 시장을 살린 학습효과가 있기 때문에 시장에는 분명 호재이지만 미분양아파트가 대부분 중대형인데다, 소비자의 의사결정을 뒤집을 정도의 호재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오히려 소비자들이 실제 대책 시행시기를 기다리며 대기수요로 돌아설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한국주택협회 관계자는 “분양가상한제 폐지, DTI 일부 완화 등 여러 대책들이 발표만 됐을 뿐, 실제 시행에 들어간 게 거의 없다”며 “자칫 가을 분양시장이 본격 시작되고 있는 상황에서 소비자들이 대책 시행시기까지 구매를 미루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마지막으로 LH에 분양대금을 미납한 토지·주택계약자의 연체이자율을 0.5(1개월 미만)∼1%p(1개월 이상) 인하를 추진한다. 현재 LH는 분양계약을 체결한 택지, 상업용지, 주택 등에 대해 미납시 납부 촉진 등을 위해 9∼13%의 지연손해금(연체이자)을 부과하고 있다. 하지만 부동산 경기침체에 따라 유동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토지·주택계약자의 부담완화와 경기 활성화를 위해 연체이자율 인하를 9월 중 시행한다. 또 연체이자율 인하로 약 410억원(토지 370억원, 주택 40억원)의 인하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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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경철은?

- 스피드뱅크, 조인스랜드, 닥터아파트 부동산칼럼니스트
-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부동산 기사 제공
- 프라임경제 객원기자
-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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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는 단연 서울시다. 서울시에 깃발을 꽂는 쪽이 전체 선거의 승리라 봐도 무관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진보 진영에서는 당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오세훈 대항마’를 자처하는 후보군이 속속 등장했지만, 서울 시민의 마음까지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전국 지역위원장 워크숍에서 제9회 지방선거(이하 지선) 승리라는 목표를 세웠다. 이달 중으로 지선 공천 룰을 확정해 빠르게 선거에 임하겠다는 방침이다. 큰 틀로는 ▲당원 민주주의 실현 ▲완전한 민주적 경선 ▲깨끗하고 유능한 후보 선출 ▲여성·청년·장애인 기회 확대 등 4대 방향이 제시됐다. 출사표 만지작 민주당은 이번 지선의 성격을 ‘완전한 내란 종식’으로 규정했다. 민주당 전국 지역위원장은 워크숍에서 ‘이재명정부 성공과 지선 승리를 위한 더불어민주당 전국지역위원장 결의문’을 통해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받들어 민생회복·내란청산·개혁완수라는 역사적 사명을 반드시 이루어 낼 것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내년 지선서 압도적 승리를 이끌어냄으로서 ‘무능 부패한 국민의힘 지방권력’을 심판하고 ‘진짜 자치분권 균형성장’의 시대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또한 “이정부 성공을 위해 당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모든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다가오는 지선은 민주당의 책임과 기회의 시험대다. 당의 힘을 모아 이정부의 성공과 지선 승리라는 두 목표를 함께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주목도가 높은 서울시장 선거 최종 후보가 되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을 키울 수 있다. 차기 서울시장 임기는 2030년으로 21대 대통령선거 시기와 맞아떨어진다. 그동안 서울시장은 대선주자로 가는 지름길로 여겨졌던 만큼 정치인으로서 큰 꿈을 꾸는 이들에게는 ‘일생일대의 기회’다. 민주당은 서울시장 선거 본선행 티켓을 놓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원내 의원들의 공식 출마 선언 이후에도 자칭타칭 물망에 오른 진보 인사들이 시기를 재고 있어 다양한 경선 구도가 그려질 것으로 관측된다. 박주민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도 가장 먼저 공식 출마 의사를 밝힌 인물이다. 그는 “서울이 ‘맏이’ 역할을 하며 지방 도시들과 함께 성장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며 일찌감치 선거판을 예열했다. 뒤이어 민주당 서영교 최고위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조희대 대법원장 저격수를 자처하며 존재감을 키운 그가 이번에는 “서민을 위해 일 잘하는 시장이 필요하다”며 오세운 서울시장 대항마로 나섰다. 서 최고위원은 “(오 시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무리하게 해제하면서 부동산 폭등을 자초했다”며 “이태원 참사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은 시점에서 큰 책임이 있는 용산구청장에게 서울시 주최 지역축제 안전관리 대상을 주는 등 시민의 요구, 시대의 요구를 전혀 읽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정감사 이후 결단을 내리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지난달 오마이TV ‘박정호의 핫스팟’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적 중요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반드시 승리할 후보가 서울시를 탈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자리에 과연 제가 적합한 후보인지 고민을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큰 판 향하는 의원들 오세훈만 꺾으면 끝? 지난 조기 대선 당시 ‘민주당 골목골목선대위 서울위원장’을 맡아 서울시 정책 로드맵을 짜는 데 참여한 만큼 출마 명분은 충분하다는 평이 나온다. 마찬가지로 원내 인사인 박홍근 의원과 김영배 의원도 몸풀기에 나섰다. 특히 박 의원은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선 지난해 8월 당시 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사전 논의가 있었던 점을 강조만 만큼 오랜 고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홍익표 전 의원도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생각하고 준비 중”이라며 도전을 시사했다. 홍 전 의원은 가장 민감한 서울 부동산 문제를 겨냥하는 등 오 시장의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꼽으며 저격에 나섰다. 박용진 전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 전 의원은 “아직 정해진 건 없다”면서도 연일 오 시장을 때리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에는 “민주당의 정치가 ‘영포티(젊어 보이려 애쓰는 40대)’ 정치로 전락하지 않도록 몸부림쳐야 한다”며 청년세대와의 통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원외에서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의 이름이 눈에 띈다. ‘K-브랜드지수’에서 서울시 지자체장 부문 1위 타이틀을 따낸 그는 활발한 SNS 활동으로 두터운 지지층을 보유한 인물이다. “나 서울 시민인데, 구청장님 좀 같이 씁시다” 등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팬덤을 등에 업고 민주당 원내 인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지 이목이 쏠린다. 민주당 후보군은 일동 ‘오세훈 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오 시장의 야심작인 한강버스가 연일 구설수에 오른 데 이어 최근 서울시가 최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서울 종묘 맞은편에 높이 145m 건물이 들어설 수 있도록 재정비촉진계획을 변경한 것을 두고 맹공에 나선 것이다. 지난 11일 민주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종묘 재개발 논의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당내 서울시장 후보군인 박주민 의원과 서영교 최고위원을 비롯한 전현희·김영배·박홍근 의원 등이 대거 참석했다. 특히 박홍근 의원은 “차기 시장, 그리고 대권 놀음을 위해 종묘를 제물로 바치겠다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서울 종묘가 서울시장 선거의 새로운 전장이 된 셈이다. 이리저리 혼돈의 표심 민주당에서는 윤석열정부 조기 퇴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 승리의 후광효과가 지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지선 기조를 내란 청산으로 내세운 것 역시 ‘내란 VS 헌법 수호’ 프레임이 유효하다고 본 것이다. 다시 꺼내든 내란 종식 키워드가 내년 지선에서도 먹힐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지선 압승이라는 낙관론에 젖어 서울시 민심을 제대로 훑지 못한다면 ‘이정부 심판론’으로 되치기당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지점이다. 민주당 출신의 한 정치권 관계자는 “서울시 선거는 ‘오세훈만 꺾으면 당선’ 같은 일차 방정식이 아니다. 오 시장이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등 각종 리스크에 발목 잡혀 약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울시민이 내란 종식을 외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겠냐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다시 출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구 특성만큼 변수도 많은 서울시 자체가 첫 번째 허들이다. 서울은 마포·용산·영등포·광진·동작·성동·강동·중구 등 13개 선거구를 일컫는 한강벨트를 따라 보수층이 포진해 있어 보수 텃밭으로 여겨지지만, 지난해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이 서울 48석 중 37석을 얻어 과반이 넘는 지역에 파란 깃발을 수놓았다. 그럼에도 조기 대선에서 당시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서울시에서 각각 47.1%, 41.6%를 얻어 두 후보 간의 격차는 5.5%p에 불과했다. 여기에 범보수로 여겨지는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얻은 9.9%를 더하면 보수 진영이 진보 진영을 앞서게 된다. 비상계엄이라는 특수 상황을 경험했지만 40%에 달하는 서울 시민이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두 번째는 한강벨트를 따라 빼곡히 자리 잡은 부동산이다. 정부의 10·15 부동산 정책을 통해 서울시 민심을 움직이는 건 진영 간의 논리 싸움이 아닌 정책, 그중에서도 집값이라는 게 명확해졌다.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과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는 이재명표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약 보름 뒤 민주당 지지율이 1주일 새 10%포인트 하락하며 국민의힘에 오차범위 내에서 역전됐다. 지지층에 휩쓸릴라 한국갤럽이 지난달 28~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의 서울 지지율은 31%로 전주 대비 10%p 떨어졌다. 반면 국민의힘은 12%p 오른 32%로 집계됐다. 서울을 대상으로 고강도 대책이 발표되자 서울 민심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전체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1%포인트 상승해 57%를 기록했지만,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서울 지역에서는 8%p 하락한 47%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2.6%다.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와 한국갤럽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결국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진영 간의 대립구도가 아닌 인물과 정책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지지만, 진보 진영 후보들은 본선 진출을 위해 당원의 표심을 얻는 일을 우선해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졌다. 지선을 앞두고 민주당 지도부가 권리당원 권한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국민의힘과 잘 싸우는 ‘전투적인 후보’가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차기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진보·여권 후보 가운데 정 구청장이 1위를 차지했다. 만일 정 구청장이 출마 의지를 굳히더라도 박주민·서영교 의원 등 쟁쟁한 원내 인사를 제치고 당원의 선택을 받을지 확신할 수 없다. 인지도면은 물론 민주당 지선 기조가 내란 청산으로 자리 잡은 한 12·3 비상계엄을 해제한 인물에게 더 많은 정치적 유산과 서사가 쥐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박 전 의원은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동시에 민주당 강성 지지층에게 집중적으로 질타 받았다. 2023년 8월 당시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이던 시절 체포동의안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던 중 불체포특권 포기 성명에 이름을 올린 31명의 의원 중 한 명인 만큼 경선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면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꾸준히 이름을 알려온 경우 경선 통과가 수월하지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개딸(개혁의 딸들)이 밀어준 강경파 후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면 정책이나 행정가로서의 자질은 묻히고 이에 거부감을 느낀 중도층의 표가 분산될 것이란 점에서다. 당원 마음 잡으랴, 중도층 안으랴 김민석·강훈식 ‘투톱’ 차출설도 경선과 본선을 놓고 민주당의 딜레마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김민석·강훈식 차출설’이 돌면서 서울시장 선거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인지도가 높고 행정가 면모가 돋보이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강훈식 대통령실비서실장을 서울시장 후보로 내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국정 투톱이 또다시 정치의 한가운데에 들어섰다. 앞서 김 총리는 여러 차례에 걸쳐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지만 종묘 재개발 논쟁에 뛰어들면서 다시 불을 댕겼다. 지난 10일 김 총리가 서울 종묘 일대를 찾아 “무리하게 한강버스를 밀어붙이다 시민의 부담을 초래한 서울시로서는 더욱 신중하게 국민적 우려를 경청해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는데, 이를 두고 오 시장이 “국민 감정을 자극하려 하는데 이는 선동”이라며 지선을 겨냥한 발언이라고 의심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 차례 서울시장에 도전했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이름도 다시 거론된다. 김 총리가 서울시장 대신 당 대표로 나서고, 직을 내려놓은 정 대표가 서울시장 도전 후 대권 코스를 밟는 시나리오다. 3대 개혁을 두고 당정 불협화음이라는 의심의 눈초리가 따라붙는 만큼 교통정리를 통해 당정 서로에게 윈윈(win-win)하는 방법으로 꼽힌다. 우선 민주당 관계자들은 앞선 두 사람의 출마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보고 있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총리나 대통령비서실장 자리에 생긴 공백은 국정 운영에 차질이 빚을뿐더러 정부 출범 1년도 되지 않은 시기에 지선 후보로 차출할 시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게 공통된 설명이다. 정 대표의 서울시장 도전 여부 역시 “이제 겨우 (취임) 100일이 지났다”며 일축했다. 이처럼 ‘스타 정치인’ 후보군이 물망에 오르자 당 일각에서도 지역 일꾼을 뽑는 지선의 의미가 퇴색될까 우려하는 모양새다. 경선 당락을 결정할 당원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 지나친 선명성 경쟁이 이어질 경우 중도층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많은 변수들 여권 관계자는 “지선 결과를 미리 예단하기엔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차분하게 기다리면서 후보들의 공약을 분석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 종묘 재개발 같은 이슈가 전방으로 나올 텐데 그때마다 (민주당도) 네거티브로 맞받아치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우리 당원도 내란 종식과 민생회복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을 최종 후보로 뽑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터줏대감 눈치 보는 국힘? 더불어민주당과 마찬가지로 국민의힘 역시 서울시장을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보고 있다. 서울시 사수를 위해 후보군을 물색하고 있지만, 오세훈 시장의 임기가 남은 만큼 누구 하나 선뜻 도전장을 내밀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에 오 시장의 재도전이 유일한 방법으로 여겨지는 모양새다. 오 시장은 “시민들이 어떤 평가를 해줄지 지켜보며 거취를 분명히 하겠다”며 3선 도전 가능성을 내비쳤다.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종묘 재개발 등 리스크를 안고 있지만 현역 프리미엄에 기댄다면 시도해 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 셈이다. 한때 경기도지사 후보로 거론됐던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이번에는 서울시장 물망에 올랐다.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진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오 시장이 아닌 나 의원을 상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이목이 쏠렸지만 정작 나 의원은 서울시장 도전 가능성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