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특집> 특집인터뷰① 대선판 씹어먹은 '무야홍' 홍준표

“윤석열 의혹, 당이 나서지 마라”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정치권에 ‘홍준표 돌풍’이 불고 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게 바짝 붙은 무서운 기세에 야권의 대선 판도가 바뀔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일요시사>는 추석특집으로 그의 상승세를 집중 조명했다.

26년 정치 인생. 그의 예상대로였다. 국민의힘 홍준표 의원은 추석 전후로 윤석열 전 총장을 앞서는 ‘골든크로스(지지율 역전 현상)’를 약속했고, 그 약속은 현실이 됐다.

홍 의원은 ‘무야홍(무조건 야권후보는 홍준표)’ ‘돌돌홍(돌고 돌아 홍준표)’ 등의 신조어를 남기며 남다른 인기를 자랑하고 있다. 선거는 기세라고 했다. 2021년 추석은 홍 의원이 역전극을 쓸 수 있는 기회가 될 지도 모른다.

홍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고발 사주 의혹’으로 하락세를 타고 있는 윤 전 총장을 두고 “후보가 확정되고 난 뒤에 그 후보에 대한 공격이 들어오면 (당이)막는 것이지, 경선 기간 중 특정후보를 위해 당이 나서는 것은 난센스”라고 못 박았다.

그러면서 “갑자기 떠밀려 나온 사람과 다르다”며 관록에 걸맞은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다음은 홍 의원과의 일문일답.

-‘대선 재수생’이다. 20대 대선에 출마를 선택한 이유는.

▲무상 포퓰리즘이 판치는 나라가 돼가고 있다. 오늘만 살 것처럼 거위의 배를 가르고, 청년과 미래세대에게 빚더미를 물려주는 퍼주기 대한민국이 돼서는 안 된다. 잘못된 방향으로 가는 이 나라를 바로잡아 정상 국가로 만들고자 한다. 선진국 시대를 열어 국제사회에서 선진국 대접을 받는 나라, 풍요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겠다.

-문재인정부에 대한 평가는. 

▲문정부는 5년 동안 대한민국이 70년간 이뤄놨던 모든 체제를 허물어뜨렸다. 정치·경제·사회·문화·외교·대북 정책이 모두 그렇다. 나라를 정상 국가로 만들고, 선진국 시대를 열기 위해서라도 정권은 교체돼야 한다. 그리고 선진국 시대의 원년을 만들어야 한다. 모든 분야에서 선진국에 걸맞은 국정 대개혁이 시급하다.

-최근 홍 의원의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확장성 확보를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그 결실이 지금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2040세대 지지층이 돌아섰다. 우리 당은 지금까지 5060세대와 영남을 지지 기반으로 선거를 치러왔다. 하지만 저는 전략을 달리 했다. 반대 진영, 젊은 층과 소통하기 위해 2년 이상 노력했다. 26년간 정치하면서 이미 털릴 건 다 털렸다. 이제 더 털릴 것이 없는 ‘무결점’ 후보기도 하다.

-추석 전에 ‘골든크로스’를 장담했다.

▲이미 ‘골든크로스’가 일어난 여론조사 결과도 속속 발표되고 있다. 골든크로스를 추석 전후로 예상했는데 조금 일찍 왔다. 현재 추세라면 추석 이후 윤 전 검찰총장을 압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2030세대의 지지율이 눈에 띈다. 

 ▲2030세대는 문정부에서 꿈을 잃은 계층이 됐다. 그 꿈을 다시 꾸게 해줄 사람을 찾다 보니 정책적인 측면이나 비전을 가진 사람이 저 홍준표밖에 없다는 결론에 이른 것이다. 유튜브 채널인 홍카콜라TV에서 청년 콘서트, 직장인들과의 대화 등을 통해 제 생각을 적극적으로 알려왔다. 그러다 보니 2030세대에서 ‘무야홍(무조건 야권 후보는 홍준표)’이라는 신조어가 퍼지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무야홍의 뜻이 ‘무적 야권후보 홍준표’로 바뀌었다.

-이들을 공략할 관련된 공약도 준비했나.

▲공정한 제도 아래서 실력으로 클 수 있도록 입시 제도를 혁파할 예정이다. 이외에도 로스쿨, 의전원, 국립외교원 등 음서제도를 폐지한 후 사법고시, 외무고시를 부활시킬 것이다. 모병제와 지원병제 전환 검토 등 군 공약들도 준비돼있다. 서민 자녀들이 계층 간 도약할 수 있도록 희망의 사다리를 마련해주는 것이 국가의 의무라고 생각한다.

-호남 지역에서도 지지율 두각을 보인다. 일각에서는 ‘역선택’의 결과일 수도 있다는 해석도 나오는데.

▲역선택 때문이 아니라 지역 맞춤 정책 때문이다. 광주 전남에서는 무안국제공항을 관문공항으로 만들어 이 일대에 첨단산업을 유치하겠다는 정책을 제시했다. 전북에서는 이 지역의 희망인 새만금사업을 민간 주도의 홍콩식 개발 방식으로 추진하겠다는 파격적인 공약을 제시했다. 

무서운 상승세 호남·청년 사로잡다
‘윤 또 이겼다’ 대역전극 판도 급변

-호남 지역과의 인연도 회자되고 있다.

▲1980년 6월부터 1년간 전북 부안에서 군 복무를 했다. ‘전북 사위’(홍 의원의 부인 이순삼씨는 고향이 전북 부안)라는 별명도 알려져 있다. 또 광주지검 검사(1991년 3월~1992년 7월) 시절 조폭 소탕에 나선 일화도 있다. 이 때문에 지금도 ‘광주의 전설’로 회자되고 있다. 호남 분들이 우리 당에는 거부감이 있어도 저에게는 거부감이 덜한 편이다. 야권 후보가 된다면 이번 대선에서 호남 득표율을 20%까지 끌어올리겠다.

-대선후보로 나서면서 7대 국정개혁 과제를 발표했다. 

▲지난달 17일 출마선언을 통해 G7 선진국 시대를 위한 국가 정상화와 국정 대개혁의 7대 과제를 발표했다. 정치 행정을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 올리고자 한다. 자유주의 시장경제를 천명하고 민간의 자율과 창의를 바탕으로 선진국형 경제시스템을 갖출 것이다. 

일자리 창출도 중요하다. 세금 나눠먹기인 공무원과 공공 부문 일자리가 아니라 민간 일자리 창출에 우선 순위를 두겠다. 문정부에서 무너진 공정을 바로 세우는 것도 시급한 일이다. 아울러 선진국 사법 체계 구축과 외교 안보 기조를 확 바꾸겠다. 

-특히 강조하고자 하는 부분이 있다면. 

▲경제를 활성화하는 게 가장 중요한 과제다. 문정부가 코로나19 방역 ‘쇼’를 하면서 국민과 자영업자 등 모든 경제 주체들을 옥죄인 지 1년6개월이 지났다. 이제 자영업자들이 무너지고 경제 주체들이 다 무너지고 있다. 이걸 다시 일으켜 세우는 작업이 제일 우선시 돼야 한다고 본다.

-지역구의원, 경남도지사 등을 역임했다.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한 공약은.

▲수도권 집중 완화와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해서는 ‘하늘’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 바로 4대 관문공항이다. 1960~1970년대 경제 발전의 원동력이 고속도로였다면 21세기 경제발전 원동력은 하늘이다. 수도권은 인천공항으로 가고, 광주·전남은 무안, 부산·울산·경남은 가덕으로, 충청과 대구·경북은 묶어서 TK 신공항으로 가야 한다.

현재 여객과 물류 98%가 인천공항으로 나간다. 그렇다 보니 수도권 집중 현상이 있을 수밖에 없다. 4대 관문공항을 만들어 지역 균형발전을 꾀하고자 한다. 4대 관문공항으로 대한민국 산업을 재배치할 것이다. 

-예상되는 효과는.    

▲공항을 만들면 인프라가 갖춰진다. 기업이 지방으로 내려올 수밖에 없다. 권역별 관문공항 주변에 첨단 기업들이 모이면 산업 재배치를 유도할 수 있다. 공항 근처는 저렴한 공장 부지니 부담도 없다. 유럽 직항로 등을 이용해 물류 부담 없이 신속하게 수출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한다. 기업이 모이면 근로자들이 모이고, 지역대학과 해당 기업의 산학 연계를 도모할 수 있다. 자연스레 지역 인재들이 서울로 떠나는 것도 막을 수 있다.      

-대권후보로서 본인의 경쟁력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여야 후보를 통틀어서 국정 경험이 가장 풍부하다. 나라를 통치할 준비가 돼있다. 지난 4년 동안 내 나라를 선진국 시대의 원년이 될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해 정책 등 모든 면을 준비했다. 저의 국정철학과 국가운영의 기본 이념은 좌우 이념을 넘어선 국익 우선주의다.

국익 우선과 국민 중심의 나라 경영으로 정치보복의 악순환을 끊을 것이다. 전 국민통합을 이뤄 선진국 시대를 열 수 있는 검증된 든든한 후보다. 갑자기 떠밀려 나온 사람하고는 다르다고 감히 자부한다.    

-이준석 대표가 헌정 사상 최초로 ‘30대 당 대표’에 당선됐다. 

▲지난 번 당 대표 경선에서 국회의원과 당협위원장 중 이 대표를 지지한 분이 거의 없었다. 하지만 선거함을 열어보니 이 대표가 당선됐다. MZ세대의 반란이었고, 이 반란으로 출발해 나중에 60대 이상까지도 따라오게 만들었다. 

-이 대표에 대한 평가는.

▲30대 후반의 젊은 당 대표이자 정치 경력도 10년 밖에 되지 않은 이 대표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 논하는 것은 구시대의 잣대라고 본다. 당원들과 국민들이 젊은 당 대표를 만든 것은 우리 당에게 젊은 변화를 요구한 것이다. 당 대표를 흔들어서는 안 된다. 이 대표의 방식으로 장을 이끌어 나가는 게 오히려 정권 재창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고발 사주 의혹 “당이 나서는 건 난센스” 
보수의 노무현 “난 털릴 것 없는 무결점”

-여야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윤 전 총장에 대한 평가는.

▲상대 후보에 대한 평가를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다만, 26년간 검찰 사무를 하신 분이 날치기 공부를 해서 대통령 업무를 맡을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있다. 

-최근 정치권에 터진 ‘윤석열 고발 사주 의혹’건에 대한 의견은.

▲이 의혹을 두고 어느 후보의 유불리를 떠나서 당에 무슨 피해가 올까, 우리 당이 휩쓸려 들어가는 경우가 생길까 걱정이다. 특정 후보와 관련된 사건에 당이 휩쓸리면 곤란하다. 당이 적절히 잘 대처해야 한다. 후보 진영 개인의 문제이기 때문에 당이 나설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후보가 확정되고 난 후에 그 후보에 대한 공격이 들어오면 당이 막는 것이지, 경선 기간 중 특정 후보를 위해 당이 나서는 것은 난센스다. 후보 개인 진영의 문제니 알아서 해결하도록 하고, 김웅 의원을 통해 진실을 밝히도록 해야 한다.

-이재명 경기도지사에 대한 평가는.

▲대통령이 되려면 최소한의 인성과 자질이 있어야 하는데 그 분이 뱉어 놓은 말들을 보면 인성과 자질에 문제가 좀 있다. 수신제가(修身齊家)가 안 되는데 치국평천하(治國平天下)가 되겠는가. 특히 무상 포퓰리즘과 똑같은 기본 시리즈로 국민들을 현혹하는 것을 보고 ‘경기도의 차베스’라는 생각이 든다.

-정홍원 선거관리위원장에게 공정성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선수가 심판을 따르라고 할 때는 심판의 공정성이 전제돼야 한다. 심판이 특정 선수의 편을 들고 있을 때 다른 선수들이 할 일은 그 심판을 기피하거나 그 경기를 보이콧 할 수 있다. 공정성만 회복하면 그 누구도 심판의 판정에 이의를 제기하지 못한다. 이미 끝난 게임의 룰을 다시 특정 선수를 위해 고치겠다고 하는 심판을 어찌 믿을 수 있겠나.  

-최근 화두가 된 언론중재법에 대한 입장은.

▲청와대 앞에서 ‘언론중재법 개악, 중단해주십시오’라는 팻말을 들고 1인 시위까지 했다. 민주당 대선을 위해서라도, 문재인 대통령 퇴임 후 안전을 위해서라도 언론 악법을 중단해야 할 때다. 언론중재법에서 논의되는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는 원래 영미법 계통에서 통용되는 손해배상 제도다.

우리나라와 같이 대륙법 계통에서는 맞지 않다. 지난 2010년 재벌기업이 중소기업의 기술을 탈취하거나 침탈할 때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발의해 도입한 적이 있다. 이런 제도를 언론에 적용시킨다는 것은 언론의 자유를 봉쇄하고 언론을 탄압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다분하기 때문에 적극 반대한다. 

-윤희숙 의원의 부동산 투기 의혹이 확산되면서 대권후보들 역시 부동산 검증을 거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야 대선주자들 가운데 처음으로 ‘대선주자 모두 부동산 검증을 하자’고 제안했다. 대권후보들은 당연히 부동산 검증을 거쳐야 한다.

-봉하마을에서 ‘2002년 노무현처럼’이라는 문장을 방명록에 남겼다. 홍 의원님께 노 전 대통령의 의미는.

▲진보에 노무현이 있었다면 보수에는 홍준표가 있다. 2002년 노무현 후보처럼 국회의원들이 곁에 없어도 뚜벅뚜벅 내 길을 갈 것이다. 당원과 국민만 보고 묵묵히 내 길을 갈 것을 다짐하는 의미에서 그 같은 문장을 남겼다.

-추석을 맞이해 <일요시사> 구독자 분들에게 덕담 부탁드린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우리 국민들이 매우 힘든 시간을 보내고 계십니다. 하지만 우리 국민들은 위기에 아주 강합니다. 머지않아 이 위기를 극복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민족 대명절인 한가위를 맞아 <일요시사> 구독자 여러분들의 가정에 행복이 가득하시길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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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