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학교에선…’ 신종 학폭 천태만상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1.03.02 11:48:15
  • 호수 1312호
  • 댓글 0개

빵에서 사이버로…셔틀의 진화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빵셔틀’ 시대는 끝났다. 10년 전 학교 일진들은 힘 없는 친구들에게 빵 심부름을 일삼았다. 지금 학생들 사이에는 새로운 학교폭력이 등장하고 있다. 
 

▲ ⓒpixabay

‘빵셔틀’이란 말은 고유명사가 됐다. 빵셔틀은 음식물인 ‘빵’과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 ‘스타크래프트’의 수송 유닛 중 하나인 셔틀의 합성어다. 

심부름

빵셔틀의 진화는 계속됐다. 빵에서 그치지 않고 다양한 물품으로 식부름이 확장됐다. 와이파이 셔틀의 경우, 일진들이 피해 학생의 핸드폰 데이터를 사용해 그 친구의 테더링에 접속해 인터넷 데이터를 사용하는 것이다. 이 밖에도 담배, 생리대, 가방 등 일진들이 필요한 물건을 편리하게 얻을 수 있도록 힘이 약한 친구들을 셔틀로 취급하며 노예처럼 부리곤 했다. 

심부름으로 괴롭히던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비대면으로 이뤄지는 학교폭력이 늘어나고 있다. SNS를 사용하는 청소년들이 늘어나면서 사이버 폭력으로 이어졌다. SNS를 통한 왕따를 ‘사이버불링’이라고 한다. 이는 SNS 등을 통해 특정 대상을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괴롭히는 행위다.

사이버 폭력에는 ▲한 사람을 단체 대화방에 초대해 욕설을 퍼붓는 ‘떼카’ ▲대화방을 나가면 계속 초대하는 ‘카톡 감옥’ ▲따돌림의 대상만 남겨두고 대화방을 나가버리는 ‘방폭’ 등이 포함된다. 이외에도 ▲채팅방에서 모두가 한 사람을 의도적으로 무시하는 ‘카톡 유령’ ▲ 학생의 실명은 거론하지 않지만, 누구나 짐작할 수 있게 험담하는 ‘저격’ 등이 있다.


SNS 계정을 빼앗아 괴롭히는 방법도 있다. 피해자의 카카오톡 계정으로 ‘애인구함’ ‘조건만남’ 등의 메시지를 무차별적으로 보내는 사례도 많다. 피해자의 신상정보를 인터넷에 유포하는 사례도 빈번하다.

또 후배를 협박해 SNS 계정을 갈취하는 학교폭력도 발생했다. 3000~1만원의 현금이나 게임머니 등을 받고 넘겨진 SNS 계정은 스포츠 점수를 실시간으로 중계하는 사이트 등의 불법 도박 홍보에 이용되기도 한다.

카카오톡 감옥…집단 따돌림
계정 빼앗아 불법사이트 홍보

이 과정에서 피해 학생들은 폭력에도 노출된다. 여기에 더해 한 번 판매된 개인정보는 2차·3차 판매로 이어지면서 피해는 더 커지기도 한다. 또 다른 불법사이트에 2차·3차 거래되면서 학생들의 개인 휴대폰 번호로 불법 광고문자가 지속 발송돼 스팸 번호로 등록되는 것이다.

스팸번호로 등록되면 최장 60일 동안 SNS를 사용할 수 없다.

사이버 학교폭력은 아니지만 10대들 사이에서 명품 구매가 확산되자 신종 학교폭력으로 금품을 갈취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일진들은 명품을 산 친구를 골라 괴롭혀서 돈을 갈취한다. 

서울의 한 고교 재학생 A군은 몇 주간 부모님을 졸라 명품 지갑을 구입했다. 하지만 이 지갑을 본 일진 친구들로부터 “그렇게 돈이 많으면 용돈을 달라”는 등 압박을 받기 시작했다. 이에 응하지 않으면 이들은 A군을 괴롭히거나 따돌렸다. 
 

▲ ⓒpixabay

급기야 “지갑을 팔아서 맛있는 것 먹고 화해하자”며 A군의 스마트폰을 빼앗았고, 명품 지갑을 중고거래 사이트를 통해 판매하도록 한 뒤 판매대금을 빼앗았다.

인천에 사는 여고생 B양도 평소 자신을 괴롭히던 일진 무리로부터 “소유하고 있는 고가의 물건을 팔아 판매대금을 가져오라”는 요구를 받았다. 자신의 집에 온라인 수업을 들을 노트북 PC가 없다며 구입비를 뜯어내려는 목적이었다.

학교폭력 가해자들이 명품을 사려고 자신이 소유한 짝퉁 명품을 피해자들에게 비싼 값에 강제로 팔아넘겨 돈을 빼앗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폭행과 협박이 동반된다. 

서울의 한 경찰서 여성청소년과 관계자는 “청소년들이 학교에서 벌이는 일이라고 하더라도 일반 형사법이 똑같이 적용된다”며 “처벌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21일 교육부는 17개 시도 교육감이 초·중·고등학교 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0년 학교폭력 실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 학교폭력 피해를 봤다고 응답한 비율은 0.9%였다. 전년 1차 조사보다 0.7%p 줄었다. 1000명 중 26.9명이 피해를 당했다고 응답했다. 피해 유형은 ▲언어폭력(1000명당 4.9건) ▲집단따돌림(3.8건) ▲사이버폭력(1.8건) 순으로 많았다.

새로운 괴롭힘 등장
여전히 노예처럼 부려

학교폭력 유형별 비율은▲언어폭력(33.6%) ▲집단따돌림(26.0%) ▲사이버폭력(12.3%) 순이다. 주목해야 할 것은 지난 조사(2019년 4월)보다 사이버폭력이 차지하는 비중이 3.4%p, 집단따돌림은 2.8%p 늘었다는 점이다.

학교폭력은 흔히 신체폭력(7.9%)이나 금품갈취(5.4%)를 떠올리기 쉽지만, 최근에는 온라인 괴롭힘이 늘어나고 있다. 학교 밖 폭력 피해 장소도 사이버공간(9.2%)이 가장 많았다. 모바일 메신저 대화방에서 언어폭력이나 강요 등을 일삼는 경우가 늘었다. 피해 사실을 신고하지 않았다는 답변도 17.6%에 달했다.

문제는 이 같은 괴롭힘이 온라인상에서 교묘하게 일어나는 만큼, 기존의 학교폭력처럼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다는 데 있다. 게다가 시간·장소 제한 없이 따돌리고 괴롭히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에 피해자들의 정신적 고통은 더 클 수밖에 없다.
 

▲ ⓒpixabay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학교폭력은 우월감을 느끼기 위해 타인을 도구화하는 것”이라며 “학교 차원에서 형식적으로 근절을 외칠 게 아니라 인성교육 등을 필수과목으로 지정해 이수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정용철 서강대 스포츠심리학과 교수도 “능력 지상주의나 결과 지상주의가 학교폭력을 부추긴다”며 “교우관계 등에 대한 종합적인 교육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처벌이 크지 않은 점도 학교폭력이 사그라지지 않는 이유로 꼽힌다.


법조계에 따르면 학교폭력 가해자가 받을 수 있는 법적 제재는 크게 세 가지다. ▲학교 안에 설치된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에 괴롭힘 사건을 신고하는 방안 ▲민사적으로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방안 ▲폭행죄나 상해죄 등 형사적 처벌을 구하는 방법 등이 있다.

처벌 어려워

하지만 이 방법 모두 학교폭력을 겪을 당시 신고하지 않으면 법적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학교폭력 전문 변호사로 활동하는 법률사무소 유일의 이호진 변호사는 “폭행죄는 공소시효가 5년이고, 민사적 손해배상은 민법에 따라 손해배상 청구권이 3년이면 소멸된다”고 설명했다. 최근 배구선수 이재영·이다영 자매, 가수 진달래 등을 상대로 ‘학교폭력 폭로’가 벌어진 것도 사실상 처벌 방법이 없어 공공 응징에 나선 사례로 볼 수 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