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의 프로골프 후원 경쟁이 선수에 이어 캐디 쪽에서도 치열하다. 캐디의 경우 선수에 비해 저렴한 비용으로 영입이 가능하다. 특히 ‘움직이는 광고판’인 선수들과 한몸처럼 붙어다니기에 광고 효과 또한 크다.
정보기술(IT) 골프용품 제조기업 알앤더스는 지난 2월 ‘캐디톡 1부 투어 캐디팀 조인식’을 열고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선수 담당 캐디 3명,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 투어 담당 캐디 1명 등 4명과 후원 계약을 맺었다. 캐디톡은 이 회사가 만드는 레이저 골프 거리측정기 브랜드다.
투어 전문 캐디들에 따르면 알앤더스 외에도 다수의 기업들이 캐디 후원 시장을 노크하고 있다. 치킨 브랜드 BHC를 비롯한 중견기업들이 프로투어 캐디들과 접촉해 캐디 구단 창단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캐디 마케팅’은 이미 업계에서 검증된 홍보 수단으로 인정받고 있다. 예전에는 캐디가 친분 있는 기업의 모자를 대가 없이 써주거나 소액의 경비를 지원받는 정도였으나, 홍보 효과가 입증되면서 새로운 후원 시장이 형성됐다.
가성비 높은 노출 효과
연간 계약 용품사 늘어
KB금융그룹은 2년 전부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캐디 30여명을 후원해 재미를 봤다. 지난해 8월 열린 LPGA투어 메이저대회 AIG 여자오픈에선 우승자 안나 노르드크비스트(35)의 캐디 폴 코맥이 KB금융그룹 모자를 쓰고 방송·시상식에 등장해 국내에서도 화제가 됐다. 거리측정기 브랜드 VC(브이씨)도 2018년부터 ‘투어 캐디구단’을 꾸준히 운영하고 있다.
캐디 마케팅의 가장 큰 매력은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방송 노출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 대회마다 우승 경쟁을 펼치는 정상급 선수들의 캐디는 카메라에 잘 잡히지 않는 하위권 선수들보다 매력적인 홍보 수단이 될 수 있다.
스포츠마케팅 업계 관계자는 “브랜드 노출 효과만 따진다면 상위권 선수들의 전문 캐디들이 웬만한 1부 선수들에 뒤지지 않을 것”이라며 “다만 선수 고유의 이미지를 브랜드와 연관 짓고 이미지 제고 효과를 거두는 것은 캐디에게 기대하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KLPGA 투어 1부 선수들이 메인스폰서로부터 받는 평균 후원금액은 신인 선수 기준으로 약 1억원이다. 이에 비해 1부 투어 선수들의 캐디는 ‘500만원+α’의 연간 계약금을 제시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성적에 따라 계약금이 결정되는 선수들과 달리 캐디들은 대부분 팀별로 일률적으로 책정된 계약금을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