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태 기획> 초등생 스마트폰 중독 실태

빠지면 못나오는 손안의 늪

[일요시사 취재1팀] 차철우 기자 = 아이들이 스마트폰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수업을 들을 때도 시선은 스마트폰에 고정돼있다. 초등학생 대다수가 이미 스마트폰의 노예로 전락한지 오래다.  

A씨는 초등학생 아들의 원격수업을 위해 스마트폰을 구매했다. 스마트폰을 손에 넣은 아들은 스마트폰을 내려놓으려 하지 않았다. 원격수업을 잘 듣고 있는지 확인을 위해 방문을 살짝 열어보면 스마트폰으로 ‘딴짓’을 하고 있었다. 

“24시간도 
모자라요”

아들은 수업이 끝난 뒤에도 스마트폰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A씨는 “수업 때만이라도 집중하자”고 말했다. 그러자 아들은 A씨를 쳐다보지도 않으며 “엄마도 종일 스마트폰 하잖아요”라며 반문했다. 

학부모들은 스마트폰에 노출돼있는 자녀에 대한 걱정이 가득하다. “원격수업에 접속한 뒤 수업에 집중하지 않고 바로 유튜브를 본다” 등과 같은 하소연이 쏟아진다. 

코로나19 이전에는 시간을 정해두고 사용했지만, 비대면 수업이 진행된 후부터는 수업을 핑계로 스마트폰을 이용한 딴짓이 늘었다는 것이다.  


학부모들은 아이의 스마트폰 과의존 때문에 진도가 뒤쳐질까 걱정이다. 또 다른 학부모는 “방에서 공부하고 숙제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선생님한테 피드백을 받아보면 문제를 다 틀렸더라”며 “방에 CCTV라도 달아야 하는 거 아닌가 고민했다”고 말했다. 

교사들도 학생들의 스마트폰 사용이 우려스럽기는 매한가지다. 학생들이 원격수업에 참여해도 수업에 집중하고 있는지까지는 파악할 수 없어서다. 한 현직 교사는 “코로나19로 원격수업을 계속할 텐데 학생들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게 쉽지 않다”고 밝혔다.

온종일 손에 폰 끼고 사는 아이들  
음란물 쉽게 접근…범죄 노출 우려도

이처럼 초등학생의 스마트폰 과의존 현상이 발생한 이유는 코로나19로 인해 전자기기를 활용한 원격수업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또 초등학생들이 학업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한 회피수단의 도구로 스마트폰을 선택하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과거에 비해 아이들의 외부활동이 현저히 줄었고, 스마트폰을 대체할 만한 놀잇감이 없는 점도 스마트폰 과의존 현상이 발생한 이유로 꼽힌다.

한 전문가는 “스마트폰으로 접근 가능한 콘텐츠가 다양한 데다 조작도 쉽다”며 “클릭 한 번이라는 손쉬운 방법으로 원하는 콘텐츠를 고를 수 있기 때문에 아이들이 선호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전국 초등학교 4~6학년 2723명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전체 학생의 87.7%가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생들 10명 중 6명(59.7%)은 스마트폰을 하루 평균 2시간 이상 이용한다고 응답했으며 ‘유튜브’(34.7%)와 게임(30.2%)을 스마트폰의 1순위 기능으로 꼽았다.


응답자 3명 중 1명(34.5%)은 “스마트폰은 나에게 없어서는 안 되는 소중한 물건”이라고 답했다. 초등학생 10명 중 1명(11.8%)은 “유튜브를 보는 것이 가족과 여행하는 것보다 더 좋다”고 응답했다.

여성가족부는 지난 5월 전국 학령 전환기(초 4학년, 중 1학년, 고 1학년) 청소년 129만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1년 청소년 인터넷·스마트폰 이용습관 진단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 전체 스마트폰 과의존 청소년이 증가한 가운데 전년 대비 초등학생의 증가가 두드러졌고, 남자는 연령이 낮을수록 여자는 연령이 높을수록 과의존 위험군이 더 많았다. 

통계에 따르면 초등학교 4학년, 중학교 1학년 청소년의 과의존 위험군이 증가했다. 학교별로는 중학생(8만5731명), 고등학생(7만5880명), 초등학생(6만7280명) 순으로 과의존 위험군이 나타났다.

초등학생의 경우 남녀 청소년 모두 인터넷·스마트폰 과의존율이 지난해에 비해 수치가 증가했다. 이들의 스마트폰 사용 유형은 동영상(영화, TV) 시청, 게임, 메신저 등의 순이었다. 

하루 평균 
2시간 이상

이처럼 초등학생의 스마트폰 과의존 현상은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올랐다. 초등학생이 겪고 있는 스마트폰 과의존 유형은 다음의 3가지로 나뉜다. 

사용 시간 조절능력 부족으로 인한 자제력 문제, 스마트폰 사용이 주요활동이 돼버리는 현상, 신체적·사회적으로 부정적인 결과를 경험하면서도 계속 이용하는 유형이다.  

스마트폰 과의존에 빠지게 되면 시간 구분이 모호해져 사용 시간을 조절하는 능력이 저하된다. 연령이 어릴수록 이 같은 조절 능력은 떨어진다. 초등학생은 충분한 인지적‧정서적 발달단계를 거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인터넷 게임 등의 유혹이 지속적으로 반복되는 탓에 쉽게 스마트폰에 빠져든다. 자신도 모르게 스마트폰에 접속해 위안을 얻는다. 

보상심리를 추구하는 것도 자제력 저하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초등학생의 스마트폰 과의존적 성격은 자기조절에 어려움을 보여 충동적인 행동을 할 가능성이 높다. 

스마트폰은 현실에서 느끼지 못한 욕구 해소를 경험하게 한다. 우울증이나 자존감 저하로도 이어진다. 자기 자신이 보잘것없는 존재라는 느낌이 들면 익명성이 보장되는 인터넷에 집중하는 결과를 낳는다. 장시간 스마트폰의 활용은 인간관계 결핍을 불러오는 결과를 초래한 셈이다.

또 초등학생은 스마트폰으로 인해 다음과 같은 여러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


▲음란물 노출 = 스마트폰 과의존 문제로 초등학생이 음란물 등 유해 콘텐츠에 무방비로 노출되기 쉽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초등학생 대부분이 스마트폰을 사용하면서 과거에 비해 음란물에 접근하기 용이해진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초등학생의 경우 성에 대한 인식이 완전하지 않아 음란물을 실제 현실과 혼돈할 우려도 있다. 이는 성에 대한 왜곡된 인식으로 발전할 수 있다.

음란물에 접촉하게 되면 대부분 계속 보게 되고, 점점 빠져들게 된다. 빠져 나오고 싶지만 혼자 힘으로는 역부족이다. 일부 초등학생은 음란물에서 본대로 실행하고 싶어 한다.

정부도 초등학생들의 음란물 접촉을 막기 위한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일각에서는 초등학생이 음란물에 대한 과의존 상태가 발생하면 정상적인 성장이 힘들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간이 지나 사춘기를 겪게 되면 범죄의 유혹에 빠져들 수도 있다. 음란물 과의존이 채팅 애플리케이션 사용으로까지 이어지면서 성매매 노출에도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자기 몸을 찍어서 채팅방에 보내기도 한다. 해당 채팅방에는 조건만남을 매개하는 업체가 상당히 들어와 있는 경우가 많다.  이를 계기로 성매매, 조건만남까지 이어지는 문제도 발생한다. 


어른도 민망
음란물 넘쳐

▲자극적 콘텐츠 = 초등학생 사이에서 인기 높은 개인방송의 시청과 과금 문제도 심각하다. 대부분 초등학생이 스마트폰으로 개인방송을 시청한다. 

초등학생이 자극적인 영상 등에 노출되면 폭력적‧선정적인 콘텐츠를 그대로 따라해 유튜브에 올리기도 한다. 해당 방송의 문제점이 뭔지도 모른 채 또래 아이들 사이에서 ‘유행어’처럼 문제의 발언들을 사용하기도 한다는 점도 문제다.

그뿐만 아니다. 지난해에는 한 학생이 스마트폰 라이브 앱에 접속해 1억3000만원을 결제하는 일도 벌어졌다. 스마트폰은 어머니 통장과 연동돼있었다. 해당 금액은 전세보증금으로 넣어둔 돈이었다.

청소년들이 스마트폰으로 이용하는 인터넷 개인방송 및 동영상 사이트의 경우, 방송 플랫폼 사업자가 규제 정책을 만들어 관리한다. 그러나 이 같은 규제 정책이 초등학생을 차단하기엔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이버폭력 = 스마트폰 과의존은 사이버폭력 문제도 발생시킬 여지가 있다. 사이버폭력은 SNS 등을 활용해 피해자를 집단적으로 따돌리거나 괴롭히는 행위를 말한다.

학교에서 발생하는 학폭의 경우 하교를 하면 물리적인 가해 행위에서는 벗어날 수 있지만 사이버폭력은 시공간의 경계가 없다. 어디서든 폭력에 노출될 수 있다는 얘기다.

종류도 다양하다. 채팅방에서 한 명을 집단으로 욕설하는 ‘떼카’, 채팅방에서 나간 학생을 끊임없이 초대해 욕하는 ‘채팅 감옥’, 피해 학생만 두고 모두 나가는 방식인 ‘방폭’ , 데이터를 빼앗는 ‘데이터 셔틀’ 등이 있다.

대부분의 초등학생이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는 만큼 사이버폭력은 지속적으로 이어지는데 익명성과 비대면성에 의존해 발생하는 점이 특징이다. 

초등학생이 사이버폭력에 지속적으로 노출될 경우 ‘잘못된 행동’임을 인식하는 능력이 떨어진다. 주목해야 할 점은 초등학생의 사이버폭력이 스마트폰을 통해 이뤄진다는 점이다. 가상현실의 폭력이 현실 상황과 그대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부모님보다 더 믿고
선생님보다 더 따라

스마트폰을 활용한 초등학생의 사이버폭력은 현재도 만연하게 발생하고 있으며 고학년일수록 사이버폭력의 경험 비율이 높아진다. 

문제는 스마트폰을 활용한 사이버폭력으로 자살충동을 느끼는 학생까지 나타난다는 점이다. 비도덕적인 행동 경험이 초등학생들에게 도움을 미친다는 점에서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다. 

게다가 초등학생 스스로도 고학년이 될수록 사이버폭력을 용인하는 분위기가 조성된다. 가해 학생이 피해 학생이 될 수 있고, 피해 학생도 가해 학생이 될 수 있다. 

한 전문가는 “스마트폰을 활용한 사이버폭력은 피해자의 고통을 가늠하기 어렵다”며 “가해 학생을 따라 쉽게 가담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스마트폰이 보여주는 자극적인 콘텐츠들은 아이들을 수동적으로 만든다. 가만히 거기에 반응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하나만 있으면 못 하는 게 없는 세상은 어른들이 만들었다. 손에 쥐어 준 것도 어른이다. 온종일 스마트폰을 들고 다니며 빠져 산다면 아이들은 결국에 어떻게 놀아야 하는지도 잊는다. 학교 교육은 치유적인 활동을 더 많이 고민할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스마트폰을 압수하는 것으로는 스마트폰 과의존을 해결할 수 없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한 전문가는 “사용 시간을 제한하는 방법은 실질적 효과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아이들이 스스로 욕구를 제어하지 못하거나 왜 조절해야 하는지 필요성을 못 느끼면 교육에 효과가 없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과의존은 반드시 치료해야 한다. 예방과 치료가 충분히 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이들은 초등학생에게 일정한 교육을 적절한 시기에 제공함으로써 스마트폰 과의존을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스마트폰을 사용할 때 ‘왜 스마트폰을 사용하는지’ 인지할 필요성이 있으며 불필요하게 무의식적으로 사용하지 않도록 노력이 요구된다. 

초등학생 시기는 가족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는 때다. 전문가들은 부모와 자녀 간 원활한 관계가 스마트폰 과의존 예방에 준다고 강조한다. 스마트폰 과의존에 탈피하게 하려면 아이들과 새로운 관계를 구축해 스마트폰 사용에 부모가 관여할 수 있는 여지와 개입 효과를 키워야 한다.

그냥 이대로 
놔둘 것인가

한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이 아동·청소년들의 놀이문화이자 소통 수단이라는 점을 부모세대가 우선 인식해야 한다”며 “스마트폰 문제가 자녀만이 아니라 가족 공동의 문제라는 인식이 해결의 첫걸음”이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아동·청소년 스마트폰 과의존 해결에 누군가가 강제하는 ‘외적 강제’보다는 스스로 과의존을 회피하고자 노력하는 ‘내적 동기’가 중요하다”며 “학교나 가정에서 아동‧청소년에게 내적 동기를 부여하는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스마트폰에 빠진 ‘스몸비족’

서울시민 10명 중 7명이 보행 중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스몸비족’인 것으로 조사됐다. 스몸비족이란 스마트폰과 좀비를 합성한 단어로 스마트폰 화면을 보느라 길거리에서 고개를 숙이고 걷는 사람들을 빗댄 말이다.

서울연구원이 2019년 발표한 ‘빅데이터와 딥러닝 활용한 서울시 보행사고 분석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 대상자 69%가 보행 중 스마트폰을 사용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보행 중 타인의 스마트폰 사용으로 충돌 위험을 겪었다는 시민도 74%로 나타나 인식 개선 및 규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연령별로는 30대의 보행 중 스마트폰 이용률이 86.8%를 기록해 가장 높았다. 20대가 85.7%, 15~19세 84.0%로 뒤를 이었다. 50대는 55.6%로 나타났으며, 60세는 50.0%를 나타내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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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