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수서 동지로' 민주당 원팀 트라우마

아직 상처는 아물지 않았다

[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지난달 25일 경기도지사직에서 사퇴했다. 그는 “5000만의 일꾼이 되겠다”며 대선 행보를 본궤도에 올려놨다. 하루 뒤인 26일엔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해 대선 승리를 약속하기도 했다. 승리를 위해선 이 후보가 해야 할 일이 하나 더 남아 있다. 바로 민주당 ‘원팀’ 구성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와 과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24일 종로구 안국동의 한 찻집에서 만났다. 경선이 끝나고 꼭 2주 만의 회동이었다. 경선 과정에서 깊게 대립하던 두 사람이 만난다는 소식을 듣고, 회동 현장엔 수십 명의 취재진이 몰렸다. 

갈라졌다

‘저렇게 싸워서 원팀이 가능하겠나’란 세간의 우려를 비웃기라도 하듯, 둘은 각자의 발언을 끝마치고 뜨겁게 껴안았다. 명낙대전의 종식과 동시에 민주당 원팀의 출발을 알리는 포옹이었다.

이 전 대표는 이날 미리 준비해온 연설문을 통해 “문재인정부의 성공과 정권 재창출을 위해서 작은 힘이나마 보태겠다”며 “제 지지자분들도 민주당의 정신과 가치를 지키고 이어가야 한다는 대의를 버리지 마시길 호소한다”고 말했다.

그가 말한 “민주당의 정신과 가치”는 경선이 끝난 뒤 ‘원팀’이 되는 일종의 ‘민주당식 선거 관례’를 말한다. 지난 몇 년간 민주당 후보들은 경선 과정에서 아무리 다투었더라도, 최종 후보가 확정되면 한 팀이 되어 당선을 도왔다.


경쟁했던 모든 후보가 선거 캠프에 들어가 대선 운동을 함께하는 것이다. 사실 민주당은 이런 아름다운(?) 전통을 만들어내기까지 수많은 부침을 겪었다.

2002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은 지금의 ‘원팀 정신’을 만들어내는 데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당시 경선도 올해의 ‘명낙대전’ 만큼이나 치열했는데, 이때의 갈등은 경선 후에도 이어지며 대선까지 민주당에 악재로 작용했다. 

그때도 양강구도였다. ‘전통 강호’ 이인제 후보와 ‘다크호스’ 노무현 후보의 대결로, 두 후보는 경선 초중반까지 접전을 펼쳤다.

과거 실패한 시도들 보니…
매번 대선까지 악재로 작용

그러나 훌륭한 연설 솜씨와 막강한 팬덤을 등에 업은 노 후보가 점차 우세해지더니 후반에는 호남 경선을 가져오며 낙승하는 분위기가 됐다.

문제는 전남 경선 직후. 역전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한 이 후보가 경선을 포기했고, 곧바로 당시 상대 대선후보였던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아무리 대선 경선 때 상처를 받았더라도, 패배 후 상대 당의 대선후보를 지지하는 것은 상식 밖의 일이었다. 이는 노 후보 진영에 큰 충격을 주었고, 대권후보로 첫 발을 떼는 노 후보의 시작에 초를 치는 결과를 낳았다.


민주당의 ‘원팀 정신’은 2012년 대선 때도 제대로 발휘되지 못했다. 당시 문재인 대선후보와 극한의 대립하던 손학규, 김두관 후보는 경선 직후 비교적 빠른 시일에 문재인 선대위에 합류하긴 했다.

그러나, 그들은 문 캠프에 적극적인 도움은 주지 않았다. 특히, 손 후보는 두 달간 칩거에 들어갔다가 대선 막판이 돼서야 나타나는 등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했다.

또, 문 후보와 단일화에 합의했던 안철수 당시 후보도 대선 운동에 소극적인 행보만 보여줄 뿐, 전체적인 대선 형국에 큰 도움이 되진 못했다.

이 전 대표의 이재명 대선 선거대책위원회 합류는 이 같은 전철을 밟지 않을 수 있을까? 벌써부터 의심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온다.

이-이 일단 손잡는 모양새
선대위원장 아닌 고문으로?

의심의 가장 큰 이유는 이 전 대표가 선대위에서 맡은 직책 때문이다. 다수의 언론들은 당초 이 전 대표가 선대위의 ‘공동 선대위원장’을 맡을 것이라 예상했지만, 그는 ‘상임 고문직’을 맡았다.

선대위 전면에 나서는 선대위원장보다 다소 소극적인 자리가 아니냐는 세간의 평가가 이어졌다. 이에 대해 이 전 대표 측의 오영훈 의원은 CBS와의 인터뷰에서 “이 전 대표가 당 중심, 후보 중심의 선대위가 구성돼야 효율적으로 운영될 수 있다고 판단해 상임 고문직이 적절하다는 판단을 하신 것 같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해명은 미흡했고, 그의 저의를 의심하는 시선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이 전 대표는 지난달 24일 ‘명낙회동’ 당시 “마음에 남은 상처가 아물도록 당과 지도자들이 앞장서서 노력했으면 한다”고 연설문 끝에 덧붙였다.

이는 마음에 남은 상처가 아직 아물지 않았다는 말로 해석된다.

이 전 대표는 지난달 14일 해단식에서도 비슷한 말을 내놨다. 그는 “제 마음에 조금 맺힌 것이 있었다”며 “동지에게 상처를 주지 마시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 전 대표는 당시 이 말을 전하는 주체를 불분명하게 했지만, 사실상 이 후보와 그의 지지자들, 그리고 민주당 지도부에게 하는 소리와 다름없었다.

이 전 대표의 입장이 어떻든 이 후보는 거침없이 원팀을 꾸려나가고 있다. 그는 지난달 27일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을 만나 약 2시간 동안 회동했다. 애당초 계획했던 ‘1시간’보다 1시간이 더 긴 시간이었다. 추 전 장관은 이날 선대위에서 ‘명예선대위원장’으로 일할 것을 약속했다.


명예선대위원장은 중진 다수가 맡을 것으로 예상되는 ‘공동선대위원장’보다는 높고, 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맡을 것으로 알려진 ‘상임선대위원장’보다는 아래의 자리다.

추 전 장관 측은 이름만 올려놓는 통상의 공동선대위원장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가 담았다.

또 사회대전환 위원회도 실질적으로 운영하고 활동하겠다는 생각이 강하다는 입장도 표명했다. 이 전 대표와 사뭇 다른 적극적인 행보다.

2017년 대선 때 민주당은 ‘원팀 정신’을 유권자들에게 제대로 보여준 바 있다. 경선 승리를 확정 지은 당시 문재인 후보는 경선 직후, 경쟁자였던 안희정 후보와 이재명 후보를 차례대로 만났고, 지지를 요청했다. 안 후보와 이 후보는 당시 기관장 신분이라 선대위 합류는 불가능했지만, ‘원팀’ 정신에는 모두 동의했다.

흩어졌다

한 팀으로 똘똘 뭉친 민주당은 결국 ‘정권교체’라는 대의를 이루어냈다. 이재명 선대위는 이때의 ‘원팀 정신’을 다시 이루기 위해 지금도 바쁘게 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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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