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꿈의 TV' 도난 미스터리 전말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2.09.10 09:50:35
  • 댓글 0개

수조원 들인 신기술 감쪽같이 '증발'

[일요시사=한종해 기자] TV가 사라졌다. 그리고 삼성이 떨고 있다. TV도 그냥 TV가 아니다. 올 하반기 내 출시 예정인 최첨단 OLED TV다. 경쟁업체에 넘어갈 경우 차세대TV 기술유출이 우려된다. 삼성전자는 경찰 조사결과를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업계에서는 기술유출을 노린 경쟁사의 계획적인 도난에 비중을 두고 있다.

 

지난 4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삼성전자 수원공장에서 독일 베를린으로 배송된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TV 50여대 중 2대가 사라졌다. '누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 '왜' 그랬는지 조차 파악되지 않고 있다. 단지 '무엇을' 가져갔는지만 알려진 상태다.

사라진 OLED TV는 올 하반기 출시 예정인 차세대TV 제품으로 지난달 31일부터 6일 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 최대 가전전시회 'IFA(이파)'에 전시될 예정이었다.

도난? 분실?

해당 제품은 지난달 21일 수원사업장에서 한국의 물류업체 '이플러스 엑스포(이하 엑스포)'에 전달됐다. 엑스포는 삼성전자의 해외 전시를 도맡다시피 하고 있다. 엑스포는 2차 배송분으로 OLED TV 30대를 컨테이너 트럭에 실어 인천공항으로 보내 인천세관의 통관절차를 밝았다. 1차분 25대에서는 문제가 생기지 않았다.

세관 통관절차를 마친 2차분 TV 30대는 지난달 24일 대한항공 화물기 편으로 독일 프랑크푸르트 공항에 도착했다. 여기서 통관절차를 거친 TV들은 트럭 1대에 실려 5시간 거리인 독일 베를린 만국박람회장에 28일 도착했다. 25~26일이 주말이었던 탓에 운송과정이 예상보다 오랜 시간이 걸렸던 것으로 보고 있다.


28일 오전 전시회장에서 삼성전자 직원이 컨테이너를 열었고 그제야 TV 2대가 사라진 것을 알게 됐다. TV 28대와 사라진 TV가 담겨있었던 상자만이 남아있었던 것. 삼성은 곧바로 현지경찰과 경기지방경찰청에 이를 신고했다. 삼성전자가 독일과 한국 양국 경찰에 신고를 의뢰한 것은 TV사 어디에서 도난당했는지 확인이 불가능하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예비물량이 있어 전시에는 문제가 없었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건이 독일 현지에서 전시장으로 이동하던 중 발생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OLED TV 같은 최첨단 제품들은 사람의 힘으로는 뜯을 수 없게 개별 제품마다 철제 도난방지 특수포장을 해 운반하는데, 만약 이 제품이 비행기에서 사라졌다면 공항에서 인수하는 과정에서 반드시 확인이 됐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삼성전자 측도 "TV가 사라진 시점이나 장소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면서도 "나흘간의 독일 현지 운송과정에서 사라졌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항공사 측도 해당제품을 화물기에 싣고 내리면서 무게를 확인했기 때문에 항공운송 과정에서는 분실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분실 사건에 대한 책임은 분실이 발생한 구간의 물류를 담당한 업체가 지게 된다.

기술유출 시 수조원대 피해 예상, 경찰조사 의뢰
경쟁사 큰 관심…입수하면 개발기간 큰 폭 단축

이에 운송을 담당했던 엑스포와 독일 현지 운송을 담당했던 대한항송의 위탁업체가 핵심 조사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OLED TV는 화면 뒤편에서 빛을 쏘아주는 백라이트가 없다. OLED 자체가 빛을 내는 것. 이렇다보니 TV 몸체의 두께와 무게는 LCD TV의 3분의 1수준이다. 응답속도도 LCD보다 1000배 이상 빠르고 잔상이 거의 없어 업계에서는 향후 5년간 시장 규모가 500배 이상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꿈의 TV'라고 불리기도 한다.


삼성전자는 OLED TV분야에서 LG전자와 함께 세계에서 가장 앞서가는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대형 패널 제작비용이 엄청난 데다, 불량률도 높아 소니·파나소닉 등 일본 업체들도 아직 대형제품 양산에는 성공하지 못한 상태다.

따라서 이번 사건이 기술 유출을 노린 절도라면 삼성전자에는 상당한 규모의 손실이 예상된다. 개발비에만 수조원이 투입된 데다 이 기술을 취득한 경쟁업체가 등장할 경우 전 세계 시장점유율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소니와 파나소닉은 OLED TV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공동개발에 나섰고 대만과 중국 TV제조사도 OLED TV 개발에 적극적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OLED TV를 입수한다 하더라도 곧바로 유사한 제품을 만들어내기는 어렵지만 기술 수준 추격 시간을 줄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경쟁업체들이 단순히 제품을 뜯어본다고 해서 쉽게 따라 만들 수 있는 제품은 아니지만 기술력 격차를 큰 폭으로 따라잡을 수 있다는 얘기다.

삼성전자도 단순 사고로 인한 분실보다는 기술 유출을 노린 도난에 더 가능성을 두고 있다. 화면 뒤쪽에 주요 핵심 부분을 붙여 테두리를 극소화하는 삼성전자 TV 특유의 디자인 노하우도 유출 가능성이 있다.

막대한 피해 예상

삼성전자는 2001년 4월 미국 국제방송장비전시회(NAB)를 앞두고 63인치 PDP(플라스마디스플레이패널) TV를 도난당한 적이 있다. 현지 힐튼호텔 로비에서 협력사 직원을 사칭한 사람이 PDP TV를 인수해 달아났다. 해당 제품은 당시 세계에서 가장 얇은 대형TV로 전 세계에 3대밖에 없었다. 경찰조사결과 힐튼호텔 종업원이 제품을 탐낸 나머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파악됐다.

2002년 10월에는 영국 런던 히스로공항 인근 창고에서 450만달러(약 56억원) 상당의 D램, S램 등 메모리반도체와 스마트카드 칩 등 비메모리 반도체가 들어 있던 290개의 상자를 도난당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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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