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경철의 부동산테크 필승전략 <95>임대사업 대해부

  • 장경철 cta2002@naver.com
  • 등록 2012.08.27 14:2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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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세 꼬박꼬박…부럽다 ‘집주인’

<일요시사=장경철 르포라이터>매달 고정적인 임대수익이 나온다. 아마도 모든 사람들의 로망일 게다. 은퇴자 등 임대사업을 희망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작년 전국 매입임대사업자가 사상 최대로 나타났다. 작년에 발표된 8·18 전월세시장 안정대책 영향으로 특히 수도권에서 급증했다.

지난해 전국 매입 임대사업자 4만명 사상 최대
주택임대 인기 고공 행진…가을 분양시장 봇물

한 부동산포털에 따르면 작년 전국 매입임대사업자가 총 3만9326명으로 전년보다 13.9% 늘어나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2010년에는 전년 대비 증가율이 1.1%에 머물렀던 점을 고려하면 폭발적인 증가세다. 임대사업자 조사 결과는 2004년(2만5105명) 처음 발표됐다.

지난해 매입임대사업자가 급증한 것은 정부가 작년 8월 발표한 8·18 전월세시장 안정방안대책의 역할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됐다. 당시 정부는 전월세주택의 공급을 늘리기 위해 주거용 오피스텔도 임대주택으로 등록할 수 있도록 했고, 수도권 임대사업자에게 양도세 중과 배제, 종부세 비과세 등 세금 완화혜택도 줬다.

임대사업자 급증
8·18 대책 효과

실제 지난해 임대사업자 변동 추이를 지역별로 살펴보면 그 혜택이 집중된 수도권(2만7388명)에서 5099명이나 증가했고, 광역시(5703명)는 72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반면 지방(6235명)은 382명이 줄었다. 수도권만 보면 서울(3672명), 인천(902명), 경기(525명) 등의 순으로 증가했다. 수도권에서 임대사업자가 가장 많은 지역은 서울로 1만4797명에 달했다. 경기는 1만506명, 인천은 2085명이었다.


지방에서는 경남에 1091명의 임대사업자가 몰려 가장 많았다. 이어 충남 1078명, 충북 875명, 전남 802명 순으로 나타났다. 지방광역시는 부산(2279명), 대전(2106명), 대구(513명), 광주(416명), 울산(389명) 순으로 임대사업자가 많았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올해도 오피스텔과 도시형 생활주택 등 임대수익형 부동산이 인기를 끌었고, 지난 4월부터 오피스텔을 임대주택으로 등록할 수 있게 돼 임대사업자가 크게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가 주택임대사업 요건을 대폭 완화하고 종합부동산산세, 재산세 등의 혜택을 잇달아 내놓으면서 주택임대사업의 인기가 날로 높아지고 있다. 세법개정안이 부동산거래에서 발생하는 양도세 부담을 줄여주는 것이 주된 목적이라면, 임대사업에 적용되는 세재 혜택은 보유세 감면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지난 4월27일부터는 오피스텔(주거용)도 주택임대사업 등록이 가능해져 일반주택과 마찬가지로 동일한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지난해 완화된 주택 임대사업 요건에 따르면 전용 149㎡ 이하 면적에 수도권은 6억원, 지방은 3억원 이하의 주택 1가구를 5년 이상 임대하는 경우 사업자로 등록할 수 있다.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주택의 경우도 등록할 시점의 면적과 가액 기준에만 부합하면 된다.

부동산 전문가는 “주택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는 경우 종합부동산세 합산 과세 대상에서 제외되는 등 다양한 세제 혜택을 누릴 수 있다”며 “면적에 따라 차이가 있고 일부는 올해 말까지만 한시적으로 적용되는 경우가 있어 잘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우선 임대사업을 목적으로 건설업체로부터 주택을 최초 분양을 받을 경우 주어지는 취득세 감면 혜택이 올해 말까지 한시적으로 적용된다. 전용 60㎡의 경우 취득세가 전액 면제되고, 60∼85㎡는 50%, 85∼149㎡는 20%만 감면된다. 주택을 분양받을 때 일단 취득세를 납부했다가 주택임대사업자로 등록할 때 다시 환급받는 절차로 진행된다. 재산세 특례도 올해 말까지 한시적으로 적용된다. 하지만 2가구 이상을 5년 이상 임대해야만 감면 요건을 유지할 수 있다. 규모별로는 전용 40㎡ 이하의 경우 비과세, 40∼60㎡는 50%, 60∼85㎡는 25%만 감면된다.


종합소득세 과세 여부는 주택임대업을 하는 동안 보유하고 있는 주택수와 전세보증금·월세 등 수입금액 형태에 따라 결정된다. 다만 다주택자들에게 주택임대사업자 등록이 늘 유리한 것은 아니다. 등록시 월 임대수입이 급여 배당 이자소득 등과 합산돼 소득세율이 정해지기 때문이다. 즉 주택의 월 임대수입이 적더라도 급여가 많으면 최고 세율의 소득세를 납부할 수 있다. 건강보험료도 챙겨봐야 할 부분으로 건강보험은 지역가입자와 직장가입자로 나뉘는데, 지역가입자의 경우 부동산 임대소득이 발생하면 의료보험 부담금이 급증한다.

오피스텔은 도심…도시형은 대학가
“서울시내 1억대 수익형 노려볼 만”

오피스텔과 도시형 생활주택(이하 도시형)은 요즘 부동산 시장의 대세다. 1∼2채를 사서 임대해 용돈이나 생활비를 벌려는 사람이 늘면서 인기가 하늘을 찌른다. 하지만 두 상품 중 어떤 것을 고를지 고민에 빠지기 일쑤다. 이름은 다르지만 겉으로 보기에는 큰 차이가 없어서다. 심지어 한 건물에 오피스텔과 도시형이 같이 들어서는 복합단지도 나온다.

오피스텔과 도시형은 비슷해 보이지만 차이가 크다. 주거환경 등에서 장·단점이 뚜렷하고 세제혜택 등도 다르다. 때문에 향후 임대수익률 면에서 차이가 생길 수 있으므로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

장·단점 뚜렷
세제혜택도 달라

우선 도시형은 주택법 적용을 받는 말 그대로 주택이다. 반면 오피스텔은 주거용으로 쓸 수 있지만 건축법이 적용되는 업무용 시설이다. 따라서 무주택 세대주나 신혼부부 등은 20㎡(이하 전용면적)가 넘는 도시형에는 투자를 삼가는 게 좋다. 자칫 오랫동안 납입해 온 청약저축통장이나 신혼부부 특별공급 등 무주택자에게 주어지는 값싼 보금자리주택의 청약 기회를 날려버릴 수 있다.

도시형은 주택이지만 종합부동산세나 양도소득세 중과세 문제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주택임대사업자(용)로 등록해 일정 기간 임대하면 종부세 합산 대상에서 빠지고 양도세도 일반세율이 적용된다. 더불어 취득·재산세 감면 혜택도 받을 수 있다. 오피스텔 역시 올 4월부터 주택임대사업용으로 등록할 수 있게 돼 세금 혜택 면에서는 우열을 가리기 힘들다.

한 세무전문가는 “오피스텔은 사무실로도 임대할 수 있어 활용도 면에서 앞서지만 이 경우 세제 혜택이 달라지므로 상황에 맞는 선택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거환경에서는 차이가 커 상품별 특성과 해당 지역 임대 수요의 특징 등을 감안해야 한다. 그래야 공실(빈 방)을 줄여 임대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 오피스텔은 대부분 상업지역에 들어서 지하철역 등이 가까운 게 특징이다. 주차장도 도시형보다 넓다. 이런 이유로 같은 지역이라면 도시형보다 오피스텔이 분양가와 임대료가 좀 더 비싸다.

도시형은 대개 주거지역에 들어서고 전용률(전용면적 대비 공급면적 비율)이 높아 주거 쾌적성 면에서 오피스텔을 다소 앞선다. 임차인 관리 등에 들어가는 비용 또한 오피스텔보다 싸다. 당장 중개수수료만 해도 도시형은 거래가의 0.3%인 반면 오피스텔은 0.9%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직장인 임대 수요가 많은 지역은 오피스텔이, 대학가 등 학생 임대 수요가 많은 지역은 임대료와 관리비가 싼 도시형이 유리하다고 조언한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투자 전 현장 주변 부동산중개업소를 찾아 임대수요의 특성을 파악해야 공실을 줄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두 상품은 공통적으로 공급 증가에 따른 공실 위험을 감안해야 한다. 오피스텔은 올 상반기에만 1만8700실이 공급됐다. 하반기 물량을 감안하면 올해 3만여 실이 분양될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지난해 공급 물량(1만9991실)을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도시형도 상반기 인허가 물량이 5만6826가구로, 이미 지난해 인허가 물량(2만9558가구)을 뛰어넘었다. 한 금융기관 부동산팀장은 “분양(인허가) 이후 공사기간(1∼2년)을 감안하면 내년 말부터 입주가 한꺼번에 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수익형 부동산 공급이 급증하자 분양가를 낮춰 경쟁력을 높인 상품이 늘고 있다.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소형주택 임대사업의 투자 열기로 수익형 상품의 몸값이 치솟자 가격경쟁력을 앞세운 1억원대 수익형 부동산이 투자자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 4월 한화건설이 상암지구 내에 분양한 ‘상암 한화오벨리스크’는 3.3㎡당 1060만원의 분양가를 선보였다. 전용 19㎡의 경우 1억원대 초반에 투자자 가능했다. 청약 결과 최고 52.83대 1의 경쟁률로 분양 마감에 성공했다. 지난 6월 청약을 마친 강남보금자리지구 내의 ‘강남 푸르지오시티’도 23∼24㎡가 1억원대 중반에 나와 평균 23.6대 1의 청약경쟁률을 기록, 분양 한달 만에 계약을 완료했다.

이처럼 가격을 낮춘 수익형 부동산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매입 시 부담이 커지게 되면 금융비용의 증가로 기대 수익률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소액으로 투자할 수 있는 수익형 상품이 수익률을 높이는데 유리하고, 배후수요가 탄탄한 업무단지나 역세권에 위치해 상품성도 뛰어나다.

업계에 따르면 대우건설이 이달 말 서울 미아동에 분양하는 ‘수유역 푸르지오시티’역시 1억원 초반대에 분양가가 형성된다. 이 단지는 지하 3층~지상 20층, 1개동 규모로 오피스텔 전용 22㎡ 216실, 도시형 18∼37㎡ 298가구로 이뤄진다. 지하철 4호선 수유역이 도보 5분 거리에 있다.

같은 달 강남보금자리 7-9·10블록에는 ‘강남2차 푸르지오시티’가 분양한다. 마찬가지로 1억원대로 투자가 가능한 단지다. 지하 5층~지상 10층, 1개동, 전용 19∼52㎡ 543실로 건설될 예정이다.


비즈니스호텔 인기
정부 각종규제 완화

서울 신길동 대방역 인근에는 유엔이디앤씨가 오피스텔과 도시형 복합단지 ‘대방역 프리가’를 분양 중이다. 지하 2층~지상 14층, 오피스텔 27실(전용 17∼21㎡), 도시형 88가구(전용면적 13·18㎡)로 구성된다. 실당 평균 분양가는 1억2000만원대로, 인근 타 단지보다는 약 1000만∼2000만원 저렴하다.

창성건설이 시공하는 ‘마포구청역 창성 발리오스’도 현재 중도금 무이자 혜택을 제공하며 분양에 나서고 있다. 전용 19㎡, 총 325실 규모로 분양가는 1억4000만원대. 지하철 6호선 마포구청역이 도보 1분 거리에 있는 초역세권 단지다.

상가, 오피스텔, 도시형 등 수익형 부동산이 인기를 끌면서 오피스, 비즈니스호텔, 세컨드하우스, 소형 아파트 등으로 수익형 부동산의 범위도 점차 확대되고 있다. 오피스텔이나 도시형이 1∼2인 임대수요를 겨냥해 인기가 높다면, 수익형 부동산의 원조 격인 상가는 주거 선호도가 높은 지역을 중심으로 주목을 받는 상품이다.

먼저 상가는 입지와 배후수요에 따라 수익률은 물론 향후 보유가치에서 큰 차이가 나게 된다. 상권이 검증된 지역이라면 안정적인 임대 수익 창출에 부수적으로 가치 상승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오피스, 비즈니스호텔, 서비스드 레지던스 등도 수익형 부동산의 차세대 주자로 떠오르면서 관심을 끌 전망이다. 특히 비즈니스호텔, 서비스드 레지던스 등은 늘어나는 외국 관광객을 겨냥해 정부에서 각종 규제를 완화해 신 투자처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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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