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장애인체육회 2인자 월권 의혹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2.01.18 14:56:58
  • 호수 135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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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잘해도 눈 밖에 나면 ‘파리 목숨’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명확하지 않은 규정은 부작용을 낳기 마련이다. 경기도장애인체육회가 이 같은 모호한 규정으로 잡음이 일고 있다. 기존에 없던 직위인 경영본부장에게 직원을 평가할 수 있는 권한이 생겼다는 의혹마저 제기되고 있다.

경기도장애인체육회(이하 체육회)는 2006년 11월 창립해 경기도 장애인 전문체육 및 생활체육 분야에서 장애인체육 활성화에 꾸준히 노력해왔다. 2020년 제17회 전국 장애인 동계체육대회 종합우승으로 경기도민의 자긍심을 고취하는 데 크게 기여하기도 했다. 

2006년 설립
혼선과 잡음

2020년 2월 예상하지 못한 코로나19(이하 코로나) 발생으로 전국 단위 체육대회 및 생활체육대회가 도민과 체육인의 안전을 위해 불가피하게 취소돼 보조금 집행이 53.8%로 매우 저조했다. 코로나로 인해 대면·비대면 체육활동을 병행해 추진할 프로그램 지원사업 발굴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체육회 내부에서 잡음이 일고 있다. 직원 근무 성적 평가와 관련해 모호한 규정을 이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체육회는 2006년 11월20일에 설립됐다. 6년 뒤 2012년 1개처 2개과에서 1개처 3개과로 늘어났다. 2016년에는 1처 3과에서 1처 1부 2과로 조직이 개편됐다.

2016년 9월28일 제정한 사무처 직원 근무 성적 평정 내규 제9조(평정자와 확인자의 역할)에 따르면 “각 부서별 직원의 평정은 소속 부서장이 하며 사무처장이 확인한다. 단 평정 시 사무처장과 협의해 평정한다”고 돼있다. 


당시만 해도 A 경영본부장은 총무과 과장 역할도 하며 겸직하고 있었다. 소속 부서장이 과장을 의미하기 때문에 A 본부장이 평정하는 데 있어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다음 해 새 과장이 오면서 과장직을 내려놓고 본부장 역할에만 충실했다. 

규정 위반에 부서장이라는 표현이 있었지만 A 본부장은 근무 성적 평정을 계속했다. 부서장이 본부장을 의미하게 된 셈이다. 그러던 중 2020년 한 직원이 해당 규정에 대해 지적하기 시작했다. 규정대로라면 부서장은 각 부서의 과장을 의미하는 것이며 본부장은 포함되지 않는다는 논리로 주장했다. 

체육회의 한 직원은 “체육회 대부분 직원이 A 본부장과 적이 되지 않으려 한다. 왜냐하면 본부장도 직원들을 평가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규정에 어긋난 것을 말했을 뿐인데 본부장에게 미운털이 박혔다. A 본부장은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할 정도로 업무에 도움을 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기존 없던 경영본부장 직원 평가 권한
부서장이 좋게 평가해도…모호한 규정

이어 “(본부장)라인을 만들어 맘에 드는 직원의 업무 결재는 빨리해주는 대신 반기를 든 직원 서류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결재를 지연시켰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사업을 기획하려 해도 꼭 A 본부장만 결재해주지 않았다. 모두 괜찮다고 하는 사업인데도 불구하고 (본부장이)결재를 내려주지 않아 일을 하기 힘들었다”고 부연했다.

지난해 6월 체육회는 경기도로부터 지적을 받은 바 있다. 2020년도 도비 보조사업 집행 실태 정산검사 결과, 전반적으로 적정하게 처리됐으나, 일부 집행 부적정 사례가 드러났다. 향후 재발방지 및 명확한 회계처리를 위해 노력과 지적사항을 연찬·시정하도록 조치됐다. 


또 경기도장애인체육회의 예산, 회계, 인사, 복무 등 일련의 절차에 따른 매뉴얼 확립과 직원별 역할 및 관련 규정 숙지 등 투명하고 안정적인 업무 추진을 위한 길과 장애인체육회 간 적극적 소통·협력도 요구됐다. 

이외에도 근무 성적 평정 부적정으로 경징계를 받았다. 내규에 따라 6월30일과 12월31일 매년 2회 근무 성적 평정을 실시해야 하지만 2018년과 2019년 각각 1회씩만 실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사무처장은 근무 성적 평정 기준일에 속하는 해당 월의 20일 전에 근무 성적 평정서를 각각 평정자에게 배부하고 있으나 계획 수립을 지연했다. 

‘사무처 직원 근무 성적 평정 내규’에 따라 사무처 직원의 계획안을 수립해야 하나 내규와 다르게 수립하는 등 부정적인 업무 사례가 적발됐다. 

인사권 
쥐락펴락

계획 수립이 지연되는 과정에 있어서 A 본부장의 결재 지연 의혹이 제기됐다.

체육회의 한 직원은 “계획안이 늦은 이유는 단순하다. 근무평정에 있어 규정상 평정자에서 본부장이 빠져야 하는데 빠지지 않았다. 결재해주지 않으면서 시간을 지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규정에 맞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사무처장과 본부장은 시간을 지연하면서까지 평정자 대상에 넣었다”고도 했다.

처음 냈던 계획안에는 부서장, 사무처장, 감사실장 등 3명의 직급이 평정자로 표기됐다. 사내 규정에 따라 부서장이 평정한다는 의미다. 

수정된 계획안에는 좀 더 세부적으로 평정자가 구분됐다. 부서장, 사무처장 말고도 경영본부장이 평정할 수 있게 명시됐다. 경영본부에 한해서는 70%를 평가하는 1차 평정에는 일반직(계약직) 5급 과장을 본부장이 평정하고 30%에 해당하는 2차 평정에는 일반직(기능직) 6급 이하를 평정하게 됐다. 

본부장 평가가 커지다 보니 체육회를 좌지우지한다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또 다른 직원은 “지도자들도 전부 본인이 개입해서 평가하는데 운동선수 등 20명 가까이 되는 사람을 어떻게 다 평가하는지 이해가 잘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근무 성적 평정은 진급, 성과 상여금 등과 직결되는 중요한 부분이다. 그런데도 본부장은 자신과 친한 사람에게는 높은 점수를 주고 친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70점대를 주는 등 권력을 독단적으로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평가 방법
개편 예정”


서울장애인체육회, 대한장애인체육회 등에 연락해 본부장 직위 존재에 대해 확인했으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충청북도 장애인체육회의 경우 대외협력본부장이란 직위가 존재했지만 대외협력 부분에서만 업무를 담당할 뿐 사무처를 총괄하는 역할은 아니었다.

울산광역시 장애인체육회에선 본부장 직급을 사용하고 있지만 해당 내용에 대해서는 말하기 어렵다는 답변을 받았다. 

체육회 사무처장은 “근무 평정 사업계획과 관련해 기관 경고를 받은 이유는 업무 미숙으로 인해 징계였다”고 말했다.

규정에 나와 있는 부서장이란 표현에 대해서는 “규정은 본부장이 없을 때 부서장이란 지칭이 생겼다. 부서장의 의미는 해석하기 나름이다. 부서라는 의미는 본부도 부서기 때문에 그렇게 해석했고 평가라는 것이 어느 특정한 사람에게 쏠리는 것보다는 여러 사람이 평가하는 게 낫지 않나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평가할 수 있는 일부 역할을 본부장에게 준 것이다. 과장들이 70% 하고 본부장이 30%를 평가하기로 했다. 본부 산하에 있는 과라고 해석했다. 과거 본부장을 부서장으로 인정할지 말지 논란이 있었다”며 “이후 본부가 커질 것으로 예상돼 부서장으로 인정하게 됐다. 매번 평가 때마다 서로 논의 하에 진행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근무 성적 평정…내규 위반?
성과상여금 평가지표 사용


또 “이 부분에 대해 말이 많이 나와서 전면적으로 평가 방법을 개편하기로 했다. 외부 의견이 반영된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올해 상반기부터 바뀔 것”이라며 “이게 성과금으로 직결되기 때문에 투명성·객관성을 키우기 위해 전문가를 도입해 거의 완성단계에 다다랐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노조와 관련한 본부장에 대한 불만도 나오고 있다. 본부장과 친한 직원들이 제1 노조를 운영하고 있어 사측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로 인한 근무 성적 평가와 관련해 직원들의 불만이 나오고 있다. 해당 내용은 ▲기본 부서장 평가가 100%에서 부서장 70%와 본부장 30%로 바뀐 점 ▲근무 성적 평정을 토대로 성과 상여금을 지급해야 함에도 성과 상여금 평가 지표로 부서장 50%와 본부장 50%로 이뤄져 본부장이 당연히 개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로 된 점 등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직원은 “제2노조 소속 조합원은 근무 성적 평정에서 탁월 등급 2명, 우수 등급 1명을 받았지만 성과 상여금 평가에서 본부장의 악의적인 낮은 점수로 인해 최종 상여금 등급은 A 등급 1명, B 등급 2명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반면 제1노조 조합원은 근무 성적 평정에서 우수 등급 1명, 보통 등급 2명을 받았지만 본부장이 높은 점수를 주는 바람에 S 등급 2명, A 등급 1명으로 평가가 뒤집어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아무리 일을 열심히 하고 부서장이 좋게 평가해도 최종 평가자인 본부장에게 잘못 보이면 근무 내내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없는 구조”라며 “같은 계약직(비정규직)으로 있는 전임지도자는 성과 상여금을 받고 직장 운동부 선수 및 감독과 코치는 성과 상여금 지급 대상자에서 제외됐다. 이것 또한 명백한 노조탄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본부장은 “근무 성적 평정 계획안을 기한 내에 제출하지 못한 것은 복합적인 이유다. 디테일한 부분에서는 잘 알지 못한다. 근무 성적 평정에 대해서는 2017년에 경영본부라는 게 신설됐다”며 “조직의 규모가 커지면서 내부적으로 본부장이 부서장을 의미하게 됐다”고 말했다.

“규모 커져
생긴 직위”

이어 “예전엔 과장이 부서장이었지만 지금은 감사실도 생기고 조직이 커지면서 부서장에는 본부장이 포함되는 것으로 바뀌었다. 이 과정에서는 내부적으로 결재가 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내부적으로 근무 성적 평정을 하는데 본부가 생겼으니 본부장도 근무 성적 평정에 있어(내부적으로) 정리가 된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9do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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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1조4000억원 규모 초대형 사업에 ‘변수’가 등장했다. 사업 진행 과정에서 불거진 절차적 정당성에 시비가 붙었다. 법정 공방으로 비화됐던 문제는 이제 결론만 남은 상태다. ‘모로 가도 수익만 내면 된다’는 재개발·재건축 시장에 브레이크가 걸릴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세운재정비촉진지구 5-1구역, 5-3구역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이하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둘러싼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현재 확인된 소송만 ▲손해배상 청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등 3건에 이른다. 겉으로는 순탄하게 진행 중인 듯한 사업의 이면에 ‘복마전’이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일요시사> 1539호 ‘<단독> 1조4000억원 세운5구역 재개발 복마전’(https://www.ilyosisa.co.kr/news/article.html?no=250331) 기사 참조). 꼬리에 꼬리 사법 리스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은 서울 중구 산림동 190-3번지 일원 7672㎡ 부지에 지상 37층 규모의 업무복합시설을 짓는 프로젝트다. ㈜이지스자산운용이 주주로 참여 중인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PFV)가 시행을, GS건설이 시공을 맡고 있다. 태영건설이 시공권과 지분을 갖고 있었지만 워크아웃에 돌입한 이후 GS건설이 인수했다. 대신자산운용이 업무시설에 대한 선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선매입 가격은 3.3㎡당 3500만원가량으로 계약금으로만 700억원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스자산운용에 따르면, 현재 사업은 철거 단계로 예정대로 2030년에 개발이 끝나면 연면적 13만㎡가 넘는 최상급 오피스 건물이 들어서게 된다. 문제는 몇 년째 꼬리표처럼 따라붙고 있는 ‘사법 리스크’다. 검찰, 경찰에 고발된 몇몇 사건은 종결됐지만 일부는 법정 공방으로 번졌다. 눈여겨볼 대목은 송사에 휘말린 이들이 현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아무런 지분이 없는 ‘외부인’이라는 사실이다. 사업 초창기 기틀을 닦은 이른바 ‘개국공신’ 역할을 한 것은 맞지만 지금은 연결고리가 없는 상태다. 그런데도 이들의 송사에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끊임없이 언급되는 이유는 시행을 맡은 이지스자산운용이 연루돼있기 때문이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자금 조달 역할로 합류했다. 부동산 매매, 분양 등을 하는 업체 대표 염모씨와 부동산 개발 관리 등을 하는 업체 공동대표 오모씨, 권모씨 등이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토지 매입 자금이 부족해지자 이지스자산운용을 끌어들였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사업에 합류할 무렵 인허가 문제 등이) 어느 정도 진행돼있었고 저희가 투자하기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돈을 투자해 진행하면 안정권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판단해 진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염씨가 대표로 있는 연합와이앤제이(이하 연합)와 이지스자산운용은 2019년 1월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은 50대 50으로 맞췄다. 여기에 연합은 오씨, 권씨, 최씨, 박 전 이사 등과 따로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 구조는 연합 50%, 오씨 30%, 권씨 10%, 최씨 7%, 박 전 이사 3% 등으로 구성됐다. 2030년 13만㎡ 업무복합시설 법정 공방 최소 3건 진행 중 2019년 6월 연합, 이지스자산운용, 국민은행(이지스펀드의 신탁사), 생보부동산신탁(현 교보자산신탁) 등은 주주협약서를 작성하고 ㈜세운5구역 PFV를 설립했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위한 시행사가 정식으로 구성된 것이다. 당시 지분 구조는 연합 47.1%, 이지스자산운용(17.2%)+이지스펀드(29.9%) 47.1%, 생보부동산신탁 5.8% 등이다. 대표이사는 염씨가 맡기로 했고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은 각 2명씩 이사를 추천해 총 4명으로 이사회가 구성됐다. 연합 측에서는 염 대표와 박 전 이사가 이사로 참여했다. 이 구성은 박 전 이사가 2020년 8월14일 이사직을 사임할 때까지 유지됐다. 이후 염 대표가 이지스자산운용에 지분을 넘기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빠져나왔다. 현재 진행 중인 소송은 염 대표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손을 떼는 과정에서 오간 돈, 이지스자산운용이 오씨와 권씨, 최씨 등에게 준 돈을 두고 불거졌다. 염 대표가 받은 378억원, 오씨 등 3명 등이 받은 94억원 등 약 480억원을 둘러싸고 소유권 논쟁이 진행 중이다. 세운5구역 PFV, 이지스자산운용은 돈을 지급한 주체라 송사에 연루돼있다. 이 소송은 당시 사업의 지분 구조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시작됐기에 어떤 결론이 나오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다는 의견이 있다. 하지만 최근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 자체가 흔들릴 수 있는 소송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그동안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절차적 정당성’을 부여했던 이사회 관련 소송이 1심 판결을 앞두고 있는 것. 세운5구역 PFV 4명의 이사 가운데 1명이었던 박 전 이사는 2023년 9월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2019년 6월20일부터 2020년 8월14일까지 이사로 재직하는 동안 단 한 차례도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 기간 세운5구역 PFV가 진행했다고 알려진 이사회는 16번이다. 480억원 두고 초기 멤버 갈등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는 상근 직원이 없고 등기임원의 보수도 없는 특수목적법인으로, 이사회는 업무 집행의 법률적 효력과 정당성을 보장해 주는 가장 중요한 기구이자 어쩌면 회사 그 자체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런 이사회가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채 진행됐으니 그 결의 내용은 무효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세운5구역 PFV는 명목상 구성된 페이퍼컴퍼니였던 만큼 사업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는 실질적인 경영 주체(이지스자산운용), 총괄 관계자가 책임져야 한다. 리모컨을 누른 사람(이지스자산운용)이 문제지, 리모컨(세운5구역 PFV)이 잘못이 아닌 것과 같다”며 “14개월 동안 이사로 재직하다가 정기총회도 거치지 않고 중도 사퇴한 건 더 가다간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휘말릴 것 같아서였다”고 털어놨다. 박 전 이사는 이사회가 실제로 진행되지 않고 서류 작업을 통해 조작됐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그는 “상법에 따르면 이사회는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의 방식으로 진행하게 돼있다. 어디에도 서면으로 진행해도 된다는 문구는 없다. 대표이사였던 염씨가 이사회를 소집 통지하는 과정에서 보낸 공문에도 정확하게 기재돼있다”고 주장했다. 상법 제391조(이사회의 결의방법)에 따르면 이사회 결의는 이사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 이사의 과반수로 해야 한다. 다만 정관으로 그 비율을 높게 정할 수 있다. 그러면서 ‘정관에서 달리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이사회는 이사의 전부 또는 일부가 직접 회의에 출석하지 않고 모든 이사가 음성을 동시에 송·수신하는 원격통신 수단에 의해 결의에 참가하는 것을 허용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실제 <일요시사>가 입수한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 주식회사 이사회 소집통지’ 공문에 따르면 2020년 3월27일 오전 11시 이지스자산운용 회의실에서 이사회를 진행하겠다는 내용과 함께 ‘방법’ 부분에 ‘직접 참석 or 컨퍼런스 콜’이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방어 근거 무너지나 박 전 이사는 해당 이사회에 참석한 적 없지만, 자신의 막도장을 이용해 의결이 이뤄진 것처럼 꾸몄다고 주장했다. 이사회 당일 다른 곳에 있던 적도 있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박 전 이사는 “2019년 3차 이사회 이사록을 보면 그해 10월31일 재적 이사 전원 출석으로 이사회가 개최된 것으로 기재돼있다. 하지만 당시 나는 지인들과 서울 강남구 수서동에서 스크린 골프를 치고 있었다. 물리적으로 1시간가량 차이 나는 곳에 있던 상황이다. 그런데도 이사회 결의는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박 전 이사는 이 내용을 가지고 서울영등포경찰서에 염 대표 등을 ‘배임’ ‘사문서 위조’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하지만 경찰은 박 전 이사가 재직 당시 이사회 소집이나 의사록 작성 등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사실이 없다는 점 등을 들어 불송치 처분했다. 박 전 이사는 “사후에 통보식으로 이사회 의결 내용을 알았다고 해서 이사회 자체의 절차적 하자가 사라지는 건 아니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검찰은 물론 염 대표, 이지스자산운용 모두 물리적 행위 자체가 없었던, 그래서 의결 자체가 무효인 이사회를 무기로 각종 고소·고발건을 방어해 왔다”며 “이사회에서 특별 결의사항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본인들이 체결한 공동사업약정서 등에 기재돼있는데도 그조차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가 토지를 매입하는 내용을 안건으로 다룬 이사회가 가장 문제라고 지적했다.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이 맺은 공동사업약정서에 따르면 ‘승인된 사업계획에 포함되지 않은 자본적 지출’은 이사회 특별 결의사항으로 분류하고 있다. 또 특별 결의사항은 재적 이사 전원의 동의로 의결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법원 절차적 하자 인정하면 사업 자체 흔들릴 가능성도 연합 등이 토지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땅값 부풀리기’ 의혹이 제기됐다. 염 대표와 오씨 등이 재개발 구역의 땅을 사는 과정에서 특수관계인을 이용해 비싼 값에 매입했다는 의혹이다. 시행사가 직접 원주민에게 토지를 사는 방식이 아니라 그사이에 특수관계인을 끼워 넣어 차익을 봤다는 것이다. 당시 검찰은 불기소의 근거 중 하나로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언급한 바 있다.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도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땅값은 사실 정해져 있는 게 아니지 않나. 재개발사업에서는 토지 확보가 중요하기 때문에 협의에 따라 하는 것이지, 정확한 시세가 있는 것도 아니다. 만약 너무 비싸게 샀다면 의사결정 과정을 통과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의사회 결의는 무조건 다 있었고 더 큰 의사결정은 주주총회를 통해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박 전 이사의 주장대로 이사회의 절차적 하자가 인정돼 그 존재 자체가 무효가 된다면 결의 내용 역시 ‘없던 일’이 될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사회 관련 소송에 증인으로 참석한 당시 세운5구역 PFV 이사의 발언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4명의 이사 가운데 한 명이었던 그가 같은 이사였던 박 전 이사를 ‘전혀 모른다’는 취지로 증언한 것이다.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 온·오프라인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박 전 이사의 주장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박 전 이사는 “내가 증인으로 신청했다. 그런데 서로 얼굴 한번 본 적 없다. 만나기는커녕 전화 한 통 한 적 없다. 세운5구역 PFV 측은 그제야 대면 결의는 없었다고 인정하면서 서면 결의도 인정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조합에 서면으로 이사회 결의를 한다고 말하면 조합장이 당장 쫓겨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지스자산운영 측은 “해당 건은 소송이 진행 중인 사안으로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답변드리기 어려운 점 양해 부탁드리며 향후 법적 과정에서 투명하게 밝혀질 수 있도록 성실히 소명할 계획”이라고 입장을 전해왔다. 1심 판결 곧 나온다 일각에서는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에 위반될 소지도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경험이 풍부한 한 관계자는 “SPC가 설립되고 사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이사회 문제가 불거진 만큼 소송 결과에 따라 주무 관청의 인허가 문제로까지 번질 수 있다”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