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의사 '주부 농락' 사건 전말

'성피싱'에 낚여 몸 주고 돈 주고

[일요시사=김지선 기자] 가짜 아들과 비뇨기과 의사. 감쪽같은 1인2역 연기로 50대 여성을 속여 강제 성관계를 시도하고 치료비 명목으로 돈까지 받아낸 한 사기꾼이 경찰에 붙잡혔다. 그는 일면식이 없던 여성에게 전화를 걸어 아들에게 성기능 장애가 있다며 접근, 모성애를 악용해 파렴치한 성범죄와 뻔뻔한 사기행각까지 벌였다.

한 50대 주부 A씨는 어느 날 울먹이는 목소리의 아들 전화를 받았다. 무척 다급함이 느껴졌던 아들의 목소리에 A씨는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엄마, 나 좀 도와줘. 나 성 불구자래. 치료가 필요하다고 하는데 유능한 비뇨기과 의사 옆에 있으니까 바꿔줄게”라며 한 남성을 바꿔줬다.

엇나간 모성애

비뇨기과 의사라고 아들의 전화를 바꿔 받은 남성은 A씨에게 “당신 아들이 발기부전 상태”라며 “완치하기 위해서는 약물치료와 주사, 수술 등의 치료를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앞서 얘기한 세 가지 치료법을 제외하고 더 효과적인 치료방법이 있다며 일명 ‘모태치료’를 A씨에 추천했다. 이어 남성은 “이것을 받으면 100% 치유가 가능하다. 어머니의 신음소리가 초음파를 타고 흘러가 아들한테 치료 효과를 준다”며 “수치스럽겠지만 어머니가 꼭 협조해야만 당신의 아들이 완치될 수 있다”고 강요했다.

이 남성의 설명을 들은 A씨는 괴로웠지만 전문가의 조언에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아들을 위해서라면 돌이라도 씹어 먹을 수 있다고 생각하며 결심을 굳혔다. 치료과정은 한 달에 3번, 1회 25만원의 치료비를 내야 한다는 조건이었고, A씨는 남성의 제안을 순순히 따랐다. 전화를 건 다음 날, 남성은 A씨에 다시 전화를 걸어 “아들이 심각한 성기능 장애를 겪고 있으니 하루빨리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다급해하며 “치료를 위한 상담을 받으려면 용인시의 한 모텔로 찾아오라”고 A씨를 유인했다.

장소가 병원도 아닌 모텔임에도 불구하고 A씨는 아무런 의심을 하지 않았다. 너무 순진했던 탓일까. A씨는 그곳에서 상상하지도 못한 일을 겪게 된다. 의사는 모태치료를 위해서 당신의 신음소리를 들려줘야 한다며 자연스럽게 녹음기를 내밀었다. 이어 자연스러운 신음소리가 나와야 치료가 가능하다면서 자신과의 성관계를 유도했다.


A씨는 의사와의 성관계에서 수치심과 죄책감을 동시에 느꼈지만 ‘아들이 성불구자로 평생 살아가는 것보다 자신이 한 번 희생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이 방법이 아들의 성기능 장애에 대한 실제 치료법이라 믿고 관계를 맺은 것이다. 의사의 뻔뻔함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파렴치한 남성은 A씨를 간음한 후 치료비 명목으로 25만원의 현금을 갈취한 후 “이 치료는 정신적인 부분이 중요하니 아들에게는 절대 말하지 말라”고 입단속까지 시켰다.

A씨는 치료의식을 마친 후 집에 돌아와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아들을 위한 엇나간 모성애로 몸과 마음에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입게 된 것이다. 결국 A씨는 자신의 아들에게 전화를 걸어 “아들아, 너를 위해 어떻게든 참아 보려고 애썼지만 도저히 감당이 안 된다. 다른 곳에서 치료 받으면 안 되겠니?”라며 의사와 진행했던 치료과정에 대해 모두 털어놓았다.

슈퍼마켓 주인, 성불구자 아들행세로 피해자 꾀어
‘모태치료’라며 신음소리 녹음한 뒤 성관계 맺어

이 소식을 접한 아들은 의사라는 남성의 기막힌 행동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애초부터 아들이 A씨에게 전화한 사실도 없었으며 성기에 장애를 앓고 있지도 않았던 것. 하늘이 무너져 내릴 것만 같던 A씨와 그녀의 가족들은 남성을 경찰에 신고한 후 다음 날 치료를 약속했던 시간에 같은 모텔로 남성을 유인했다.

범행을 저지르고 만 하루도 안 돼 덜미가 잡힌 남성은 피해자를 유인해 성관계를 맺은 혐의로 검찰에 구속됐다. 검찰에서 진술한 이 남성의 사기행각은 치밀하고 계획적이었다. 자신을 비뇨기과 의사라고 속인 남성은 원래 슈퍼마켓 주인으로 자영업 종사자였다. 그는 욕정과 스트레스를 풀기위해 불특정 다수에게 전화를 걸어 우연히 걸린 중년여성 A씨를 꾀어 이 같은 행각을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성기능 장애를 앓고 있다”며 아들 행세를 한 것도 알고 보니 동일 인물이었다. 단순히 욕구를 풀기위해 아들로, 곧바로 비뇨기과 의사로 침착하게 1인2역을 소화하며 피해자 A씨를 속였다. 남성은 “나도 A씨가 의외로 잘 속아 넘어와서 놀랐다. 우연히 걸었을 뿐인데 하라는 대로 다 하니까 계속 욕심이 생겼다”고 진술했다.

지울 수 없는 상처만 남긴 A씨는 검찰 진술에서 “그 남성이 마치 아들인 척 자연스럽게 울먹이며 얘기했고 연신 작은 목소리로 말해 아들인지 아닌지 잘 분간이 안 갔다”고 토로하며 남성에 대해 엄한 처벌을 요구했다.


이 남성은 지난 2000년에도 비슷한 사기행각을 벌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당시에도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전화를 걸어 “아들의 성기능 치료를 위해서 어머니의 신음소리가 필요하다”고 말하며 중년여성 약 4명의 신음소리를 녹음했다. 그는 당시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징역 8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검찰 관계자는 “피의자는 피해자 A씨의 모성애를 악용해 모텔로 유인한 뒤 성폭행하는 등 수법이 매우 교묘하고 의도가 불순했다”며 “치료비 명목으로 돈을 받은 것도 단순히 의사 행세를 하기 위함이었다”고 밝혔다. 이에 검찰은 남성을 특가법상 약취·유인, 위계간음, 사기 혐의를 적용해 구속기소했다. 그러나 A씨가 받은 정신적·육체적 고통과 상처는 평생 씻기지 않을 것이다.

진화한 피싱 수법

남자들의 성적 욕망을 낚는 채팅사기부터 개인정보 수집으로 송금을 유도하는 보이스 피싱, 모성애를 악용한 성피싱까지. 일반 사람들을 꾀어 욕구를 충족하는 사기수법인 피싱은 나날이 진화하면서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비교적 간단한 수법이지만 여전히 당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 경우 스스로 타깃이 되지 않도록 노력할 수밖에 없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낯선 사람이 각종 통신수단으로 접근하면 아예 응하지 않거나, 솔깃한 제안이나 긴박한 상황에 처해 있더라도 먼저 의심부터 하고보는 침착함이 피해를 막을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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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