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보는’ 2020 지상파 3사 연예·연기대상

아무리 비벼도 ‘그 나물에 그 밥’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연말이 다가오면서 지상파 3사는 분주해지기 마련이다. 예능과 드라마 부문에서 활약한 사람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하는 시상식을 진행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시대를 맞이한 2020년, 방송가의 축제인 지상파 3사 연예대상과 연기대상 유력 후보는 누구일까. SBS 연기대상을 제외하면 무게감이 확 빠져 있다는 게 절로 느껴진다.
 

▲ (사진 왼쪽부터)방송인 이경규·유재석·백종원 ⓒ코엔미디어, 히스토리 채널

지상파 내에서 예능 프로그램 중 장수 프로그램이 늘어나고, 코로나19로 인해 신규 론칭 프로그램이 줄어들었다. 예능 트렌트를 이끄는 tvN과 JTBC, TV조선, OTT와 유튜브의 활성화로 경쟁에서 뒤처지고 있는 지상파 3사의 시상식은 올해도 예년과 비슷하게 ‘그 나물에 그 밥’이 될 가능성이 농후해졌다. 

누굴 주나?

슬슬 이곳 저곳에서 올해 시상식이 향방을 예견하고 있는 가운데, 내용은 대동소이하다. 각 방송사에서 두각을 나타낸 인물이 손에 꼽힐 만큼 적기 때문이다. MBC는 <놀면 뭐하니?>의 유재석 외에 대항마가 없으며, KBS는 <개는 훌륭하다> <편스토랑>의 이경규, SBS는 <골목식당> <맛남의 광장>의 백종원이 유력하게 꼽히긴 하나 흥미로운 경쟁이 보이지 않는다. 

국내 예능계의 플레이어이자 ‘촌철살인 평론가’로도 꼽히는 김구라는 “MBC는 유재석, KBS는 이경규, SBS는 백종원이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대중으로부터 공감대를 형성 중이다. 

MBC는 <놀면 뭐하니?>의 유재석의 해다. 올해 초 트로트를 시작으로 그가 도전한 모든 영역에서 성공을 거뒀다. 이효리(린다G)와 비(비룡)와 함께 한 ‘싹쓰리’, 엄청화(만옥), 이효리(천옥), 제시(실비), 화사(은비)와 함께한 ‘환불원정대’가 대성공을 거뒀으며, 라면과 치킨, 김장 등 중간에 섞인 작은 프로젝트도 대부분 화제를 이끌었다.


올해 방송 3사를 통틀어 가장 화제를 많이 모은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국내 예능을 이끈 <놀면 뭐하니?>의 버금가는 경쟁 프로그램이 없다는 게 유재석의 대상을 더욱 견고히 한다. 

MBC의 또 다른 대표 프로그램인 <나혼자 산다>는 여러 논란에 휘말렸으며, 초반 인기를 끌었던 ‘여자들의 은밀한 파티’(여은파, 박나래·한혜진·화사)의 힘도 점점 떨어졌다. <라디오스타>는 윤종신 하차 후 긴 과도기에 놓여있는 듯 보이며, <구해줘 홈즈>가 안정적이기는 하나 <놀면 뭐하니?>에 비할 정도는 못 된다. 

KBS는 이경규가 대표적인 후보자로 거론된다. 이경규는 <개는 훌륭하다>와 <편스토랑>에서 메인 MC로 출연 중이다. 

<개는 훌륭하다>와 <편스토랑>은 시청률 5~6%를 안정감을 유지하지만, 화제성 면에서 아쉬운 감이 있어 MBC의 유재석처럼 무게감이 크진 않다. 하지만 방송사 시상식의 경우 얼마나 많은 프로그램을 맡고 있느냐에 대한 충성도도 수상의 한 요소로 작용한다는 점에서 이경규가 유력한 후보로 꼽힌다. 

MBC-유재석 KBS-이경규 SBS-백종원 유력
쟁쟁한 대항마 전무…억지스러운 잔칫상

이경규의 경쟁자로 <1박2일> 팀이 거론된다. 10%가 넘는 준수한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는 <1박2일>은 2018년 김종민이 대상을 받은 바 있다. 

올해 역시 김종민이 가장 큰 활약을 해 다른 멤버에게 단독상을 주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평가다. 따라서 <1박2일>이 대상을 받는다면 팀 전체로 받을 가능성이 크다. <슈퍼맨이 돌아왔다>는 지난해 팀으로 수상한 바 있어 대상 후보에서 거론되지 않고 있다.


타 방송사와 달리 각축전을 벌이고 있지만 이경규와 <1박2일>이 올해 특별히 힘을 발휘한 건 아니라는 점에서 매우 흥미롭게 지켜보긴 어렵다.
 

▲ ▲방송인 김구라 ⓒJTBC

SBS 예능은 예능인이 아닌 비예능인 백종원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골목식당>과 <맛남의 광장>을 안정적으로 이끌고 있기 때문이다. 시청률과 화제성 면에서 예년보다는 떨어졌다는 게 유일한 흠이다. 

무용론

백종원은 <골목식당>이 방송된 2018년부터 꾸준히 대상 후보로 거론됐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예능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대상을 고사하는 소신을 보여왔다. 방송사는 애써 대상을 기권하는 백종원에게 상을 주긴 어려웠다. 

하지만 올해만큼은 백종원 수상이 유력하게 점쳐진다. SBS에 백종원처럼 이름을 내걸고 프로그램을 론칭한 인물이 없기 때문이다. 2014년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 이후 백종원만큼 브랜드를 높인 방송인이 전무하다.

<미운 우리 새끼>와 <런닝맨>이 여전히 인기 프로그램이긴 하나 특정 누군가의 활약으로 구축된 예능 프로그램이 아니란 점에서 백종원에게 힘이 쏠리고 있다. 

백종원의 대항마로 <미운 우리 새끼>의 신동엽이 거론되고는 있다. 하지만 2017년 출연하는 어머니들이 대상을 받았을 뿐 아니라, 작품 내에서 신동엽의 역할이 크지 않아 백종원보다는 명분이 약한 편이다.

이외에도 <동상이몽2>의 서장훈과 <정글의 법칙>의 김병만, <런닝맨>의 유재석도 후보 중에 하나지만, 김병만은 시상식을 불참하기로 했고, 서장훈 역시 신동엽처럼 역할이 크지 않으며 10년 동안 무수히 많은 상을 받은 <런닝맨>으로 유재석에게 상을 또 수여하는 것도 보기 좋은 모양새는 아니다.

지난해 김구라는 연예대상을 따로 하지 말고 통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주장은 대중은 물론 다른 예능인들 사이에서도 박수를 받았다. 어쭙잖게 후보에 올라 억지로 웃음을 짓고 손뼉을 치고 있는 게 지칠 뿐 아니라 긴장감도 감동도 없다는 게 주장의 근거였다.

이 같은 현상은 올해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과연 각 방송사의 연예대상이 꼭 필요한지, 억지스러운 잔칫상은 아닌지 깊은 방송사의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웃는 SBS

연기대상은 연예대상에 비해 대중의 관심이 폭넓었다. ‘드라마를 사랑하는 민족’답게 매년 방송사마다 히트작이 배출한 덕분이다. 오후 10시에 방영되는 미니시리즈 외에도 주말극이나 일일극에서도 명품 작품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는 얘기가 다르다. 방송사들이 재정난에 허덕이면서 드라마의 수를 대폭 감소하기도 했으며, tvN과 OCN, JTBC, OTT의 작품에 화제를 뺏겼다. MBC는 평일 미니시리즈, 주말극, 일일극 모든 부문에서 내놓을 만한 히트작이 없으며, KBS는 <한 번 다녀왔습니다> <오! 삼광빌라!> 뿐이다. 평일 미니시리즈는 전멸이다. 

<낭만닥터 김사부2> <스토브리그> <하이에나> <아무도 모른다> <더 킹> <굿 캐스팅> <펜트하우스> 등 10% 이상의 시청률을 기록한 드라마를 제작한 SBS만 웃고 있다. 
 

▲ (사진 왼쪽부터)배우 한석규·남궁민·김소연·이민정

SBS 연기대상만이 올해 시상식을 통틀어 유일하게 대중의 눈길을 끈다. 20%를 넘긴 작품도 2편이나 있으며, 거론되는 배우들 면면이 화려하다. 

국내 최고의 배우로 손꼽히는 한석규와 김혜수, 이미 숱한 작품에서 연기력을 증명한 남궁민과 단독 주연으로 호평을 이끈 김서형, <킹덤> 시리즈를 통해 전 세계적인 명성을 쌓은 주지훈, 올해 막판 최고의 악역 연기를 선보이며 여론을 힘을 받고 있는 김소연까지, 누가 받아도 이상하지 않을 라인업이다.

이들 중 한석규와 남궁민, 김소연이 대상을 받을 유력한 후보로 압축되고 있다. <낭만닥터 김사부2>는 올해 방송3사 드라마 통틀어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으며, 화제성도 강했다. 김사부를 그린 한석규의 연기는 명불허전이었다는 평가다. 2014년에 같은 작품으로 대상을 받은 이력이 유일한 감점 요소다.

우는 MBC


<스토브리그>는 국내 유일하게 스포츠 장르물로서 큰 인기를 거뒀다는 점과 ‘백승수 신드롬’을 일으킬 정도로 매력적인 캐릭터를 그려낸 남궁민의 연기가 대상으로 거론되는 이유다. 아울러 다른 방송사에서 대상 수상 이력이 없다는 점도 플러스 요소다.

다만 <스토브리그> 시청률이 마의 20%를 넘기지 못하고 19%에 머무른 게 아쉬운 대목이다.

비록 막장 드라마라는 평가가 짙지만 <펜트하우스>는 현재 방영되는 작품 중 가장 뜨거운 드라마다. 23%가 넘는 시청률을 넘겼으며, 꾸준히 고공행진 중이다. 

김소연은 15회에서 그야말로 광기 어린 연기로 대중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감정을 폭발하는 장면에서 미묘하게 보이는 부분까지 완벽에 가깝게 표현하며 단숨에 유력 후보로 떠올랐다. 

올해 SBS 연기대상은 대상뿐 아니라 최우수상, 우수상, 인기상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상을 받을만한 배우들이 즐비해, 대미를 장식할 잔치로 충분해 보인다. 

반대로 MBC는 시상식을 열기조차 민망한 수준이다. 마땅한 명분을 가진 배우가 한 명도 없다. 10%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한 작품도 하나 없다. <꼰대인턴>이 7%로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그 남자의 기억법> <365:운명을 거스르는 1년>, 현재 방영 중인 <카이로스>가 수작으로 평가받고 있지만, 시청률이 평균 3~4%이며, 최고 시청률도 5% 수준이다. 대상을 주기엔 무리가 있다. 

따라서 <꼰대인턴>의 김응수와 박해진이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우열을 가릴 수 없는 두 사람의 연기로 인해 공동 수상도 점쳐진다.

코믹 오피스 물로 호응을 얻기는 했으나, 최고 시청률 7.1%는 TV조선 <미스터트롯>의 영탁이 특별출연한 회차라는 점은 뼈아프다. 방송 내내 4~6%를 오가는 시청률을 보인 <꼰대인턴>이 우수한 성적을 거뒀다고 말하긴 어렵다. 

SBS 연기대상 유일무이 흥미로운 시상식 
MBC·KBS는 몰락한 드라마 왕국 ‘씁쓸’

이로 인해 <365: 운명을 거스르는 1년>(이하 <365>)과 <그 남자의 기억법>, <카이로스>가 웰메이드 드라마로 평가받아 혹시나 받을지도 모른다는 의견도 나온다. <365>의 이준혁과 김지수, <카이로스>의 신성록이 뛰어난 연기로 후보에 대두된다. 

<그 남자의 기억법>을 주도한 김동욱은 지난해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으로 대상을 수상한 바 있어 올해는 힘들지 않겠냐는 전망이다. 

하지만 누가 받아도 떳떳하기는 힘든 상황이라는 점에서 올해 MBC 연기대상은 관심 밖의 잔치가 될 가능성이 크다. 
 

▲ (사진 왼쪽부터)배우 김응수·조여정·전인화 ⓒMBC

KBS도 MBC와 처지가 비슷하다. 지난해 <동백꽃 필 무렵>으로 신드롬을 일으킨 것과 반대로 올해 평일 드라마는 전멸에 가깝다. <본 어게인> <포레스트> <어서와> <영혼수선공> <출사표> <좀비탐정> <그놈이 그놈이다>가 5%를 넘기지 못하며 쓴맛을 봤다. <어서와>는 0.9%로 지상파 최저 시청률이라는 굴욕적인 성적표를 받기도 했다.

현재 방영 중인 <바람피면 죽는다>도 4%에 머물러 있다. 

그나마 주말드라마가 선전한 게 위안이 되는 셈이다. 올해는 <한 번 다녀왔습니다>(이하 <한다다>) <99억의 여자> <오! 삼광빌라>의 각축전이 예상된다. 특히 <한다다>의 차화연과 이민정, <99억의 여자> 조여정, <오! 삼광빌라!>의 전인화가 거론되고 있다. <한다다>는 최고 시청률 37%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장옥분을 연기한 차화연에 대해 높은 관심이 쏟아졌으며, 메인 주인공인 이민정에 대해서도 호평이 이어졌다. 이변이 없는 한 두 사람 중 한 명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 팽배하다.

영화 <기생충>으로 브랜드를 높인 조여정은 <99억의 여자>와 <바람피면 죽는다>에 출연하며 KBS와 긴밀한 관계를 형성했다. 두 작품의 시청률이 높진 않으나, 예상을 깨고 조여정이 받을지도 모른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32%를 기록 중인 <오! 삼광빌라!>의 전인화도 유력 후보다. 매회 뛰어난 연기는 물론 황신혜와의 모정이 작품의 인기를 견인하고 있다는 평가다. MBC보다는 형편이 낫긴 하지만, 평일 드라마가 최악의 성적표를 거뒀다는 점에서 2020 KBS 연기대상은 역사상 가장 쓸쓸한 시상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슬픈 KBS

6개의 연말 시상식 중 유의미한 시상식은 SBS 연기대상 뿐이라는 게 방송가의 중론이다. 1년의 대미를 장식하는 방송사의 큰 잔치를 즐기고자 하는 손님이 계속 떨어지고 있다. 오래전부터 힘이 빠졌고, 바닥으로 치닫고 있다. 국내 대중문화를 주도한 방송사가 ‘이빨 빠진 호랑이’가 된 모양새다. 이번 연말 시상식은 국내 방송 3사의 현주소를 여실히 보여주는 것에 그치지 않을까 짐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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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 바뀐’ 이재명 이유 있는 대변신

‘확 바뀐’ 이재명 이유 있는 대변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코로나19 종식과 비상계엄, 대통령 파면으로 인한 조기 대선을 치르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20대 대선과 21대 대선 모두 운명의 길목서 치러진 셈이다. 국민의 삶과 밀접하게 닿아 있는 정치권도 큰 영향을 받았다. 코로나19 정국과 내란 정국서 대선을 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에게는 지난 3년간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3년 전, 20대 대선이 치러지던 2022년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는 코로나19 시기였던 점을 감안해 소상공인 정책과 경제 재건에 초점을 맞췄다. 민주당의 1호 공약 역시 ‘코로나19 팬데믹 완전 극복’과 ‘피해 소상공인에 대한 완전한 지원’이었다. 경제 대통령 앞세웠지만… 이 외에도 ▲오미크론 등 변이종 확산 대응 강화 ▲백신 및 치료제 확보 ▲의료보건체제 구축에 대한 충분한 재정 투입 ▲필수예방접종의약품 자급화 실현을 위한 국가지원체제 구축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당시 이 후보 선거대책위원회(이하 선대위)는 ‘유능한 경제 대통령’에 초점을 맞춰 5대 비전으로 ▲신경제 ▲공정 성장 ▲민생 안정 ▲민주사회 ▲평화·안보 등을 제시했다. 10대 공약으로는 수출 1조달러를 비롯한 311만호 주택 공급, 문화 강국 실현 같은 경제 중심의 공약을 제시했다. 차기 정부의 큰 틀이 되는 10대 공약을 살펴보면 사회 전반에 걸친 문제가 두루 담겼지만, 가장 주목을 받는 건 이 후보의 상징과도 같은 ‘기본 시리즈’ 정책이었다. 기본소득부터 기본주택, 기본금융을 합친 것으로 이 후보의 숨은 1호 공약이란 평도 나왔다. 기본 시리즈는 전 국민에게 최소한의 소득을 보장하는 동시에 주거와 금융 면에서 보편적인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 공약이다. 가장 대표적인 공약으로는 ‘청년 125만원’ ‘전 국민 25만원’을 지급하는 기본소득을 꼽을 수 있었다. 기본소득은 이 후보가 경기도지사이던 때부터 추진하던 정책이다. 2021년 7월 경선 후보 2차 정책 발표 기자회견서 이 후보는 “대전환의 위기 시대에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대대적 정부 역할도 중요한 성장 수단이지만, 세계 최저 수준인 국가의 가계소득 지원과 가계소비를 늘리는 것도 경제 성장의 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차기 정부 임기 내에 청년에게는 연 200만원, 그 외 전 국민에게 100만원 기본소득을 지급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아울러 “지역 골목경제 활성화와 매출 양극화 해소를 위해 소멸성 지역화폐로 지급되는 기본소득은 현금과 달리 경제 활성화 효과가 극대화된다”며 “기본소득은 어렵지 않다. 작년 1차 재난지원금이 가구별 아닌 개인별로 균등하게 지급되고 연 1회든 월 1회든 정기 지급된다면 그게 바로 기본소득”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비상계엄 정신없이 도는 정치판 “전 국민 25만원 지원” 3년 사이 변화는? 당시 정치권에서는 이 후보의 기본소득 공약이 과거 보수 정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주장하던 ‘경제 민주화’와 닮았다고 봤다. 그러나 이 후보의 기본소득은 재원 확충 방안 등 실현 가능성이 작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민주당은 재원 마련 방안으로 재정개혁을 추진하는 동시에 국토보유세와 탄소세 도입 등 다양한 방법을 제시했다. 그러나 당시 보수 진영에서는 “코로나19 지원금으로 나라 곳간이 텅 비었다”며 ‘포퓰리즘’이라는 꼬리표를 붙였다. 전 국민에게 25만원을 지원하는 방안은 20대 대선 이후에도 이 후보가 꾸준히 밀던 정책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차등 지원, 분배 방식 등에 변화가 생겼지만 이 후보는 지난해 윤 전 대통령과의 영수회담서 “민생회복 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며 거듭 당부하기도 했다. 포퓰리즘이라는 보수 진영의 비판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부분적 기본소득은 아이러니하게도 2012년 대선서 보수 정당 박근혜 후보가 주장했다. 65세 이상 노인 모두에게 월 20만원씩 지급한다는 공약은 박빙의 대선서 박 후보 승리 요인 중 하나였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3년이 지난 지금 이 후보는 대선 정국이 시작됨과 동시에 1호 공약으로 “AI 인공지능 3강 도약”을 외쳤다. 경제 강국으로 거듭나기 위한 청사진을 제시하면서 AI 대전환 시대를 위한 산업 육성을 약속했다. 고성능 GPU(그래픽처리장치)를 5만개 이상 확보하고 한국형 챗GPT를 국민이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모두의 AI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것 등이 대표적인 사업이다. 국가 비전으로는 K-이니셔티브를 제시했다. 국내 AI 기술 등에 방점을 찍어 미래 먹거리를 선점하고 경제 성장 국가로 발돋움하겠다는 취지다. 이 후보는 K-이니셔티브를 지역별로 쪼개 맞춤형 공약을 제시하기도 했다. 경기 동탄서는 K-반도체를, 대전서는 K-과학기술을 중심으로 메시지를 냈고 전북 전주서는 K-컬처를 겨냥해 국악인과 간담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처럼 이 후보의 21대 대선 공약은 ‘K’를 빼놓고 설명할 수 없다. 지난 대선서 기본소득 같은 ‘이재명표 공약’을 앞세웠다면 이번에는 12·3 내란 사태로 무너진 민주주의를 다시 일으켜 세워 ‘진짜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방점을 찍은 것이다. 지원금 어디로? 공약 발굴 과정 역시 K-이니셔티브를 앞세웠다. 후보 직속인 K-문화강국위원회는 문화 강국 실현을 위한 공약을, K-경제성장위원회는 맞춤형 의제를 설정하는 데 주력할 전망이다. 선대위 산하에는 K-민주주의·평화위원회를 설치해 ‘빛의 혁명’에 참여한 이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조직을 꾸렸다. 서울·인천·경기를 겨냥한 K-수도권 비전을 발표하며 “서울을 뉴욕에 버금가는 글로벌 경제 수도로, 인천을 물류와 바이오산업 등 K-경제의 글로벌 관문으로, 반도체와 첨단기술, 평화·경제의 경기로 수도권 K-이니셔티브를 만들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기본 시리즈의 존재감은 희미하다. 지난 대선서 기본 시리즈를 앞세운 것과 달리 이번 대선에서는 ‘기본 사회’라는 단어로 묶어 포괄적인 복지 정책으로 탈바꿈했다. 이 후보는 “국민의 기본적인 삶을 국가 공동체가 책임지는 사회, 기본 사회로 나아가겠다”며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국가전담기구인 ‘기본사회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양극화로 인한 분열과 갈등이 만연한 사회에 우려를 표하며 “기본 사회는 단편적 복지나 소득 분배에 머무르지 않고 국민의 주거·의료·돌봄·교육·공공서비스 전반에 대한 실질적 보장을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본사회위원회는 기본 사회 실현을 위한 비전과 정책 목표, 핵심 과제 수립 및 관련 정책 이행을 총괄·조정·평가하게 된다. 아동수당 확대나 청년미래적금, 고용보험 사각지대 해소 등 생애주기별 소득 보장 체계를 구축하고 농어촌 기본소득과 햇빛·바람 연금 같은 지역 맞춤형 소득 지원도 점차 확대해갈 예정이다. 개헌에는 다소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나 싶더니 선거 막판서 대통령 4년 연임제와 등을 골자로 한 구상을 밝혔다. 개헌 시기에 대해서는 “논의가 빠르게 진행된다면 2026년 지방선거서, 늦어져도 2028년 총선서 국민의 뜻을 물을 수 있을 것”이라며 “이를 위해 국민투표법을 개정해 개헌의 발판을 마련하고 국회 개헌특위를 만들어 하나씩 합의하며 순차적으로 개헌을 완성하자”고 말했다. 이후 최종 공약집서 “위기의 민주주의를 개헌으로 지키겠다”고 밝히면서 다시 한번 못을 박았다. 우클릭? 융통성! 가장 큰 차이점을 보인 건 경제, 그중에서도 부동산 정책이다. ‘민주당 우클릭’이라는 표현이 나올 만큼 민주당은 중도우파까지 껴안는 방법을 마련했다. 우선 민주당은 주택 공급은 늘리되 부동산시장에는 최소한으로 개입하겠다는 방침을 밝혀 왔다. 문재인정부 당시 과도한 세금 규제로 집값이 오르는 등 발생할 각종 부작용과 혼란을 막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이 후보는 ‘경제 유튜브 연합 토크쇼’에 출연해 “주거 문제에 대해서는 생각을 많이 바꾼 편이다. 집은 주거용이지 투자·투기용은 아니어야 한다고 했는데 지금은 그게 불가능하더라”고 밝힌 바 있다. 부동산시장의 양극화가 갈수록 심화하는 만큼 규제를 완화하는 방법을 택해야지, 억눌러서는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한 민주당 관계자 역시 “우클릭, 태세 전환,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데 시장과 경제 상황에 따라 융통성 있게 정책을 수정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후보는 지난 대선서 “부동산 투기를 막으려면 거래세를 줄이고 보유세를 선진국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 저항을 줄이기 위해 국토보유세는 전 국민에게 고루 지급하는 기본소득형이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이번 대선에서는 “세금으로 집값을 잡는 시대는 지났다”며 선을 그었다.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등 부동산의 핵심 세제 역시 큰 틀에서 손대지 않고 현행 체계를 유지할 전망이다. 다만 이 후보뿐만 아니라 모든 대선후보들이 이렇다 할 부동산 공약을 내놓지 않고 있어 비교 대상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표가 떨어질 것을 우려해 후보 모두 부동산 정책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 공약을 구분하기 어렵다는 점도 비판의 대상이 됐다. 지난 3년간 일부 노선이 수정된 반면, 이 후보가 뚝심 있게 밀고 나간 공약도 있다. 앞서 이 후보는 지난 대선서 “여성가족부를 평등가족부나 성평등가족부로 바꾸고 일부 기능을 조정하는 방안을 제안한다”고 밝혔는데 이번 역시 “성평등가족부로 확대·개편하겠다”고 밝혔다. ‘기본 소득’ 내리고 ‘K-시리즈’ 올리고 갈라치기 대신 ‘중도 실용주의’ 노선으로 이 후보는 사전투표가 진행되기 하루 전날인 지난달 28일6 자신의 SNS에 ‘성평등가족부 확대 공약 메시지’를 내고 “여성들이 여전히 우리의 사회 많은 영역서 구조적 차별을 겪고 있음에도 윤석열정부는 성평등 정책을 후순위로 미뤘다”고 꼬집었다. 이어 “향후 내각 구성 시 성별과 연령별 균형을 고려해 인재를 고르게 기용하고 성평등 거버넌스 추진 체계도 강화하겠다. 중앙 부처와 지자체의 양성평등정책담당관제도를 확대해 성평등 정책 조정과 협력 기능을 강화하겠다”며 “지자체 내 전담부서를 늘려 성평등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겠다”고도 약속했다. 대법관 구성과 다양성 및 전문성 강화를 위한 ‘대법관 증원’도 큰 틀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현재 대법관 한 명이 맡는 사건의 수가 많아 증원은 불가피하다는 게 민주당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이번 공약집에도 민주당은 상고심에 대한 국민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대법관 증원과 전원합의체 변론 공개 확대를 추진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다만 공약집에는 구체적인 증원 규모를 적시하지 않았다. 앞서 민주당은 대법원이 이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가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되자 사법개혁을 예고했다. 이때 민주당이 대법관의 수를 100명으로 늘리는 법안을 발의했는데, 선대위가 해당 법안의 철회를 지시하면서 한때 논란이 되기도 했다.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흑묘백묘론’ 역시 20대 대선서도 주장했다. 앞서 이 후보는 “진보와 보수를 가리지 않고 필요한 정책을 취하고, 김대중·박정희 정책을 따지지 않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번에도 이 후보는 국민 통합을 제시하며 좌우를 가리지 않고 오직 경제를 살리는 데 집중하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비상계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인 만큼 급진적인 변화와 이념 갈라치기보다는 대한민국을 안정 궤도에 되돌리는 ‘중도 실용주의’ 노선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리미리 착착척척 선대위 소속인 한 민주당 의원은 “조기 대선인 만큼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선거가 치러졌다. 그동안 어떻게 시간이 흘렀는지도 모를 만큼 바빴지만 국민 의견을 적극 수용해 좋은 공약이 나올 수 있었다”며 “대부분 이 후보 머릿속에 원래 있던 공약들이다. 여기에 지난 3년 동안 각종 위원회서 활동한 의원들의 시너지가 합쳐져 좋은 결과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재명 공보물, 분위기도 바뀌었다? 대선서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책자형 선거 공보물도 눈에 띈다. 지난 공보물은 ‘경제’ ‘일하는 대통령’ 등 유능함을 내세웠다면 이번에는 ‘내란 극복’ ‘빛의 혁명’을 반복적으로 강조해 희망에 초점을 맞추었다. 책자 한 면 전체를 응원봉 시위대 사진으로 채워 이번 조기 대선을 내란 세력 심판 성격임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대선 출마 영상도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는 평이다.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 후보는 검은 배경의 스튜디오서 파란 넥타이와 정장을 갖춰 입은 채 출마를 선언했다. 반면 21대 대선 출마 영상서 이 후보는 밝은 분위기의 실내서 베이지색 니트를 입고 등장해 부드러운 면모를 강조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