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의 계절, 가을 ②태안 민병갈식물도서관

천리포수목원의 보물 창고

초록을 내뿜는 식물을 보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식물에 대한 정보를 얻고 싱그러운 수목원 산책도 하는 전문 도서관에 가보면 어떨까? 충남 태안에 식물의 역사와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 민병갈식물도서관이 있다. 해외 식물 관련 자료가 풍부하고, 우리말로 처음 출판된 식물도감 같은 진귀한 자료와 나무를 사랑한 민병갈 설립자의 식물 관리 일지 등이 있어 특별한 책 여행이 가능하다.

민병갈식물도서관은 충남 태안군 천리포수목원 에코힐링센터 1층에 자리한 식물 전문 도서관으로, 설립자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지난 6월21일에 문 열었다. 사립 수목원 최초 도서관으로 151.7㎡ 공간에 식물 전문 도서 1만400여권, 열람 도서 3200여권, 설립자의 식물 관리 일지를 포함한 귀중 도서 3400여권 등 1만7000여권이 있다.

특별한 책 여행

도서관은 열람 서고와 보존 서고로 나뉜다. 열람 서고는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지만, 보존 서고는 사전 허가를 받고 직원과 동반 출입해야 이용 가능하다. 관람 시간은 평일 오전 9시~오후 6시, 관람료는 없다(주말·공휴일 휴관). 다른 도서관에 비해 규모가 크지 않지만, 식물 관련 학술지와 해외 저널 등 다양한 자료를 소장해 신비로운 식물의 세계로 안내한다.

보유 서적은 대부분 민병갈 설립자가 수집한 것으로, 서고에 보관하던 도서를 중심으로 서가를 구성했다. 다른 도서관에서 찾기 힘든 식물 관련 고문헌을 볼 수 있어 반갑다. 보존 도서에는 1937년 외국 식물명을 한글 식물명으로 처음 정리한 〈조선식물향명집〉, 1805년 영국에서 출판한 〈프랙티컬 가드너(Practical Gardner)〉, 1955년 출간한 우리말 최초 식물도감인 〈한국식물도감〉 초판본 등 설립자가 애정을 가지고 모은 도서가 포함됐다.

민병갈식물도서관의 진수를 보려면 기록을 살펴야 한다. 도서관에 설립자가 수목원을 조성할 때부터 기상과 식재 등을 기록한 식물 관리 일지가 있다. 민병갈 설립자는 새로 심은 나무의 생장부터 병든 나무의 병력까지 자세히 기록하고, 나무를 심은 날은 땅의 상태를 그리기도 했다. 1972년부터 기온과 강수량 등 기상 현황을 꼼꼼히 작성한 노트를 보면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서해의 숨은 보석’이라 불리는 천리포수목원이 하루아침에 생기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식물의 역사·모습 보여주는 도서관
초록을 내뿜는 식물 보면 마음이 편안

천리포수목원 김용식 원장은 “1970년대 천리포수목원에 처음 와서 깜짝 놀랐어요. 학교 도서관에서도 보지 못한 식물 관련 책이 가득했거든요. 제게는 천국이었죠. 많은 이와 귀한 자료를 공유하게 돼서 뿌듯합니다”라고 말했다. 김 원장은 “식물에 관심 있는 이라면 누구나 원하는 자료를 얻을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라며, 자료를 확보하기 위해 해외 관련 기관과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천리포수목원은 미국 시카고식물원과 하버드대학교 식물도서관 등에서 900여권을 기증받았다. 타워힐식물원과 헌팅턴식물원에서 식물 전문 도서와 잡지 3000여권도 받기로 했다.

민병갈식물도서관을 품은 천리포수목원은 국내 최초 사립 수목원이자, 국내 최다 식물종을 보유한 수목원이다. 지난 6월 기준으로 식물 1만6939분류군이 숨 쉬며 사계절 다른 매력을 내뿜는다. 봄에는 목련이 향연을 펼치고, 여름에는 연꽃과 창포, 가을에는 은은한 단풍, 겨울에는 호랑가시나무 등이 수목원을 화려하게 수놓는다.
천리포수목원은 미국에서 귀화한 민병갈(칼 페리스 밀러) 설립자의 노력으로 탄생했다. 그는 수십 년에 걸쳐 척박한 땅을 울창하고 푸른 숲으로 일궈, 금탑산업훈장 대통령상을 비롯해 수많은 상을 받았다. 천리포수목원은 2000년 국제수목학회가 아시아 최초로 ‘세계의 아름다운 수목원’으로 인증했고, 한국관광공사 선정한 2021년 겨울 시즌 ‘비대면 안심 관광지 25선’에 포함됐다. 도서관에서 민 설립자의 흔적을 더듬고 수목원을 한 바퀴 돌아보면, 식물에 대한 그의 애정이 느껴지고 식물도 한결 친근하게 다가온다.

천리포수목원에서 자동차로 10㎞쯤 달리면 이국적인 풍광과 마주한다. 국내 최대 해안사구이자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태안 신두리 해안사구다. 오랜 세월 파도와 바람의 영향을 받아 모래가 해변에서 육지로 옮겨져 형성된 사구로, 육지와 바다 사이 퇴적물의 양을 조절해 해안을 보호한다. 탐방로를 따라 걸으면 모래언덕과 함께 해당화, 통보리사초, 개미귀신 등 사구의 식생도 살펴볼 수 있다. 입구에 자리한 신두리사구센터에 먼저 들러 사구에 대한 정보를 얻은 뒤 둘러보면 더 유익하다.

신두리에서 남쪽으로 내려가면 아담한 파도리해수욕장을 만난다. 서해안 다른 해수욕장에 비해 호젓하고 물이 맑다. 파도에 밀려온 돌이 씻겨 옥처럼 변한 ‘해옥’이 특징이다. 해안침식으로 생긴 해식동굴이 있어, 인생 사진을 찍으려는 여행자들이 많이 찾는다. 해식동굴은 물이 빠져야 들어갈 수 있으니, 물때를 확인해야 한다(www.khoa.go.kr). 바위와 돌이 미끄러우니 주의하자.

청산수목원

태안에는 아름다운 수목원이 여럿이다. 그 가운데 팜파스그래스와 핑크뮬리가 환상적인 풍경을 연출하는 청산수목원이 가을에 인기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삼족오미로공원, ‘만종’ ‘이삭줍기’ 등 밀레의 명화를 조형물로 만든 밀레정원, 고갱가든, 홍가시원 등 여러 테마 정원이 조성돼, 여유롭게 산책하며 추억을 남기기 좋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 코스
천리포수목원(민병갈식물도서관)→태안 신두리 해안사구→파도리 해식동굴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천리포수목원(민병갈식물도서관)→태안 신두리 해안사구→두웅습지
둘째 날: 파도리 해식동굴→청산수목원→드르니항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천리포수목원 www.chollipo.org
- 오감관광(태안군 문화관광) www.taean.go.kr/tour.do
- 청산수목원 www.greenpark.co.kr

문의 전화
- 천리포수목원 041)672-9982
- 태안군청 관광진흥과 041)670-2414
- 신두리사구센터 041)672-0499
- 청산수목원 041)675-0656

문의 전화
[버스] 서울-태안, 센트럴시티터미널에서 하루 14회(07:20~20:20) 운행, 약 2시간10분 소요. 서울남부터미널에서 하루 6회(07:50~ 20:00) 운행, 약 2시간40분 소요.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 하루 4회(07:20~18:10) 운행, 약 2시간30분 소요. 태안공영버스터미널 정류장에서 210·211번 농어촌버스 이용, 생태교육관 정류장 하차, 천리포수목원 에코힐링센터까지 도보 약 140m.
*문의: 센트럴시티터미널 02)6282-0114 고속버스통합예매 www.kobus.co.kr 서울남부터미널 1688-0540 동서울종합터미널 1688-5979 시외버스통합예매시스템 txbus.t-money.co.kr 태안공영버스터미널 1688-2110 태안대중교통정보 www.taean-pti.kr

자가운전
서울→서해안고속도로→서산 IC→서산·태안 방면→국도32호선→만리포해수욕장→천리포수목원(에코힐링센터)

숙박 정보
- 피노앤키오리조트(피노키오펜션)(한국관광 품질인증업소): 소원면 만리포2길, 041)672-3824
- 한채당한옥체험관(한국관광 품질인증업소): 소원면 송의로, 031)792-8000
- 천리포수목원 가든스테이: 소원면 천리포1길, 041)672-9985
- 송도오션리조트펜션: 소원면 모항항길, 041)672-7000
- 어은돌오토캠핑장: 소원면 파도리, 041)675-9340
- 안면도자연휴양림: 안면읍 안면대로, 041) 674-5019

식당 정보
- 천리포횟집(붕장어두루치기): 소원면 천리포1길, 041)672-9170
- 호호아줌마(굴김치보쌈정식): 소원면 서해로, 041)674-0862
- 관해회수산(회): 소원면 천리포1길, 041)672-2118
- 청어람(우럭젓국): 소원면 모항항길, 041)672-7882
- 안흥식당(우럭젓국): 태안읍 정주내2길, 041)673-8584

주변 볼거리
만리포해수욕장, 팜카밀레, 안면도자연휴양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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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APEC 정상회의(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이하 정상회의)가 경북 경주에서 열린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20개 나라 정상이 초청 대상으로, ‘외교 슈퍼 위크’가 시작된 셈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각국의 강경파들이 경주로 모이면서 서로 어떤 합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2025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미 관세 문제가 급물살을 탔다. 지난 7월 협상 시한 하루를 앞두고 한미 간 무역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지 약 세 달 만이다. 정상회의를 계기로 관세 협상이 매끄럽게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노브레이크 미국 관세 쟁점은 한국이 상호 관세를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달러(약 500조원)에 대한 지불 방식이다. 한국은 직접 투자 비중을 줄이고 투자 기간을 늘리겠다는 방침이지만,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최대한 현금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현금 선불 투자를 고집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는지가 협상 타결의 관건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상회의가 며칠 남지 않은 시점까지도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큰 틀에서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세밀한 부분이나 주요 쟁점이 해결되지 않는 등 의견이 모이지 않은 탓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각)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회담한 뒤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김 실장은 ‘마지막 쟁점이 조율됐느냐’는 특파원들 질문에 “쟁점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두 개라고 했고, 아주 많지는 않다”며 “오늘 남아있는 쟁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고 진전이 있었다. 만나면 조금 더 상호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고 답했다. 양국의 대면 협의가 사실상 이날 종료되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두 사람의 결단만 남았다. 미중 간의 관세 협상 결과와 이번에 이뤄질 두 정상의 만남이 한국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중국과 미국은 지난 4월부터 보복 형식으로 서로를 향해 관세 허들을 높여갔다. 그러던 중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면서 질주하는 미국에 제동을 걸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100% 관세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관세 전쟁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추가 관세가 현실화하면 중국이 미국에 내야 할 관세는 157%에 달하는 만큼 미중 간의 팽팽한 대립이 이어졌다. 좁히지 못한 ‘디테일’ 막판 협상 난항 이 “우리는 동맹…상식과 합리성 공유” 중국이 밸브를 잠그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희토류와 핵심 광물 공급 협력에 관한 협정에 서명했다. 이는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 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일본도 일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희토류 삼각 동맹이 이뤄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백악관 로즈가든 클럽에서 주재한 오찬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국에서 만나 많은 것을 이야기할 것”이라며 대화의 여지를 열어뒀다. 이어 “우리가 협상에서 잘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나는 시 주석과 좋은 합의를 하고 싶고, 시 주석이 중국을 위해 좋은 합의를 하길 바란다. 하지만 그 합의는 공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장기화되면 한국 경제 성장률을 비롯해 수출입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전망과 관련해 “조정·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펀드를 둘러싼 이견에 대해서는 “결국 이성적으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왜냐하면 우리는 동맹이며 서로 상식과 합리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이 현재 진행형인 상황에서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11년 만에 이뤄진 시 주석의 방한도 눈여겨볼 만하다. 아직 한중 관계에 큰 잡음은 없지만 훈풍이 불지 않는 만큼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한중 관계의 안정적 관리에 대해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정부의 첫 주중대사인 노재헌 신임 대사는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이 계획됐기 때문에 한중 관계가 새로운 도약을 맞이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한다”며 “양국 지도자 간에 우호와 신뢰 관계를 다시 굳건히 하고 그 초석 위에서 한중 관계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친하지?” 서먹해진 중국 이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시험대에 놓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전승절)’에 초청받았지만 의전 서열 2위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신 자리했다. 이 대통령의 전승절 참여 여부를 놓고 국민의힘이 친중 프레임을 굳히자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앞서 백악관은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축사를 하던 중 뜬금없이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 우려”라며 중국을 향해 견제구를 날렸다. 한국이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임을 강조할 경우 미국이 제동을 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이처럼 한중 관계 개선의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인 만큼 한국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외교 전략을 펼쳐야 한다. 김지수 한반도 미래경제 포럼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단어가 나오던 때랑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안보와 경제가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런 점에서 미국이 더 중요해졌다”고 봤다. 이 대통령 역시 안미경중 노선에 대해 “과거처럼 그런 태도를 취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견제, 나아가 봉쇄 정책을 본격 시작하기 전까지 한국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몇 년 사이 자유 진영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진영 간 공급망 재편이 본격적으로 벌어졌고 미국의 정책이 노골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한국도 미국의 기본적인 정책에서 어긋나게 행동하거나 판단할 수 없는 상태”라며 “중국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데서 생겨나는 불가피한 관계를 잘 관리하는 수준으로 유지하는 상황”이라 고 부연했다. ‘여자 아베’ 경주 데뷔 김 대표는 “미국의 최대 경쟁국은 중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중국을 제어하기 위해 한국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미중 패권 전쟁에서 유리한 전략을 모두 취하고 있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중국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미국과 가까이 지내기 위해 중국을 적대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인 무비자 입국으로 한국 전역에 퍼진 반중 혐오 시위도 고려 대상이다. 최근 국민의힘 등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반중 정서가 확대되면서 외교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노 대사는 중국 주상하이 총영사관에서 주중대사관을 상대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 내 반중·혐중 시위를 묻는 말에 “당연히 우려되고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고 양국 국민의 우호 정서 함양·증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근거 없고 음모론에 기반한 행위에 대해서는 조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시적 비자 면제 정책에 대한 자국민의 우려에 대해서도 “불법 체류 현황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범죄 같은 부분은 입국자 등을 잘 지켜보면서 필요하면 단속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지난 21일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는 이번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본격 대외 행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보수 성향이 짙은 탓에 한일 관계가 틀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정권 초기인 만큼 우호적 태도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 10선 의원으로 경제안보담당상, 총무상,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일본 정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비세습 여성 정치인으로 강경 보수 성향이라는 평가와 함께 입지를 다져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4일 치러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며 당권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1999년부터 자민당과 협력해 온 중도 보수 성향인 공명당이 연정에서 이탈해 표가 분산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강경 보수 성향이자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를 새롭게 끌어들이면서 극적으로 총리직에 당선됐다. 서로 싫다는 미·중, 사이에 낀 한국 일본까지 강경파 ‘폭풍 속 한반도’ 이 대통령은 신임 일본 총리가 선출된 것에 대해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경주에서 총리를 직접 뵙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우리는 새로운 한일 관계의 60년을 열어가야 하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국제 정세 속에서 한일 관계의 중요성 역시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중대한 시기에 총리와 함께 양국 간, 그리고 양 국민 간 미래지향적 상생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길 기대한다. 아울러 셔틀 외교를 토대로 양국 정상이 자주 만나 소통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훈훈한 축하 인사와 달리 한일 관계는 다시 시험대에 놓였다. 온건하다고 평가받았던 이시바 시게루 내각 체제만큼 협력 기조가 이어질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2021년 총재 선거 당시 고 아베 전 총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신임 보수 전사로 떠올랐다. 이번 총리 선거에서 역시 아베 전 총리의 파벌로 형성된 아베파의 지지가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현지 신문은 자민당의 연정 상대가 공명당에서 유신회로 바뀌면서 다카이치 내각의 보수색이 선명해졌다고 해석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과거부터 야스쿠니 신사를 꾸준히 참배해온 만큼 한국 과거사와 독도 영토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을 놓고 이정부와 충돌할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다카이치 총리가 이번에 보여준 강경 보수 행보는 우익 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법으로 한일 외교에 있어서는 이시바 내각과 마찬가지로 온건한 노선을 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에 우호적인 뜻을 내비쳤으며 가을 예대제 기간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을 것으로도 전해진다. 한일 관계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다카이치 총리의 온건 행보가 일시적일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역대 총리들이 그랬듯 지지율이 떨어지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고 반한 감정을 부추겨 보수 지지층 결집을 유도할 것이란 점에서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 대통령이 국가 간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미, 한중, 미중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릴 가능성이 크고 비핵화와 관련해 이 대통령이 남·북·미 간의 대화 물꼬를 튼다면 경주를 무대로 ‘평화 한반도’ 기조를 형성하는 일등 공신 역할을 노릴 수 있다. 눌리거나 손잡거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관계자는 “이 대통령에게 가장 큰 변수는 아무래도 미국이다. 각 국가 정상마다 성향도 다르고 원하는 바도 다른 만큼 미국부터 삐끗하면 차후 일정도 줄줄이 꼬인다”면서 “조급하게 나서면 될 일도 안 되는 게 외교 문제다. 한국은 한국만의 강점이 있다. 우리 쪽에서도 몇 가지 카드가 있을 테니 지금으로서는 정부를 믿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하필 지금? 미사일 쏜 북한 속내 지난 22일 북한이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한미·한중 정상회담 등에서 북한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미국을 향한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한미군과 우리 군의 반응이 엇갈린 점 역시 주목된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한미 동맹에 대한 공약이 굳건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불법적이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비판한다. 북한에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우리 군은 통상 해오던 미사일 발사 규탄 성명을 내지 않았다.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정부가 남북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만큼 이를 의식해 톤 조절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