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 종로구 소재 갤러리 도올에서 정윤영의 개인전 ‘불투명한 중첩’을 준비했다. 정윤영은 생기 있는 색채와 리듬감 있는 붓질로 불완전한 생의 단면을 담아냈다. 코로나19로 지친 관람객들의 마음을 보듬는 전시가 될 전망이다.
사람들은 각기 다른 삶을 산다. 제각각의 모습으로 살아가던 사람들은 지난 1년 새 코로나19 팬데믹 시대를 거치면서 예외 없이 질병 앞에서 나약한 존재임을 실감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전염병의 위기 속에서 불확실함에 익숙해져야만 했고, 무력감과 우울감을 감당해야 했다.
모였다가
정윤영 작가는 ‘같지만 다른’ 개별적인 생의 흔적들에 천착했다. 일반적으로 시각예술작품, 그중에서도 회화에는 어떤 욕망이나 세계관 같이 작가가 전달하고자 하는 바가 담겨 있게 마련이다. 하지만 정윤영의 이번 작업에서는 어떤 형상성이나 상징성이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오히려 색 위에 색, 면과 면이 만나 겹을 이루는 작업은 이제 닮음의 형상에서 벗어나고 있다. 붓질의 흔적과 미묘하게 번지는 색이 모였다 흩어지기를 반복한다. 물감층은 다채롭게 어떤 것을 나타내려 하다가도 정해진 모양을 드러내지 않는다.
코로나19로 우울감·무력감
관람객 마음 보듬는 전시
추상적인 표현이 두드러지며 공간에서 서서히 움직이는 미생물의 모습처럼 미세하다가 어느새 부유하며 잡히지 않는 흐름처럼 역동적인 면도 드러난다. 반복적인 모습의 움직임과 자유로이 사라지기를 반복하는 사이 색채가 어우러진다.
평면의 공간이지만 형상은 무한대로 확장되고 있다. 물감층은 변화무쌍하다. 한 공간에 다양한 요소들이 더해지며 공존하는 화면은 여러 겹으로 이뤄진다. 캔버스 위로 그린 형상에 몇 겹의 반투명한 비단과 중첩돼 화면은 다르지만 연결된 형상들이 공존한다.
물리적‧시간적 차이를 비교하며 서로 보완하기도 하고 덮음과 연결을 시도하면서 겹을 통한 의도를 최대로 표현하고 있다. 불교미술과를 졸업하고 회화를 공부한 정윤영의 작업은 다양한 동서양의 표현으로 재미를 준다. 조심스레 올린 색채로 모순적인 여러 층위의 이야기를 전달하고 있다.
몸으로 느낀 연약함은 체험과 기억으로 정윤영에게 원동력이 됐다. 오랜 기간 병마와 싸운 시간은 삶에 대한 진지한 태도를 갖게 했다. ‘Untitled(무제)’ 연작은 정윤영이 약 1년여 동안 서울의 집과 강원도 양구의 작업실을 오가며 작업한 결과물이다.
생명의 유한함을 확인하고 계속되는 삶에 대한 존재의 표현으로, 실존에 대해 담담하고 온전하게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선사한다.
오랜 투병 경험 담아
불완전한 생의 단면
정윤영은 “나의 작품은 기본적으로 삶을 돌보는 태도에 대한 관심에서 출발한다. 삶의 질곡 속에서도 삶에 감사하고 그 기쁨을 진실되게 추구하는 것은 중요하다”며 “전시장에 설치된 작품들은 개인적인 투병 경험에서 이어진 불완전한 생의 단면, 그 상실과 결여로 얼룩진 미완의 상태를 이야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는 일은 때때로 비천함이 따르지만, 생은 그 자체만으로도 자연스럽고 아름답다. 삶 속 매순간마다 돌이켜보면 죽음을 견뎌내며 살아있는 모든 것들은 어쩐지 애잔하다. 나의 작업은 유한한 생명이지만 이를 위한 노력의 흔적을 되살려내는 것에 그치기보다는 회상과 조형 활동을 통해 모순된 감정의 층위를 새롭게 돌아보고 그것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형성하는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삶에 대한 새로운 태도를 갖춰가는 과정”이라고 덧붙였다.
흩어지다
갤러리 도올 관계자는 “감정은 말을 넘어서고 자각하며 살아가는 현실을 옮긴 색의 겹은 그래서 모호하고 여전히 움직인다”며 “서로 다르지만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요소들로 중첩된 화면은 생성과 회복의 에너지와 생명의 흐름을 관람객들과 가감 없이 공유할 준비를 마쳤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전시는 다음달 2일까지.
jsjang@ilyosisa.co.kr
[정윤영은?]
▲1987 서울 출생
▲학력
국민대학교 일반대학원 미술학과 회화전공 박사과정 졸업(2020)
국민대학교 일반대학원 미술학과 회화전공 석사과정 졸업(2015)
동국대학교 미술학부 불교미술전공 졸업(2011)
▲개인전
‘불투명한 중첩’ 갤러리 도올(2021)
‘어떤 그늘’ 박수근미술관(2021)
‘겹의 언어_Palimpsest’ 아트 스페이스 인(2020)
‘겹의 언어(The layered voice)’ 갤러리 도스(2020)
‘식물 같은 밤’ 팔레 드 서울(2017)
‘감각의 산책자’ 서진아트스페이스(2015)
‘안에-있음’ 갤러리 마하(2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