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2019년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코로나19는 전 세계를 마비시켰다. 그러나 이 와중에도 호황을 누린 곳이 있다. 바로 마스크 회사다. 2020년 3월 정부는 코로나 방역 대책으로 마스크 착용 의무화를 발표했고, 그로부터 27개월이 지났다. 지난 2일부터 실외 마스크 의무화가 해제됐다. 마스크 회사의 호황은 이미 ‘과거의 영광’이 된 실정이다.
코로나19는 호흡기 감염질환으로, 감염자의 비말(침방울)이 호흡기나 눈·코·입의 점막으로 침투될 때 전염된다. 이를 막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가 마스크로, 코로나 초기 그야말로 ‘마스크 대란’이 일었다. 가장 큰 문제는 의료현장이었다. 코로나 최전방에서 싸우는 의료진 역시 마스크가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이런 상황에 일반 시민들이 쓸 마스크가 부족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반짝 호황
2020년 3월 임시국무회의는 마스크의 ▲공급 ▲생산 ▲원자재 ▲수출 ▲판매업자 등에 관한 내용이 주를 이뤘다. 그만큼 정부의 관심사는 ‘마스크’에 집중됐다. 마스크는 약국에서 판매했고 생년월일의 끝날을 맞춰 방문하면 구매할 수 있었다.
웃돈을 얹어야 마스크를 살 수 있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이런 조치에도 마스크를 사기 위해 길게는 1시간까지 약국 밖에서 줄을 서야 했고, 노약자나 직장인들을 위한 판매 날짜를 따로 지정하는 상황도 발생했다.
마스크 판매 수량도 1인당 3~5매로 제한돼, 온 가족이 다 나와서 마스크를 구매했다. 마스크 구매 가능 여부는 주민등록증으로 확인했다. 약국 입구에는 너무 쉽게 ‘마스크 매진’ ‘마스크 입고’ 등의 알림 문구를 확인할 수 있었다.
대중교통 등을 포함한 실내·외를 비롯해 가족이 확진되면 집에서도 마스크를 써야 했다. 정부는 지속해서 ‘올바른 마스크 착용법’을 교육했고 무엇보다도 신속하게 마스크를 공급하는 데 주력했다.
마스크를 쓸 수 없는 영·유아들을 위해서 보육업계에 마스크를 현물로 지급하기도 했다. 2020년에는 코로나로 부도가 난 공장에 마스크 회사가 들어올 정도로 마스크 회사 창업에 열풍이 불었다.
코로나 사태 초반 없어서 못 팔아
이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 포화
2020년 9월15일에는 ‘마스크 긴급수급 조정조치’ 법률이 시행됐다. 현재는 삭제됐지만, 당시에는 마스크 판매에 대해 제한하는 항목이 있었다.
마스크 긴급수급 조정조치 제4조에는 ‘출고한 생산량 및 수출량 외의 것으로 판매업자가 같은 판매처에 대해 식약처장이 정하는 수량 이상을 같은 날에 판매하는 경우에는 식약처장에게 신고해야 한다’고 기재됐다. 제5조에는 ‘당일 생산량의 10%를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만 수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마스크의 원활한 공급을 위해서 제7조에는 ‘마스크 공적 판매처는 마스크 수급을 위한 정부 시책에 협조해야 하며,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은 공적 판매처에 마스크 수급을 위해 필요한 명령을 할 수 있음’을 기재해 마스크가 부족한 상황을 대비했다.
이런 상황에 발맞춰 산업용 섬유 전문기업으로 마스크 제조업은 주가가 급등했다. 대표적으로 웰크론은 코로나가 발병하기 전 4000원에 못 미쳤던 주가가 코로나 국내 첫 환자가 발생한 2020년 1월20일 급등했다. 2020년 2월 6000원을 넘겼고 그해 8월20일 9030원까지 치솟았다.
치솟은 주가는 그때뿐이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마스크 관련주 주가는 모두 2020년 고점을 찍고 현재는 -50% 이상의 등락률을 보였다. 웰크론이 2020년 고점에 9030원을 보였고 지난달 29일 기준 3970원을 등락률이 -56%다.
거의 모든 마스크 관련 주가가 내려가고 있는 상황으로, 레몬은 2020년 고점에 주가가 2만3200원이었다. 지난달 29일 기준 4465원으로 떨어져 등락률 -80.8%을 기록해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
코로나로 본 반짝 특수효과는 너무 빨리 사라졌다. 물론 마스크 회사들이 코로나 초기에 부족한 마스크 공급에 도움을 줬지만, 블루오션으로 인식된 마스크 회사가 우후죽순 생겨난 것 자체가 문제였다.
지난달 29일 식품의약안전처에 따르면 현재 국내 마스크 생산업체 수는 2020년 1월 말 137개소에서 지난 3월 말 1595개소로 10배 이상 증가했다.
해외는 이미 중국이 장악
국내 줄폐업 우려 속 비명
공식 인증을 받지 않은 업체까지 합치면 5000여개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된다. 코로나 초창기에 마스크 대란이 벌어지자 정부가 마스크 제조업체 설립 허가를 간소화한 영향도 있다.
경북 구미의 경우 2020년 ‘반짝 특수’로 생긴 마스크 제조업체가 100여곳에 달한다. 하지만 제조업체 난립으로 경쟁이 심해지고 수익성 악화로 하나둘씩 문을 닫았다. 현재 남은 곳은 20여곳 정도다.
지금 남아있는 곳이라고 상황이 좋진 않다. 살아남은 것이 아니라 억지로 버티고 있다는 설명이 정확할 것이다. 악성 재고의 덤핑처리 물량 등으로 마스크 공급가격이 크게 하락했다.
구미산단 내 한 마스크 제조업체 관계자는 “마스크 공장이 너무 많이 생겼고 물량이 대량으로 풀려 가격 하락이 심각하다. 줄줄이 폐업한 공장들의 ‘땡처리 마스크’까지 쏟아져 심각한 경영난이 이어지고 있다. 이젠 탈마스크 시대마저 도래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지었다.
업종 변경도 쉽지 않다. 마스크 생산설비에 대당 1억5000만원에서 2억원 정도의 돈이 들었기 때문이다. 경기 화성의 한 마스크 회사는 2020년 3월 하루 생산량이 15만개였으나 최근에는 3만개로 줄었다. 시중에 마스크 재고가 넘쳐나고, 신규 주문은 거의 들어오지 않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 일부 업체가 해외시장에 도전하려고 하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미 중국에서는 값싼 마스크를 전 세계에 대량으로 공급했고, 해외시장은 이미 중국이 선점했다.
중국 마스크 시장 규모는 한화로 약 1조6962억원을 넘어섰고, 중국 기업은 2만1000곳이 넘는다. 중국에서 의료용 마스크 생산 자격을 갖춘 기업은 350여곳에 불과하고 품질도 떨어진다. 그러나 가격은 국내산 마스크와 비해 3분의 1수준이다.
대책 절실
현재 국내 마스크 회사는 앞길이 막막한 상황이다. 석호길 한국마스크산업협회 회장은 “코로나 초기에는 국내 마스크 수급 문제로 수출이 금지돼 국내 생산업체들이 세계시장 진입 시기를 놓쳤다”며 “지금이라도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수출 장려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마스크 업계는 무너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