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차와 함께 ②강화 전등사 죽림다원·도솔미술관

한옥 마당에 차향은 머물고

차향은 마당 깊숙이 머문다. 꽃향기에 수수한 한옥 향까지 어우러져 완연한 휴식이 찾아든다. 강화초지대교와 맞닿은 강화도 길상면에는 전통찻집 두 곳이 따사롭다. 온수리(전등사로) 전등사 죽림다원과 장흥리(길상로) 도솔미술관은 한옥에 기대 전통차를 마시는 공간이다.

이른 오전에 찾은 전등사는 고즈넉함이 더하다. 아침 햇살이 산사의 여백을 채우는 사색의 시간이다. 죽림다원은 마당 너머 천년 고찰 전등사를 품에 안고 있다. 달각거리는 다기 소리와 목탁 소리가 간간이 뒤섞이는 이 시간이 평화롭다.

죽림다원은 20여년 전에 문을 열었다. 신도들이 차를 마시며 잠시 쉬다 가는 휴식 공간이 본격적인 찻집으로 모습을 바꿨다. 나무 탁자로 채운 다원 마당에는 전등사 대조루와 종루가 병풍처럼 드리워진다. 대조루 계단 너머에는 보물로 지정된 대웅보전, 약사전, 범종 등이 수줍게 담겨 있다.

14가지 한약재

한옥 찻집 죽림다원은 단청과 커다란 서까래가 운치 있다. 내부에는 형형색색 도자기들이 전시되고, 탁자마다 놓인 화분이 봄 분위기를 더한다. 한가한 시간에 들르면 창가 자리에 앉아 전등사를 만끽해도 좋다. 벚꽃이 지고 나면 수선화, 백리향, 작약, 돌단풍, 철쭉, 매발톱이 꽃망울을 터뜨린다. 마당에는 작은 연못도 있다.

죽림다원에서는 직접 만든 차를 내놓으며, 쌍화탕과 연잎차가 인기다. 쌍화탕은 14가지 한약재를 이틀간 우려 깊은 맛을 낸다. 연잎차는 전등사 승려와 보살들이 가마솥에 덖은 연잎으로 만든다. 이 밖에 모과차, 생강레몬차, 쑥차 등이 주요 메뉴이며 쑥떡과 연꿀빵도 맛볼 수 있다. 


차향을 음미한 뒤에는 여유로운 호흡으로 전등사를 둘러보자. 고구려 아도화상이 창건한 전등사는 <조선왕조실록>을 보관하고 지켜낸 사찰로 알려졌다. 수백 년 세월을 지내온 느티나무와 대웅보전 지붕을 떠받치는 나부상이 전등사의 흥미로운 볼거리다.

죽림다원 운영 시간은 오전 8시30분~오후 6시30분이다(연중무휴). 찻집 직원이 추천하는, ‘감동의 차 한잔’을 기울이는 시간대는 저녁 예불 무렵이다. 전등사 입장료(어른 4000원, 청소년 3000원, 어린이 1500원)는 찻값(5000~8000원)과 별도다.

장흥리 온수천 변에 자리한 도솔미술관은 한옥에 들어선 갤러리 겸 찻집이다. 고택을 재현한 이곳은 깊은 마당에 유연하게 굽은 소나무들이 인상적이다. 대청과 사랑방, 안방 등을 전시 공간이자 차 마시는 차방으로 꾸며 어느 곳이든 차향과 한옥, 작품이 함께한다.

30여년 동안 조경업에 종사한 관장이 취미인 그림을 소재로 2015년 한옥 찻집을 열었다. 행랑채와 누마루를 끌어들이고, 대형 서까래에 기와를 올렸다. 일반인도 편하게 다가설 수 있는 문턱 낮은 미술관이 이곳의 모토다.

미술관은 1~2층 전시실 외에도 별채, 뜰안채 등으로 구성된다. 갤러리에는 매달 새로운 작품이 내걸린다. 한지 공예, 민화, 서양화, 사진, 도자기 등 소재에 제한은 없다. 

신도의 휴식공간에서 찻집으로 
전통차를 마시며 작품 감상을

이곳 찻집의 대표 메뉴는 수제 대추차와 단호박식혜다. 대추차는 말린 대추를 씨와 껍질째 끓여 으깬 뒤 5시간 우려 깊은 맛이 난다. 단호박식혜는 찐 단호박을 갈아 식혜에 넣고 끓인 뒤 얼려 살얼음이 뜬 채로 낸다. 직접 담근 오미자청으로 만든 오미자차와 찰보리 가루로 구운 보리빵, 약식 등도 인기다.


봄볕이 좋을 때는 마당과 뜰안채에서 차를 마시고, 미술관 뒤쪽이나 누마루에서 강화의 들판을 바라보며 차향에 취할 수 있다. 찻집의 귀염둥이로 사랑받는 고양이 ‘레오’, 반려견 ‘별이’와 시간을 보내도 좋다. 미술관에서 작가들의 손길이 깃든 기념품도 판매한다.

갤러리에서는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아이들이 그린 그림을 즉석에서 컵에 입히는 체험이 흥미롭다. 한옥 앞마당에서는 투호, 제기차기 등 전통 놀이도 가능하다.

도솔미술관 운영 시간은 오전 9시~오후 9시(연중무휴), 입장료는 8000원(차·음료 포함)이다. 친절한 작품 해설을 들을 수 있으며, 해질 무렵 미술관 풍경도 운치 있다.

한옥의 여운은 강화 읍내로 이어진다. 강화도는 최근 강화읍 원도심 걷기 여행이 인기다. 대한성공회 강화성당(사적 424호)은 원도심 여행의 대표 건축물이다. 국내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한옥 성당으로, 1900년 궁궐 도편수가 지은 것으로 전해진다.

옛 목재로 단장한 성당 내부와 중층 한옥 위에 십자가를 세운 모습이 인상적이다. 외삼문과 내삼문, 대형 종이 있고, 성당 뒤쪽에 한옥으로 지은 사제관이 보인다. 강화성당 내부 관람은 사회적 거리 두기 단계에 따라 개방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대한성공회 강화성당은 용흥궁공원에서 바라보면 자태가 더욱 멋스럽다. 용흥궁공원은 강화의 직물 산업을 이끈 심도직물이 있던 터다. 공원 한쪽에 옛 굴뚝과 직조기가 전시되고 주변에 목화가 심겨 있으며, 강화삼일독립운동기념비도 있다.

용흥궁공원 옆의 용흥궁(인천유형문화재 20호)은 조선 철종이 왕위에 오르기 전에 거주한 가옥이다.

강화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을 간직한 고장이다. 강화 고인돌은 70기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됐다. 강화 부근리 지석묘(사적 137호)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규모로, 길이 6.4m에 무게가 75t이나 된다. 선사시대 고인돌은 부근리 외에 고천리와 오상리 일대에 흩어져 있으며, 강화나들길 17코스(고인돌탐방길)로 연결된다.

강화 고인돌

강화도 동쪽 해안은 치열한 역사의 현장을 담은 돈대가 줄지어 있다. 광성보에 속하는 용두돈대는 강화해협을 지켜낸 요새 중 한 곳이다. 용머리처럼 바다를 향해 돌출된 암반 위에 세워진 모습이 독특하며, 병인양요와 신미양요 때 이곳에서 치열한 포격전이 전개됐다. 용두돈대로 향하는 길은 해안 언덕을 따라 솔숲 산책로가 이어진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 코스
전등사 죽림다원→대한성공회 강화성당→강화 부근리 지석묘→용두돈대→도솔미술관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전등사 죽림다원→대한성공회 강화성당→용흥궁→용두돈대 
둘째 날: 도솔미술관→강화 부근리 지석묘→교동도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강화군 문화관광 www.ganghwa.go.kr/open_content/tour
- 죽림다원(전등사) www.jeondeungsa.org
- 도솔미술관 blog. naver.com/joung5237

문의 전화
- 강화군청 문화관광과 032)930-3566
- 전등사 죽림다원 032) 937-7791
- 도솔미술관 070-4125-1232
- 대한성공회 강화성당 032)934-6171
- 용두돈대(광성보) 032)930-7070 

대중교통
[버스] 서울-강화, 수도권전철 9호선 염창역 2·3번 출구 염창역·서울도시가스 정류장에서 3000번 직행버스·88번 일반버스(20분 간격 운행) 이용, 약 1시간30분 소요. 강화터미널 정류장에서 70번 간선버스 이용, 전등사 동문 정류장 하차, 전등사 죽림다원까지 도보 약 10분. 강화터미널 정류장에서 42번·44번·50번 지선버스 이용, 온수리 정류장 하차, 도솔미술관까지 도보 약 20분. 
*문의: 강화여객자동차터미널 032)933-2533 강화군교통정보안내 www.ganghwa.go.kr/open_content/main/part/traffic/guide_area.jsp

자가운전
전등사 죽림다원: 올림픽대로 김포 방면→양곡로→대명항로→강화초지대교→전등사로→전등사 
도솔미술관: 올림픽대로 김포 방면→양곡로→대명항로→강화초지대교→해안동로→온수천 앞에서 좌회전→도솔미술관

숙박 정보
- 라르고빌리조트(한국관광 품질인증업소): 화도면 해안남로2845번길, 032)555-8868 
- 옛날에금잔디(한국관광 품질인증업소): 내가면 강화서로225번길, 070-8262-6731 
- 강화평화빌리지: 송해면 상도숭뢰길, 032)930-7058
- 호텔에버리치: 강화읍 화성길50번길, 032)934-1688

식당 정보
- 국화호수(참게탕): 강화읍 강화대로440번길, 032)933-8264
- 서문김밥(김밥): 강화읍 강화대로430번길, 032)933-2931
- 대청마루한상(돼지숯불구이정식): 선원면 시리미로42번길, 032)932-8831 
- 신아리랑(젓국갈비): 강화읍 강화대로409번길, 032)933-2025 
- 편가네된장(강된장비빔밥): 화도면 가능포로89번길, 032)937-6479


주변 볼거리
조양방직, 선수포구,강화 고려궁지, 보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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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발 검찰과의 전쟁 막전막후

여당발 검찰과의 전쟁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검찰의 대장동 항소 포기 후폭풍이 거세다. 더불어민주당과 검찰의 시각이 크게 엇갈리면서 서로를 향해 날을 겨누는 형국이다. 검찰청은 내년 9월 폐지될 시한부 운명이지만, 더불어민주당은 ‘검찰개혁’을 필두로 이참에 검찰의 뿌리를 뽑겠다는 방침이다. 국민의힘을 등에 업고 버티기에 나선 검찰의 반발 또한 만만치 않아 당분간 양측 간의 힘겨루기가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 7일 서울중앙지검이 대장동 사건에 대한 항소 시한을 넘기면서 논란에 불이 붙었다. 서울중앙지검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을 비롯해 ▲남욱 변호사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정민용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 등 대장동 일당에 대한 1심 판결에 항소하지 않은 것이다. 꺾이거나 되치거나 검찰이 항소를 포기하면서 ‘불이익변경 금지 원칙’에 따라 피고인에게 더 무거운 형을 선고할 수 없게 됐다. 대장동 개발 비리로 발생한 범죄수익의 국고 환수 규모가 축소될 것이란 해석에도 힘이 실린다. 화살은 곧바로 이재명 대통령에게로 향했다. 이 대통령은 대장동 사건에서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혐의 등을 받는데, 이미 대장동 민간업자 재판에서 무죄가 나온 만큼 항소 포기로 인해 추가로 다툴 여지를 차단했다는 게 국민의힘의 설명이다. 여기에 대통령실이 항소 포기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이재명 면죄부’라고도 주장했다. 국민의힘 곽규택 대변인은 “대통령실 민정수석실 비서관 4명 중 3명, 법무부 장관 정책보좌관, 법제처장, 국정원 기조실장까지 모두 이 대통령의 변호인 출신”이라며 “이 대통령과 사법연수원 동기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대장동 사건 주요 피고인 정진상, 김용, 이화영 등을 특별 면회하면서 ‘검찰은 증거가 없다’는 발언으로 회유를 시도한 인물”이라고 주장했다. 보수 성향인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 역시 “국가의 유례없는 사법 정의 포기 사태는 이재명정부의 책임”이라며 “공소 사실의 핵심에 무죄 선고가 난 사건에 검찰이 항소를 포기한 전례를 찾기 어렵다. 대통령의 어깨가 한결 가벼워진 것은 부인하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정부 출범 이후 대검찰청 차장검사로 승진한 노만석 검찰총장을 겨냥해서는 책임론이 불거졌다. 법조계에 따르면 항소 시한을 앞두고 서울중앙지검은 대장동 일동에 대해 일부 무죄가 선고되는 등 다툼의 여지가 있는 1심 판결에 대해 “관행대로 항소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지만, 이를 전해 들은 대검 수뇌부가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에 노 대행은 지난 9일 “대장동 사건은 일선 검찰청의 보고를 받고 통상의 중요 사건의 경우처럼 법무부의 의견도 참고한 후 해당 판결의 취지 및 내용, 항소 기준, 사건의 경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며 “검찰총장 대행인 저의 책임하에 서울중앙지검장과의 협의를 거쳐 숙고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 역시 대장동 일동에 대해 검찰의 구형량보다 높은 형량이 선고된 만큼 항소 포기가 ‘적절한 판단’이었다는 점을 강조하며 “항소 포기 지시는 없었다”고 일축했다. 화약고에 불붙인 ‘항소 포기’ 후폭풍 이재명·노만석·정성호 몽땅 도마 위로 정 장관은 지난 12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 회의에 출석해 ‘(이진수) 법무부 차관에게 대장동 사건 관련으로 어떤 지시를 했느냐’는 국민의힘 배준영 의원의 질문에 “노 검찰총장 직무대행에게 지휘권을 행사할 수도 있으니 항소를 알아서 포기하라는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답했다. 이어 정 장관은 총 3번 정도 대장동 사건에 관해 이야기했다고 언급하며 “(두 번째인) 11월6일 목요일에는 국회에서 예결위 종합질의가 있어 국회에 왔는데, 예결위 끝나고 대검에서 항소할 필요성이 있다고 한 의견을 들었다”며 “당시 ‘중형이 선고됐는데 신중한 판단을 해야 하지 않는가’란 정도의 이야기만 하고 돌아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음 날인 11월7일에도 마찬가지”라며 “저녁에 예결위가 잠시 휴정돼 검찰에서 항소할 것 같다는 구두 보고를 식사 중에 받았고, 그날 저녁 예결위가 끝난 후 최종적으로 항고하지 않았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부연했다. ‘신중하게 판단하라’는 대목을 놓고 국민의힘은 “신중한 검토(판단)가 곧 항소 포기인지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며 법무부가 사실상 외압을 행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신중하게 판단하라는 이 8글자에 모든 것이 함축적으로 들어가 있다”며 “법무부 장관이 개인적인 견해임을 전제로 하며 검찰에 지시한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대장동 사건 수사·공판팀을 이끌었던 일선 검사를 중심으로 반발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다. 김영석 대검찰청 감찰1과 검사는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를 통해 “검찰 역사상 일부 무죄가 선고되고 엄청난 금액의 추징이 선고되지 않은 사건에서 항소 포기를 한 전례가 있었나”라며 이번 결정으로 대장동 일당 등 민간업자에게 수천억원 상당의 범죄수익이 돌아간 점을 꼬집었다. 대장동 사건의 수사·공판팀을 이끌었던 강백신 대구고검 검사도 “항소 포기로 남욱·정영학을 상대로는 범죄수익을 단 한 푼도 환수할 수 없게 됐고, 김만배를 상대로는 당초 예상 금액의 1/10에 불과한 금액만 추징 선고가 이뤄졌음에도 이를 묵과할 수밖에 없게 됐다”고 지적했다. 기막힌 타이밍 검찰 안팎에서 책임론이 확산하자 결국 노 대행은 항소 포기 논란이 불거진 지 닷새 만에 사의를 표명했다. 그러자 일선 검사들은 ‘검찰총장 권한대행께 추가 설명을 요청드린다’는 제목의 글을 통해 항소 포기 과정에 대한 상세 설명을 요구하는 입장문을 냈다. 해당 입장문은 박재억 수원지검장을 비롯해 ▲박현준 서울북부지검장 ▲박영빈 인천지검장 ▲박현철 광주지검장▲임승철 서울서부지검장 ▲김창진 부산지검장 등 검사장 18명 명의로 작성됐다. 이들은 “서울중앙지검장은 명백히 항소 의견이었지만 검찰총장 권한대행의 항소 포기 지시를 존중해 최종적으로 공판팀에 항소 포기를 지시했다”며 “검찰총장 권한대행을 상대로 항소 의견을 관철하지 못하고 책임지고 사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반면 검찰총장 권한대행이 어제 배포한 입장문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의 항소 의견을 보고받고 법무부의 의견도 참고한 뒤 해당 판결의 취지 및 내용, 항소 기준, 사건의 경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며 “검찰총장 권한대행의 책임 하에 서울중앙지검장과 협의를 거쳐 숙고 끝에 항소 포기를 지시했다는 것”이라고 짚었다. ▲하담미 수원지검 안양지청장 ▲최행관 부산지검 동부지청장 ▲신동원 대구지검 서부지청장 등 8개 대형 지청을 이끄는 지청장들도 집단 성명을 냈다. 이들은 “이번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지시는 그 결정에 이른 경위가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다면 검찰이 지켜야 할 가치, 검찰의 존재 이유에 돌이킬 수 없는 치명적인 상처를 남기게 될 것”이라며 “그간 중앙지검장과 검찰총장 권한대행의 입장문, 법무부 장관의 설명만으로는 항소를 포기한 구체적 경위가 설명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법적·행정적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 정치 검사들의 반란을 분쇄하겠다”며 검찰의 집단 반발을 ‘항명’이라고 규정하고 이에 대한 징계를 예고했다. 현재 일반 공무원은 6단계 징계 처분(파면·해임·강등·정직·감봉·견책)이 가능하지만, 검사는 파면에 해당하는 징계 규정이 없다. 검사에 대한 징계는 검사징계법에 따라 이뤄지는데, 이를 ‘검사 특혜법’이라고 지적하며 폐지하겠다는 설명이다.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는 “정치 검사들의 반란에 철저하게 책임을 묻겠다”며 사실상 검찰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김 원내대표는 “정 법무부 장관께 강력히 요청한다. 항명 검사장 전원을 즉시 보직 해임하고 이들이 의원면직하지 못하게 징계 절차를 바로 개시하라”며 “항명에 가담한 지청장과 일반 검사들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이후 김 원내대표가 검사징계법 폐지 법률안·검찰청법 개정안을 각각 국회에 제출하면서 사실상 검찰 징계는 당론으로 추진될 전망이다. 항소 포기 논란 이후 박재억 수원지검장에 이어 송강 광주고검장이 연달아 사의를 표명했지만 민주당은 “사표를 수리하지 말고 징계 절차를 밟아야 한다”며 퇴로를 막았다. 항명? 투쟁? 법무부 내부에서 집단행동에 나선 일부 검사장을 대상으로 평검사 보직이동을 하거나 국가공무원법 위반 등으로 형사 처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지면서 또 다른 문제가 불거졌다. 검찰 측에서는 “보복용 강등”이라는 거센 반발이 나오지만 법무부는 “검사장은 직급이 아닌 보직”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강등·징계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검사장의 집단행동을 비판하며 징계의 타당성을 주장했지만, 일선 검사들은 항소 포기 판단 경위에 대해 추가 설명을 요청한 것이 어떻게 항명이냐며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그동안 민주당 의원들이 앞다퉈 일선 검사장을 향해 “빨리 나가라”고 윽박지르던 것과 달리 최근 지도부는 숨 고르기에 돌입한 모양새다. 국민의힘이 계속해서 이정부와 대장동을 엮어 공격하는가 하면, 이 대통령의 UAE(아랍에미리트) 순방 성과가 묻힐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톤 조절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김병기 원내대표는 이 대통령이 순방을 떠난 17일부터 이틀간 공개 석상에서 검사 항명, 징계 등 관련 현안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 등 일부 최고위원이 내란전담재판부 도입을 주장했으나 당은 “지도부 차원의 의견은 아니”라며 거리를 뒀다. 정 법무부 장관 역시 지난 18일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검사장 징계 검토 관련 질문에 “어떤 것이 좋은 방법인지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건 국민을 위해 법무부나 검찰이 안정되는 것”이라며 신중한 자세를 택했다. 낮은 볼륨을 유지하는 지도부와 달리 의원 개개인의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한 라디오를 통해 정 법무부 장관의 ‘검찰조직 안정’ 발언에 대한 질문에 “아무 일 없었던 듯이 넘어가는 것이 조직의 안정을 위해서 도움이 되는 방법은 아니”라고 답했다. 이어 “정 법무부 장관은 법무부와 검찰 전체를 총괄하는 수장이기 때문에 고민이 있으신 것 같다”면서도 “다만 중요한 것은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현재 민주당이 내세우는 원칙은 항명 검사에 대한 징계로, 그 원칙을 지키는 것이 국민 여론이라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몰아붙이던 지도부 잠시 숨 고르기 이제는 각개전투…검사들도 ‘부글’ 민주당이 다수 석을 차지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에서는 ‘집단 항명 검사장 18인’ 전원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항소 포기 결정에 반발하는 검사장 18명을 겨냥해 “헌정 질서의 근본인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과 검찰조직의 지휘 감독체계를 정면으로 무너뜨린 사건”이라고 비판하며 법적 조치에 나선 것이다. 지난 19일 법사위 여당 간사인 김용민 의원은 조국혁신당·무소속 의원과 함께 기자회견을 통해 이같이 밝히며 “검찰의 집단 항명은 정치적 집단행동으로 헌정 질서를 훼손하는 중대 범죄”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들의 행동은 단순한 의견 개진이 아니었으며 법이 명백히 금지한 공무의 집단행위, 즉 집단적 항명”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피고발인 18명은 모두 각 검찰청을 대표하는 검사장급 고위 공무원으로서 정치적 중립성이 누구보다 강하게 요구되는 위치에 있다”며 “그런데 이들은 서로 합의해 공동성명을 작성하고 이를 동시에 내부망과 언론에 공개했다. 이는 다수가 결집해 실력으로 주장을 관철하려는 집단적 압력 행위”라고 말했다. 민주당의 압박이 거세지자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의 임기가 끝난 뒤 검사들이 반격에 나설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권력이 교체됨에 따라 검사의 태도 역시 손바닥 뒤집듯 바뀌고, 만일 보수 세력에게 정권이 넘어갈 경우 검사의 날이 다시 이 대통령을 향할 것이란 점에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내년 10월 해체 예정인 검찰청이지만 막강한 권력을 지니던 시절의 관행을 버리지 못한다면 이들을 중심으로 정치 검찰의 모습을 한 또 다른 집단이 탄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실은 “검사 인사권은 법무부에 있다”며 이번 사안에 직접 개입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논란의 중심으로부터 최대한 거리를 유지하며 대통령실이 직접적으로 관여하지 않았다는 점을 부각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 민주당 관계자 역시 “‘대통령실 외압’은 궁지에 몰린 국민의힘의 프레임”이라며 “만약 5년 뒤에 검찰이 반기를 들면 그때는 (이 대통령의 거취를) 국민 여론에 맡기면 된다. 지난 몇 년간 수십번의 압수수색과 조사가 이뤄졌고, 그 결과를 전부 국민이 지켜봤다”고 설명했다. 피바람 과도기 이 모든 과정을 놓고 최요한 정치 평론가는 “과도기”라고 설명했다. 최 평론가는 <일요시사>를 통해 “검찰이 하나의 권력으로 등장해 민주주의를 유린했다. 그 대상을 개혁하는 일은 굉장히 어려운 문제고, 이정부는 그걸 시스템으로 헤쳐나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개혁은 혁명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다. 혁명은 싹을 자르면 되지만 그건 민주주의가 아니”라며 “검사 징계, 검찰개혁을 놓고 같은 진보라 하더라도 결이 다르지 않나. 다양한 논의와 의견을 두들겨 맞춰서 하나의 안을 만드는 게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개혁안은 보수도 일정 정도 동의를 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시스템 개혁이라는 건 단칼에 두부처럼 잘리는 게 아닐뿐더러 이정부가 끝날 때까지 (개혁을) 시도하는, 많은 시간이 걸리는 일일 수도 있다”고 부연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