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국기업’ 신성통상의 위기

공들여 쌓은 탑 ‘휘청휘청’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애국 마케팅으로 유명한 신성통상이 각종 구설수에 오르면서 오히려 평판을 깎아먹는 모양새다. 지난해 코로나19 확산으로 실적 악화를 겪으면서 직원들을 당일에 전화로 해고했다는 논란에 휩싸인 가운데 염태순 회장의 아들과 사위는 입사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의 중심에 섰다. 최근에는 국세청이 신성통상에 대한 고강도 세무조사에 착수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더욱이 특별조사를 진행하는 서울청 조사 4국이 움직인 것으로 알려져 더욱 이목을 끌고 있다. 

신성통상은 국내 패션업계의 ‘절대 강자’ 유니클로의 몰락으로 가장 큰 수혜를 입은 기업으로 꼽힌다. 신성통상은 일본 불매운동에 맞춘 ‘애국 마케팅’으로 주목을 받은 탑텐을 운영하면서 ‘애국 기업’의 이미지를 쌓아왔다.

매출 오르는데 
이미지 바닥

지난 2019년 7월 일본 불매운동 직후부터 탑텐의 애국 마케팅이었던 ‘3·1운동 기념 티셔츠’ ‘광복절 티셔츠’ ‘독도 프로모션’을 비롯해 다양한 사회공헌이 재조명됐다. 누리꾼들은 ‘유니클로 대신 탑텐’을 외치며 자발적으로 구매를 독려했다.

이를 기점으로 유니클로가 내리막길을 걷는 동안 신성통상의 SPA브랜드 ‘탑텐’은 나홀로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탑텐은 2019년 국내 SPA 브랜드 1위로 올라섰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 속에서도 실적 견인차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지난달 12일 신성통상의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신성통상은 지난해 하반기 6359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전년 동기 대비 11% 늘어난 규모다.

특히 탑텐의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이 기간 탑텐의 생산실적은 전년 동기 대비 40.5% 늘어난 833억원을 기록했다. 5년 전인 2016년에 비해서는 두 배가량 증가했다.

동종업계 다른 브랜드들이 매출 감소로 일부 사업을 접고, 매장을 철수한 것과 대조적으로 탑텐은 매장 수를 빠르게 불려가고 있다.

탑텐의 작년 말 기준 전국 매장 수는 425개로, 6개월 만에 58개의 매장이 증가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패션업 불황이 짙었던 때에도 공격적 확장을 이어간 것이다. 최근 5년 새 점포수가 3배가량 늘어났다.

신성통상은 패션업계를 휘몰아친 불매 운동과 코로나 한파에도 굳건히 고공행진을 이어갔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미지는 바닥을 치기 시작했다.

코로나19에 선방했지만 연이은 구설수
전화로 직원 해고…아들·사위는 입사

지난해 초 권고사직 이슈가 불거지면서 공들여 쌓아온 ‘애국 이미지’에 금이 가기 시작한 것이다. 단순히 코로나19로 경영난을 겪으면서 인력 감축을 추진했다는 것을 넘어 수출본부 소속 220여명에게 권고사직을 요청하는 과정에서 팀장이 전화로 해고 통보했다는 주장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해고를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서면통보를 선행하는 등 서류상의 절차가 선행돼야 하지만 신성통상이 직원에게 취한 조치와 같이 전화를 통한 당일 해고는 부당해고의 소지가 충분하다는 해석이다.

이와 관련해 신성통상은 이번 조치가 정리해고가 아닌 권고사직이라고 줄곧 강조하고 있다. 사전 해고 회피 노력 등을 의무적으로 강제한 정리해고가 아니기에, 이번 구조조정 과정에서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는 주장이다.

당시 신성통상 측은 부당해고 논란을 반박, 소문과 사실은 많이 다르다고 입장을 밝혔다. 신성통상 측은 “부당해고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코로나19 장기화로 베트남, 미얀마 공장 라인 중단 사태가 발생했다. 이번 구조조정은 공장 셧다운 사태로 사업 실적이 악화하면서 내리게 된 조치”라고 설명했다.

논란이 된 한 커뮤니티 글도 사실과 많이 다르다고 신성통상 측은 해명했다.

신성통상 관계자는 “기존 논란이 된 게시글에서는 구조조정 규모가 55명 수준이라고 알려졌지만 실제 구조조정 대상은 수출사업부 전체 220명의 10% 수준”이라며 “이도 자진사퇴, 부서 재배치 등의 인원이 포함된 수치”라고 부연했다.

할인행사 남발
소비자는 불만

신성통상은 일방적인 사측의 해고도 아니라는 입장을 내놨다.

신성통상 관계자는 “일방적인 권고사직이 아니었다. 직원과 함께 논의하는 과정이었다”면서 “대화 과정에서 퇴직 의사를 밝힌 직원 의견을 수렴했다. 퇴직하는 20명 남짓의 직원에게는 퇴직 위로금을 약속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가운데 신성통상 염태순 회장의 외아들과 둘째 사위가 수출기업부에 입사해 재직 중인 것으로 드러나 논란은 더욱 거세졌다.

염태순 회장의 둘째 사위는 2019년 11월 신성통상 수출사업부 이사로 입사했다. 지난해 1월에는 염태순 회장의 외동아들 염상원씨가 과장으로 입사했다.

현재 신성통상의 최대주주는 비상장사인 가나안(지분 28.26%)으로, 가나안의 최대주주(지분 82.43%)는 아들인 염상원씨다. 염씨는 2009년 가나안 주식을 양도받았고 사실상 신성통상을 지배하는 위치에 있다.

실제로 현재 신성통상 곳곳에는 오너가 일원 상당수가 재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성통상은 두 사람의 입사 시기와 구조조정안 검토 시기는 염연히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그럼에도 직원들은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게 되는데, 정작 오너가 일원은 ‘어려운 시기’에 입사해 근무를 지속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한 회사 내·외부 시선이 곱지만은 않았다.

권고사직 이슈 이후에도 직장 내 갑질 사건 등 구설수에 오르면서 소비자들은 ‘애국 기업’ 신성통상에 큰 실망감을 드러냈다. 일각에선 ‘불매운동을 해야 한다’는 얘기까지 흘러나올 정도였다.

그럼에도 ‘초저가’를 무기로 한 젊은 층 공량이 성공적으로 먹혀들면서 매출은 계속해서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탑텐의 주요 제품은 1만~2만원대로 유니클로보다 싼 편이다. 여기에 할인행사를 거듭하면서 공격적인 마케팅을 이어가고 있다. 탑텐은 지난해 9월 패밀리세일을 시작으로 10월 텐텐데이, 11월 블랙프라이데이, 12월 피크데이 등의 대대적인 할인 행사를 연거푸 진행했다.

그러나 숨가쁘게 반복된 할인행사의 최후는 소비자 불만의 폭발이었다. 거의 쉬는 기간 없이 이름만 바꿔 할인을 이어나가는 동안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 소비자민원이 수개월간 폭주한 것이다.

이 기간 신성통상에는 ▲배송 지연 및 오배송 ▲고객센터 불통 및 연락두절 ▲교환·환불 처리 지연 ▲환불 누락 등 서비스와 관련된 소비자 불만들이 줄을 이었다.

신성통상의 공식 온라인몰인 탑텐몰은 할인행사 때마다 배송 문제와 1+1 기획상품 부분 발송 및 환불 문제로 소비자의 원성이 자자했다. 그럼에도 이전 행사의 민원조차 제대로 처리하지 않은 채 또다른 세일만 이어나갔다.

재계 저승사자
사정 정조준

신성통상은 지난해 10월 ‘텐텐데이’ 행사 진행 후 배송지연, 고객센터 불통 등의 문제로 대거 소비자 민원이 발생하자 당시에도 빠른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12월까지도 고객센터 및 시스템 안정화로 인한 뚜렷한 개선 효과는 보이지 않았다.

불만족스러운 서비스에 소비자들이 등을 돌리는 사이 신성통상은 내부적으로도 악재에 부딪혔다. 말 그대로 ‘산 넘어 산’인 모양새다.

최근 연초부터 세무당국의 화살이 신성통상을 정조준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1월말 서울지방국세청은 서울 강동구에 위치한 신성통상 본사에 조사4국 요원을 보내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일명 ‘재계 저승사자’로 불리는 조사4국은 정기 세무조사가 아닌 비정기 ‘특별 세무조사’를 전담하는 조직이다. 통상 기업의 비자금·횡령·배임 등 특정 혐의가 있을 때 기획조사를 담당하는 곳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이번 신성통상의 세무조사는 정기 세무조사와는 성격이 다른 것으로 관측된다.

업계에선 이번 세무조사가 신성통상이 현지법인 드림센토사를 모기업 가나안에 고가 매각한 것과 관련 매도 가격의 적정성 논란에 대한 조사가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국세청 조사4국 투입…고강도 세무조사
부실법인 인수·재매각 등서 탈루 포착?

신성통상의 모기업인 가나안은 2002년경 자본금 32억원, 지분 95%로 인도네시아 현지법인인 드림센토사를 설립했다. 드림센토사는 가방 봉제업으로 출발했으나 신성통상이 인수하면서 의류 봉제업을 추가했다.

신성통상과 가나안의 결산 재무제표에 따르면 신성통상은 2007년 9월 드림센토사 지분 96.68%를 모기업인 가나안으로부터 54억원에 인수했다.

인수하는 사업연도(2007년7월~2008년6월) 드림센토사의 재무상황은 총자산 159억원에 자기자본 19억원, 매출 38억원, 순손실 16억원을 보였다. 신성통상이 인수한 후에도 드림센토사는 지속적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신성통상은 인수한 인도네시아 드림센토사의 부실이 깊어지면서 이 회사를 인수한지 10년도 못 돼 다시 모기업인 가나안에 되팔았다.

신성통상은 2016년 11월 가나안에게 드림센토사 지분 96.68%를 150억원에 재매각했다. 신성통상이 가나안으로부터 인수한 54억원에 비해 3배가량 높은 가격에 재매각한 것이다.

드림센토사 인수 후인 2009년 6월 말 회계연도에는 신성통상이 드림센토사에 지급한 대여금 등 261억원을 출자전환 했음에도 불구하고 드림센토사 경영실적은 매년 순손실을 보이며 2007년 인수 당시보다 재무상태가 더욱 악화됐다.

재매각 직전년도(2016년 6월) 드림센토사의 재무상황은 자기자본 32억원, 순손실 71억원이며 재매각하는 해에는 자기자본 -76억원, 순손실 35억원을 보이고 있다.

세무회계 전문가들은 이처럼 특수관계인 사이에 재무제표 상의 기업가치와 큰 차이가 나는 기업양수도 거래가 이뤄질 경우 세무 및 회계 이슈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국세청이 특수관계자 간 기업인수 과정에서 조세탈루 혐의가 없었는지 점검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고가 매각
탈루 관련?

신성통상은 드림센토사의 부실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도 고가 매각을 통해 150억원에 고가 매각했다는 것은 모기업에 부실을 떠넘긴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부분이다. 이 매각을 통해 신성통상은 무려 3배의 차익을 얻었다. 세무당국은 이 과정에서 탈루와 관련된 내용이 있는지를 면밀히 살펴볼 것으로 예상된다.

신성통상 관계자는 “세무조사가 이뤄지고 있는 것은 맞다”며 “이와 관련된 기사가 나왔지만 조사가 진행 중이라 알고 있는 게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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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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