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김설아 기자] “술은 연애를 양육하는 밀크다”라는 고대 그리스의 희극시인 아리스토파네스의 말처럼 처음 만난 사람들에게 가장 고마운 묘약은 바로 ‘술’이다. 술은 긴장감을 풀어주고 기분을 좋게 만들어 함께 술을 마시는 상대에게 호의를 갖게 한다. 그렇다면 싱글남녀들은 술과 연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술과 연애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이 때문인지 술을 전혀 하지 못하는 여성은 이성의 호감을 사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첫 만남에서 밥 먹고 커피만 마시다 헤어진 것과 술 한잔 하며 편안한 기분으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눈 경우를 비교해보면 더더욱 그렇다. 많은 싱글남녀들은 맑은 정신에 맹숭맹숭 호구조사나 하는 것과 편한 분위기에서 웃고 즐기는 것은 기분부터 다르다고 말했다.
연애의 ‘묘약’
결혼정보회사 ‘바로연’은 최근 미혼남녀 681명(남성 340명 여성 341명)을 대상으로 ‘술과 연애’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결과를 보면, 우선 남녀에 따라 이성에게 호감을 얻을 수 있는 음주량이 다른 것으로 드러났는데 일반 소주를 기준으로 여성의 경우 1~2병, 남성은 1~3병 정도의 음주량이 이성에게 호감을 얻을 수 있는 적정주량으로 나타났다.
남자친구에게 바라는 음주량으로 여성 응답자 48.9%가 1~3병을 선택했으며 1병 이하는 27.9%, ‘전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13.9%가 나왔다. 3~5병은 5.6%, 5병 이상은 3.7%로 과음하는 남성에 대한 선호도는 낮았다.
직장인 고모(26·여)씨는 “초면에 과음을 하는 남성은 자제력이 부족해 보인다”며 “더 나아가 2차, 3차를 고집하며 술자리를 길게 끄는 것도 보기 좋지 않다. 그런 남자라면 친구로서는 가끔 만나겠지만 연인사이로는 아니라는 느낌을 받는다”고 전했다.
반면 여자친구에게 바라는 음주량으로는 남성 응답자의 31.8%가 ‘1~2병 정도’를 답해 1위를 차지했으며 1병 이하가 30.0%, 2~3병이 24.7%로 조사됐다. 3병 이상은 9.7%, ‘전혀 못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은 3.8%였다.
지나치게 과음하거나 술을 전혀 할 줄 모르는 여성도 남성들에게 호감을 사기 어려운 것으로 집계됐다.
직장인 이모(30·남)씨는 “술을 전혀 못 마시는 것보다 어느 정도 즐기며 마실 줄 아는 여성이 좋다”면서 “하지만 그 양이 남자를 능가할 정도로 많은 것은 싫다. 술자리보다는 술 자체가 목적인 것처럼 덤벼들면 왠지 감당하기 어려운 여자라는 느낌을 받게 된다”고 말했다.
여성들은 과음하는 남성이 싫은 이유로 ‘데이트보다 술자리를 우선할 것 같아서(34.2%)’를 가장 많이 꼽았으며 ‘경제적이지 못하고 계획성이 없어 보인다(28.4%)’가 그 뒤를 이었다.
직장인 박모(27·여)씨는 “예전 남자친구가 술과 사람을 너무 좋아했는데, 매번 취할 때 까지 술을 마셔서 많이 싸웠다”며 “싸워도 그때뿐이고 절제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아 점점 믿음이 깨졌고, 이런 남자랑 어떻게 결혼을 해서 뭘 믿고 미래를 보나 싶어 결국 헤어졌다”고 고백했다.
미혼남 “술로 이기려 드는 여성, 매력 없어”
미혼녀 “과음하는 남성, 계획성 없어 보여”
남성들은 술을 전혀 못하는 여성이 끌리지 않는 이유로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할 것 같다(29.1%)’를 가장 많이 선택했으며 ‘속 깊은 이야기를 할 수 없을 것 같다(19.5%)’, ‘딱딱하고 재미 없을 것 같다(11.4%)’는 의견도 있었다.
직장인 기모(32·남)씨는 “술은 어색함을 푸는데도 좋지만 평소 표현하기 어려웠던 마음을 전하는 데도 효과적인 것 같다”며 “사람들과 어울려하는 술자리에서도 거부반응을 보이거나 술을 못한다고 잘라 말하는 여자는 왠지 분위기도 못 맞출 것 같고, 센스도 없을 것 같다. 적당히 즐길 줄 아는 여자가 좋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직장인 류모(31·남)씨도 “연애 역시 에너지가 있어야 가능하고 에너지를 충전하기 위해서는 적당히 놀 줄도 알아야 한다”며 “보통 그런 여성들이 매력이 있고, 함께 있으면 흥이 나 또 만나고 싶다는 느낌이 든다”고 전했다.
잘 활용해야
한편 설문조사에 따르면 여성은 평균 주 2회, 남성은 주 4회의 술자리를 가지며 자신의 주량을 묻는 질문에 여성은 ‘1~2병(27.3%)’, 남성은 ‘1~3병(38.2%)’을 가장 많이 꼽았다.
바로연 관계자는 인터뷰를 통해 “술자리에서 이성에게 호감을 느끼고 이성과 관계가 진전되는 경우가 많다”며 “적당한 음주량은 연인관계를 호전시키는 매개체 역할을 할 수 있지만 도를 넘거나 지나치게 술에 의존한다면 오히려 이성에게 반감을 사는 역효과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아예 술을 싫어하거나 한 잔도 못 마시는 사람이 아니라면 술은 분명 연애를 진전시키는데 도움이 된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여기서 잊지말아야할 것이 있다.
술이 연애에 도움이 된다는 것은 술을 잘 마셔야 한다는 얘기가 아니라, 술자리를 잘 활용하라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