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꽃 여행 ①담양 명옥헌 원림

진분홍 배롱나무꽃으로 수놓은 황홀한 여름

‘대나무의 고장’ 담양 하면 초록이 떠오르지만, 여름엔 다르다. 날이 더워지면 배롱나무가 주인공으로 등장해, 담양 곳곳이 진분홍빛으로 물든다. 그중에 압도적인 풍광을 자랑하는 곳이 고서면에 있는 담양 명옥헌 원림(명승 58호)이다.

농염한 배롱나무꽃이 활짝 핀 이곳에 발을 디디면, 별세계에 온 듯 착각에 빠진다. 그림처럼 들어앉은 정자와 독야청청 푸른 잎을 자랑하는 소나무, 붉은 꽃이 만발한 배롱나무가 환상적인 소우주를 보여준다. 정자 앞 연못은 이 풍경을 고스란히 담아낸다. “세상에”와 같은 감탄사가 자동으로 나오고, 여기저기서 “좋다”는 말이 들린다.

조선 시대 정원

배롱나무를 일컫는 이름도 많다. 꽃이 100일 동안 핀다고 해서 ‘백일홍’, 줄기를 간지럽히면 가지가 움직인다고 ‘간지럼나무’라고도 한다. 농부들은 배롱나무꽃이 질 때쯤 쌀밥을 먹는다 해서 ‘쌀밥나무’라고 한다. 배롱나무는 서원이나 사찰에서 흔히 보인다. 100일 동안 피고 지는 배롱나무꽃처럼 끊임없이 학문과 마음을 갈고닦으라는 뜻으로 심는다.

명옥헌 원림은 담양 소쇄원(명승 40호)과 함께 조선 시대를 대표하는 민간 정원이다. 명옥헌의 역사는 조선 시대 선비 오희도에서 출발한다. 벼슬에 큰 관심이 없던 그는 ‘세속을 잊고 사는 집’이라는 뜻의 망재(忘齋)를 지었다. 오희도가 세상을 떠나고 아들 오이정이 아버지를 기리기 위해 정자를 세우고 나무를 심었다. 여름이면 뭇사람을 설레게 하는 명옥헌 배롱나무가 아름다움을 자랑하기 시작한다.

명옥헌 원림에는 수령 100년이 넘은 배롱나무 20여그루가 있다. 길에서 보는 가느다란 배롱나무와 차원이 다르다. 긴 세월을 지나온 만큼 굵고 거칠다. 배롱나무는 정자 주변의 소나무, 느티나무, 동백나무와도 어우러진다. 아담한 명옥헌 마루에 앉아 붉은 축제를 보노라면 가슴속에 뜨거움이 올라온다.


명옥헌 원림은 연못을 품고 있다. 입구에 큰 연못이 있고, 정자 뒤에 작은 연못이 있다. 조선 시대 정원에 나타나는 방지원도(方地圓島)형 연못으로, 연못 가운데 자그마한 섬이 있다. 옆에 계곡이 있어 비가 온 뒤에는 청아한 물소리가 들린다. 옥이 부딪히는 소리가 난다 해서 ‘명옥헌’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정자 뒤쪽에 ‘명옥헌 계축(鳴玉軒 癸丑)’이라고 새겨진 바위도 있다. 우암 송시열 선생이 새긴 글씨라고 전해진다.

소박한 명옥헌에 ‘삼고(三顧)’라는 편액이 눈에 띈다. 인조가 왕위에 오르기 전 오희도를 중용하기 위해 세 차례 찾아온 일을 알려준다. 이때 타고 온 말을 묶어둔 은행나무(전남기념물 45호)가 후산마을에 있다. ‘인조대왕 계마행(仁祖大王 繫馬杏)’이라고 불리는 은행나무로, 높이가 30m나 된다.

100일 동안 피고 지는 배롱나무꽃
긴 세월 담아낸 그림같은 풍경들 

효심 깊은 오희도는 당시 연로하신 어머니를 모셔야 한다는 이유로 인조반정에 참여하지 않았다. 그는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삼년상을 치른 뒤에야 과거를 치렀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관직에 나간 해에 천연두에 걸려 41세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오희도의 애틋한 효심 때문인지, 아쉬운 죽음 때문인지 명옥헌 이야기를 듣다 보면 배롱나무꽃이 더욱 붉게 다가온다. 명옥헌 부근에 오희도의 16대손 오병철 씨가 어머님을 모시고 살고 있어, 옛이야기가 생생하게 느껴진다.

명옥헌은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줬다. 황지우의 시 ‘물 빠진 연못’, 심상대의 단편 〈명옥헌〉 등 수많은 작가가 명옥헌을 소재로 작품을 남겼다. 여름이면 사진가와 여행객이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다. 고즈넉한 명옥헌의 매력을 제대로 만나고 싶다면 이른 아침에 찾기를 추천한다. 명옥헌은 담양오방길 4-2코스 싸목싸목누정길에 속해, 입구에 스탬프가 있다. 혼잡도 피하고 주민을 배려하기 위해 자동차는 마을 입구 주차장에 두고 올라가자. 입장료는 없다.

명옥헌에서 배롱나무를 본 뒤에는 수국을 만나러 갈 차례다. 봉산면 유산리에 자리한 죽화경은 전라남도 2호 민간 정원으로, 장미와 수국이 볼 만하다. 담양의 특징을 살려 꽃이 대나무 줄기를 타고 피는 모습을 볼 수 있으며, 정원 끝자락에 오르면 무등산이 한눈에 들어온다. 오는 5일부터 9월20일까지 유럽수국축제도 열릴 예정이다. 입장료는 어른 5000원, 청소년 4000원, 어린이 3000원으로, 차 한 잔이 포함된다.

해동문화예술촌은 막걸리 주조장을 리모델링한 복합 문화 예술 공간이다. ‘예술로 문화를 빚는다’는 슬로건 아래 각종 공연과 전시가 열린다. 건물마다 독특한 벽화가 있어 포토 존으로 인기다. 해동문화예술촌 옆 옛 교회 건물도 놓치지 말자. 현재 공연 연습 공간으로 사용하는데, 내부 스테인드글라스가 인상적이다. 담양의 각 행정구역을 상징하는 이미지를 담았다.


플라타너스길

푸조나무와 팽나무, 벚나무 등이 어우러진 담양 관방제림(천연기념물 366호)은 걷기 좋다. 산림청과 사단법인 생명의숲, 유한킴벌리가 공동 주최한 아름다운숲전국대회에서 대상을 받은 곳이다. 관방제림은 연인들이 많이 찾으며, 유명한 국수거리도 여기에 있다. 해가 지면 관방제림 건너편 플라타너스길에 가보자. 300m 가로수 길에 조명을 설치해, 별이 쏟아지는 듯한 경관이 연출된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 코스
담양 명옥헌 원림→죽화경→해동문화예술촌→담양 관방제림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담양 명옥헌 원림→삼지내마을→죽화경 
둘째 날: 해동문화예술촌→죽녹원→담양 관방제림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천년담양 문화관광 www.damyang.go.kr/tour/index.damyang
- 죽화경 www.bambooflower.co.kr
- 해동문화예술촌 www.facebook.com/haedongart

문의 전화
- 담양 명옥헌 원림 061)380-3752
- 담양군관광안내소 061)380-3114
- 죽화경 010-8665-7884
- 해동문화예술촌 061)383-8246 

대중교통
[버스] 서울-광주, 센트럴시티터미널에서 수시(05:30~다음 날 02:00) 운행, 약 3시간20분 소요. 광주종합버스터미널 정류장에서 311-1번 좌석버스 이용, 서방시장(남) 정류장에서 7-1번 농어촌버스 환승, 연동(담양) 정류장 하차, 명옥헌 원림까지 도보 약 1km.
 *문의: 센트럴시티터미널 02)6282-0114 고속버스통합예매 www.kobus.co.kr

자가운전
경부고속도로→천안 JC에서 광주·전주·세종 방면→장성 JC에서 고창담양고속도로, 순천·고창 방면→담양 JC에서 광주·고서 JC 방면→창평 IC에서 광주·무등산국립공원·소쇄원 방면→후산길 방면 좌회전→명옥헌 원림 주차장

숙박 정보
- 언노운호텔(한국관광 품질인증업소): 담양읍 담주1길, 061)382-2600 
- 대나무이야기호텔(한국관광 품질인증업소): 담양읍 지침리, 061)382-1335 
- 고택한옥에서(한국관광 품질인증업소): 담양읍 창평면 돌담길, 061)382-3832 
- 담양리조트: 금성면 금성산길, 061)380-5000 
- 부호텔: 담양읍 무정로, 061)381-2200 
- 매화나무집: 창평면 돌담길, 010-7130-3002 
- 소아르호텔: 담양읍 메타프로방스3길, 070-4938-8700 
- 담양금성산성오토캠핑장: 금성면 새덕굴길, 061)383-7272

식당 정보
- 덕인관(떡갈비): 담양읍 죽향대로, 061)381-7881 
- 남도예담(떡갈비정식): 월산면 담장로, 061)381-7766 
- 전통창평국밥(암뽕순대국밥·선지국밥): 창평면 사동길, 061)381-8253
- 미소댓잎국수(죽순비빔국수·물국수): 담양읍 객사3길, 061)381-9789 
- 승일식당(숯불돼지갈비·냉면): 담양읍 중앙로, 061)382-9011 
- 한상근대통밥집(대통밥정식·돼지숯불갈비): 월산면 담장로, 061)382-1999 

주변 볼거리
한국가사문학관, 담양 소쇄원, 담양 식영정 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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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