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보는’ 2020 지상파 3사 연예·연기대상

아무리 비벼도 ‘그 나물에 그 밥’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연말이 다가오면서 지상파 3사는 분주해지기 마련이다. 예능과 드라마 부문에서 활약한 사람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하는 시상식을 진행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시대를 맞이한 2020년, 방송가의 축제인 지상파 3사 연예대상과 연기대상 유력 후보는 누구일까. SBS 연기대상을 제외하면 무게감이 확 빠져 있다는 게 절로 느껴진다.
 

▲ (사진 왼쪽부터)방송인 이경규·유재석·백종원 ⓒ코엔미디어, 히스토리 채널

지상파 내에서 예능 프로그램 중 장수 프로그램이 늘어나고, 코로나19로 인해 신규 론칭 프로그램이 줄어들었다. 예능 트렌트를 이끄는 tvN과 JTBC, TV조선, OTT와 유튜브의 활성화로 경쟁에서 뒤처지고 있는 지상파 3사의 시상식은 올해도 예년과 비슷하게 ‘그 나물에 그 밥’이 될 가능성이 농후해졌다. 

누굴 주나?

슬슬 이곳 저곳에서 올해 시상식이 향방을 예견하고 있는 가운데, 내용은 대동소이하다. 각 방송사에서 두각을 나타낸 인물이 손에 꼽힐 만큼 적기 때문이다. MBC는 <놀면 뭐하니?>의 유재석 외에 대항마가 없으며, KBS는 <개는 훌륭하다> <편스토랑>의 이경규, SBS는 <골목식당> <맛남의 광장>의 백종원이 유력하게 꼽히긴 하나 흥미로운 경쟁이 보이지 않는다. 

국내 예능계의 플레이어이자 ‘촌철살인 평론가’로도 꼽히는 김구라는 “MBC는 유재석, KBS는 이경규, SBS는 백종원이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대중으로부터 공감대를 형성 중이다. 

MBC는 <놀면 뭐하니?>의 유재석의 해다. 올해 초 트로트를 시작으로 그가 도전한 모든 영역에서 성공을 거뒀다. 이효리(린다G)와 비(비룡)와 함께 한 ‘싹쓰리’, 엄청화(만옥), 이효리(천옥), 제시(실비), 화사(은비)와 함께한 ‘환불원정대’가 대성공을 거뒀으며, 라면과 치킨, 김장 등 중간에 섞인 작은 프로젝트도 대부분 화제를 이끌었다.


올해 방송 3사를 통틀어 가장 화제를 많이 모은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국내 예능을 이끈 <놀면 뭐하니?>의 버금가는 경쟁 프로그램이 없다는 게 유재석의 대상을 더욱 견고히 한다. 

MBC의 또 다른 대표 프로그램인 <나혼자 산다>는 여러 논란에 휘말렸으며, 초반 인기를 끌었던 ‘여자들의 은밀한 파티’(여은파, 박나래·한혜진·화사)의 힘도 점점 떨어졌다. <라디오스타>는 윤종신 하차 후 긴 과도기에 놓여있는 듯 보이며, <구해줘 홈즈>가 안정적이기는 하나 <놀면 뭐하니?>에 비할 정도는 못 된다. 

KBS는 이경규가 대표적인 후보자로 거론된다. 이경규는 <개는 훌륭하다>와 <편스토랑>에서 메인 MC로 출연 중이다. 

<개는 훌륭하다>와 <편스토랑>은 시청률 5~6%를 안정감을 유지하지만, 화제성 면에서 아쉬운 감이 있어 MBC의 유재석처럼 무게감이 크진 않다. 하지만 방송사 시상식의 경우 얼마나 많은 프로그램을 맡고 있느냐에 대한 충성도도 수상의 한 요소로 작용한다는 점에서 이경규가 유력한 후보로 꼽힌다. 

MBC-유재석 KBS-이경규 SBS-백종원 유력
쟁쟁한 대항마 전무…억지스러운 잔칫상

이경규의 경쟁자로 <1박2일> 팀이 거론된다. 10%가 넘는 준수한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는 <1박2일>은 2018년 김종민이 대상을 받은 바 있다. 

올해 역시 김종민이 가장 큰 활약을 해 다른 멤버에게 단독상을 주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평가다. 따라서 <1박2일>이 대상을 받는다면 팀 전체로 받을 가능성이 크다. <슈퍼맨이 돌아왔다>는 지난해 팀으로 수상한 바 있어 대상 후보에서 거론되지 않고 있다.


타 방송사와 달리 각축전을 벌이고 있지만 이경규와 <1박2일>이 올해 특별히 힘을 발휘한 건 아니라는 점에서 매우 흥미롭게 지켜보긴 어렵다.
 

▲ ▲방송인 김구라 ⓒJTBC

SBS 예능은 예능인이 아닌 비예능인 백종원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골목식당>과 <맛남의 광장>을 안정적으로 이끌고 있기 때문이다. 시청률과 화제성 면에서 예년보다는 떨어졌다는 게 유일한 흠이다. 

무용론

백종원은 <골목식당>이 방송된 2018년부터 꾸준히 대상 후보로 거론됐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예능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대상을 고사하는 소신을 보여왔다. 방송사는 애써 대상을 기권하는 백종원에게 상을 주긴 어려웠다. 

하지만 올해만큼은 백종원 수상이 유력하게 점쳐진다. SBS에 백종원처럼 이름을 내걸고 프로그램을 론칭한 인물이 없기 때문이다. 2014년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 이후 백종원만큼 브랜드를 높인 방송인이 전무하다.

<미운 우리 새끼>와 <런닝맨>이 여전히 인기 프로그램이긴 하나 특정 누군가의 활약으로 구축된 예능 프로그램이 아니란 점에서 백종원에게 힘이 쏠리고 있다. 

백종원의 대항마로 <미운 우리 새끼>의 신동엽이 거론되고는 있다. 하지만 2017년 출연하는 어머니들이 대상을 받았을 뿐 아니라, 작품 내에서 신동엽의 역할이 크지 않아 백종원보다는 명분이 약한 편이다.

이외에도 <동상이몽2>의 서장훈과 <정글의 법칙>의 김병만, <런닝맨>의 유재석도 후보 중에 하나지만, 김병만은 시상식을 불참하기로 했고, 서장훈 역시 신동엽처럼 역할이 크지 않으며 10년 동안 무수히 많은 상을 받은 <런닝맨>으로 유재석에게 상을 또 수여하는 것도 보기 좋은 모양새는 아니다.

지난해 김구라는 연예대상을 따로 하지 말고 통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주장은 대중은 물론 다른 예능인들 사이에서도 박수를 받았다. 어쭙잖게 후보에 올라 억지로 웃음을 짓고 손뼉을 치고 있는 게 지칠 뿐 아니라 긴장감도 감동도 없다는 게 주장의 근거였다.

이 같은 현상은 올해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과연 각 방송사의 연예대상이 꼭 필요한지, 억지스러운 잔칫상은 아닌지 깊은 방송사의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웃는 SBS

연기대상은 연예대상에 비해 대중의 관심이 폭넓었다. ‘드라마를 사랑하는 민족’답게 매년 방송사마다 히트작이 배출한 덕분이다. 오후 10시에 방영되는 미니시리즈 외에도 주말극이나 일일극에서도 명품 작품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는 얘기가 다르다. 방송사들이 재정난에 허덕이면서 드라마의 수를 대폭 감소하기도 했으며, tvN과 OCN, JTBC, OTT의 작품에 화제를 뺏겼다. MBC는 평일 미니시리즈, 주말극, 일일극 모든 부문에서 내놓을 만한 히트작이 없으며, KBS는 <한 번 다녀왔습니다> <오! 삼광빌라!> 뿐이다. 평일 미니시리즈는 전멸이다. 

<낭만닥터 김사부2> <스토브리그> <하이에나> <아무도 모른다> <더 킹> <굿 캐스팅> <펜트하우스> 등 10% 이상의 시청률을 기록한 드라마를 제작한 SBS만 웃고 있다. 
 

▲ (사진 왼쪽부터)배우 한석규·남궁민·김소연·이민정

SBS 연기대상만이 올해 시상식을 통틀어 유일하게 대중의 눈길을 끈다. 20%를 넘긴 작품도 2편이나 있으며, 거론되는 배우들 면면이 화려하다. 

국내 최고의 배우로 손꼽히는 한석규와 김혜수, 이미 숱한 작품에서 연기력을 증명한 남궁민과 단독 주연으로 호평을 이끈 김서형, <킹덤> 시리즈를 통해 전 세계적인 명성을 쌓은 주지훈, 올해 막판 최고의 악역 연기를 선보이며 여론을 힘을 받고 있는 김소연까지, 누가 받아도 이상하지 않을 라인업이다.

이들 중 한석규와 남궁민, 김소연이 대상을 받을 유력한 후보로 압축되고 있다. <낭만닥터 김사부2>는 올해 방송3사 드라마 통틀어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으며, 화제성도 강했다. 김사부를 그린 한석규의 연기는 명불허전이었다는 평가다. 2014년에 같은 작품으로 대상을 받은 이력이 유일한 감점 요소다.

우는 MBC


<스토브리그>는 국내 유일하게 스포츠 장르물로서 큰 인기를 거뒀다는 점과 ‘백승수 신드롬’을 일으킬 정도로 매력적인 캐릭터를 그려낸 남궁민의 연기가 대상으로 거론되는 이유다. 아울러 다른 방송사에서 대상 수상 이력이 없다는 점도 플러스 요소다.

다만 <스토브리그> 시청률이 마의 20%를 넘기지 못하고 19%에 머무른 게 아쉬운 대목이다.

비록 막장 드라마라는 평가가 짙지만 <펜트하우스>는 현재 방영되는 작품 중 가장 뜨거운 드라마다. 23%가 넘는 시청률을 넘겼으며, 꾸준히 고공행진 중이다. 

김소연은 15회에서 그야말로 광기 어린 연기로 대중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감정을 폭발하는 장면에서 미묘하게 보이는 부분까지 완벽에 가깝게 표현하며 단숨에 유력 후보로 떠올랐다. 

올해 SBS 연기대상은 대상뿐 아니라 최우수상, 우수상, 인기상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상을 받을만한 배우들이 즐비해, 대미를 장식할 잔치로 충분해 보인다. 

반대로 MBC는 시상식을 열기조차 민망한 수준이다. 마땅한 명분을 가진 배우가 한 명도 없다. 10%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한 작품도 하나 없다. <꼰대인턴>이 7%로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그 남자의 기억법> <365:운명을 거스르는 1년>, 현재 방영 중인 <카이로스>가 수작으로 평가받고 있지만, 시청률이 평균 3~4%이며, 최고 시청률도 5% 수준이다. 대상을 주기엔 무리가 있다. 

따라서 <꼰대인턴>의 김응수와 박해진이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우열을 가릴 수 없는 두 사람의 연기로 인해 공동 수상도 점쳐진다.

코믹 오피스 물로 호응을 얻기는 했으나, 최고 시청률 7.1%는 TV조선 <미스터트롯>의 영탁이 특별출연한 회차라는 점은 뼈아프다. 방송 내내 4~6%를 오가는 시청률을 보인 <꼰대인턴>이 우수한 성적을 거뒀다고 말하긴 어렵다. 

SBS 연기대상 유일무이 흥미로운 시상식 
MBC·KBS는 몰락한 드라마 왕국 ‘씁쓸’

이로 인해 <365: 운명을 거스르는 1년>(이하 <365>)과 <그 남자의 기억법>, <카이로스>가 웰메이드 드라마로 평가받아 혹시나 받을지도 모른다는 의견도 나온다. <365>의 이준혁과 김지수, <카이로스>의 신성록이 뛰어난 연기로 후보에 대두된다. 

<그 남자의 기억법>을 주도한 김동욱은 지난해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으로 대상을 수상한 바 있어 올해는 힘들지 않겠냐는 전망이다. 

하지만 누가 받아도 떳떳하기는 힘든 상황이라는 점에서 올해 MBC 연기대상은 관심 밖의 잔치가 될 가능성이 크다. 
 

▲ (사진 왼쪽부터)배우 김응수·조여정·전인화 ⓒMBC

KBS도 MBC와 처지가 비슷하다. 지난해 <동백꽃 필 무렵>으로 신드롬을 일으킨 것과 반대로 올해 평일 드라마는 전멸에 가깝다. <본 어게인> <포레스트> <어서와> <영혼수선공> <출사표> <좀비탐정> <그놈이 그놈이다>가 5%를 넘기지 못하며 쓴맛을 봤다. <어서와>는 0.9%로 지상파 최저 시청률이라는 굴욕적인 성적표를 받기도 했다.

현재 방영 중인 <바람피면 죽는다>도 4%에 머물러 있다. 

그나마 주말드라마가 선전한 게 위안이 되는 셈이다. 올해는 <한 번 다녀왔습니다>(이하 <한다다>) <99억의 여자> <오! 삼광빌라>의 각축전이 예상된다. 특히 <한다다>의 차화연과 이민정, <99억의 여자> 조여정, <오! 삼광빌라!>의 전인화가 거론되고 있다. <한다다>는 최고 시청률 37%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장옥분을 연기한 차화연에 대해 높은 관심이 쏟아졌으며, 메인 주인공인 이민정에 대해서도 호평이 이어졌다. 이변이 없는 한 두 사람 중 한 명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 팽배하다.

영화 <기생충>으로 브랜드를 높인 조여정은 <99억의 여자>와 <바람피면 죽는다>에 출연하며 KBS와 긴밀한 관계를 형성했다. 두 작품의 시청률이 높진 않으나, 예상을 깨고 조여정이 받을지도 모른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32%를 기록 중인 <오! 삼광빌라!>의 전인화도 유력 후보다. 매회 뛰어난 연기는 물론 황신혜와의 모정이 작품의 인기를 견인하고 있다는 평가다. MBC보다는 형편이 낫긴 하지만, 평일 드라마가 최악의 성적표를 거뒀다는 점에서 2020 KBS 연기대상은 역사상 가장 쓸쓸한 시상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슬픈 KBS

6개의 연말 시상식 중 유의미한 시상식은 SBS 연기대상 뿐이라는 게 방송가의 중론이다. 1년의 대미를 장식하는 방송사의 큰 잔치를 즐기고자 하는 손님이 계속 떨어지고 있다. 오래전부터 힘이 빠졌고, 바닥으로 치닫고 있다. 국내 대중문화를 주도한 방송사가 ‘이빨 빠진 호랑이’가 된 모양새다. 이번 연말 시상식은 국내 방송 3사의 현주소를 여실히 보여주는 것에 그치지 않을까 짐작된다.



배너

관련기사

15건의 관련기사 더보기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