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접근불가’ 애견미용 응시자격 논란

죽어라 노력했는데…못한다고?

[일요시사 취재1팀] = 차철우 기자 장애인복지법 시행령 제2조에서 규정한 장애인의 종류는 15가지다. 한국애견협회에는 장애의 종류와 정도에 상관없이 ‘장애인은 협회에서 주관한 시험을 볼 수 없다’는 규정이 있다. 해당 규정에 대해 장애인 단체는 ‘명백한 장애인 차별’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A씨는 아이를 낳고 청력이 떨어져 청각장애 판정을 받았다. 메이크업 관련 일을 하던 A씨는 평생직업을 고민하다 애견숍을 열기로 결심했다. 반려견 스타일리스트 자격증을 취득해 아이에게 당당한 엄마가 되고 싶었다고 한다. 그는 장애를 가지고 있지만 새로운 도전을 위해 반려견 스타일리스트에 도전해 필기시험에 합격했다.

무너진 꿈

문제가 된 것은 실기시험이었다. 시험 도중 A씨가 장애인이라고 밝히자 감독관이 “장애인은 시험에 응시할 수 없다”며 A씨를 퇴실시켰다. 

경제적으로 풍족하지 않지만, 학원에서 열심히 공부해 반려견 스타일리스트가 되기 위해 노력했다. 그 결과 지난해 11월 필기시험에 합격했다. 이제 실기 시험에만 합격하면 된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A씨는 시험에 응시했다. 

하지만 시험장에서 A씨가 장애인이라 밝히자 감독관은 그에게 의해 퇴실 요청을 했다. A씨는 시험장을 떠나야 했다. 장애 때문에 최종 문턱을 넘지 못한 A씨는 절망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두 아이를 키우며 장애를 가지고 있어 남들보다 더 노력했는데 소용이 없어진 것이다. A씨는 필기시험 당시 장애인등록증을 감독관에게 보여줬지만 아무런 제지가 없었다. 

그가 확인했던 시험 공고에는 장애인이 반려견 스타일리스트 시험에 응시할 수 없다는 규정이 없었다고 한다. 실제 A씨가 시험 본 날짜의 공고는 장애인 응시제한의 내용이 없었고, A씨가 봤던 시험 이후 공고부터 게시됐다.

그는 시험 후 응시료 환불을 요구했으나 한국애견협회는 불합격했을 경우의 비용만 돌려주고, 나머지는 지급하지 않았다. 

반려견 다치면 협회에 항의 전화
문제 생길 것 우려해 참여 제한

A씨는 억울하다며 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넣기로 결심했다. 김철환 장애의 벽을 허무는 사람들 활동가는 지난 23일 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김 활동가는 “필기시험을 볼 때 A씨는 중간에 장애인임을 밝혔다. 당시 감독관은 퇴실 요청이 없었는데, 실기시험에서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시험 응시를 제한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며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모든 장애인의 응시 자격을 제한하는 것은 차별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애견협회가 장애인의 자격증 취득을 제한해야 한다면, 명확한 기준에 의해 응시 가능한 장애인과 어려운 장애인을 구분 가능하도록 인권위원회에서 판단해 달라”며 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일요시사>는 한국애견협회를 찾아 장애인 응시자격 관련 규정에 대해 질문했다.
 

한국애견협회 관계자는 “A씨가 한국애견협회 홈페이지에 연결된 응시 관련 페이지를 보지 못하고 공고 문서만 확인한 것은 어느 정도 본인에게 책임이 있다”며 “일반인도 반려견 스타일리스트 자격증을 취득해 일을 하다가 반려견에게 물려 손의 신경이 손상되거나 반려견의 귀나 꼬리를 실수로 자르는 경우가 있다. 그런 점에서 장애인은 더욱 위험할 것이라 예상돼 시험 응시를 제한했다”고 답했다. 

협회 규정에는 2017년부터 협회 내규에 따라 장애인복지법 2조에서 규정한 장애인은 응시가 불가하다는 내용이 있다.

장애인이 현실적으로 수업은 물론 현장에서 미용 작업이 불가능한 상황을 감안했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이는 장애의 정도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규정으로, 장애인 전체의 참여를 제한했다는 지적이 있다. 

해당 규정에 관해 관계자는 “협회가 장애인을 차별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다”면서도 “규정이 처음부터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A씨가 이미 필기 시험을 합격했고, 실기 시험에서 장애인이라는 사실만 밝히고 다른 요구 사항 없이 혼자 힘으로 일반인과 동등하게 시험을 봤는데, 퇴실당한 것을 차별이라고 느꼈을 것 같다”고 협회 측 잘못도 있었음을 인정했다.

이 관계자는 “이번 일을 계기로 부족하고 문제된 부분에 대해 세부적으로 규정을 만들어 수정을 검토하겠다”고 전했다. 

일반인도 다치는데…
장애인은 대처 못해?

반려견 스타일리스트 자격증은 국가공인 민간자격으로 3급~1급, 사범 자격으로 구분한다. 2019년 12월까지는 등록 민간자격으로 자격증을 발급했고, 2020년 1월부터 국가공인 민간자격으로 운용하고 있다. 농림축산부가 한국애견협회의 자격을 인정해 자격증이 국가공인으로 변경됐다.

일반인에 대한 규정만 수정했고, 장애인이 참여할 수 없다는 점은 그대로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언어장애, 청각장애 등은 장애인복지법 시행령에서 장애인으로 구분되지만, 장애인이 반려견 스타일리스트 업무를 수행할 수 없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정당한 사유 없이 모든 장애인에 대해 시험을 제한하는 것은 장애인 차별금지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장애인은 정말 반려견 스타일리스트가 될 수 없을까. 과거 서울시 일자리통합지원센터는 애견 미용 직종은 장애인에게도 충분히 가능한 직업이라며 지난 2013년 전문가 양성과정을 개설해 지원한 적이 있다. 
 

▲ 한국애견협회

외부단체와 업무협약을 맺어 장애인 전문가 양성사업을 통해 장애인이 미용자격증을 따게 했다. 학원비 지원과 자격증 취득 후 수습, 파견까지 관리했다. 지원자격도 한국애견협회와는 다르게 시각장애인과 손 사용이 자유롭지 못한 사람만 예외다. 

미국 역시 A씨처럼 청각장애를 가진 사람이 펫숍을 운영하는 게 가능하다. 반려견 미용과 목욕을 어려움 없이 하고, 고객과 소통은 데스크에 놓인 기구로 타자를 쳐 전달한다.


미국에서 펫숍을 운영하는 안토니는 청각장애가 있지만 운영하는 데 전혀 문제가 없다고 했다. 반려견의 심리 상태는 “꼬리를 보고 흥분, 긴장 등의 상태를 충분히 확인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는 한국애견협회 관계자가 전한 “청각장애인은 반려견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어 돌발 상황에 대처하기 어렵다”는 말과 대비된다. 

현재 한국애견협회가 주관하는 미용 자격시험은 실제 반려견이 아니라 위그(모형견)로 진행한다. 위그는 반려견 모형 뼈대에 솜뭉치를 덮은 모형이다.

형평성 지적

그동안 실제 반려견으로 진행했더니 반려견의 크기, 성격, 털 길이 등이 달라 형평성 문제가 발생해 교체했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장애인이 미용 일을 할 경우 발생할 문제만 우려해 참여를 제한하고, 일반인에 대한 시험을 형평성만 고려해 진행했다는 비판적 시각도 존재한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