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특집> 특별인터뷰③ 종교계 큰어른의 나라 걱정

화엄사 주지 덕문 스님 “내가 아프면 상대도 아픕니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바야흐로 갈등의 시대다. 남북·동서·남녀·세대·빈부 등 어느 하나 갈라지지 않은 곳이 없다. 역설적으로 통합이 요구되는 시대이기도 하다. 그동안 국민통합에 앞장서왔던 종교의 역할에 의문부호가 붙는다. <일요시사>가 추석을 맞아 종교계 큰어른, 화엄사 주지 덕문 스님을 만나 그 해법을 청했다. 

오후 6시20분. 전남 구례 소재의 화엄사 구석구석에 흩어져 있던 사람들이 운고각으로 모여들었다. 저마다 자리를 잡은 사람들 사이로 북소리가 울렸다. 곧이어 범종각에서 종소리가 울려 퍼졌다. 땅거미가 느릿하게 내려앉고 있었다. 한낮의 땡볕이 무색하게 서늘한 바람이 스쳤다. 여느 때와 다름없는 화엄사의 저녁 모습이었다. 

19교구 본사
50여개 말사

‘민족의 영산’ 지리산이 품은 화엄사는 대한불교조계종 25교구 중 19번째 교구다. 정확한 명칭은 ‘대한불교조계종 제19교구 본사 지리산 대화엄사’. 전남 구례군에 위치한 우리나라 대표 사찰 중 한 곳이다. 백제 성왕 22년(544년)에 고승 연기조사가 창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역사만 1400~1500년에 이르는 ‘천년 고찰’이다. 

일주문, 금강문, 천왕문을 지나 보제루를 중심으로 한 바퀴 돌면 화엄사의 가람 배치가 한 눈에 들어온다. 보제루 정면으로 대웅전이, 좌측으로 각황전이 우뚝 서있다. 일반적으로 사찰에서는 대웅전이 가장 큰 건물인 경우가 많은데, 화엄사에서는 각황전이 가장 규모가 크고 웅장하다. 


국보67호로 지정돼있는 각황전은 국내 최대 목조 건물이다. 원래 이름은 장육전이었다. 임진왜란 때 화재로 사라졌다가 조선 숙종 때 재건했다. 각황전이라는 이름도 숙종이 하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각황전 뒤편으로 난 108계단을 오르면 역시 국보(35호)로 지정된 4사자 3층석탑이 나온다. 4사자 3층석탑은 현재 보수 중으로 추석 명절 이후 대중에게 공개될 예정이다.

화엄사 주지 덕문 스님은 이 108계단 너머를 가장 좋아하는 장소로 꼽았다. 덕문 스님은 “그곳에서 2년 정도 살 기회가 있었다. 화엄사를 가장 대변하는 곳”이라며 “바깥에는 태풍이 불어도 그 공간만큼은 바람 한 점 들어오지 않는다. 화엄사에서 가장 고요한 곳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지난달 15일 오전 화엄사 삼전에서 덕문 스님을 만났다. 덕문 스님은 2017년 4월 화엄사 주지로 취임한 이후 올해 3월 재임에 성공했다. 여수·순천·곡성·광양·구례 등 전남 동부권 다섯 지역을 관장하는 교구이면서 50여개의 말사를 관리하는 화엄사의 교구장으로 5년째 활동 중이다. 

“이전에 계셨던 선배 스님들이 도량을 잘 가꿔주셨고, 이미 많은 부분을 일궈내셨기 때문에 저는 그저 숟가락 하나 얹는 정도였습니다. 다만 현재 불교를 포함한 종교가 국민에게 얼마나 신뢰받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부호가 있었습니다. 화엄사가 국민은 물론 지역민과 불자들에게 다가가도록 할 수 있는가에 가장 초점을 맞췄습니다.”

물질과 과학의 시대
사라진 종교의 역할

취임식을 문화재 학술행사로 대체한 것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특히 문화재 활용 부분에 있어서는 관심이 남다르다. 과거에는 정부 차원에서 문화재를 관리하고 보존하는 데만 힘을 쏟았다. 하지만 이젠 문화재를 통한 대중의 마음 정화와 치유가 필요하다는 고민을 가지고 토론을 벌였다. 

계절마다 여러 이벤트를 열어 대중과의 접촉면을 늘려간 부분도 같은 맥락이다. 화엄사는 올해 ‘홍매화·들매화 휴대폰 카메라 사진 콘테스트’(3월), ‘요가대축제’(6월), ‘모기장 영화 음악회’(7월) 등의 행사를 연달아 열었다. 코로나19로 법회 등 실내에서 할 수 있는 행사가 줄어들자 야외에서 대중을 만나는 자리를 만든 것.


덕문 스님은 코로나19로 집단 우울증에 빠진 국민을 위로하고 싶었다고 했다. 그는 “코로나19 이후 어떤 곳을 가도 환하게 웃는 사람보다 우울감을 호소하는 사람을 많이 보게 됐다. 지하철만 타도 고개를 든 사람이 거의 없다. 우리 공간(화엄사)에서 국민에게 위로를 건넬 수 있는 방법을 찾다가 다양한 이벤트를 개최했는데, 호응이 아주 좋았다”고 말했다. 

화엄사 광주 빛고을 포교원 건립도 마찬가지다. 덕문 스님은 임기 시작과 동시에 광주에 포교원을 짓기 시작했다. 광역도시면서 공용 지역인 광주에 포교원을 만들어야 한다는 열망은 30년 전부터 있었지만 현실 여건상 이루지 못했다가 덕문 스님 취임 이후 시작해 현재 완성 단계에 이르렀다. 

“포교원은 불자들의 사랑방 역할을 하는 곳입니다. 24시간 열려 있는 곳이기 때문에 밤에라도 문득 마음속에 어려움이 생긴다면 언제든지 가서 기도하고 참선할 수 있습니다. 세상의 어려움을 털어놓고 싶을 때 들어줄 수 있는 상대가 있는 곳이 포교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도심 속에 있는 불교 사랑방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2019년 4월 말사인 천은사의 입장료를 폐지하는 데 화엄사 교구장으로서 결단을 내린 부분은 두고두고 회자되고 있다. 천은사가 자리한 지리산은 1967년 국립공원 1호로 지정됐다. 당시 정부는 천은사 소유의 토지를 군사작전 도로로 만들어 사용했다. 이후 88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한 관광객 유치 명목으로 벽소령관광도로 개발이 시작됐다. 

천은사는 문화재 보호를 명목으로 입장료를 받게 됐는데, 2007년 국립공원 입장료가 폐지되면서 지리산을 찾는 방문객들과 갈등을 빚어왔다.

천은사 입장료 문제는 불교계뿐만 아니라 지역민들과 오랫동안 갈등을 빚어온 만큼 일종의 숙원이었다. 덕문 스님은 천은사 주지 종효 스님, 관계기관 등과 논의 끝에 천은사 입장료 폐지를 이끌어냈다. 지난 3월에는 이 공적을 인정받아 대통령 표창을 수상하기도 했다. 

코로나19
야외 행사

“국가에는 여전히 할 말이 있지만 국민이 불편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 앞섰습니다. 사찰의 존재 의의는 국민입니다. 국민을 위해서, 국민에 의해서 존재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찰이 가난해지면 되는 것 아니냐는 생각으로 결정을 내리게 됐습니다. 현재 주변을 잘 정돈하고 여건을 만들었더니 천은사뿐만 아니라 화엄사도 더 많이 찾아주시는 것 같습니다.”

화엄사에서 시행 중인 승가복지 시스템도 정착 단계에 이르렀다. 5년 전 덕문스님은 ‘출가부터 열반까지’를 약속으로 내걸었다. 스님들의 교육, 의료, 연금, 주거까지 책임지는 승가복지 체계의 기틀을 마련하겠다고 공언한 것. 그 약속은 현재 종단 내 모범사례로 꼽힐 만큼 안정된 상태다. 

“표현은 ‘승가복지’라고 하고 있지만 저는 ‘기본’을 마련해 드린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스님들은 중병에 걸리면 곡기를 줄이고 주변 사람에게 피해가 가지 않는 범위에서 일찍 떠납니다. 몸이 건강했더라면 더 많은 깨달음을 얻어서 많은 국민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건강을 해쳐 떠나는 스님들을 보면서 승가복지의 기틀을 마련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덕문 스님은 스스로를 ‘흉악한 사판승’으로 표현했다. 사판승은 주로 잡역에 종사해 사찰을 유지하는 데 힘쓰는 스님을 말한다. 요즘으로 말하면 절에서 행정업무를 담당하는 스님이다. 참선을 통해 수행에 정진하는 이판승과 구분된다. ‘막다른 데 이르러 어찌할 수 없게 된 지경’을 뜻하는 사자성어 ‘이판사판’이 여기에서 유래됐다. 

덕문 스님은 수행에 정진하는 스님들, 이른바 이판승에게서 ‘우리나라 불교의 희망’을 보고 있었다. 그는 “수행을 하려는 스님들, ‘내가 이 절에 살겠습니다’하고 대기하는 스님들이 몇 년씩 밀려 있다. 그 정도로 아직 수행하고자 하는, 수행을 갈구하는 모습들이 남아 있다는 뜻이다. 그런 모습에서 우리나라 불교의 희망이 있다고 여긴다”고 말했다. 


덕문 스님의 지난 5년은 ‘대중 속으로’라는 말로 요약된다. ‘구례군’ 하면 화엄사, ‘지리산’ 하면 화엄사를 떠올렸던 옛날의 영광이 사라지고 어느 새 ‘잊혀가는’ 처지가 된 사찰을 재부흥시키겠다는 의지가 드러난 시간이었다. 화엄사를 활짝 열고 대중을 품어 종교 본연의 역할을 수행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됐다. 

덕문 스님은 세상의 풍파에 지친 국민들을 위로하고 격려하는 불교의 본래 목적에 충실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남북은 물론 동서·세대·남녀·빈부 등 갈등이 갈등을 낳는 시대에 가장 필요한 덕목인 화합을 실천하기 위해 화엄사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공업중생
일체유심조

또 물질과 과학이 종교를 대신하는 시대에 사찰의 역할에 대한 치열한 고민이 전제돼야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불교에서 중생들이 살아가는 세상을 사바 세계라고 합니다. 인류 역사를 되짚어보면 하루라도 조용한 때가 있었던가 싶어요. 끊임없이 전쟁이 일어났고 감염병도 돌았고요. 우리나라 같이 작은 나라에서도 남북이 갈려 있고 동서가 화합하지 못하며 빈부 갈등과 세대 갈등 등 많은 갈등이 존재할 것이라고 봅니다.”

“물질과 과학이 종교를 대신하는 시대가 되면서 가장 먼저 나타난 게 바로 개인주의, 이기주의입니다. 또 마치 다음 생이 없는 것처럼 인생을 막 사는 모습도 나타나게 됩니다. 하지만 우리는 ‘공업중생’ 즉 업을 공동으로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으면 안 됩니다. 코로나19로 ‘내가 아프면 상대방도 아플 수 있다’는 인식이 널리 퍼진 것처럼 한 나라, 한 국민이라는 생각을 가져야 합니다.”


그러면서 덕문 스님은 ‘큰스님’ 원효대사의 화쟁사상을 첫손에 꼽았다. 화쟁사상은 논쟁을 화합으로 바꾸려는 불교 교리를 말한다. 우리나라 불교의 저변에 깔린 가장 핵심적인 사상이다. 갈등이 극한으로 치달을수록 대화와 소통으로 통합을 꾀하는 화쟁 사상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어떻게 마음을 서로 공유하고 나눌 것인가 고민해야 합니다. 서로 만족의 정도를 낮추면 화합이 쉬워질 텐데 자기만족은 낮추려고 하지 않은 상태에서 자꾸 이기적인 생각을 갖기 때문에 갈등이 발생한다고 생각합니다. 국민 모두가 종교‧사회‧국가 등 모든 부분에서 화쟁 사상을 중심으로 화합된 생각을 가지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지난 3월 화엄사는 교구 본사 중에서는 최초로 미얀마 민주화운동과 관련해 연대와 지지를 보내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우리도 1980년대 군사정권을 딛고 민주화를 이뤄냈습니다. 미얀마 역시 우리나라의 군사정권 시절처럼 아픔을 겪고 있는 상태입니다. 미얀마가 현재 상황을 잘 극복해 우리나라처럼 민주화가 꽃피웠으면 합니다. 희망을 갖고 지지하며 또 성원합니다.”

대중의 신뢰 회복해야
정치인 진정성 중요해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 인사들을 향한 당부도 전했다.

덕문 스님은 “나는 정치하는 사람에게 매번 물어본다. ‘정말 국민을 대변하고 그런 자세로 있는지’ ‘(국민 위에)군림하거나 부리고 있진 않은지’ 일반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정치인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진정성이라 여긴다. 우리 국민도 진정성을 찾아내는 것이 선택의 중요한 덕목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덕문 스님이 궁극적으로 바라는 바는 국민에게 ‘화엄 사상’을 전파하는 것이다. <화엄경>의 중심 사상은 모든 것은 오로지 마음이 지어내는 것임을 뜻하는 ‘일체유심조’다. 다시 말해 모든 일은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것. 원효대사에게 깨달음을 안겼다는 ‘해골물’ 이야기와 함께 자주 인용된다.

“지금처럼 과학과 물질이 만능인 시대에 가장 필요한 부분은 마음을 달랠 수 있는 의지처입니다. 아무리 과학이 발달해도 가장 허해지는 부분은 마음일 것이고, 많은 것을 가졌으면서도 조금만 잃으면 안 좋은 선택을 하잖아요. 그 이유가 마음의 허함에서 비롯된다고 봅니다. 화엄 사상을 통해 국민의 마음 만족도가 충족되길 바랍니다. 그런 의미에서 화엄사의 역할이 중요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10월의 첫 삼일, 화엄사가 다시 한 번 대중 속으로 뛰어든다. 화엄사의 사계절 행사 중 가장 큰 축제인 ‘화엄문화대축제’가 다음달 1일부터 3일까지 열리는 것. 지난해에는 코로나19로 열리지 못했다. 올해는 규모를 줄이거나 그래도 어려우면 비대면으로라도 반드시 강행한다는 입장이다. 

첫째 날에는 ‘걷기 박사’ 성기홍 박사가 주도하는 트래킹 행사가 열린다. 트래킹 코스는 ‘어머니의 길’로 명명했다. 어머니처럼 포근하고, 어머니처럼 쓰다듬어주고, 어머니처럼 언제든지 위로 받을 수 있는 화엄숲길을 국민들에게 알리겠다고 강조했다. 

둘째 날에는 국보 301호인 화엄사 영산회괘불탱이 공개된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크고 아름다운 괘불로, 역사적·미술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그 원본은 1년에 딱 한 번 괘불제를 통해 공개된다.

덕문 스님은 “야외에 걸괘 그림을 걸고 부처님을 모시고 하는 법회를 ‘야단법석’이라고 한다. 그 야단법석을 괘불제를 통해 진행해 보려 한다”고 기대를 드러냈다. 

마지막 날에는 화엄사의 정신세계를 담은 영성 음악제가 열린다. 이날 순천 송광사에서 화엄사를 거쳐 실상사를 넘어 법보사찰 해인사, 불보사찰 통도사까지 22일의 여정을 진행 중인 순례단이 들를 예정이다. 

마음의
의지처

“화엄사 보제루 편액(현판)을 보면 ‘화장(華藏)’이라고 쓰여 있습니다. 한자 그대로 해석하면 ‘꽃처럼 향기로운 마음을 품고 있다’는 뜻입니다. 화엄사에서 오시는 모든 분이 늘 향기롭고 마음이 행복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지리산을 바라보고, 푸른 하늘을 올려다보면서 또 스님들이 수행에 정진하는 모습을 보면서 간절한 마음을 기원하셨으면 합니다. 또 화엄사를 그런 향기 가득한 사찰로 기억해 주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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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일요시사 취재1·정치팀] 오혁진·박희영·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다. 특검이 출범하면서 관련 수사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여러 언론을 통해 핵심 인물들의 수사 기록이 일부 보도됐다. 그러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언급된 바 없다. <일요시사>는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의 ‘노상원 수사 기록’을 단독으로 입수해 공개하기로 했다. “부정선거 증거가 차고 넘치고 나중에는 드러날 것이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수사기관에 진술한 내용이다. 그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처럼 부정선거 음모론에 꽂혀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주최하는 집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사실상 수년 전부터 망상에 빠져있었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생각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주도하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에 참여하기 시작한 건 2년 전부터로 추정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노 전 사령관 수사 기록에 따르면 그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집회에 여러 차례 참여했다. 노 전 사령관이 전 목사와 개인적으로 알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에게 집회에 참여할 때마다 당시 분위기와 참석자들이 윤 전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텔레그램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 1년간 ‘극우 집회’를 분석한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는 “문상호, 정성욱, 김봉규 등과 만날 때 주로 어떤 말을 했느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 “선관위를 얘기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선관위가 부정선거의 온상이라고 김용현 전 장관이 많이 말씀하셨다. 나에게도 여러 번 선관위의 부정선거에 대해 알아보라고 지시했고 네이버로 찾아도 봤다”고 말했다. “부정선거를 주로 누구에게서 들었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는 “관련 집회에 여러 번 참여하면서 들었고 특정 인물이 누구인지 실명을 거명하긴 그렇다. 나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를 해야 해서 스스로 공부도 많이 했다. 여론조사 조작이나 선거 부정은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했다. 전 주도 윤 지지자 극우 집회 직접 참석 김과 텔레그램으로 부정선거 자료 공유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의 근거로 “선관위 산하에 여론조사심의위원회가 있다. 여론조사기관은 여론조사심의위에 등록해야 한다. 여론조사기관의 갑이다. 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9명으로 위원장 이대영 사무총장과 강성봉 등이고 그 밑에 쭉 있는데 7명이 진보 계열 인물이다. 여론조사기관이 편향되어 있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주장하는 임시선거사무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네이버에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 2021년 국회의원 선거 때 동작구 선거사무소가 있는데 옆을 임대해서 임시선거사무소를 만들었었다. 언론에 나오니까 발뺌했었고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자 김 전 장관이 더 많은 자료를 보내 줬었다”고 했다. 노 전 사령관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며 “결국에는 다 까질 것이다. 전산은 한 번 까지면 되돌릴 수가 없다. 폭파하거나 고물상에 갖다 버리지 않는다면 전산은 결국 까진다. 북한이 쳐들어온 것도 아니고 서울 상공에 포를 쏜 것도 아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께서는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고 생각하시고 정국이 전시에 준하는 사태라고 민감한 상황이라고 보신 것 같다. 그런 상황이 아닌데도 그렇게 행동한 건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2시간짜리 호소였다. 만약 국회 결정을 윤 전 대통령께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유혈사태가 났을 것”이라고 윤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 초, 선관위가 서버 교체를 검토했다가 교체하려 했던 것을 두고 “윤 전 대통령께서 어디에선가 확실하고 핵심적인 정보를 들으셨을 것 같다. 서버 조작이 있었기에 그 서버를 우리가 확보하려 할 때 선관위 측이 폭파했을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군검찰·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를 보면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초 ‘정보사 군무원 간첩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 등 인물들에 대해 “비상대권을 사용해 이 사람들에 대해 조치를 해야 한다”며 “현재의 사법체계, 형사소송법, 방탄국회 및 재판지연 아래에선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조치’ ‘2시간짜리 계엄’ 겹치는 윤·노 발언 "서버 확보하려 했다면 선관위가 폭파했을 것” 주장 윤 전 대통령이 “비상대권을 사용한 조치”를 언급한 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만큼 이 대통령과 자신의 의견을 거스르는 인물들에 대한 복수심이 극에 달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노 전 사령관도 마찬가지다. 노 전 사령관은 경찰에 “김용군(대령)과 구삼회 등에게 ‘이재명은 죄가 7개인데 봐주고 지연시키고 구속도 안 되고 당 대표까지 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이 감사원장, 중앙지검장, 판사 등을 모두 탄핵하려고 하는 게 과연 올바른 세상이냐’고 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윤 전 대통령과 노 전 사령관이 언급한 말이 일치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2일 “국정원 직원이 해커로서 해킹을 시도하자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했고 비밀번호도 아주 단순해 ‘12345’ 같은 식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선관위가 헌법기관인데 스스로 깨끗해야 하거나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하는데 황제·세자 채용 등 문제가 나왔다. 각종 할 수 있는 최악의 것은 다 저질렀다. 그리고 전산 해킹이 언급될 때 서버 본체를 보여준 것도 아니고 일부 샘플만 살짝 보여줬는데 얼마든지 전산 조작이 가능하고 해킹에 얼마나 취약하면 비밀번호가 ‘1234’냐. 이미 그런 게 다 나왔다. 그렇게 떳떳하면 왜 본체를 못 열어주나”고 말했다. 그러나 조태용 국정원장은 같은 해 12월 검찰 조사에서 “선관위 시스템에 보안상 취약점이 발견됐지만, 부정선거에 관한 단서는 전혀 포착하지 못했다”는 내용으로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과 직접 비화폰으로 연락을 주고받았을 것이라는 보고 있다. 실제 노 전 사령관도 지난해 12월2일 자신의 지인에게 윤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노 전 사령관은 당시 “나 같은 경우는 브이(V, 윤 전 대통령 지칭)하고 이렇게 좀 도와드리고 있다. 원래 한 4~5년, 3~4년 전에 알았다뿐이고 그래서 이제 뭐 이렇게 여러 가지로 좀 도와드리고 있다. 비선으로”라고 했다. 친분 과시 노 전 사령관은 안산 ‘롯데리아 회동’에 참석했던 구삼회 전 육군 2기갑여단장에게도 “며칠 전에는 김용현과 함께 대통령도 만났다. 갈 때마다 대통령이 나한테만 거수경례를 하면서 ‘사령관님 오셨습니까’라고 한다. 내가 이런 사람이다. 대통령과 장관 같이 만난다. 나는 벌써 여러 번 만났다”고 했다. <hounder@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