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전문]
엄격한 상명하복의 세계.
마약, 성매매, 장기밀매 등 손대지 않은 사업이 없으며 임무에 실패하면 할복으로 사죄한다.
조직폭력배의 교과서와 같은 ‘공포의 상징’ 야쿠자.
최근 이 야쿠자가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는 소식이다.
바로 고령화 때문이다.
최근 일본 경찰청의 발표에 따르면 야쿠자 조직원 두 명 중 한 명은 50세 이상이고, 전체의 열 명 중 한 명은 70대다.
현재 활동하는 최고령 두목은 무려 80대인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20대 조직원 비율은 2006년 12.6%에서 지난해 말 4.3%로 감소했다.
기존의 간부들이 조직을 유지하고 있을 뿐 젊은 인재의 유입은 사실상 거의 없는 상황이다.
코로나 팬데믹도 야쿠자의 쇠퇴에 큰 영향을 미쳤다.
야쿠자는 보통 조직 내 의사전달이나 결속력 강화를 위해 정기적으로 회동을 개최한다.
그런데 최근 이 회동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몸 약한 노인 간부들의 코로나 감염이 우려되어서다.
코로나로 자영업 전반이 어려워지자 미카지메료(보호료 명목으로 갈취하는 돈)를 징수하기 어려워진 현실도 한몫했다.
기력을 다한 조직원은 탈퇴의 수순을 밟게 되지만, 일본 사회에서 정상적인 생활을 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2011년 제정된 ‘폭력단 배제조례’ 때문이다.
이 조례에 따르면, 현직 야쿠자는 물론이고 야쿠자를 탈퇴한 지 5년이 지나지 않은 사람에게는 은행거래와 신용카드, 휴대폰, 보험이 전부 금지된다.
이 때문에 야쿠자 출신 노인들은 생활보호대상자 신청을 해도 거절당하기 일쑤다.
그들은 이미 일본의 사회문제다.
늙고 병들고 가난한 전직 야쿠자, 즉 ‘불우 조폭’을 구원하기 위해 일부 지자체는 그들을 채용하는 회사에 한 명당 연간 1000만원의 보조금을 주기도 한다.
화려한 뒷골목을 누비던 폭력배들은 결국 조촐한 월세방 신세의 노인이 되어버렸다.
그 냉정함과 잔인함 때문에 수많은 영화, 드라마, 문학의 소재가 되어온 야쿠자.
한때는 젊은 일본 불량배들의 로망이었지만 역시 세월의 힘을 이기긴 힘들었나 보다.
총괄: 배승환
기획: 강운지
구성&편집: 김미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