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남자골프 세계랭킹 1위 스코티 셰플러(미국)가 마스터스 우승자에게 주어지는 ‘그린재킷’의 주인공이 됐다. 이번 대회는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의 복귀 무대라는 점에서 주목도가 한층 높았다.
셰플러는 지난달 11일(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GC(파72)에서 막을 내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마스터스 토너먼트(총상금 1500만달러)’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셰플러는 마지막 4라운드에서 버디 4개에 보기 1개, 더블보기 1개를 묶어 1타를 더 줄여 최종합계 10언더파 278타를 기록하며, 생애 첫 메이저 대회 우승을 신고했다.
파죽지세
이번 우승으로 셰플러는 세계랭킹 1위뿐만 아니라 다승(4승), 상금랭킹, 페덱스컵 랭킹도 1위를 굳게 지켰다. 지난 2월 피닉스 오픈에서 PGA 투어 생애 첫 우승을 거둔 셰플러는 이후 58일 만에 무려 4승을 쓸어 담는 등 새로운 ‘골프 황제’의 등극을 알렸다.
셰플러는 2019-2020시즌 PGA 투어 신인왕 출신이지만, 앞선 두 시즌 동안 우승이 없었다. 지난 2월 71번째 PGA 투어 출전 만에 첫 우승을 신고했고, 3월 아널드파머 인비테이셔널, 월드골프챔피언십(WGC) 델테크놀로지스 매치플레이에서 차례로 우승했다. 그리고 상승세를 마스터스에서까지 이어가며 자신의 첫 메이저 타이틀까지 거머쥐었다.
생애 첫 메이저 대회 우승
2년 예열 끝내고 무서운 독주
최근 셰플러가 벌어들인 상금은 어마어마한 수준이다. 델테크놀로지스 매치플레이 210만달러, 아널드파머 인비테이셔널 216만달러, 마스터스 270만달러 등 세 차례나 200만달러가 넘는 우승 상금을 손에 쥐었다. 피닉스 오픈 우승 상금 147만달러까지 합하면 2개월 동안 획득한 상금만 843만달러(약 103억7400여만원)에 달한다. 하루에 14만500달러(약 1억7290여만원)씩 벌어들인 셈이다.
‘커리어그랜드슬램’ 달성을 꿈꿨던 매킬로이는 마지막 날 8언더파를 몰아치는 등 신들린 샷을 펼쳤지만, 첫날 1오버파로 부진했던 탓에 2위에 만족해야 했다. 3타 차 2위로 챔피언 조에서 셰플러와 맞대결을 펼친 캐머런 스미스(호주)는 1타를 잃어 셰인 라우리(아일랜드)와 함께 공동 3위(최종합계 5언더파 283타)로 대회를 마쳤다.
한국 선수 중에서는 임성재(24)가 가장 좋은 성적을 거뒀다. 임성재는 마지막 날 보기 6개에 버디 3개를 묶어 3타를 잃었다. 최종합계 1언더파 287타를 기록한 임성재는 저스틴 토머스(미국)와 함께 공동 8위로 대회를 마쳤다. 2020년 공동 2위에 이어 통산 두 번째 ‘톱10’ 입상이다. 이로써 임성재는 12위 이내 입상자에게 주는 내년 마스터스 출전권을 확보했다.
우즈 복귀 절반의 성공
불편한 몸…여전한 장타
선두에 5타 뒤진 3위로 최종 라운드를 맞은 임성재는 4번 홀(파3)에서 1타를 잃으며 불안한 출발을 보였다. 이후 7번 홀(파4) 버디로 잃었던 타수를 만회했지만, 9번 홀(파4)과 11번 홀(파4)에서 3퍼트로 보기를 범한 게 뼈아팠다. 12번 홀(파3) 보기도 상승 동력을 잃게 된 임성재는 13번 홀(파5)과 14번 홀(파4) 연속 버디로 분위기를 바꾸는 듯했지만, 15번 홀(파5)과 마지막 18번 홀 보기로 고개를 떨궜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는 복귀 무대로 마스터스를 선택했다. 우즈의 PGA 투어 정규 대회에 출전은 2020년 11월 마스터스 이후 509일 만이다.
지난해 2월 자동차 사고로 심각한 다리 부상을 당한 우즈는 10개월에 걸친 초인적인 재활 끝에 지난해 12월 아들 찰리와 함께 가족 대항 이벤트 대회인 PNC 챔피언십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 대회에서 우즈는 불편한 다리 때문에 카트를 타고 이동했다. 당시 그는 72홀을 걸어서 경기하기에는 아직 무리라고 생각했던 것.
런 점에서 우즈의 마스터스 출전은 다소 이른 감이 없지 않다. 물론 그 전에 우즈가 마스터스를 복귀 무대로 삼을 것이란 예상은 나온 바 있다.
우즈는 “힘든 시간이었다. 침대에 있다가, 휠체어를 탔다. 수술과 재활을 반복했다. 좋지 않은 시간이었다”고 지난날을 돌아봤다.
우즈는 일찌감치 오거스타를 방문해 절친인 저스틴 토머스(미국)와 연습 라운드를 하며 몸 상태를 점검했다. 우즈는 기자회견에 앞서 1시간가량 연습장에서 연습볼을 쳤다.
우즈는 연습 라운드에서 300야드를 넘나드는 장타를 날렸다. 걸음걸이는 다소 불편했지만, 오르막과 내리막이 심한 오거스타 내셔널GC를 시종일관 걸었다. 우즈는 “우승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출전을 결심했다”며 “72홀을 걷는 게 가장 힘겨운 과제가 될 것”이라고 고충도 전했다.
화제 만발
우즈의 필드 복귀전은 ‘절반의 성공’으로 마무리됐다. 우즈의 최종 성적은 13오버파 301타로, 컷을 통과한 52명 가운데 47위였다. 1라운드에서 1언더파를 치며 기대감을 드러냈지만 2라운드부터 사흘 연속 타수를 잃었다. 특히 3, 4라운드에서는 자신의 마스터스 최악의 스코어 78타를 제출했다. 성적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으나 18번 홀 그린을 벗어날 때 관람객들은 타이거를 연호하며 부상 투혼을 펼친 황제에게 아낌없는 박수갈채를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