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마지막 키맨' 정진상 미스터리 

‘그분’ 아는 ‘그 사람’ 만 남았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검찰의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로비 의혹 수사가 표류 상태에 빠졌다. 대장동 4인방으로 불리는 이들의 신병을 확보해 재판에 넘겼지만 정작 ‘윗선’에 대한 수사는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윗선으로 향하는 길목에 있던 핵심 ‘키맨’이 줄줄이 사라지고 있기 때문. 세간의 시선은 이제 대장동 사건 마지막 키맨으로 불리는 한 사람에게 향하는 중이다.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로비 의혹 수사가 결국 해를 넘겼다. 대선이 두 달 앞으로 다가온 상황이라 검찰의 운신 폭은 점점 더 좁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미 대장동 사건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연루됐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검찰 수사가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 바 있다. 

대장동 4인방
신병 확보 후

대장동 사건은 성남시가 대장동 인근을 개발하는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특정 업체에 특혜를 줬다는 논란이 불거지면서 점화됐다. 이 과정에서 등장한 업체가 ‘성남의뜰’ ‘화천대유’ ‘천화동인’ 등이다. 각각 대장동 개발사업을 위한 시행사, 자산관리회사, 화천대유의 자회사다.

당시 성남시장은 이 후보였다.

대장동 개발사업은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 210번지 일원에 5903세대의 공동주택 등을 신축하기 위한 92만㎡(약 28만평)의 택지를 개발하는 사업과 이에 연계해 구 시가지에 위치한 수정구 신흥동의 구 제1공단 5만6000㎡(약 1만7000평) 부지를 공원화하는 사업이 결합된 1조5000억원 규모의 민관공동 도시개발사업이다.


대장동 개발사업에서 성남시는 5503억원에 달하는 수익을 환수했다. 문제는 민간사업자들이 챙긴 수천억원 수준의 개발이익이다. 대장동 개발사업에 참여한 민간사업자들은 출자금의 수천배에 달하는 배당이익을 챙겼다.

천문학적인 돈이 민간으로 흘러갔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관련 업체들에 대한 특혜 의혹이 나왔다.

화천대유는 성남의뜰에 1%의 지분을 갖고 있다. 성남의뜰이 지난 3년 동안 전체 주주에게 배당한 금액은 5903억원. 이 중 68%인 4040억원이 화천대유로 흘러들어갔다. 화천대유와 천하동인 1~7호의 개인투자자 7명이 대장동 개발사업에 투자한 돈은 3억5000만원으로, 8개사의 지분을 모두 합하면 7%다.

이들이 전체 배당금의 70%에 가까운 돈을 받은 셈이다. 

대장동 사건 수사의 방향은 ▲민간기업으로 돈이 흘러 들어간 과정 ▲이 과정에서 ‘관’의 역할 ▲대가를 받고 사업에 유리한 방향으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고위급 인사 등으로 정리된다. 지난해 9월 대장동 사건과 관련된 의혹이 언론 보도를 통해 터져 나오면서 2015년 민관 협력의 틀이 완성된 시기에 관심이 쏠렸다. 

이재명이 인정한 측근
시민운동 때부터 인연

2015년 2월6일 화천대유가 설립됐다. 1주일 뒤인 13일 성남도시개발공사가 대장동 개발사업의 민간사업자 공모를 공고했다. 3월27일 성남도시개발공사는 대장동 개발사업의 민간사업자에 화천대유가 자산관리사로 참여한 하나은행 컨소시엄을 선정했다.


6월엔 곽상도 전 의원의 아들이 화천대유에 입사했다. 퇴직금으로 50억원을 받은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된 인물이다.

7월27일에는 성남도시개발공사와 하나은행 컨소시엄이 대장동 사업 진행을 위한 특수목적법인 ‘성남의뜰’을 설립했다. 이어 다음 해인 2016년 8월 박영수 전 특검의 딸이 화천대유에 입사했다. 박씨는 대장동 미분양 아파트를 받아 특혜 의혹이 불거졌다.

곽 전 의원과 박 전 특검은 ‘50억 클럽’의 멤버로 지목된 상황이다.

국민의 관심이 대장동 사건에 집중되면서 검찰은 전방위로 수사를 전개했다. 지난해 11월4일 서울중앙지법 서보민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와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 변호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범죄 혐의가 소명되고 증거인멸 염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함께 구속영장이 청구된 정민용 변호사의 경우 ‘도망이나 증거인멸 염려가 없다’며 기각했다. 

김씨와 남 변호사는 앞서 구속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공모해 화천대유를 대장동 민간사업자로 선정되게 하고, 수익 배분 구조 역시 화천대유에 유리한 방식으로 설계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김씨가 개발사업 총괄과 언론 대응‧로비 역할, 남 변호사는 프로젝트파이낸싱 자금 조달, 정 변호사는 공사에서 공모지침서 작성 등 실무 절차를 처리했다고 봤다. 

위로 못 가고
지지부진 상태

유동규 전 본부장·김씨·남 변호사(구속)와 정영학 회계사(불구속) 등 이른바 ‘대장동 4인방’은 재판에 넘겨졌다. 문제는 검찰 수사가 이후 더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 채 공회전을 거듭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그분’으로 알려진 윗선에 대한 수사와 곽 전 의원·박 전 특검·권순일 전 대법관 등 50억 클럽에 대한 수사도 브레이크가 걸렸다. 

그 사이 유한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본부장,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이 지난달 10일과 21일 극단적 선택으로 세상을 떠났다. 유한기 전 본부장은 대장동 사업과 관련해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바 있다.

김 전 처장은 유한기 전 본부장과 함께 대장동 사업협약서에서 초과이익 환수조항을 삭제한 핵심인물이란 의혹을 받았다. 

두 사람 모두 대장동 사건 핵심 키맨으로 지목된 상태였다. 이들의 죽음으로 검찰 수사는 동력을 상실했다는 말까지 나왔다. 여기에 이 후보의 측근인 정진상 민주당 선대위 부실장(당시 성남시청 정책실장)에 대한 조사는 일정 조율을 이유로 늘어지는 중이다.


정 부실장은 대장동 사건의 마지막 키맨으로 여겨진다. 

정 부실장은 이 후보가 인정한 측근이다. 이 후보는 지난해 10월3일 경기도청 기자간담회에서 유동규 전 본부장을 측근이 아니라고 부인하면서 “비서실 등 지근거리에서 보좌를 하든지 정진상, 김용(전 경기도 대변인) 정도는 돼야 하지 않나”라고 말하기도 했다.

흥미로운 부분은 정 부실장이 이 후보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것에 비해 노출 정도가 굉장히 적다는 점이다.

최측근이지만
노출은 적어

정 부실장은 1994년 이 후보가 시민운동을 한 성남시민모임에서부터 인연을 맺었다. 이 후보가 2010년 성남시장 선거에 출마했을 때에는 선거대책본부 참모, 시장 당선 이후에는 인수위원회에 참여했다. 이후 성남시 정책비서관을 지냈고, 2018년 경기도지사에 당선된 뒤에는 비서실 정책실장을 맡았다.

이 후보의 말대로 지근거리에서 보좌해온 인물인 것이다. 


실제 대장동 사건에서 정 부실장의 이름은 여러 차례 언급되고 있다. 정 부실장은 대장동 사업 당시 성남시 정책실장을 맡아 최소 9건의 공문에 서명했다. 유동규 전 본부장이 검찰에 압수수색을 당하기 직전 통화한 인물도 정 부실장이다. 

정 부실장은 유동규 전 본부장과의 통화에 대해 당시 입장문을 내고 “정영학 회계사의 녹취록이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되는 상황에서 평소 알고 있던 유동규 전 본부장의 모습과 너무 달라 직접 확인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유 전 본부장에게 잘못이 있다면 감추지 말 것과 충실히 수사에 임할 것을 당부했다”고 밝힌 바 있다. 

‘정영학 녹취록’은 정 회계사가 김만배씨, 남 변호사 등과 나눈 대화를 녹음한 것으로, 검찰에 자진해 제공했다. 이 녹취록에는 수익금 배부 문제와 정관계 로비 정황 등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녹취록을 바탕으로 관련 인물의 혐의 구성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대장동 4인방 재판에서도 녹취록의 신빙성이 쟁점으로 떠오른 상태다.

정 부실장은 사망한 유한기 전 본부장이 2015년 초 황무성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에게 사퇴를 압박하며 그 윗선으로 지목한 인물이기도 하다. 황 전 사장은 지난해 10월25일 사장 사퇴 압박이 담긴 녹취록을 언론에 공개했다.

사망한 유한기 전 본부장이 ‘정 실장’과 ‘시장님’을 언급하며 황 사장의 사퇴를 종용하는 발언이 담겼다. 정 실장은 정 부실장, 시장님은 이 후보를 의미하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9월 전담수사팀 꾸린 검찰
4개월 되도록 소환 못해

정 부실장은 이 같은 내용이 보도된 후 자신은 황 전 시장의 사퇴에 개입하지 않았다는 취지의 문자를 황 전 사장에 보냈다고 한다. 황 전 사장은 해당 문자메시지 캡처 화면을 검찰에 임의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 부실장은 “사퇴를 종용한 것이 아니라는 항의 차원에서 보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부실장은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로비 의혹 수사 초기부터 소환조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지난해 9월 대장동 사건 수사가 시작된 이래 4개월이 다 되도록 정 부실장에 대한 조사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일각에서는 검찰이 윗선 수사를 주저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9월29일부터 대장동 사건 전담수사팀을 꾸려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이 정 부실장의 출석 거부로 소환 일정을 잡지 못했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검찰이 정 부실장에게 두 차례에 걸쳐 소환통보를 했지만 정 부실장이 여러 이유를 들어 출석을 미뤘다는 것. 

민주당은 해당 보도 이후 ‘검찰 출석 관련 정 부실장 입장’이라는 제목의 공지 문자를 취재진에 보냈다. “검찰 출석을 거부하고 있다는 일부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검찰 출석과 관련해 이미 의견서를 전달했으며 출석 일자를 조율 중”이라는 내용이다. 

국민의힘 원희룡 정책총괄본부장은 “민주당이 이재명 후보 것인 줄만 알았다. 정진상씨의 변호인이 된 걸 보니 정씨의 민주당도 되려고 작정한 모양”이라고 지적했다.

원 본부장은 지난달 29일 페이스북을 통해 “대장동 게이트의 교차로에 정진상씨가 서 있다. 죽으려 했던 사람과 이미 고인이 된 사람이 모두 정진상을 가리켰다. 그러나 그에 대한 소환조사는 아직까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소시효 만료
면죄부 주나

시간은 검찰의 편이 아니다. 황 전 사장 사퇴 압박 의혹 사건(직권남용, 강요)은 그 날짜를 2015년 2월6일로 볼 때 공소시효(7년)가 두 달도 채 남지 않았다. 검찰이 해당 의혹에 대해 수사를 진행하지 않을 경우 관련자들에게 면죄부를 줬다는 국민적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는 뜻이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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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