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국기업’ 신성통상의 위기

공들여 쌓은 탑 ‘휘청휘청’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애국 마케팅으로 유명한 신성통상이 각종 구설수에 오르면서 오히려 평판을 깎아먹는 모양새다. 지난해 코로나19 확산으로 실적 악화를 겪으면서 직원들을 당일에 전화로 해고했다는 논란에 휩싸인 가운데 염태순 회장의 아들과 사위는 입사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의 중심에 섰다. 최근에는 국세청이 신성통상에 대한 고강도 세무조사에 착수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더욱이 특별조사를 진행하는 서울청 조사 4국이 움직인 것으로 알려져 더욱 이목을 끌고 있다. 

신성통상은 국내 패션업계의 ‘절대 강자’ 유니클로의 몰락으로 가장 큰 수혜를 입은 기업으로 꼽힌다. 신성통상은 일본 불매운동에 맞춘 ‘애국 마케팅’으로 주목을 받은 탑텐을 운영하면서 ‘애국 기업’의 이미지를 쌓아왔다.

매출 오르는데 
이미지 바닥

지난 2019년 7월 일본 불매운동 직후부터 탑텐의 애국 마케팅이었던 ‘3·1운동 기념 티셔츠’ ‘광복절 티셔츠’ ‘독도 프로모션’을 비롯해 다양한 사회공헌이 재조명됐다. 누리꾼들은 ‘유니클로 대신 탑텐’을 외치며 자발적으로 구매를 독려했다.

이를 기점으로 유니클로가 내리막길을 걷는 동안 신성통상의 SPA브랜드 ‘탑텐’은 나홀로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탑텐은 2019년 국내 SPA 브랜드 1위로 올라섰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 속에서도 실적 견인차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지난달 12일 신성통상의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신성통상은 지난해 하반기 6359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전년 동기 대비 11% 늘어난 규모다.


특히 탑텐의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이 기간 탑텐의 생산실적은 전년 동기 대비 40.5% 늘어난 833억원을 기록했다. 5년 전인 2016년에 비해서는 두 배가량 증가했다.

동종업계 다른 브랜드들이 매출 감소로 일부 사업을 접고, 매장을 철수한 것과 대조적으로 탑텐은 매장 수를 빠르게 불려가고 있다.

탑텐의 작년 말 기준 전국 매장 수는 425개로, 6개월 만에 58개의 매장이 증가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패션업 불황이 짙었던 때에도 공격적 확장을 이어간 것이다. 최근 5년 새 점포수가 3배가량 늘어났다.

신성통상은 패션업계를 휘몰아친 불매 운동과 코로나 한파에도 굳건히 고공행진을 이어갔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미지는 바닥을 치기 시작했다.

코로나19에 선방했지만 연이은 구설수
전화로 직원 해고…아들·사위는 입사

지난해 초 권고사직 이슈가 불거지면서 공들여 쌓아온 ‘애국 이미지’에 금이 가기 시작한 것이다. 단순히 코로나19로 경영난을 겪으면서 인력 감축을 추진했다는 것을 넘어 수출본부 소속 220여명에게 권고사직을 요청하는 과정에서 팀장이 전화로 해고 통보했다는 주장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해고를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서면통보를 선행하는 등 서류상의 절차가 선행돼야 하지만 신성통상이 직원에게 취한 조치와 같이 전화를 통한 당일 해고는 부당해고의 소지가 충분하다는 해석이다.


이와 관련해 신성통상은 이번 조치가 정리해고가 아닌 권고사직이라고 줄곧 강조하고 있다. 사전 해고 회피 노력 등을 의무적으로 강제한 정리해고가 아니기에, 이번 구조조정 과정에서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는 주장이다.

당시 신성통상 측은 부당해고 논란을 반박, 소문과 사실은 많이 다르다고 입장을 밝혔다. 신성통상 측은 “부당해고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코로나19 장기화로 베트남, 미얀마 공장 라인 중단 사태가 발생했다. 이번 구조조정은 공장 셧다운 사태로 사업 실적이 악화하면서 내리게 된 조치”라고 설명했다.

논란이 된 한 커뮤니티 글도 사실과 많이 다르다고 신성통상 측은 해명했다.

신성통상 관계자는 “기존 논란이 된 게시글에서는 구조조정 규모가 55명 수준이라고 알려졌지만 실제 구조조정 대상은 수출사업부 전체 220명의 10% 수준”이라며 “이도 자진사퇴, 부서 재배치 등의 인원이 포함된 수치”라고 부연했다.

할인행사 남발
소비자는 불만

신성통상은 일방적인 사측의 해고도 아니라는 입장을 내놨다.

신성통상 관계자는 “일방적인 권고사직이 아니었다. 직원과 함께 논의하는 과정이었다”면서 “대화 과정에서 퇴직 의사를 밝힌 직원 의견을 수렴했다. 퇴직하는 20명 남짓의 직원에게는 퇴직 위로금을 약속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가운데 신성통상 염태순 회장의 외아들과 둘째 사위가 수출기업부에 입사해 재직 중인 것으로 드러나 논란은 더욱 거세졌다.

염태순 회장의 둘째 사위는 2019년 11월 신성통상 수출사업부 이사로 입사했다. 지난해 1월에는 염태순 회장의 외동아들 염상원씨가 과장으로 입사했다.

현재 신성통상의 최대주주는 비상장사인 가나안(지분 28.26%)으로, 가나안의 최대주주(지분 82.43%)는 아들인 염상원씨다. 염씨는 2009년 가나안 주식을 양도받았고 사실상 신성통상을 지배하는 위치에 있다.

실제로 현재 신성통상 곳곳에는 오너가 일원 상당수가 재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성통상은 두 사람의 입사 시기와 구조조정안 검토 시기는 염연히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그럼에도 직원들은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게 되는데, 정작 오너가 일원은 ‘어려운 시기’에 입사해 근무를 지속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한 회사 내·외부 시선이 곱지만은 않았다.


권고사직 이슈 이후에도 직장 내 갑질 사건 등 구설수에 오르면서 소비자들은 ‘애국 기업’ 신성통상에 큰 실망감을 드러냈다. 일각에선 ‘불매운동을 해야 한다’는 얘기까지 흘러나올 정도였다.

그럼에도 ‘초저가’를 무기로 한 젊은 층 공량이 성공적으로 먹혀들면서 매출은 계속해서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탑텐의 주요 제품은 1만~2만원대로 유니클로보다 싼 편이다. 여기에 할인행사를 거듭하면서 공격적인 마케팅을 이어가고 있다. 탑텐은 지난해 9월 패밀리세일을 시작으로 10월 텐텐데이, 11월 블랙프라이데이, 12월 피크데이 등의 대대적인 할인 행사를 연거푸 진행했다.

그러나 숨가쁘게 반복된 할인행사의 최후는 소비자 불만의 폭발이었다. 거의 쉬는 기간 없이 이름만 바꿔 할인을 이어나가는 동안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 소비자민원이 수개월간 폭주한 것이다.

이 기간 신성통상에는 ▲배송 지연 및 오배송 ▲고객센터 불통 및 연락두절 ▲교환·환불 처리 지연 ▲환불 누락 등 서비스와 관련된 소비자 불만들이 줄을 이었다.

신성통상의 공식 온라인몰인 탑텐몰은 할인행사 때마다 배송 문제와 1+1 기획상품 부분 발송 및 환불 문제로 소비자의 원성이 자자했다. 그럼에도 이전 행사의 민원조차 제대로 처리하지 않은 채 또다른 세일만 이어나갔다.


재계 저승사자
사정 정조준

신성통상은 지난해 10월 ‘텐텐데이’ 행사 진행 후 배송지연, 고객센터 불통 등의 문제로 대거 소비자 민원이 발생하자 당시에도 빠른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12월까지도 고객센터 및 시스템 안정화로 인한 뚜렷한 개선 효과는 보이지 않았다.

불만족스러운 서비스에 소비자들이 등을 돌리는 사이 신성통상은 내부적으로도 악재에 부딪혔다. 말 그대로 ‘산 넘어 산’인 모양새다.

최근 연초부터 세무당국의 화살이 신성통상을 정조준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1월말 서울지방국세청은 서울 강동구에 위치한 신성통상 본사에 조사4국 요원을 보내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일명 ‘재계 저승사자’로 불리는 조사4국은 정기 세무조사가 아닌 비정기 ‘특별 세무조사’를 전담하는 조직이다. 통상 기업의 비자금·횡령·배임 등 특정 혐의가 있을 때 기획조사를 담당하는 곳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이번 신성통상의 세무조사는 정기 세무조사와는 성격이 다른 것으로 관측된다.

업계에선 이번 세무조사가 신성통상이 현지법인 드림센토사를 모기업 가나안에 고가 매각한 것과 관련 매도 가격의 적정성 논란에 대한 조사가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국세청 조사4국 투입…고강도 세무조사
부실법인 인수·재매각 등서 탈루 포착?

신성통상의 모기업인 가나안은 2002년경 자본금 32억원, 지분 95%로 인도네시아 현지법인인 드림센토사를 설립했다. 드림센토사는 가방 봉제업으로 출발했으나 신성통상이 인수하면서 의류 봉제업을 추가했다.

신성통상과 가나안의 결산 재무제표에 따르면 신성통상은 2007년 9월 드림센토사 지분 96.68%를 모기업인 가나안으로부터 54억원에 인수했다.

인수하는 사업연도(2007년7월~2008년6월) 드림센토사의 재무상황은 총자산 159억원에 자기자본 19억원, 매출 38억원, 순손실 16억원을 보였다. 신성통상이 인수한 후에도 드림센토사는 지속적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신성통상은 인수한 인도네시아 드림센토사의 부실이 깊어지면서 이 회사를 인수한지 10년도 못 돼 다시 모기업인 가나안에 되팔았다.

신성통상은 2016년 11월 가나안에게 드림센토사 지분 96.68%를 150억원에 재매각했다. 신성통상이 가나안으로부터 인수한 54억원에 비해 3배가량 높은 가격에 재매각한 것이다.

드림센토사 인수 후인 2009년 6월 말 회계연도에는 신성통상이 드림센토사에 지급한 대여금 등 261억원을 출자전환 했음에도 불구하고 드림센토사 경영실적은 매년 순손실을 보이며 2007년 인수 당시보다 재무상태가 더욱 악화됐다.

재매각 직전년도(2016년 6월) 드림센토사의 재무상황은 자기자본 32억원, 순손실 71억원이며 재매각하는 해에는 자기자본 -76억원, 순손실 35억원을 보이고 있다.

세무회계 전문가들은 이처럼 특수관계인 사이에 재무제표 상의 기업가치와 큰 차이가 나는 기업양수도 거래가 이뤄질 경우 세무 및 회계 이슈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국세청이 특수관계자 간 기업인수 과정에서 조세탈루 혐의가 없었는지 점검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고가 매각
탈루 관련?

신성통상은 드림센토사의 부실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도 고가 매각을 통해 150억원에 고가 매각했다는 것은 모기업에 부실을 떠넘긴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부분이다. 이 매각을 통해 신성통상은 무려 3배의 차익을 얻었다. 세무당국은 이 과정에서 탈루와 관련된 내용이 있는지를 면밀히 살펴볼 것으로 예상된다.

신성통상 관계자는 “세무조사가 이뤄지고 있는 것은 맞다”며 “이와 관련된 기사가 나왔지만 조사가 진행 중이라 알고 있는 게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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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성수3지구 재개발 조합 복마전

[단독] 성수3지구 재개발 조합 복마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재개발·재건축 현장은 ‘내 집 마련’이라는 욕망의 집합체다. 사려는 사람, 팔려는 사람, 그리고 짓는 사람까지 집을 둘러싼 이해관계가 촘촘하게 얽혀 있다. 조합은 사방팔방 뻗어있는 이권을 조율하고 사업을 끝까지 이끌어야 하는 책무를 지닌다. 문제는 이 과정서 발생하는 유착과 비리 의혹이다. 주택 재개발사업은 권력의 이동에 영향을 받는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은 2007년 오세훈 서울시장 시절 성수전략정비구역으로 지정됐다. 53만㎡ 면적의 땅을 4개 지구로 나눠 재개발을 진행하다가 박원순 서울시장이 당선되면서 사업이 지체됐다. 그러다 오 시장의 취임으로 다시 궤도에 오르는 모양새다. 3조 사업 14년째 성수전략정비구역은 압구정 아파트 지구 특별계획구역을 마주 보면서 한강 조망이 가능해 재개발 수혜 단지로 주목받고 있다. 그중 성수전략정비구역 제3지구는 성동구 성수동2가 572-7번지 일대로 기존 계획안에 따르면, 부지 11만4193㎡에 1852가구 규모 단지가 들어설 예정이다. 전체 사업비는 3조원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성수전략정비구역 제3지구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하 제3지구 조합)이 내홍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해 11월 조합장이 지위를 상실한 데 이어 각종 의혹이 불거져 복마전이 따로 없는 상황이다. 특히 조합장과 정비사업관리전문업자(이하 정비업체) 간의 유착 의혹이 화두로 떠올랐다. 정비업체는 정비사업 과정서 조합의 비전문성을 보완하기 위한 전문지식을 갖춘 사업자를 말한다. 대통령령이 정한 자본‧기술인력 등의 기준을 갖춰 시·도지사에게 등록한다.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정법)은 제정 당시부터 ‘정비사업전문관리업 제도’를 도입했다. 조합원의 권익을 보호하고 사업추진의 효율성을 도모한다는 취지다. 정비업체는 ▲조합 설립 및 정비사업의 동의 ▲조합 설립 인가 신청 ▲사업성 검토 및 정비사업 시행계획서 작성 ▲설계자 및 시공자 선정 ▲사업 시행 인가 신청 ▲관리처분계획 수립 등의 업무를 지원하고 대행한다. 정비사업의 A부터 Z까지 모든 업무에 관여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3지구 조합은 2009년 10월 추진위원회의 승인, 2010년 5월 주민총회를 거쳐 N사를 정비업체로 선정했다. 이후 2018년 2월 조합 설립 인가를 받아 현재에 이르고 있다. 제3지구 조합 내부서 문제가 제기된 부분은 14년에 걸쳐 조합 업무를 대행해 온 N사와 역시 10년 넘게 조합서 일한 전 조합장 김모씨의 유착 의혹이다. 뉴타운 후보지 정비구역으로 오세훈 시장 취임에 재시동 김 전 조합장은 2010년 추진위 총무로 선출된 후 2016년 주민총회를 통해 추진위원장으로 뽑혔다. 2018년 창립총회서 조합장으로 선출됐지만 지난해 11월 도정법 위반 혐의로 벌금 100만원이 확정돼 자격을 상실했다. 그사이 재신임 투표, 주민총회 등의 과정이 있었고 수차례에 걸쳐 법정 공방에도 휘말렸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김 전 조합장은 2016년 추진위원장으로 선출된 이후부터 지난해 말까지 ‘불사조’에 가까운 면모를 보이며 자리를 지켰다. 김 전 조합장은 창립총회(2018년)와 동시에 진행된 조합장 선거서 학력을 허위로 기재한 혐의가 인정돼 2021년 조합장 지위를 상실했다. 제3지구 조합 선거관리 규정은 ‘후보자 등록 시 제출 서류의 허위·변조·위조 등이 발견된 경우 당선을 무효로 한다’고 명시했다. 김 전 조합장은 후보자 등록 신청서에 지방 소재 ‘Y대학 졸업’이라고 기재해 제출했다. 또 Y대학 총장 명의로 된 졸업증명서를 3부 만들어 추진위원장과 조합장 후보 등록 등에 사용했다. 앞서 서울동부지검은 업무방해죄와 사문서위조죄·위조사문서행사죄 등으로 김 전 조합장에 각각 벌금 100만원과 700만원의 약식명령을 내렸다. 이후 2021년 1심 법원은 해당 약식명령 등을 근거로 ‘조합장 지위 부존재 확인’ 소송서 김 전 조합장이 조합장의 지위에 있지 않다고 판시했다. 서울시가 진행한 조합 실태점검 결과도 조합장 지위에 영향을 미쳤다. 성동구서 2022년 2월28일부터 3월11일까지 열흘간 진행한 ‘성수전략정비구역 제3지구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 운영실태 시·구 합동 기동점검’서 총 22건의 지적사항이 나왔다. 자금 차입 결국 사임 특히 성동구는 김 전 조합장이 총회 의결 없이 자금을 차입한 부분에 대해서는 수사를 의뢰하겠다고 밝혔다. 도정법 제45조(총회의 의결) 2항에 따르면 자금의 차입과 그 방법, 이자율과 상환방법은 총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 성동구의 실태점검 결과에도 김 전 조합장은 2022년 10월 주민총회서 또다시 조합장으로 선출됐다. 하지만 총회 의결 없이 자금을 빌린 부분이 문제가 되면서 결국 조합장 자격을 잃었다. 김 전 조합장은 2022년 ▲총회 의결 없이 자금을 차입한 점 ▲자료 공개 거부 등 도정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았다. 1심 재판부는 두 혐의 모두를 인정해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지만 항소심서 자료 공개 거부 혐의가 무죄로 바뀌면서 벌금 100만원으로 줄었다. 대법원은 지난해 11월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눈여겨볼만한 부분은 돈을 빌려준 주체가 정비업체인 N사였다는 사실이다. N사는 2019년 6월과 8월, 그리고 10월 각각 2000만원, 2000만원, 1000만원 등 총 5000만원을 제3지구 조합에 무이자로 빌려 줬다. 앞서 김 전 조합장은 2019년 2월에 5000만원, 4월에 3000만원 등 8000만원을 총회 의결 없이 N사로부터 차입한 사실이 확인돼 벌금 7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 제3지구 조합이 총회 의결 없이 N사로부터 빌린 돈의 액수는 총 1억3000만원에 이른다. 김 전 조합장의 가족 일가가 제3지구 재개발 지역의 아파트 등을 구입하는 과정서도 N사의 흔적이 등장한다. 재산 증식 내부 정보? 문제를 제기한 제3지구 조합원은 “김 전 조합장이 추진위원장, 조합장을 하던 시기에 아들과 딸, 사위 등이 재개발 지역의 아파트를 사거나 도로를 증여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김 전 조합장의 재산이 늘어나는 과정에 조합의 내부 정보가 사용된 게 아닌가 의심스럽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2016년 전후로 김 전 조합장을 비롯한 가족 일가의 부동산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덧붙였다. 김 전 조합장이 추진위원장으로 선출된 시기와 맞물린다. 김 전 조합장의 남편으로 추정되는 이모씨는 2018년 7월 성수동의 빌라 한 채를 1억9500만원에 매입했다. 등기부등본상 이씨의 주소는 김 전 조합장의 주소와 같았다. 흥미로운 대목은 2019년 1월 이 빌라가 송모씨에게 2억원에 팔렸는데 해당 인물이 정비업체 N사의 관계자라는 의혹이 제기된 점이다. 송씨는 한 달 뒤 해당 빌라를 2억1000만원에 팔았다. 김 전 조합장의 아들로 추정되는 이모씨는 2015년 1월 제3지구 재개발 지역에 위치한 아파트 한 채를 4억5750만원에 매입했다. 김 전 조합장의 아들은 현재 제3지구 조합의 대의원으로 이름이 올라있다. 김 전 조합장의 딸로 추정되는 이모씨는 2018년 11월 특정 인물로부터 성수동2가의 도로 일부를 증여받았다. 딸 이씨의 남편이자 김 전 조합장의 사위로 추정되는 김모씨는 2017년 1월 성수동2가의 한 상가 1층을 매입했다. 김씨도 제3지구 조합의 대의원 명단에 존재한다. 2018년 해당 건물에 근저당을 설정한 업체는 세입자 조사업 등을 하는 W사였다. W사의 과거 등기부등본상 주소는 제3지구 조합서 업무를 하는 법무사 사무소의 주소와 일치했다. 송사 휘말려도 계속 부활해 가족 일가 부동산 구입 의혹 제3지구 조합의 한 조합원은 “지금 드러난 것은 등기부등본을 뒤져 찾아낸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총회의 결의 없이 정비업체로부터 금전을 차입해 자신의 급여를 챙기고 가족 일가의 부동산 축재에 사용했다는 의심을 거둘 수가 없다”며 “김 전 조합장은 대법원 확정 판결로 사임하면서도 조합원에게 단 한 마디의 사과도 없이 뻔뻔함의 극치를 보였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1월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온 직후 김 전 조합장은 “2009년부터 지금까지 14년간 성수3지구를 위해 노력해 왔고 14년간 조합 운영을 투명하고 절약하였기에 조합장 자리서 내려오며 부끄럽지 않다”는 내용의 문자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에는 사무실을 얻어 ‘김○○ 사랑방’이라고 이름을 붙이고 주민과 부동산 관련 정보를 주고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3지구 조합의 또 다른 조합원은 “김 전 조합장의 나이가 70대다. 컴퓨터도 제대로 다루지 못한다고 들었다. 그러다 보니 정비업체가 조합장을 바지사장으로 세우고 뒤에서 조합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말이 내부에 많다”며 “N사는 한남4구역재개발조합서도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해 계약이 해지된 업체”라고 주장했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한남재정비촉진구역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하 한남4구역 조합)은 지난해 정기총회서 N사와의 계약 해지 안건을 통과시켰다. 조합 설립 과정서 발생한 비위, 허위 견적서 제출, 금전 편취 혐의로 사기죄 확정 등이 이유였다. 한남4구역 조합은 2011년 N사와 용역 계약을 맺고 지난해까지 조합 업무를 함께 해 왔던 것으로 파악됐다. 한남4구역 계약 해지 제3지구 조합서 불거진 의혹은 현재 성동세무서, 성동경찰서 등에서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문제를 제기한 조합원은 “전 조합장과 N사는 조합을 장악하고 감시 체계가 허술한 틈을 타 끊임없이 비리를 저지르고 있다”며 “이들의 비리는 민생침해 범죄인만큼 철저한 수사로 조합원의 피해를 막아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전 조합장의 해명 “떳떳하다” 김모 전 조합장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울분을 쏟아냈다. 14년간 조합을 위해 일했는데 근거 없는 모함으로 자신을 괴롭히려 든다는 것이다. 김 전 조합장은 자녀를 비롯해 사위 등 가족 일가가 재개발 지역에 아파트나 건물을 산 것은 인정하면서도 결혼을 할 무렵 본인들이 구입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비업체 N사와의 관계에 대해서는 “정비업체는 재개발 사업서 가장 마지막까지 남아 있는 곳이다. 조합장이 됐지만 업무에 서툰 부분이 있어 정비업체 대표(송모씨)에게 도와 달라고 했다”면서도 “정비업체 직원을 따로 만난 적도 없고 부정적인 일을 한 것도 없다. 나는 떳떳하다. 떳떳하기에 아직 이 동네에 살고 있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젊고 똑똑한 사람이 조합장 선거에 나와야 한다. 그런 분이 있다면 언제든 도울 것”이라며 “2010년 조합 총무로 시작해 14년 동안 조합 일을 보면서 한 점 부끄러움이 없다. 법원 판결로 사임하게 됐지만 조합이 잘 되길 바라는 마음은 여전하다”고 강조했다. <기사 속 기사> N사 대표의 해명 “우리는 을이다” N사의 송모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정비업체는 조합이 시키는 일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여러 차례 말했다. 정비업체가 조합장을 내세워 조합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내부의 의견에 강한 불쾌감을 표하면서 한 말이다. 조합이 갑, 정비업체가 을이라고 강조했다. 송 대표는 총회의 의결 없이 제3지구 조합에 돈을 빌려준 이유에 대해 “(김 전 조합장이) 조합 재정 상태가 너무 열악하다고 간곡히 부탁해서 무이자로 빌려준 것인데 그게 문제가 돼서 조합장님이 지위를 잃게 된 점은 지금도 마음이 아프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조합에 차입한 1억3000만원은 한 푼도 돌려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조합장이 사임하는 등 조합 내부가 뒤숭숭한 것 같다는 말에는 “직무대행이 조합 업무를 보고 있고 우리도 정비업체로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사업은 표류하지 않고 계속 진행되는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 업체가 맡고있는 재개발 지역이 20여군데 정도다. 한 군데서 문제가 생기면 다른 지역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불법을 저지를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한남4구역 조합과의 계약 해지에 대해서는 “(한남4구역 조합) 조합장이 내가 불법적인 요구를 했다. 그걸 거절했더니 계약 해지를 한 것”이라며 “현재 민·형사상의 조치를 취한 상태다. 법으로 가려질 일”이라고 주장했다. <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