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어지는 김석준<쌍용건설 회장>의 고민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2.09.12 14:3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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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크아웃·매각무산·유동성위기 "산 넘어 산이네"

[일요시사=한종해 기자] 쌍용건설이 흔들리고 있다. 5년 동안 새 주인을 찾지 못했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유동성위기까지 찾아왔다. 결국 부도 직전의 상황에 내몰리게 됐다. 2012년 현재 시공능력평가 13위인 굴지의 건설사가 휘청대는 모습이 안쓰럽기까지 하다. 이 와중에 누구보다 끙끙 앓고 있는 사람이 있다. 바로 김석준 쌍용건설 회장이다.

쌍용건설이 장기간 매각 실패 후유증에다 경기 부진에 따른 유동성위기 등으로 부도 위기를 맞고 있다. 쌍용건설 지원에 금융당국까지 나섰다. 그만큼 사안이 시급하다는 방증이다.

쌍용건설은 대기업 계열이 아닌 건설사 가운데선 가장 크다. 지난해만 1조7000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렸고 1400개에 달하는 협력회사를 거느리고 있다. 쌍용건설이 쓰러질 경우 협력회사 뿐 아니라 그 밑에 있는 하청업체들도 큰 위기를 겪을 우려가 있다. 금융당국이 나선 이유다.

이런 가운데 김석준 쌍용건설 회장은 누구보다 마음을 졸이고 있다. 그의 숙원이었던 '쌍용건설 되찾기'가 사실상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1977년 설립된 쌍용건설은 해외건축을 특화해 1984년 해외건설수출 10억달러탑을 수상했다. 쌍용건설은 1982년 김 회장이 그룹 내에서 처음으로 이사직에 올라 경영을 시작한 계열사다.

줄줄이 도산 위기

이듬해 사장이 된 김 회장은 만 12년을 임직원들과 동고동락하다 1994년 쌍용자동차 대표로 자리를 옮겼다. 1995년 김 회장은 건설과 자동차에서 쌓은 경력을 인정받아 15대 국회의원으로 정계에 진출한 형 대신 그룹 회장직에 올라 그룹경영을 총괄하게 된다.


하지만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는 법. 그 이후 터진 IMF 외환위기로 인해 김 회장은 그룹이 공중분해되는 과정을 지켜봐야만 했다. 쌍용자동차의 부실이 그룹 해체의 주된 원인이었다.

쌍용이 자동차산업에 주력하자 자연스럽게 쌍용건설의 경쟁력은 떨어지기 시작했고, 1990년대 들어 건설경기가 위축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해외사업이 줄면서 건설사들이 국내에서 치열한 경쟁을 펼치게 됐다.

결국 김 회장은 자리를 비운지 2년만인 1998년 그룹 회장직을 내놓고 쌍용건설로 복귀했다. 하지만 외환위기 이후 쌍용건설은 쌍용자동차 채무를 떠안았고 그로 인해 유동성위기를 맞아 1999년 4월 워크아웃 기업에 선정됐다.

김 회장은 당장 이익 내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되는 사업부를 무더기로 없애고 회삿돈으로 키운 우수인재들도 내보냈다. 2300여 명이던 직원을 800여 명으로 줄이고 자회사인 남광토건을 매각하며 구조조정을 했다.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지분 대부분을 채권단에게 내놓기도 했다.

임직원들은 회사를 살리자며 퇴직금을 정산해 320억원을 마련, 당시 2000원대의 주식을 5000원에 인수하는 유상증자에 참여했다. 이 과정에서 우리사주조합이 출범했고 임직원들은 20%의 지분을 갖게 됐다. 김 회장은 당시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우선매수청구권을 채권단을 설득하면서까지 임직원들에게 내놓기도 했다.

1998년 자본잠식 상태로 7704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던 쌍용건설은 2004년 5년 8개월 만에 워크아웃을 졸업했다. 하지만 김 회장 등 기존 대주주의 지분은 대부분 채권단으로 넘어갔다.

자금수혈은 언제?…협력·하청업체 부도 위기
캠코 vs 채권단, 쌍용 지원 놓고 극한 대립


김 회장은 2006년 3월 본격적인 쌍용건설 인수합병을 앞두고 오점이 있는 오너 일가가 회사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판단, 스스로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났다. 

그는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난 이후에도 '전문경영인' 신분으로 해외사업 수주에 왕성한 활동을 보였다. 9000억원 규모의 싱가포르 '마리나 베이 샌즈 호텔' 등 모두 12건으로 24억달러 규모의 해외수주를 성공시켰다. 

2007년 정부는 공적자금을 들인 쌍용건설을 매물로 내놓기에 이른다. 공적자금관리위원회는 캠코의 보유자산 정리 계획을 의결, 쌍용건설 채권단 보유지분과 합해 매각할 것을 의결했다. 캠코는 쌍용건설의 지분 38.75%를 보유하고 있으며 그 외 금융기관의 지분을 합하면 50.07%다.

우리사주조합은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하겠다"며 경영권 방어를 선포했다. 11개의 기업이 인수에 뛰어든 가운데 동국제강이 인수 우선 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매각 작업은 순조로워 보였다. 하지만 1년여 만에 물거품으로 돌아갔고 캠코는 비난 여론에 몸살을 앓아야만 했다. 캠코가 우리사주조합을 의식해 무리하게 값을 띄워서 승부해 매각이 불발됐다는 지적이었다.

캠코는 쌍용건설에 외환위기 당시 설치된 부실채권정리기금 운용 시한이 올해 11월로 다가오면서 지난해 말 다시 매각공고를 냈다. 하지만 인수후보자가 채권단 지분을 인수하더라도 우리사주조합이 우선매수청구권 때문에 경영권 확보가 어려워 매각은 순조롭지 않았다.

지난 2월 독일 엔지니어링 회사인 M+W가 입찰에 참여했지만 단독입찰이라는 이유로 유찰됐고 지난 5월에도 역시 같은 이유로 유찰됐다. 6월에는 입찰자가 없어 유찰됐다. 지난 8월에는 이랜드가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되면서 매각 작업이 급물살을 탔지만 캠코와 이랜드가 쌍용건설의 PF 우발채무에 대한 보증 문제를 두고 이견을 보이면서 인수가 무산됐다.

잇따른 매각 실패는 쌍용건설의 유동성 위기를 불러왔다. 당장 올 하반기에 갚아야 하는 회사채와 기업어음만 1000억원이 넘는데다 건설경기 악화로 상반기 당기순손실이 800억원에 달하는 등 재무상황은 악화일로다.

김 회장 '일장춘몽'

캠코와 채권단은 자금 지원방안을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직접중재에 나서 쌍용건설에 대한 유동성 지원을 조속히 시행할 수 있도록 원만히 합의하라고 주문했지만 이마저도 확실치 않다.

쌍용건설 최대지분을 소유한 부실채권정리기금이 오는 11월22일 청산될 예정이어서 이때까지 매각이 성사되지 못하면 쌍용건설 지분은 정부에 현물로 반납된다. 유동성 위기를 해결하지 못하면 법정관리에 들어갈 수도 있다.

본인 소유 지분까지 내놓고 '오너'에서 전문경영인 신분으로 회사를 되찾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김 회장의 근심이 깊어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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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