깔보고 뭉개고 ‘왕따 희화화’한 <나혼자 산다>

세월이 지나도 변함없는 TV 속 갑질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요즘을 두고 ‘혐오의 시대’라고 한다. 세대, 남녀, 이념 등 다양한 갈래로 나뉜 갈등이 언행으로 파편이 돼 누군가에게 상처주기를 일삼는다. 혐오에 지친 사람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존중이다. 많은 사람이 존중의 가치를 내걸지만, 미디어에서는 여전히 존중이 결여된 모습이 적잖이 보인다. 최근 논란이 된 MBC <나혼자 산다>가 대표적이다. 

1992년 KBS2 <밤으로 가는 쇼>에서는 배우 윤여정을 게스트로 초대했다. SBS 드라마 <분례기>를 통해 윤여정이 한국방송대상에서 연기상을 받았다는 명목이었다. 토크쇼가 시작되고 불과 3분이 채 되기도 전에 윤여정을 게스트로 초대한 이유의 속내가 드러난다. 

뻔한 속내
비수 꽂다

“저희가 마음에 담아두고 있는 얘기를 좀 들어보려고 하거든요. 괜찮죠? 10년 정도 미국에 있다가 한국에 오셔서 연기를 다시 하는데 힘들진 않으셨나요?” 

MC 임성훈은 다급하게 이 말을 꺼냈다. 20대 때 국내 영화계 신성이었던 그가 미국 생활을 하고 돌아와서 연기를 재차 시작한 지도 수년이 지났을 때인데, 굳이 ‘미국 생활 10년’이라는 말을 집어넣은 것에서 천박함이 엿보인다. 무슨 이야기를 꺼내고자 하는지 속이 뻔히 보이기 때문이다. 

이후 몇 가지 질문을 더 하다 결국 이혼이라는 단어를 꺼냈다. 윤여정이 “그 이야기는 불편하다”며 선을 그었음에도 “이혼의 결정적인 계기가 무엇이냐” “아이들은 뭐라고 하냐” “아빠 보고 싶다고 안 하냐” 등의 질문을 던졌다.


심지어 “재혼 계획은 없냐”고 묻기도 했다. 

여배우라 하더라도 이혼 뒤에 TV에 출연하는 사례가 없어 궁금했던 것은 일부 이해가 되지만, 세 명의 MC를 비롯해 <밤으로 가는 쇼> 제작진이 보인 행태는 그야말로 야만적이다. 마치 힘이 약한 여배우에게 언어로 집단린치를 가하는 느낌을 준다. 

이 장면이 논란이 되지 않은 건 MC의 무례하고 천박한 질문에도, 놀라우리 만큼 충실하고 솔직한 윤여정의 답변 덕분이다. 예나 지금이나 세련되게 자신의 입장을 전하는 윤여정이 대단하게 여겨질 뿐이다. 

비단 <밤으로 가는 쇼>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당시 출연작품마다 출중한 연기력을 보인 윤여정은 다수 프로그램에 출연해서 꼭 과거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불쾌함을 드러내는데도 꼭 그 질문을 하고야 마는 MC들의 모습이 경악스럽기까지 하다.

아마도 제작진의 요구에 의한 질문이었겠지만, 야만적 행위에 반발하지 않고 더 적극적으로 행동한 MC들도 곱게 보긴 어렵다. 약 30년 전의 한국 TV는 그랬었다.

타인에 대한 존중과 배려 자체가 사회적으로 거의 전혀 없다 해도 무방한 시대였다. 아무도 그 질문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지적하지 않았으니까 말이다.

출연자에 대한 야만적 행태가 윤여정에게만 가해진 건 아니다. 최근 tvN <유퀴즈 온 더 블록>에 나온 김영희 PD가 추억처럼 말한 <느낌표 - 책책책 책을 읽읍시다>에서 3박4일 동안 유럽횡단을 하며 촬영했다는 내용이나,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에서 불타는 자동차 앞에서 여가수가 춤추는 모습을 촬영했던 것도, 출연자에 배려가 없는 건 같은 맥락이다.


30년 지나도 변함없는 기만적인 태도
차별하고 무시하고…기안84 만만한가?

아마 수많은 연예인의 가슴 속에는 내놓지 못하고 담아둔 충격 비화가 적지 않을 테다. 

세월이 흘렀다고 해서 방송사 제작진의 무례한 모습이 사라진 건 아니다. 방송국의 힘이 막강해지면서 더 노골적이고 못된 횡포가 자행됐다. 

M.net <슈퍼스타K>에서 보인 악마의 편집이 대표적이다. 실제로는 없었던 출연진 간의 갈등을 부추기거나, 교묘하게 편집해 선과 악의 대립을 만들고 이슈화하는 방식이다. 수많은 출연자가 음악적 역량과 무관하게 시청자들에게 낙인찍혀 자신의 꿈을 접어야 했다. 

뒤늦게 언론매체를 통해 사실이 아니라고 인터뷰했지만,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되기도 했다. 심지어 악마의 편집에 반기를 들고 하차하는 사례도 있었다. 

같은 제작진이 만든 <프로듀스101>은 이른바 ‘밀실 픽’으로 연습생은 물론 시청자까지 기만했다. 일부 멤버를 회의실에서 결정하고 투표를 조작하는 방식은, 열심히 피땀 흘려가며 치열한 경쟁에서 이기고자 했던 연습생과, 연습생에게 애정을 갖고 문자를 보내며 응원한 시청자를 무시한 처사다. 

의도치 않은 논란에 휘말린 아이즈원이나 엑스원도 존중 없는 방송 행태의 희생양일 뿐이다. 

이외에도 거론하자면 많다. 우등반과 열등반을 만들고 연습생의 자존감을 떨어뜨리는 것을 중계한 M.net <아이랜드>도 있다. 안전하지 않은 세트나 상황에 출연자를 억지로 들이밀어 결국 사고에도 이른 사례도 적지 않다. 결국 동물에게 물리거나, 다리를 심하게 다쳐 입원까지 했다고 밝힌 연예인도 꽤 있었다. 

그 과정에서 방송에 얼굴을 비추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인내해야만 했거나, 그로 인한 충격으로 방송계를 떠난 이도 적지 않을 것이다.

최근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MBC <나혼자 산다>의 기안84 따돌림 논란도 이제껏 방송계가 보여준 파렴치한 행위에 지나지 않는다. 무려 30년이 지났어도, 순박하거나 비교적 힘이 약한 사람을 함부로 대하는 인간의 못된 심리는 변하지 않은 듯하다.

그간 기안84를 못마땅해하던 여성 시청자들마저 제작진과 일부 출연진에 등을 돌리고 뭇매를 가하고 있다. 그럼에도 제작진은 자신들의 잘못이 얼마나 심각한지 깨닫지 못하고 있다. 

무례하고
천박하게


논란은 지난 13일 방송분에서 비롯됐다. 웹툰 <패션왕>과 <복학왕>을 연재하며 약 10년 동안 이렇다 할 휴식을 가지지 못한 기안84는 이른바 ‘마감 샤워’라는 명목으로 <나혼자 산다> 멤버들과의 여행을 기획했다. 

기안84가 해보고 싶은 것을 다 하기로 하며 기획된 이번 여행은 수년 전부터 기안84가 “기안 여름학교를 하고 싶다”는 소원을 이뤄주는 현장으로 엿보였다. 기안84는 자신이 기획한 여행 스케줄을 <나혼자 산다> 멤버들과 함께하는 것을 고대하고 있음을 여러 차례 드러낸 바 있기 때문이다.

이날 방송에서도 전현무와 함께 여주로 출발하는 과정에서 어린아이처럼 뛸 듯이 좋아했다. 그는 앞서 웹툰 작가 주호민의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장기자랑을 준비하고 있는 것을 비롯해 여행 중 멤버들과 할 놀이를 계획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나혼자 산다>를 시작하면서부터 무려 5년 동안 고대한 여행은 누구보다도 멤버들을 아끼는 그에게 중요한 일이었던 것 같다.

그 마음을 <나혼자 산다> 관계자가 모를 리 없었다. 방송마다 ‘기안 여름학교’를 외쳐 시청자들조차도 기억하고 있다. 4년 넘게 동고동락한 출연진은 당연히 알 테다. 또 늘 버팀목이 돼 숱한 위기를 넘길 수 있도록 도운 기안84의 순수함을 제작진이 모르면 누가 알 일인가. 

하지만 제작진은 기안84의 마음에 비수를 꽂았다. 출연진과 짜고 기안84의 여행에 전현무만 출연시켰다. 성훈과 박나래, 키가 올 것이라 여겼던 기안84는 전현무가 “다른 멤버는 오지 않는다”고 솔직하게 말하자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너털웃음만 지었다.


출연진과 제작진 모두에게 기만당했다는 것을 몸소 느낀 순간일 테다.

자의 반 
타의 반

애꿎은 전현무만 낯뜨거운 상황을 견뎌냈다.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인지, 기안84의 몸을 씻겨주면서 기분을 풀어주려 했다. 친한 형의 애교 섞인 모습에 기안84가 비록 ‘괜찮다’고 했지만, 그 말이 얼마나 진심일까.

이에 시청자들이 화가 났다. 기안84를 대하는 출연진과 제작진의 기만적인 태도가 드러나서다. 제작진은 자막으로, 출연진은 기이한 리액션으로 기안84의 마음에 상처를 덧입혔다. 이는 시청자들의 분노에 불을 지폈다. 

전현무와 박나래는 기안84를 속인 핑계로 코로나 시국을 댔다. 코로나 때문에 여러 사람이 모일 수 없었다는 이유에서 어쩔 수 없이 전현무만 여행에 참여한 것이라는 얘기다. 

제작환경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는 시청자들에게 통할 리 만무한 논리다. 촬영이 진행된다는 건 수많은 PD와 촬영감독 및 각종 스태프가 모인다는 것을 의미한다. 비록 카메라 안에는 두 명밖에 없지만, 카메라 뒤편에는 수십 명의 스태프가 방송을 위해 모여있다.

“코로나 시국이었기 때문에 기안84를 속였다”는 게 과연 합당한 말일까. 누구 하나 나서서 미안하다는 말없이 어물쩍 상황을 넘기려고 하는 태도는, 평소 얼마나 기안84를 깔보고 있었는지 드러내는 방증이다.

심지어 키는 촬영 당일까지 여행에 참여하는 척했음에도, 사과의 말을 하지 않았다. <나혼자 산다>의 초창기 멤버이자 의문스러운 러브 라인까지 있었으며, 대다수 패널이 빠져나간 순간에도 기안84와 둘이서 <나혼자 산다>를 이끈 박나래는 동료애 때문이라도 여행에 참여해야 하지 않았을까.

아무리 제작진이 그를 속이자고 제안했다 하더라도 나서서 말렸어야 하는 게 의리 있는 행동으로 보이지만, 그 선택을 하지는 않았다. 

다른 멤버들이 오지 않은 것을 두고 ‘서프라이즈’라고 둘러대는 모습도 실망스러운 행태다. 시청자들은 “안 온다고 해놓고 오는 게 ‘서프라이즈’이지, 온다고 해놓고 안 오는 건 왕따놀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거짓말 내뱉고도 반성 없는 제작진
가벼운 사과 한마디 없었던 출연진

제작진은 본인들이 저지른 잘못에 위기의식조차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평소와 다름없이 기안84와 인터뷰를 진행한 것이 그 이유다. “사람들이 오지 않는 건 뇌 밖에 있었다”면서 서운해하는 기안84의 모습을 그대로 내보냈다는 것에서 죄의식이나 죄책감 자체가 없었던 것으로 해석된다. 

방송이 되고 논란이 된 이후에도 기만하는 태도는 변하지 않는다. MBC 관계자는 “너무 황당스러운 이야기”라며 큰 문제가 아니라는 듯 치부하고 있고, 심지어 “기안84도 괜찮다고 했다”며 대신 입장을 전했다. ‘너무 황당한 이야기’라며 치부하면서 왜 해당 방송의 클립은 삭제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실제로 기안84가 멤버들에 대한 서운함이 모두 풀렸을 수 있고, 무지개 회원들 간의 우정이 여전히 돈독할지라도, 지난 13일 방영분에서 보여준 존중 없는 방송에 대해서는 잘못했음을 분명히 전했어야 하지 않을까. 

대중을 대상으로 하는 방송임에도, 대중이 무엇에 불편해하고 있는지와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올바른 것인지는 여전히 무지한 듯 보인다.

만약 기안84가 평소 이시언이나 성훈처럼 성격이 있는 모습을 보여줬거나 전현무나 박나래, 화사처럼 대형 기획사에 소속된 방송인이었다면 이 같은 기획을 진행했을 수 있었을까. 전형적인 강자한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한 모습을 보여준 셈이다. 

대중에 엄청난 영향력을 끼치는 미디어가 왕따를 희화화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과연 올바른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시청자들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나혼자 산다>의 왕따 방송에 대한 제재를 가할 것을 문의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 18일까지 무려 수십여건의 문의가 이어졌다.

다신 이러한 방송이 나오지 않도록 확실한 처벌이 필요해 보인다. 

오랫동안 함께한 출연자를 무시하는 <나혼자 산다>와 달리 SBS <런닝맨>은 패널에 대한 애정을 분명히 보였다. <런닝맨> 멤버들은 방영 기간 내내 이광수를 모두 놀릴 뿐 아니라 기린, 배신자 등의 별명을 붙이기도 했지만, 그가 하차할 때만큼은 모든 멤버가 진심으로 헤어짐을 슬퍼했다. 그 마음을 아는 이광수 역시 하차 방송에서는 차오르는 눈물을 막지 못했다. 

심지어 제작진도 이광수의 하차 방송 때 이광수를 중심으로 게임을 기획했으며, 그가 하차한 뒤에도 이광수의 캐릭터를 활용하며, 꾸준히 그와의 인연을 직간접적으로 이어가고 있다. 

존중 없는
‘강약약강’

<나혼자 산다>와 너무 뚜렷하게 대비되는 <런닝맨>을 본 시청자들의 분노는 지극히 자연스럽다. 타인을 무시하고 깔본 <나혼자 산다> 제작진과 출연진은 진심 어린 사과가 불가피해 보인다. 이제껏 보여준 것처럼 어설프게 넘기려고 했다가는 프로그램의 존폐마저 흔들리지 않을까 짐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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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쪼개는 민주당발 음모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을 둘러싼 ‘공소 취소’ 논란이 뜨겁다. 진위는 사라지고 무수히 많은 뒷말과 갈라치기만 남았다. 단순 해프닝으로 끝내기엔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정청 모두 “황당하다”는 입장이지만 ‘스피커’로 불리는 외부 인사가 계속해서 당을 흔든다면 그 목적을 두고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 대형 폭탄이 떨어졌다. 소위 말하는 ‘정부 고위 관계자’가 ‘고위급 검사’ 다수에게 “내 말이 곧 대통령의 뜻이다. 나는 대통령이 시키는 것만 한다. 공소 취소해 줘라”라고 주장했다는 것. 지난 10일 유튜브 채널 ‘저널리스트’를 운영하는 MBC 기자 출신 장인수씨는 친청(친 정청래)·친문(친 문재인) 성향으로 알려진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단독”이라고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안으로 겨눈 칼날 왜? 장씨는 “검찰은 이 메시지를 ‘아, 이재명정부가 우리랑 거래하고 싶어하는구나’(라고 생각할 것)”이라며 “여기까지는 팩트”라고 부연했다. 검찰과 정부가 보완수사권·검찰개혁 수위 등을 놓고 일종의 ‘거래’를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장동·위례·백현동 개발 및 성남FC 후원금 ▲쌍방울 대북 송금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위증교사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 5개 재판을 받았으나 대통령 당선 뒤 중단됐다. 장씨는 “이미 검찰은 이재명정부 말기 혹은 퇴임 후에 이 대통령을 털 생각을 하고 있다. 직권남용이라는 죄목까지 정해놨다”며 “이 대통령의 업무보고나 국무회의 생중계에서 지시하는 사안들을 직권남용으로 걸 생각”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이 임은정 동부지검장의 인천세관 마약 사건 수사팀에 백해룡 경정을 배치하라고 지시한 일을 사례로 들었다. 그러자 김어준씨는 “대통령의 뜻이라는 건 사실이 아닐 것이라 본다. 이 대통령이 법률가이기 때문에 법무부 장관을 통해 절차대로 하면 되는 것이지, 누굴 만나서 부탁할 일은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다)”면서도 “어떤 사람이 그런 발언을 하거나 메시지를 보냈다면 대단히 부적절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방송 직후 해당 발언은 ‘공소 취소 거래설’로 압축돼 여의도 전역에 퍼졌다. 코너에 몰렸던 국민의힘은 이를 ‘공소 취소 거래 게이트’로 규정하고 이 대통령에 대한 특검을 요구했다. 국민의힘 최수진 원내 수석대변인은 “특검을 통해 이 추악한 뒷거래 시도의 실체를 낱낱이 밝혀낼 것”이라며 “이 황당한 ‘사법 거래설’이 세간에 설득력을 얻는 이유는 명백하다. 최근 친명(친 이재명)계 주도로 이른바 ‘대통령 공소 취소 모임’이 결성됐고, 심지어 민주당은 오늘 그 빌드업의 일환으로 억지스러운 ‘국정조사 요구서’까지 제출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발등에 불이 떨어진 민주당과 친명계는 아수라장”이라며 “정권의 사법 거래 의혹을 두고 여권 내부에서 서로 삿대질해대는 참담한 촌극이 벌어지고 있다”고 혹평했다. 정부 고위급 관계자의 수상한 거래? “사법 농단 탄핵감” 국민의힘 맹공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 역시 “대통령 사건의 공소 취소와 검찰 수사권 문제를 맞바꾸려 했다면 이는 헌정질서를 뒤흔드는 중대한 범죄”라며 “관련자 처벌은 물론이고 사실로 확인될 경우 관련 정도에 따라 대통령 탄핵까지 가능한 사안”이라고 압박 수위를 높였다. 민주당은 곧바로 받아쳤다. 대표 친명계인 한준호 의원은 자신의 SNS에 ‘음모론도 모자라 탄핵까지, 정말 선을 넘었다. 참담하다’는 제목의 게시글을 통해 “확인되지 않은 음모론을 근거로 대통령 탄핵까지 입에 올리는 발언이 아무렇지 않게 방송에서 흘러나온다”며 “사실 확인도 없는 이야기로 음모론을 키우고 급기야 탄핵까지 거론하는 행위는 국정을 흔드는 무책임한 선동”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이언주 의원은 직접적으로 여권 세력을 지적하고 나섰다. 이 의원은 “검찰개혁에 대해 조금이라도 진정성이 있는 사람이라면 공소 취소 거래설 자체를 감히 꺼낼 수 없다”며 “이 대통령에 대한 부당한 공소가 취소되기를 바라지 않는 이들이 많은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어 “윤석열 검찰 세력도, 국민의힘 윤 어게인 세력도 그렇지만 우리 내부에서도 대통령을 쥐고 흔들려는 이들이 많은 모양”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공소 취소 사건의 고위급 검사로 지목된 이들이 직접 해명에 나서기도 했다. 고위급 검사 중 한 명으로 지목된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정성호 법무부 장관과 주고받은 문자 내역을 공개하며 “장관님께 문자메시지와 이메일로 종종 건의사항을 보내고 있는데, 가장 최근 문자를 받은 것은 지난 12월”이라고 밝혔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검사들에게 특정 사건 관련 공소 취소에 대해 말한 사실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정 장관은 “최근 제기된 황당한 음모론으로 인해 진지하게 숙의돼야 할 검찰개혁 논의가 소모적 논쟁에 휩싸이고 있다”며 “다시 건설적인 개혁의 논의에 집중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의혹이 제기된 경위를 조사할 계획이냐’는 질문에는 “어디서 문제가 됐는지 조사한다는 게 불가능하고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면서 “중요한 검찰개혁 문제가 엉뚱한 데로 빠지지 않았으면 좋겠고, 제 말씀을 국민이 합리적으로 잘 판단해 주시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마지막 치명타 여권 인사들은 불씨를 댕긴 장씨를 향해 “출처를 밝히라”며 근거 제시를 요구했다. 이에 장씨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긴급 라이브’ 공지를 띄우고 “방송 후 한준호 의원은 페이스북에 ‘저잣거리 소문만도 못한 근거 없는 음모론’이라고 표현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누가 뭐라고 하든 제 취재 내용은 이미 벌어진 일이고 흔들릴 수 없는 팩트”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 의원은 ‘누가 말했는지, 어떤 방식으로 전달됐는지 무슨 근거로 확인했는지 하나도 빠짐없이 공개하라’고 하는데 고민해 보겠다”며 “공개할 경우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이날 라이브 방송에서 “죄송하지만 출처를 밝힐 수 없다. 출처를 밝히지 않기로 약속하고 취재했다”며 한 발 물러섰다. 공소 취소를 지시한 정부 고위 관계자의 신원도 “그 사람을 저격하기 위해 해당 취재 내용을 밝힌 것이 아니”라며 공개를 거부했다. 결국 공소 취소에 대한 사실관계는 사라지고 진영 논리와 경쟁구도만 남았다. 또다시 ‘정청래 VS 청와대’ ‘친명 VS 친청’ 프레임이 굳어지면서 오는 8월 치러질 전당대회를 향한 당권 경쟁이 벌써 과열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정 대표는 평소 김씨가 운영하는 인터넷 커뮤니티 ‘딴지일보’를 “민심의 척도”로 강조하는 등 김씨와 우호적인 관계였던 만큼 친청·친문계의 모든 행동이 ‘김민석 총리 당대표 차출설에 대응했다’는 주장으로 귀결된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김 총리를 견제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 이름을 넣지 말아달라”는 총리실의 요청이 있었음에도 “내가 알아서 하겠다”며 거부하거나 이 대통령의 순방 기간에 벌어진 중동 사태에 대한 국무총리실의 대응을 두고 “국무회의도 없었다”며 국정 공백을 지적했다. 이에 총리실은 “대통령 순방 중에 정부는 중동 상황 발발 직후부터 매일 오후 비상 점검을 위한 관계 장관회의를 개최했다. 회의 후에는 대국민 브리핑을 진행해 왔다”고 직접 해명하기도 했다. 검찰개혁 뒷다리만 최근에는 ‘KTV 이매진(KTV의 유튜브 채널)’에 공개된 이재명 대통령의 싱가포르·필리핀 국빈 방문 출국길 영상을 논란 삼으면서 직접적으로 정부와 각을 세웠다. 해당 영상에 이 대통령과 정 대표가 악수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발견한 정 대표 지지자들이 ‘딴지일보’ 게시판을 통해 “의도적 삭제”라고 반발한 것. 김씨는 자신의 방송을 통해 “대통령과 당 대표자의 악수 장면이 없다는 것이 아니다. 실수일 수 있다”면서도 “그런 실수가 민주정부 정권 재창출을 막으려는 악의적인 시도에 이용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몇 차례 마찰이 있었지만 민주당 의원들은 공개적으로 비난하지 않았다. 조금씩 갈라지던 민주당 지지층이 이번 사태를 통해 정면으로 충돌하면서 누적된 갈등이 분출된 것으로 보인다. 공소 취소라는 민감한 소재에 대통령을 엮었다는 점이 도화선으로 작용한 것이다. 김씨와 정 대표가 한 달에 한 번꼴로 민주 진영에 내분을 일으켜 국정 운영의 발목을 잡는다는 게 이 대통령 지지자들의 설명이다. 기존 지지자와 더불어 ‘뉴이재명’으로 분류되는 이들은 전통 민주당 당권파와 다른 양상을 띠면서 표심이 어디를 향할지 예측할 수 없다는 특징을 지녔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권 투쟁 전선이 넓어진 것 역시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과 ‘당심(당원의 의중)’이 대척점에 서면서 모든 사안이 권력투쟁으로 흘러가기 때문이다. 이미 민주당 몇몇 의원들은 ‘공취모(이재명 공소 취소와 국정조사 추진을 위한 의원 모임)’를 중심으로 움직임에 나섰지만, 외부에서 여론을 흔드는 식으로 접근해서는 현 정부에 오히려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며 불만을 표출했다. 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대통령의 뜻’인지 ‘참칭’인지조차 불분명한 상황에서 대통령 직접 개입이라는 최대 해석을 전제로 했다는 점에서는 화가 치밀어 오른다”며 “정치적 파장이 큰 주장일수록 더 엄격한 증거 기준이 요구된다는 것을 잘 알면서 이렇게 음모론적으로 접근하는 이유는 대체 무엇 때문이냐”고 되묻기도 했다. ‘김어준 VS 청와대’ 유튜버에 휘청 8월 전대 앞두고 사방서 권력투쟁 정 대표는 “당에서 엄정한 조치를 취하겠다”며 갈등 진화에 나섰다. 그는 “윤석열 검찰 독재정권 치하도 아니고 가장 민주적인 이정부에서 이런 일은 상상할 수 없다”며 “있을 수도 없는 일이지만,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고 실제로 있는 일도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공소 취소는 거래로 될 일이 아니”라며 “합법적인 방법인 국정조사와 특검으로 윤석열 정권 치하에서 벌어진 조작 기소 사실이 드러나면 상응하는 조치와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 대표와 김씨가 친분이 두터운 사이이나 강경 대응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수습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갈등 진화에도 민주 진영 커뮤니티는 이미 격양된 사용자들의 게시글로 도배가 됐다. “이 대통령이 보완수사권을 갖고 거래를 시도했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다른 한쪽에서는 “유튜버가 정부를 흔드는 게 말이 되느냐”며 비대해진 유튜브 권력을 규탄하기도 했다. 정부의 검찰개혁인 이른바 ‘정부안’에 반대하는 세력이 의도적으로 공소 취소 거래설을 퍼뜨린 게 아니냐는 의심의 눈빛을 보내는 이들도 있었다. 친명·친청계 유튜버들이 이번 사태에 대거 참전해 분석에 나섰고, 해당 주장은 게시글로 가공돼 또다시 커뮤니티로 퍼지는 순환이 이어졌다. 청와대는 이번 논란에 대해 공식 대응을 삼가고 있다. 해명할 가치가 없을뿐더러 사사건건 대응한다면 오히려 국정 운영에 힘만 빠진다는 점에서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일종의 ‘프레임 작전’이라며 상대방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민주당 노종면 의원은 “‘거래설 제기’가 정말인지부터 확인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별도 방송을 확인한 결과 어디에서도 ‘우리 정부 고위 관계자가 검찰과 공소 취소로 거래를 시도했다’는 말은 없었다”고 밝혔다. 노 의원은 ‘검찰개혁-공소 취소 거래설’의 근원지를 추적했다. 노 의원은 “네이버 기사 검색 결과에 따르면 가장 먼저 거래설을 띄운 건 <조선일보>”라며 “장씨의 주장 전체를 거래설 제기로 인식케 하는 교묘한 프레임이라 할 만하다. 이후 나온 보도들에서는 대놓고 거래설 제기로 규정했다”고 말했다. 배후는 누구? 이어 “장씨가 거론한 ‘거래’는 ‘우리랑 거래하자는 거구나’라는 검찰의 일방적 반응을 전하면서 말한 게 전부”라고 말했다. 논란의 문장 자체를 ‘거래 시도’로 해석한다면 해석하는 쪽과 다퉈야 할 문제라는 것이다. 아울러 장씨를 향해 “섣부르고 무책임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면서도 “프레임에 갇혀 지금처럼 우리끼리 싸우면 별것도 아닌 것만 나와도 수습하기 어렵다. 잠시 숨을 고르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칼 빼든 민주당 “법적 조치 나서겠다” 더불어민주당이 공소 취소설을 제기한 MBC 기자 출신 장인수씨를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공소 취소 거래설에 대해 강력 대응 방침을 밝힌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12일 민주당 국민소통위원장인 김현 의원과 허위조작 정보 대응 특별위원회 부위원장인 김동아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씨를 정보통신망법 제70조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논란이 된 발언이 ‘대통령과 정부의 명예를 훼손하는 허위 주장’이라는 게 주요 골자다. 앞서 시민단체인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이하 사세행)은 장씨와 더불어 김어준씨를 정보통신망법상 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과 형법상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사세행은 “김씨는 장씨 발언 내용에 대해 방송 이전에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장씨의 발언을 사전에 승인하고 그대로 방송에 출연시켰다”며 “장씨와 함께 공동으로 허위 사실을 유포, 정 장관의 검찰개혁 업무 특히 공소청법 및 중수청법 입법 추진을 심대하게 방해했다”고 설명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