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석모도 살인사건 전말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1.05.18 13:53:54
  • 호수 132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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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속인 아들…경찰도 속였다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인천의 한 농수로에 여자 시신이 발견됐다. 이 범행을 남동생이 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충격을 줬다. 지난해 12월 벌어진 사건이 무려 4개월이 지나서야 퍼즐이 맞춰지고 있다. 잔혹한 살인 과정에서 남동생 범행은 계획적인지 우발적인지도 밝혀진 게 없다. 

부모가 없을 때는 형제끼리 서로 의지하기 마련이다. 부모로부터 독립하기 위해 형제끼리 같이 동거하는 경우도 있다. 부모 입장에서도 서로 의지하고 챙겨주길 바라는 마음이 들기 마련이다. 부모, 형제 관계는 끊으려 해도 끊을 수 없기에 서로를 신뢰할 수밖에 없다. 그런 가운데 천륜을 저버린 사건이 발생했다.  

25차례 찔러

인천 남동구 한 아파트에서 가족간 살인이 벌어졌다. 이 아파트에는 누나와 남동생인 A씨가 함께 거주했다. 남매 부모님은 경북 안동에 살면서 가끔씩 남매 집을 다녀간 것으로 알려졌다. 범행은 지난해 12월 중순 새벽에 발생했다. 

A씨는 부엌에 있던 흉기로 누나를 25차례 찔러 살해했다. A씨는 이후 시신을 아파트 옥상을 끌고 가서 보관했다. 범행 장소가 아파트 꼭대기 층이어서 시신을 옥상까지 가져가는 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

10일이 지난 후 A씨는 시신을 여행용 가방에 넣은 뒤 렌터카에 실어 석모도 농수로에 유기했다. 이때가 12월 말이었다. 


남매 어머니는 딸과 연락이 되지 않자 지난 2월경 가출신고를 했다. 이때에도 A씨는 어머니를 안심시키기 위해 카카오톡 대화까지 위장했다. A씨는 누나 휴대폰 유심을 다른 기기에 끼워 혼자 메시지를 주고받았다. 

새벽에 누나 계정으로 "너 많이 혼났겠구나. 실종신고가 웬 말이니. 한두 살 먹은 어린애도 아니고"라고 보냈다. 이후 A씨는 "부모님에게 남자친구 소개하고 떳떳하게 만나라"라고 답장했다. 

이어 다시 누나 계정으로 "잔소리 그만해라." 이렇게 누나와 대화를 나눈 것처럼 조작했다. 마지막으로 A씨는 본인 계정에서 "어디냐, 들어와라"는 메시지를 보내고 누나 계정으로 들어가 "나는 남자친구랑 잘 있다. 찾으면 아예 집으로 안 들어갈 것"이라고 답장을 보내며 조작했다. 

A씨가 어머니에게 메시지를 보여주며 누나가 살아 있는 것처럼 꾸미자, 부모는 4월5일 경찰에 낸 누나의 가출신고를 취하했다. 당시 어머니는 "경찰이 (딸에게)계속 연락하면 (딸이)연락을 끊고 숨어버릴까 걱정"이라며 신고 취하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그 후로 2개월이 지난 4월21일 오후 2시경 인천 강화군 삼산면의 한 농수로에서 A씨 누나 변사체가 인근 주민에 의해 발견됐다. 158㎝였던 누나는 발견 당시 맨발이었으며, 1.5m 깊이의 농수로 물 위에 엎드린 상태로 떠 있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시신을 부검한 뒤 '사인은 흉기에 의한 대동맥 손상'이라는 1차 소견을 밝혔다.

경찰은 34명의 전담반을 편성해 수사를 벌이다 피해자 통신·금융 기록을 분석해 A씨의 행적을 포착했다. 사라진 누나 휴대전화를 누군가 사용한 흔적이 발견됐다. A씨 계좌에서 일정 금액을 출금해 식비로 사용한 정황도 드러났다.


살해 후 렌터카 빌려 시신 유기
누나 계정 조작해 대화 위장

결국 경찰은 경북 안동에 있는 A씨를 검거했다. 그는 결국 자신의 모든 범행에 대해 자백했다. 누나와 성격이 안 맞고 평소 생활 태도와 관련해 사소한 말다툼이 있었다고 했다. A씨는 범행을 저지른 날도 회사를 마치고 늦게 귀가했는데 누나의 잔소리로 화가 났으며 그렇게 심하게 찌른 줄은 몰랐다고 밝혔다. 

그는 추가 조사에서 "할 말이 없을 정도로 잘못했다"며 "부모님에게도 사죄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인천 남동구에서 석모도까지는 1시간이나 걸리는 거리다. 시신을 석모도까지 옮긴 이유는 A씨의 외삼촌 가족이 석모도 인근에 거주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가족행사 때 몇 차례 들린 A씨는 익숙한 장소이기도 했다.

유기 장소를 석모도 농수로로 정한 데 대해 A씨는 농촌이기도 하고 겨울에 인적이 드물 것이라고 생각해 그곳에 유기를 했다고 털어놨다. 

A씨의 범행이 계획적인지 우발적인지가 중요한데 양형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경찰은 계획범죄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발적이라고 하기엔 25번이나 찌른 점, 살해 후 유기 및 은폐가 치밀했으며 누나의 계좌에 있던 현금을 이체해 식비로 사용했다는 점이 배경이다. 경찰은 금전 목적의 살인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손수호 변호사는 "(A씨가)현장에 있던 흉기로 살해했고, 계획범이라면 의심을 피하기 위해 집에서 살해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우발적 범행일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어 "계획적이라면 사체를 열흘 동안 옥상에 방치하진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계획범죄라면 처음부터 사후 처리까지 염두에 두고 범행하는 경우가 더 많다는 것이다. 

그는 "(A씨가)'이왕 이렇게 됐으니 돈이라도 쓰자'라고 범행 이후 돈 욕심이 생겼을 수도 있고, 격정 상태에 빠져 수차례 찌른 것일 수도 있다"며 "실제 남매 사이에 갈등 요소가 있었는지 냉정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누나의 발인이 4월30일이었다. 당시 A씨는 영정사진을 들고 운구행렬에 앞장서기도 했다. 또 변사체가 발견되자 여러 언론들이 앞다퉈 보도했다. 한 언론이 '가족이 누나의 실종신고를 하지 않았다'는 보도를 접한 A씨는 해당 기자에게 직접 항의 메일을 보냈다. 

A씨는 해당 기자에게 "가족들은 실종신고했다. 진위 여부가 확실하지 않은 기사 보도는 하지 말아 달라. 말 한마디가 예민하게 들리는 상황이라 계속해서 이런 기사가 보도되면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는 내용의 메일을 보냈다. 


A씨는 정상적인 출근을 하면서도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주기적으로 '강화 석모도'를 검색했다. 유기한 시신이 떠올랐는지 확인하기 위해 기사를 검색한 것이다. A씨의 이 같은 행동은 처벌에 대한 두려움이 존재했음을 보여준다. 시신이 발견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지속해서 불안감을 갖고 살았을 가능성이 크다.

사이코패스? 

A씨에 대한 사이코패스 성향을 분석한 결과, 반사회성 및 사이코패스 성향은 파악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사이코패스는 일반적으로 인격장애증을 앓고 있는 사람을 말하는 것으로 평소 정신질병이 내부에 잠재돼있다가 범죄를 통해서만 밖으로 드러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경찰은 A씨를 상대로 간이정신진단검사(SCL)와 문장완성검사(SCT) 검사를 진행, 분석하고 있으나 사이코패스 등의 정신적 문제는 확인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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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분오열’ 의료계 내분 내막

‘사분오열’ 의료계 내분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뚝심인가, 고집인가?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대통령의 뜻이 확고해도 너무 확고하다. 겉으로는 유연한 대처를 언급하면서 ‘2000명’이라는 수치는 굽히지 않을 기세다. 강 대 강 대치에 나섰던 의료계는 우왕좌왕하는 모양새다. 의료계 내부의 의견을 모으는 일도 쉽지 않아 보인다. <일요시사>와 인터뷰한 지방의대 A 교수는 의과대학 정원 확대를 밀어붙이는 윤석열정부의 강경 기조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정규군은 수뇌부만 처리하면 와해되기 쉽다. 하지만 현재 의료계는 게릴라 방식으로 대응 중이다. 주동자를 찾기 어렵고 실제 주동자도 없다. 전공의, 의대생 모두 조직의 통제하에 움직이는 게 아니라 본능에 따라 행동하고 있다. 윤정부 입장에서는 협상 대상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일괄 협상에 따른 일괄 타결은 어렵다고 본다.” 2월 이후 평행선만 실제 의료계는 대학의사협회(의협),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 등 여러 단체가 의대 정원 확대 정책에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의대 정원 확대 반대’를 큰 틀로 하되 대응 방식이나 세부적인 요구사항은 각각 다른 상황이다. A 교수의 말대로 의료계는 현재 단일협의체가 없다. 협상테이블이 마련된다 해도 앞에 대표로 나설 사람이 없는 셈이다. 과거 의정갈등이 일어났을 때 주로 의협이 나서서 의료계 입장을 전달하고 대응을 이끌었다면 현재는 각개전투를 진행하고 있다. 이미 정부는 의협의 대표성에 대해 의문을 표한 상태다. 정부는 지난 2월 말 의협 대신 ‘대표성을 갖춘 협의체’를 구성해 의대 정원 확대 등에 대해 대화하자고 의료계에 요청했다. 의협이 전체 의사들의 대표성을 띠기 어렵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당시 주수호 의협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은 “의협 회원엔 전공의·봉직의 등 모든 직역이 포함돼있고 모든 직역이 배출한 대의원 총회 의결을 거쳐 만들어진 조직이 비대위”라며 “정부가 의협의 대표성을 부정하는 이유는 내부 분열을 조장하기 위함”이라고 반발했다. 의협은 의료법에 근거해 모든 의사가 가입하는 법정 단체지만 개원의를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번 의정갈등 국면서 가장 선봉에 선 단체는 전공의가 모인 대전협이 꼽힌다. 전공의가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해 병원을 떠나는 등 집단 강경 투쟁에 나서면서 의정갈등에 불이 붙었다. 의대생은 집단 휴학으로 힘을 실었다. 유급 마지노선에 이른 대학들이 수업을 재개했지만 의대생은 돌아올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집단사직에 나선 전공의가 여전히 버티고 있는 상황서 의대생의 복귀 가능성 역시 낮다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대통령실 1년 유예안 일축하면서도 ‘2000명 정원’ 논의 가능성 제시해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기준 학칙에 따른 형식적인 신청 요건을 지킨 의대생의 휴학 신청은 누적 1만242명으로 전체 의대 재학생 대비 54.5% 규모에 이른다. 의대생들의 집단 휴학과 수업 거부는 지난 2월부터 시작됐다. 대학 사이에선 이달 중순이 지나면 여름방학까지 총동원해도 유급을 막을 수 없다. 의대는 특정 수업서 3분의 1 또는 4분의 1 이상을 결석하면 낙제(F) 처리되고 F가 하나라도 나올 경우 유급이 되도록 학칙을 세워둔 곳이 많다. 전공의의 집단사직으로 병원 업무가 마비되고 일부 의료진에 업무가 과중되는 이른바 ‘의료대란’이 벌어졌다. 여기에 의대생의 집단 휴학은 의사 수급 부족 현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의료현장에 구멍이 생기면서 의사를 찾지 못해 환자가 사망하는 ‘응급실 뺑뺑이’ 사건도 일어났다. 문제는 정부의 태도다. 지난 2월6일 2025학년도 의대 입학 정원을 5058명으로 현행보다 2000명 늘리겠다고 발표한 이후부터 현재까지 요지부동 상태다. 정부는 2035년까지 1만명의 의사 인력을 확충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2006년 이후 19년 동안 동결됐던 의대 정원 확대를 예고한 것이다. 당시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는 발표 당시 의료계와 소통한 결과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지난해 10월26일 ‘의대정원 확대 추진계획’을 발표한 이후 40개 대학으로부터 증원 수요와 교육역량에 대한 자료를 받았고 현장점검을 포함한 검증을 마쳤다고 밝혔다. 의료계를 비롯해 사회 각계각층과 다양한 방식으로 소통했다는 점도 언급했다. 특히 정부는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강조했다. 언론사 여론조사 등에서 의대 정원을 늘리는 문제에 대해 국민 10명 가운데 8명 이상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것을 의미있게 언급했다. “흔들림 없는 의료개혁을 완수하겠다”는 정부의 입장에 국민의 응원을 지지대로 삼은 것이다. 요구 다른 의사단체 윤석열 대통령의 의지는 더 강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일 ‘국민께 드리는 말씀’ 대국민담화서 “역대 정부들이 9번 싸워 9번 모두 졌고 의사들의 직역 카르텔은 더욱 공고해졌다”며 “이제는 결코 그런 실패를 반복할 여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2000명이라는 숫자는 정부가 꼼꼼하게 계산해 산출한 최소한의 증원 규모”라며 “이를 결정하기까지 의사단체를 비롯한 의료계와 충분하고 광범위한 논의를 거쳤다”고 설명했다. 연구 결과를 들어 그 배경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정부는 국책연구소 등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연구된 의사 인력 수급 체계를 검토했다. 수요 측면서 저출산 고령화와 같은 인구구조의 변화, 만성질환의 증가와 같은 질병구조의 변화, 소득 증가에 따른 의료수요 변화까지 반영했다”며 “어떤 방법론이더라도 지금부터 10년 후인 2035년에는 자연 증감분을 고려하고도 최소 1만명 이상의 의사가 부족하다는 결론은 동일하다”고 말했다. 의대 정원 확대 시기에 대해서도 정부는 가차없는 태도를 보인다. 대통령실은 지난 8일, 의협이 제안한 의대 증원 1년 유예안에 대해 “정부는 그간 검토한 바 없고 앞으로도 검토할 계획도 없다”고 밝혔다. 앞서 박민수 복지부 차관이 “내부 검토는 하겠고 현재로서 수용 여부를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내놓은 답변서 더 강경해진 입장이다. 대통령실은 1년 유예안을 받을 수 없다는 입장을 취하면서도 “만약 의료계서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근거, 그리고 통일된 의견으로 제시한다면 논의할 가능성은 열어놓고 있다”며 “열린 마음으로 임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팔짱 낀 정부 공은 의료계로 일각에서는 정부는 초지일관 원론적인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현재로선 ‘2000명’이 정부와 의료계 간 대화의 장벽이 되고 있다. 정부는 2000명이라는 수치를 꿋꿋하게 고수하고 의료계는 2000명 백지화가 대화의 선결 조건이라는 뜻을 굽히지 않는 중이다. 정부든 의료계든 어느 한쪽이라도 구부려야 맞닿는 법인데 평행선만 그리는 모양새다. 이 와중에 의료계는 내분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부가 의료계에 요구하는 ‘통일된 의견’을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새 회장을 선출한 의협이 그 중심에 있는 상황이다. ‘강성’으로 꼽히는 임현택 의협 회장 당선인과 의협 비대위가 엇박자를 내고 있고 대전협의 박단 비대위원장도 의협 비대위와 갈등 조짐을 보이는 중이다. 현재 의협은 비대위원장과 차기 회장이 공존하는 상태다. 의협은 지난달 26일, 임 당선인을 차기 회장으로 선출했다. 임 당선인은 결선투표서 65%의 지지를 얻어 당선됐고 임기는 다음 달 1일부터다. 임 당선인의 등장으로 의협의 대정부 투쟁 수위가 올라갈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임 당선인은 의대 정원 증원 철회를 비롯해 대통령의 사과와 책임자 파면을 요구하는 등 다른 의사단체에 비해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마찰음이 나온 건 ‘단일대오’를 구성하는 과정에서였다. 의협 비대위는 지난 7일, 기자회견서 전의교협, 대전협, 의대협 등과 함께 합동 기자회견을 이번주 안에 열겠다고 예고했다. 하지만 임 당선인이 이런 움직임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의협 비대위, 차기 회장·전공의 회장 갈등 삐걱거리는 단일대오에 대화 공전 가능성도 의협 회장직 인수위원회는 의협 비대위와 대의원회에 공문을 보내 임 당선인이 김택우 현 비대위원장 대신 의협 비대위원장직을 수행할 수 있도록 협조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는 ‘한 지붕 두 가족’ 상황의 의협 창구를 단일화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대전협 박 위원장도 의협 비대위와 불협화음을 내고 있다. 박 위원장은 자신의 SNS에 “의협 비대위 김택우 위원장, 전의교협 김창수 회장과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있지만 합동 브리핑 진행에 합의한 적은 없다”고 적었다. 합동 기자회견은 일단 취소된 상태다. 박 위원장과 임 당선인의 갈등도 관심사다. 임 당선인은 지난 4일, 윤 대통령과 박 위원장의 비공개 만남에 불만을 드러냈다. 의협 비대위는 윤 대통령과 박 위원장의 만남을 ‘의미 있다’고 평가했지만 임 당선인은 SNS에 ‘내부의 적’을 운운하며 박 위원장을 강도 높게 비난하는 듯한 글을 남겼다. 박 위원장은 이 같은 보도 내용을 게시글에 공유하며 ‘유감’이라고 적었다. 전의교협은 의대 비대위에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다. 전의교협은 전국 40개 의과대학 교수협의회로 구성된 단체다. 김창수 전의교협 회장이 의협 비대위에 합류하면서 의료계 단일대오 구성이 빨라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통일된 의견을 내놓을 단일협의체 구성 속도에 따라 의정갈등의 타결 가능성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의협 비대위를 중심으로 단일대오를 구성하려던 시도가 임 당선인과 박 위원장의 행보로 삐걱거리면서 의료계 상황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처지가 됐다. 여기에 협상테이블이 마련돼 정부와 의료계의 대화가 이뤄진다 해도 합의까지 가는 데는 하 세월이 걸릴 것이라는 의견이 만만찮다. 입장차가 그만큼 첨예하다는 뜻이다. 타결까지 첩첩산중 일각에서는 정부와 의료계 모두 환자에 대한 배려는 뒷전에 두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월 이후 두 달 넘게 갈등이 계속되면서 환자들은 불편을 겪고 있고 일부 의료진은 업무 과중으로 그로기 상태에 빠졌다. 전공의가 떠난 병원은 매일 막대한 손해를 입고 있다. 정부와 의료계의 10번째 갈등이 어떤 결론으로 끝나느냐에 따라 의료계 지각변동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