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정쩡한' 국수본 수장의 엇갈린 시선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1.06.14 17:54:03
  • 호수 132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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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감 없는 한국의 FBI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경찰 수사는 국민 신뢰를 잃은 지 오래다. 지난해 정인이 사건,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 사건 등 부실 대응으로 수사력에 대한 비판을 받았다. 경찰은 국가수사본부를 출범시키면서 ‘경찰개혁’에 신호탄을 쐈다. 최근 경찰 수사 관련해 신중한 행보를 보이는 국수본 수장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지난해부터 경찰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이에 신뢰를 회복할만한 해결책이 필요했다. 경찰은 국가수사본부(이하 국수본) 출범 등 ‘경찰개혁’을 통해 새로운 분위기를 만들어야 했다. 지난 1월1일 출범한 국수본의 발족 취지는 명확했다. 경찰은 올해 시행된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1차 수사권을 행사하게 됐다. 이 과정에서 국수본은 수사와 관련해 핵심 역할을 맡을 예정이었다.

남구준 
그는 누구?

출범 전부터 국수본은 미국 연방수사국(FBI)에 비견됐다. FBI가 법무부 산하인 점을 고려하면 행정안전부 산하 경찰청 소속인 국수본은 FBI와 조직체계와는 다른 면이 있다.  그러나 간첩을 포함한 모든 사건 수사를 총괄 지휘한다는 점에서 앞으로 국수본 영향력은 FBI에 비견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3년 뒤 국수본은 국가정보원의 대공수사권까지 넘겨 받는다.

검·경 수사권 조정에 따라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가 축소됐음을 감안하면, 국내 최대의 수사전담 조직인 셈이다. 오는 2024년부터 국가정보원의 대공수사권도 경찰에 이관될 예정인 것을 감안하면, 국수본의 수사권은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국수본 조직은 경찰청 수사 기능을 확대·재편해 구성됐다. 기존 조직이었던 수사국, 사이버수사국(사이버안전국), 과학수사관리관 등도 국수본에 편제됐다. 경찰은 올해 ‘책임수사’ 원년을 선포하면서 수사의 온전한 주체로 거듭나겠다고 다짐했다.

책임에 걸맞은 경찰의 수사역량 강화를 위해, 국수본은 출범 이전부터 책임 수사체제 구축을 위한 제도들을 마련해왔다.

신중한 태도? 소극적 대응?
출범 이후 의심 눈초리 여전

특히 일선 지방청과 경찰서에 영장심사관, 수사심사관, 책임수사지도관을 운영해 영장 신청부터 수사 종결까지 적절한 수사가 이뤄졌는지 살피고 있다. 수사 전문가 양성을 위한 수사관·수사부서장 자격제 도입, 수사경찰 교육제도 개편 등도 실시 중이다.

국수본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도 마련돼있다. 경찰청장은 개별 사건의 수사에 대해 지휘·감독할 수 없으나, 국민의 생명이나 공공 안전에 중대한 위험을 초래하는 사건 수사만 국수본부장을 통해 개별 사건 수사를 지휘·감독할 수 있다.

국수본은 출범과 함께 명실상부한 국내 최대의 수사전담기관이 됐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담당할 고위직 공무원에 대한 수사 등 일부를 제외한다면 사실상 모든 범죄에 대한 수사를 담당한다. 

이와 관련한 경찰 내부자료에는 ‘수사상 독립성과 중립성을 보장하면서도, 경찰청장과의 관계에서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작동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문구가 있다.


지난 4일 취임 100일째를 맞은 남구준 국수본부장의 핵심 역할 중 하나가 김창룡 경찰청장과 관계에서 ‘견제와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다.

이는 경찰권 분산이라는 국수본 출범 취지와도 일맥상통한다. 견제와 균형이랑 단어는 국수본부장이 경찰청과 협력하면서도 독립성을 가져가야 한다는 말이다. 국수본부장은 경찰 계급상 상사인 경찰청장에게 휘둘려서도 안되고 경찰청장은 국수본 독립성을 고려해 마음대로 휘두르면 안 된다. 

견제
균형

올해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은 수사 종결권 등을 확보했으나 ‘공룡 경찰’ 우려가 지속되고 있다. 검찰 인력 약 10배인 12만명 규모의 경찰이 수사권 조정으로 권한이 비대화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기도 한다. 

일각에서는 인사권자인 경찰청장의 영향력을 받는 현직 경찰이 국수본부장에 임명되면서 검찰 수사권 이양을 통해 비대해진 경찰 권력을 분산하겠다는 당초 취지가 무색해질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수사권 조정에 따라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도 6대 범죄로 제한되면서 경찰 수사권은 분명 커졌다. 결국 외부 인사에 대한 경찰 내 반발을 고려해 내부인사였던 남 본부장이 초대 본부장이 됐다.

1967년 경남 진주에서 태어난 남 본부장은 마산 중앙고를 나와 경찰대(5기) 행정학과에 입학했다. 경남 창원중부경찰서장, 경찰청 사이버안전국장 등을 거쳐 지난해 8월부터 경남경찰청장으로 일했다.

그는 지난해 경찰청 사이버안전국장으로 일하며 디지털 성범죄 특별수사본부장을 맡아 성착취 영상물을 제작·유포한 ‘박사방’ ‘N번방’ 사건 수사를 진두지휘한 점을 높이 평가받았다.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 3인을 뜻하는 ‘3철’(전해철·양정철·이호철) 중 한 명인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의 고교 후배기도 하다.

경찰청장은 테러와 재난 등 예외 경우를 제외하면 개별 사건에 대해 구체적으로 지휘할 수 없다. 경찰 수사에 관한 총괄 책임자는 남 본부장인 셈이다. 

카리스마 
부족하다?

올해 초대 국수본부장 인선 과정에서 기본 자격 조건은 ‘수사 전문성’이었다. 과거 경찰청에서 근무하던 시절 특수수사과장·형사과장과 사이버안전국장 등을 역임한 남 본부장은 경찰 내부에서 인정한 수사통이라 취임 전부터 유력한 국수본부장으로 거론돼왔다.

다만 문재인 대통령과 같은 PK(부산·경남) 출신이라는 점,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의 고교 후배라는 점, 김창룡 청장(57·경찰대 4기)의 대학 후배라는 점 등 경력 논란이 취임 직후 불거졌다. 


특히 그가 경찰대 1년 선배인 김 청장을 상대로 ‘견제와 균형’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지 의문이라는 시각이 여전히 남아있다. 경찰 내 기수문화는 검찰보다 덜하지만 전혀 없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김 청장이 최근 대북전단 살포 사건과 관련해 수사팀을 질책하자 “남 본부장에겐 큰 부담일 것”이라는 목소리가 경찰 안팎으로부터 흘러나왔다. 대북전단 사건 수사 총괄 책임자가 남 본부장이기 때문이다.

경찰 내에선 남 본부장의 신중하고 온화한 성향을 놓고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남 본부장은 흔히 ‘선비’ 스타일로 알려져 있다. 화를 내지 않고 신중하게 고민하는 성향이라는 게 중론이다. 

과감한 결정보다는 시행착오로 인한 위험부담을 최소화하는 리더십을 소유한 그는 국수본 출범 취지에 어긋나지 않은 행보를 보이고 있다. 초대 본부장인 만큼 하나하나 새롭게 만들어가야 하는 과정에 있다. 경찰 책임수사 체제도 시작됐고, 근무환경 개선 등의 목소리를 청취하는 중이다. 

신중·온화 성향 놓고 다른 반응
과감한 추진·결단력 부족 지적도

부동산 투기 의혹과 관련해 고위직 수사가 지지부진하다는 지적에 남 본부장은 “고위공직자 등의 부동산투기 의혹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성역 없이 엄정하게 수사 중”이라며 “다만, 고위공직자의 경우 실무자와 비교해 비밀 취득 과정을 밝히는 데 상당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만큼 시간이 더 소요될 수 있다. 향후 사명감을 가지고 속도감 있게 수사를 진행해 국민들께서 납득할만한 결과를 내놓겠다”고 부연했다.


최근 일어난 한강공원 대학생 사망사건으로 경찰에 대한 불신이 높아졌다. 남 본부장은 일일이 의혹에 반박하기보다는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경찰 입장만 생각한다면 매일 브리핑하면서 의혹을 풀어나가면 좋겠지만, 유족에 대한 도리가 아니라는 부분도 감안한 것. 

특히 나중에 입장을 정리해야 하는 경찰이 확인되지 않는 가짜뉴스에 대응하기는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판단한 남 본부장은 허위정보를 유포하거나 무분별한 신상털기는 실체적 진실 발견에 도움이 되지 않다는 판단했다. 이에 사안에 따라 위법성 여부도 검토하는 등 엄중히 대처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수사본부를 대표하는 책임자로서 과감한 추진력과 결단력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경찰 관계자는 “남 본부장은 앞장서 본인의 존재감을 드러내며 진두지휘하는 스타일이 아니다”며 “수사 독립성과 중립성을 확보해야 하는 국수본부장으로서 카리스마가 다소 부족한 것처럼 세간에 인식될 수 있다”고 했다. 

국수본이 출범한 지 100일이 지났지만 남 본부장이 적극적으로 나섰던 적은 거의 없다. 본부장 취임 당시 이후최근에서야 이용구 사건, 암호화폐 관련 등 기자회견에서만 나서고 있는 모습이다. 

즉 나서야 할 때만 나서겠다는 이야기인데 되레 김 청장이 더 부각되는 게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경찰 내부에서 남 본부장이 워낙 신중하고 고민을 거듭한 끝에 결정을 내리는 성향이라 국수본을 위기에 빠뜨리거나 조직에 악영향을 끼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나설 때
나선다

초대 국수본부장인 자신의 임기 동안 어떤 흔적을 남기느냐에 따라 향후 국수본부장 역할의 가이드라인이 정해질 수 있는 만큼 남 본부장은 누구보다 고민이 많고 신중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9do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광주 붕괴’ 잡은 국수본 

17명의 사상자를 낸 광주 철거건물 붕괴 사고 수습과 원인 규명을 위해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이하 국수본)가 직접 수사 지휘에 나선다.

지난 10일 국수본은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한 점과 일상생활에서 발생한 사안으로 국민의 관심이 높은 점, 집중수사를 통한 신속한 사고원인 규명 필요성 등을 고려해 합동수사팀 수사본부를 꾸렸다”고 밝혔다.

합동수사팀에는 광주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와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를 투입한다.

수사본부장은 광주청 수사부장이 맡았다. 아울러 국수본은 피해자보호전담팀을 편성해 피해자와 유가족의 치료와 심리안정 지원활동도 병행하겠다는 방침이다. 

전날 오후 4시22분경 광주 동구 학동 4구역 주택 재개발사업 근린생활시설 철거현장에서 5층 규모의 건물이 무너졌다.

이 사고로 건물 잔해가 왕복 8차선 도로 중 5차선까지 덮치면서 정류장에 정차했던 시내버스 1대가 깔렸다.

버스와 함께 매몰된 탑승자 17명 가운데 9명이 숨지고 8명은 크게 다쳐 병원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소방당국은 추가 매몰자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수색·잔해 철거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한편 학동 4구역 주택재개발사업은 지난 2017년부터 학동 633-3번지 일대 12만 6433㎡에 지하 3층, 지상 29층, 19개 동, 2314세대 규모로 추진 중이다.

시공사는 현대산업개발로 지난 2018년 2월 주택개발정비사업조합으로부터 4630억9916만원에 사업을 수주했다. 조합원수는 648명이다.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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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특검 ‘검사 파견’ 대폭 줄인 이유

종합특검 ‘검사 파견’ 대폭 줄인 이유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2차 종합특별검사팀 출범했다. 이제 수사팀을 꾸린 뒤 내란 관련 혐의 17개 의혹을 규명해야 한다. 내란 외에도 김건희·채 해병 등 각 특검팀에서 매듭짓지 못한 사건들도 들여다볼 방침이다. 이번 특검팀은 과거 특검팀과는 사뭇 다르다. ‘검사 파견’을 대폭 줄였다. 이는 일부 특검팀에서 야기된 내부 갈등을 피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2차 종합특별검사팀은 3대 특검(내란·김건희·채 해병) 수사로 결론을 내지 못한 사안과 정보기관의 민간인 사찰·블랙리스트, 부정선거 관련 유언비어 의혹 등을 재수사한다. 사무실을 정하고 수사팀을 꾸리는 데만 한 달여의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분주한 움직임 윤석열·김건희에 의한 내란·외환 및 국정 농단 행위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종합특검법)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은 추천받은 날부터 3일 이내에 특검을 임명해야 하기에 지난 5일 특검을 임명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지난 2일 특검 후보자에 전준철 변호사를, 조국혁신당은 같은 날 특검 후보자에 권창영 서울대학교 법전원 겸임교수를 각각 추천했다. 전 변호사는 검찰 출신으로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부장, 수원·대전지검 특수부장, 대검 인권수사자문관 등을 거쳤다. 반면 권 교수는 판사 출신으로 대법원 노동법실무연구회 편집위원 및 간사, 중대재해자문위원회 위원장 등을 지냈다. 특검팀 사무실 구성과 인력 파견 요청 등 출범 작업은 곧바로 진행되고 있다. 종합특검팀은 수사 대상이 광범위한 만큼 초반에는 사건별 우선순위와 수사 분담을 정하는 정리 작업이 핵심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종합특검팀은 수사 대상을 총 17개로 규정했다. 크게 보면 기존 3대 특검이 다뤘지만 규명이 미진했던 사건을 다시 수사하는 한편, 당시 특검 범위에 없던 의혹을 추가로 다룬다. 구체적으로 ▲12·3 불법 계엄 관련 내란·외환 의혹 7개 ▲김건희씨 관련 1개 ▲채 해병 관련 1개 ▲관련 고소·고발 및 수사 과정에서 인지한 사안 2개 등으로 분류된다. 종합특검팀도 앞선 특검팀들과 마찬가지로 인지수사가 가능해 수사 범위가 더 넓어질 수 있다. 과거 특검수사 못한 대상 총 17개로 규정 주로 12·3 내란 사안…‘정보기관’도 포함 종합특검팀이 다룰 불법 계엄 관련 의혹 상당수는 내란 특검팀 수사 과정에서 다뤄졌지만 결론이 나지 않았거나, 내란 특검팀이 무혐의·각하로 종결했던 사건들이다. 대표적으로 ▲무장 헬기의 북방한계선(NLL) 위협 비행 의혹 ▲삼청동 안전 가옥(안가) 회동 ▲일부 지자체의 계엄 동조 의혹 등이다. 이 밖에도 종합특검팀은 내란 특검팀이 마무리하지 못해 채 군검찰로 이첩한 일부 외환 의혹, 계엄 준비 정황이 담겼다는 ‘노상원 수첩’ 의혹, 국군 방첩사령부의 블랙리스트 작성 의혹 등을 재수사할 계획이다. 종합특검팀 수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던 사건들로는 계엄 당일 계엄사령부 구성을 위해 육군본부 간부들이 계룡대 육군본부에서 서울로 이동하려 했다는 이른바 ‘계엄 버스’ 의혹이 있다. 국방부가 최근 당시 버스 탑승 간부들에게 일제히 중징계를 내린 만큼 종합특검팀은 이 사건을 형사 처벌할 수 있는지, 지시·보고 라인이 있었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것으로 보인다. 김씨 관련 의혹에서는 이전 특검팀이 정해진 기간 내 수사를 끝내지 못해 경찰에 넘긴 사건들이 종합특검팀에 다수 포함됐다. 대표적으로 ▲대통령 관저 이전 의혹 ▲양평고속도로 종점 변경 의혹 등이 꼽힌다. 종합특검팀은 관저 이전 의혹과 관련해 김씨와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을 윗선으로 봤지만 수사 기한이 임박한 시점에 조사가 이뤄지면서 윤 의원은 기소 여부를 결론 내지 못했다. 종합특검팀이 윤 의원 등을 상대로 조사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수사 막바지에 착수해 핵심 관련자 조사를 제대로 하지 못한 이른바 ‘김건희 수사 봐주기’ 의혹과 사실상 손을 대지 못했다는 창원 국가첨단산업단지 지정 과정의 부당 개입 의혹 등도 수사 대상이다. 또 김건희·채 해병 특검팀에서 중복 수사 대상이었지만 규명이 충분하지 못했다는 이른바 ‘구명 로비’ 의혹 역시 종합특검팀이 결론을 내야 할 사안이다. 정치적 계산 확연한 차이 종합특검팀을 둘러싼 가장 큰 변화는 단연 검사 파견 규모의 축소다. 과거 특검팀이 수십명에서 많게는 백여명의 현직 검사를 파견받아 운영됐던 것과 달리, 종합특검팀은 검사 파견을 최소화하고 외부 인력 중심으로 이뤄지는 수사 구조를 택했다. 정치권과 법조계 안팎에서는 이를 두고 “검찰 이후 시대를 염두에 둔 구조적 실험”이라는 평가와 “수사 역량을 스스로 약화시킨 선택”이라는 우려가 동시에 나온다. 단순한 인력 운용의 변화라기보다, 종합특검팀의 성격과 권한, 검찰과의 관계 설정을 근본적으로 재정의하려는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동안 특검은 형식적으로는 독립기구였지만, 실제 운영은 검찰 조직에 크게 의존해 왔다. 수사 실무와 기획, 영장 청구와 공소 유지까지 대부분의 과정이 파견 검사들에 의해 이뤄졌고, 특검은 사실상 ‘검찰의 별도 수사본부’에 가까웠다는 지적이 거셌다. 검찰로부터 검사를 파견받으면 대형 수사를 빠르게 진행하는 데는 효과적이었지만, 정치적 중립성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특히 수사 대상에 전·현직 고위 공직자, 검찰 출신 정치인, 혹은 검찰이 과거 불기소하거나 수사했던 사안이 포함될 경우 “검찰의 셀프 수사”라는 비판이 지속됐다. 특검이 검찰의 판단을 다시 들여다보는 구조 자체가 모순이라는 문제 제기도 이어졌다. 이번 종합특검팀의 수사 대상에는 전직 대통령과 고위 권력층, 과거 검찰 수사와 직·간접적으로 얽힌 사안들이 다수 포함돼있다. 검사 파견을 대규모로 유지할 경우, 수사 결과와 무관하게 절차적 정당성에 대한 공격을 피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내부 갈등 의식했나 종합특검팀은 검사 수를 최소화하는 대신, 특검보를 중심으로 한 지휘 체계와 외부 수사 인력을 대폭 늘리는 방식을 택했다. 경찰, 국세청, 감사원, 금융·회계·디지털 포렌식 전문가 등 비검찰 인력 비중을 확대해 복합 사건에 대응한다는 구상이다. 이는 단순히 인력 구성을 바꾼 것이 아니라, 검찰 권한 축소 이후 특검의 새로운 모델을 시험하려는 시도로 읽힌다. 검찰이 더 이상 모든 대형 수사의 중심이 아닌 상황에서, 특검마저 검사 중심으로 운영된다면 검찰개혁의 취지가 무색해진다는 문제의식이 깔려 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검찰이 아닌 방식으로도 대형 권력형 비리를 수사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검사 파견 축소에는 분명한 정치적 계산도 담겨있다. 종합특검팀은 출범 단계부터 ‘정치 보복’ ‘선택적 특검’이라는 야당의 반발에 직면했다. 이 과정에서 검사 중심 특검은 가장 공격받기 쉬운 지점이다. 여권으로서는 ‘검찰이 주도하지 않는 가장 독립적인 특검’이라는 명분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검사 파견을 줄이면 수사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최소한 절차적 중립성에 대한 방어 논리는 강화된다. 이는 향후 수사 과정이나 결과 발표 시 정치적 공방을 완화하기 위한 안전장치이기도 하다. 반대로 야권은 이미 “검사도 제대로 쓰지 못하는 특검은 정치 쇼에 불과하다”는 프레임을 꺼내 들고 있다. 검사 파견 축소가 수사의 공정성이 아니라 수사 역량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실무적으로 보면, 검사 파견 축소는 분명한 부담 요소다. 대형 특검 수사에는 압수수색영장 청구, 구속영장 판단, 법리 구성 등 고도의 형사법 경험이 요구된다. 검사 경험이 상대적으로 적은 외부 인력 중심 구조에서는 수사 속도가 늦어질 수 있다. 검 아닌 경찰·국세청·감사원 조사관 비중 확대 “정보사 의혹 수사 시간 오래 걸릴 수도” 우려 특히 수사 이후 공소 유지 단계에서 검찰과의 협조가 원활하지 않을 경우, 재판 과정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과거 특검들이 검사 파견을 중시했던 이유는 ‘기소와 유죄 입증’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김건희 특검팀에서 벌어졌던 내부 갈등을 의식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김건희 특검팀에 파견됐던 검사들의 ‘원대 복귀 희망’ 입장문 파동이 종합특검팀에서 재발할 경우 내부 수습에 시간을 빼앗길 수 있다. 당시 입장문이 외부에 유출되며 ‘항명’ ‘집단 반발’ 등으로 알려졌지만, 특검팀 지휘부와 수사팀장들은 ‘하소연 취지’였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한다. 민주당은 파견 검사들을 겨냥해 “징계와 형사 처벌 대상”이라고 비판하고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이 “국민에게 항명했다”고 규정한 것과 달리, 실제론 태업이나 이탈 없이 수사와 공소 유지를 차질 없이 진행했다. 파견 검사들은 검찰에서부터 최대 1년 넘도록 동일한 사건을 수사하며 피로감에 쌓였다. 이들은 검찰개혁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수사를 매듭지으려 노력했다. 다만 재판에 넘겨진 주요 피고인들의 공소 유지 업무가 순조롭게 진행될지는 예측할 수 없다. ▲일선 검찰청의 민생 사건 적체 ▲정성호 법무부 장관의 ‘직관(수사 검사가 공판에 직접 관여) 제한’ 방침 ▲기존 특검 관례 등을 고려하면 최소 인력만 공소 유지 업무를 담당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특검 지휘부도 공소 유지 단계에선 복귀를 희망하는 검사들을 강제로 붙잡을 순 없다고 보고, 효율적인 인력 운용 방안을 고심했다. 지휘부가 입장문을 작성하기 2~3주 전부터 김건희 특검 내 일부 수사팀에선 ‘진행 중인 사건을 조속히 마무리한 후 일선으로 복귀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하기로 뜻을 모으기도 했다. 종합특검팀은 수사 결과 이전에 이미 하나의 시험대에 올라 있다. 검찰 없이도 대형 권력형 비리를 수사할 수 있는가, 특검이 검찰개혁 이후의 사법 질서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답해야 한다. 실패하면 역풍 불가피 만약 종합특검팀이 의미 있는 수사 성과를 낸다면, 향후 특검은 검사 중심 구조에서 벗어난 새로운 표준을 갖게 될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성과가 미진할 경우, “그래서 결국 검사가 필요하다”는 역설적 결론으로 이어질 수 있다. 검사 파견 축소는 정치적 선택이자 제도적 실험인 셈이다. 이번 종합특검팀은 단순히 몇 건의 의혹을 밝히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검찰 이후 한국 사법 시스템이 어디까지 작동할 수 있는지를 가늠하는 분기점이라는 점에서, 그 성패는 수사 대상보다 더 큰 의미를 가질 수 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