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정쩡한' 국수본 수장의 엇갈린 시선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1.06.14 17:54:03
  • 호수 132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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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감 없는 한국의 FBI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경찰 수사는 국민 신뢰를 잃은 지 오래다. 지난해 정인이 사건,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 사건 등 부실 대응으로 수사력에 대한 비판을 받았다. 경찰은 국가수사본부를 출범시키면서 ‘경찰개혁’에 신호탄을 쐈다. 최근 경찰 수사 관련해 신중한 행보를 보이는 국수본 수장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지난해부터 경찰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이에 신뢰를 회복할만한 해결책이 필요했다. 경찰은 국가수사본부(이하 국수본) 출범 등 ‘경찰개혁’을 통해 새로운 분위기를 만들어야 했다. 지난 1월1일 출범한 국수본의 발족 취지는 명확했다. 경찰은 올해 시행된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1차 수사권을 행사하게 됐다. 이 과정에서 국수본은 수사와 관련해 핵심 역할을 맡을 예정이었다.

남구준 
그는 누구?

출범 전부터 국수본은 미국 연방수사국(FBI)에 비견됐다. FBI가 법무부 산하인 점을 고려하면 행정안전부 산하 경찰청 소속인 국수본은 FBI와 조직체계와는 다른 면이 있다.  그러나 간첩을 포함한 모든 사건 수사를 총괄 지휘한다는 점에서 앞으로 국수본 영향력은 FBI에 비견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3년 뒤 국수본은 국가정보원의 대공수사권까지 넘겨 받는다.

검·경 수사권 조정에 따라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가 축소됐음을 감안하면, 국내 최대의 수사전담 조직인 셈이다. 오는 2024년부터 국가정보원의 대공수사권도 경찰에 이관될 예정인 것을 감안하면, 국수본의 수사권은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국수본 조직은 경찰청 수사 기능을 확대·재편해 구성됐다. 기존 조직이었던 수사국, 사이버수사국(사이버안전국), 과학수사관리관 등도 국수본에 편제됐다. 경찰은 올해 ‘책임수사’ 원년을 선포하면서 수사의 온전한 주체로 거듭나겠다고 다짐했다.

책임에 걸맞은 경찰의 수사역량 강화를 위해, 국수본은 출범 이전부터 책임 수사체제 구축을 위한 제도들을 마련해왔다.

신중한 태도? 소극적 대응?
출범 이후 의심 눈초리 여전

특히 일선 지방청과 경찰서에 영장심사관, 수사심사관, 책임수사지도관을 운영해 영장 신청부터 수사 종결까지 적절한 수사가 이뤄졌는지 살피고 있다. 수사 전문가 양성을 위한 수사관·수사부서장 자격제 도입, 수사경찰 교육제도 개편 등도 실시 중이다.

국수본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도 마련돼있다. 경찰청장은 개별 사건의 수사에 대해 지휘·감독할 수 없으나, 국민의 생명이나 공공 안전에 중대한 위험을 초래하는 사건 수사만 국수본부장을 통해 개별 사건 수사를 지휘·감독할 수 있다.

국수본은 출범과 함께 명실상부한 국내 최대의 수사전담기관이 됐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담당할 고위직 공무원에 대한 수사 등 일부를 제외한다면 사실상 모든 범죄에 대한 수사를 담당한다. 

이와 관련한 경찰 내부자료에는 ‘수사상 독립성과 중립성을 보장하면서도, 경찰청장과의 관계에서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작동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문구가 있다.


지난 4일 취임 100일째를 맞은 남구준 국수본부장의 핵심 역할 중 하나가 김창룡 경찰청장과 관계에서 ‘견제와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다.

이는 경찰권 분산이라는 국수본 출범 취지와도 일맥상통한다. 견제와 균형이랑 단어는 국수본부장이 경찰청과 협력하면서도 독립성을 가져가야 한다는 말이다. 국수본부장은 경찰 계급상 상사인 경찰청장에게 휘둘려서도 안되고 경찰청장은 국수본 독립성을 고려해 마음대로 휘두르면 안 된다. 

견제
균형

올해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은 수사 종결권 등을 확보했으나 ‘공룡 경찰’ 우려가 지속되고 있다. 검찰 인력 약 10배인 12만명 규모의 경찰이 수사권 조정으로 권한이 비대화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기도 한다. 

일각에서는 인사권자인 경찰청장의 영향력을 받는 현직 경찰이 국수본부장에 임명되면서 검찰 수사권 이양을 통해 비대해진 경찰 권력을 분산하겠다는 당초 취지가 무색해질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수사권 조정에 따라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도 6대 범죄로 제한되면서 경찰 수사권은 분명 커졌다. 결국 외부 인사에 대한 경찰 내 반발을 고려해 내부인사였던 남 본부장이 초대 본부장이 됐다.

1967년 경남 진주에서 태어난 남 본부장은 마산 중앙고를 나와 경찰대(5기) 행정학과에 입학했다. 경남 창원중부경찰서장, 경찰청 사이버안전국장 등을 거쳐 지난해 8월부터 경남경찰청장으로 일했다.

그는 지난해 경찰청 사이버안전국장으로 일하며 디지털 성범죄 특별수사본부장을 맡아 성착취 영상물을 제작·유포한 ‘박사방’ ‘N번방’ 사건 수사를 진두지휘한 점을 높이 평가받았다.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 3인을 뜻하는 ‘3철’(전해철·양정철·이호철) 중 한 명인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의 고교 후배기도 하다.

경찰청장은 테러와 재난 등 예외 경우를 제외하면 개별 사건에 대해 구체적으로 지휘할 수 없다. 경찰 수사에 관한 총괄 책임자는 남 본부장인 셈이다. 

카리스마 
부족하다?

올해 초대 국수본부장 인선 과정에서 기본 자격 조건은 ‘수사 전문성’이었다. 과거 경찰청에서 근무하던 시절 특수수사과장·형사과장과 사이버안전국장 등을 역임한 남 본부장은 경찰 내부에서 인정한 수사통이라 취임 전부터 유력한 국수본부장으로 거론돼왔다.

다만 문재인 대통령과 같은 PK(부산·경남) 출신이라는 점,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의 고교 후배라는 점, 김창룡 청장(57·경찰대 4기)의 대학 후배라는 점 등 경력 논란이 취임 직후 불거졌다. 


특히 그가 경찰대 1년 선배인 김 청장을 상대로 ‘견제와 균형’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지 의문이라는 시각이 여전히 남아있다. 경찰 내 기수문화는 검찰보다 덜하지만 전혀 없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김 청장이 최근 대북전단 살포 사건과 관련해 수사팀을 질책하자 “남 본부장에겐 큰 부담일 것”이라는 목소리가 경찰 안팎으로부터 흘러나왔다. 대북전단 사건 수사 총괄 책임자가 남 본부장이기 때문이다.

경찰 내에선 남 본부장의 신중하고 온화한 성향을 놓고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남 본부장은 흔히 ‘선비’ 스타일로 알려져 있다. 화를 내지 않고 신중하게 고민하는 성향이라는 게 중론이다. 

과감한 결정보다는 시행착오로 인한 위험부담을 최소화하는 리더십을 소유한 그는 국수본 출범 취지에 어긋나지 않은 행보를 보이고 있다. 초대 본부장인 만큼 하나하나 새롭게 만들어가야 하는 과정에 있다. 경찰 책임수사 체제도 시작됐고, 근무환경 개선 등의 목소리를 청취하는 중이다. 

신중·온화 성향 놓고 다른 반응
과감한 추진·결단력 부족 지적도

부동산 투기 의혹과 관련해 고위직 수사가 지지부진하다는 지적에 남 본부장은 “고위공직자 등의 부동산투기 의혹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성역 없이 엄정하게 수사 중”이라며 “다만, 고위공직자의 경우 실무자와 비교해 비밀 취득 과정을 밝히는 데 상당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만큼 시간이 더 소요될 수 있다. 향후 사명감을 가지고 속도감 있게 수사를 진행해 국민들께서 납득할만한 결과를 내놓겠다”고 부연했다.


최근 일어난 한강공원 대학생 사망사건으로 경찰에 대한 불신이 높아졌다. 남 본부장은 일일이 의혹에 반박하기보다는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경찰 입장만 생각한다면 매일 브리핑하면서 의혹을 풀어나가면 좋겠지만, 유족에 대한 도리가 아니라는 부분도 감안한 것. 

특히 나중에 입장을 정리해야 하는 경찰이 확인되지 않는 가짜뉴스에 대응하기는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판단한 남 본부장은 허위정보를 유포하거나 무분별한 신상털기는 실체적 진실 발견에 도움이 되지 않다는 판단했다. 이에 사안에 따라 위법성 여부도 검토하는 등 엄중히 대처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수사본부를 대표하는 책임자로서 과감한 추진력과 결단력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경찰 관계자는 “남 본부장은 앞장서 본인의 존재감을 드러내며 진두지휘하는 스타일이 아니다”며 “수사 독립성과 중립성을 확보해야 하는 국수본부장으로서 카리스마가 다소 부족한 것처럼 세간에 인식될 수 있다”고 했다. 

국수본이 출범한 지 100일이 지났지만 남 본부장이 적극적으로 나섰던 적은 거의 없다. 본부장 취임 당시 이후최근에서야 이용구 사건, 암호화폐 관련 등 기자회견에서만 나서고 있는 모습이다. 

즉 나서야 할 때만 나서겠다는 이야기인데 되레 김 청장이 더 부각되는 게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경찰 내부에서 남 본부장이 워낙 신중하고 고민을 거듭한 끝에 결정을 내리는 성향이라 국수본을 위기에 빠뜨리거나 조직에 악영향을 끼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나설 때
나선다

초대 국수본부장인 자신의 임기 동안 어떤 흔적을 남기느냐에 따라 향후 국수본부장 역할의 가이드라인이 정해질 수 있는 만큼 남 본부장은 누구보다 고민이 많고 신중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9do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광주 붕괴’ 잡은 국수본 

17명의 사상자를 낸 광주 철거건물 붕괴 사고 수습과 원인 규명을 위해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이하 국수본)가 직접 수사 지휘에 나선다.

지난 10일 국수본은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한 점과 일상생활에서 발생한 사안으로 국민의 관심이 높은 점, 집중수사를 통한 신속한 사고원인 규명 필요성 등을 고려해 합동수사팀 수사본부를 꾸렸다”고 밝혔다.

합동수사팀에는 광주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와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를 투입한다.

수사본부장은 광주청 수사부장이 맡았다. 아울러 국수본은 피해자보호전담팀을 편성해 피해자와 유가족의 치료와 심리안정 지원활동도 병행하겠다는 방침이다. 

전날 오후 4시22분경 광주 동구 학동 4구역 주택 재개발사업 근린생활시설 철거현장에서 5층 규모의 건물이 무너졌다.

이 사고로 건물 잔해가 왕복 8차선 도로 중 5차선까지 덮치면서 정류장에 정차했던 시내버스 1대가 깔렸다.

버스와 함께 매몰된 탑승자 17명 가운데 9명이 숨지고 8명은 크게 다쳐 병원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소방당국은 추가 매몰자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수색·잔해 철거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한편 학동 4구역 주택재개발사업은 지난 2017년부터 학동 633-3번지 일대 12만 6433㎡에 지하 3층, 지상 29층, 19개 동, 2314세대 규모로 추진 중이다.

시공사는 현대산업개발로 지난 2018년 2월 주택개발정비사업조합으로부터 4630억9916만원에 사업을 수주했다. 조합원수는 648명이다.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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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