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 선거 전문가가 짚은 3·9 대선 막판 변수

“‘딱 붙은 지지율’ 6일에 달렸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여야 모두 사활을 건 총력전.” 권력의 정점을 향한 여야 대선후보들의 고지전이 치열하다. 하루에도 몇 건씩 쏟아지는 여론조사 추세는 엎치락뒤치락하는 수준. 어떤 후보도 확실한 우세를 점하지 못한 상황이다. 투표일까지 마지막 1주일은 여론조사 결과조차 알 수 없는 ‘깜깜이 모드’에 접어든다.

1992년 창간된 <교수신문>은 2001년부터 설문조사를 통해 한 해 동안 대한민국의 사회상을 담은 ‘올해의 사자성어’를 선정해 발표하고 있다. 2016년 박근혜-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로 국민 1300만명(누적)이 촛불을 들고 거리로 뛰쳐나왔을 당시 사자성어는 ‘군주민수(君舟民水)’였다.

민심 향방
이번에는?

<순자> 왕제편에 나오는 말로 ‘백성은 물, 임금은 배’라는 뜻이다. 물(국민)의 힘으로 배(정부)를 띄울 수도 뒤집을 수도 있다는 말로 민심의 무서움을 표현했다. 비선 실세 논란으로 민심이 크게 요동쳤고 그 결과 국회에서 탄핵안이 가결되는 헌정 사상 초유의 일이 일어난 데 따른 것이다. 

민심의 흐름은 19대 대선에서 77.2%라는 높은 투표율로 나타났다. 문재인 대통령은 홍준표(자유한국당)·안철수(국민의당)·유승민(바른정당)·심상정(정의당) 등 5자 구도에서 41%의 득표율을 기록, 19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임기 초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80~90%를 넘나들며 고공행진을 벌였다.


차기 대선이 코앞으로 다가온 현재까지도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40% 안팎을 기록하고 있다. 역대 대통령과 비교해 단연 높은 수준이다. 흥미로운 점은 ‘정권교체’ 여론이 문 대통령의 지지율을 웃돌고 있다는 사실이다. 6대 4 정도로 나뉜 민심은 문재인정부 3년 차 후반부터 고착화되기 시작해 현재에 이른다. 

이 같은 구도는 20대 대선후보들의 지지율에 일정 부분 적용되고 있다. 정권교체 여론을 등에 업은 야권 후보와 문 대통령의 지지율을 등에 업은 여권 후보의 피 말리는 대결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여론조사를 통해 수치화된 민심은 아직 한쪽으로 확실하게 쏠림세를 보이진 않고 있다.

3일부터 여론조사 공표 금지
‘깜깜이’ 결과 바뀐 적 없어

실제 대부분 조사에서 오차범위 내 결과가 나오는 중이다.

선거전은 지난 3일부터 여론조사 공표 금지 기간이 시작되면서 더욱 안갯속으로 빠져들었다. 공직선거법 108조(여론조사의 결과 공표 금지 등)는 “누구든지 선거일 전 6일부터 선거일의 투표 마감 시각까지 선거에 관해 정당에 대한 지지도나 당선인을 예상하게 하는 여론조사의 경위와 그 결과를 공표하거나 인용해 보도할 수 없다”고 명시했다.

다시 말해 여론조사를 진행할 수는 있지만 그 결과는 보도할 수 없는 것. 이른바 ‘깜깜이 모드’다. 

여야 캠프 관계자는 “선거판의 하루는 짧게는 한 달, 길게는 1년과도 같다”고 입을 모았다. 깜깜이 모드인 6일 동안 온갖 사건이 다 벌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4~5일 사전투표,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확산, 사회적 거리두기 조정 등 굵직한 이슈가 산재해 있다. 


김기수 ㈜리서치디앤에이 대표는 ‘혼전 초접전’이라는 표현을 쓰면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의 지지율이 “딱 붙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똑같은 크기의 눈덩이라도 그 응집력에서는 차이를 보일 수 있다”며 “이제부터는 응집력 싸움이 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남은 기간
이슈 산재

어느 진영에서 지지층을 더 많이 투표장으로 끌어내느냐의 대결이라는 설명이다. 

이어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에 등록된 여론조사는 유권자 구성비에 따라 할당량에 맞춰 표본 수를 채운 것”이라며 “하지만 실제 투표에서 유권자들이 그 구성비에 맞게 투표장에 나온다는 보장은 없다. 여론조사와 실제 투표 사이에 괴리가 발생하는 이유다. 결국 막판에 결집하는 쪽이 이긴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김 대표와의 일문일답.

-현재(2월28일) 판세는 어떻게 보는지.

▲우열을 가릴 수 없는 혼전 상태다. 다만 여론조사는 개별적인 조사 결과에 의미를 부여하기보다 흐름과 추세를 보고 판단하는 게 좀 더 정확한데, 그 시각으로 보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추세상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21일 1차 TV 토론 이후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를 쫓기 시작해 현 시점에서는 말 그대로 ‘딱 붙은’ 상태다. 

-지역별 판세는 어떤지.

▲정권교체 여론의 핵심은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다. 그중에서도 부동산 민심이 가장 좋지 않은 곳이 서울이다. 이 후보가 서울에서 윤 후보에 뒤지는 결과가 나오는 것도 그 때문이다. 호남 지역의 경우 이 후보는 60~65%대 지지율을 보이고 있는데 실제 투표에서는 이보다 더 나올 가능성이 있다. 

반면 윤 후보는 출신 배경인 충청과 정치적 배경인 PK(부산·경남), TK(대구·경북)에서 이전 보수 후보보다 표를 얻지 못하고 있다. 이 후보 입장에서는 서울에서 까먹은 표를 충청·PK·TK 등에서 만회하는 구조다.

결국 키는 유권자 수가 가장 많은 경기도가 될 가능성이 높다. 경기는 이 후보의 정치적 배경이라 그에게 조금 더 유리하다고 본다.

-여론조사가 실제 표심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는지.


▲여론조사 결과가 초접전인 상황에서는 제3지대로 분산됐던 표심이 1, 2위 후보로 집중되는 전략 투표 또는 밴드왜건 투표 형태가 나타난다. 이기는 쪽으로 표 쏠림 경향을 보인다는 뜻이다. 노무현 후보와 이회창 후보가 맞붙었던 16대 대선이 그랬고, 문재인 후보와 박근혜 후보가 대결했던 18대 대선도 마찬가지였다. 

지지율 박빙
지지자 결집

반면 1, 2위 후보 간의 격차가 많이 나는 선거에서는 3지대 후보 지지층이 소신 투표를 하는 경우가 많다. 지지층이 이탈해 아예 투표를 포기하는 사례도 다수 나타난다. 17대 정동영 후보와 이명박 후보의 대결 때 그런 경향을 보였다. 

-투표율은 어느 정도로 예상하는지.

▲역대 대선 투표율은 후보 간의 지지율 격차와 연동되는 경향을 보였다. 지지율 격차가 적으면 투표율이 높아지고 크면 낮아진다. 16대(노무현 48.9% vs 이회창 46.5%) 70.8%, 17대(이명박 48.6% vs 정동영 26.1%) 63.0%, 18대(박근혜 51.5% vs 문재인 48.0%) 75.8%를 기록했다.

19대(문재인 41.0% vs 홍준표 24.0% vs 안철수 21.4%)는 탄핵 촛불 정국으로 대선에 대한 국민 관심도가 높아 투표율이 덩달아 오르는 모양새였다. 


20대 대선의 경우 ▲1, 2위 후보 간 박빙인 지지율 ▲젊은 층의 높아진 정치 관심도 ▲최근 대형 선거(21대 총선, 4·7 재보궐선거)의 높은 투표율 등을 상승 요인으로 볼 수 있다. ‘역대급 비호감 선거’라는 프레임, 코로나19의 확산 등은 하락 요인으로 잡힌다. 70% 초반대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된다.

코로나19 확산 야당에 불리
“투표율 19대보다 낮을 것”

-오미크론 변이로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폭증하고 있는데. 

▲코로나19 시국에서 치른 21대 총선과 4·7 재보궐선거 모두 투표율이 이전 선거와 비교해 오히려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현재 오미크론 변이 확산은 당시와 비교불가한 수준이라 투표율 하락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대체적으로 노년층에서 투표율이 낮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코로나19 확산은 민주당보다는 국민의힘에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깜깜이 모드’ 기간 동안 변수가 있다면.

▲지지율 차이가 근소할 경우 작은 실수가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현재 상황에서 양 후보 모두 호재는 더 이상 없다고 봐야 한다. 악재 관리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후보자 혹은 관계자들의 언행이 투표는 하려고 마음먹었지만 누굴 찍을지 결정하지 못한 일부 중도층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21대 총선 당시 국민의힘 측에서 터진 세월호 망언이 전체 판세를 뒤흔든 바 있다. 해당 발언이 국민의힘 총선 참패에 결정적 요소로 작용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깜깜이 모드’ 전 마지막 여론조사와 실제 투표 결과가 뒤바뀐 적이 있는지.

▲1987년 대통령 직선제 이후 13대 대선부터 19대 대선까지 모두 여론조사 공표 금지 기간 직전 여론조사(한국갤럽) 때 이긴 쪽이 실제 투표에서도 이겼다. 실제 13대(노태우), 14대(김영삼), 15대(김대중), 16대(노무현), 17대(이명박), 18대(박근혜), 19대(문재인) 대선에서 여론조사 공표 금지 기간 전 마지막 여론조사(한국갤럽)에서 오차범위 내라도 우위를 보인 후보가 당선증을 거머쥐었다.

오차범위 내
혼전 초접전

단, 이번 대선은 양 후보 간의 지지율 차이가 매우 적기 때문에 예외가 있을 수 있다.

-선거 공식이 이번에도 통할까.

▲‘2030세대는 진보 정당을 지지하고 60세 이상 유권자는 보수 정당을 지지한다’ ‘투표율이 높으면 진보 정당에 유리하고 낮으면 보수 정당에 유리하다’ 등 선거판의 공식처럼 여겨졌던 이야기는 모두 과거가 됐다. 당장 내일도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게 이번 선거다.


<jsjang@ilyosisa.co.kr>

 

[김기수 대표는?]

▲현 ㈜리서치DNA 대표
▲전 경기도선거관리위원회 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위원
▲전 전남선거관리위원회 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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닻 올린 ‘2차 계엄’ 수사 큰 그림

닻 올린 ‘2차 계엄’ 수사 큰 그림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내란 특검팀이 2차 계엄 의혹에 대한 실마리를 풀기 시작했다. 비상계엄 선포 다음 날인 지난해 12월4일 새벽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가 핵심이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 간 교감과 이날, 군 수뇌부의 움직임은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당시 상황을 재구성 중인 특검팀은 윤석열 전 대통령을 재소환할 방침이다. 내란 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은 비상계엄 선포 이후의 상황을 재구성해 왔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의 역할은 수면 위로 올라오지 않고 있다. 특히 2차 계엄 논의 여부는 여전히 의혹에 그치고 있다.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과 김주현 전 민정수석이 무엇을 위한 법률을 검토했는지가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안가 회동 정조준 특검팀은 지금까지 12·3 내란이 어떻게 준비됐는지에 대해 수사력을 집중했다. 북풍 공작과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 국군정보·방첩사령부의 움직임 등이 상당 부분 사실로 확인됐다. 내란 이후의 상황을 수사하기 시작한 특검팀은 지난달 24일 오전 10시 박 전 장관을 소환 조사했다.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를 받는 박 전 장관은 13시간가량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박 전 장관은 내란 당일 대통령 집무실에서 계엄 선포 계획을 가장 먼저 들은 국무위원 중 한 명이다. 이후 법무부로 돌아와 실·국장 회의를 열고 검찰국에 ‘합동수사본부 검사 파견 검토’ 지시를 내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계엄 당일 법무부 출입국본부에 출국금지팀을 대기시키라고 지시한 혐의도 적용됐다. 계엄 이후에는 정치인 등 수용을 위해 교정본부에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를 지시한 혐의도 있다. 특검팀은 이를 뒷받침할 만한 근거로 그가 지난해 12월3일 오후 11시쯤 대통령실에서 정부과천청사로 이동하면서 통화한 내역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이 통화한 인물은 임세진 전 검찰과장, 배상업 전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 신용해 전 교정본부장, 심우정 전 검찰총장 등이다. 임 전 과장은 박 전 장관과의 통화를 마치고 검사·수사관 인사를 담당하는 실무진 2명에게 전화를 걸었고, 배 전 본부장은 출국금지·출입국 관련 담당자들에게 연락했다. 신 전 본부장은 김문태 전 서울구치소장과 연락을 취했다. 박 전 장관은 이후 간부 회의를 열어 관련 논의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다음 날 한상대 전 검찰총장과 연락하기도 했다. 한 전 총장은 퇴직 검사 모임인 검찰동우회 회장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과 탄핵 당시 가장 많이 연락한 인물이다. 국회 계엄 해제 요구안 의결 이후에는 김 전 수석과 비화폰으로 통화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검팀은 두 사람이 2차 계엄 등 후속 대책을 논의했다고 보고 있다. 박 전 장관 측은 김 전 수석에게 포고령에 문제가 있으며 국회가 의결했으니 국무회의를 신속히 소집해 계엄을 해제해야 한다고 전했다는 입장이다. 박성재·김주현 곧바로 2차 계엄 법률 검토? 용산 CCTV 속 최측근들 메모 후 문건 만지작 특검팀은 박 전 장관이 ▲계엄사령부 산하 합동수사본부 검사를 파견하라고 검찰국에 지시 ▲출입국본부 ‘출국금지팀’ 대기 지시 ▲교정본부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 지시 등을 추진했다고 판단한다. 조사를 마친 박 전 장관은 “제가 한 일에 대해 소상하게 다 말씀드렸다”며 “통상적인 업무 수행에 대한 다른 평가를 하는 것에 대해 제가 알고 있는 모든 내용을 상세하게 말씀드렸다”고 했다. 이어 “장관으로 재직하면서 지속적으로 특검법의 위헌성에 대해 지적을 했었는데, 이 부분이 현재 특검법에도 시정되지 않은 채 시행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 점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어떤 내용을 (특검에) 말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의문이 제기되는 모든 점에 대해 상세히 말씀드렸다”고 답했다.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지’ 묻자 “나는 항상 업무를 했을 뿐”이라고 했다. ‘5급 이상 간부들에게 비상대기를 지시했다’는 주장에는 “부당한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했다. ‘구치소장 연락 지시’ 관련 질문에는 “질문이 어디에 근거한 것인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수용 지시가 계엄과 관련됐느냐’는 질문에는 “누구에게도 체포·구금하라는 지시를 한 사실이 없다”고 답변했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직전 국무회의를 열기 위해 일부 국무위원을 용산 대통령실로 소집했을 때의 CCTV 영상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은 대통령실 대접견실에서 A4 용지에 직접 내용을 메모하고 특정 문건을 들여다봤다고 한다. 특검팀은 그가 윤 전 대통령 등으로부터 문건 형태로 계엄 이후 법무부가 해야 할 조치 등을 지시받고 현장에서 이를 직접 정리했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앞서 계엄 선포 당일 대통령실에 모인 일부 국무위원 등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계엄 이후 조치 사항이 담긴 문건을 직접 전달받았다. 최상목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계엄 이후 가동할 비상입법기구 예산 편성 등을 지시받았고,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은 <경향신문> 등 언론사에 단전·단수 조치하라는 지시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시를 한 사실 없다” 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은 ‘공관을 통해 대외 관계를 안정화시키라’는 지시를 받았다. 박 전 장관 측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개별 지시 문건을 받지 않았고 통상적인 절차에 따라 법무부에 지시를 내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24일 특검 조사에서도 A4 용지에 메모했는지 등에 대해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장관 측은 이날 “해당 CCTV 장면을 보여달라”는 취지의 의견서를 특검에 제출했다. 특검팀이 김 전 수석을 소환한 건 지난 7월 초다. 그는 지난해 12월4일 서울 삼청동에 위치한 대통령 안전가옥(안가)에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박 전 장관, 이완규 전 법제처장 등과 계엄 관련 법률 검토를 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모두 윤 전 대통령과는 고교·대학 및 검찰 동기나 선·후배로 윤석열정부 최고위직 법률가들이다. 지난해 말부터 정치권에서 “비상계엄 수사 등 법률적 대응 방안 또는 제2의 내란 모의 가능성을 논의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자 이들은 국회와 경찰 조사에서 “연말에 얼굴 보자는 취지였다”(박성재 전 장관), “신세 한탄이나 하자는 자리였고, 법률을 검토할 겨를도 없었다”(이상민 전 장관)며 의혹을 부인했다. 그러나 검찰과 경찰은 이 자리에 한정화 전 법률비서관이 동석한 사실을 확인했다. 주변 CCTV 등 안가 회동 참석자들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한 전 비서관의 존재를 인지하고 소환 조사까지 진행했다. 특검팀은 삼청동 안가 모임 성격을 ▲비상계엄 선포 절차 사후 보완 ▲대통령 탄핵 대비 법적 대응 논리 개발 자리 등으로 보고 있다. 특히 내란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나온 관련자 진술의 위법성을 면밀히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장관과 김 전 수석, 이 전 처장 등은 안가 회동 이후 휴대전화를 바꿨다. 류혁 전 법무부 감찰관은 지난 3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윤 전 대통령 최측근으로 꼽히는 김주현 전 민정수석,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등 밑에서 일하던 검찰 고위 관계자들은 대통령을 ‘운명 공동체’로 생각한다”며 “박 전 장관이나 김 전 수석에 대해서는 검찰이 적극적으로 수사하지 않았다. 이들에 대해 합리적이고 납득할 만한 수사 결론이 나오지 않으면 국민이 받아들이겠나. 모든 의혹이 해소될 때까지 그 사람들에 대한 수사는 계속돼야 한다. 이들은 죽을 때까지 수사선상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증거 이미 폐기했다? 특검팀은 과거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가 작성했던 수사보고서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검찰 특수본 수사보고서의 제목은 ‘2차 비상계엄 가능성에 대한 의혹 등 정리 보고’다. 수사보고서에는 “12·4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통과되고 난 직후, 윤 대통령이 계엄사령부 상황실로 찾아가 김용현 국방부 장관에게 ‘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 ‘내가 다시 계엄을 할 테니 그때는 철저히 준비해서 국회부터 장악하라’라고 지시한 정황”이 있다고 적혔다. 해당 의혹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처음 제기했다. 민주당은 지난해 12월6일 비상 의원총회에서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2차 발령을 준비했다는 정황을 공개했다. 검찰이 이 같은 민주당의 의혹 제기와 관련해 수사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계엄사령관인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은 윤 대통령, 김용현 장관과 함께 합참 지휘통제실 내 별도의 방에 들어갔다고 국방위 현안 질의에서 답한 바 있으나 대화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발언했으나 박 총장이 답변한 날인 12월5일은 윤 대통령의 위와 같은 발언이 공개되지 않은 시점”이라며 박 전 총장에 대해 조사 필요가 있다고 적었다. 검찰은 수사보고서에서 시민단체와 언론사 보도 등 2차 계엄 의혹과 관련한 의혹 확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육군 복수 부대에 지휘관 휴가 통제 지침이 내려졌고 비상계엄 선포 이후 경계 태세가 유지되고 있다는 의혹과 계엄 둘째 날 지방 공수여단의 서울 진입 계획이 있었다는 육군특수전사령부 간부의 언론사 인터뷰 등이 그 근거다. 검찰은 윤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에게 ‘국회 문을 열고 들어가 의사당 내 의원들을 밖으로 이탈시킬 것’이라고 동일한 명령을 내렸지만, 지시가 이행되지 않아 2차 계엄이 준비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12월4일 새벽 중요…검도 “수사 필요” 인정 자료 이미 사라졌나…용산 PC 전부 포맷 확인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윤 대통령의 ‘국회의원 이탈 명령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자 김 장관에게 위와 같은 발언(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을 했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어 보이고, 이와 더불어 ‘추가 계엄 선포’와 관련된 발언을 했을 가능성도 있어 보이므로 관련 내용 수사 필요성 있음”이라고 적었다. 특검팀은 대통령실 고위 간부들이 조직적으로 2차 계엄 관련 자료를 폐기했다고 보고 있다. 지난달 18일 정진석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한 특검팀은 정 전 실장에게 계엄 이후의 상황을 따져 물은 것으로 파악됐다. 정 전 실장은 불법 계엄 전후 윤석열 전 대통령을 가까이서 보좌했다. 그는 계엄 선포 직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 있었다. 국무위원은 아니지만 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에 신원식 전 국가안보실장과 함께 참석했다. 이튿날 새벽에 계엄 해제 국무회의가 열리기 전, 윤 전 대통령이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 머물 때 찾아가 만나기도 했다. 정 전 실장은 지난해 12월4일 국회가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이후 윤 전 대통령, 박 전 총장, 김 전 장관 등과 함께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 내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의결된 후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와도 통화했다. 추 전 원내대표는 앞서 “지난해 12월4일 오전 2시58분쯤 정 전 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국회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정부에 도착했음을 확인하고 정부의 신속한 계엄 해제 조치를 촉구했다”고 밝혔다. 정 전 실장은 대통령실 윗선이 계엄 증거를 조직적으로 은폐했다는 의혹에도 연루돼있다. 특검은 지난 4월 대통령실 컴퓨터(PC) 전체 초기화 계획이 정 전 실장의 지시로 실행됐을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 특검팀은 앞서 별도 전담팀을 꾸려 정 전 실장 관련 의혹을 수사해 왔다. 특검팀은 이날 정 전 실장을 상대로 계엄 당시 국무회의와 대통령실 상황, 추 전 원내대표와의 통화 경위 등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간이 부족하다 특검팀은 박 전 총장도 참고인 신분으로 재조사했다. 앞서 박 전 총장은 계엄 당시 계엄사령관으로서 불법 포고령을 발령한 혐의(내란중요임무종사)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박 전 총장도 국회가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뒤 윤 전 대통령, 김 전 장관 등과 합참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