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눈 가린 '은밀한 마약 거래' 실상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1.08.03 10:02:30
  • 호수 133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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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쉽게 만들어 편하게 사고 판다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마약범죄가 점점 교묘해지면서 대범해지고 있다. 실제로 SNS를 통해 마약 재배부터 거래 방법까지 공유되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1020세대도 SNS를 통해 쉽고 간편하게 마약을 접할 수 있는 만큼 우려 목소리도 나온다. 

언어는 사람의 의식을 지배한다. 마약이 불법 약물이라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그런데도 상품 이름마약옥수수, 마약떡볶이, 마약의자 등 해당 단어를 사용한다. 상품에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는 논란에 대해 자영업자들은 ‘마약만큼 중독성이 강하다’는 의미가 담겼다고 해명한다. 그렇다 하더라도 마약이란 단어에 친숙해졌다는 점을 부정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청정국 맞아?
환상 사로잡혀 

마약에 대한 접근이 쉬워지면서 일반인들도 거부감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마약과 아무런 관련이 없던 사람들도 호기심으로 마약을 검색하기 시작했다. 약간의 수고(?)만으로도 손쉽게 마약을 구할 수 있는 환경 때문에 호기심에 마약을 시작하는 경우가 증가하는 추세다.

회사원, 가정주부, 심지어 청소년들도 마약 거래를 하다 적발되는 등 마약범죄가 일상 속으로 스며들고 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이하 국수본)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6월까지 상반기 마약류 사범 특별단속을 통해 5108명을 검거하고, 이 중 997명을 구속했다. 검거된 마약 사범 3명 중 1명은 20대(33.3%)였다. 이어 30대(22.1%), 40대(17%) 순이었다.


10대는 전년 대비 1.4%p 증가해 3.5%를 차지했다. 10대와 20대 비중은 36.8%로, 전년 동기 21.7% 보다 15.1%p 늘어나 마약이 젊은 층에 파고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수본 관계자는 “마약 거래 대금을 현금으로 송금하면 100% 잡을 수 있지만 가상화폐 등으로 할 경우 추적 프로그램을 동원해 검거해야 한다”며 “시간이 더 걸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생활 영역 전반이 사이버 공간으로 이동하면서, 마약류에 대한 접근 방식도 인터넷(다크웹)과 SNS 등으로 변화하고 있다”며 “이에 친숙한 젊은 층에서 마약 사범이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1020세대 사이에 빠르게 퍼지고 있는 마약 범죄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1020세대는 연예인 마약 보도 등에 노출될 경우 쉽게 호기심을 가진다. 그렇다 보니 SNS로 접근해 마약에 대한 정보를 쉽게 구하고 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어린 나이에 마약을 접할 경우 건강상 유해성이 더 크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익명성 갖춘 가상자산으로… 
자금 추적 피하기 쉬워 활용

국립과학수사원 연구에 따르면 어린 나이에 대마초를 접할수록 중독 가능성이 커진다. 대마초에 중독되면 뇌에서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와 신경세포가 손상되며 뇌 혈류량이 줄고 중추신경계가 자극을 받는다. 이로 인해 인지기능이 떨어지고 무기력증과 환각, 망상 등이 생기기도 한다.

최근 마약 거래는 경찰의 단속망을 피하기 위해 100% 비대면으로 이뤄진다. 가장 흔한 방법은 다크웹을 이용하는 것이다. 마약 거래장터로 알려진 다크웹은 일반적인 웹보다 번거로운 절차를 거쳐야 한다. 딥X, 베리OO 등이 마약 암시장 사이트로 알려져 있다. 익명 접속이 가능한 다크웹상에서 마약 거래가 성사되는데 마약뿐 아니라 무기, 음란물 등도 거래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크웹에서 판매자와 구매자는 문자 암호화 프로그램(GPG KEY)을 설치한 뒤 게시판 댓글로 거래에 대해 협의한다. 암호화한 문구를 수사당국이 해독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점을 노린 것이다.

마약 거래에 대한 협의가 끝나면 구매자는 주로 현금을 디지털 가상화폐인 비트코인으로 환전해 송금한다. 가상자산이기 때문에 수사당국의 자금 추적을 피하기 용이하다. 당국은 가상화폐가 갖는 익명성 때문에 추적에 어려움을 겪는다. 비트코인 거래 시 개인정보가 필요하지 않으며 분석이 불가능한 암호화돼 거래된다.

마약상은 메신저 텔레그램 단체대화방을 통해 마약을 홍보한다. 텔레그램 단체대화방은 마약상과 구매자 간의 커뮤니티 성격을 띤다. 마약상은 단체대화방을 통해 사람도 모집하고 정보도 알려준다. 마약 구매자 위주로 투약 후 찍은 사진과 동영상을 공유하는 분위기를 만든다.

마약상의 요청으로 구매자들은 후기 글까지 남긴다. 이 글은 마약방을 광고하는 데 쓰인다. 

SNS 통해
청소년도

텔레그램뿐 아니라 카카오톡 링크 공유방(이하 링공방)에서도 마약상은 홍보를 서슴지 않는다. 링공방은 불법 음란물 대화방이나 불법 도박 사이트에 입장할 수 있는 URL 등을 공유하는 곳이다. 링공방에 참여한 마약상은 불법 음란물이나 재미를 위한 짧은 영상과 사진을 올리다가 중간 중간에 자신의 마약방 링크도 끼워 넣는다. 

사람들이 무심코 마약방 입장을 클릭하다 보면 마약 정보도 접하게 되는 구조다. 마약상은 마약방에 우연히 들어온 고객에게 자연스럽게 접근해 마약 거래를 유도한다. 

텔레그램에서 여러 마약상이 구매자 모집활동을 벌이면서 이들 간의 알력 다툼도 존재한다. 특정 마약상을 공격하기 위해 닉네임을 사칭해 거래하는 척한 뒤 ‘먹튀’하는 것이 흔하게 쓰이는 수법이다. 또 돈만 받고 물건을 넘기지 않으며 만약 거래되더라도 품질이 낮다는 취지의 글을 유포하기도 한다.

트위터도 마약의 성지로 불린다. 구입 희망자가 마약상을 처음 만날 수 있는 곳으로 마약 은어를 검색하면 마약상과 만날 가능성이 크다. 마약 소지자들이 SNS에 언급한 메신저 아이디를 텔레그램에 검색하면 대화방이 열리는데 기록이 남지 않은 대화방으로 진행된다.

대화방에서는 마약 은어로만 대화가 진행된다. 북한산 마약을 암시하는 ‘북한산’, 마약의 성분을 암시하는 ‘순도 98%’, 공급책을 의미하는 ‘공급선’ 등이다. 

마약 은어는 트위터뿐 아니라 랜덤채팅 앱에서도 쓰인다. 랜덤채팅 앱에 ‘아이스’ ‘얼음’ 등으로 마약 거래 의사 표시를 확인한 후 대화가 진행된다. 함께 투약할 사람을 찾거나 거래 수법을 공유하기도 한다. 

지난해 2월과 8월 대전에서 같은 랜덤채팅 앱을 통해 필로폰과 대마를 각각 200만원과 80만원에 구매한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채팅 앱에서 거래 장소를 정해 상가 실외기 뒤편에 돈을 놓고 그 돈을 챙긴 판매자가 같은 장소에 마약을 놓는 ‘던지기’ 방식의 거래가 성사됐다.


방, 옥상…
직접 재배

일반인들이 마약 거래에 그치지 않고 집안이나 옥상에서 마약을 제조하는 ‘홈(home) 재배’까지 하고 있다. 재배 방법도 거래와 마찬가지로 텔레그램 단체대화방에서 공유되고 있다. 대화방 운영자가 공지를 통해 방법을 설명한다. 발아 방법부터 수확, 보관·추출과 더불어 대마에 알맞은 온도와 습도, 빛의 양까지 올렸다. 

뿐만 아니라 대마 씨앗 구매 사이트 공유를 비롯해 국제우편을 통해 구하는 방법도 공유했다. 운영자는 다양한 재배 방법을 소개하며 이렇게 재배한 대마를 마약으로 만들었을 때 각각의 장단점에 대해 평가하기도 했다.

현행 마약류관리법상 정부의 승인을 받아야 대마의 재배가 가능한데 승인 없이 향정신성의약품을 목적으로 재배·제조 혹은 소유할 경우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해질 수 있다. 또 승인받지 않은 사람이 단순히 재배할 경우 1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마 재배 방법을 설명하는 텔레그램 대화방에 대한 제재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실제로 일반인들이 마약 재배를 하다 경찰에 잡힌 사례도 심심치 않게 일어나고 있다. 지난달 충북 괴산의 한 자택 뒷마당에서 마약성 식물인 양귀비를 재배한 60대 아들 A씨와 90대 친모 B씨가 경찰에 붙잡혔다. A씨가 술을 마시고 B씨에게 고성을 지른다는 이웃 주민의 신고로 출동한 경찰이 A씨를 진정시킨 후 재발방지를 약속하고 사건을 종결했다.


이튿날 B씨의 안위가 걱정된 경찰은 A씨를 설득하기 위해 그의 자택을 방문했던 경찰은 뒷마당에서 양귀비가 대량으로 심어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A씨는 “자연적으로 발생한 것”이라며 사실을 부인하다가 결국 몰래 양귀비를 재배했다고 인정했다. 경찰이 그의 자택에서 압수한 양귀비는 무려 108주에 이른다.

투약 후기·매매 방법 공유
북한산·순도 등 은어 사용

지난해 11월에도 20대 모델 커플이 인터넷으로 대마 재배법을 배운 뒤 집에서 대마를 직접 키우다가 경찰에 붙잡힌 경우도 있다. 이들 범행의 특징은 주거지를 마약 재배 장소로 활용한다는 점이다. 최근 들어선 이들처럼 투약을 위해 단순히 마약을 재배하는 목적이 아닌 돈을 벌려는 목적으로 재배하는 이들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 3월 경기 안산시에 있는 다세대주택의 약 18㎡(약 5평) 규모 원룸 내부에 온실을 두고 대마를 길러 SNS를 통해 판매한 3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남성의 원룸에서는 대마초 4.35㎏, 액상대마 1530㎖와 엑스터시 1426정 등 20억원 상당의 마약이 발견됐다.

해당 남성은 경찰 조사에서 “2~3개월 전부터 대마를 길러서 팔기 시작했고 다른 판매자로부터 대마 씨앗도 사고 대마 재배 방법도 배웠다”고 진술했다.

마약상이 아닌 일반인들이 자택에서 마약 재배를 하는 이유는 타인의 주거에 동의 없이 들어갈 경우 ‘주거침입죄’가 적용돼 재배 사실을 숨기는 데 용이하기 때문이다. 경찰 역시 수색영장 없이 함부로 주거지에 들어갈 수 없어 마약 재배 단속에 어려운 점이 있다.

일반인들이 인터넷 등을 통해 마약 재배 등의 범행에 유혹받고 있지만, 수사당국의 해당 불법 사이트 차단도 현실적으로 어렵다. 대화방이나 게시물 자체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는 경우가 많아 재배법 유포를 막거나 제한하는 게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청소년 대상 마약 예방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미국, 영국 등 해외에서는 어릴 때부터 국가가 주도해 마약 예방교육이 이뤄진다. 마약 중독은 재활이 어렵다는 인식이 있기 때문에 청소년들이 처음부터 마약에 손을 뻗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얼굴 안보고
비대면 거래

마약 중독 전문가인 박진실 변호사는 “마약 예방교육이 필수가 됐다고 하지만 여전히 교육현장에서는 오히려 마약 때문에 호기심만 더 자극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며 “마약을 금기시하지만 말고 국가가 나서서 아이들에게 위험성을 빨리 고지해주고 판단하게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9do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코로나19 여파’ 마약 밀수 늘었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항공편을 통한 이동이 제약을 받으면서 국제우편과 특송화물을 통한 마약 밀수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관세청은 올해 상반기 관세국경(세관)에서 마약류 662건, 214.2㎏을 적발했다고 지난 15일 밝혔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적발 건수는 59%, 적발 중량은 153% 증가한 수치다.

특히 국제우편과 특송화물 속에서 적발된 마약은 지난해 상반기 158건에서 올해 상반기 605건으로 급증했다.

전년과 비교해 4배가 넘는 수준이다. 그 가운데 ‘소량(10g 이하) 마약류’ 적발이 259건으로, 전년 동기(67건)와 비교해 3배가 넘었다.

관세청은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함에 따라 국제우편과 특송화물을 통한 ‘비대면 마약 거래’ 적발이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관세청은 국제우편 등을 통한 소량 마약류 적발이 급증한 것과 관련해 “젊은 층을 중심으로 다크웹·SNS를 통해 해외에서 마약류를 ‘직구’(직접구매)하는 사례가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올해 상반기 메트암페타민(필로폰)은 세관에서 43.5㎏이 적발돼 전년 동기(24.5㎏) 대비 7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관세청 관계자는 “145만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분량”이라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합성 마약인 엠디엠에이(MDMA) 적발 건수는 51건, 엘에스디(LSD) 적발 건수는 42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68%, 200% 증가했다. 성범죄에 주로 악용되는 케타민 적발 건수도 22건으로 전년 동기(6건)와 비교해 267% 증가했다.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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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