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25주년 특집> '예능의 신' 스타PD 나영석의 '내일'

"아직 관찰 강세" 그리고 생짜 코미디를 보다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유재석과 강호동. 예능 MC계의 두 거장이 있었던 만큼 예능 PD계에도 두 거장이 있다. tvN 나영석 PD와 MBC 김태호 PD가 그 인물이다. 국내 예능사에 깊이 남을 걸출한 작품을 만들어왔던 터라 누구 한 명이 더 뛰어나다고 하는 것이 무색한 상황이다. 두 PD의 공통점은 예능계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해왔다는 것이다. 기획부터 섭외 등 다양한 부분에서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 그런 가운데 나영석 PD는 다시 한번 도전의 문턱에 섰다. 

기존 예능 프로그램을 두고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요즘 말로 '억지 텐션'을 끌어모아서 재미없는 것도 웃어주거나, 합을 맞춘 것임에도 마치 진짜로 속은 것처럼 연기하는 패턴이 시청자들에 읽혀서다. 

진짜로?
억지 텐션

요즘 시청자들의 눈이 높아지면서 억지로 텐션을 끌어올린 것이 드러나는 예능 프로그램은 외면을 당한다. 다큐멘터리에 가까운 리얼리티가 고스란히 전달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10~30세의 젊은 시청자들의 관심에서 멀어진다. 

다큐멘터리형 리얼 버라이어티의 시초가 된 PD 중 한 명이 나영석 PD다. KBS2 <1박2일> 시절 나 PD는 출연진에게 가혹한 미션을 전달하면서 '출연진 VS 제작진' 구도로 긴장감을 만들었다. 

실제로 점심을 주지 않기도 했고, 게임에 패배하면 저녁조차 초라한 반찬을 제공했다. <1박2일>을 거쳐간 출연진은 제작진의 혹사에 당하지 않기 위해 몰래 음식을 챙겨오는 등 잔머리를 굴리기도 했다. 그 모든 것이 전파를 탔다.


출연진과 제작진 구도에서 꼭 제작진이 승리한 것도 아니었다. 비가 쏟아지는 날 밤, 잠자리를 걸고 한 게임에서 출연진이 승리하면서 모든 제작진이 실외 취침을 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고, 5억원에 육박하는 자동차를 건 게임에서 출연진이 승리하면서 나 PD가 직접 무릎을 꿇는 일도 있었다. 

출연진과 실제로 벌이는 승부에서 리얼리티가 그대로 드러났다. <1박2일>에 이어 <신서유기>까지 흥행 요소 중 하나는 나영석 PD를 비롯한 제작진과 강호동을 비롯한 출연진의 치열한 수 싸움이다. 제작진과 출연진의 대결구도는 나 PD의 판에서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 PD는 꾸준히 자신의 한계치를 넘어서왔다. <1박2일> 이후 배우들을 캐스팅한 tvN <꽃보다 할배>를 주축으로 여행 예능의 시대를 열었고, tvN <강식당> <윤식당> <윤스테이> 등을 통해서 한국문화를 알리는 새로운 형태의 예능 프로그램도 제작했다. 

네이버tv를 통해 첫 공개한 <신서유기>로는 웹 예능의 기반을 닦았으며, 유튜브 채널 ‘채널 십오야’를 통해서는 이른바 유튜브 예능 전성기의 중심에 있다. 

MC로 나선 '출장 십오야' 콘텐츠 평가 10위
"유재석이라면 과연 어떻게 진행했을까요?"

그런 그가 새롭게 도전한 분야는 MC의 영역이다. <신서유기>에서 갈고 닦은 게임 진행 능력을 발휘하는 프로그램을 론칭한 것. 웹 예능 '출장 십오야'가 그것이다. 본격적으로 MC 롤을 맡기로 한 셈이다. 

시작은 배우 유연석 덕분이었다. 후배인 신효정 PD와 아이템 기획 회의를 하던 중 유연석으로부터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 팀이 캠핑을 가는데, <신서유기>류의 게임을 해달라는 게 요지였다.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재밌겠는데'였다. 


"연석이한테 전화가 왔을 때까지만 하더라도 이걸 해야겠다는 생각은 아니었어요. 연석이도 그렇고, 드라마 팀이나 조정석도 잘 알아서 '재밌겠는데'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일단은 이벤트성으로 했는데, 막상 촬영해보니 괜찮더라고요. 제작진과 협의해서 '이거 확장해서 해보자'고 정했죠."

그렇게 '출장 십오야'가 탄생했다. 출연진에는 PD를 비롯한 제작진이 준비한 미션에서 승리해야 된다는 숙제만 주어진다.

유희열 대표를 비롯한 안테나 뮤직의 아티스트들, 이말년‧주호민‧김풍‧이용범 작가의 웹툰 작가들, 정종연, 이진주, 김민석, 유호진, 이태경, 박희연 PD 등 CJ ENM 소속 PD들, 올해 최고의 드라마로 꼽히는 tvN <빈센조>팀, 그리고 설명이 필요 없는 BTS까지 만났다.

국내에서 최고의 스타들을 섭외하는 데 엄청난 역량을 발휘한 나 PD의 능력이 '출장 십오야'에서도 발휘된 것. 

최종적으로는 배우 이병헌이 수장으로 있는 BH엔터테인먼트 소속 한효주, 한지민, 박해수, 김고은, 이진욱 등 배우들과 만났다. 

예능과 익숙한 듯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과 만나는 과정에서 나 PD는 빼어난 진행 능력이 돋보인다. 출연자들의 텐션을 적정한 상태에서 유지하는 것은 물론, 특유의 단호한 게임 진행 능력이 빛을 발한다. 

심지어 친분이 거의 없는 웹툰 작가팀과 <빈센조>팀을 만났을 때도 나 PD의 진행 능력은 그 어떤 MC 못지않다. 다양한 게임을 준비해오는 것은 물론 그 안에서 어떻게 재미를 뽑아내는지에 대한 감도 탁월하다. 

탁월한
방송감

몇 차례 게임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캐릭터를 빠르게 파악하고, 약점을 파고든다. 게임에 취약한 BTS 지민을 상대로 여유로운 대결구도를 만드는 것이 예다. 한 치의 오차 없이 정확하게 '땡'을 외치는 장면은 백미다. 방송인 겸 PD의 새로운 포지션을 만들고 있는 셈이다. 

"제가 플레이어로서 나오는 것에 처음에는 고민이 없었어요. 다 아는 사람들이었거든요. <슬기로운 의사생활> 팀부터, 안테나 뮤직도 유희열 대표와는 가까운 사이었고요. PD들은 더 편한 사람들이고요. 잘 아는 사람이 있다는 게 정말 편하고 부담이 덜하거든요."

새로운 기획과 더불어 안정적인 진행 덕분이었을까, '출장 십오야'는 불과 5편 만에 콘텐츠영향력평가지수(CJ ENM 제공) 집계에서 종합 10위에 진입했다. 한 주 전보다 무려 17계단이나 오른 기록이다. 

<빈센조>편은 무려 16명의 배우를 상대로 게임을 진행했다. 전문 MC가 아닌 나 PD에겐 매우 어려운 난이도의 숙제였다. 그럼에도 모든 장면이 명장면에 가까웠다. 유재석, 신동엽, 강호동 등에 뒤처지지 않는 실력이었다. 


"제가 진행을 잘했다고 여겨진다면, 아마 그건 한정된 영역이라서 그럴 거예요. <신서유기>에서 했던 것을 그대로 외부에 나가서 하는 거라서, 사실 그렇게 어려운 건 아니거든요. MC라고 지칭하기엔 부족하죠. MC는 여러 분야의 여러 사람과 소통하는 건데, 제게 그런 능력이 있는 건 아니에요. 잠깐의 외도로만 즐겨주시면 하는 마음입니다."

그리 친분이 깊지 않은 웹툰 작가들과 <빈센조>, BTS와 게임을 진행하면서 조금씩 어려움을 호소했다. 특히 나 PD는 BTS 촬영을 앞두고 "'만약 유재석이라면 어떻게 할까?'라는 생각만 하다 잠이 들었어"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MC 겸 PD
"힘들어요"

"이게 지인만 갈 수는 없으니까 점점 확장됐어요. 아는 사람이 있는 필드에 마실 나가듯 나가보자는 게 저희 생각이었는데, 지금은 전혀 모르는 판에도 가게 된 거죠. 자연스럽게 확장이 됐는데, 지금은 매우 불편해요. 사실 진행 롤을 이어가기가 너무 힘들어서 이걸 언제 그만둘까를 고민하고 있어요. 오랫동안 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하하."

나 PD에 따르면 '출장 십오야'의 선물은 대부분 제작진이 구입한다. 맥주와 치킨 등만 PPL이다. PPL을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한 PD 중 한 명일 뿐 아니라, 브랜드명을 게임의 도구로 사용한 것도 그가 최초다. 최근 '출장 십오야'에서 맥주를 따르는 장면을 매우 깔끔하게 삽입한 것도 나 PD 사단의 센스다. 

"아무래도 돈을 받고 하는 일이기 때문에 잘해줘야 한다는 생각이 있어요. 사실 '출장 십오야'에서 선물로 활용되는 것들은 다 저희가 사는 것이에요. PPL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많으면 좋을 텐데요. 아무래도 유튜브 콘텐츠는 광고를 활용하는 부분에서 제한이 덜하니까 편하게 하는 편이에요. 더 많은 광고를 유입하기 위해 고민을 많이 하는 것 맞습니다."


<신서유기>를 통해 네이버tv로 예능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렸고, '아이슬란드에 간 세끼'를 통해 유튜브 스핀오프도 가장 먼저 시작했다. 이미 자리를 잡은 TV PD가 뉴미디어에도 손을 뻗친 것. '출장 십오야' 외에도 '언제까지 어깨 춤을 추게 할 거야' '마포멋쟁이' '이식당' '라끼남'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성공을 거뒀다.

새로운 플랫폼에 진출하는 것에 가장 선구자적인 행보를 보인 그다. 

"사실 그런 류의 플랫폼을 잘 몰라서 시작하게 된 게 많아요. 잘 모르니까 오히려 공부하기 위해서 시작한 거죠. 새로운 미디어가 출발하게 되면, 올드 미디어와는 자연스러운 긴장관계가 형성되는 것 같아요. 요즘 느끼는 건 뉴미디어와 올드 미디어 간의 시청층이 다르다는 거예요. 뉴미디어는 취향에 특화돼있다면, 올드 미디어는 거대 자본이 투입된 작품을 원하는 거 같아요. 새로운 플랫폼은 계속 배우려고 해요."

유튜브 꽉 잡은 나 PD, OTT도 도전
새 예능 <스프링캠프> 벌써부터 화제

나영석 PD는 CJ ENM과 JTBC의 합작 법인인 티빙에서 새로운 작품을 시작했다. 제목은 <스프링캠프>다. <신서유기>의 멤버들의 캠핑생활을 관찰 예능 형태로 찍는 셈이다. 

"<신서유기> 멤버들이 봄 소풍을 떠나는 콘셉트예요. OTT가 미래 대세 플랫폼이기 때문에 관심이 생겨서 시작하게 됐어요."

그의 새로운 도전의 패턴 중 하나는 익숙한 것과 새로운 것의 조화다. tvN에서 처음으로 시도한 <꽃보다> 시리즈는 나 PD의 주 무기였던 여행 예능을 색다르게 바꾼 것이었다. <윤식당>의 경우에는 새로운 포맷에 이서진, 윤여정, 정유미와 같은 익숙한 얼굴을 캐스팅했다.

콘텐츠가 새로워지면 인물을 익숙하게 넣고, 콘텐츠에 큰 변화가 없으면 새로운 인물을 투입하는 방식이다. 

<스프링캠프>는 새로운 플랫폼과 콘텐츠이기 때문에 익숙한 인물을 배치했다. 강호동과 이수근, 은지원, 규현, 피오, 송민호, 안재현이다. <신서유기>를 통해 오랫동안 합을 맞춘 예능인들이 캠핑을 통해 편안한 모습을 그린다는 게 <스프링캠프>의 기획 의도다.

"<신서유기>를 하면 어디 가서 게임을 통해 왁자지껄하면서 노는데, 새로운 플랫폼으로 왔으니까 자연스러운 분위기에서 그들이 어떻게 관계를 형성하는지를 보여주고자 했어요. 캠핑이라는 틀 안에서 <신서유기> 멤버들의 편안하게 노는 모습을 보여주고자 만들었어요."

OTT는 기존의 TV 매체와는 다른 결을 지닌다. TV는 매주 시청률을 통해 결과를 얻는 데 반해 OTT는 오랫동안 저장되면서 언제라도 꺼내볼 수 있는 형태의 플랫폼이다. 일희일비 하지 않아도 되는 플랫폼인 셈이다.

"PD는 모두 시청률의 노예예요. 하하. 거기에 얽매여서 조마조마하면서 프로그램을 만드는데, 시청률이 없기 때문에 좀 더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티빙이라는 플랫폼은 우리가 만든 결과물을 지금 당장 볼 수도 있지만, 1~2년 지나서도 즐길 수 있어요. <스프링캠프> 같은 편안한 프로그램을 만든 것도 언제든 들어와서 보고 대리만족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선택했어요."

MBC <무한도전>을 시작으로 버라이어티가 활성화됐고, <아빠 어디가>를 통해 관찰·여행 예능이 붐을 일었다. 트로트가 다시 한 번 붐을 일으키면서, 현재 방송가는 다양한 장르가 혼재된 채 진행되고 있다. 예능의 패러다임을 바꿀 다음 장르는 어디가 될지 물어봤다.

아이템 혼재
다음 장르는?

"그런 걸 예상하기란 사실 쉽지 않죠. 각자 PD들은 자기가 좋아하고 잘하는 장르를 해요. 거기서 우연히 터지기도 하는데요. 저도 마찬가지고요. 방송 전체로 본다면, 우리나라의 버라이어티는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게 사실인 것 같아요. 관찰 장르가 다큐멘터리의 느낌이 있어서인지 여전히 강세인데요. 훨씬 더 많아지고 확장될 것 같아요. 또 반대로 유튜브를 보면 한동안 잊혀진 생짜 코미디도 인기가 많아요. 트렌드가 돌고 도는 거니까, 코미디가 들이닥칠지도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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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와 국무조정실장 인선을 발표했다. 취임 후 첫 개각인 만큼 이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정부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다. 초대 장관인 데다가 이력도, 배경도 독특한 이들이 합류하면서 주목도는 배로 높아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에는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이, 외교부에는 조현 전 1차관이 후보자로 지명됐다. 이 밖에도 ▲통일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동영 의원 ▲국방부 민주당 안규백 의원 ▲국가보훈부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 ▲환경부 민주당 김성환 의원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 김영훈 전 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위원장 ▲해양수산부 민주당 전재수 의원 ▲여성가족부 민주당 강선우 의원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 ▲국무조정실장 윤창렬 LG글로벌 전략개발원장 등이 후보자로 임명됐다. 가리지 않고 사람만 보고 큰 폭의 내각 변화가 일어난 가운데 유독 주목을 받는 인물이 있다. 이력이 독특하거나 발탁 배경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등 청문회 과정 역시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이슈는 국방부 장관으로 내정된 안규백 후보자다. 안 후보자는 5선 국회의원으로 약 20년 동안 국회 국방위원을 지내며 의정 활동 대부분을 국방 분야에서 보냈다. 내란 사태 당시 ‘윤석열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내란 특위)’ 위원장 등을 맡기도 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안 후보자는 국회 국방위 간사·위원장 등 5선 국회의원 이력 대부분이 국방위 활동이기에 군에 대한 이해도가 풍부하다”며 “64년 만에 문민 국방 장관으로 계엄에 동원된 군의 변화를 책임지고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후보자는 지난해 12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군은 문민통제가 돼야 한다. 비상계엄 당시 문민통제가 공고했다면 대통령이 내란을 지시하더라도 시작 단계부터 군이 반대해 따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안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해 최종 임명된다면 64년 만에 민간인 출신 국방부 장관이 탄생한다. 첫 민주노총 출신 장관이 탄생할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김영훈 후보자는 현직 철도 기관사로, 1992년 철도청(현 코레일)에 입사해 올해로 34년째 근무 중이다. 장관 후보로 지명되기 전날까지 김 후보자는 경부선 부산-서울 구간에서 새마을호 열차를 운행했다.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가 민주노총 출신인 점을 거론하며 이번 인선이 일종의 ‘청구서’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원석 원내대표는 “내각이 아니라 민주당 선대위 같다”며 “능력이나 전문성보다 논공행상이 우선된 거 아닌가 하는 국민적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진행된 노동 개혁 성과는 후퇴하고,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과 중대재해처벌법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새 정부의 반 기업적 스탠스를 명확히 못 박아두는 인사 아닌지 우려된다. 민주노총의 정치적 청구서가 본격적으로 날아오는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가 노동부 장관으로 임명된다면 지난 3년간 거부권에 가로 막혔던 노란봉투법을 비롯한, 주 4.5일 근무제 등이 거대 여당을 등에 업은 채 졸속으로 처리될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민간 국방 장관, 기관사 노동 장관 파격 인사에 국민들 관심도 ‘쑥’ ↑ 이를 의식한 듯 김 후보자는 쟁점 법안에 대해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면서도 “명분만으로 밀어붙이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 4.5일 근무제가 어려운 기업이 있다면 무엇이 어렵게 하는지 정부가 잘 살펴보고 공동의 길을 모색해보겠다”고 설명했다. 교수 출신 인사가 없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번 개각 명단을 보면 대부분 실무형 인사 위주로 곧바로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실용성 있는 인재를 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인이 과기부·중기부 장관 후보자 등으로 내각에 포함된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강 대변인은 “배경훈 과기부 장관 후보자는 AI 학자이자 기업가로서 초거대 AI 상용화로 은탑산업훈장을 받은 인물”이라며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과 함께 AI 국가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 대통령은 네이버 클라우드 AI 랩 소장, AI 미래포럼 공동의장 등을 지낸 하정우 수석을 대통령실 AI 미래기획 수석으로 지목했다. 이재명정부는 “100조를 투자해 AI 강국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만큼 하 수석과 배 후보자가 손발을 맞춰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배 후보자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과 만나 “이 대통령의 1호 공약인 AI 3대 강국이 되기 위해 3강의 정의부터 해봤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로선) 우리가 3위를 한다고 해도 미·중과 너무 차이가 크다. 1·2위에 근접한 3위가 돼야 하며 사실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며 “AI 3강 목표를 반드시 2∼3년 이내에 달성해야겠다는 사명감이 있고, 소속됐던 기업에서 좋은 사례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기부 장관 후보자로는 한성숙 네이버 고문이 내정됐다. 한 후보자는 지난 2017년 네이버 최초로 여성 최고경영자(CEO)에 선임됐으며 같은 해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제13대 회장을 맡은 인물이다. 역대 중기부 장관을 살펴보면 통상 관료나 정치인이 낙점된 만큼 민간 기업 출신 후보자라는 점에서 신선하다는 평이 나온다. 중소기업계는 한 후보자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일꾼도 실용주의 중소기업중앙회는 논평을 내고 “중소기업계는 이재명정부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한성숙 후보자가 지명된 것을 환영한다”며 “한 후보자는 네이버 등 IT산업에 오랜 경험을 가진 기업인 출신으로 산업 대전환기에 중소기업·소상공인의 AI·디지털화를 촉진하는 등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정부와 중소기업이 한 후보자에게 기대를 걸고 있지만 과거 국정감사 이력이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등 국정감사 ‘단골’로 불릴 만큼 여러 차례 소환됐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21년 네이버 직장 내 괴롭힘으로 한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원들의 질책이 잇따랐다. 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당시 네이버 대표였던 한 후보자에게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를 징계했느냐”고 묻자 “네이버에서 본인이 사임을 했다”고 짧게 답했다. 노 의원이 “징계를 했느냐”고 재차 물었지만 한 후보자는 “징계가 있었다”면서도 정확히 어떤 처분이 내려졌는지 답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노동계 등에서는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 밖에도 뉴스 편집 조작과 댓글 여론 조작 방조 의혹 등으로 2017년부터 4년 연속 국감 증인으로 소환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상웅 의원은 한 후보자 지명과 관련해 “거대 포털과의 전략적 야합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한성숙 후보자 지명은 과거 민주당의 규제를 통한 견제가 아니라 포털과의 인사 유착을 통해 정권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로 비쳐질 수 있다”며 “플랫폼 권력과 정치 권력의 야합이라는 심각한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는 것이 국민적 시각”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2021년 국감을 언급하며 “직원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극단적 선택까지 했던 괴롭힘의 현장을 방치한 책임자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지원해야 할 부처의 수장으로 지명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국민 신뢰를 저버린 매우 전략적이고 노골적인 이번 인사는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거듭 지적했다. 성급했나? 잡힌 발목 실용과 통합을 위한 지명도 이뤄졌지만 여야 모두에게 질책을 받으면서 오히려 자충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윤석열정부 출신인 송미령 농식품부의 장관 유임과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송 장관이 유임된 배경에 대해선 “첫 국무회의에서 대부분 사의를 표한 후라 소극적이고 구체적이지 않은 답변이 많았던 반면, 송 장관은 상당히 구체적으로 대통령 질문에 답하고 국정 방향에 대해 미리 준비하고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여러 안을 가지고 왔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일할 수 있는, 준비된 현직 국무위원이라고 판단한 것 아닌가 하는 짐작을 해본다”고 설명했다. 강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지난 24일 유임을 발표한 뒤 첫 국무회의에서 송 장관에게 ‘사회적 충돌, 혹은 이해관계에 있어서 다른 의견이 있다면 유임된 장관으로서 적극적으로 들어보고 갈등을 조정하는 데 직접 역할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송 장관이) 그에 대해서 수긍한 것으로 본다”며 “유임 결정까지는 대통령실에서 한 것이지만, 이후에 갈등 조정 기능도 내각에 임명 혹은 내정된 분들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송 장관의 유임을 두고 민주당, 특히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하 농해수위) 소속 의원을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는 분위기다. 지난 3년 동안 양곡관리법 등을 반대하고 이를 ‘농망법’이라고 부르는 사람을 기용하는 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게 주된 이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 진보당도 목소리를 높였다. 혁신당 박웅두 농어민위원장은 논평을 통해 “이재명정부의 ‘국민통합정부’ 의지를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남태령 응원봉의 주역이자 이재명 대통령 당선에 뜻을 함께했던 농민들은 송 장관의 유임에 당혹감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송 장관은 윤석열 농정에 대해 공식적으로 참회와 반성, 사과와 유감의 발언도 없었고 공개적인 평가의 과정과 책임의 경중을 논의한 바가 없는데 누가 송미령을 장관으로 추천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식량주권에 대한 손톱만큼의 애정이 있다면 유임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밝혔다. 농해수위 소속인 진보당 전종덕 의원 역시 “농망 장관”이라며 지명 철회를 촉구하는 1인 시위에 나섰다. 통합용 지명? 여야 모두 아우성 ‘윤의 사람’ 그대로 품은 이유는? 일부 야권에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송 장관은 민주당이 추진한 양곡법과 속칭 농민3법을 농업의 미래를 망치는 농망법이라며 대통령 거부권 행사까지 건의했다”며 “그런데 이재명정부의 농림부 장관으로 지명되니 ‘새정부 철학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관을 오래하려면 송미령 같이’라는 자조가 공직사회 전반에 퍼지지 않겠느냐”며 “금번 인사를 보니 이 대통령이 말하는 실용주의의 정체를 알겠다. 그건 실용의 이름으로 포장된 기회주의이자 국익으로 덧발라진 밥그릇 챙기기”라고 꼬집었다. 논란에 대해 한 민주당 관계자도 “나름 탕평 인사로 가장 탈이 안 날 것 같은 인물을 유임시킨 것 같은데 아마 이 대통령도 뒷말은 예상했을 것”이라며 “내란 종식을 내걸고 정권을 잡은 만큼 모순된 면이 있다. 그날 밤(12월3일) 용산에 모인 국무위원을 내란 동조자, 내란 방관자라고 하더니 ‘일을 잘하니 함께 가겠다’라는 건 국민에게 조금 더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권 전 의원이 보훈부 장관으로 지목된 것 역시 탕평 인사로 분류된다는 해석이다. 권 후보자는 지난 4월 6·3 조기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 캠프에 합류에 눈길을 끌었다. 친유승민계로 분류되는 권 후보자는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을 거쳐 바른정당에서 최고위원을 지냈다. 보수 인사였던 그는 이재명 캠프에 합류하면서 “대구와 경북의 정치적 발언권을 보장하기 위해 참여하게 됐다”며 “민주당의 중도 보수 지향에 대해 힘을 보탤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훈식 대변인은 권 후보자가 보훈부 장관으로 지명된 것에 대해 “경북 안동에서 3선 의원을 역임했다”면서 “지역과 이념을 넘어 특별한 희생에 특별한 보상이라는 보훈 의미를 살리고 국민통합을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권 후보자는 보수와의 소통에 힘을 쏟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국민통합을 강조하며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면 광화문 태극기 부대와 촛불 부대가 서로 소통이 되고 이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 국민통합이라면 소통의 장을 마련해 각자가 논리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해보고 들어봐서 반영하라고 하셨다”며 “그래도 자기 진영 논리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면, 이해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유임된 송 장관을 제외한 10개 부처에 대한 개각이 이뤄지면서 국회 역시 각 상임위가 바쁘게 돌아갈 예정이다. 시기상 장관 후보자 청문회는 7월 말에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를 겪은 국민의힘은 남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해서도 ‘송곳 검증’을 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격돌의 7월 관전 포인트 다만 한 야권 관계자는 “김민석 후보자의 청문회가 이틀 동안 진행됐지만 총리로서의 자격 검증은 뒷전이고 돈 문제만 물고 늘어졌다”며 “물론 총리 후보자의 부도덕한 면을 부각시킬 수 있겠지만 총리 후보자 청문회인 만큼 더 다양한 각도에서 질문을 해야 했다. 곧 있으면 다른 장관에 대한 청문회도 진행될 텐데 지금처럼 (청문회를) 진행해서는 국민의힘도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