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꽃 여행 ①담양 명옥헌 원림

진분홍 배롱나무꽃으로 수놓은 황홀한 여름

‘대나무의 고장’ 담양 하면 초록이 떠오르지만, 여름엔 다르다. 날이 더워지면 배롱나무가 주인공으로 등장해, 담양 곳곳이 진분홍빛으로 물든다. 그중에 압도적인 풍광을 자랑하는 곳이 고서면에 있는 담양 명옥헌 원림(명승 58호)이다.

농염한 배롱나무꽃이 활짝 핀 이곳에 발을 디디면, 별세계에 온 듯 착각에 빠진다. 그림처럼 들어앉은 정자와 독야청청 푸른 잎을 자랑하는 소나무, 붉은 꽃이 만발한 배롱나무가 환상적인 소우주를 보여준다. 정자 앞 연못은 이 풍경을 고스란히 담아낸다. “세상에”와 같은 감탄사가 자동으로 나오고, 여기저기서 “좋다”는 말이 들린다.

조선 시대 정원

배롱나무를 일컫는 이름도 많다. 꽃이 100일 동안 핀다고 해서 ‘백일홍’, 줄기를 간지럽히면 가지가 움직인다고 ‘간지럼나무’라고도 한다. 농부들은 배롱나무꽃이 질 때쯤 쌀밥을 먹는다 해서 ‘쌀밥나무’라고 한다. 배롱나무는 서원이나 사찰에서 흔히 보인다. 100일 동안 피고 지는 배롱나무꽃처럼 끊임없이 학문과 마음을 갈고닦으라는 뜻으로 심는다.

명옥헌 원림은 담양 소쇄원(명승 40호)과 함께 조선 시대를 대표하는 민간 정원이다. 명옥헌의 역사는 조선 시대 선비 오희도에서 출발한다. 벼슬에 큰 관심이 없던 그는 ‘세속을 잊고 사는 집’이라는 뜻의 망재(忘齋)를 지었다. 오희도가 세상을 떠나고 아들 오이정이 아버지를 기리기 위해 정자를 세우고 나무를 심었다. 여름이면 뭇사람을 설레게 하는 명옥헌 배롱나무가 아름다움을 자랑하기 시작한다.

명옥헌 원림에는 수령 100년이 넘은 배롱나무 20여그루가 있다. 길에서 보는 가느다란 배롱나무와 차원이 다르다. 긴 세월을 지나온 만큼 굵고 거칠다. 배롱나무는 정자 주변의 소나무, 느티나무, 동백나무와도 어우러진다. 아담한 명옥헌 마루에 앉아 붉은 축제를 보노라면 가슴속에 뜨거움이 올라온다.


명옥헌 원림은 연못을 품고 있다. 입구에 큰 연못이 있고, 정자 뒤에 작은 연못이 있다. 조선 시대 정원에 나타나는 방지원도(方地圓島)형 연못으로, 연못 가운데 자그마한 섬이 있다. 옆에 계곡이 있어 비가 온 뒤에는 청아한 물소리가 들린다. 옥이 부딪히는 소리가 난다 해서 ‘명옥헌’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정자 뒤쪽에 ‘명옥헌 계축(鳴玉軒 癸丑)’이라고 새겨진 바위도 있다. 우암 송시열 선생이 새긴 글씨라고 전해진다.

소박한 명옥헌에 ‘삼고(三顧)’라는 편액이 눈에 띈다. 인조가 왕위에 오르기 전 오희도를 중용하기 위해 세 차례 찾아온 일을 알려준다. 이때 타고 온 말을 묶어둔 은행나무(전남기념물 45호)가 후산마을에 있다. ‘인조대왕 계마행(仁祖大王 繫馬杏)’이라고 불리는 은행나무로, 높이가 30m나 된다.

100일 동안 피고 지는 배롱나무꽃
긴 세월 담아낸 그림같은 풍경들 

효심 깊은 오희도는 당시 연로하신 어머니를 모셔야 한다는 이유로 인조반정에 참여하지 않았다. 그는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삼년상을 치른 뒤에야 과거를 치렀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관직에 나간 해에 천연두에 걸려 41세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오희도의 애틋한 효심 때문인지, 아쉬운 죽음 때문인지 명옥헌 이야기를 듣다 보면 배롱나무꽃이 더욱 붉게 다가온다. 명옥헌 부근에 오희도의 16대손 오병철 씨가 어머님을 모시고 살고 있어, 옛이야기가 생생하게 느껴진다.

명옥헌은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줬다. 황지우의 시 ‘물 빠진 연못’, 심상대의 단편 〈명옥헌〉 등 수많은 작가가 명옥헌을 소재로 작품을 남겼다. 여름이면 사진가와 여행객이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다. 고즈넉한 명옥헌의 매력을 제대로 만나고 싶다면 이른 아침에 찾기를 추천한다. 명옥헌은 담양오방길 4-2코스 싸목싸목누정길에 속해, 입구에 스탬프가 있다. 혼잡도 피하고 주민을 배려하기 위해 자동차는 마을 입구 주차장에 두고 올라가자. 입장료는 없다.

명옥헌에서 배롱나무를 본 뒤에는 수국을 만나러 갈 차례다. 봉산면 유산리에 자리한 죽화경은 전라남도 2호 민간 정원으로, 장미와 수국이 볼 만하다. 담양의 특징을 살려 꽃이 대나무 줄기를 타고 피는 모습을 볼 수 있으며, 정원 끝자락에 오르면 무등산이 한눈에 들어온다. 오는 5일부터 9월20일까지 유럽수국축제도 열릴 예정이다. 입장료는 어른 5000원, 청소년 4000원, 어린이 3000원으로, 차 한 잔이 포함된다.

해동문화예술촌은 막걸리 주조장을 리모델링한 복합 문화 예술 공간이다. ‘예술로 문화를 빚는다’는 슬로건 아래 각종 공연과 전시가 열린다. 건물마다 독특한 벽화가 있어 포토 존으로 인기다. 해동문화예술촌 옆 옛 교회 건물도 놓치지 말자. 현재 공연 연습 공간으로 사용하는데, 내부 스테인드글라스가 인상적이다. 담양의 각 행정구역을 상징하는 이미지를 담았다.


플라타너스길

푸조나무와 팽나무, 벚나무 등이 어우러진 담양 관방제림(천연기념물 366호)은 걷기 좋다. 산림청과 사단법인 생명의숲, 유한킴벌리가 공동 주최한 아름다운숲전국대회에서 대상을 받은 곳이다. 관방제림은 연인들이 많이 찾으며, 유명한 국수거리도 여기에 있다. 해가 지면 관방제림 건너편 플라타너스길에 가보자. 300m 가로수 길에 조명을 설치해, 별이 쏟아지는 듯한 경관이 연출된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 코스
담양 명옥헌 원림→죽화경→해동문화예술촌→담양 관방제림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담양 명옥헌 원림→삼지내마을→죽화경 
둘째 날: 해동문화예술촌→죽녹원→담양 관방제림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천년담양 문화관광 www.damyang.go.kr/tour/index.damyang
- 죽화경 www.bambooflower.co.kr
- 해동문화예술촌 www.facebook.com/haedongart

문의 전화
- 담양 명옥헌 원림 061)380-3752
- 담양군관광안내소 061)380-3114
- 죽화경 010-8665-7884
- 해동문화예술촌 061)383-8246 

대중교통
[버스] 서울-광주, 센트럴시티터미널에서 수시(05:30~다음 날 02:00) 운행, 약 3시간20분 소요. 광주종합버스터미널 정류장에서 311-1번 좌석버스 이용, 서방시장(남) 정류장에서 7-1번 농어촌버스 환승, 연동(담양) 정류장 하차, 명옥헌 원림까지 도보 약 1km.
 *문의: 센트럴시티터미널 02)6282-0114 고속버스통합예매 www.kobus.co.kr

자가운전
경부고속도로→천안 JC에서 광주·전주·세종 방면→장성 JC에서 고창담양고속도로, 순천·고창 방면→담양 JC에서 광주·고서 JC 방면→창평 IC에서 광주·무등산국립공원·소쇄원 방면→후산길 방면 좌회전→명옥헌 원림 주차장

숙박 정보
- 언노운호텔(한국관광 품질인증업소): 담양읍 담주1길, 061)382-2600 
- 대나무이야기호텔(한국관광 품질인증업소): 담양읍 지침리, 061)382-1335 
- 고택한옥에서(한국관광 품질인증업소): 담양읍 창평면 돌담길, 061)382-3832 
- 담양리조트: 금성면 금성산길, 061)380-5000 
- 부호텔: 담양읍 무정로, 061)381-2200 
- 매화나무집: 창평면 돌담길, 010-7130-3002 
- 소아르호텔: 담양읍 메타프로방스3길, 070-4938-8700 
- 담양금성산성오토캠핑장: 금성면 새덕굴길, 061)383-7272

식당 정보
- 덕인관(떡갈비): 담양읍 죽향대로, 061)381-7881 
- 남도예담(떡갈비정식): 월산면 담장로, 061)381-7766 
- 전통창평국밥(암뽕순대국밥·선지국밥): 창평면 사동길, 061)381-8253
- 미소댓잎국수(죽순비빔국수·물국수): 담양읍 객사3길, 061)381-9789 
- 승일식당(숯불돼지갈비·냉면): 담양읍 중앙로, 061)382-9011 
- 한상근대통밥집(대통밥정식·돼지숯불갈비): 월산면 담장로, 061)382-1999 

주변 볼거리
한국가사문학관, 담양 소쇄원, 담양 식영정 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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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캄보디아 ‘셀허브’ 추적

[단독]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캄보디아 ‘셀허브’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민낯이 드러났다. 주로 수도인 프놈펜 인근과 시아누크빌 범죄 단지가 그들의 주둔지였다. 국내 조직폭력배가 중국 갱단과 결탁해 만든 ‘셀허브’의 경우 피해자만 수십명이다. 이들은 엔터테인먼트 기업을 가장했다. 사이트에는 유명인의 사진이 수차례 도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는 사라진 셀허브 엔터테인먼트의 홈페이지. 지난해 7월 <일요시사>가 취재한 이후 대표이사의 이름과 사진이 여러 차례 바뀌었다.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표창장을 받았다며 문서를 위조하기도 했다. 이 기업의 정체는 로맨스 스캠 조직이다. 확인된 피해액만 약 40억원, 피해자는 수십명이다. 한 언론사는 보도자료까지 작성하며 홍보하기도 했다. 조직적 준비 경찰 수사 중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지난 24일, 셀허브 조직원 3명을 각각 구속·불구속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송치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이들은 조건 만남 사이트를 운영한 로맨스 스캠 조직이다. 여성 관련 데이트 상품을 판매하거나 연애 빙자 사기를 일삼았다. 셀허브 조직원이던 A씨는 “연예인 지망생이나 모델과 연락하게 해 준다며 50만원에서 100만원까지 대포통장 계좌에 돈을 입금하게 한 뒤 텔래그램 아이디를 알려주고 연락하게 하는 시스템”이라며 “연결된 여자는 실제 남성이고 한국에서 조직폭력배로 활동하던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주장했다. 이 조직은 지난해 3월 캄보디아 범죄 밀집 지역인 태자 단지에서 인력을 모으기 시작했다. 같은 해 5월 사이트를 개설해 조직원들에게 민간인 협박, 중국어 통역 등의 역할을 맡기고 수십명으로부터 약 40억원을 뜯어냈다. 같은 해 7월 <일요시사> 취재가 시작되자 이 조직은 셀허브 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의 이름을 ‘김현숙’에서 ‘박소희’로 변경하고 유명인의 사진을 수차례 도용했다. 유 전 장관에게 표창장까지 수여받았다며 피해자들의 의심을 피하려는 꼼수도 서슴지 않았다. A씨는 “조직에서 탈출하려는 사람은 밤새 맞거나 강제로 마약을 투약당하기도 했다. 조직폭력배 출신 한국 사람들이 간부고 일반 조직원은 교민 사이트를 통해 ‘한 달에 500만~1000만원을 벌 수 있다’는 거짓말에 속아 일하게 된 사람들”이라고 설명했다. 이 사건은 서울경찰청이 수사하기 이전인 지난해 7월부터 강서·영등포·구로경찰서 등에 여러 고소장이 접수됐었다. 하지만 수사는 원활하지 않았다. 주요 혐의자가 해외에 거주 중이거나 피의자 특정이 어려운 게 난관이었다. 수사를 담당했던 한 경찰 관계자는 “캄보디아 프놈펜에 주요 혐의자들이 거주한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지난해부터 공조를 요청했으나 캄보디아 당국이 비협조로 일관했다”며 “고소인분들이 ‘왜 안 잡냐’ ‘내 돈 어떻게 하냐’는 등 불만이 많으셨다. 매번 죄송하다고 말씀드리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캄보디아가 협조하지 않으면 조치가 불가능했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3월부터 조직원 모집…태자 단지서 모의 ‘유인촌 표창장’ 걸어 놓고 ‘정상 기업’ 홍보 막막했던 수사는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이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면서 풀리기 시작했다. 이재명정부가 캄보디아를 압박했고 현지에 구금된 한국인 범죄자 겸 피해자 수십명을 국내로 송환했다. 송환된 인원 중 일부는 셀허브 사건과도 연관된 것으로 파악됐다. 정성학 충남경찰청 수사부장은 지난 20일 청내 프레스센터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들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사기) 및 범죄단체 가입 및 활동 혐의로 전원 구속했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부건(총책 가명, 40대 초반, 한국말을 쓰는 외국인 추정) 조직으로부터 확인된 피해 건수는 110건, 피해액은 93억여원에 달했다. 약 100명의 조직원을 거느린 부건은 지난해 중순부터 올해 7월까지 주로 프놈펜 웬치(범죄 단지) 및 태국 방콕 등지에서 한국인을 상대로 범행을 벌여왔다. 부건 조직은 지난 2018년 중국에서부터 활동을 시작해 그동안 단속을 피하려 태국, 캄보디아 등지로 거주지를 옮겨가며 범행을 계속해 왔다. 이들은 데이터베이스, 입출금 등을 지원·관리하는 CS팀과 광고를 보고 접근한 피해자를 기망하는 로맨스팀, 검찰 사칭 보이스피싱팀, 코인투자리딩 사기팀, 공무원 사칭 노쇼 사기팀 등 총 5개 팀으로 이뤄진 조직체계를 갖췄다. 이들은 가구판매업을 하러 캄보디아에 갔다고 진술했으나 이후 지역 선·후배 권유, 고액 아르바이트 인터넷 광고 등을 접하고 범죄에 연루된다는 걸 알면서도 조직에 가입해 활동한 것으로 조사됐다. 속아서 조직에 들어갔다고 진술하지 않은 이들의 유입 경로는 ▲지인 포섭 29명 ▲인터넷 광고 등 포섭 8명 ▲현지 카지노 포섭 6명 ▲기타 2명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남성 42명과 여성 3명으로 연인도 있었다. 대부분은 20~30대 연령으로 최소 2개월부터 최대 16개월까지 범행에 가담해 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조건 만남 사이트 경기북구경찰청 형사기동대도 전기통신금융사기특별법 위반 등 혐의로 피의자 15명 중 11명을 구속 송치했다. 이들은 지난해 8월부터 한 달간 캄보디아 범죄 단지에서 여성을 사칭, 조건 만남 등을 명목으로 피해자들로부터 돈을 가로챘다. 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성 만남 광고를 낸 후 이를 보고 연락해 온 피해자에게 여성인 척 채팅으로 유인했다. 여성을 소개받기 위해서는 자신들이 개발한 조건 만남 사이트에 회원 가입과 인증을 받아야 한다고 속여 인증을 위한 돈을 요구했다. 3차례에 걸친 인증 절차 과정에서 여러 게임에 성공하면 가입비를 돌려준다고 속여 피해자로부터 1인당 적게는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을 받아 챙겼다. 피해자들이 믿을 수 있도록 별도의 만남 인증과 후기글을 남기는 ‘화력방’도 운영했다. 현재까지 확인된 피해 규모는 피해자 36명, 피해금 16억원 상당이며, 1인당 최대 피해 금액은 2억1000만원이다. 이들은 대부분 20~30대 남녀다. 최초 범죄집단을 구성한 캄보디아 프놈펜 지역 명칭 ‘툴콕’을 의미하는 ‘TK’파로 스스로를 부르며 총책을 정점으로 한 지휘·통솔 체계를 갖췄다. 조직 운영을 총괄하는 총책, 이를 보좌하며 실무 전반과 인력 공급 등을 담당하는 총관리자, 각 파트 팀원의 근태를 관리하고 지시하는 팀장으로 구성됐다. 또 자체적인 조건 만남 홈페이지를 제작하는 개발자, SNS에 광고 글을 게시하는 홍보팀과 광고를 보고 접근한 피해자를 기망하는 로맨스 2개팀으로 역할을 분담했다. ▲상호 가명 사용 ▲근무 중 휴대전화 금지 ▲사진 촬영 금지 ▲야간에는 커튼으로 외부 차단 ▲다른 부서와의 업무 내용 공유 금지 등의 규칙에 따라 생활하기도 했다. 중국 국적 100명 뒷배 이들은 총책이 마련한 건물에서 2인1조로 합숙했는데 프놈펜 툴콕 지역의 13층 건물을 사용하다가 지난 8월, 현지 단속을 피해 센소크 지역 7층 건물로 이전해 범행을 이어오던 중 현지 수사 당국에 의해 검거됐다.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경제적 이익을 목적으로 SNS 구직 광고나 조직원을 통해 범죄단체에 가입했다고 진술했으며 사기임을 알고도 범행을 지속한 것으로 조사됐다. 피의자 대부분은 현지에서 구금된 중에도 총책이 이른바 관작업을 통해 자신들을 석방시켜 줄 것이라는 말만 믿고 대사관의 도움을 거절하고 귀국하지 않았다. 셀허브 사건 간부들은 타 사건에도 연루됐다. 지난 7일 캄보디아 바벳에 인접한 베트남 떠이닌 지역 국경 검문소 인근에서 30대 여성 B씨가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는데, 숨지기 직전까지 셀허브 간부와 같이 있었다. B씨의 사인은 마약 과다 투약이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B씨가 셀허브에서 한국인 명의의 대포통장을 공급해 왔다고 보고 있다. A씨는 “셀허브에서 일할 사람을 모집하는 역할을 했던 B씨인데 통장을 팔려고 캄보디아에 도착한 한국인들을 유인해 범죄 단지로 팔아넘기고 유인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실제 정보·수사기관도 B씨에 의해 범죄 단지에 넘겨지는 피해를 입거나 유흥업소 일을 강요당한 사례를 확인하고 조사 중이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사실상 마약을 강제로 과다하게 투약당한 살인사건이라는 첩보는 아직 확인 중”이라며 “특정 조직과 사이가 좋지 않았던 건 현지 경찰도 수사 중인 내용”이라고 말했다. 대개 조직폭력배 출신…지휘는 중국 조직이 맡아 40억 피해액 환수 불가능 “자금 세탁 끝났다” 첫 데이트하던 연인을 치어 여교사를 숨지게 했던 이른바 ‘대전 머스탱 교통사고’의 피의자도 셀허브 조직원으로 확인됐다. 피의자 전모씨는 2019년 2월10일 오전 10시14분 대전 중구 대흥동에서 면허도 없이 외제차를 운전하던 중 인도를 걷던 조모씨와 박모씨를 들이받아 박씨를 숨지게 하고, 조씨에게 중상을 입혔다. 전씨가 대여한 외제차는 불법 대여 차량이었다. 이 차량은 애초 대구에 사는 C씨가 자신 명의로 캐피털에서 월 115만원씩 주는 조건으로 60개월간 대여한 것이다. C씨는 사촌 안모씨와 함께 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나모씨가 올린 ‘외제차 저렴하게 빌려줄 사람을 찾는다”는 글을 보고 접근, 한 달에 136만원씩 받기로 하고 대여한 머스탱 차량을 재임대했다. 나씨는 이렇게 빌린 머스탱 차량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활용해 “외제차를 빌려준다”고 광고하며 또다시 대여업을 했다. 전씨는 나씨가 올린 이 글을 보고 일주일에 90만원씩 주기로 약속하고 머스탱을 빌려 운전했다. 매년 확정되는 범죄수익 추징금은 30조원을 넘지만 환수 금액은 1%에도 미치지 않는다. 법무부가 캄보디아에서 보이스피싱과 로맨스 스캠 등의 범죄로 발생한 현지 범죄수익을 국내로 환수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우선 법무부는 “캄보디아 내에서 벌어진 범죄 가운데 현재 국내에서 수사 중이거나 재판 중인 사건이 1차 현지 수사 의뢰 대상”이라며 “이후 국내에서 유죄 선고를 받으면 최종적으로 환수 대상이 된다”고 밝혔다. 국제형사사법공조 조약에 따르면 해외에서 발생한 범죄라 하더라도 피해자가 국내에 있고 피해액이 특정될 경우, 우리 정부가 해외에 범죄수익 환수를 요청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2019년 캄보디아와 국제형사사법공조 조약을 체결해 2021년 정식 발효됐다. 주요 간부들 타 사건 연루 정보기관 관계자는 “범죄자 개인이 아닌 조직을 대상으로 한 범죄수익 환수 사례는 거의 없다. 특히 국내에서 수사와 재판이 끝나야 한다”며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나서는 건 좋지만 이미 늦었다. 범죄조직 특성상 이미 코인이나 대포 통장으로 제3국에 은닉하거나 세탁을 하고도 남았을 시간”이라고 지적했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도 “수사가 끝나고 유죄 판결이 나기까지 수년이 걸리는데 환수 절차는 이 모든 사법절차가 종료돼야 가능하다. 특히 조세회피처로 범죄수익을 옮겨놨다면 환수는 불가능에 가깝다”고 봤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