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붙은 '명동 한복판' 재벌 삼국지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2.09.07 14:59:52
  • 댓글 0개

"돈 된다" 대기업 우르르…없는 거 빼고 다 판다!

[일요시사=한종해 기자] 총성 없는 전쟁이다. 최근 이마트가 운영하는 뷰티&헬스스토어(드러그스토어) '분스'가 서울 명동점을 오픈하면서 명동에서 현대판 삼국지가 벌어지고 있다. CJ와 GS의 양강구도에 이마트가 뛰어든 겪이다. 국내 드러그스토어 전체 매출은 2008년부터 3년새 거의 3배로 껑충 뛰었다. 유통업의 '블루칩'으로 떠오른 드러그스토어 성장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뷰티&헬스스토어(드러그스토어) 성장세가 무섭다. 업계에서는 올 들어 드러그스토어 시장 규모가 작년보다 최대 2배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소비 경기 침체와 영업시간 규제로 백화점, 대형마트 등 유통업계 매출이 부진한 상황에서 별다른 규제를 받지 않는 드러그스토어가 영토확장 공세를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드러그스토어 시장 규모는 지난 2008년 1136억원에서 지난해 약 3300억원으로 급성장했다. 올해는 일반의약품과 의약외품의 소매점 판매 규제가 완화되면서 드러그스토어 시장 규모는 6000억원에 도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규제 피하고
통로 다각화

이에 따라 드러그스토어 시장에 신규 브랜드들이 속속들이 뛰어들면서 CJ올리브영과 GS왓슨스의 양강구도에 변화가 일어날지 시선이 모이고 있다.


국내 드러그스토어 시장의 포문을 연 것은 CJ다. CJ는 1999년 '올리브영'을 론칭하고 서울 신사에 1호점을 선보였다. 처음에는 낯선 형태의 매장에 소비자의 반응이 시큰둥 했지만 한 점포에서 대부분의 물품을 구비할 수 있다는 '원스톱 쇼핑'이 눈길을 끌면서 매출이 급성장했다. 지난달 1일에는 200번째 매장인 전북 군산수송점을 오픈했다. 13년 만에 200호점 시대를 열게 된 것.

CJ올리브영은 1999년 첫 출점 이래 2005년 25개, 2010년 91개 매장을 오픈한 데 이어 올 하반기 들어서면서 2010년 대비 2년 만에 2배 수인 200개점을 돌파했다. 매출 역시 지난해 2119억원으로 2005년(273억원)원 대비 10배 가까이 증가했다.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81억원, 60억원으로 전년대비 각각 3배, 2배 상승했다. CJ올리브영은 매장수를 400개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지난 2005년에는 GS리테일이 세계 최대 드러그스토어 체인인 홍콩의 AS왓슨과 손잡고 홍대에 '왓슨스' 매장을 처음 선보였다. GS왓슨스는 오픈 첫 해 40억원, 2007년 220억원, 2009년 400억원의 매출을 기록, 지난해에는 75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2010년 21억원 영업손실에서 지난해 7억원 흑자전환했다. 순이익 역시 2010년 26억원 손실에서 지난해 2억원 흑자로 돌아섰다. 지난 6월 말 기준, 전국 매장수는 63개에 달한다. GS왓슨스는 올해 80개 매장 오픈과 1000억원의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CJ에 이어 두 번째로 국내 드러그스토어 시장에 뛰어든 코오롱웰케어의 'W스토어'와 농심 계열사인 메가마트가 2010년 론칭한 '판도라'도 있지만 국내 시장은 CJ올리브영과 GS왓슨스가 선점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지난해 매출만 살펴봐도 전체 시장 규모(3300억원)의 3분의 2에 달하는 2100억원의 매출을 CJ올리브영이 올렸다. GS왓슨스는 753억원, 코오롱 W스토어는 92억원을 기록했다.

그런데 여기에 또 하나의 '유통공룡'이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기존 드러그스토어 업체들이 바짝 긴장하는 모습이다. 유통파워가 워낙 강한 이마트가 드러그스토어 사업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마트는 지난 6월7일 서울 강남역 인근에 '분스' 강남점을 오픈했다. 지난해 말 이마트 대전터미널점과 올해 4월 신세계백화점 의정부점에 '숍인숍' 형태의 매장을 오픈한 이마트가 처음으로 선보인 길거리 매장 형태의 '로드숍'이다. 이마트가 미래 성장동력으로 추진하고 있는 전문점(카테고리 킬러)을 신세계 계열 유통 점포가 아닌 곳에 독립매장 형태로 낸 첫 번째 사례였다.


이마트 '분스'명동 1호점 진출…주변 상권 긴장
GS왓슨스, CJ올리브영과 함께 3강 구도 예상

분스 강남점은 오픈부터 업계의 시선이 집중됐다. 분스가 지난 2009년 CJ올리브영에서 퇴출당한 아모레퍼시픽의 유치를 이끌어냈기 때문이다. 여기에 분스는 론칭 전까지 협력사에 브랜드명 조차 공개하지 않았다. 이는 CJ그룹과 신세계그룹이 드러그스토어 시장에서 격돌하게 되면서 향후 범상성가 대표 유통기업들의 경쟁구도가 본격화 될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분스가 CJ올리브영을 의식한다는 지적을 이끌었다.

업계의 시선이 집중된 또 다른 이유는 평균적인 기존 드러그스토어 매장 크기의 5배를 뛰어넘는 991m²의 매장규모다.

1층에는 약사가 운영하는 약국이 있고, 미용실과 피부체형관리점을 비롯해 카페와 베이커리 등도 함께 입점했다.

입점되어 있는 화장품 브랜드 수도 100여 개에 달하고 의약품과·건강식품·보디케어·헤어케어·음료·와인 등을 포함한 총 품목수는 1만개를 넘겼다.

그리고 이마트는 최근 명동 증권빌딩 1층에 매장 면적 277m² 규모로 분스 명동점을 열고 영업에 들어갔다.

강남점보다는 작은 규모지만 비오템·랑콤·에스티로더 등 고가 브랜드를 포함해 100여 종의 화장품 브랜드와 의약품·건강기능식품·생활용품 등을 판매한다. 특히 일본인과 중국인 등 외국인 관광객이 많다는 것을 감안해 김과 김치·고추장 등도 갖췄다.

명동 상권에 맞춰 특화된 매장을 구성하고 20∼30대 여성과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다양한 마케팅을 벌일 계획이라는 게 이마트 관계자의 설명이다.

명동 드러그스토어 시장은 CJ올리브영과 GS왓슨스가 선점하고 있었다. CJ올리브영은 폐점한 1호점을 제외하고 명동에서 3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고 GS왓슨스도 매장 2곳을 운영하면서 드러그스토어 상권을 형성하고 있다.

재벌 기업들의
조용한 영토확장

특히 이마트 분스 명동점 대각선 맞은 편에 있는 건물에는 264m² 규모의 CJ올리브영이 자리하고 있어 치열한 맞대결이 예상된다.

CJ올리브영은 명동역 인근에 있던 명동 1호점을 폐점하고 유동인구가 많은 중앙로 인근 'ABC마트' 건물로 확장·이전할 계획이다. CJ올리브영은 ABC마트 건물 리모델링이 끝나는 대로 건물 1층에 입점할 예정이다. ABC마트 1층은 495m² 규모로 이 자리에 CJ올리브영이 단독 입점할 경우 명동 상권에서 가장 큰 드러그스토어가 된다.


CJ올리브영의 이 같은 움직임은 이마트 분스의 공세에 몸집을 키워 후발 주자를 압도해 나가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CJ올리브영은 가맹점 유치 광고에 집중하는 한편 입지가 좋은 전국 상권에 직영·가맹점을 가리지 않고 매장을 늘려나갈 방침이다.

CJ올리브영, GS왓슨스, 이마트 분스는 마케팅 전략도 제각각이다.

CJ올리브영은 '트랜디', GS왓슨스는 '알뜰·실속', 이마트 분스는 '다양성'을 내세우고 있다.

CJ올리브영은 여성 패션 매거진이나 방송과의 연계를 통해 인기가 높거나 입소문이 좋은 제품을 선정하고 이를 매장에 적극 진열 판매하고 있다. 또 가수 씨엔블루를 앞세워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20∼30대 여성 고객을 겨냥한 이런 마케팅 전략 덕분에 CJ올리브영은 매출상승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패션 매거진 <슈어>가 자체 진행한 2010∼2011년 '뷰티 어워드' 고객 만족 조사 결과에서 화장품 구매장소 '드러그스토어' 부문 1위를 차지했다.

해외 유명 자연주의·유기농 브랜드 제품을 구입 전 발라보고 미리 테스트 해 볼 수 있는 것도 CJ올리브영의 큰 장점이다.

분스, 규모로 승부
지각변동 예상


GS왓슨스는 제품 품목별·카테고리별 행사가 많기로 유명하다. 증정품과 '1+1', 할인행사 상품들로 알뜰·실속파 소비자들의 발길을 잡아끈다. 구매 금액별 증정 행사도 화려하다. 매 달 브랜드마다 각종 행사를 진행하는데 지난 7월에는 여름용 제품인 썬 로션, 에센스 마스크, 비타민 등을 1+1 행사를 진행에 많은 소비자들의 호응을 이끌었다.

이 때문인지 GS왓슨스에서는 중저가의 샴푸, 헤어 트리트먼트, 구강용품, 생리대 등의 생활용품들이 특히 판매가 많이 되고 있다. 뷰티 카운슬러를 매장에 배치해 고객 맞춤형 소비를 촉진시켰고 200여 개 자체 상표 브랜드 제품을 개발해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하고 있다.

이마트 분스는 국내 화장품 브랜드숍의 제품들은 물론 온라인 쇼핑몰에서만 판매되거나 다른 드러그스토어에선 볼 수 없던 생소한 화장품 브랜드들로 다양성을 추구한다.

로디알(영국), 파티카(프랑스) 등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외국계 화장품을 비롯해 미샤·더페이스샵·이니스프리 등 브랜드숍 매장들까지 입점했다.

랑콤·SK-Ⅱ·비오템·에스티로더 등 고가 브랜드 제품도 병행수입으로 시중가보다 10∼15% 싸게 판다. 기존 드러그스토어의 유기농·기능성 화장품부터 중저가 화장품, 백화점 고가 브랜드 제품까지 총망라돼 있는 것.

이마트의 해외 소싱력과 유통 파워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약 150개의 점포를 보유한 이마트가 본격적인 사업에 나서면 상당한 판도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한 업계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직영점일 뿐이다"면서 "앞으로 가맹점이 열린다면 (직영점 품목과) 같은 구성이 가능할는지 의문이다"고 지적했다.

약국·편의점·화장품 등 취급 상권 장악
복합점포 드러그스토어 골목 위협 지적도

사실 이들 세 기업의 경쟁은 강남역에서 시작됐다. 강남역을 중심으로 반경 250m 안에는 CJ올리브영 5개와 GS왓슨스 1개, 이마트 분스 1개 등 통 7개 매장이 '강남 삼국지'를 벌이고 있다.

CJ올리브영 강남대로점과 역삼점은 200개 CJ올리브영 매장 중 매출 상위 30위 안에 드는 곳이며 왓슨스 강남역점도 전국 63개 매장 중 상위권에 랭크돼 있다. 지난 6월 오픈한 이마트 분스는 1호점인 의정부점을 훌쩍 뛰어넘는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이처럼 대기업 중심의 드러그스토어 시장이 빠른 속도로 커짐에 따라 소비자들은 다양한 제품을 한 곳에서 더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게 됐다는 장점이 있지만 약국·슈퍼마켓·화장품 브랜드 숍 등 입지는 줄어들 전망이 제기되면서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영업규제를 받는 대형마트처럼 각종 규제에서 자유롭기 때문에 드러그스토어가 골목상권을 위협하고 있다는 것.

드러그스토어는 뷰티&헬스 매장으로 운영하고 있지만 소형 마트를 방불케 할 만큼 다양한 품목들을 구비하고 있어 골목상권을 압박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부분의 드러그스토어는 뷰티케어용품과 건강용품·생활용품·잡화·식품·팬시용품 등의 제품군이 주를 이룬다. 이런 품목들은 근처 단일품목을 취급하는 소형 상권과 중복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들과의 경쟁관계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국내 화장품회사들의 자체 매장이 확고히 자리 잡고 있어 드러그스토어 활성화는 곧 그들의 영역을 침범하는 상황을 만들 수가 있다. 약국의 반발도 과제다. 현재는 일반법인이 약국을 운영할 수가 없어서 드러그스토어에서 취급하는 상품이 한정적이지만 일반인 약국 운영 허용 법안이 통과 되면 약사 사회의 커다란 저항이 예상된다.

드러그스토어
재벌들의 탐욕?

해외 브랜드 공세도 문제다. 160년 전통을 가진 영국의 대표 멀티 드러그스토어인 '부츠'가 국내 진출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드러그스토어가 새로운 유통채널로 자리매김하고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앞으로도 거대 유통 기업들이 앞 다퉈 시장에 진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드러그스토어 뿐만아니라 편의점, 소형슈퍼, 기존 화장품 매장, 약국 등과도 생사를 걸고 경쟁해야 하는 상황에서 누가 1위로 자리매김을 할지 시선이 모이고 있다.

 

<용어설명>

▲드러그스토어(drugstore) = 의사의 처방전 없이 구입할 수 있는 일반의약품 및 화장품·건강보조식품·음료 등 다양한 상품을 판매하는 매장을 말한다. 미국 '월그린', 영국 '부츠', 홍콩 '왓슨스', 일본 '마쓰모토기요시' 등이 대표적이며 일본이나 홍콩의 경우 편의점과 드러그스토어의 비율이 3대 1이 될 정도로 흔하다. 국내에서는 비처방의약품과 화장품 등을 판매하는 유통업체를 통칭하며 CJ올리브영과 SG왓슨스, 이마트 분스, 코오롱 W스토어, 메가마트 판도라 등이 있다.

▲카테고리킬러(category killer) = 기존의 종합소매점에서 취급하는 상품 가운데 한 계열의 품목군을 선택, 다양하고 풍부한 상품구색을 갖추고 저가격으로 판매하는 업태다. 세계적인 완구판매점 체인인 토이잘스가 카테고리 킬러의 원조다. 셀프서비스와 낮은 가격을 바탕으로 운영된다는 것이 특징이다. '킬러'가 붙은 것은 업체들간의 경쟁이 그만큼 치열하다는 의미이다. 이들은 대부분 체인 전개에 의한 현금매입과 대량매입, 전략매입, 개발 수입 등을 무기로 저가판매를 실현한다는 공통적인 특징을 갖고 있다. 국내에는 가전제품 전문점인 하이마트를 비롯해 농산품 전문점 농협 하나로마트, 사무용품 전문점 베스트오피스, 유아용품 전문점 맘스맘 등이 대표적이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에 대해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끝으로 정치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있다. <일요시사>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김 전 비대위원장을 만나 그가 제시하는 정국 진단 결과와 향후 우리 정치가 나아가야 할 길을 들었다. 다음은 김 전 비대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출범 100일을 넘긴 이재명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100일 동안 별 탈 없이 무난하게 잘했다고 본다. 국민과 소통하려고 애를 많이 썼다. -추석을 앞두고 지급된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의견은? ▲민생 경제가 굉장히 어렵고, 우리나라의 총수요가 낮아졌다. 한국은행이 진단한 올해 성장률도 0.9%밖에 안 된다. 쿠폰을 풀면, 약간의 소비 촉진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엔 부족하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겉보기엔 훈훈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3500억달러 투자 펀드 조성 요구와 노동자 317명 추방 등 사태와 맞물려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불거졌다. ▲우리 경제 부처 장관들이 미국 월가를 이해하지 못한 채 막연하게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미국의 요구는 보증·대출을 거쳐 이행하면 될 것”이라고 이해한 것 같다. 근본적인 시각 차이 때문에 협상이 타결되지 못했다. 그런데 국민에겐 마치 타결된 것 같은 인상을 줬다. 한 달도 안 돼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국민은 의아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하는 미국의 MAGA 진영은 우리나라 일각의 부정선거론을 지지하면서 “한국이 공산주의에 진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보는가? ▲그들은 미국이 어떻게 위대한 나라가 됐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트럼프의 MAGA 프로젝트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우리와도 관계가 없다. “MAGA 진영이 우리 정치에 개입할 것”이란 믿음은 국내 보수 진영의 희망 사항일 뿐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검찰 해체를 서둘러 마무리하려고 한다. 민주당이 새로 구상하는 검찰 체계에 대한 평가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검찰의 문제는 지금까지 권력자가 검찰을 이용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려고 한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이 때문에 검찰도 못된 버릇이 들어 이렇게 됐다. 개혁보다 “검찰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진짜 문제다.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 -이 대통령이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재헌씨를 주중대사로 임명했다. 노 대사가 어떤 역할을 할 것 같은가? ▲노 전 대통령은 한중 수교를 이끌었다. 노 대사는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으로서 한중 문화 교류와 관련된 많은 역할을 했다. 이 대통령이 이를 참작해 중국 대사로 임명하는 신선한 인사를 한 것 같다. 이 대통령도 자신에게 정치적으로 유리하다고 생각했으니 노 대사를 임명했을 것이다. -최근 민주당의 내부 구도를 놓고 ‘김어준 상왕설’이 불거지고 있다. 이 주장은 정국을 강경하게 이끄는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대응과 맞물리고 있는데… ▲김어준씨가 유튜브를 시청하는 일정 부류엔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그런데 대중에게 크게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보진 않는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기 때문이다. ‘상왕설’은 너무 과장된 얘기라고 생각한다. -최근 특검 수사 기간 연장과 관련해 정 대표와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충돌했다. ▲내부 의견 충돌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다. 내가 보기엔 김 원내대표가 독단적으로 합의한 것 같진 않다. 합의 후 강성 지지층이 반발해서 문제가 생겼다. 그래서 합의를 파기하려다 보니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이 생겼다. 그 자체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이 대통령과 정 대표는 과거에 갈등이 많았고, 최근 민주당에 대해선 “친명과 구 친문이 갈등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그건 다 괜히 하는 소리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는데, 당 대표가 대통령을 상대로 자신의 의사를 관철하기가 쉽진 않다. -민주당 일각에선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에 합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혁신당 조국 비대위원장은 목표가 정해진 사람이다. 합당이 그 목표 실현에 유리할지 많이 생각할 것이다. 아울러 조 비대위원장으로선 혁신당만으로 전국 단위 선거를 치를 수 있을지 고민할 텐데, 상황에 직면하면 합당 여부를 정하지 않겠나? 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