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이야기에 앞서 우스갯소리를 하고 넘어가자. 얼마 전 전 국민에게 1인당 25만원을 지급한 재난지원금과 관련해서다.
정부에서 동 사안을 발표하자 순간 고민에 빠져들었다. 필자는 와이프 카드 쓰는 남자인 ‘와카남’을 넘어 와이프의 통장과 카드를 모두 쓰는 ‘와통카남’이기 때문이었다.
말인즉 은행거래를 전혀 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필자는 통장이 없었다.
당시까지 현 직장에서 지급받는 급여를 포함해 모든 수입은 아내의 통장을 통해 사용하고 있던 터였다.
남자가 속된 표현으로 쪼잔하게 가정경제에 신경 쓰면 안 된다는 전근대적 사고에서 비롯됐다.
여하튼 그 순간에 직면하자 25만원에 불과한 재난지원금을 받기 위해 지금까지의 행태를 저버리고 통장을 만들어야 하는가 하는 조그마한 고민에 빠졌다.
유독 줄 서기를 싫어하는 필자의 습성에 따르면, 은행에 가서 통장을 개설하기 위해 들여야 하는 시간 역시 아깝다는 생각 들었다.
아내에게 슬그머니 이야기를 건네자 어차피 세금으로 빠져나갈 우리의 자산이라는 그럴듯한 권유에 큰마음 먹고 직장에 월차를 내고 은행을 찾아 통장을 만들었다.
이어 거래 은행에 재난지원금을 신청하기 위해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전화를 걸 때마다 통화 중이라는 답변만 들려왔다.
결국 포기 쪽으로 가닥을 잡고는 아내에게는 함구한 채 딸아이에게만 그런 사실을 통보했다.
그러자 아이가 최근 2G폰 사용불가로 인해 교체한 필자의 스마트폰을 달라고 하더니 제로페이인지 뭔지로 재난지원금을 신청했고, 필자에게 지급됐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래서 한날 친구들과 가볍게 반주를 겸해 식사하고 호기롭게 스마트폰으로 결제를 시도했는데, 진짜로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음식점 주인이 제로페이로 결제하는 방식을 모른다고 해서 결국 지니고 있던 현금으로 결제했다.
그날 집으로 돌아와 아이에게 스마트폰 결제 방법을 물어봤으나 글 쓰는 일 외에는 게으르기 짝이 없는 필자에게는 복잡하게 들려 스마트폰을 아이에게 건넸다.
결국 필자의 스마트폰으로 수령한 25만원은 고스란히 딸아이 몫으로 끝을 맺었다.
각설하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최근 전국민 재난지원금에 대해 “1인당 100만원은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현재 48만원∼50만원 가까이 지급됐다”며 “코로나 국면에서 추가로 최하 30만원∼50만원은 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 이유로 “국민 모두가 입은 피해에 비해서 국가 지원 규모가 크지 않기 때문에 경제 회생과 국민들의 헌신과 협력에 대한 위로와 보상 차원에서 추가의 지원과 일반적 지원이 또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참으로 황당하다. 이 후보의 언급을 쉽게 풀이하면, 대선 즈음해 소상공인 등을 위시해 코로나 사태로 인해 극심한 피해를 입은 사람을 빙자해 전 국민에게 현금을 살포하겠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선거법상 따져봐야 할 일이지만 필자가 판단할 때 문재인정권이 이 후보의 안을 받아들인다면 문정권은 가뜩이나 지지도가 열악한 상태에서 치명타를 당할 수도 있는 사안이다.
말인즉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의미다.
그런데 이 후보는 당당하게 그를 요구하고 나섰다.
이 대목에서 이 후보의 고약한 습성인 생까기(안면몰수)가, 정권교체 요구가 강한 상태에서 더 이상 문재인정권과 함께할 수 없다는 위기감 때문에 확실하게 선을 긋기 위한 액션이 아닌가 하는 의심 일어난다.
※본 칼럼은 <일요시사>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