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대권후보들이 눈길이 충청을 향해 있다. 역대 선거에서 ‘캐스팅보터’ 역할을 했던 이 지역의 민심을 잡아야 대권을 거머쥘 수 있어서다.
“충청 사람들의 속마음은 진짜 모르겠다.” 정치 10단이라 불리던 JP(고 김종필)조차도 고개를 내저었던 곳. 충청 민심은 영호남과 달리 특정 진영에 치우치지 않는 모습으로 선거에서 ‘캐스팅보터’ 역할을 해왔다.
찍으면 됐다
지난 2014년 지방선거 때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전신 새정치민주연합 소속이던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재선에 성공해 도정을 맡고 있을 당시다. 민주당의 우세가 점쳐졌지만, 도의회 선거 결과는 반전이었다. 충청 민심은 보수 야당을 밀어줬고, 국민의힘의 전신인 새누리당 소속 의원이 40석 중 무려 30석을 가져갔다.
대선에서도 충청은 캐스팅보터 역할을 하며 대권 향배를 좌우했다. 충청은 16대 대선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 17대 대선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 18대 대선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19대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택했다.
특히 지난 2012년 18대 대선 당시 박 전 대통령은 대전에서 49.95%, 문 대통령은 49.70% 득표율을 기록했다. 0.25%포인트 차의 유례없는 접전이 벌어졌고, 당시 박 전 대통령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이 같은 특징 때문에 여야 대권후보들은 ‘충청 민심’ 잡기에 사활을 걸고 있다. 민주당은 대선후보 본경선의 첫 지역 순회지로 대전·충청을 선택했다. 중도 표심을 확실히 잡기 위한 의지로 읽힌다.
캠프 소속 의원들 역시 일제히 충청권 일대를 돌며 표밭을 다지고 있다. 여권 1강인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캠프 공동선대위원장에 충북 최다선인 5선 변재일 의원을 영입했다. 최근에는 충청 지역 공략을 위한 TF(태스크포스)도 캠프 내에 설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캐스팅보터’ 충청 표심 어디로 향할까
영호남 달리 특정 진영 치우치지 않아
이 전 대표 캠프에서도 충청권 현역 의원들이 공을 들이는 중이다. 김종민·도종환 의원 등은 대표적 친문(친 문재인) 세력으로, 충청권에 상주하면서 표심 잡기에 공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후보들은 충청 민심 다지기에 심혈을 더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당은 내달 5일, 대전과 충남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지역 순회 경선 일정을 시작한다. 지역별 경선일에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결과가 즉시 발표되는 만큼, 충청에서 드러난 민심이 ‘후보 대세론’을 만들 수도 있다.
아울러 본선 경쟁을 생각하면 충청권의 중요성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범야권 유력주자 1위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부친이 충남 공주 출신인 점을 들어 ‘충청 대망론’을 은근히 내세우고 있다.
야권의 김동연 전 부총리 역시 충청의 대표주자로 떠올랐다. 그는 충북 음성에서 태어난 점을 부각시키며 바닥 민심을 공략하고 있다. 윤 전 총장과 충청권 지분을 놓고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것으로 보이는 배경이다.
여야 후보들은 충청 민심을 잡기 위한 각종 공약을 내세운 상태다. 이 지사는 충청도민들을 위한 공약을 발표했다. 이에 질세라 이낙연 전 대표 역시 충청 메가시티 조성과 충청권 광역철도 사업에서 청주 도심 경유를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다.
특히 이들은 국회 세종 이전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국회 세종의사당 건립은 그간 충청의 숙원사업으로 꼽혔다. 이 지사는 “대통령 제2 집무실과 국회분원 등을 세종시에 설치해 행정수도를 완성하겠다”며 행정수도 공약을 전면에 내걸었다.
이 전 대표 역시 “국회 완전 (세종)이전 시기를 앞당기고, 불가피하다면 민주당 단독으로라도 국회법 개정안을 처리하겠다”며 ‘충청권 발전전략’ 공약을 발표했다.
이에 야권 역시 충청권 표심을 겨냥하고 있다. 그간 국민의힘은 세종의사당 건립에 지지부진한 태도를 보였지만, 찬성 입장으로 선회했다. 충청 판세에 따라 선거를 가를 수 있을 거라 보고 민심 구애에 나선 것. 윤 전 총장은 “행정부처와 의회는 공간적 거리가 짧아야 한다”며 국회 세종시 이전에 힘을 보탰다.
충청대망론?
다만 충청대망론이 실현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역대 대선에서 김종필·이회창·이인제 등 충청 출신 주자가 있었으나 모두 고배를 마셨다. 음성 출신인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역시 19대 대선 때 유력 주자로 부상했었으나 찻잔 속 태풍에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