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말 많이 듣는 김정숙 여사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2.04.04 11:56:12
  • 호수 136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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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이고 또 까이는 ‘유쾌한 정숙씨’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영부인 김정숙 여사는 취임 초기 호평을 받았다. 김 여사는 언론에 자주 노출하는 등 새로운 방식으로 문재인 대통령을 도왔다. 김 여사는 ‘유쾌한 정숙씨’라는 호칭이 붙을 만큼 활달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 임기를 얼마 남기지 않은 상태에서 그를 둘러싼 채무, 옷값 논란 등 각종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 역사상 가장 인상적인 퍼스트레이디는 재클린 케네디다. 35대 존F 케네디 대통령의 부인인 재클린은 뛰어난 패션감각은 물론 해박한 지식, 원활한 소통능력을 소유하며 톱스타 같은 인기를 누렸다. 재클린의 인기는 존F 케네디 대통령의 지지율을 올리는 데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꼬리 무는
의문들

정치권에서도 영부인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가 얼마남지 않은 상황에서 김정숙 여사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특히 문 대통령 부부의 연말 기준 재산현황이 지난달 31일 공개됐는데 김 여사의 ‘사인 간 채무’가 11억원으로 신고되면서부터다. 

문 대통령도 지난해 농협은행으로부터 3억8873만원을 차입했다. 사저를 새로 짓는 데 문 대통령 대출만으로는 부족해 김 여사가 11억원을 빌렸다는 것이다. 퇴임 뒤 대통령 경호시설을 짓는 데 국가예산이 투입되지만, 사저 건립 비용은 대통령 본인이 충당해야 한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공직자 재산신고는 지난해)12월31일 상황이었고, 최근에 기존(경남 양산) 매곡동 집에 대한 매매계약이 체결돼 채무를 모두 갚았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2월31일 기준으로는 문 대통령 부부의 채무가 존재했지만 최근 이를 모두 변제했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이자비용도 당연히 지급했다”고 했지만 구체적인 이자율 등 이자 지급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다. 청와대는 김 여사에게 돈을 빌려준 사람에 대해 “이해관계자가 아니며, 이자비용도 다 지급했다”면서도 누구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청와대는 이와 함께 문 대통령 부부가 5년간 생활비 등으로 사용한 금액이 13억4500만원이라고 공개했다. 정부 예산으로 지원되는 공적 비용 외에는 모두 사비로 충당했으며, 관저에서 든 식비와 생활비 일체를 부담했다고도 했다.  

실제 관보에 기재된 문 대통령 재산은 지난해 1억1400만원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선 ‘사인 간 거래’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아 대가성이나 이해충돌 관련 의혹을 살 수 있다는 지적 목소리도 나왔다. 

김 여사는 채무뿐 아니라 과도한 옷값으로 의전 비용을 썼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국민의힘은 김 여사의 의상 비용을 놓고 연일 공세를 이어갔다. 지난 2월에는 문재인정부가 비공개하기로 했던 청와대 특수활동비(특활비) 지출 내역과 김 여사의 품위 유지를 위한 옷값 등 의전 비용을 공개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는 같은 달 10일 시민단체 한국납세자연맹이 대통령 비서실장을 상대로 낸 “정보공개거부 처분을 취소하라”며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청와대가 국가 안보 등 이유로 특활비 지출 내역은 공개하기 어렵다며 불복, 항소했다.

항소심은 문 대통령 임기가 만료되는 5월9일 전에 결론 날 가능성이 적다. 문 대통령의 임기가 만료되면 의전 비용에 관한 정보는 대통령지정기록물로 지정돼 최장 30년간 공개가 금지된다.

보수 진영에서 김 여사의 옷값을 파고드는 배경 중 하나는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의 의상비 출처 때문이기도 하다. 검소하고 ‘컬러 정치’를 선보인다고 평가받았던 박 전 대통령의 패션에 국가정보원 특활비가 사용됐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논란이 일었다.


남편 취임 후 파격 행보로 호평
임기 끝나가는데 각종 의혹 제기

1998년부터 박 전 대통령 옷을 제작한 의상 제작자는 2017년 1월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초선 의원 시절부터 강남 부유층과 연예인 등 상위 1%가 오는 곳에서 옷을 맞췄다”고 밝혔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따르면 누리꾼들은 언론 보도 사진 등을 통해 확인한 결과 김 여사가 공개 석상에서 입었던 옷은 모두 178벌이었다고 주장했다.

세부적으로 코트 24벌, 롱 재킷 30벌, 원피스 34벌, 투피스 49벌, 바지 슈트 27벌, 블라우스와 셔츠 14벌 등이다. 액세서리는 한복 노리개 51개, 스카프·머플러 33개, 목걸이 29개, 반지 21개, 브로치 29개, 팔찌 19개, 가방 25개 등 모두 207점이었다.

청와대는 공식 행사의 경우 김 여사가 착용한 의상 가운데 주최 측에서 지원받은 의상이 있다고 밝혔다. 대신 지원받은 의상은 착용 후 반납한다고 전했다. 일례로 2018년 프랑스 방문 때 김 여사가 착용했던 명품 브랜드 샤넬 의상은 대여 받아 사용하고 반납했다는 것이다.

종합해보면 지원 등을 제외하고 의류비에는 오롯이 김 여사의 사비만 쓰였다는 설명이다. 다만 청와대는 김 여사의 사비가 얼마나 쓰였는지에 대해서는 끝내 밝히지 않았다.

국민의힘 조수진 최고위원은 지난달 3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문재인정부는)임기 초반 대통령 일정은 물론 모든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겠다고 약속했다”며 “그래서 퇴임을 40여일 앞두고 벌어진 김 여사의 옷값 논란, 특활비 전용 의혹은 안타깝고 민망하다”고 지적했다. 

조 최고위원은 청와대가 김 여사의 의류를 사비로 구입했다고 주장하면서도 특활비는 공개하지 않는 부분에 대해 “사비로 부담했다면 법원에 공개하란 판결에 왜 불복했는지, 국익 때문에 비공개를 운운해 왜 일을 키웠는지 도무지 알 수 없다”고 비판했다. 

앞서 청와대는 2017년 10월 김 여사가 ‘옷값만 수억원을 쓰며 사치한다’는 비난에 대해 “김 여사는 10여년간 즐겨입던 옷을 자주 입는다”며 “홈쇼핑 등을 통해 10만원대 옷을 구매하고 필요하면 직접 수선도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채무 11억
이자 줬나

논란이 사그라들지 않자 청와대는 지난달 29일 “임기 중 의류 구입 목적으로 특활비 등 국가예산을 사용한 적이 없고 사비로 부담했다”며 “순방 등 국제 행사용은 기증하거나 반납했다”고 의혹에 대해 전면 부인했다.

김 여사 옷값을 두고 시민단체들에서도 맞고발이 이어졌다. 친여권 성향의 시민단체 적폐청산국민참여연대는 지난달 31일 경찰청에 시민민생대책위원회와 신평 변호사를 무고와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법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위반(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했다.


고발된 시민민생대책위원회는 김 여사를 업무상 횡령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국고손실 등 혐의로 고발한 보수성향 단체다. 이들은 지난달 25일 “김 여사가 청와대 특활비 담당자에게 고가의 의류와 장신구 등을 구매하도록 강요한 것으로 의심된다”며 서울청에 고발장을 냈다.

해당 고발건은 서울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에 배당됐다. 

신승목 적폐청산국민참여연대 대표는 “피고인들은 악의적인 비방을 목적으로 김 여사에 대해 근거 없는 무고 고발 및 허위사실의 글을 작성했다”며 “이는 김 여사와 문 대통령의 사회적 평가와 명예를 중대히 훼손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청와대는 김 여사의 옷값 문제에 대해 ‘총력 방어’ 태세를 보이고 있다. 김 여사가 직접 관련된 문제인 만큼 문 대통령의 관심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박 수석의 특활비 관련 언론 브리핑이 있기 전 오전 참모회의에서 직접 문구를 보고받았다”고 전했다.

청와대는 김 여사 옷값과 관련한 특활비 사용 의혹이 처음 불거졌을 당시 침묵을 지켰다. 그러다 지난달 29일 신혜현 부대변인이 “김 여사 의상과 관련한 특활비 사용 등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브리핑한 것을 필두로 탁현민 의전비서관, 박 수석 등까지 나서 연일 반박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어떤 의혹 제기나 보도가 있을 때마다 말씀드리는 것이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했다”며 “지난 며칠간의 상황은 도를 넘었다”고 말했다.


최근 화제를 모은 것은 김 여사가 한 행사에서 착용한 호랑이 모양 브로치다. 의혹을 제기한 측은 “2억원 상당의 까르띠에 제품”이라고 주장했다.

특활비 사용?
“10년 전 옷”

확인 결과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달 31일 정치권에 따르면, 브로치 제작자 박모씨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저는 굳이 보수도 진보도 아니다”로 시작하는 장문의 글을 게재했다.

박씨는 “해당 브로치는 갤러리 오픈 후 판매 목적으로 기획됐던 제품 수백 점 중 하나”라며 “전 세계 가장 규모가 큰 남대문의 유명 액세서리 전문 사입자분을 통해 스톤 컬러 크기 등을 정하고 주문하여 구매, 준비한 제품”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나라의 상징 동물 호랑이. 김홍도의 까치호랑이가 예술작품에 등장한 가장 아름다운 빅캣(Big cat)”이라며 “호랑이 비슷한 거면 무조건 까르띠에냐”고 따져 물었다.

일부 언론을 통해 김 여사가 청와대에 입성한 뒤 한복과 구두 등을 구입하며 매번 전액 현금으로 지급했다는 증언이 나오면서 ‘특활비 유용’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김 여사는 1954년 11월15일 서울 종로구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인천시 강화군 불은면 출신으로, 동대문 광장시장에서 한복집을 했으며 딸의 결혼 무렵엔 요양 차 강화도에서 목장을 운영했다고 한다. 

김 여사는 숙명여중, 숙명여고, 경희대 성악과를 졸업하고, 서울시립합창단의 단원으로 활동하다 결혼 후 중단했다. 문 대통령과 같은 대학(경희대) 2년 후배로, 시위 중 최루탄을 맞고 쓰러진 문 대통령을 돌봐주다 사랑에 빠졌다.

구속, 제적, 입대, 사법시험으로 이어져 만 7년간의 연애 끝에 1981년 결혼했다.

채무, 옷값 등으로 시끌
고가 의상 비용 진실공방

남편이 대선 출마하는 데 있어 소탈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2016년 추석부터 일주일에 한 번씩 광주에 내려갔다. 정치인의 아내인 것도 밝히지 않은 채 동네 목욕탕에서 수다를 떨곤 했다. 설 이후부터는 전남 낙도를 방문한 것을 시작으로 광주 외 호남 지역까지 동선을 넓혔다.

마을회관, 노인시설, 시장 등을 누비며 보여준 활기차고 친근한 태도로 많은 이들을 사로잡았다.

김 여사의 호남 표심 공략은 문 대통령 당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는 평가가 많다. 영부인이 된 김 여사는 “영부인이 아닌 ‘여사님’이라고 불러 달라”고 청했다. 으레 부르던 영부인이라는 호칭보다 여사님이라는 단어를 통해 독립적 인격으로 보이기를 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김 여사님은 ‘영부인’이라는 단어가 약간 권위적인 느낌이 있다고 어색해했다”며 “예의를 갖추려면 ‘여사님’ 정도로만 해도 좋겠다고 말했다”고 밝힌 바 있다. 

김 여사의 ‘파격 행보’는 기존 그림자 내조인 영부인 이미지를 바꿨다. 2017년 9월 문 대통령의 동남아 순방에 동행했는데, 인도네시아 궁에서 방문록을 작성하려다 펜이 안 보이자 주저 없이 옆에 서있던 문 대통령 주머니를 아무렇지도 않게 뒤지는 모습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또 2017년 11월, 필리핀 방문 당시 현지 호텔에서 열린 동포 간담회 행사 도중 가수 싸이 노래 ‘강남스타일’이 흘러나오자 말춤을 추기도 했다.

인터넷 언론 <데일리안>에 따르면 2017년 11월6일부터 이틀간 전국 성인 1006명을 대상으로 실시된 여론조사 결과, 김 여사의 행보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는 응답이 70.7%로 집계됐다. 주로 30~40대에서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고, 60대에서도 58%의 긍정 답변이 나왔다.

최장 30년 
공개 금지

청와대는 ‘김정숙의 말과 글’ 코너를 통해 ‘유쾌한 정숙씨’ ‘친절한 정숙씨’라며 김 여사를 홍보했다. ‘김 여사의 패션 팁’을 소개하는가 하면, 대통령 취임 1주년에 ‘국민과 함께한 김 여사의 1년’ 자료를 별도로 올리기도 했다. 


<9do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새로운 영부인 김건희 여사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배우자 김건희 여사는 해외 유명 미술품 전시·기획사인 코바나콘텐츠 대표를 맡고 있다.

정치권의 통상적인 ‘내조형 아내’와는 거리가 멀다.

윤 당선인은 평소 스스로를 ‘애처가’라고 소개하는 데 거리낌이 없을 정도로 아내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하지만 선거기간 내내 각종 의혹으로 구설에 올랐던 배우자 김 여사가 등판하지 않고 있다.

초반은 김 여사 본인과 친정 일가의 재산 형성 과정을 둘러싼 사법적 리스크가 해소되지 않은 게 영향을 미쳤다.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 모친의 요양급여 부정수급 의혹 등이 대표적이다.

이후 허위 이력, 무속 논란 등 개인 신상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르면서 등판 여부를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김 여사는 다음 달 10일 대통령 취임식을 계기로 본격적인 ‘퍼스트레이디’ 행보를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대통령 곁을 지키는 그림자 내조가 아닌 본인만의 전문성을 살며 새로운 영부인 유형을 정립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반면 김 여사의 팬카페 회원 수가 연일 급증하고 있다.

포털사이트 네이버에 개설된 ‘김건희 여사 팬카페’ (건사랑) 회원 수는 지난 1일 오전 8만7000명을 훌쩍 넘어섰다. 

팬카페 회원들은 김 여사 얼굴을 영화 포스터와 합성한 ‘원더건희’ 등을 공개하고 아이돌 팬덤에서 흔한 ‘굿즈’도 제작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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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에 대해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끝으로 정치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있다. <일요시사>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김 전 비대위원장을 만나 그가 제시하는 정국 진단 결과와 향후 우리 정치가 나아가야 할 길을 들었다. 다음은 김 전 비대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출범 100일을 넘긴 이재명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100일 동안 별 탈 없이 무난하게 잘했다고 본다. 국민과 소통하려고 애를 많이 썼다. -추석을 앞두고 지급된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의견은? ▲민생 경제가 굉장히 어렵고, 우리나라의 총수요가 낮아졌다. 한국은행이 진단한 올해 성장률도 0.9%밖에 안 된다. 쿠폰을 풀면, 약간의 소비 촉진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엔 부족하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겉보기엔 훈훈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3500억달러 투자 펀드 조성 요구와 노동자 317명 추방 등 사태와 맞물려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불거졌다. ▲우리 경제 부처 장관들이 미국 월가를 이해하지 못한 채 막연하게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미국의 요구는 보증·대출을 거쳐 이행하면 될 것”이라고 이해한 것 같다. 근본적인 시각 차이 때문에 협상이 타결되지 못했다. 그런데 국민에겐 마치 타결된 것 같은 인상을 줬다. 한 달도 안 돼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국민은 의아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하는 미국의 MAGA 진영은 우리나라 일각의 부정선거론을 지지하면서 “한국이 공산주의에 진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보는가? ▲그들은 미국이 어떻게 위대한 나라가 됐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트럼프의 MAGA 프로젝트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우리와도 관계가 없다. “MAGA 진영이 우리 정치에 개입할 것”이란 믿음은 국내 보수 진영의 희망 사항일 뿐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검찰 해체를 서둘러 마무리하려고 한다. 민주당이 새로 구상하는 검찰 체계에 대한 평가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검찰의 문제는 지금까지 권력자가 검찰을 이용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려고 한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이 때문에 검찰도 못된 버릇이 들어 이렇게 됐다. 개혁보다 “검찰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진짜 문제다.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 -이 대통령이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재헌씨를 주중대사로 임명했다. 노 대사가 어떤 역할을 할 것 같은가? ▲노 전 대통령은 한중 수교를 이끌었다. 노 대사는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으로서 한중 문화 교류와 관련된 많은 역할을 했다. 이 대통령이 이를 참작해 중국 대사로 임명하는 신선한 인사를 한 것 같다. 이 대통령도 자신에게 정치적으로 유리하다고 생각했으니 노 대사를 임명했을 것이다. -최근 민주당의 내부 구도를 놓고 ‘김어준 상왕설’이 불거지고 있다. 이 주장은 정국을 강경하게 이끄는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대응과 맞물리고 있는데… ▲김어준씨가 유튜브를 시청하는 일정 부류엔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그런데 대중에게 크게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보진 않는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기 때문이다. ‘상왕설’은 너무 과장된 얘기라고 생각한다. -최근 특검 수사 기간 연장과 관련해 정 대표와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충돌했다. ▲내부 의견 충돌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다. 내가 보기엔 김 원내대표가 독단적으로 합의한 것 같진 않다. 합의 후 강성 지지층이 반발해서 문제가 생겼다. 그래서 합의를 파기하려다 보니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이 생겼다. 그 자체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이 대통령과 정 대표는 과거에 갈등이 많았고, 최근 민주당에 대해선 “친명과 구 친문이 갈등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그건 다 괜히 하는 소리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는데, 당 대표가 대통령을 상대로 자신의 의사를 관철하기가 쉽진 않다. -민주당 일각에선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에 합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혁신당 조국 비대위원장은 목표가 정해진 사람이다. 합당이 그 목표 실현에 유리할지 많이 생각할 것이다. 아울러 조 비대위원장으로선 혁신당만으로 전국 단위 선거를 치를 수 있을지 고민할 텐데, 상황에 직면하면 합당 여부를 정하지 않겠나? 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