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눈 가린 '은밀한 마약 거래' 실상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1.08.03 10:02:30
  • 호수 133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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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쉽게 만들어 편하게 사고 판다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마약범죄가 점점 교묘해지면서 대범해지고 있다. 실제로 SNS를 통해 마약 재배부터 거래 방법까지 공유되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1020세대도 SNS를 통해 쉽고 간편하게 마약을 접할 수 있는 만큼 우려 목소리도 나온다. 

언어는 사람의 의식을 지배한다. 마약이 불법 약물이라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그런데도 상품 이름마약옥수수, 마약떡볶이, 마약의자 등 해당 단어를 사용한다. 상품에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는 논란에 대해 자영업자들은 ‘마약만큼 중독성이 강하다’는 의미가 담겼다고 해명한다. 그렇다 하더라도 마약이란 단어에 친숙해졌다는 점을 부정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청정국 맞아?
환상 사로잡혀 

마약에 대한 접근이 쉬워지면서 일반인들도 거부감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마약과 아무런 관련이 없던 사람들도 호기심으로 마약을 검색하기 시작했다. 약간의 수고(?)만으로도 손쉽게 마약을 구할 수 있는 환경 때문에 호기심에 마약을 시작하는 경우가 증가하는 추세다.

회사원, 가정주부, 심지어 청소년들도 마약 거래를 하다 적발되는 등 마약범죄가 일상 속으로 스며들고 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이하 국수본)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6월까지 상반기 마약류 사범 특별단속을 통해 5108명을 검거하고, 이 중 997명을 구속했다. 검거된 마약 사범 3명 중 1명은 20대(33.3%)였다. 이어 30대(22.1%), 40대(17%) 순이었다.

10대는 전년 대비 1.4%p 증가해 3.5%를 차지했다. 10대와 20대 비중은 36.8%로, 전년 동기 21.7% 보다 15.1%p 늘어나 마약이 젊은 층에 파고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수본 관계자는 “마약 거래 대금을 현금으로 송금하면 100% 잡을 수 있지만 가상화폐 등으로 할 경우 추적 프로그램을 동원해 검거해야 한다”며 “시간이 더 걸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생활 영역 전반이 사이버 공간으로 이동하면서, 마약류에 대한 접근 방식도 인터넷(다크웹)과 SNS 등으로 변화하고 있다”며 “이에 친숙한 젊은 층에서 마약 사범이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1020세대 사이에 빠르게 퍼지고 있는 마약 범죄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1020세대는 연예인 마약 보도 등에 노출될 경우 쉽게 호기심을 가진다. 그렇다 보니 SNS로 접근해 마약에 대한 정보를 쉽게 구하고 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어린 나이에 마약을 접할 경우 건강상 유해성이 더 크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익명성 갖춘 가상자산으로… 
자금 추적 피하기 쉬워 활용

국립과학수사원 연구에 따르면 어린 나이에 대마초를 접할수록 중독 가능성이 커진다. 대마초에 중독되면 뇌에서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와 신경세포가 손상되며 뇌 혈류량이 줄고 중추신경계가 자극을 받는다. 이로 인해 인지기능이 떨어지고 무기력증과 환각, 망상 등이 생기기도 한다.

최근 마약 거래는 경찰의 단속망을 피하기 위해 100% 비대면으로 이뤄진다. 가장 흔한 방법은 다크웹을 이용하는 것이다. 마약 거래장터로 알려진 다크웹은 일반적인 웹보다 번거로운 절차를 거쳐야 한다. 딥X, 베리OO 등이 마약 암시장 사이트로 알려져 있다. 익명 접속이 가능한 다크웹상에서 마약 거래가 성사되는데 마약뿐 아니라 무기, 음란물 등도 거래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크웹에서 판매자와 구매자는 문자 암호화 프로그램(GPG KEY)을 설치한 뒤 게시판 댓글로 거래에 대해 협의한다. 암호화한 문구를 수사당국이 해독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점을 노린 것이다.

마약 거래에 대한 협의가 끝나면 구매자는 주로 현금을 디지털 가상화폐인 비트코인으로 환전해 송금한다. 가상자산이기 때문에 수사당국의 자금 추적을 피하기 용이하다. 당국은 가상화폐가 갖는 익명성 때문에 추적에 어려움을 겪는다. 비트코인 거래 시 개인정보가 필요하지 않으며 분석이 불가능한 암호화돼 거래된다.

마약상은 메신저 텔레그램 단체대화방을 통해 마약을 홍보한다. 텔레그램 단체대화방은 마약상과 구매자 간의 커뮤니티 성격을 띤다. 마약상은 단체대화방을 통해 사람도 모집하고 정보도 알려준다. 마약 구매자 위주로 투약 후 찍은 사진과 동영상을 공유하는 분위기를 만든다.

마약상의 요청으로 구매자들은 후기 글까지 남긴다. 이 글은 마약방을 광고하는 데 쓰인다. 

SNS 통해
청소년도

텔레그램뿐 아니라 카카오톡 링크 공유방(이하 링공방)에서도 마약상은 홍보를 서슴지 않는다. 링공방은 불법 음란물 대화방이나 불법 도박 사이트에 입장할 수 있는 URL 등을 공유하는 곳이다. 링공방에 참여한 마약상은 불법 음란물이나 재미를 위한 짧은 영상과 사진을 올리다가 중간 중간에 자신의 마약방 링크도 끼워 넣는다. 

사람들이 무심코 마약방 입장을 클릭하다 보면 마약 정보도 접하게 되는 구조다. 마약상은 마약방에 우연히 들어온 고객에게 자연스럽게 접근해 마약 거래를 유도한다. 

텔레그램에서 여러 마약상이 구매자 모집활동을 벌이면서 이들 간의 알력 다툼도 존재한다. 특정 마약상을 공격하기 위해 닉네임을 사칭해 거래하는 척한 뒤 ‘먹튀’하는 것이 흔하게 쓰이는 수법이다. 또 돈만 받고 물건을 넘기지 않으며 만약 거래되더라도 품질이 낮다는 취지의 글을 유포하기도 한다.

트위터도 마약의 성지로 불린다. 구입 희망자가 마약상을 처음 만날 수 있는 곳으로 마약 은어를 검색하면 마약상과 만날 가능성이 크다. 마약 소지자들이 SNS에 언급한 메신저 아이디를 텔레그램에 검색하면 대화방이 열리는데 기록이 남지 않은 대화방으로 진행된다.

대화방에서는 마약 은어로만 대화가 진행된다. 북한산 마약을 암시하는 ‘북한산’, 마약의 성분을 암시하는 ‘순도 98%’, 공급책을 의미하는 ‘공급선’ 등이다. 

마약 은어는 트위터뿐 아니라 랜덤채팅 앱에서도 쓰인다. 랜덤채팅 앱에 ‘아이스’ ‘얼음’ 등으로 마약 거래 의사 표시를 확인한 후 대화가 진행된다. 함께 투약할 사람을 찾거나 거래 수법을 공유하기도 한다. 

지난해 2월과 8월 대전에서 같은 랜덤채팅 앱을 통해 필로폰과 대마를 각각 200만원과 80만원에 구매한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채팅 앱에서 거래 장소를 정해 상가 실외기 뒤편에 돈을 놓고 그 돈을 챙긴 판매자가 같은 장소에 마약을 놓는 ‘던지기’ 방식의 거래가 성사됐다.

방, 옥상…
직접 재배

일반인들이 마약 거래에 그치지 않고 집안이나 옥상에서 마약을 제조하는 ‘홈(home) 재배’까지 하고 있다. 재배 방법도 거래와 마찬가지로 텔레그램 단체대화방에서 공유되고 있다. 대화방 운영자가 공지를 통해 방법을 설명한다. 발아 방법부터 수확, 보관·추출과 더불어 대마에 알맞은 온도와 습도, 빛의 양까지 올렸다. 

뿐만 아니라 대마 씨앗 구매 사이트 공유를 비롯해 국제우편을 통해 구하는 방법도 공유했다. 운영자는 다양한 재배 방법을 소개하며 이렇게 재배한 대마를 마약으로 만들었을 때 각각의 장단점에 대해 평가하기도 했다.

현행 마약류관리법상 정부의 승인을 받아야 대마의 재배가 가능한데 승인 없이 향정신성의약품을 목적으로 재배·제조 혹은 소유할 경우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해질 수 있다. 또 승인받지 않은 사람이 단순히 재배할 경우 1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마 재배 방법을 설명하는 텔레그램 대화방에 대한 제재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실제로 일반인들이 마약 재배를 하다 경찰에 잡힌 사례도 심심치 않게 일어나고 있다. 지난달 충북 괴산의 한 자택 뒷마당에서 마약성 식물인 양귀비를 재배한 60대 아들 A씨와 90대 친모 B씨가 경찰에 붙잡혔다. A씨가 술을 마시고 B씨에게 고성을 지른다는 이웃 주민의 신고로 출동한 경찰이 A씨를 진정시킨 후 재발방지를 약속하고 사건을 종결했다.

이튿날 B씨의 안위가 걱정된 경찰은 A씨를 설득하기 위해 그의 자택을 방문했던 경찰은 뒷마당에서 양귀비가 대량으로 심어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A씨는 “자연적으로 발생한 것”이라며 사실을 부인하다가 결국 몰래 양귀비를 재배했다고 인정했다. 경찰이 그의 자택에서 압수한 양귀비는 무려 108주에 이른다.

투약 후기·매매 방법 공유
북한산·순도 등 은어 사용

지난해 11월에도 20대 모델 커플이 인터넷으로 대마 재배법을 배운 뒤 집에서 대마를 직접 키우다가 경찰에 붙잡힌 경우도 있다. 이들 범행의 특징은 주거지를 마약 재배 장소로 활용한다는 점이다. 최근 들어선 이들처럼 투약을 위해 단순히 마약을 재배하는 목적이 아닌 돈을 벌려는 목적으로 재배하는 이들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 3월 경기 안산시에 있는 다세대주택의 약 18㎡(약 5평) 규모 원룸 내부에 온실을 두고 대마를 길러 SNS를 통해 판매한 3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남성의 원룸에서는 대마초 4.35㎏, 액상대마 1530㎖와 엑스터시 1426정 등 20억원 상당의 마약이 발견됐다.

해당 남성은 경찰 조사에서 “2~3개월 전부터 대마를 길러서 팔기 시작했고 다른 판매자로부터 대마 씨앗도 사고 대마 재배 방법도 배웠다”고 진술했다.

마약상이 아닌 일반인들이 자택에서 마약 재배를 하는 이유는 타인의 주거에 동의 없이 들어갈 경우 ‘주거침입죄’가 적용돼 재배 사실을 숨기는 데 용이하기 때문이다. 경찰 역시 수색영장 없이 함부로 주거지에 들어갈 수 없어 마약 재배 단속에 어려운 점이 있다.

일반인들이 인터넷 등을 통해 마약 재배 등의 범행에 유혹받고 있지만, 수사당국의 해당 불법 사이트 차단도 현실적으로 어렵다. 대화방이나 게시물 자체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는 경우가 많아 재배법 유포를 막거나 제한하는 게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청소년 대상 마약 예방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미국, 영국 등 해외에서는 어릴 때부터 국가가 주도해 마약 예방교육이 이뤄진다. 마약 중독은 재활이 어렵다는 인식이 있기 때문에 청소년들이 처음부터 마약에 손을 뻗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얼굴 안보고
비대면 거래

마약 중독 전문가인 박진실 변호사는 “마약 예방교육이 필수가 됐다고 하지만 여전히 교육현장에서는 오히려 마약 때문에 호기심만 더 자극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며 “마약을 금기시하지만 말고 국가가 나서서 아이들에게 위험성을 빨리 고지해주고 판단하게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9do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코로나19 여파’ 마약 밀수 늘었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항공편을 통한 이동이 제약을 받으면서 국제우편과 특송화물을 통한 마약 밀수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관세청은 올해 상반기 관세국경(세관)에서 마약류 662건, 214.2㎏을 적발했다고 지난 15일 밝혔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적발 건수는 59%, 적발 중량은 153% 증가한 수치다.

특히 국제우편과 특송화물 속에서 적발된 마약은 지난해 상반기 158건에서 올해 상반기 605건으로 급증했다.

전년과 비교해 4배가 넘는 수준이다. 그 가운데 ‘소량(10g 이하) 마약류’ 적발이 259건으로, 전년 동기(67건)와 비교해 3배가 넘었다.

관세청은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함에 따라 국제우편과 특송화물을 통한 ‘비대면 마약 거래’ 적발이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관세청은 국제우편 등을 통한 소량 마약류 적발이 급증한 것과 관련해 “젊은 층을 중심으로 다크웹·SNS를 통해 해외에서 마약류를 ‘직구’(직접구매)하는 사례가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올해 상반기 메트암페타민(필로폰)은 세관에서 43.5㎏이 적발돼 전년 동기(24.5㎏) 대비 7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관세청 관계자는 “145만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분량”이라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합성 마약인 엠디엠에이(MDMA) 적발 건수는 51건, 엘에스디(LSD) 적발 건수는 42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68%, 200% 증가했다. 성범죄에 주로 악용되는 케타민 적발 건수도 22건으로 전년 동기(6건)와 비교해 267% 증가했다.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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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에선 인물난 속에서도 조직표를 놓지 못하는 흔적들이 감지된다. 서울시장 경선 참여자들은 장동혁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고 있다. 조직표에 기반한 정당이 집권하지 못했던 과거 사례들은 국민의힘을 더 깊은 늪으로 몰고 있다. 리얼미터·한국갤럽이 지난달 각각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높지만,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리얼미터가 발표한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62.2%로 확인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3일부터 27일까지 5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2513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가면 갈수록 지지율 격차 민주당 지지율은 51.1%로 집계됐고, 국민의힘 지지율은 30.6%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6일부터 27일까지 이틀 동안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두 조사 모두 무선 자동응답 방식을 활용해 무작위 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한국갤럽도 비슷한 기간 동안 유사한 조사를 진행했다. 한국갤럽이 발표한 이 대통령 지지율은 65%였다.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 46%로 집계됐고, 국민의힘은 19%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4일부터 26일까지 3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두 조사 모두 무작위로 추출된 무선전화 가상번호에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조사 결과들을 놓고 “민주당과 국민의힘 간 지지율 격차가 상당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지방선거에서 언제나 중요한 승부처로 거론되는 서울시장·경기도지사 선거와 관련해 국민의힘이 인물난을 겪고 있는 현 상황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에선 양향자 최고위원·새누리당 함진규 전 의원 등 2명이 경기도지사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민주당에서 김동연 경기도지사·추미애 의원·한준호 의원이 치열한 경쟁을 하는 것과 대비된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에선 유승민 전 의원에게 지속해서 출마를 권유했다. 국민의힘으로선 “중도 성향 유권자에게도 설득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 유 전 의원이 경기도지사 후보로 적임이란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유 전 의원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난달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한 이후에도 당의 강경 노선에 큰 변화가 없다”는 인식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달 27일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만났던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출마 권유에도 “불출마한다는 생각엔 변화가 없다”면서 끝내 거절했다. 그러자 양 최고위원은 같은날 KBS 라디오 <세상의 모든 정보 윤인구입니다>에 출연해 “정당·국가 운영과 공천은 원칙·절차적 정당성 확보가 중요하다”며 “어떤 분이 제게 ‘절대로 떠밀려서 나오는 선거는 하면 안 된다’고 말했는데, 확실한 소명 의식을 가진 사람이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공천이 마무리되는 대로 당이 필요로 하는 가장 어려운 곳에서 제 역할을 다할 준비를 하겠다”며 “아무도 가지 않으려는 곳에서 또 다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썼다. 이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 암시로 해석됐고, “유 전 의원에게도 출마를 간접 압박하는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겹치는 악재에 강경 보수 조직표 의존? 장동혁 지원 유세? 각지 후보들 ‘난색’ 하지만 유 전 의원은 불출마 의사를 바꾸지 않았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31일 “유 전 의원의 뜻을 존중하기로 했다”며 “현재 신청하신 훌륭한 두 분을 포함해 여러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방선거 공천이 사실상 완료됐다”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를 선언한 후 사퇴했다. 부산에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과 부산시장 후보 경선을 치러야 하는 박형준 부산시장이 손영광 울산대 교수를 공동선대본부장으로 임명했다. 손 교수는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한 손현보 목사의 아들이다. 이는 박 시장이 직접 지난달 24일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 출연해 “손 교수는 역량이 뛰어난 사람이고, 누구의 아들이라고 매도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해명해야 할 정도로 큰 논란이 됐다. 박 시장은 국민의힘 내에서 합리적 보수 이미지가 강한 인물로 평가된다. 손 교수 영입에 대해선 “경선을 앞두고, 부산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대형 교회 조직표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서 공천 배제된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해서도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진행된 2026 KBO리그 개막전을 방문해 ‘대구시장 예비후보 이진숙’이란 어깨띠를 두르고 시민들에게 인사했다. 이에 대해선 “이 전 위원장이 대구시장 선거에 무소속 출마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반대로 “국민의힘이 이 전 위원장의 공천 자체를 배제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지난달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전 위원장은 정권의 무도함에 맞선 최전선 투사”라며 “대구시장 후보에 현역 의원이 공천되면, 그 지역구 재보궐선거에 이 전 위원장을 공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을 경기도지사 후보로 공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국민의힘 조광한 최고위원은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 “이 전 위원장이 경기도지사 후보로도 추천되고 있다”며 “이 전 의원장의 결심 여하에 따라 선택지가 굉장히 다양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은 경기도지사 공천 가능성은 강하게 부정하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5일 <조선일보>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경기도지사 출마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제 인지도 하나만 달랑 갖고 경기도지사를 하겠다는 건 경기도민에 대한 우롱”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경기일보>는 지난달 27일 ‘국힘, 경기지사가 경선 탈락자 처리장이냐’는 제목의 사설을 공개했다. 이 사설엔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후보 경선에 나선 주자는 중량감·연고성 등이 모두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 2명”이라며 “급기야 대구시장 탈락자 차출설도 나오는데, 이쯤 되면 경기도민 모욕 아니냐”고 비판했다. 낮은 당 지지율과 공천 과정의 잡음이 이어지면서 급기야 지방선거 출마자들이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도 난감해하는 상황도 이어졌다. 유권자에게 “공개적 절윤 선언과 달리 인적 절연이 제대로 안 되고 있다”는 인상을 준 영향이라고 분석되고 있다. 7년 만에 대표 거부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달 2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저도 장 대표를 선거 유세에 모시고 싶다”면서도 “변신한 모습으로 와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선언한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도 지난달 26일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해 “장 대표의 지원 유세는 조금 예민한 문제”라며 “시민 눈높이에서 해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선거는 후보가 시민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잘 전하는 시민을 위한 시간”이라며 “장 대표는 노선형 정치인이 됐으므로, 정책 선거 현장이 정치 선거로 비화하면 유불리를 떠나 서울시민께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다 논란이 이어지자 지난 1일엔 의견을 바꿔 채널A 라디오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저는 국민의힘이 확장해야 한다는 것에 공감대가 확실히 있다고 생각한다”며 “정공법을 선택하겠다”고 말했다. 주요 선거 후보들이 당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는 것은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주요 후보들이 자유한국당 대표였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지원 유세를 거부한 상황을 연상시킨다. 낮은 지지율과 혼란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이미 예고됐던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2024년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 대규모 집회 개최 및 참여 등 강경 보수 행보를 유지했다. 당시 진행됐던 대규모 집회는 손 목사·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유튜버 전한길씨 등이 주도했다. 울림이 큰 방에서 나는 소리는 메아리가 돼 돌아온다. 이는 특정 성향·신념이 일치하는 사람들이 모여 비슷한 정보·주장을 계속 접하면서 그 의견이 굳어지는 현상을 비유하는 데 활용된다. 이를 두고 에코 체임버 현상이라고 한다. 보통은 SNS에서 일어나지만, 최근엔 정치권에서도 구조화되고 있다. 정치인의 관점에서 대규모 집회에서 동원한 인파·우호적인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는 열렬한 지지는 쉽게 눈에 띈다. 선거에선 이게 독이 되는 경우가 많다. 후보의 캠프에선 이를 유권자의 보편적 정서로 착각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최근엔 당원투표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당원의 뜻이 공천에 반영되면, 정당의 민주적 구조가 탄탄해진다. 하지만 조직표 동원 경선이 될 위험이 커진단 치명적인 단점도 있다. 당내 강경파·특정 조직의 관성은 중도층·무당층까지 포함하는 전체 민심과 방향이 다른 경우가 많다. 집권은 불가능 후보도 선거를 치르면서 조직표를 움직이는 지역 토착 세력·강경 지지층을 만나는 과정에서 현장 분위기를 착각한다. 설령 당선되더라도 이들의 포로가 되는 경우가 많다. 이와 같은 확증 편향 현상은 “누구나 현실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사람은 자신이 보고 싶은 현실만을 본다”던 고대 로마 정치인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격언이 현재진행형임을 알 수 있게 한다. 조직표는 장단점이 명확하게 나뉜다. 일정한 득표를 보장하는 것은 분명한 장점이다. 하지만 득표 이상의 목표 달성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전형적인 사례는 일본 공명당이다. 공명당은 창가학회란 종교를 배경으로 두고 있다. 덕분에 공명당은 엄청난 조직력을 동원할 수 있다. 창가학회 회원 1명은 강력한 선거운동원이 된다. 그 1명은 주변 지인 모두에게 공명당 선거운동을 한다고 보면 된다. 정치와 종교의 결합이 흔히 발생하는 중요한 원인이다. 일본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공명당과 연정을 하면서 창가학회·공명당의 조직력을 토대로 많은 정치적 이익을 얻었다. 공명당 후보가 출마하지 않는 지역구에선 그 조직력이 고스란히 자민당 후보의 선거 조직이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명당은 종교 기반 정당이기 때문에 그 틀을 벗어나긴 어려웠다. 그래서 공명당이 정치적으로 확장할 수 있는 최대치는 집권당의 연정 파트너였다. 공명당과 손을 잡았다고 무조건 선거에서 좋은 결과를 얻는다고 보긴 어렵다. 이는 지난 2월 진행된 제51회 일본 중의원 의원 총선거(이하 중원선)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제1야당 입헌민주당(이하 입민당)은 자민당과 결별한 공명당과 손잡고 ‘중도개혁연합’이란 선거 연대를 구성했다. 하지만 선거 결과는 참혹했다. 입민당·공명당은 원래 총 169석을 보유했지만, 선거 결과 49석만 확보하는 대참패를 당했다. 이 중 입민당이 확보한 의석수는 21석에 불과했다. 중도개혁연합이 해체되면 각각 28석을 확보한 공명당·국민민주당이 제1야당 반열에 오를 수 있을 정도의 대참패였다. 조직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민심이란 걸 보여준 선거였다. 경기도지사 후보 인물난…유승민은 거듭 고사 손현보 아들 등장·컷오프 이진숙 못 놓는 이유? 절대로 몰락하지 않는 안정적인 하한선을 보유했지만, 상한선·기대치도 낮은 사례로 일본 공명당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성향이 강한 특정 집단을 기반으로 유지되는 정당은 그에 대한 다른 유권자의 거부감 때문에 집권이 불가능하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독일 좌파당 ▲영국 민주연합당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 등을 거론할 수 있다. 독일 좌파당은 독일 통일 이후 구동독 지역 사회주의 통합당 후신이 모여 조직됐다. 따라서 구동독 지역의 고령 유권자·옛 공산당 관료·강성 노동계급 등이 핵심 지지층을 이루고 있다. 이런 연유로 구동독 지역에선 큰 영향력을 행사하지만, 전체 민심과 조화를 이루긴 어렵고,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주로 거론된다. 영국 민주연합당은 북아일랜드 강성 개신교·연합주의자 조직에 기반한다. 이들의 강경한 종교 성향은 잉글랜드·스코틀랜드 등의 정서와 많이 멀다. 따라서 이들도 북아일랜드 지역 정당 겸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거론된다. 지난 2017년엔 영국 보수당이 과반 확보에 실패하자 민주당과 신임 공급 협약을 맺고 정부를 구성할 수 있었다.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은 이스라엘 내 극단적인 유대교 원칙주의자들로서 사회적 민폐라고 거론되는 하레디를 기반으로 구성된 정당이다. 이들은 사회적인 활동보다 경전 공부에 몰두한다. 극단적인 일부 하레디는 19세기 생활 양식을 고집하고, 일체 생산 활동을 하지 않면서 정부 보조금에 의존한다. 이들은 출산율이 높아 이스라엘 재정에 부담을 주지만, 이스라엘 내 유대인 인구 비율 유지를 고려하면, 정부가 이들을 지원하지 않을 수 없는 측면도 있다. 이들은 랍비의 지시에 따라 절대적인 투표 성향을 유지한다. 이스라엘의 보수 정당 리쿠드당은 이들과의 연정을 통해 조직표를 동원한다. 일본 자민당은 원래 다양한 성향의 여러 파벌이 모여 구성된 특성을 역설적으로 정권 유지 비결로 활용했다. 총리를 배출하는 회파만 바뀌어도 국정 기조가 바뀌어 유권자에게 정권교체 체감을 주는 유사 정권교체 효과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2월 중의원 의원 선거 대승은 자민당으로서도 기존과 다른 형태였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기민한 유튜브·SNS 활용 ▲실용적 포퓰리즘으로 통하는 사나에노믹스 등 다카이치 총리의 개인 팬덤이 강력하게 형성된 것이 승리로 연결됐다. 공명당 등 해외 사례 표면적으로는 국민의힘은 이미 지난 2월에 입증된 자민당의 승리 비결을 외면하고, 공명당의 길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주요 후보들이 당 대표 지원 유세에 신중한 반응을 보이는 것 자체가 국민의힘이 ‘더 깊은 늪’에 들어가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는 일면일 수도 있다. 국민의힘은 늪에서 나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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