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계 흔드는 ‘학폭 미투’의 진실

“나도 당했다” 믿거나 말거나∼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최근 연예계에 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 할리우드 유명 제작자인 하비 와인스타인으로부터 번진 ‘미투’ 사태에 이어, 래퍼 마이크로닷으로부터 시작된 ‘빚투’와 같은 맥락이다. 최근 프로 배구선수 이재영‧이다영 자매가 불붙인 ‘학투(학교폭력 미투)’가 연예계까지 번졌다. 대다수 연예인이 연이은 폭로로 인해 도마 위에 올랐다. 진실이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많은 연예인이 낙인찍힐 위기에 처했다. 
 

▲ ▲ (사진 왼쪽부터)학폭 의혹을 받고 있는 배우 박혜수, (여자)아이들 멤버 수진과 이달의 소녀 멤버 츄 ⓒ롯데엔터테인먼트·큐브엔터테인먼트·블록베리크리에이티브

이야기 편향(Story bias)이라는 심리학적 용어가 있다. 이야기가 진실보다 더 큰 힘을 발휘해 버리는 현상을 경계하는 말이다. 구체적이고 세밀한 이야기는 흡인력이 강할 뿐 아니라 본질을 희석할 수 있으며, 때로는 관점도 왜곡한다. 이야기에 매몰되면 진실을 놓칠 수 있다. 

편향

최근 학교폭력과 관련된 연이은 폭로 사건에 이야기 편향이 강하게 적용된다. 이미 오래전에 발생한 사건이 누군가의 기억에만 의지해 대중에 공개된다. 증거는 없고 진술만 있다. 

진실이 드러나기 전부터 해당 연예인은 사형선고나 다름없는 낙인이 찍힌다. 학교폭력(학폭) 가해자였다는 게 진실로 드러나면 분노하는 게 자연스럽지만, 억울한 피해자가 나오는 건 경계해야 한다. 

학폭은 매우 어려운 문제다. 누군가의 영혼을 짓밟아 버린 가해자가 있지만, 당하지도 않은 사실을 그럴듯하게 묘사해 거짓을 꾸미는 교활한 피해자도 있다. 피해자 보호가 최우선인 만큼 섬세하게 다가가야 한다. 가해자에게는 분노하되, 가해자가 완벽히 드러날 때까지 이성적으로 냉철하게 바라봐야 한다. 


최근 학폭 가해자로 폭로된 연예인은 배우 조병규를 시작으로 박혜수와 김동희, TV조선 <미스트롯2>에 나온 진달래, 가수 현아, 걸그룹 (여자)아이들의 수진, 이달의 소녀 츄, 세븐틴 민규, 몬스터엑스 기현, 스트레이키즈 현진, 트로트 가수 진해성 등이다.

IOI 출신 김소혜는 3년 전 제기됐던 학교폭력 의혹이 재차 불거졌다. 

학폭 폭로를 당한 사람 중 실제 가해자로 인정된 사람은 진달래뿐이다. 진달래는 논란이 일자 사과하면서 <미스트롯2>에서 하차했다.

스트레이키즈 현진도 학폭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그는 “학창시절 제 잘못된 언행으로 인해 상처를 받으신 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지금보다 더 부족했던 시절 제가 했던 행동을 돌아보니 부끄럽고, 변명의 여지가 없다.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상관없이 누군가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드렸던 것은 절대로 용서받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학폭 가해자에 대한 이미지가 워낙 좋지 않아 현진이 아이돌 활동을 꾸준히 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앞으로 그의 거취가 불분명해 보인다.

(여자)아이들의 수진은 자신을 가해자로 지목한 글쓴이와 다툼이 있었다고 해명했으나, 피해자 측이 다툼이 아닌 지속적인 폭력이라고 연이어 주장했다. 글에 신빙성이 있어 대중으로부터 학폭 가해자로 지목되고 있다. 

가장 상황이 좋지 않은 이는 박혜수다. 당초 박혜수를 학교폭력 가해자로 지목한 글쓴이는 소속사에서 법적 대응을 선포하자 자신이 거짓으로 꾸몄다고 사과했다. 해당 글쓴이는 거짓을 인정했지만, 이후 다른 피해자들이 연이어 등장했다. 


잔인한 가해자·교활한 피해자 공존
위기의 연예인들, 냉철한 시선 필요

현재 학폭 가해자로 지목되고 있는 연예인 중 유일하게 피해자 모임이 존재한다. 이들은 끊임없이 언론에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박혜수가 출연하는 KBS2 금요드라마 <디어엠>은 첫 방송을 연기했으며, 드라마 홍보차 출연을 예정했던 KBS2 <유희열의 스케치북>과 KBS 쿨FM <정은지의 가요광장> 출연도 취소됐다. 

이와 관련해 소속사 관계자는 “현재 수사를 의뢰했다. 현재까지 밝혀진 것은 없다. 상황을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배우 조병규도 억울한 상황에 몰렸다. 뉴질랜드에서 학교를 다니며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한 글쓴이가 게시글 작성 후 몇 시간 만에 소속사에 직접 연락해 선처를 요구한 것. 
 

▲ (사진 왼쪽부터)김동희·기현·김소혜 ⓒ앤피오엔터테인먼트·스타쉽엔터테인먼트·KBS

하지만 이후 피해자라고 밝힌 사람들이 일부 생겨 현재까지 지켜보고 있다. 조병규는 자신의 심정을 담은 글을 SNS에 올리며, 학교폭력은 사실무근이라고 부인하고 있다. 조병규 소속사 HB엔터테인먼트는 첫 글을 올린 작성자를 제외하고는 선처 없이 법적 대응을 하고 있다. 

이달의 소녀 멤버 츄는 학교폭력 의혹을 최초 제기한 누리꾼이 ‘허위사실을 폭로했다며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사과에도 불구하고 소속사는 “해당 작성자에게 법적인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김소혜는 과거에 불거졌다가 거짓말로 들통난 허위사실이 재점화되며 곤혹을 치뤘다. 2017년 김소혜가 중학교 1학년 때 친구에게 폭력을 행사해 합의금을 물어줬다는 의혹이 번졌다.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작성자는 시기심에 거짓말을 꾸몄다고 잘못을 인정했다.

최근 또 하나의 글이 올라왔다.

글 작성자는 “자신이 피해자는 아니지만, 김소혜가 폭력을 저지른 행동과 말이 차고 넘친다”고 주장했다. 이 역시도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김소혜의 소속사는 이번 사건만큼은 “절대 선처는 없다”며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 외에도 김동희와 민규, 기현, 현아도 적극적으로 해명하며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법적인 대응도 불사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른바 ‘학투’(학교폭력 미투)가 연예계 전반을 휩쓴 가운데, 핵심은 무고한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는 데 있다는 것에 유념해야 한다. 그저 ‘그럴듯한 말’에 휩쓸려 마녀사냥을 하는 일은 지양돼야 한다. 


도서 <왜 똑똑한 사람이 어리석은 결정을 내릴까?>의 저자인 마이클 모부신 콜롬비아 경영대학원 교수는 “이야기에 열광하는 사람은 실패한다”고 말한다. 이야기라는 외형적인 것에 속지 말고 진실을 보라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마녀사냥

학투는 자극적인 이야기로 만들어졌다. 자극적이고 재밌다고 해서 무조건 믿는 행위가 누군가에게는 돌이킬 수 없는 상처가 될 수 있다. 진실은 저 너머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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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사이더’ 정청래 인싸 플랜

‘아웃사이더’ 정청래 인싸 플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독주가 이어지고 있다. 당원의 명령인 개혁을 완수하기 위한 질주다. 당의 ‘아웃사이더’였던 그가 당을 휘어잡기까지 수많은 당원이 등을 밀어줬다. 비주류에서 주류 ‘인싸’로 자리 잡기 위한 정 대표의 다음 스텝이 주목된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행보가 매섭다. 윤석열정부에서 막힌 과제를 해치우는 동시에 공약이었던 각종 개혁을 빠르게 완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정 대표는 같은 당 박찬대 의원보다 덜 알려졌다는 평이 나오지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서 보여준 ‘사이다’ 면모가 주목받으면서 강성 지지층의 환호를 받았다. 정청래가 걸어온 길 비주류였던 그가 당 대표가 되기까지의 여정은 결코 평범하지 않았다. 21대 국회 때는 이재명 대표 체제에서 수석 최고위원을 지냈고, 22대 국회에선 법사위원장으로서 국민의힘에 호통을 치며 유튜브 단골 주제가 됐다. 당시 정 대표는 국민의힘이 반대하는 쟁점 법안을 밀어붙이고 상대편 의원과 대립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인기를 끌었다. 그동안 정 대표는 언론 대신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유튜브 등 SNS를 통해 지지자와 직접 소통해 왔다. 민주당 박찬대 의원보다 주목도가 떨어진다는 평이 나오지만 팬덤 정치에 최적화된 모습을 보여줬다. 정 대표는 최근에도 자신을 둘러싼 의혹과 청-명 프레임에 대해 직접 입장을 밝혔다. 그는 SNS에 ‘언론의 자유와 횡포 그리고 언론의 게으름의 관성’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조국 전 대표의 사면·복권을 놓고 일부 언론에서 ‘정청래 견제론’을 말한다. 실소를 자아내게 한다. 근거 없는 주장일뿐더러 사실도 아니다. 상식적인 수준에서 바로 반박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어 “정청래는 김어준이 밀고, 박찬대는 이재명 대통령이 밀었다는 식의 가짜 뉴스가 이 논리의 출발”이라며 “어심이 명심을 이겼다는 황당한 주장, 그러니 정청래가 이재명 대통령과 싸울 것이란 가짜 뉴스에 속지 말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각을 세울 일이 1도 없다. 당정대가 한 몸처럼 움직여 반드시 이재명정부를 성공시킬 생각이 100(이다)”이라고 덧붙였다. 계파 갈등 프레임이 씌워질 조짐이 보이자 이를 사전에 차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 대표의 정치적 뿌리를 따지자면 친노(친 노무현)에 가깝다. 그러나 문재인 전 정부서는 친문(친 문재인), 이재명 대표 체제에서는 친명(친 이재명)으로 분류되는 등 계파색이 비교적 옅은 편이다. 1989년 미국 대사관저 점거 농성을 주도한 혐의로 2년형을 선고받은 등 학생 운동권 출신이지만, 대표 운동권인 민주당 86 그룹과의 친분을 공개적으로 과시하지 않았다. 따라서 정 대표는 당의 주류보다 비주류에 가깝다는 게 여의도에 떠도는 평이다. 친문? 친명? 오히려 ‘계파 청산파’ “잘못된 586 문화 배운 97도 청산” 전당대회가 한참이던 당시 한 민주당 의원은 “사석에서 만난 정 의원은 아주 뚝심 있는 사람이었다. 박찬대 의원은 특유의 재치로 호감을 얻는 편이라면 정 의원은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할 말은 제대로 하는 캐릭터”라며 “그래서 계파를 분류하기 어려운 것 같다. 나만의 길을 가는 것 같으면서도 한번 정한 길은 꺾지 않고 걷는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오히려 정 대표는 ‘계파 청산’을 외치는 인물이다. 그는 당 대표 후보이던 당시 “국민께서 비판하시는 586의 운동권 문화는 청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라디오에 출연해서는 “계파는 당을 좀먹는 독약”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정파와 노선은 필요하지만, 계파는 없어져야 한다. 저 스스로 계파에 가입하지 않고, 그런 데서도 저는 안 불러준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586의 질서, 운동권의 수직적 관계가 싫었다. 그런 분들과 몰려 다니는 게 너무 비생산적”이라며 “586의 안 좋은 문화를 따라 배운, 너무 빨리 늙어버린 97 세대들의 그런 것도 청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민주당의 수장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당원들의 요구를 파악해 발 빠르게 움직였기 때문이다. 8·2 전당대회에서 정 대표는 당선 이후 “이 대통령이 대통령이 된 것은 민주당 주류가 바뀌었단 뜻이고, 민주당에서 정청래가 대표가 됐다는 것은 당의 주인인 당원들이 당의 운명을 결정하는 시대가 왔다는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해석했다. 이날 전당대회를 “예전에는 당원들이 국회의원 눈치를 봤지만, 이제는 국회의원들이 당원 눈치를 봐야 하는 지극히 정상적인 ‘민주당의 민주화’가 드디어 그 깃발을 높이 든 8·2 전당대회”라고 자평하기도 했다. 이처럼 정 대표를 탄탄히 받쳐주는 건 여의도 인맥이 아닌 당원이었다. 정 대표는 이들을 대주주 삼아 힘을 키워 주류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에는 당원권에 힘을 쏟으며 역사상 처음으로 ‘평당원 최고위원’ 선출을 시도하는가 하면 당원 주권 정당 실현을 강조하기 위해 ‘대의원 1인1표제’를 띄우기도 했다. 대의원 1인1표제는 당원들의 권한을 대폭 향상하는 방안이다. 정 대표는 지난 18일 열린 국회 당원주권 정당특위 출범식에서 “10년 넘게 당원주권정당, 1인1표를 주장해 왔지만, 아직까지도 열리지 않았다”며 “헌법에서 얘기하고 있는 평등 선거가 민주당에서도 구현이 될 수 있도록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3대 개혁 풀가동 이어 “대한민국 헌법에는 평등 선거가 명시돼있고, 많은 선거에서 1인1표가 행사되지만 유독 더불어민주당에선 누구는 1표, 누구는 17표를 행사한다”며 “헌법적으로 보나 상식적으로 보나 매우 부끄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재명정부가 국민주권시대를 강조하는 만큼 이에 발맞추기 위해서라도 민주당은 권리당원의 권리를 보장하고 상징적인 ‘1인1표’ 시대를 반드시 열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밖에도 정 대표는 당헌·당규 개정을 비롯한 ▲평당원 선출 준비 지원 ▲연말 당원 콘서트 지원 등을 약속했다. 당원의 힘이 커질 수록 정 대표의 정치적 입지도 넓어진다. 정 대표는 연일 국민의힘 때리기에 집중하며 당원으로부터 지지를 받았고, 민주당의 목표로 3대 개혁 완수를 내걸었다. 이는 비주류였던 자신의 정체성을 부각시키기 위한 전략으로도 읽힌다. 이 대통령이 ‘사이다’ 발언으로 당권까지 올랐다면 정 대표는 각종 특위를 띄우며 거침없는 개혁가의 모습을 굳히겠다는 것이다. 정 대표는 강성 지지층의 요구에 따라 검찰개혁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검찰청을 폐지하는 대신 가칭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과 공소청을 신설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다음 달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정 대표는 지난달 21일 의원총회에서 이 대통령과 당 지도부의 만찬 회동을 언급하며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설립을 담은 정부조직법을 9월 내 본회의에서 처리하자고 당과 대통령실이 입장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약속드린대로 추석 귀향길 뉴스에서 ‘검찰청은 폐지됐다’ ‘검찰청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는 기쁜 소식을 국민 여러분께 전해드릴 수 있도록 당에선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임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출된 추미애 의원 역시 “법사위원장 선출은 검찰과 언론, 사법개혁 과제를 완수하라는 국민의 명령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전폭적으로 힘을 실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위원회도 속속들이 들어섰다. 우선 민주당은 ‘국민주권 검찰정상화 특별위원회’를 발족시켰다. 정 대표는 출범식 및 1차 회의에 참석해 “지금의 시대적 과제는 내란 종식, 내란 척결, 이정부 성공에 있다”며 “가장 시급히 해야 할 개혁 중 개혁이 검찰개혁”이라며 “개혁도 골든타임을 놓친다면 저항이 거세져서 좌초되고 말 것이기 때문에 시기가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특위의 주요 과제로는 ▲수사·기소 완전 분리 ▲국민 주권 실현 및 민생 뒷받침 등을 제시했다. 새로운 구심점 이어 언론개혁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언론 보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추석 전까지 도입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는 언론의 허위·조작 보도에 대해 피해자에게 손해액의 최대 5배 배상을 의무화하는 법적 장치다. 언론뿐만 아니라 ‘유튜버’도 포함하는 안이 논의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국민중심 사법개혁특별위원회’도 출범했다. 정 대표는 “대법관의 증원과 추천 방식을 변경하는 내용의 사법개혁안을 추석 전까지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구석구석 눈도장을 찍기 위한 지역별 공략에도 나섰다. 지난 21일 호남발전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다들 대한민국 민주화에 대해서 호남이 기여한 바가 지대하다는데, 국가는 ‘호남을 위해서 무엇을 했는가’에 대한 답을 이제 할 때가 되지 않았나”라고 꼬집었다. 정 대표는 “호남만 발전시키면 되겠느냐”며 영남발전특위도 띄웠다. 이는 내년 6월에 있을 지방선거를 대비해 대구·경북 등의 표밭을 다지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광폭 행보를 보이는 정 대표를 구심점으로 신흥 세력이 탄생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정 대표는 계파 정치와 거리를 두겠다고 거듭 밝혔지만, 권력자의 주변에 사람이 모이는 것은 당연하다는 해석이다. 정 대표의 편에 선 동료 의원들에게도 시선이 쏠린다. 전당대회에서 정 대표를 공식적으로 지지했거나 개혁 선봉에 함께 섰던 의원 등이다. 정 대표가 당권 도전을 선언한 국회 기자회견장에는 장경태·최기상·문정복·임오경·양문석 의원 등이 자리했다. 여의도 이야기를 종합하면, 정 대표는 ‘당원 중심 정당’ 철학에 부합하는 인사로 장 의원을 꼽았다. 현재 장 의원은 평단원 최고위원 선출 절차를 위한 특위위원장을 맡고 있다. 최민희 의원은 정 대표를 공개 지지한 인물이다. 당시 정 대표가 수박 논란에 휩싸였을 당시 최 의원은 “심하게 비난받는 정청래 후보를 지켜보면 짠하다”며 “비난에도 역비난하지 않고 여전히 유쾌·상쾌하게 선거운동하는 정 후보를 격하게 지지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이 밖에도 한민수·김영환·이성윤 의원은 경선 유세 현장에 함께하며 힘을 실어줬다. 왼쪽으로 붙는 민주당…좁아지는 공간 강성 지지층 등에 업고 개혁가의 길로 개혁가의 길을 걷는 정 대표의 존재감이 커지자 일각에서는 조기 대선을 거치며 ‘중도 보수론’으로 넓혀놨던 민주당의 정치 공간이 다시 좁아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 대표의 강경한 태도가 민주당의 기조가 된다면 야당과의 협치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평이다. 실제 정 대표는 “악수는 사람하고만 한다”며 국민의힘을 척결 대상으로 대하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16주기 추모식에서 정 대표는 국민의힘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과 악수는커녕 인사조차 나누지 않았다. 송 비대위원장 역시 적대감을 드러내면서 그야말로 ‘국회 빙하기’ 시대가 열렸다. 여당인 민주당은 좌우를 넓게 아우르는 정당이 돼야 앞으로 다가올 선거에서 유리한 구도를 유지할 수 있다. 지금처럼 국민의힘이 보수로서 역할을 하지 못할 때 왼쪽은 조국혁신당, 진보당 등에 맡겨둔 채 중도 보수를 자처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당원의 힘으로 대표가 된 만큼 그는 개혁을 완수하기까지 지금과 같은 태도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민주당 상임고문단도 “집권여당은 당원만 바라보고 정치를 해선 안 된다”며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당 상임고문단 간담회에서 “정당의 주인은 당원이어야 한다는 데 공감한다”면서도 “우리 국민은 당원만으로 구성된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문희상 전 국회의장도 “내란의 뿌리를 뽑기 위해 전광석화처럼, 폭풍처럼 몰아쳐 처리하겠다는 대목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과유불급이다. 의욕이 앞서 결과를 내는 게 지리멸렬한 것보다는 훨씬 나으나, 지나치면 안 된다”고 조언했다. 또 다른 민주당으로 민주당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포스트 이재명’ ‘이재명 키즈’가 아닌 새로운 인물이 나타나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 대표가 민주당의 새로운 길을 열어야 당이 계속해서 순환하는 등 건강하게 유지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어 “민주당의 주류는 강성 지지층이다. 당원이 당을 좌지우지하는데 그들의 숫자가 얼마가 되든 목소리가 커 여론을 만드는 것”이라며 “이 주류의 흐름에 올라탄 사람이 정 대표다. 이 대통령이 대표이던 때와는 다른 모습의 민주당을 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아직 남은 정 견제 세력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SNS에 올렸다 곧바로 삭제한 게시글이 화제다. 민주당은 지난달 19~20일 양일간 경주를 찾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준비 상황을 점검했는데 정 대표가 마치 천마총 금관을 쓰고 있는 듯한 착시 사진이 문제가 된 것이다. 정 대표가 금관을 직접 착용한 것은 아니지만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시에 왕 노릇을 한다” “벌써 왕인 것처럼 군다” 등 거친 비판이 쏟아졌다. 현재 해당 사진은 삭제됐지만 8·2 전당대회 때 불거진 박찬대 의원과의 앙금이 아직 남은 게 아니냐는 뒷말이 나온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