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계 흔드는 ‘학폭 미투’의 진실

“나도 당했다” 믿거나 말거나∼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최근 연예계에 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 할리우드 유명 제작자인 하비 와인스타인으로부터 번진 ‘미투’ 사태에 이어, 래퍼 마이크로닷으로부터 시작된 ‘빚투’와 같은 맥락이다. 최근 프로 배구선수 이재영‧이다영 자매가 불붙인 ‘학투(학교폭력 미투)’가 연예계까지 번졌다. 대다수 연예인이 연이은 폭로로 인해 도마 위에 올랐다. 진실이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많은 연예인이 낙인찍힐 위기에 처했다. 
 

▲ ▲ (사진 왼쪽부터)학폭 의혹을 받고 있는 배우 박혜수, (여자)아이들 멤버 수진과 이달의 소녀 멤버 츄 ⓒ롯데엔터테인먼트·큐브엔터테인먼트·블록베리크리에이티브

이야기 편향(Story bias)이라는 심리학적 용어가 있다. 이야기가 진실보다 더 큰 힘을 발휘해 버리는 현상을 경계하는 말이다. 구체적이고 세밀한 이야기는 흡인력이 강할 뿐 아니라 본질을 희석할 수 있으며, 때로는 관점도 왜곡한다. 이야기에 매몰되면 진실을 놓칠 수 있다. 

편향

최근 학교폭력과 관련된 연이은 폭로 사건에 이야기 편향이 강하게 적용된다. 이미 오래전에 발생한 사건이 누군가의 기억에만 의지해 대중에 공개된다. 증거는 없고 진술만 있다. 

진실이 드러나기 전부터 해당 연예인은 사형선고나 다름없는 낙인이 찍힌다. 학교폭력(학폭) 가해자였다는 게 진실로 드러나면 분노하는 게 자연스럽지만, 억울한 피해자가 나오는 건 경계해야 한다. 

학폭은 매우 어려운 문제다. 누군가의 영혼을 짓밟아 버린 가해자가 있지만, 당하지도 않은 사실을 그럴듯하게 묘사해 거짓을 꾸미는 교활한 피해자도 있다. 피해자 보호가 최우선인 만큼 섬세하게 다가가야 한다. 가해자에게는 분노하되, 가해자가 완벽히 드러날 때까지 이성적으로 냉철하게 바라봐야 한다. 


최근 학폭 가해자로 폭로된 연예인은 배우 조병규를 시작으로 박혜수와 김동희, TV조선 <미스트롯2>에 나온 진달래, 가수 현아, 걸그룹 (여자)아이들의 수진, 이달의 소녀 츄, 세븐틴 민규, 몬스터엑스 기현, 스트레이키즈 현진, 트로트 가수 진해성 등이다.

IOI 출신 김소혜는 3년 전 제기됐던 학교폭력 의혹이 재차 불거졌다. 

학폭 폭로를 당한 사람 중 실제 가해자로 인정된 사람은 진달래뿐이다. 진달래는 논란이 일자 사과하면서 <미스트롯2>에서 하차했다.

스트레이키즈 현진도 학폭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그는 “학창시절 제 잘못된 언행으로 인해 상처를 받으신 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지금보다 더 부족했던 시절 제가 했던 행동을 돌아보니 부끄럽고, 변명의 여지가 없다.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상관없이 누군가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드렸던 것은 절대로 용서받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학폭 가해자에 대한 이미지가 워낙 좋지 않아 현진이 아이돌 활동을 꾸준히 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앞으로 그의 거취가 불분명해 보인다.

(여자)아이들의 수진은 자신을 가해자로 지목한 글쓴이와 다툼이 있었다고 해명했으나, 피해자 측이 다툼이 아닌 지속적인 폭력이라고 연이어 주장했다. 글에 신빙성이 있어 대중으로부터 학폭 가해자로 지목되고 있다. 

가장 상황이 좋지 않은 이는 박혜수다. 당초 박혜수를 학교폭력 가해자로 지목한 글쓴이는 소속사에서 법적 대응을 선포하자 자신이 거짓으로 꾸몄다고 사과했다. 해당 글쓴이는 거짓을 인정했지만, 이후 다른 피해자들이 연이어 등장했다. 


잔인한 가해자·교활한 피해자 공존
위기의 연예인들, 냉철한 시선 필요

현재 학폭 가해자로 지목되고 있는 연예인 중 유일하게 피해자 모임이 존재한다. 이들은 끊임없이 언론에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박혜수가 출연하는 KBS2 금요드라마 <디어엠>은 첫 방송을 연기했으며, 드라마 홍보차 출연을 예정했던 KBS2 <유희열의 스케치북>과 KBS 쿨FM <정은지의 가요광장> 출연도 취소됐다. 

이와 관련해 소속사 관계자는 “현재 수사를 의뢰했다. 현재까지 밝혀진 것은 없다. 상황을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배우 조병규도 억울한 상황에 몰렸다. 뉴질랜드에서 학교를 다니며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한 글쓴이가 게시글 작성 후 몇 시간 만에 소속사에 직접 연락해 선처를 요구한 것. 
 

▲ (사진 왼쪽부터)김동희·기현·김소혜 ⓒ앤피오엔터테인먼트·스타쉽엔터테인먼트·KBS

하지만 이후 피해자라고 밝힌 사람들이 일부 생겨 현재까지 지켜보고 있다. 조병규는 자신의 심정을 담은 글을 SNS에 올리며, 학교폭력은 사실무근이라고 부인하고 있다. 조병규 소속사 HB엔터테인먼트는 첫 글을 올린 작성자를 제외하고는 선처 없이 법적 대응을 하고 있다. 

이달의 소녀 멤버 츄는 학교폭력 의혹을 최초 제기한 누리꾼이 ‘허위사실을 폭로했다며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사과에도 불구하고 소속사는 “해당 작성자에게 법적인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김소혜는 과거에 불거졌다가 거짓말로 들통난 허위사실이 재점화되며 곤혹을 치뤘다. 2017년 김소혜가 중학교 1학년 때 친구에게 폭력을 행사해 합의금을 물어줬다는 의혹이 번졌다.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작성자는 시기심에 거짓말을 꾸몄다고 잘못을 인정했다.

최근 또 하나의 글이 올라왔다.

글 작성자는 “자신이 피해자는 아니지만, 김소혜가 폭력을 저지른 행동과 말이 차고 넘친다”고 주장했다. 이 역시도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김소혜의 소속사는 이번 사건만큼은 “절대 선처는 없다”며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 외에도 김동희와 민규, 기현, 현아도 적극적으로 해명하며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법적인 대응도 불사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른바 ‘학투’(학교폭력 미투)가 연예계 전반을 휩쓴 가운데, 핵심은 무고한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는 데 있다는 것에 유념해야 한다. 그저 ‘그럴듯한 말’에 휩쓸려 마녀사냥을 하는 일은 지양돼야 한다. 


도서 <왜 똑똑한 사람이 어리석은 결정을 내릴까?>의 저자인 마이클 모부신 콜롬비아 경영대학원 교수는 “이야기에 열광하는 사람은 실패한다”고 말한다. 이야기라는 외형적인 것에 속지 말고 진실을 보라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마녀사냥

학투는 자극적인 이야기로 만들어졌다. 자극적이고 재밌다고 해서 무조건 믿는 행위가 누군가에게는 돌이킬 수 없는 상처가 될 수 있다. 진실은 저 너머에 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이재명의 100일 결정적 장면들

이재명의 100일 결정적 장면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체감상 1년은 된 것 같다.” 어느 덧 이재명정부가 출범 100일째를 맞았다. 이재명 대통령에겐 숨 가쁜 3개월이었다. 12·3 비상계엄 선포, 탄핵 정국, 조기 대선 등 대형 정치 이슈는 지나갔다. 이제 본격적으로 국정 운영의 청사진을 실현해야 하는 시기다. 지지율은 이미 요동치고 있다. 어떤 이슈가 이정부를 뒤흔들었던 걸까? 지난 6월3일 21대 대통령선거가 열렸다. 지난해 12월3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6개월 만에 대선이 치러졌다. ‘어대명(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이라는 말이 대선 전부터 파다했고 실제로 이변은 없었다. 재수 끝에 대통령에 당선된 이재명 대통령은 역대 최다 득표수를 기록했다. 다만, 과반 득표율에는 미치지 못했다. 무정부 상태 산적한 이슈 이번 대선은 대통령 탄핵으로 치러진 보궐선거여서 인수위원회 기간 없이 바로 임기가 시작됐다. 이 대통령 앞에는 비상계엄 사태 수습, 민생 회복, 국민 통합 등 국내 문제는 물론 미국발 통상 전쟁 등 국외 문제까지 이슈가 산적한 상태였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무정부’나 다름없는 상태로 6개월 동안 이어진 국정 공백을 메워야 했다. 이 대통령은 당선이 확정된 후 소감 연설에서 “이 나라의 민주주의를 회복하고 민주공화정 공동체 안에서 국민이 주권자로 존중받고 협력하면서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만드는 것, 반드시 그 사명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란 극복 ▲민생 회복 ▲국민 안전 ▲한반도 평화 ▲국민 통합 등을 언급했다. 실제 이 대통령은 국회의 과반 의석을 등에 업고 ‘윤석열정부 지우기’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이재명 정부 1호 법안으로 ‘내란 특검법’ ‘김건희 여사 특검법’ ‘채 해병 특검법’ 등을 통과시켰다. 김건희 특검법, 채 해병 특검법 등은 윤정부에서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번번이 폐기됐던 법안이다. 이 대통령은 취임 엿새 만인 6월10일 국무회의에서 3대 특검법을 의결했다. 그는 국무회의 이후 SNS를 통해 “이재명 정부 1호 법안인 3대 특검법은 내란 심판과 헌정 질서 회복을 열망하는 국민의 뜻을 받들기 위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특검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구속 기소하는 등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침체된 내수를 회복하기 위한 소비쿠폰도 지급했다.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을 거치면서 사회 분위기가 흉흉해졌고 이는 곧 경기 부진으로 이어졌다. 정치 상황이 좋지 않다 보니 사람들이 소비를 줄이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연말 연초 대목 장사를 망친 자영업자는 폐업을 걱정해야 할 지경에 몰렸다. 민생 회복 소비쿠폰 지급은 이 대통령이 대선후보 때부터 내세운 공약이다. 지난 7월21일부터 전 국민을 상대로 1차 소비쿠폰이 지급됐다. 기본 15만원에 인구 감소 지역 등에 일정 금액을 더했다. 2차 소비쿠폰은 상위 10%를 제외한 국민 90%가 오는 22일부터 신청할 수 있다. 13조원의 재정이 투입됐다. 윤정부 때부터 이어진 의료계와 정부의 갈등은 이재명정부 들어서도 쉽게 출구 전략을 찾지 못하는 모양새다. 무엇보다 의대생 수업 복귀에 대한 이정부의 행보에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도 불만이 제기됐다. 의료 정상화를 이유로 조건 없이 의대생 복귀를 추진하는 모습에 공정과 원칙이 깨졌다며 실망감을 표출한 것이다. 두 번의 도전 끝에 당선 내란 종식, 민생 첫 손에 의정 갈등은 윤정부 시기인 지난해 2월 의대 정원을 2000명 늘리겠다는 보건복지부의 발표로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전공의는 집단 사직하며 병원을 떠났고 의대생은 집단 휴학을 강행했다. 응급실 뺑뺑이 사건 등 의료 공백이 가시화되고 의료 붕괴까지 우려되다가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핵심 이슈에서 멀어졌다. 새 정부의 현안으로 넘어간 것이다. 이 대통령이 정은경 전 질병관리청장을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하면서 의정 갈등 해소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 정 장관 지명 이후 의료계에서 일제히 환영 입장을 내놨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대생 복귀와 관련해 특혜 논란이 나왔고 국민 여론은 최악으로 치달았다. 의료계와 국민 여론의 괴리가 큰 상황이라 해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산재와의 전쟁’은 임기 초 이정부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는 모양새다. 이 대통령은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SPC 공장을 현장 방문하는가 하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반복 공시로 주가 폭락’ 등 수위 높은 발언으로 건설업계를 겨냥했다. 이 대통령이 산업재해 근절을 외치자 건설업계가 납작 엎드렸다. 산재 사고가 발생하면 사용주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내용의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고도 일터에서 근로자가 죽는 사례가 거듭 일어나자 대통령이 직접 칼을 빼든 것이다. 연이어 산재 사고가 발생한 포스코이앤씨는 대표이사가 바뀌었고 DL건설은 임직원 전원이 사의를 표명했다. 일각에서는 이정부가 지나치게 기업을 ‘잡도리’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코스피 5000’을 외치며 주가 부양을 공언한 것과 실제 행보는 정반대라는 의견이다. 지금까지의 주가 상승은 이정부에 대한 기대감에서 비롯됐다면 앞으로의 상승분은 실물 경제에서 끌어 올려야 하는데 이를 이끌 기업을 너무 옥죄는 게 아니냐는 주장이 나온다. 경제 정책의 방향도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된다. 지난달 1일 코스피 지수가 126.03포인트(3.88%)나 하락했다. 주가 3200선이 깨졌고 하락률은 미국발 상호 관세 부과로 충격을 받았던 지난 4월7일(-5.57%) 이후 4개월 만에 가장 컸다. 이른바 ‘검은 금요일’의 배경은 전날 이재명 정부가 발표한 세제 개편안이라는 게 중론이었다. 침체된 경기 소비쿠폰으로 이정부는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인 대주주 기준을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낮추고 최고 35% 배당소득 분리과세 도입 등을 담은 세제 개편안을 공개했다. 금융투자소득세 도입 조건부로 인하된 증권거래세율도 현재의 0.15%에서 2023년 수준인 0.2%로 환원됐다. 또 법인세 세율을 모든 과세표준 구간에 걸쳐 1%포인트씩 일괄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검은 금요일’의 후폭풍은 상당했다. 무엇보다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투자 심리가 위축됐다는 게 문제였다. 주가가 폭락한 지난달 1일 이후 열흘 사이에 거래 대금이 20%가량 줄었다. 이른바 ‘국장’에서 빠져나간 개인 투자자들이 ‘미장(미국 주식시장)’으로 몰려가면서 나스닥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가뜩이나 관세 협상으로 전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증시 부양책에 대한 의구심이 커졌다는 방증이었다. 일명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제2·3조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점도 우려를 더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노란봉투법은 하청 노동자에게 원청과의 교섭권을 부여하고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이 골자다. 법안이 통과되면 기업 활동이 위축될 것이라는 예상이 끊이지 않았다. 법안이 통과되기 전부터 한국경영자총연합회 등 경영계를 대표하는 경제단체는 물론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 등이 노란봉투법에 반대 의사를 드러냈다. 법안이 통과되면 기업이 규제가 덜한 외국으로 나갈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경제단체 등은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시행을 유예해 달라고까지 했지만 그대로 진행됐다. 대통령실은 법안 통과 이후 상황을 주시하는 모습이다. 이 대통령은 노란봉투법 통과 이후 “노란봉투법의 진정한 목적은 노사의 상호 존중과 협력 촉진”이라며 “노동계도 상생의 정신을 발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책임 있는 경제 주체로서 국민 경제 발전에 힘을 모아주시기를 노동계에 각별히 당부드린다”고 강조했다. 광복절을 앞두고는 사면 문제가 불거졌다. 취임한 지 2개월 밖에 되지 않았고 전임 정부에서 임기 초 정치인 사면을 한 적이 없던 터라 이정부 역시 같은 길을 갈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했다. 사면 대상으로 거론되던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가 자녀 입시 비리 혐의 등으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수감된 지 8개월 밖에 안된 점도 ‘사면 불가론’에 힘을 더했다. 주가 부양 공약 반대되는 정책 지난해 12월12일 대법원은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의 혐의로 기소된 조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에 추징금 600만원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조 전 대표는 나흘 뒤인 12월16일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 만기 출소일은 내년 12월15일이었다. 조 전 대표가 이끌던 조국혁신당은 당시 대선에서 후보를 내지 않고 이 대통령을 지지했다. 조 전 대표의 사면 관련 언급이 나올 때마다 ‘대선 청구서’라는 말이 따라붙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이후 종교계, 시민단체, 정치권 일부에서 조 전 대표를 사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조 전 대표가 검찰의 횡포에 억울한 옥살이를 하고 있다는 주장도 일부 진영에서 제기됐다. 특히 문재인 전 대통령이 대통령실 등이 조 전 대표의 사면을 직접 요구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 정국의 핵으로 떠올랐다. 조 전 대표는 문재인정부 시절 민정수석, 법무부 장관 등 요직을 맡은 바 있다. 문 전 대통령은 조 전 대표에게 ‘마음의 빚이 있다’고 언급하는 등 각별히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빗발치는 사면 요구에 고심을 거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정치권 등에서 조 전 대표를 사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과 달리 여론이 좋지 않았기 때문. 특히 민주당 지지층 내에서도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달갑지 않게 여기는 목소리가 나왔다.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 입시 비리 혐의 등이 민주당 지지층이 중요하게 여기는 공정과 상식의 가치에 반한다는 것이다. 지지율이 떨어지는 등 민심 이반이 예상된다는 주장이 나왔지만 이 대통령은 장고 끝에 조 전 대표의 사면을 결정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11일 조 전 대표를 비롯해 윤미향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은수미 전 성남시장,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 등 정치인과 고위공직자 27명을 포함해 총 83만6678명에 대한 대규모 특별사면을 단행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분열과 반목의 정치를 끝내고 국민 대화합 차원에서 이뤄지는 광복절 특사’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광복절 사면은 이 대통령의 지지율을 뒤흔들었다. 사면 논의가 시작됐을 때부터 하락세를 보이기 시작한 지지율은 발표 이후 눈에 띄게 꺾였다. 조 전 대표가 사면 이후 ‘광폭 행보’를 보이며 노출도가 높아진 것도 한몫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세제 개편안·사면으로 지지율 흔들 한일·한미 정상회담은 긍정적 평가 조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에 대해 ‘(사면이 끼친 영향은) N분의 1 정도’라고 발언한 부분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조 전 대표는 수감 한 달여 만에 정국의 핵으로 떠올랐다. 여권 내에서도 조 전 대표의 행보를 불편해하는 기류가 감지되며 야권에서는 이정부를 공격하는 소재가 된 모양새다. 특히 조 전 대표를 비롯한 조국혁신당에서 우리의 길을 가겠다는 ‘마이웨이’ 행보를 공언하면서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계 개편이 일어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 대통령의 임기 5년간 외교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정상회담도 잇따라 열렸다. 이 대통령이 취임하기 전부터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던 ‘트럼프발 통상 전쟁’의 대응 방향이 윤곽을 드러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당선 직후부터 ‘관세’를 무기로 전 세계에 싸움을 걸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한미 FTA’로 쌀 등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 관세가 ‘0’이었기에 타격이 불가피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국방비 증액 등을 언급했다. 시장을 개방하고 미국에 이른바 ‘동맹 비용’을 내라는 요구였다. 실무진이 진행한 관세 협상은 그 시발점이었고 정상회담은 미국발 청구서의 윤곽이 드러난 자리였다.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표면상으로는 성공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각국 정상을 불러놓고 면전에서 망신주기 하는 등 어디로 튈지 모르는 방식의 트럼프 대통령과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한 점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일각에서는 정작 중요한 사안은 하나도 논의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앞서 조선업 협력, 원전 문제를 비롯해 자동차 등 주력 산업에 붙는 관세까지 불확실성을 해소하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일반적으로 실무진이 틀을 만들고 정상회담에서 결정되는 방식의 외교 관행이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먹히지 않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공동성명이나 합의문 등은 나오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앞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도 만났다. 이 대통령은 일본 방문 전 과거 한일 간 위안부 합의와 징용 배상 문제와 관련해 “국가 간 약속은 존중돼야 한다”며 기존 합의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당시 한일 정상회담에서는 미국발 관세 관련 논의도 이뤄졌다. 당분간 민생 집중 취임 후 첫 외교 시험대를 넘은 이 대통령은 당분간 민생을 살피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당분간 국민의 어려움을 살피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민생과 경제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이규연 대통령실 홍보소통수석은 “몇 주간 정상회담에 몰두했기 때문에 국내, 특히 민생·경제성장과 관련된 부분을 앞으로 주력해서 챙기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