깔보고 뭉개고 ‘왕따 희화화’한 <나혼자 산다>

세월이 지나도 변함없는 TV 속 갑질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요즘을 두고 ‘혐오의 시대’라고 한다. 세대, 남녀, 이념 등 다양한 갈래로 나뉜 갈등이 언행으로 파편이 돼 누군가에게 상처주기를 일삼는다. 혐오에 지친 사람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존중이다. 많은 사람이 존중의 가치를 내걸지만, 미디어에서는 여전히 존중이 결여된 모습이 적잖이 보인다. 최근 논란이 된 MBC <나혼자 산다>가 대표적이다. 

1992년 KBS2 <밤으로 가는 쇼>에서는 배우 윤여정을 게스트로 초대했다. SBS 드라마 <분례기>를 통해 윤여정이 한국방송대상에서 연기상을 받았다는 명목이었다. 토크쇼가 시작되고 불과 3분이 채 되기도 전에 윤여정을 게스트로 초대한 이유의 속내가 드러난다. 

뻔한 속내
비수 꽂다

“저희가 마음에 담아두고 있는 얘기를 좀 들어보려고 하거든요. 괜찮죠? 10년 정도 미국에 있다가 한국에 오셔서 연기를 다시 하는데 힘들진 않으셨나요?” 

MC 임성훈은 다급하게 이 말을 꺼냈다. 20대 때 국내 영화계 신성이었던 그가 미국 생활을 하고 돌아와서 연기를 재차 시작한 지도 수년이 지났을 때인데, 굳이 ‘미국 생활 10년’이라는 말을 집어넣은 것에서 천박함이 엿보인다. 무슨 이야기를 꺼내고자 하는지 속이 뻔히 보이기 때문이다. 

이후 몇 가지 질문을 더 하다 결국 이혼이라는 단어를 꺼냈다. 윤여정이 “그 이야기는 불편하다”며 선을 그었음에도 “이혼의 결정적인 계기가 무엇이냐” “아이들은 뭐라고 하냐” “아빠 보고 싶다고 안 하냐” 등의 질문을 던졌다.


심지어 “재혼 계획은 없냐”고 묻기도 했다. 

여배우라 하더라도 이혼 뒤에 TV에 출연하는 사례가 없어 궁금했던 것은 일부 이해가 되지만, 세 명의 MC를 비롯해 <밤으로 가는 쇼> 제작진이 보인 행태는 그야말로 야만적이다. 마치 힘이 약한 여배우에게 언어로 집단린치를 가하는 느낌을 준다. 

이 장면이 논란이 되지 않은 건 MC의 무례하고 천박한 질문에도, 놀라우리 만큼 충실하고 솔직한 윤여정의 답변 덕분이다. 예나 지금이나 세련되게 자신의 입장을 전하는 윤여정이 대단하게 여겨질 뿐이다. 

비단 <밤으로 가는 쇼>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당시 출연작품마다 출중한 연기력을 보인 윤여정은 다수 프로그램에 출연해서 꼭 과거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불쾌함을 드러내는데도 꼭 그 질문을 하고야 마는 MC들의 모습이 경악스럽기까지 하다.

아마도 제작진의 요구에 의한 질문이었겠지만, 야만적 행위에 반발하지 않고 더 적극적으로 행동한 MC들도 곱게 보긴 어렵다. 약 30년 전의 한국 TV는 그랬었다.

타인에 대한 존중과 배려 자체가 사회적으로 거의 전혀 없다 해도 무방한 시대였다. 아무도 그 질문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지적하지 않았으니까 말이다.

출연자에 대한 야만적 행태가 윤여정에게만 가해진 건 아니다. 최근 tvN <유퀴즈 온 더 블록>에 나온 김영희 PD가 추억처럼 말한 <느낌표 - 책책책 책을 읽읍시다>에서 3박4일 동안 유럽횡단을 하며 촬영했다는 내용이나,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에서 불타는 자동차 앞에서 여가수가 춤추는 모습을 촬영했던 것도, 출연자에 배려가 없는 건 같은 맥락이다.


30년 지나도 변함없는 기만적인 태도
차별하고 무시하고…기안84 만만한가?

아마 수많은 연예인의 가슴 속에는 내놓지 못하고 담아둔 충격 비화가 적지 않을 테다. 

세월이 흘렀다고 해서 방송사 제작진의 무례한 모습이 사라진 건 아니다. 방송국의 힘이 막강해지면서 더 노골적이고 못된 횡포가 자행됐다. 

M.net <슈퍼스타K>에서 보인 악마의 편집이 대표적이다. 실제로는 없었던 출연진 간의 갈등을 부추기거나, 교묘하게 편집해 선과 악의 대립을 만들고 이슈화하는 방식이다. 수많은 출연자가 음악적 역량과 무관하게 시청자들에게 낙인찍혀 자신의 꿈을 접어야 했다. 

뒤늦게 언론매체를 통해 사실이 아니라고 인터뷰했지만,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되기도 했다. 심지어 악마의 편집에 반기를 들고 하차하는 사례도 있었다. 

같은 제작진이 만든 <프로듀스101>은 이른바 ‘밀실 픽’으로 연습생은 물론 시청자까지 기만했다. 일부 멤버를 회의실에서 결정하고 투표를 조작하는 방식은, 열심히 피땀 흘려가며 치열한 경쟁에서 이기고자 했던 연습생과, 연습생에게 애정을 갖고 문자를 보내며 응원한 시청자를 무시한 처사다. 

의도치 않은 논란에 휘말린 아이즈원이나 엑스원도 존중 없는 방송 행태의 희생양일 뿐이다. 

이외에도 거론하자면 많다. 우등반과 열등반을 만들고 연습생의 자존감을 떨어뜨리는 것을 중계한 M.net <아이랜드>도 있다. 안전하지 않은 세트나 상황에 출연자를 억지로 들이밀어 결국 사고에도 이른 사례도 적지 않다. 결국 동물에게 물리거나, 다리를 심하게 다쳐 입원까지 했다고 밝힌 연예인도 꽤 있었다. 

그 과정에서 방송에 얼굴을 비추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인내해야만 했거나, 그로 인한 충격으로 방송계를 떠난 이도 적지 않을 것이다.

최근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MBC <나혼자 산다>의 기안84 따돌림 논란도 이제껏 방송계가 보여준 파렴치한 행위에 지나지 않는다. 무려 30년이 지났어도, 순박하거나 비교적 힘이 약한 사람을 함부로 대하는 인간의 못된 심리는 변하지 않은 듯하다.

그간 기안84를 못마땅해하던 여성 시청자들마저 제작진과 일부 출연진에 등을 돌리고 뭇매를 가하고 있다. 그럼에도 제작진은 자신들의 잘못이 얼마나 심각한지 깨닫지 못하고 있다. 

무례하고
천박하게


논란은 지난 13일 방송분에서 비롯됐다. 웹툰 <패션왕>과 <복학왕>을 연재하며 약 10년 동안 이렇다 할 휴식을 가지지 못한 기안84는 이른바 ‘마감 샤워’라는 명목으로 <나혼자 산다> 멤버들과의 여행을 기획했다. 

기안84가 해보고 싶은 것을 다 하기로 하며 기획된 이번 여행은 수년 전부터 기안84가 “기안 여름학교를 하고 싶다”는 소원을 이뤄주는 현장으로 엿보였다. 기안84는 자신이 기획한 여행 스케줄을 <나혼자 산다> 멤버들과 함께하는 것을 고대하고 있음을 여러 차례 드러낸 바 있기 때문이다.

이날 방송에서도 전현무와 함께 여주로 출발하는 과정에서 어린아이처럼 뛸 듯이 좋아했다. 그는 앞서 웹툰 작가 주호민의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장기자랑을 준비하고 있는 것을 비롯해 여행 중 멤버들과 할 놀이를 계획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나혼자 산다>를 시작하면서부터 무려 5년 동안 고대한 여행은 누구보다도 멤버들을 아끼는 그에게 중요한 일이었던 것 같다.

그 마음을 <나혼자 산다> 관계자가 모를 리 없었다. 방송마다 ‘기안 여름학교’를 외쳐 시청자들조차도 기억하고 있다. 4년 넘게 동고동락한 출연진은 당연히 알 테다. 또 늘 버팀목이 돼 숱한 위기를 넘길 수 있도록 도운 기안84의 순수함을 제작진이 모르면 누가 알 일인가. 

하지만 제작진은 기안84의 마음에 비수를 꽂았다. 출연진과 짜고 기안84의 여행에 전현무만 출연시켰다. 성훈과 박나래, 키가 올 것이라 여겼던 기안84는 전현무가 “다른 멤버는 오지 않는다”고 솔직하게 말하자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너털웃음만 지었다.


출연진과 제작진 모두에게 기만당했다는 것을 몸소 느낀 순간일 테다.

자의 반 
타의 반

애꿎은 전현무만 낯뜨거운 상황을 견뎌냈다.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인지, 기안84의 몸을 씻겨주면서 기분을 풀어주려 했다. 친한 형의 애교 섞인 모습에 기안84가 비록 ‘괜찮다’고 했지만, 그 말이 얼마나 진심일까.

이에 시청자들이 화가 났다. 기안84를 대하는 출연진과 제작진의 기만적인 태도가 드러나서다. 제작진은 자막으로, 출연진은 기이한 리액션으로 기안84의 마음에 상처를 덧입혔다. 이는 시청자들의 분노에 불을 지폈다. 

전현무와 박나래는 기안84를 속인 핑계로 코로나 시국을 댔다. 코로나 때문에 여러 사람이 모일 수 없었다는 이유에서 어쩔 수 없이 전현무만 여행에 참여한 것이라는 얘기다. 

제작환경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는 시청자들에게 통할 리 만무한 논리다. 촬영이 진행된다는 건 수많은 PD와 촬영감독 및 각종 스태프가 모인다는 것을 의미한다. 비록 카메라 안에는 두 명밖에 없지만, 카메라 뒤편에는 수십 명의 스태프가 방송을 위해 모여있다.

“코로나 시국이었기 때문에 기안84를 속였다”는 게 과연 합당한 말일까. 누구 하나 나서서 미안하다는 말없이 어물쩍 상황을 넘기려고 하는 태도는, 평소 얼마나 기안84를 깔보고 있었는지 드러내는 방증이다.

심지어 키는 촬영 당일까지 여행에 참여하는 척했음에도, 사과의 말을 하지 않았다. <나혼자 산다>의 초창기 멤버이자 의문스러운 러브 라인까지 있었으며, 대다수 패널이 빠져나간 순간에도 기안84와 둘이서 <나혼자 산다>를 이끈 박나래는 동료애 때문이라도 여행에 참여해야 하지 않았을까.

아무리 제작진이 그를 속이자고 제안했다 하더라도 나서서 말렸어야 하는 게 의리 있는 행동으로 보이지만, 그 선택을 하지는 않았다. 

다른 멤버들이 오지 않은 것을 두고 ‘서프라이즈’라고 둘러대는 모습도 실망스러운 행태다. 시청자들은 “안 온다고 해놓고 오는 게 ‘서프라이즈’이지, 온다고 해놓고 안 오는 건 왕따놀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거짓말 내뱉고도 반성 없는 제작진
가벼운 사과 한마디 없었던 출연진

제작진은 본인들이 저지른 잘못에 위기의식조차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평소와 다름없이 기안84와 인터뷰를 진행한 것이 그 이유다. “사람들이 오지 않는 건 뇌 밖에 있었다”면서 서운해하는 기안84의 모습을 그대로 내보냈다는 것에서 죄의식이나 죄책감 자체가 없었던 것으로 해석된다. 

방송이 되고 논란이 된 이후에도 기만하는 태도는 변하지 않는다. MBC 관계자는 “너무 황당스러운 이야기”라며 큰 문제가 아니라는 듯 치부하고 있고, 심지어 “기안84도 괜찮다고 했다”며 대신 입장을 전했다. ‘너무 황당한 이야기’라며 치부하면서 왜 해당 방송의 클립은 삭제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실제로 기안84가 멤버들에 대한 서운함이 모두 풀렸을 수 있고, 무지개 회원들 간의 우정이 여전히 돈독할지라도, 지난 13일 방영분에서 보여준 존중 없는 방송에 대해서는 잘못했음을 분명히 전했어야 하지 않을까. 

대중을 대상으로 하는 방송임에도, 대중이 무엇에 불편해하고 있는지와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올바른 것인지는 여전히 무지한 듯 보인다.

만약 기안84가 평소 이시언이나 성훈처럼 성격이 있는 모습을 보여줬거나 전현무나 박나래, 화사처럼 대형 기획사에 소속된 방송인이었다면 이 같은 기획을 진행했을 수 있었을까. 전형적인 강자한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한 모습을 보여준 셈이다. 

대중에 엄청난 영향력을 끼치는 미디어가 왕따를 희화화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과연 올바른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시청자들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나혼자 산다>의 왕따 방송에 대한 제재를 가할 것을 문의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 18일까지 무려 수십여건의 문의가 이어졌다.

다신 이러한 방송이 나오지 않도록 확실한 처벌이 필요해 보인다. 

오랫동안 함께한 출연자를 무시하는 <나혼자 산다>와 달리 SBS <런닝맨>은 패널에 대한 애정을 분명히 보였다. <런닝맨> 멤버들은 방영 기간 내내 이광수를 모두 놀릴 뿐 아니라 기린, 배신자 등의 별명을 붙이기도 했지만, 그가 하차할 때만큼은 모든 멤버가 진심으로 헤어짐을 슬퍼했다. 그 마음을 아는 이광수 역시 하차 방송에서는 차오르는 눈물을 막지 못했다. 

심지어 제작진도 이광수의 하차 방송 때 이광수를 중심으로 게임을 기획했으며, 그가 하차한 뒤에도 이광수의 캐릭터를 활용하며, 꾸준히 그와의 인연을 직간접적으로 이어가고 있다. 

존중 없는
‘강약약강’

<나혼자 산다>와 너무 뚜렷하게 대비되는 <런닝맨>을 본 시청자들의 분노는 지극히 자연스럽다. 타인을 무시하고 깔본 <나혼자 산다> 제작진과 출연진은 진심 어린 사과가 불가피해 보인다. 이제껏 보여준 것처럼 어설프게 넘기려고 했다가는 프로그램의 존폐마저 흔들리지 않을까 짐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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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무인기’ 안보실 비밀 작전 주도 의혹

‘평양 무인기’ 안보실 비밀 작전 주도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윤석열정부는 북한 도발에 역대 정부 중 가장 적극적이었다. 대북 확성기를 틀거나 삐라를 날리면서 군사적 긴장감을 끌어올렸다. 북한도 오물 풍선과 무인기를 날리면서 윤석열 전 대통령을 비판했다. 물론 윤정부도 참지 않았다. 북한처럼 평양에 무인기를 날렸다. 이 비밀 작전은 국가안보실이 주도한 것으로 파악됐다. 조은석 내란 특검팀은 군 관계자로부터 국가안보실 지시로 북한 평양에 무인기를 날렸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6개월 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언급했던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근거라는 평가다. 안보실 중 국방·안보 파트는 1차장 소관이다. 나머지는 각각 외교와 경제를 담당한다. 지난해 안보실 국방·안보 파트 담당은 김태효 전 1차장이었다. 계속되는 군 거짓말 내란 특검팀은 지난해 10월 북한이 평양에 추락한 우리 군 무인기라며 공개한 사진 외에도 우리 군이 보낸 또 다른 무인기가 있다는 진술을 군 관계자로부터 확보했다. 이 관계자는 특검팀에 “백령도에서 날린 무인기 두 대 중 한 대는 평양에 추락했고, 나머지 한 대는 평양 인근에 추락했다”고 주장했다. 그간 김명수 합참의장과 김용대 드론작전사령관은 “확인해줄 수 없다”며 사실관계 공개 자체를 거부해 왔다. 앞서 평양 무인기 침투 의혹은 북한 외무성이 지난해 10월 “한국이 10월3일, 9일, 10일 심야 시간을 노려 무인기를 평양 상공에 침범시켜 삐라(대북 전단지)를 살포했다”고 밝히면서 불거졌다. 국방부 국방과학연구소는 국회에 제출한 ‘북 전단 무인기 비교분석’ 보고서에서 “북한이 공개한 무인기와 우리 군 드론작전사령부(드작사)에 납품한 무인기의 전체적인 형상이 매우 유사하다”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 등에선 윤석열 전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 선포의 명분을 만들기 위해 북한의 도발을 유도하려고 무인기를 평양에 침투시켰다며 외환 의혹을 제기해 왔다. 그러나 2022년 있었던 북한군의 서울 상공 무인기 침투와 2024년 오물 풍선 살포에 대응한 대북 작전이었다는 게 군 관계자들의 입장이다.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이 이뤄진 지난해 10월은 남북 관계가 긴장 국면으로 치달았을 때다. 북한은 2022년 12월 무인기 5대를 수도권 일대 영공에 침투시켰다. 그중 1대는 대통령실이 있는 서울 용산구 일대 비행금지구역 안에 진입해 국가원수 경호 방공망이 뚫렸다는 지적도 나왔다. 그러다가 2024년 5월부터11월에는 북한이 오물 풍선 수천 개를 한국에 살포하면서 긴장이 고조됐다. 윤 전 대통령은 그해 6월 현충일 기념사에서 오물 풍선 도발을 겨냥해 “정부는 북한의 위협을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합참 지휘부는 대응 작전과 관련해 신중한 기조를 유지했다. 남북 긴장이 충돌로 이어지는 것을 막겠다며 상황 관리에 치중했다. “국방·안보 1차장 소관”…정보융합팀 추진? 국군조직법상 부적절…당시 실장들은 몰랐다 그러자 민주당 등에서도 오물 풍선의 자유 낙하를 기다리는 군의 대응이 미온적이라며 휴전선 상공에서 풍선을 격추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왔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은 당시 “북한이 한계선을 넘어가고 있다. 다양한 대응을 준비 중”이라고 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드론사의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이 진행됐다는 것이다. 특검은 드론사에 무인기 침투 작전을 지시한 최종 결정권자가 누구인지 수사 중이다. 군 안팎에선 ‘김 전 장관→김 의장→이승오 합참 작전본부장’을 거쳐 드론사에 지시가 내려갔을 가능성과, 김 전 장관이 김 의장이나 이 본부장을 건너뛰고 드론사에 직접 지시를 내렸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합동참모본부와 방첩사령부도 이 사건에서 자유롭지 않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김 사령관은 무인기 북파 시점을 전후해 이승오 합참 작전본부장과 김 의장을 잇달아 면담했다. 특검팀은 “2024년 6월 드론사 방첩대가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을 알고 있어서 놀랐다”는 군 현역 장교의 증언도 확보했다. 당시 드론사 방첩대 지휘는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맡았다. 드론사는 적 무인기 등에 대응하기 위해 2023년에 출범한 육·해·공군 및 해병대 합동 전투부대로, 국군조직법에 따라 합참의장의 지휘·감독을 받는다. 안보실과는 동떨어져 있는 부대다. 그러나 특검팀에 출석한 군 관계자는 “모든 군 작전은 상급 기관인 합동참모본부의 지시를 받는데 무인기 침투 작전은 대통령실 안보실로부터 직접 지시를 받았다”며 “북한이 무인기 추락 사실을 공개한 날 작전을 수행한 드론사령부에 김용현 당시 국방부 장관이 격려금을 보냈다”고 증언했다. 관계없는 안보실 왜? 민주당 부승찬 의원도 “김용대 드론작전사령관이 V(대통령)의 지시라며 국가안보실 직통으로 무인기 침투 작전을 하달했다”는 내부 증언을 공개하기도 했다. 민주당 외환유치진상조사단은 올해 초부터 드론사가(歌) ▲무인기 기종 재고 현황 ▲평양에 드론이 침투한 지난해 10월 드론사 상황일지 ▲삐라통을 제작할 수 있는 3D 프린터 보유 여부 등의 자료 제출에 성실히 응하고, 수사기관이 김 사령관과 핵심 참모들에 대한 수사에 즉각 착수할 것을 요구한 바 있다. 안보실은 당시 기자단 공지를 통해 “인성환 제2차장이 지난 2024년 3월 드론사를 공식 방문한 바 있다”며 방문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그러나 이는 육·해·공군 주요 사령부 현장 확인의 일환으로 진행된 부대 방문이며, 당시 드론사의 업무보고 등 공식 일정에 다수의 드론사 장병들이 함께했다”고 해명했다. 또 “김용대 드론사령관은 같은 해 8월 국가안보실 방문 당시 드론 전력화 방안 및 국방혁신위원회 안건 등을 논의하기 위해 국방부 및 방사청 관계관 다수와 함께했던 것으로 확인했다. 다수의 인원이 함께한 공식 방문과 안보 태세 강화를 위해 정상적으로 추진한 업무를 ‘북풍 몰이’로 연결 짓는 것은 지나친 비약이자, 터무니없는 정치공세”라고 주장했다. 특검팀은 외환 의혹 관련 윤 전 대통령의 ‘지시 연결고리’를 수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군 통수권자인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국방부 장관, 군부대까지 이어지는 지휘체계 전체가 조사 대상이 될 전망이다. 특검팀이 김 전 국방부 장관을 추가 구속하고, 군검찰과 협조해 여 전 사령관·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을 추가 구속한 것도 외환 수사의 일환이라는 분석이다. ‘계엄 비선’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해 추가 구속영장 발부를 요청한 것 역시 마찬가지다. ‘노상원 수첩’의 경우 ‘NLL(북방한계선)에서 북한 공격 유도’ 등 이른바 ‘북풍’ 준비 정황이 담겨 있어 실체 규명이 필요하다. 노 전 사령관이 정보사 비선 조직을 활용해 북한을 자극해 대남 도발을 유도했다는 시나리오가 가장 유력하다는 게 정보기관 간부들의 설명이다. 수상한 연결고리 김봉규 정보사 대령의 “(노씨가) 북한 오물 풍선 얘기를 시작했다. 언론에 특별 보도가 날 거라고 했다”는 경찰 진술 등도 특검으로 송부됐다. 특검팀 관계자는 “언론에 보도된 부분에 대해 사실관계를 확인해주는 것도 하나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드론사가 안보실의 지시로 무인기 침투 비밀 작전이 진행됐다는 의혹이 가리키는 시기는 지난해 8월이다. 안보실은 산하에 1·2·3 차장을 둔다. 이들은 각각 국방과 외교, 경제를 담당한다. 지난해 안보실 국방·안보 파트 담당은 김 전 1차장이었다. 안보실장은 장호진·신원식 전 국방부 장관이었으나 대통령실 내부에서는 사실상 허수아비에 불과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당시 안보실 행정관으로 근무하던 관계자는 “김 전 차장이 실세 중의 실세였다. 최종적으로 안보실장이 모든 보고를 받지만 핵심 정보는 김태효 전 차장이 먼저 훑는 경우가 많았다”고 주장했다. 김 전 차장은 국방이 아닌 외교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대북 문제에 어떤 군사적 방법으로 접근해야 하는지 전략을 세우는 데는 신 전 실장보다 한 수 아래였다는 평가다. 사실상 ‘국방 문외한’인 김 전 차장은 2023년 강원도 속초에 위치한 북파공작부대(HID)를 방문했다. 그는 “2023년 6월 초 정보 당국 관계자들과 HID 부대를 격려 방문한 바 있지만 1년7개월 전에 있었던 군 부대 격려 방문을 이번 계엄 선포와 연결 짓는 것은 터무니없는 비약”이라고 반박한 바 있다. 정보사 고위 관계자는 <일요시사>에 “윤석열 전 대통령도 오려고 했다는 건 사실이다. 김태효가 그때 왜 왔는지 모르겠다. 와선 안 되는 건 아닌데 올 일이 없다. 우리 입장에서는 이해 가지 않는 해명”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정보사 관계자도 “윤 전 대통령이 오고 싶어 했고 안보실이 그의 HID 방문이 검토된 바 없다고 하는데 (이건) 말도 안 된다. 당시에 대통령 방문 가능성 때문에 대비 회의까지 한 바 있다”고 강조했다. 속초 갔던 김, HID 출신 용산 스카우트 왜? “방문 이례적” 대북 공작 플랜 일환이었나 김 전 차장이 HID를 방문한 이후 신기한 일이 벌어진다. 인간정보 특기(820) 육관사관학교 60기 출신 오모 중령이 2023년 12월 안보실 2차장 산하 국가위기관리센터 안보현안대응팀에 들어갔다. 오 중령은 인성환 당시 안보실 2차장의 통제를 받지 않았다. 인 2차장도 “공개된 자리서 말하기 어렵지만 제가 통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오 중령을 포함한 팀원들의 보고서는 인 2차장이 아닌 김 전 1차장이 검토했다. 안보실은 이 비밀 TF가 “규정화된 테두리 밖에서 대북 특수정보를 분석하는 팀”이라며 계엄과 관련해 정보사와 소통한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또 “비밀 조직이 아니라 위기관리센터에 배치된 ‘정보융합팀’이다. 정보융합팀은 지난 정부의 정보융합비서관실을 대북 정보 분석에 특화시켜 슬림화한 조직으로, 2022년 5월1일 대통령직 인수위 브리핑서도 해당 조직의 신설 취지와 배경을 밝힌 바 있다”고 설명했다. 안보실이 당시에 언급했던 것처럼 오 중령이 소속된 팀은 ‘대북 특수정보’를 다룬다. 대북 문제에 대해 깊숙하게 알지 못하는 김 전 1차장을 사실상 보좌하는 팀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오 중령은 정보사 내 얼마 남지 않은 ‘대북 공작’ 전문가로 꼽힌다. 12·3 내란에 가담한 혐의로 재판을 받는 정성욱 정보사 대령의 계보를 잇는 유일한 사람이기도 하다. 안보실의 지시로 드론사가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을 실행했다는 의혹이 사실이라면 오 중령이 속한 팀이 작전의 밑그림을 그렸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정보사 내부의 분석이다. 무인기를 언제 평양에 보내고 어떤 방법을 구사해야 하는지도 대북 공작의 한 종류기 때문이다. 일부러 들키려 분명한 목적 정보사 한 고위 관계자는 “무인기를 날린 시기를 보면 대북 공작 플랜을 한두 달 전부터 준비한 것으로 보인다. 아무 때나 막 날리는 게 아니다. 어떤 목적을 정한 이후 그다음 시기를 정한다”고 분석했다. 이 관계자는 “통상 대북 공작은 일부러 들키게 하거나 정말 들키지 않아야 하는데 일부러 들키려 한 공작은 ‘북풍 공작’이다. 이 방법은 2000년대 초반 이후 쓰지 않았던 방법이다. 자칫하면 수많은 인명피해를 야기할 수 있고 실패할 경우 정보사의 피해까지 감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