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의 계절, 가을 ②태안 민병갈식물도서관

천리포수목원의 보물 창고

초록을 내뿜는 식물을 보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식물에 대한 정보를 얻고 싱그러운 수목원 산책도 하는 전문 도서관에 가보면 어떨까? 충남 태안에 식물의 역사와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 민병갈식물도서관이 있다. 해외 식물 관련 자료가 풍부하고, 우리말로 처음 출판된 식물도감 같은 진귀한 자료와 나무를 사랑한 민병갈 설립자의 식물 관리 일지 등이 있어 특별한 책 여행이 가능하다.

민병갈식물도서관은 충남 태안군 천리포수목원 에코힐링센터 1층에 자리한 식물 전문 도서관으로, 설립자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지난 6월21일에 문 열었다. 사립 수목원 최초 도서관으로 151.7㎡ 공간에 식물 전문 도서 1만400여권, 열람 도서 3200여권, 설립자의 식물 관리 일지를 포함한 귀중 도서 3400여권 등 1만7000여권이 있다.

특별한 책 여행

도서관은 열람 서고와 보존 서고로 나뉜다. 열람 서고는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지만, 보존 서고는 사전 허가를 받고 직원과 동반 출입해야 이용 가능하다. 관람 시간은 평일 오전 9시~오후 6시, 관람료는 없다(주말·공휴일 휴관). 다른 도서관에 비해 규모가 크지 않지만, 식물 관련 학술지와 해외 저널 등 다양한 자료를 소장해 신비로운 식물의 세계로 안내한다.

보유 서적은 대부분 민병갈 설립자가 수집한 것으로, 서고에 보관하던 도서를 중심으로 서가를 구성했다. 다른 도서관에서 찾기 힘든 식물 관련 고문헌을 볼 수 있어 반갑다. 보존 도서에는 1937년 외국 식물명을 한글 식물명으로 처음 정리한 〈조선식물향명집〉, 1805년 영국에서 출판한 〈프랙티컬 가드너(Practical Gardner)〉, 1955년 출간한 우리말 최초 식물도감인 〈한국식물도감〉 초판본 등 설립자가 애정을 가지고 모은 도서가 포함됐다.

민병갈식물도서관의 진수를 보려면 기록을 살펴야 한다. 도서관에 설립자가 수목원을 조성할 때부터 기상과 식재 등을 기록한 식물 관리 일지가 있다. 민병갈 설립자는 새로 심은 나무의 생장부터 병든 나무의 병력까지 자세히 기록하고, 나무를 심은 날은 땅의 상태를 그리기도 했다. 1972년부터 기온과 강수량 등 기상 현황을 꼼꼼히 작성한 노트를 보면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서해의 숨은 보석’이라 불리는 천리포수목원이 하루아침에 생기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식물의 역사·모습 보여주는 도서관
초록을 내뿜는 식물 보면 마음이 편안

천리포수목원 김용식 원장은 “1970년대 천리포수목원에 처음 와서 깜짝 놀랐어요. 학교 도서관에서도 보지 못한 식물 관련 책이 가득했거든요. 제게는 천국이었죠. 많은 이와 귀한 자료를 공유하게 돼서 뿌듯합니다”라고 말했다. 김 원장은 “식물에 관심 있는 이라면 누구나 원하는 자료를 얻을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라며, 자료를 확보하기 위해 해외 관련 기관과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천리포수목원은 미국 시카고식물원과 하버드대학교 식물도서관 등에서 900여권을 기증받았다. 타워힐식물원과 헌팅턴식물원에서 식물 전문 도서와 잡지 3000여권도 받기로 했다.

민병갈식물도서관을 품은 천리포수목원은 국내 최초 사립 수목원이자, 국내 최다 식물종을 보유한 수목원이다. 지난 6월 기준으로 식물 1만6939분류군이 숨 쉬며 사계절 다른 매력을 내뿜는다. 봄에는 목련이 향연을 펼치고, 여름에는 연꽃과 창포, 가을에는 은은한 단풍, 겨울에는 호랑가시나무 등이 수목원을 화려하게 수놓는다.
천리포수목원은 미국에서 귀화한 민병갈(칼 페리스 밀러) 설립자의 노력으로 탄생했다. 그는 수십 년에 걸쳐 척박한 땅을 울창하고 푸른 숲으로 일궈, 금탑산업훈장 대통령상을 비롯해 수많은 상을 받았다. 천리포수목원은 2000년 국제수목학회가 아시아 최초로 ‘세계의 아름다운 수목원’으로 인증했고, 한국관광공사 선정한 2021년 겨울 시즌 ‘비대면 안심 관광지 25선’에 포함됐다. 도서관에서 민 설립자의 흔적을 더듬고 수목원을 한 바퀴 돌아보면, 식물에 대한 그의 애정이 느껴지고 식물도 한결 친근하게 다가온다.

천리포수목원에서 자동차로 10㎞쯤 달리면 이국적인 풍광과 마주한다. 국내 최대 해안사구이자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태안 신두리 해안사구다. 오랜 세월 파도와 바람의 영향을 받아 모래가 해변에서 육지로 옮겨져 형성된 사구로, 육지와 바다 사이 퇴적물의 양을 조절해 해안을 보호한다. 탐방로를 따라 걸으면 모래언덕과 함께 해당화, 통보리사초, 개미귀신 등 사구의 식생도 살펴볼 수 있다. 입구에 자리한 신두리사구센터에 먼저 들러 사구에 대한 정보를 얻은 뒤 둘러보면 더 유익하다.

신두리에서 남쪽으로 내려가면 아담한 파도리해수욕장을 만난다. 서해안 다른 해수욕장에 비해 호젓하고 물이 맑다. 파도에 밀려온 돌이 씻겨 옥처럼 변한 ‘해옥’이 특징이다. 해안침식으로 생긴 해식동굴이 있어, 인생 사진을 찍으려는 여행자들이 많이 찾는다. 해식동굴은 물이 빠져야 들어갈 수 있으니, 물때를 확인해야 한다(www.khoa.go.kr). 바위와 돌이 미끄러우니 주의하자.

청산수목원

태안에는 아름다운 수목원이 여럿이다. 그 가운데 팜파스그래스와 핑크뮬리가 환상적인 풍경을 연출하는 청산수목원이 가을에 인기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삼족오미로공원, ‘만종’ ‘이삭줍기’ 등 밀레의 명화를 조형물로 만든 밀레정원, 고갱가든, 홍가시원 등 여러 테마 정원이 조성돼, 여유롭게 산책하며 추억을 남기기 좋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 코스
천리포수목원(민병갈식물도서관)→태안 신두리 해안사구→파도리 해식동굴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천리포수목원(민병갈식물도서관)→태안 신두리 해안사구→두웅습지
둘째 날: 파도리 해식동굴→청산수목원→드르니항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천리포수목원 www.chollipo.org
- 오감관광(태안군 문화관광) www.taean.go.kr/tour.do
- 청산수목원 www.greenpark.co.kr

문의 전화
- 천리포수목원 041)672-9982
- 태안군청 관광진흥과 041)670-2414
- 신두리사구센터 041)672-0499
- 청산수목원 041)675-0656

문의 전화
[버스] 서울-태안, 센트럴시티터미널에서 하루 14회(07:20~20:20) 운행, 약 2시간10분 소요. 서울남부터미널에서 하루 6회(07:50~ 20:00) 운행, 약 2시간40분 소요.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 하루 4회(07:20~18:10) 운행, 약 2시간30분 소요. 태안공영버스터미널 정류장에서 210·211번 농어촌버스 이용, 생태교육관 정류장 하차, 천리포수목원 에코힐링센터까지 도보 약 140m.
*문의: 센트럴시티터미널 02)6282-0114 고속버스통합예매 www.kobus.co.kr 서울남부터미널 1688-0540 동서울종합터미널 1688-5979 시외버스통합예매시스템 txbus.t-money.co.kr 태안공영버스터미널 1688-2110 태안대중교통정보 www.taean-pti.kr

자가운전
서울→서해안고속도로→서산 IC→서산·태안 방면→국도32호선→만리포해수욕장→천리포수목원(에코힐링센터)

숙박 정보
- 피노앤키오리조트(피노키오펜션)(한국관광 품질인증업소): 소원면 만리포2길, 041)672-3824
- 한채당한옥체험관(한국관광 품질인증업소): 소원면 송의로, 031)792-8000
- 천리포수목원 가든스테이: 소원면 천리포1길, 041)672-9985
- 송도오션리조트펜션: 소원면 모항항길, 041)672-7000
- 어은돌오토캠핑장: 소원면 파도리, 041)675-9340
- 안면도자연휴양림: 안면읍 안면대로, 041) 674-5019

식당 정보
- 천리포횟집(붕장어두루치기): 소원면 천리포1길, 041)672-9170
- 호호아줌마(굴김치보쌈정식): 소원면 서해로, 041)674-0862
- 관해회수산(회): 소원면 천리포1길, 041)672-2118
- 청어람(우럭젓국): 소원면 모항항길, 041)672-7882
- 안흥식당(우럭젓국): 태안읍 정주내2길, 041)673-8584

주변 볼거리
만리포해수욕장, 팜카밀레, 안면도자연휴양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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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문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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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사이더’ 정청래 인싸 플랜

‘아웃사이더’ 정청래 인싸 플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독주가 이어지고 있다. 당원의 명령인 개혁을 완수하기 위한 질주다. 당의 ‘아웃사이더’였던 그가 당을 휘어잡기까지 수많은 당원이 등을 밀어줬다. 비주류에서 주류 ‘인싸’로 자리 잡기 위한 정 대표의 다음 스텝이 주목된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행보가 매섭다. 윤석열정부에서 막힌 과제를 해치우는 동시에 공약이었던 각종 개혁을 빠르게 완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정 대표는 같은 당 박찬대 의원보다 덜 알려졌다는 평이 나오지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서 보여준 ‘사이다’ 면모가 주목받으면서 강성 지지층의 환호를 받았다. 정청래가 걸어온 길 비주류였던 그가 당 대표가 되기까지의 여정은 결코 평범하지 않았다. 21대 국회 때는 이재명 대표 체제에서 수석 최고위원을 지냈고, 22대 국회에선 법사위원장으로서 국민의힘에 호통을 치며 유튜브 단골 주제가 됐다. 당시 정 대표는 국민의힘이 반대하는 쟁점 법안을 밀어붙이고 상대편 의원과 대립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인기를 끌었다. 그동안 정 대표는 언론 대신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유튜브 등 SNS를 통해 지지자와 직접 소통해 왔다. 민주당 박찬대 의원보다 주목도가 떨어진다는 평이 나오지만 팬덤 정치에 최적화된 모습을 보여줬다. 정 대표는 최근에도 자신을 둘러싼 의혹과 청-명 프레임에 대해 직접 입장을 밝혔다. 그는 SNS에 ‘언론의 자유와 횡포 그리고 언론의 게으름의 관성’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조국 전 대표의 사면·복권을 놓고 일부 언론에서 ‘정청래 견제론’을 말한다. 실소를 자아내게 한다. 근거 없는 주장일뿐더러 사실도 아니다. 상식적인 수준에서 바로 반박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어 “정청래는 김어준이 밀고, 박찬대는 이재명 대통령이 밀었다는 식의 가짜 뉴스가 이 논리의 출발”이라며 “어심이 명심을 이겼다는 황당한 주장, 그러니 정청래가 이재명 대통령과 싸울 것이란 가짜 뉴스에 속지 말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각을 세울 일이 1도 없다. 당정대가 한 몸처럼 움직여 반드시 이재명정부를 성공시킬 생각이 100(이다)”이라고 덧붙였다. 계파 갈등 프레임이 씌워질 조짐이 보이자 이를 사전에 차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 대표의 정치적 뿌리를 따지자면 친노(친 노무현)에 가깝다. 그러나 문재인 전 정부서는 친문(친 문재인), 이재명 대표 체제에서는 친명(친 이재명)으로 분류되는 등 계파색이 비교적 옅은 편이다. 1989년 미국 대사관저 점거 농성을 주도한 혐의로 2년형을 선고받은 등 학생 운동권 출신이지만, 대표 운동권인 민주당 86 그룹과의 친분을 공개적으로 과시하지 않았다. 따라서 정 대표는 당의 주류보다 비주류에 가깝다는 게 여의도에 떠도는 평이다. 친문? 친명? 오히려 ‘계파 청산파’ “잘못된 586 문화 배운 97도 청산” 전당대회가 한참이던 당시 한 민주당 의원은 “사석에서 만난 정 의원은 아주 뚝심 있는 사람이었다. 박찬대 의원은 특유의 재치로 호감을 얻는 편이라면 정 의원은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할 말은 제대로 하는 캐릭터”라며 “그래서 계파를 분류하기 어려운 것 같다. 나만의 길을 가는 것 같으면서도 한번 정한 길은 꺾지 않고 걷는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오히려 정 대표는 ‘계파 청산’을 외치는 인물이다. 그는 당 대표 후보이던 당시 “국민께서 비판하시는 586의 운동권 문화는 청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라디오에 출연해서는 “계파는 당을 좀먹는 독약”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정파와 노선은 필요하지만, 계파는 없어져야 한다. 저 스스로 계파에 가입하지 않고, 그런 데서도 저는 안 불러준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586의 질서, 운동권의 수직적 관계가 싫었다. 그런 분들과 몰려 다니는 게 너무 비생산적”이라며 “586의 안 좋은 문화를 따라 배운, 너무 빨리 늙어버린 97 세대들의 그런 것도 청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민주당의 수장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당원들의 요구를 파악해 발 빠르게 움직였기 때문이다. 8·2 전당대회에서 정 대표는 당선 이후 “이 대통령이 대통령이 된 것은 민주당 주류가 바뀌었단 뜻이고, 민주당에서 정청래가 대표가 됐다는 것은 당의 주인인 당원들이 당의 운명을 결정하는 시대가 왔다는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해석했다. 이날 전당대회를 “예전에는 당원들이 국회의원 눈치를 봤지만, 이제는 국회의원들이 당원 눈치를 봐야 하는 지극히 정상적인 ‘민주당의 민주화’가 드디어 그 깃발을 높이 든 8·2 전당대회”라고 자평하기도 했다. 이처럼 정 대표를 탄탄히 받쳐주는 건 여의도 인맥이 아닌 당원이었다. 정 대표는 이들을 대주주 삼아 힘을 키워 주류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에는 당원권에 힘을 쏟으며 역사상 처음으로 ‘평당원 최고위원’ 선출을 시도하는가 하면 당원 주권 정당 실현을 강조하기 위해 ‘대의원 1인1표제’를 띄우기도 했다. 대의원 1인1표제는 당원들의 권한을 대폭 향상하는 방안이다. 정 대표는 지난 18일 열린 국회 당원주권 정당특위 출범식에서 “10년 넘게 당원주권정당, 1인1표를 주장해 왔지만, 아직까지도 열리지 않았다”며 “헌법에서 얘기하고 있는 평등 선거가 민주당에서도 구현이 될 수 있도록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3대 개혁 풀가동 이어 “대한민국 헌법에는 평등 선거가 명시돼있고, 많은 선거에서 1인1표가 행사되지만 유독 더불어민주당에선 누구는 1표, 누구는 17표를 행사한다”며 “헌법적으로 보나 상식적으로 보나 매우 부끄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재명정부가 국민주권시대를 강조하는 만큼 이에 발맞추기 위해서라도 민주당은 권리당원의 권리를 보장하고 상징적인 ‘1인1표’ 시대를 반드시 열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밖에도 정 대표는 당헌·당규 개정을 비롯한 ▲평당원 선출 준비 지원 ▲연말 당원 콘서트 지원 등을 약속했다. 당원의 힘이 커질 수록 정 대표의 정치적 입지도 넓어진다. 정 대표는 연일 국민의힘 때리기에 집중하며 당원으로부터 지지를 받았고, 민주당의 목표로 3대 개혁 완수를 내걸었다. 이는 비주류였던 자신의 정체성을 부각시키기 위한 전략으로도 읽힌다. 이 대통령이 ‘사이다’ 발언으로 당권까지 올랐다면 정 대표는 각종 특위를 띄우며 거침없는 개혁가의 모습을 굳히겠다는 것이다. 정 대표는 강성 지지층의 요구에 따라 검찰개혁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검찰청을 폐지하는 대신 가칭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과 공소청을 신설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다음 달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정 대표는 지난달 21일 의원총회에서 이 대통령과 당 지도부의 만찬 회동을 언급하며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설립을 담은 정부조직법을 9월 내 본회의에서 처리하자고 당과 대통령실이 입장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약속드린대로 추석 귀향길 뉴스에서 ‘검찰청은 폐지됐다’ ‘검찰청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는 기쁜 소식을 국민 여러분께 전해드릴 수 있도록 당에선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임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출된 추미애 의원 역시 “법사위원장 선출은 검찰과 언론, 사법개혁 과제를 완수하라는 국민의 명령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전폭적으로 힘을 실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위원회도 속속들이 들어섰다. 우선 민주당은 ‘국민주권 검찰정상화 특별위원회’를 발족시켰다. 정 대표는 출범식 및 1차 회의에 참석해 “지금의 시대적 과제는 내란 종식, 내란 척결, 이정부 성공에 있다”며 “가장 시급히 해야 할 개혁 중 개혁이 검찰개혁”이라며 “개혁도 골든타임을 놓친다면 저항이 거세져서 좌초되고 말 것이기 때문에 시기가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특위의 주요 과제로는 ▲수사·기소 완전 분리 ▲국민 주권 실현 및 민생 뒷받침 등을 제시했다. 새로운 구심점 이어 언론개혁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언론 보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추석 전까지 도입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는 언론의 허위·조작 보도에 대해 피해자에게 손해액의 최대 5배 배상을 의무화하는 법적 장치다. 언론뿐만 아니라 ‘유튜버’도 포함하는 안이 논의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국민중심 사법개혁특별위원회’도 출범했다. 정 대표는 “대법관의 증원과 추천 방식을 변경하는 내용의 사법개혁안을 추석 전까지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구석구석 눈도장을 찍기 위한 지역별 공략에도 나섰다. 지난 21일 호남발전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다들 대한민국 민주화에 대해서 호남이 기여한 바가 지대하다는데, 국가는 ‘호남을 위해서 무엇을 했는가’에 대한 답을 이제 할 때가 되지 않았나”라고 꼬집었다. 정 대표는 “호남만 발전시키면 되겠느냐”며 영남발전특위도 띄웠다. 이는 내년 6월에 있을 지방선거를 대비해 대구·경북 등의 표밭을 다지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광폭 행보를 보이는 정 대표를 구심점으로 신흥 세력이 탄생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정 대표는 계파 정치와 거리를 두겠다고 거듭 밝혔지만, 권력자의 주변에 사람이 모이는 것은 당연하다는 해석이다. 정 대표의 편에 선 동료 의원들에게도 시선이 쏠린다. 전당대회에서 정 대표를 공식적으로 지지했거나 개혁 선봉에 함께 섰던 의원 등이다. 정 대표가 당권 도전을 선언한 국회 기자회견장에는 장경태·최기상·문정복·임오경·양문석 의원 등이 자리했다. 여의도 이야기를 종합하면, 정 대표는 ‘당원 중심 정당’ 철학에 부합하는 인사로 장 의원을 꼽았다. 현재 장 의원은 평단원 최고위원 선출 절차를 위한 특위위원장을 맡고 있다. 최민희 의원은 정 대표를 공개 지지한 인물이다. 당시 정 대표가 수박 논란에 휩싸였을 당시 최 의원은 “심하게 비난받는 정청래 후보를 지켜보면 짠하다”며 “비난에도 역비난하지 않고 여전히 유쾌·상쾌하게 선거운동하는 정 후보를 격하게 지지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이 밖에도 한민수·김영환·이성윤 의원은 경선 유세 현장에 함께하며 힘을 실어줬다. 왼쪽으로 붙는 민주당…좁아지는 공간 강성 지지층 등에 업고 개혁가의 길로 개혁가의 길을 걷는 정 대표의 존재감이 커지자 일각에서는 조기 대선을 거치며 ‘중도 보수론’으로 넓혀놨던 민주당의 정치 공간이 다시 좁아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 대표의 강경한 태도가 민주당의 기조가 된다면 야당과의 협치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평이다. 실제 정 대표는 “악수는 사람하고만 한다”며 국민의힘을 척결 대상으로 대하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16주기 추모식에서 정 대표는 국민의힘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과 악수는커녕 인사조차 나누지 않았다. 송 비대위원장 역시 적대감을 드러내면서 그야말로 ‘국회 빙하기’ 시대가 열렸다. 여당인 민주당은 좌우를 넓게 아우르는 정당이 돼야 앞으로 다가올 선거에서 유리한 구도를 유지할 수 있다. 지금처럼 국민의힘이 보수로서 역할을 하지 못할 때 왼쪽은 조국혁신당, 진보당 등에 맡겨둔 채 중도 보수를 자처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당원의 힘으로 대표가 된 만큼 그는 개혁을 완수하기까지 지금과 같은 태도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민주당 상임고문단도 “집권여당은 당원만 바라보고 정치를 해선 안 된다”며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당 상임고문단 간담회에서 “정당의 주인은 당원이어야 한다는 데 공감한다”면서도 “우리 국민은 당원만으로 구성된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문희상 전 국회의장도 “내란의 뿌리를 뽑기 위해 전광석화처럼, 폭풍처럼 몰아쳐 처리하겠다는 대목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과유불급이다. 의욕이 앞서 결과를 내는 게 지리멸렬한 것보다는 훨씬 나으나, 지나치면 안 된다”고 조언했다. 또 다른 민주당으로 민주당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포스트 이재명’ ‘이재명 키즈’가 아닌 새로운 인물이 나타나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 대표가 민주당의 새로운 길을 열어야 당이 계속해서 순환하는 등 건강하게 유지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어 “민주당의 주류는 강성 지지층이다. 당원이 당을 좌지우지하는데 그들의 숫자가 얼마가 되든 목소리가 커 여론을 만드는 것”이라며 “이 주류의 흐름에 올라탄 사람이 정 대표다. 이 대통령이 대표이던 때와는 다른 모습의 민주당을 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아직 남은 정 견제 세력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SNS에 올렸다 곧바로 삭제한 게시글이 화제다. 민주당은 지난달 19~20일 양일간 경주를 찾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준비 상황을 점검했는데 정 대표가 마치 천마총 금관을 쓰고 있는 듯한 착시 사진이 문제가 된 것이다. 정 대표가 금관을 직접 착용한 것은 아니지만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시에 왕 노릇을 한다” “벌써 왕인 것처럼 군다” 등 거친 비판이 쏟아졌다. 현재 해당 사진은 삭제됐지만 8·2 전당대회 때 불거진 박찬대 의원과의 앙금이 아직 남은 게 아니냐는 뒷말이 나온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