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숫가 산책 ②안동호와 임하호

안동호와 임하호가 빚어낸 아름다운 풍경

안동은 예부터 ‘두 물이 아름다운 곳’이라는 뜻으로 영가(永嘉)라 불렀다. 두 물〔永〕은 낙동강과 반변천이다. 하지만 안동으로 이어진 물길은 강이라는 이름을 잠시 접고 호수로 남았다. 안동댐과 임하댐을 건설하면서 안동호와 임하호라는 거대한 호수가 생겼기 때문이다. 청량산을 휘감고 내려오던 낙동강 물길은 도산서원을 거쳐 한 굽이 지나면 예끼마을과 만난다.

안동댐 건설로 예안면이 대부분 물에 잠기자, 서부리 일대에 살던 사람들이 이주하면서 예끼마을이 조성됐다. 차마 고향을 버리지 못한 이주민의 서글프고 애잔한 이야기가 전해지는 곳이다. ‘선성현문화단지 조성 사업’에 이어 ‘이야기가 있는 마을 조성 사업’을 시작하면서 ‘예술의 끼가 있는 마을’이라는 뜻으로 예끼마을이라 했다.

문화단지

마을 입구에서 내려다보면 마을과 안동호 풍광이 어우러진다. 1976년에 조성한 마을이라 바둑판처럼 구획된 모양이 단순한 느낌도 들지만, 돌아다니다 보면 정겹고 유쾌하다. 근민당, 구 우체국, 마을회관 등은 갤러리로 탈바꿈하고, 마을 곳곳에 벽화와 작품이 전시된다. 선성현문화단지 입구 골목은 냇가 풍경을 트릭 아트처럼 꾸며 사진 촬영 장소로 인기다.

예끼마을을 대표하는 선성수상길은 잔잔한 안동호에 폭 2.75m, 길이 1km로 놓인 부교다. 안동호와 주변 산세가 어우러진 풍경이 일품이다. 선성수상길 중간쯤 수몰 전 예안국민학교 자리에 풍금과 학교의 옛 사진이 있다.

선성수상길 입구에는 선성현역사관을 비롯해 동헌, 객사, 내아 등 선성현 관아의 옛 모습을 재현한 선성현문화단지 조성 작업이 한창이다. 쌍벽루에 오르면 안동호의 또 다른 풍광이 펼쳐진다.


예끼마을인포메이션센터에 마련된 ‘예끼마을카페’, 맷돌 커피로 알려진 ‘장부당’, 가구 카페 ‘고이’, 안동시 농가 맛집 ‘메밀꽃피면’ 등 카페와 식당이 여럿이다. 선성현한옥체험관도 갖춰 체류형 관광지로 손색없다.

안동댐 하류에 있는 월영교는 폭 3.6 m, 길이 387m로 국내에서 가장 긴 나무다리다. 다리 이름은 주민 응모작 중 달골〔月谷〕, 월영교 건너편 엄달골 등 달과 관련된 이 지역의 유래에서 착안했다. 1998년 택지 개발로 고성 이씨의 묘를 이장하던 중, 무연고 묘에서 400년이 훨씬 넘은 편지와 미투리가 발견됐다.

죽은 남편에게 한글로 쓴 편지와 남편의 쾌차를 빌며 머리카락으로 삼은 미투리가 감동과 여운을 남겼는데, 그 미투리를 모티프로 월영교를 세웠다. 월영교 건너 오른쪽으로 가면 법흥교까지 2km 이어진 안동호반나들이길과 원이엄마테마길이 조성돼 애절한 사랑의 감동을 되새길 수 있다.

월영교는 산세와 호수가 어우러진 풍광이 아름답다. 다리 중간에 월영정이 있어 기둥 사이로 바라보는 풍경도 기대 이상이다. 해가 질 무렵 시시각각 변하는 호수와 하늘의 색, 월영교의 야경과 호수의 반영은 더욱 매력적이다.

월영교 건너편 산 중턱에 빛을 발하는 건물은 예끼마을의 전신인 예안면에 있던 선성현 객사(경북유형문화재 29호)로, 안동 석빙고(보물 305호)와 함께 이곳에 옮겼다.

댐 건설로 거대한 호수 생겨
사람들 이주로 예끼마을 조성

월영교 건너 왼쪽으로 가면 안동시립민속박물관을 만난다. 안동의 민속 문화를 자세히 보여주는 곳으로, 지난 2018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이관돼 고향으로 돌아온 안동 하회탈과 병산탈(국보 121호)을 전시하니 꼭 들러보자.


안동시립민속박물관에서 낙강물길공원이 지척이다. 프랑스 화가 클로드 모네가 사랑한 지베르니 정원을 닮아 ‘한국의 지베르니’라 불리는 곳이다. 메타세쿼이아와 전나무 숲, 연못과 폭포, 숲속정원 등이 어울린다. 징검다리가 있는 연못은 사진 촬영 명소다.

낙강물길공원에서 조금 더 오르면 안동루에 닿는다. 안동댐 아래로 길게 이어지는 물길 풍경이 압권이다.

안동호가 예끼마을과 월영교를 만들었다면, 지례예술촌은 임하호가 만들었다. 1984년 임하댐을 착공하면서 3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지례마을이 수몰될 위기에 처했지만, 안동 지촌종택과 지촌제청, 지산서당 등을 마을 뒷산 골짜기에 차례로 옮기고, 1989년 지례예술촌을 열었다.

지례예술촌은 가는 길이 험하다. 수곡교가 있는 곳에서 구불구불한 산길을 12km(약 20분)나 달려야 한다. 이런 불편함에도 지례예술촌을 찾는 이유는 대문과 행랑채 창문을 통해 바라보는 임하호의 풍경이 ‘인생 사진’으로 유명하기 때문이다. 이는 숙박객만 누릴 수 있는 호사다. 일반 관람은 불가한 점, 참고하자.

신세동벽화마을은 2009년 마을 미술 프로젝트로 동부초등학교와 성진골 주변에 조성됐다. 담장에 그린 벽화, 트릭 아트, 개와 고양이, 토끼 조형물 등이 재미있다. 산자락을 따라 계단이 이어지고, 형형색색 지붕을 인 집이 옹기종기 모였다. 골목을 오르락내리락하다 보면 어느새 전망대에 닿는다.

카메라를 들고 사진 찍는 조형물이 있는 전망대에서 안동 시내가 훤히 보인다. 최근 전망대 뒤쪽에 ‘다시, 여기서’라는 카페가 생겼다. 앙증맞은 애니메이션 캐릭터와 책이 내부를 채운다. 커피 한잔과 함께 일몰이나 안동 시내 야경을 만끽해도 좋다.

지례예술촌 가는 길에는 경상북도독립운동기념관이 있다. 1894년 갑오 의병부터 광복 때까지 경북 사람들의 국내외 독립운동 역사가 담긴 독립관, 안동 독립운동의 뿌리가 된 전통 마을의 항일투쟁을 전시한 의열관으로 나뉜다. 전시물 중에 권오설 철관이 있다.

권오설은 1926년 6·10만세운동을 주도한 혐의로 체포돼 1930년 서대문형무소에서 옥사했는데, 당시 일본은 권오설의 장례식에 사람들이 모일 것을 두려워해 시신을 철관에 넣고 납땜했다. 권오설의 아버지가 지은 제문이 3m에 이르러, 보는 내내 마음이 아프다.

만휴정(경북문화재자료 173호)은 보백당 김계행이 말년에 독서와 사색을 위해 지은 정자다. 보백당 김계행은 “내 집에는 보물이 없다. 보물이 있다면 청백뿐이다(吾家無寶物 寶物有淸白)”라며 청렴함을 보물로 삼은 분이다.

다리를 건너 들어가는 만휴정의 풍광이 압권이다.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을 촬영한 뒤 많은 여행자가 찾는다. 계류, 폭포, 산림 경관이 어우러진 만휴정 원림(명승 82호)도 아름답다.

만휴정

김계행의 흔적은 묵계서원과 안동김씨묵계종택(경북민속문화재 19호)으로 이어진다. 묵계서원 관리사는 ‘카페 만휴정’을 열어 여행자의 쉼터 역할을 톡톡히 한다. 관리사 대청과 부엌 등을 카페 공간으로 꾸며 차를 나누며 힐링하기 좋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 코스
예끼마을→월영교(안동시립민속박물관, 낙강물길공원)→신세동벽화마을→지례예술촌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월영교(안동시립민속박물관, 낙강물길공원)→안동 법흥사지 칠층전탑, 임청각→신세동벽화마을→지례예술촌 
둘째 날: 지례예술촌→경상북도독립운동기념관→만휴정(묵계서원, 카페 만휴정)→예끼마을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예끼마을 www.yeggistory.com
- 지례예술촌 www.jirye.com
- 경상북도독립운동기념관 815gb.or.kr

문의 전화
- 안동시청 관광진흥과 054)840-6396
- 예끼마을 054)841-5800
- 월영교(안동시립민속박물관) 054)821-0649
- 지례예술촌 054) 852-1913
- 경상북도독립운동기념관 054)820-2600
- 만휴정 054)840-3433

대중교통
[버스] 서울-안동,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 하루 17회(07:00~20:00) 운행, 약 3시간 소요. 안동터미널 정류장에서 80번 일반버스 이용, 교보생명 정류장에서 567번 일반버스 환승, 한국국학진흥원 정류장 하차, 예끼마을까지 도보 약 130m. 안동터미널 정류장에서 80번 일반버스 이용, 교보생명 정류장에서 3-1번 일반버스 환승, 월영교 정류장 하차, 월영교까지 도보 약 90m. 지례예술촌은 임동면 소재지에서 택시 이용(약 2만원). 
*문의: 동서울종합터미널 1688-5979 시외버스통합예매시스템 txbus.t-money.co.kr 안동터미널 054)857-8296 
[기차] 청량리역-안동역, KTX 하루 7~8회(06:00~22:00) 운행, 약 2시간 소요. 안동역에서 안동터미널 정류장까지 도보 230m 이동, 80번 일반버스 이용, 교보생명 정류장에서 567번 일반버스 환승, 한국국학진흥원 정류장 하차, 예끼마을까지 도보 약 130m. 안동역에서 안동터미널 정류장까지 도보 230m 이동, 80번 일반버스 이용, 교보생명 정류장에서 3-1번 일반버스 환승, 월영교 정류장 하차, 월영교까지 도보 약 90m. 지례예술촌은 임동면 소재지에서 택시 이용(약 2만원). 
*문의: 레츠코레일 1544-7788

자가운전
예끼마을: 중앙고속도로→풍기 IC→영주·안동 방면 국도5호선, 8.5km→가흥교차로에서 오른쪽, 18.7km→지곡교차로에서 좌회전, 녹지로로 8.5km→녹래길삼거리에서 우회전, 지방도935호선 녹전로로 6.7km→서부교차로→예끼마을
월영교: 중앙고속도로→서안동 IC→안동 시내 방면 경서로로 우회전, 7.5km→송현오거리에서 우회전, 1.7km→어가골교차로에서 안동문화관광단지 방면 좌회전, 5.5km→월영교
지례예술촌: 중앙고속도로→서안동 IC→안동 시내 방면 경서로로 우회전, 3.9km→남순환로 대구·영천 방면 국도34호선, 17.5km→신석교차로에서 안동대·임하 방면 오른쪽 도로→포진교 건너자마자 오른쪽 국도34호선 진입, 12.1km→수곡교 건너 12km→지례예술촌


숙박 정보
- 전통리조트구름에(한국관광 품질인증업소): 안동시 민속촌길, 054)823-9001
- 온계종택 삼백당(한국관광 품질인증업소): 안동시 도산면 온혜중마길, 010-2988-3435 
- 정재종택(한국관광 품질인증업소): 안동시 임동면 경동로, 010-8590-0625 
- 수애당(한국관광 품질인증업소): 안동시 임동면 수곡용계로, 054)822-6661
- 단호샌드파크캠핑장: 남후면 풍산단호로, 054)850-4595 
- 안동호반자연휴양림: 도산면 월천길, 054)840-8265 
- 지례예술촌: 임동면 지례예술촌길, 054)852-1913 
- 안동계명산자연휴양림: 길안면 고란길, 054)850-4700

식당 정보
- 메밀꽃피면(미오기집밥): 도산면 선성4길, 054)843-1253 
- 진성식당(해물매운돈가스): 안동시 태사길, 054)852-6880 
- 말콥버거(더블버거): 안동시 퇴계로, 010-2117-0106 
- 맛50년헛제사밥(헛제삿밥): 안동시 석주로, 054)821-2944
- 하회대가(안동찜닭): 안동시 전서로, 054)841-5184

주변 볼거리
도산서원, 이육사문학관, 봉정사, 안동포전시관, 안동 하회마을, 안동 병산서원, 안동 체화정, 권정생동화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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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