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치는' 펫 탐정 신종사기 주의보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2.02.08 10:23:03
  • 호수 1361호
  • 댓글 0개

“돈 주면 강아지 찾아줄게요”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가족을 잃은 슬픔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다. 키우고 있던 반려동물이 사라졌을 때도 마찬가지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찾아 나서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이들의 간절한 마음을 이용해 돈만 받고 잠적하는 이른바 ‘펫 탐정’ 신종 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반려동물 시장이 점점 커지고 있다. 지난해 4월 농림축산식품부의 조사에 따르면 2020년 반려동물 양육률은 638만가구(추산치)로 2019년 591만가구보다 47만가구 증가했다. 인구 환산 시 1500만명에 육박한다. 

커지는 시장

실종되는 반려동물 수도 함께 증가하면서 관련 시장도 빠르게 성장 중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반려동물 시장 규모는 2015년 1조9000억원에서 지난해 3조4000억원 수준으로 급성장했고, 오는 2027년에는 6조원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그만큼 ‘펫 탐정’에 대한 관심 등도 높아지고 있고, 의뢰 수요도 늘고 있다.

최근 잃어버린 반려동물을 찾아주는 펫 탐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해외에서는 이미 자리 잡힌 직업군에 속한다. 숙련된 탐정의 경우 반려동물을 찾는 비율이 80%에 달하며, 실종 당일 도움을 청할 경우 90%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국내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고양이 탐정은 어림잡아 20명이지만 더 많은 것으로 추산된다. 이들은 10만원에서 20만원 내외로 선입금 받고 고양이를 찾은 뒤 추가 사례금을 받는 형식으로 일을 한다. 추가 사례금은 보통 20만~30만원 선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 수입은 탐정마다 천차만별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고양이 탐정은 “의뢰인 일부는 ‘고양이를 찾지 못했으니 돈을 되돌려달라’고 항의하거나 고양이를 찾았는데 약속된 사례금을 지급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고양이를 찾지 못하더라도 선입금한 돈은 돌려받을 수 없다. 탐정 역시 고양이를 찾기 위해 시간과 노력을 투자했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국가 등 공공에서 운영하는 교육기관이나 자격증 제도는 없는 상태다. 현재 활동 중인 이들은 대부분 자신만의 경험과 노하우를 통해 반려동물을 찾고 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이들 역시 반려동물 커뮤니티를 통해 후기를 공유하는 등 개인적인 경험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 쉽게 사기에 노출될 수 있다.

실제로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의 간절한 마음을 악용해 돈만 챙기고 연락을 끊어버리는 일부 악덕 펫 탐정 사기가 최근 성행하고 있는 가운데 관련 카페에 피해를 호소하는 글이 올라왔다. 

블로그 소개 후 선입금부터 요구
“바쁘다” “폰 고장” 구차한 변명

A씨는 지난해 5월 3년 동안 키운 강아지를 잃어버렸다. 주변을 다 찾아다녀도 보이지 않자 다급한 마음에 여러 사이트와 카페에 반려견 실종 게시글을 올렸다.

눈물로 그리운 나날을 보내고 있던 A씨에게 ‘강아지 탐정’이라는 곳에서 연락이 왔다. 자신을 ‘펫 탐정’이라고 소개한 B씨는 자신의 블로그를 소개하며 실종됐던 강아지를(자신이) 직접 찾아냈다는 사례를 알려줬고, 무조건 찾을 수 있다고 자신했다.


B씨는 강아지를 찾지 못하면 전액 환불해주겠다며 100만원을 요구했다. A씨가 후불제를 요구하자 “강아지를 찾고 나면 돈을 주지 않는 분들이 많다”며 선결제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강아지를 찾고 싶은 급박한 마음에 바로 입금을 했다. 이후 문자와 카톡으로 연락을 주고받기도 했다.

하지만 약속했던 계약 기간이 끝나가는데도 도통 강아지에 대한 소식을 받지 못했다. 

A씨는 “‘강아지 탐정’이 석 달이면 찾을 수 있으니 시간을 더 달라고 부탁했다”며 “희망을 놓지 못한 채 그 말을 바보같이 또 믿었고, 하염없이 기다리기만 했다”고 말했다.

하루하루 시간이 지나가고 거의 포기했을 때쯤 계약 해지와 환불을 요구하자 B씨는 “병원이다” “휴대폰이 깨졌다” 등의 변명만 늘어놓으며 거부했다.

아끼던 강아지도 잃고, 그런 강아지를 찾기 위해 쓴 100만원도 잃어서 너무나 울분이 터졌다는 그는 “다른 사람들이 어떤 블로그에 ‘강아지 탐정’을 믿고 돈을 보내지 말라는 글을 보게 됐다”며 “너도나도 당했으니 속지 말라고 신신당부하는 댓글을 접했다“고 했다. 

이어 “실종 강아지 찾아준다는 말로 견주의 절박한 심정을 이용한 사기였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울분을 토했다. 

강아지 탐정과 같은 블로그 아이디로 다른 사이트에서 흥신소처럼 꾸며낸 글을 남긴 것을 발견한 A씨는 그제서야 B씨가 사기꾼이었음을 알아챘다.

B씨는 결국 A씨와의 약속도 지키지 않았고 핸드폰을 끈 상태로 두는 등 연락도 차단했다. A씨는 “인적사항은 이름과 전화번호밖엔 모르고, 다른 피해자분은 신분증 사진이라며 받아놓은 것만 있는데 정확한지는 전혀 알 수가 없다”고 억울해했다.

등록증 있나

박민철 한국반려동물상담센터 대표는 “걱정하는 보호자들의 마음을 악용하고, 검증이 어려운 영역을 노린 사기 행위”라고 지적했다. 박 대표는 “현재 반려동물 탐정 자격증은 없지만 동물구조사 자격증 확인 및 동물 행동과 생태에 대한 이해도를 확인하고, 반려동물관리사나 동물구조사 사업자등록증을 보여달라고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9dong@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