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돌아온 불사조' 박주선 대통령취임준비위원장

“걱정 마쇼잉∼ 호남 홀대 없응께”

[일요시사 취재1팀] 남정운 기자 = ‘불사조’가 돌아왔다. 박주선 전 국회부의장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대통령 취임준비위원장직 제의를 전격 수락했다. 호남 4선 의원이 보수 진영 대통령 취임식을 총괄하게 되는 진풍경이 예고됐다. 아울러 박 위원장은 윤석열정부 초대 국무총리 하마평에도 올라 있다. 한편으로는 어색해 보이기도 하는 중용(설)의 연속. 많은 이가 박 위원장의 이력을 다시 들여다보게 되는 이유다.

박주선 대통령취임준비위원장은 1949년 전라남도 보성군에서 태어났다. 그는 학창 시절부터 이름난 수재였다. 보성남초등학교, 보성중학교, 광주고등학교를 다니는 동안 수석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1974년, 서울대 법대 졸업 후 응시한 사법시험(16회)에서도 수석으로 합격했다.

출세 가도
돌연 암초

이후 검사의 길을 걷게 된 그는 일명 ‘특수통’으로 승승장구한다. 당시만 하더라도 검찰 내에서는 호남 출신을 배척하는 분위기가 만연했다. 하지만 박 위원장은 순전히 ‘개인기’로 불리한 여건들을 이겨냈다.

영남 출신 일색이었던 대통령·검찰 수뇌부 아래에서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1·2·3과장, 서울지방검찰청 특수 1·2부장 등 검찰 요직을 두루 지냈다. 이때 장영자·이철희 금융사기 사건,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외화 밀반출 사건, 손성훈 비리 사건 등 당대 굵직한 사건들을 맡아 처리했다.

1997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수사기획관으로 근무하던 시절에는 15대 대선에 얽혀 있던 ‘김대중 후보 비자금 의혹’의 수사 유보를 건의했다. 이는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발탁되는 계기가 됐다. 


국민의 정부가 출범하면서 청와대 대통령 비서실장실 법무비서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 직책은 향후 검사장 승진·검찰총장 후보군 부상 등이 사실상 보장되는 최고 요직으로 꼽혔다. 

당시 김 전 대통령은 박 위원장을 “나와 역사를 함께 쓸 사람”이라고 칭할 정도로 신뢰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25년간 순항하던 그의 출세 가도에도 암초가 나타났다. 1999년 벌어진 ‘옷 로비 의혹 사건’에서 공문서 유출 혐의로 구속됐기 때문이다. 이 바람에 청와대에서 쫓기듯 나와야 했다. 이후 해당 혐의는 치열한 법정 다툼 끝에 무죄가 선고됐다.

이듬해인 2000년에는 ‘명예 회복’을 명분으로 정계 입문을 선언, 새천년민주당에 입당했다. 하지만 그의 정치인생은 시작부터 녹록지 않았다. 제16대 총선에서 보성‧화순 지역구 공천을 신청했다가 고배를 마셨다.

결국 첫 선거부터 탈당 후 무소속으로 나서는 모험을 감행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무소속임에도 불구하고 득표율 59.92%를 기록하면서 16대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당선 후에는 다시 새천년민주당으로 복당했다.

정계 입문 뒤에도 ‘친정’인 검찰과의 악연은 계속 이어졌다. 검찰 수사로 정치생명에 여러 차례 위기를 맞았다.

초선 의원 임기 막바지이던 2004년, 검찰은 나라종금 뇌물수수와 현대건설 비자금 혐의 2가지를 묶어 박 위원장을 또다시 구속 기소한다. 당시 그는 검찰 조사를 마치고 나와 “차라리 정치를 그만두라고 하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악재는 다시 이어졌다. 그가 구속돼있던 때, 지역구가 사라져 버린 것이다. 보성군은 고흥군에, 화순군은 나주시로 병합됐다. 박 위원장은 고향인 보성이 포함된 고흥·보성 지역구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옥중 출마까지 감행했지만, 그는 결국 17대 총선에서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낙선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던 두 혐의는 훗날 모두 무죄 판결이 났다. 나라종금 뇌물수수 혐의는 같은 해 11월, 현대 건설 비자금 혐의는 2005년 5월 확정됐다.

결백이 입증된 날, 박 위원장은 김 전 대통령의 서울 동교동 자택을 찾아 위로를 구했다고 전해진다. 정치적 부담을 털어낸 후에는 변호사 사무실을 개업하고 민주당에 복당하는 등 재기를 준비했다. 그러다 2006년 제4회 지방선거에 출마한다.

처음에는 전남도지사 예비후보로 선거를 준비했다. 그러다 한화갑 당시 당 대표의 의중에 따라 서울특별시장 후보로 전략공천됐다. 본선에서는 7.71%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낙선했다. 한나라당 오세훈 후보, 열린우리당 강금실 후보에 이은 3위였다.

호남 괄시 
이겨냈다?

그는 18대 총선에서 새 출발을 알렸다. 줄곧 출마해오던 ‘고향’ 보성을 떠나 통합민주당 후보로 광주광역시 동구에 출마했다. 광주 동구는 금남로와 충장로 등 광주 중심가를 포함한 지역구로, 예전부터 ‘호남 정치 1번지’로 불려왔다.

박 위원장은 선거운동 당시 “광주시장과 동구청장, 지역 당원 5000명이 광주 동구로 와달라고 요청했다”며 “처음에는 주저하고 사양했지만 광주 동구의 낙후된 모습을 보고 마음을 고쳐먹었다. 사라진 동구의 빛을 반드시 되살려놓겠다”고 출마의 변을 전했다.

그는 이곳에서 88.74%라는 압도적인 득표율로 당선되며 화려하게 재기에 성공했다. 당대 최고 득표율이었다. 여세를 몰아 당 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며 정치적 입지를 쌓았다.

19대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 출마를 준비했지만 무산될 위기에 처한다. 민주통합당이 19대 총선에서 광주 동구 지역구에 무공천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그때 광주 동구에서 발생했던 ‘불법 선거인단 모집’ 사건의 여파였다. 

민주통합당 선거운동원으로 알려진 조모씨가 2012년 2월26일 선거인단 대리 모집 의혹으로 선관위 조사를 받던 도중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광주지검은 민주통합당 국민경선을 앞두고 사조직을 결성, 활동한 혐의로 동구 구의원과 통장 여러 명을 구속하기도 했다. 

지역구 현직 의원이었던 박 위원장도 수사망에 올랐다. 검찰은 그를 선거 사조직 운용·사전선거운동 혐의 등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기소했다.

사법고시 수석 출신…호남 4선 중진
4번 구속 4번 무죄 파란만장 정치역경


금품·동원 선거 논란이 급속도로 확산됐다. 민주당 지도부는 진상조사단 파견·동구 전략공천 지역구 선언 등 비판 여론 진화에 나섰지만 여의치 않았다. 결국 고육지책으로 ‘무공천’ 방침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박 위원장이 이에 반발해 탈당·무소속 출마하면서 내홍은 더욱 확산됐다. 당시 민주통합당을 탈당하고 광주 동구에 출마한 후보만 3명에 달했고, 다른 진보 정당 후보들도 가세하면서 범진보진영 후보들의 각축장이 됐다.

혼전 상황에서, 현직 의원이라는 강점을 살린 박 위원장이 결국 당선됐다. 18대 총선에서 전국 최고 득표율을 기록했던 박 위원장은 19대 총선에서 전국 당선인 중 최저 득표율(31.55%)을 기록했다.

당선 후에도 위기는 계속됐다. 박 위원장은 ‘불법 선거인단 모집’ 사건으로 열린 1심 재판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항소심 재판 중 국회에서 체포동의안이 가결돼 구속됐다가 선고 후 석방되는 고초도 겪었다.

연말에는 무소속 의원 신분으로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대선후보 지지 의사를 발표하려다 자신의 지지자 30여명에게 끌려가 갇혀 기자회견을 열지 못하는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1년이 넘는 법정 다툼 끝에, 대부분의 혐의에서 무죄 판결을 받아냈다. 다만 동장들에 대한 지지 호소 부분만 죄가 인정돼 벌금 80만원을 선고받으며 의원직은 지켜냈다.


박 위원장은 판결 직후 ‘판결에 대한 소회’라는 입장을 내고 그간 겪어온 심적 고통을 토로했다. 그는 총 5번의 기소돼 4번 구속됐고, 구속된 사건에서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 과정에서 ‘불사조’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다.

그는 입장문에 “그동안 ‘4번 구속, 4번 무죄’를 경험했다. 참으로 파란만장한 정치 역경이었다”며 “상상할 수 없고 유례가 없는 동서고금 전후무후한 법살(法殺)이었다”고 적었다.

이후에는 전보다 순탄한 정치활동을 이어왔다. 통합신당 창당을 추진하다 국민의당으로 통합한 뒤, 최고위원 지명·20대 총선 당선(광주 동·남 을, 54.7%) 등을 시작으로 탄탄대로를 걸었다. 

제20대 전반기 국회부의장을 역임했고, 국민의당 대선 예비후보로 나서 예비경선을 통과하기도 했다. 본선에서는 안철수 후보의 독주체제 아래에서 3위를 기록하는 데 그쳤지만 대선 패배 이후 비상대책위원장에 선출되는 등 중진 정치인으로 거듭났다.

2018년 2월, 바른미래당 창당에 합류해 유승민 전 의원과 공동대표를 맡은 것을 마지막으로 줄곧 내리막길을 걸었다. 4개월 뒤 치러진 제7회 지방선거에서 참패한 책임을 지고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바른미래당 해체 후 호남 다선 의원들과 민생당을 창당했지만 별다른 족적을 남기지는 못했다. 21대 총선에 출마해 낙선했다. 당의 좁은 입지와 공천 과정에서 불거진 내분 등이 패인으로 지목됐다.

‘친정’ 검찰
인연과 악연

박 위원장이 다시 정치적 존재감을 드러낸 건 지난해 말부터다. 박 위원장은 지난해 10월 또 다른 호남 4선 의원인 김동철 전 바른미래당 원내대표와 함께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대선후보 공개 지지선언에 나섰다.

그는 지지선언문에서 “공정과 정의, 상식은 우리 두 사람과 윤 후보가 만나는 지점”이라며 “정파를 떠나 새로운 시대를 열 수 있다고 본다. 민주당에서 정치를 시작한 우리가 국민의힘 소속 윤 후보를 선택한 것은 그가 참된 공정과 정의를 실현할 유일한 후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12월에는 국민의힘 선대위 공동위원장을 맡으며 전면에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당시 대선후보)을 도왔다. 선대위 동서화합미래위원장도 겸임하며 윤 당선인이 호남 민심 소구력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

지난 1월 선대위가 해체된 이후에도 광주·전남 선거대책본부장을 맡아 윤 당선인을 계속 지원해왔다. 당선 이후에는 대통령취임준비위원장으로 임명됐다. 윤 당선인이 지난 14일, 직접 연락해 “직을 맡아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은혜 대통령 당선인 대변인은 지난 15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 브리핑에서 “박 위원장은 워낙 수많은 정치 역정을 거치면서 대한민국의 정치지형을 바꾸는 데 헌신적인 역할을 해왔다. 정의롭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완성하기 위해 국정 통합을 가장 중요한 과제로 삼은 윤석열정부의 가치와 철학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다”며 “취임식 준비 위원장으로서 윤 당선인의 가치와 철학을 국민에게 전달하기에 가장 적임자”라고 인선 이유를 설명했다.

이날 박 위원장은  MBC라디오 <표창원의 뉴스 하이킥>에 출연해 임명 비화를 밝혔다. 그는 “처음에는 완곡히 사양했는데 재차 요청해 수락했다”며 “윤정부 출범부터 앞으로 끝날 때까지 성공하기 위해서는 조금의 밀알의 역할이라도 해야겠다는 사명감이 들었다”고 말했다.

보수진영 대통령 취임식 총괄 진풍경
국무총리 등 차기 정부 역할론 ‘솔솔’

박 위원장은 임명 직후부터 위원회 구성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그는 같은 날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담당부처인 행정안전부로부터 연락이 오면 완벽한 취임식과 취임사를 준비할 수 있도록 탁월한 위원들을 모시겠다”고 약속했다.

박 위원장 설명에 따르면 대통령취임준비위원회는 위원 8명으로 구성될 예정이다. 위원 선정 기준에 대해서는 “전례를 살펴보고 학계, 관계, 일반 국민 대표들을 망라해 대한민국 미래 비전을 담아내는 데 탁월한 능력과 경륜을 가진 분에게 기회를 드릴 생각”이라고 답했다.

또 박 위원장은 5·18광주민주화운동 정신을 취임사에 포함할지 실무진과 논의할 예정이다. 박 위원장은 지난 16일 <해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윤 당선인은 5·18정신이 그동안 헌법 전문에도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수차례 광주 정신을 강조해왔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대통령 취임사에서 5·18정신이 명시적으로 언급된 적은 없다. 논의가 구체화된다면 윤 당선인은 취임사에서 5·18정신을 언급한 최초의 대통령이 되는 셈이다. 만약 실현될 경우, 국민 통합을 논하며 ‘5·18정신을 계승한다’ 정도로 짧게 언급될 것이라는 게 주된 관측이다.

정계 일각에서는 박 위원장이 호남 출신이라는 점을 들어 관련 논의가 구체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고 있다.

박 위원장 역할론은 인수위원회에 국한되지 않는다. 그의 이름이 차기 정부 초대 국무총리 하마평에도 오르내리고 있다. 다만 인수위원회 측은 아직 국무총리 인선과 관련해 어떤 공식 입장도 내놓지 않았다. 박 위원장 역시 “전달받은 바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지난 16일 KBS라디오 <최강욱의 최강시사>와의 인터뷰에서 “크게 기대하거나 바라고 있지는 않다”면서도 “내가 바란다고 오는 것도 아니고, 국민이 평가해주셔야만이 가능할 수 있는 일”이라며 여지를 남겼다.

인수위까지?
총리직까지? 

정치인생이 위기에 처할 때마다 화려하게 재기해왔던 ‘불사조’ 박 위원장. 21대 총선 낙선의 수모를 딛고 또다시 국내 정치 한복판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과연 그의 이번 여정은 어디까지일까. 그 종착지가 인수위원회일지, 국무총리실일지 온 정계가 주목하고 있다.

<jeongun15@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인수위 호남 인사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이하 인수위) 안에는 박주선 대통령취임준비위원장 외에도 호남 인사들이 여럿 포진돼있다.

대표적으로는 김동철 전 의원, 국민의힘 이용호 의원, 장성민 세계와동북아포럼 이사장 등이 있다.

김 전 의원은 광주 광산구에서만 내리 4선을 쌓은 호남 중진 인사로 지난해 10월, 박 위원장과 함께 윤 당선인 공개 지지를 선언한 바 있다.

인수위에서는 윤 당선인 직속 국민통합위원회 부위원장에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원은 국민의힘 소속 의원 중 유일하게 호남(전라북도 남원시·임실·순창군)에 지역구를 둔 인사다.

제21대 총선 당시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됐다. 이후 지난해 12월 윤 당선인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히고 국민의힘에 전격 입당했다. 인수위에서는 정무사법행정분과 간사에 임명됐다.

장 이사장은 국민의 정부에서 초대 청와대 국정상황실장과 정무비서관을 지낸 동교동계 핵심 인사다. 전라남도 고흥 출신으로, 그간 ‘DJ 적자’라고 불려왔다. 

그는 대선 기간 중 윤 당선인에게 거침없이 ‘쓴소리’를 해온 것으로 전해지며 인수위에서는 정무특보를 맡았다. <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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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6·3 지방선거 경기도지사 선거판을 달구고 있다. 여당 강세 지역인 만큼 민심은 물론 당심까지 한번에 훑어볼 절호의 기회다. 1차 예비경선도 ‘기승전 이재명’으로 막을 내렸다. ‘찐명’ 타이틀을 거머쥘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지, 여당의 이목이 경기도에 쏠리는 이유다. 지난 22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경기도지사 예비경선을 실시했다. ▲김동연 현 경기도지사 ▲추미애 의원 ▲한준호 의원 등으로 후보가 압축되면서 3강 체제가 굳어졌다. 권칠승·양기대 후보는 고배를 마셨다. 100% 권리당원 투표로 진행된 만큼 오직 당심으로만 결정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현역인 김동연 후보는 행정력을, 추미애 후보는 검찰개혁 선봉자와 6선의 중량감을, 한준호 후보는 친명(친 이재명)계 조직력을 바탕으로 1차 관문을 통과했다는 평을 받는다. 당심 100% 첫 관문 본경선은 다음 달 5~7일 진행되며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상위 2명이 15~17일 결선투표를 치른다. 본경선 투표는 권리당원 50%와 국민 여론조사 50%가 반영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 검찰개혁에 앞장선 추 후보는 강성 지지층의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다. 추 후보 역시 이를 동력 삼아 사법 3법(법 왜곡죄, 재판소원법, 대법관 증원법)과 중수청·공소청 설치 법안 강행 처리를 주도했다. 추 후보는 출마 선언을 통해 선명한 개혁과 강인한 리더십을 강조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이 재난지원금과 청년기본소득을 적극 추진하며 사회적 기본권을 보장하고, 수십 년간 지지부진했던 불법 계곡을 정비해 경기도가 새로운 기준을 만들었던 것처럼 경기도에도 도민을 행정 중심에 놓는 사고의 전환과 강한 결단력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 추미애는 개혁이 필요하면 정면으로 돌파했다. 원칙 앞에서 물러선 적이 없었고 어려운 이웃을 외면한 적이 없었다”며 “책임지는 행정, 실천하는 행정으로 경기도정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한 후보는 “경기도가 성공해야 이재명정부가 성공한다”며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을 전면에 내세웠다. 한 후보는 “이정부의 실용주의를 경기도에서 가장 먼저, 가장 분명하게 성과로 완성하겠다. 지금 경기도에 필요한 것은 망설임이 아니라 실행, 말이 아니라 결단, 계획이 아니라 책임지는 도정”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당시 한 정치권 관계자는 “추 후보는 정부를 이끌 리더십을 강조했다면 한 후보는 보조하는 조력자 역할에 방점을 찍었다. 두 사람은 공통적으로 명심을 내세웠지만 이를 활용하는 방법은 다른 셈”이라며 “민주 당원도 어떤 역할이 이정부 성공에 도움이 될지 저울질하면서 선거 과정을 지켜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역인 김 후보는 “일잘러(일을 잘하는 사람) 대통령에게는 일잘러 도지사가 필요하다”며 행정 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김 후보는 이 대통령이 경기도지사를 지내던 당시 추진하던 기본소득과 지역화폐 등의 정책을 이어받아 발전시킨 사례를 성과로 제시했다. 김 후보는 “지금 이 대통령이 가장 강조하는 것은 ‘속도와 체감’이다. 좌충우돌, 시행착오로 낭비할 시간이 우리에겐 없다”며 자신이 이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하는 ‘국정 제1동반자’임을 거듭 강조했다. ‘강경’ 추 ‘친명’ 한 ‘비명’ 김 앞다퉈 “내가 국정 파트너 적임자” 정치권은 세 사람의 성향이 모두 다른 점에 주목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강성 추미애’ ‘친명 한준호’ ‘비명(비 이재명)이었던 김동연’이 한자리에 모였다. 경기도지사 선거를 빙자한 ‘친명 선발 토너먼트’인 격”이라며 “최종 후보가 선정되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민주당 권력이 어디를 향하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끼어들 틈이 없다 보니 민주당만의 리그가 됐다. 민주당 최종 후보는 경기도지사직뿐만이 아니라 ‘이재명의 복심’이라는 타이틀까지 얻는 효과를 본다. 민심과 당심의 향배를 모두 주목해야 한다”고 봤다. 세 사람 모두 네거티브 경쟁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예비경선 득표율을 놓고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 후보 측이 “(예비경선) 2위를 확신한다”고 주장하며 불을 지핀 것. 득표율은 후보 본인에게만 공개되지만 본선 진출을 위해 각자 유리한 여론 조성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예비경선이 치러진 다음 날인 23일, 민주당 염태영 의원은 경기도의회 브리핑룸에서 ‘한준호 후보 본경선 전략 브리핑’을 갖고 “당이 후보별 전체 순위와 득표율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추정치라는 점을 전제로 한다”면서도 “한 후보가 상당히 약진했고, 권리당원 투표에서는 2위를 했다는 것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 중요한 것은 현재 수치보다 추세와 흐름”이라며 “경기도민과 권리당원들이 경기도의 미래를 이끌 새로운 지도자의 기준을 바꾸기 시작한 결과가 이번 예비경선에 반영됐다”고 해석했다. 이에 김 후보는 “순위 발표도 안 됐는데 각자 자기주장 하는 것”이라고 받아쳤다.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는 권리당원의 당심과 경기도민의 민심,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의 승리다. 김 후보는 당심이, 나머지 두 후보는 민심에 취약한 만큼 각각 절반이 부족하다는 평이다. 민심과 당심이 언제나 같은 방향으로 흐르지 않는 만큼 후보들은 전략 수정에 나섰다. 그동안 추 후보는 각종 개혁에 앞장서는 등 강성 이미지를 굳혀왔다. 하지만 강성 이미지는 양날의 검이 돼 2024년 하반기 국회의장 선거 당시 낙선 원인이 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강성 당심은 추 후보를 밀었지만, 의원 투표 결과 온건파인 우원식 후보가 당선되면서 급제동이 걸린 것. 추 후보는 6선의 중진이지만 이번 경기도지사까지 패배하게 되면 정치적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역풍 불라” 완급 조절 이를 의식한 듯 최근 추 후보는 ‘추다르크’라는 별명을 내려놓고 행정가로서의 면모와 실용성을 강조하고 있다. 추 후보는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입법·사법·행정을 골고루 경험한 유일 후보”라며 “입법을 통해 큰 틀 아이디어를 냈다면 이제는 현장에 뛰어들어 성과를 내보고 싶다”고 말했다. 검찰개혁 완수를 본인의 최대 성과로 내세운 추 후보가 법사위원장을 내려놓고 선거에 뛰어든 것 역시 중도를 설득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권리당원 100%로 치러진 예비경선과 달리 본경선은 일반 여론조사와 당원 조사가 각각 50%씩 반영된다. 결국 줄어든 강성 당원의 영향력 만큼 중도층을 최대한 끌어오는 것이 관건이다. 추 후보는 사퇴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7개월간 법사위원장으로서 총 682건의 개혁법안과 민생법안을 처리했다”며 “법 왜곡죄를 도입하는 ‘형법’, 재판소원을 허용하는 ‘헌법재판소법’, 대법관 증원안이 담긴 ‘법원조직법’ 개정안 등 사법개혁 3법과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법안까지 검찰개혁 과제를 완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언제나 제 중심에는 국민이 있었고, 어떠한 가시밭길도 외면하지 않았다”며 “2021년 검찰개혁을 완수하지 못한 채 법무부 장관 자리를 떠나야 했던 무거운 발걸음이 아니라 이처럼 뜻깊은 결과를 여러분께 보고드릴 수 있게 되어 영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힘이 되어주신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대한민국의 중심 경기도를 승리로 이끌고 이정부와 함께 국민주권시대를 만들어 내겠다”고 덧붙였다. 한 후보는 오히려 ‘이재명 픽’을 앞세웠다. 이정부를 흔드는 세력을 향해 각을 세우면서 전투력을 강조하는 등 기존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최근 한 후보는 ‘이재명 공소 취소설’의 근원지인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대통령의 생각을 자꾸 언급하는 것 자체가 당을 지휘하고 있는 당 대표로서 맞냐는 생각이 있다”며 김어준씨와 정청래 대표 등을 겨냥한 듯한 발언을 했다. 여권 갈등의 뇌관이 된 유시민 작가의 ‘ABC론’을 놓고 설전이 이어지기도 했다. 유 작가는 민주당 지지층을 A(가치 중시), B(본인 이익 추구), C(A, B의 교집합) 등 세가지 그룹으로 분류했으며 특히 B그룹은 “이익과 생존을 위해 친명을 자처하는 이들”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한 후보는 “갈라쳐서 얻는 게 뭔지 모르겠다”고 반응했고 유 작가가 재반박에 나섰다. 이후 한 후보는 자신의 SNS를 통해 “작가님의 말씀, 무겁게 듣고 있다. 그래서 더 안타깝다”며 “저를 향한 비판과 비난은 기꺼이 감당하겠다. 하지만 이 대통령님과 정부는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지금의 모습은 불안한 외줄타기 같다”며 “선은 분명하다. 그 선은 지켜달라”고 요구했다. 끊지 못한 명 꼬리표 한 후보는 “53% 싸움”을 내세우며 본경선 승리를 위한 지지층 결집을 호소했다. 오는 6월 선출되는 경기도지사의 임기는 4년으로 이 대통령의 남은 임기와 맞물린다. 따라서 이정부와 합을 잘 맞추는, 명심을 잘 꿰뚫는 후보가 경기도지사에 당선되어야 한다는 게 한 후보 측 지지층의 핵심 메시지다. 한 후보 역시 “‘이재명 지사였다면 벌써 해결했을 일들’을 한준호가 가장 스마트하고 빠르게 해결하겠다”며 “딱 세 표가 부족하다. 나의 한 표에 더해, 가장 가까운 두 분만 더 설득해 달라”고 밝혔다. 김 후보는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1위의 김 후보를 추 후보가 뒤쫓고, 한 후보가 마지막 뒤집기 기회를 엿보는 구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4일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퍼블릭이 <중부일보> 의뢰로 경기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지난 23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오는 6월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누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물은 결과 김 후보는 25%, 추 후보는 22%, 한 후보는 11%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전화면접조사 방식(CATI)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p, 응답률은 12.7%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김 후보는 당심 100%라는 가장 어려운 관문을 뚫었지만 질긴 비명 꼬리표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그의 최대 약점은 경기도지사 선거 당시 본인에게 도움을 줬던 민주당 핵심 지지층과의 관계를 소홀히 했다는 국민 인식이다. 유 작가는 한 유튜브 방송을 통해 “(당시 이재명) 대표한테 붙어 지사가 된 사람이지 않나. 배은망덕”이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2024년 임기 후반기 접어들자 본격적으로 비명 프레임이 굳어졌다. 당시 김 후보는 민주당 전해철 전 의원 등 대표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영입했고, 친명계에서는 “유력 대권후보 주자인 이재명 당 대표에 맞서기 위한 결집 시도” 등 견제가 이어졌다. 김 후보는 표를 분산시키는 친비명 프레임을 깨고 인물론에 승부를 걸었지만 민주당 여론이 심상치 않다. 일부 친민주당 성향 커뮤니티에서 “친명계와 개딸(개혁의 딸)이 벼르고 있다”는 여론이 형성되자 김 후보는 자세를 낮추고 당원에게 호소하는 메시지를 냈다. 2% 부족한 후보들…해법은? 이제 와서 고개 숙인 김동연 김 후보는 예비경선이 시작된 지난 21일 자신의 SNS에 “‘나는 동지들의 헌신에 보답했는가’ 되묻는다. 많이 부족했다”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김 후보는 “경기도의 저력도, 제가 여기에 서 있는 것 자체도, 당원 동지들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며 “갚을 길은 하나라고 믿는다. 이재명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제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붓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저는 선택의 시간 앞에, 당원동지들 앞에 서 있다. 감히 청한다.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죽을 힘을 다해 뛰어라, 당원의 마음을 명심하고 다시 한번 일하라.’ 저 김동연에게 그 기회를 주십시오. 당원 동지들의 뜻을 간절히 기다린다”고 호소했다. 김 후보는 친비명 논란에 거듭 선을 그었다. 그는 “이 대통령 중심으로 성공한 나라를 만드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당의 친명(친 이재명)·비명은 의미가 없다”며 “경기도는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국정 제1파트너로서 충분히 뒷받침하면서, 필요하다면 앞에서 끌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한 후보와 마찬가지로 유 작가의 ABC론을 꼬집었다. 김 후보는 JTBC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가나다’론을 제시하며 “ABC 때문에 논쟁이 벌어진 거 같은데 저는 ‘가나다’로 얘기하면 어떨까 싶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가’는 김대중 대통령을 좋아하는 민주당의 토대다. ‘나’는 그 뒤를 이은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하고 지지했던 분들, ‘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과 성과로 보여주는 리더십을 좋아하는 분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ABC론이 조선시대 노론이나 소론도 아니고 가나다로 한데 뭉치고 더하는 민주당이 됐으면 좋겠다”고 부연했다. 민주당은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가 계파 분열의 초입이 될까 노심초사하는 모양새다. 이에 민주당 원조 친명 핵심으로 꼽히는 김영진 의원은 김 후보를 향한 ‘반명 공세’에 “이 대통령과 어려움을 함께했던 소중한 민주당의 멤버”라며 직접 엄호에 나섰다. 또 김 의원은 2022년 대선 당시 김동연 대선후보(새로운 물결)와의 단일화 과정을 회상하며 “안철수 후보는 윤석열 후보에게 갔지만 김 후보는 이재명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어려운 선거를 함께 뛰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분열은 ‘독’ 친명 지원전 한 민주당 관계자는 김 지사의 화합 메시지와 호소력에 주목했다. 이 관계자는 “골수 친명은 김 후보에 대한 반감이 크다. 김 후보에게 친문 표가 약 30% 정도 있다고 본다”며 “김 지사가 막판에 승리하려면 이 30%를 유지하면서 당원에게 호소하는 전략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친명을 적으로 돌리면 답이 없다. 등 돌린 사람이 있는 곳에 가서 그 사람이 원하는 메시지를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