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대한통운 '피닉스 입질' 노림수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2.09.17 11: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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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먹는 감 찔러나 보자 심산?

[일요시사=한종해 기자] 지난해 12월 '통큰 베팅'으로 대한통운을 인수한 CJ가 이번엔 미국 대형 물류업체 피닉스 인터내셔널 인수에 나섰다. 그런데 인수작업이 도통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때문에 CJ대한통운이 피닉스 인터내셔널 인수에 적극적인 의지를 갖고 있는지, 자금여력은 되는지, 다른 걸림돌은 없는지에 대해 갖가지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지난달 초 언론 보도를 통해 CJ대한통운이 미국 운송업체 피닉스 인터내셔널을 인수하기 위해 자문사를 씨티 글로벌마켓증권으로 선정하고 실사작업에 들어갔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CJ대한통운에 한국거래소의 조회 공시 요구가 이뤄졌고 CJ대한통운은 이에 대해 지난달 8일 "미국의 피닉스 인터내셔널사에 대한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며 "하지만 현재까지 결정된 바는 없으며 이와 관련해 내용이 확정되면 재공시하겠다"고 밝혔다.

검토만 한 달째

재공시 예정일이었던 지난 7일 CJ대한통운은 조회 공시 요구에 대한 답변을 통해 "미국 운송업체인 피닉스 인터내셔널 인수를 다각도로 검토 중이나 현재까지 결정된 바는 없다"고 공시했다. 한 달 전이나 이때나 달라진 내용은 없었다.

대한통운이 CJ그룹에 인수되면서 CJ그룹의 물류계열사인 CJ GLS와 함께 국내 물류공룡으로 떠오른 CJ대한통운이 피닉스 인터내셔널을 인수할 경우 글로벌 물류기업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CJ대한통운은 1930년 창설 이래 1974년 미국 뉴욕에 미국법인을 설립하고 개인 택배사업과 기업 화물 운송사업을 벌여왔으나 글로벌 인수·합병을 추진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CJ대한통운의 자금조달 능력에 의구심을 보이고 있다.

피닉스 인터내셔널의 인수가는 현재 5억달러(약 5600억원) 정도로 추정된다. CJ대한통운이 현재 보유한 현금자산은 상반기 기준 2054억원. 현금 3000억원이 더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현재 국내 기반시설 확충을 위해 대규모 투자에 나선 CJ대한통운으로서는 부담스럽지 않을 수 없는 금액이다. CJ대한통운은 현재 광주터미널 신축에 1582억원과 컨테이너터미널 개발에 2914억원 등 총 6498억 투자를 진행중이다. 여기에 2014년까지 시설 투자에 추가적으로 7643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대한통운을 인수하기 위해 빌린 자금을 갚기 위해 이미 계열사가 보유한 부동산을 매각하기도 했다.

인수 속도 내지 못하자 갖가지 추측 난무
자사주 매각설 맞물려 인수자금 여력 의문

지난 10일 CJ그룹은 CJ제일제당, CJ GLS, CJ시스템즈 등 3개 계열사가 보유한 공장, 부지 등을 '하나다올랜드칩사모부동산투자신탁42호'에 1471억원에 매각했다고 밝혔다.


CJ제일제당의 경남 양산 밀가루 공장과 부지가 622억원, CJ GLS와 CJ시스템즈가 충북 옥청·청원, 경북 경산 등에 둔 물류센터는 608억원, 인천 송도 IT센터는 241억원에 각각 팔렸다.

이에 따라 피닉스 인터내셔널 인수 자금 마련을 위해 CJ대한통운이 보유한 자사주를 매각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달 말 증권업계에 따르면 CJ대한통운이 보유한 자사주는 542만3419주로 전체 주식의 23.77%에 이른다. CJ대한통운은 이 중 19.41%에 해당하는 443만126주를 자본시장법에 따라 매각 처분해야 한다. CJ대한통운은 이 자사주 물량을 지난 2월2일 매각해야 했지만 이를 미루고 있는 상태다. 대형 인수·합병 추진과 함께 주가가 자사주 매입 시점 당시 주가를 밑돌고 있어 손해가 불가피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CJ대한통운 최대주주인 CJ GLS와 CJ제일제당이 각각 이 회사 지분을 20.0%씩 보유하고 있어 CJ대한통운이 보유 자사주를 전향 시장에 매각하더라도 경영권에는 문제가 없는 상황이다.

CJ대한통운 주가를 감안한 자사주 가치는 약 5000억원이다. 자사주 매각을 단행하면 충분한 인수 자금이 마련된다. 하지만 CJ대한통운 관계자는 "자사주 매각을 전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부인했다.

그렇다면 CJ대한통운이 피닉스 인터내셔널 인수작업에서 손을 떼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 피닉스 인터내셔널이 해외 물류시장 진출을 위한 교두보로써의 역할이 기대되기 때문이다.

피닉스 인터내셔널은 미국에 소재한 글로벌 화물운송업체로 지난해 약 10억달러(약 1조13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하고 전 세계에 74개 지점과 2000여 명의 직원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피닉스 인터내셔널은 북미 지역에 걸친 방대한 운송 네트워크를 확보하고 있어 CJ대한통운이 인수에 성공하면 해외 사업 확대 움직임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글로벌 물류공룡 되나?

CJ대한통운이 피닉스 인터내셔널을 인수하고 CJ GLS와 합병할 경우 CJ그룹은 연간 매출이 6조에 육박하는 물류공룡으로 발돋움하게 된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올해 초 그룹의 물류사업을 2020년까지 글로벌 톱5로 만들겠다고 직접 공언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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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