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멋대로' 환경부 대기오염물질 이중잣대 논란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2.03.15 08:41:12
  • 호수 136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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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각 때리고 시멘트 봐주기?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시멘트 소성로 배출허용기준을 두고 느슨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환경부에서는 소각업체와 달리 시멘트 소성로 허용기준이 관대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폐기물 소각업계는 시멘트업계에서 폐기물 물량을 싹쓸이할 뿐 아니라 환경오염이 우려된다고 말하고 있다. 

3년 전 우리나라는 국제적 망신을 당했다. 2019년 CNN은 경북 의성군 쓰레기산을 ‘세계 최대 수준의 플라스틱 소비국의 단면’이라고 보도했다. 의성군은 불법 폐기물 20만8000t을 처리하는 데 7년을 예상했다. 

유연탄 대체

쓰레기산은 매립으로 처리하기엔 워낙 많은 양이었다. 환경부는 재활용할 업체를 수소문한 끝에 쓰레기를 보조 연료로 사용하는 시멘트업계에 도움을 요청했다. 시멘트업계가 나서면서 의성 쓰레기산은 점차 사라지더니 20개월 만에 종적을 감췄다.

국내 시멘트 업체들은 시멘트 제조 과정에 고온이 필요한데 쓰레기산 절반에 이르는 폐플라스틱을 가져가 석탄(유연탄) 대신 연료로 쓴 것이다. 처리시설 부족과 매립지역의 포화로 ‘쓰레기 대란’이 점차 현실화하고 있는 가운데 시멘트 산업이 자원 선순환의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왔다.

지난해부터 시멘트 업체들은 유연탄을 대체할 수 있는 순환자원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시멘트 제조 연료의 77%를 차지하는 주요 원자재인 유연탄 가격이 치솟자 폐기물로 눈길을 놀렸다. 2020년만해도 유연탄 가격은 평균 60달러(한화 7만4000원)였다.


작년 3배 수준인 180달러(22만3000원)로 치솟은 데 이어 올해 7배 수준까지 올랐다. 시멘트 소성 공정에서 유연탄 대신 폐 합성고무나 폐 합성수지, 재생유와 같은 폐기물을 대체연료로 활용해왔는데, 그 투입 비율을 늘리기 위한 투자를 단행하겠다는 것이다.

소성로 배출 허용 기준 “느슨” 지적
물량 싹쓸이…TMS 적용 기준도 달라

문제는 시멘트 제조 시 사용되는 연료 및 원료로 폐기물 사용량을 늘려가자 폐기물 소각업계가 반발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환경부 조사 자료에 의하면 국내 11개 시멘트 제조사들의 한 해 폐기물 사용량은 최근 연간 7%씩 증가해 2020년 800만t에 달했다. 반면 국내 68개 소각 전문업체의 폐기물 사용량은 같은 해 기준 298만t에 머물고 있다. 전년보다 오히려 감소해 시멘트업계와는 다른 분위기다.

소각업계는 시멘트 소성로의 대기배출기준을 지적하고 있다. 배출허용기준이 주기적으로 강화되고 있지만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2019년에 강화된 시멘트 질소산화물 배출허용기준은 80ppm이다. 현재 질소산화물 배출기준 80ppm을 적용받는 시멘트 공장은 단 한 군데도 없다. 모든 시멘트 공장이 2007년 1월31일 이전에 설치됐기 때문이다. 270ppm은 제철·제강 제조시설(170ppm), 석유정제시설(130ppm)에 비해서 높은 편이다. 

반면 소각시설의 질소산화물 배출허용기준은 50~70ppm으로 알려져 있다. 시멘트보다 엄격한 기준이 적용됐다. 


열환경기술연구소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시멘트 공장의 폐기물 혼합과 소각 전문시설 폐기물 소각의 환경위해성 비교 분석 및 제도개선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시멘트업계는 대기배출기준 특혜를 누리고 있다. 

불완전연소 물질인 탄화수소(TOC/THC)는 유럽연합 기준 18.6ppm보다 완화된 60ppm을 적용하고 있으며 이 기준 준수 여부도 자가 측정으로 관리되고 있다. 

보고서에서는 국내 시멘트 소성로가 주로 사용하는 폐 플라스틱, 폐 합성수지, 폐 합성고분자화합물 등으로 발생되는 오염물질 관리를 위해 60ppm이라는 탄화수소 배출허용기준을 마련했다. 하지만 측정 결과가 공개되지 않을뿐더러 기준도 시멘트업체 자율로 관리되고 있어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A 시멘트사의 경우 1000억원의 시설투자를 받아 환경사업 비중을 50% 이상 확대하겠다고 했으나 확대 생산시설이 아닌 기존 시설을 중축으로 인정받았다. 2007년 이전에 설치된 것이라는 이유만으로 270ppm의 질소산화물 배출허용기준을 적용받고 있다. 

소각업계와 시멘트 소성로는 각각 폐기물 소각을 진행하고 있지만, 굴뚝자동측정시스템(TMS) 적용 기준도 다르다.

소각전문시설은 5개 항목, 시멘트 소성로는 3개 항목을 적용받고 있다. 시멘트 소성로에 투입되는 폐기물 종류를 보면 우리나라는 88종으로 가장 많다. 반면 독일이나 스위스, 일본 등에는 약 13종 내지 34종으로 우리나라보다 훨씬 적은 폐기물 종류로 제한하고 있다.

가격 단가에서도 차이가 난다. 시멘트업체는 t당 5만5000원, 소각전문업체는 t당 23만원이다. 시멘트업계가 4분의 1가량 저렴한 가격으로 물량을 많이 차지하고 있다. 

가격 차이 

환경부 관계자는 “시멘트와 소각시설에 적용하는 기준은 따로 있다. 시멘트는 연소가 되더라도 시멘트로 나오기 때문에 최종산물에서 차이가 난다. 반면 소각시설은 태워서 배출되기 때문에 시멘트와는 또 다르다”고 설명했다. 이어 “시멘트는 애초에 그렇게 유지돼왔고 일단은(시멘트와 소각) 대기배출허용기준을 정확히 맞추는 게 중요한데 기술조건이 따라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9do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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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