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위기의 스타 강사 설민석

어쩐지 너무 재밌더라∼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스타 역사 강사로 이름을 알린 설민석. 그의 이름 석 자를 내건 <설민석의 벌거벗은 세계사>가 논란에 휩싸였다. 두 번째 방송까지 시청률 5.9%를 얻으며 순항을 예고했다. 하지만 전문가의 역사왜곡 지적으로 한순간에 논란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설민석과 제작진은 오류를 인정하고, 사과했다. 그럼에도 여진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 고개 숙인 역사 강사 설민석 ⓒ유튜브

스타 역사 강사 설민석이 세계사 왜곡 논란에 휩싸였다. 설민석은 tvN 예능 <설민석의 벌거벗은 세계사>를 진행하고 있다. 세계사를 쉽고 재미있게 풀어낸다는 콘셉트의 방송이다. 곽민수 한국이집트학연구소장은 지난 20일, 이 프로그램에 대해 “사실관계 자체가 틀린 게 너무 많아 하나하나 언급하기가 힘들 지경”이라고 비판했다. 곽민수 소장은 한양대에서 문화인류학을 전공하고 영국 옥스퍼드대와 더럼대에서 이집트학을 전공한 전문가다.

전문가 비판
제작진 시인

그는 페이스북을 통해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을 알렉산드로스가 세웠다는 말이나 프톨레마이오스-클레오파트라 같은 이름이 무슨 성이나 칭호라며 ‘단군’이라는 칭호와 비교한다든가 하는 것들은 정말 황당한 수준”이라며 “‘왔노라, 보았노라, 이겼노라(VENI VIDI VICI)’를 이집트에서 로마로 돌아가 말했다고 한 것 정도는 그냥 애교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곽민수 소장은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은 프톨레마이오스 2세 때 세워졌다는 것이 정설이며 ‘왔노라, 보았노라, 이겼노라’는 파르나케스 2세가 이끌던 폰토스 왕국군을 젤라 전투에서 제압한 뒤 로마로 귀국해 거행한 개선식에서 한 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 이외에도 틀린 내용은 정말 많지만, 많은 숫자만큼 일이 많아질 텐데 그렇게 일을 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서 생략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재미있게 ‘역사 이야기’를 한다고 사실로 확인된 것과 그냥 풍문으로 떠도는 가십거리를 섞어서 말하는 것에 저는 정말 큰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며 “설민석이 진행하는 이 프로그램은 그 문제의식의 극치”라고 강조했다.

곽 소장은 “역사적 사실과 풍문을 함께 이야기하는 것은 역사 이야기를 할 때 관심을 끌기에 분명히 좋은 전략이지만, 하고자 하는 것이 그냥 ‘구라 풀기’가 아니라 ‘역사 이야기’라면 사실과 풍문을 분명하게 구분해 언급해줘야 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게다가 이건 언급되는 사실관계 자체가 수시로 틀렸다. 제가 자문한 내용은 잘 반영이 안 돼 있는 것 같기도 하고, 그냥 보지 마시라”며 “이번 논란 속에서 소위 ‘설민석 류’라고 할 수 있는 대상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조금은 더 높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했다.

“틀린 부분 많다” tvN 세계사 강의 파문
뒤늦게 머리 숙여…신뢰 회복 가능할까

이런 상황에 설민석의 과거 역사 왜곡 논란도 재점화되고 있다.

설민석은 2016년 tvN 교양 프로그램 <어쩌다 어른>에서 태조 이성계를 여진인이라고 표현해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그는 정도전, 이성계, 무학 대사의 조선 건국기를 강의하던 중 이성계가 귀화한 여진인이었다고 설명했다.

당시 해당 내용이 방송된 후 다수의 역사학자들은 이성계의 여진족 설은 학계에서 부정되는 내용이며 여러 자료를 통해 반박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외에도 설민석은 2013년 인터넷 강의 도중 3·1운동을 주도한 민족대표 33인을 폄훼했다는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당시 설민석은 “우리나라 최초의 룸살롱인 태화관이 있었다. 민족대표들이 그곳에 모여 술을 마시곤 했다”며 “민족대표 33인 중 대부분이 1920년대 친일파로 돌아섰다”고 말했다.
 

▲ 역사학자 곽민수 ⓒ유튜브

이 같은 내용의 강의를 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진 후, 민족대표 33인의 후손들은 “독립선언을 룸살롱 술판으로 변질시키고 손병희의 셋째 부인인 주옥경을 술집 마담으로 폄훼했다”고 주장하며 설민석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자유로운 역사 비평을 보장하는 차원에서 부득이하게 허용할 수밖에 없는 범위 내에 있다고 판단하면서도 민족대표들이 1920년대 대부분 친일로 돌아서게 된다고 언급한 부분 등에 대해서는 명예훼손이라고 판단했다. 

태화관에 있었던 민족대표들 중 3인을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은 3·1운동에 가담한 것으로 인해 옥고를 치르고 나왔으며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각자 나름대로의 독립운동을 펼쳐 나갔거나 적어도 친일반민족 행위라고 평가할 만한 행위를 하지 않고 지내왔다는 것이 재판부의 설명이다.

과거에도 논란
명예훼손 판결

또 민족대표들이 거사 당일 이완용의 단골집인 룸살롱에 갔다고 표현하거나 술에 취해 소란을 피웠다는 표현 등은 “새롭게 건설한 대한민국으로부터 건국훈장까지 추서 또는 수여받은 역사 속 인물에 대한 심히 모욕적인 언사이자 필요 이상으로 경멸, 비하 내지 조롱하는 것으로서 역사에 대한 정당한 비평의 범위를 일탈해 그 후손들이 선조에게 품고 있는 합당한 경외와 추모의 감정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지적하며 총 14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과거 그가 편찬한 삼국지 내용도 재조명됐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설민석 삼국지 논란’이라는 글이 올라왔다. 네티즌들은 ‘설민석 삼국지’ 시리즈에서 유비가 공손찬에게 “손찬 형님”이라고 부르는 부분을 지적했다.

공손찬은 성이 공손, 이름이 찬, 자는 백규로 연의에서는 유비, 관우, 장비에게 도움을 주는 성격 좋은 호인으로 묘사된다. 

실제 역사를 다룬 정사에서는 유비와는 노식 선생 밑에서 함께 배움을 받은 사이다. 북방 이민족들을 기마부대 ‘백마의종’으로 몰아치는 장군으로, 삼국지를 읽은 사람이라면 공손이 성이고 찬이 이름이라는 것을 알 정도로 초반 중요 인물이다. 

또 과거 방송에서 삼국지 관련 강의에서 손권을 ‘강동의 호랑이’라고 지칭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강동의 호랑이는 손권의 아버지인 ‘손견’을 지칭하는 별명이다. 

tvN <설민석의 벌거벗은 세계사> 측은 방송에서 전해진 사실 관계 오류를 인정하고 사과했다. tvN은 고심 끝에 지난 21일 밤늦게 입장을 내고 “방대한 고대사 자료를 검색하는 과정에서 일부 오류가 있었던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 벌거벗은 세계사 ⓒtvN

이어 “방송 시간에 맞춰 압축 편집하다 보니 역사적인 부분은 큰 맥락에 따라 진행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생략된 부분이 있었지만 맥락상 개연성에 큰 지장이 없다고 판단해 결과물을 송출했다”며 “불편하셨을 모든 분께 정중히 사과드린다”고 했다.


tvN은 “재발 방지를 위해 자문단을 더 늘리고 다양한 분야의 자문위원 의견을 겸허히 수용하겠다”며 “향후 다시보기 등에서는 일부 자막과 컴퓨터그래픽 등을 보강해 이해에 혼선이 없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결국 사과
엇갈린 반응

설민석도 고개를 숙였다. 설민석은 지난 22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안녕하세요 설민석입니다’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려 “제가 부족하고 모자라서 생긴 부분이다. 제작진은 잘못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제 이름을 건 프로그램 중 <설민석의 벌거벗은 세계사>라는 프로가 있다. 그런데 지난 2화, 클레오파트라 편에서 강의 중 오류를 범했고, 그 부분을 자문 위원께서 지적해 주셨다”며 “그 부분에 대한 답변을 드리겠다”고 말했다.

이어 “어제 tvN 제작진이 정중하게 시청자 여러분들께 사과의 말씀을 드렸다. 제가 판단할 때 제작진은 아무런 잘못이 없다”면서 “제 이름을 건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모든 잘못은 저에게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설민석은 “제가 많이 부족하고 모자라서 생긴 부분인 것 같다”면서 “앞으로 여러분들의 말씀들, 더 잘하라는 채찍질로 여기고 더 성실하고 더 열심히 준비하는 설민석의 모습을 보여드리도록 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일로 불편해하셨던 여러분들, 걱정해주셨던 많은 분께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논란에 휩싸이면서 강사 설민석의 이력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설민석은 1970년생으로 단국대 연극영화과 졸업 후 연세대 교육대학원 역사교육학과를 졸업한 후 사회탐구 영역 강사로 활동을 시작했다.

2000년대 초반부터 온라인 교육 플랫폼 이투스, 메가스터디 등의 대표 강사로 활약했고, 최근엔 단꿈교육, 단꿈아이 대표이사이자 방송인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이성계는 여진인” 과거 논란 재조명
“단순 예능” “역사 왜곡” 엇갈린 반응

생생한 입담으로 학생들뿐 아니라 100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명량> <암살> 등의 이해를 돕기 위한 해설 강의로도 인기를 모았고, 지난해엔 MBC <선을 넘는 녀석들>로 MBC 방송연예대상 버라이어티부문 특별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번 논란을 두고 네티즌들의 반응은 ‘단순 예능’이냐 ‘역사 왜곡’이냐로 갈렸다.

평소 설민석이 출연하는 방송을 자주 보고 있다고 밝힌 한 40대 직장인 A씨는 “지난 2014년 7월 개봉한 영화 <명량>을 보고 설민석 강사의 팬이 됐다”면서 “영화와 연관한 역사 강의는 정말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이번 역사 왜곡 논란으로 그의 다른 강의도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30대 직장인 B씨는 “설민석 강사는 방송 출연도 활발하게 하고 대중 영향력도 있는 분인데, 이런 일이 벌어지고 아직 아무런 입장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게 좀 실망스럽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해당 방송 시청자뿐만 아니라 자신의 강의를 수강하는 학생들 처지에서도 큰 문제라고 생각된다”며 “구라 풀기, 구라 민석 아니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반면 단순 역사 예능 방송에 불과해 방송사 해명 그대로 편집에 문제가 있다는 주장도 있다.

20대 대학생 C씨는 “역사 왜곡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에 동의는 하지만, 예능 방송 아닌가”라면서 “방송사 입장 그대로 편집에 좀 문제가 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예능은 그냥 예능으로 이해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30대 회사원 D씨는 “조금 과장된 부분에서 지적을 받는 것 같다”면서 “역사라는 것은 결국 후손이 과거에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에 대해 연구하여 입증하는 것인데, 그 입증이 일부 틀리거나 달라질 수 있는 게 역사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어 “역사는 해석의 영역이라는 말도 있는데, 절대적으로 틀렸다는 지적은 좀 아닌 것 같다. 방송사 편집 문제도 있지 않나”라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이미지 물거품
신뢰성의 문제

중요한 건 설민석을 향한 시청자의 신뢰가 떨어졌다는 점이다. 그 동안 쌓아온 스타 강사라는 이미지가 한순간에 물거품이 됐다. 아무리 방송을 통해 이름을 알렸다 하더라도 역사 강사가 역사 논란이 있는 한 입지는 위태로울 수밖에 없다. 설민석을 믿고 보던 시청자들이 설민석을 의심하게 된 이상 <설민석의 벌거벗은 세계사> <선을 넘는 녀석들> 모두 신뢰성의 문제를 떠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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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일각에서 “장동혁 체제를 무너트린 후 비상대책위원회를 가동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장동혁 대표는 ‘중도 확장’을 언급하면서도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몰아낼 준비를 하고 있다. 친한계는 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도 친윤계와 일시적 휴전을 하고 있다. 장동혁·친윤·친한·개혁신당은 얽히고설킨 합종연횡을 시작했다.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각각 지난 5일과 9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비판했다. 이후 국민의힘에선 장 대표가 물러난 후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출범할 가능성도 언급된다. 장 다음은 신 비대위?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지난 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언더 찐윤 그룹 내 대구·경북에 지역구를 둔 몇몇 의원이 장 대표에 대해 ‘이 사람으로 되겠느냐’는 얘기를 하는 것 같다”면서 “장 대표가 물러나면 누구에게 비대위원장을 시키면 좋겠느냐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주장했다. 장 소장은 “그들이 국민의힘 신동욱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을 맡기려 한다”고도 했다. 그에 따르면,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이 신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직을 맡기려는 이유로 경북 상주·언론사 앵커 출신이란 점이 거론된다. 장 소장은 “급소에 침을 넣을 수 있는 핵심은 국민의힘 박성민 의원”이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이 핵심인 이유는 “언더 찐윤의 구심점이자, 장동혁 체제를 만든 5인방 중 1명”이란 것이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 일원으로 알려진 국민의힘 김대식 의원은 지난 12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에게 제시할 노선 변경 시한은 연말”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지 않은 장 대표가 판단을 잘했다고 보긴 힘들다”며 “국민이 원하면 국민의 뜻을 따라야지, 국민을 이기려고 정치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도부가 연말까지 노선 변경에 대한 전향적 의견을 밝히지 않으면, 상당한 혼선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여기서 ‘상당한 혼선’은 장 대표 체제 붕괴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과 함께 흔들림 없이 강경 보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을 당 국민소통위원장에 임명했다. 국민의힘 장예찬 전 청년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의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에 임명됐다. 김 최고위원은 그로부터 4일 전인 지난 11일 TV조선 유튜브 채널 ‘엄튜브’에 출연해 “지난해 12월3일 계엄군의 총구를 잡은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의 행동은 사실상 즉각 사살해도 되는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다시 같은 방송에 출연해 국민의힘 지지율이 낮게 집계되는 여론조사에 대한 강한 불만을 제기하는 방식으로 장 대표를 엄호했다. 김 최고위원은 국민의힘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지지율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단 결과가 나온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 등이 발표한 여론조사를 제시했다. 이어 “한국갤럽 여론조사 외엔 국민의힘 지지율이 오른단 여론조사 결과가 대부분”이라며 “장 대표의 투쟁에 모두 단결했으면 더 올라갔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개 제시된 장동혁의 시간은 ‘연말’ ‘통일교 특검’ 매개로 손잡은 장·이 장 부원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청년 참모 1호로 알려졌던 친윤계 일원으로서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가족이 연루됐다”는 논란이 발생한 당원 게시판 의혹에 강하게 대응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총선에서 부산 수영구 공천을 받았다가 “과거에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한동훈 당시 비대위원장은 장 부원장 공천을 취소했고, 이후 장 부원장은 친한(친 한동훈)계와 대립하고 있다. 장 부원장은 같은 날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김 의원은 지도부를 흔들기 위한 게 아니라 건설적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취지로 말씀하신 것”이라며 “연말까지 고름 같은 당내 문제를 해결하면, 새해부터는 대여 투쟁·민생에 집중해서 중도·외연 확장을 할 길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언급한 ‘고름 같은 당내 문제’는 당원 게시판 의혹을 말한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은 지난 9일 당원 게시판 의혹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위원장은 “한 전 대표와 가족 명의로 게시된 글들의 실제 작성자를 확인하고 있다”며 “한 전 대표 가족과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3명은 서울 강남병 소속이고, 휴대전화 끝자리가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중 1명은 재외국민 당원으로 확인됐고, 거의 같은 시기에 탈당했다”면서 한 전 대표 가족 실명도 공개했다. 지난 16일엔 친한계 일원으로서 활발한 방송 활동을 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당원권 정지 2년 중징계를 내려달라”고 윤리위원회에 요청했다. 당무감사위는 지난달 26일부터 김 전 최고위원을 조사했다. 윤리위가 당무감사위의 의견대로 징계를 확정하면, 김 전 최고위원은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정당 활동이 멈춰 총선 공천에서도 큰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김 전 최고위원은 같은 날 “터무니없는 결정”이라며 “윤리위가 당원권 정지를 결정하면 가처분을 신청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위원장이 밝힌 김 전 최고위원 징계 사유는 “우리 당 운영을 파시스트적이라고 표현하면서, 북한 노동당에 비유했다”는 것이었다. 이어 “당원을 망상에 빠진 정신질환자에 비유하는 등 모욕적 표현을 했고, 사이비 교주의 영향을 받아 입당했다는 특정 종교 비난·종교 차별 발언을 했다”는 점도 덧붙였다. “영혼을 팔았다”는 등 장 대표를 비판한 것도 징계 사유로 제시됐다. 고름 같은 당내 문제 한편 장 대표는 통일교 특검법을 매개로 개혁신당에 연대를 제안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중 “통일교 특검법 통과를 위해 개혁신당과 뜻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는 “지금껏 찾아볼 수 없었던 무자비·포악한 이재명 정권을 막기 위해선 모두 함께 힘을 모아 맞서 싸워야 한다”는 것을 제시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곧바로 “16일부터 특검법 논의에 착수하겠다”고 화답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와 개혁신당 천하람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만나 큰 틀에서 ‘통일교 특검 추진’에 합의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6일 YTN 라디오 <김영수의 더 인터뷰>에 출연해 “장 대표는 미래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와 다르지 않은 선택을 하는 것 같다”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를 바라는 것은 멍청한 행동”이라는 등 장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가 용꿈을 꾼다”는 평소 지론을 다시 강조하면서 “국민의힘 대표를 하면, 대권주자로서 약 20% 정도의 지지를 얻으니, 다른 주자가 사라지면 내가 유일한 대권후보란 착각에 빠진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유착 의혹이 제기된 후 두 사람은 제한적으로라도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관계자들은 민주당 일부 정치인들에게도 후원금을 제공했다. 하지만 김건희 특검은 “교단의 지시를 어긴 관계자 개인의 일탈이었다”면서 기소하지 않았다. 보수 야권으로선 특검의 공정성 문제를 대대적으로 제기할 수 있는 소재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의원 상당수가 특검의 수사 대상이었던 국민의힘으로선 “되돌려줄 기회가 온 것 아니냐”고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지난 2018년부터 3년 동안 현금·명품 시계 등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져 수사 대상이 된 후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아울러 장 대표가 친한계 정리 작업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친한계와 개혁신당도 사이가 매우 좋지 않단 사실도 주목받고 있다. 친한계와 개혁신당은 쿠팡 새벽 배송 논란 관련 토론회 개최를 놓고 크게 갈등했다. 국민의힘 김은혜·우재준 의원은 지난 15일 ‘새벽 배송 금지, 누구의 새벽을 위한 선택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개혁신당은 사흘 뒤인 지난 18일, 김성열 수석 최고위원이 주관하는 ‘새벽 배송 금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친윤·친한 여전한 갈등 김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김·우 의원이 토론회 개최를 예고했다가 취소해서, 개혁신당이 마음 다친 관계자들을 모시고 토론회를 기획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개혁신당 주최 토론회가 개최될 것이란 사실을 뻔히 알면서 다시 토론회를 개최하는데, 눈치 보다가 남의 것을 빼앗아서 하는 토론회에 무슨 진정성이 있겠느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토론회에도 ‘원조’ 표기를 하고, 상표권도 등록해야겠다”고 덧붙였다. 우 의원은 곧바로 반박했다. 그는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새벽 배송 논쟁은 국민의힘이 먼저 제기했고, 우리 토론회는 원래부터 15일 개최가 예정돼있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토론회 개최 직전 발생한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사회적 관심이 분산될 가능성을 우려해 일정 연기도 검토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여론 흐름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원래 계획대로 진행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됐다”고 설명했다. 우 의원이 15일 개최를 중요시 여긴 이유 중 하나는 지난 16일 진행된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전체 회의라고 한다. 구도를 정리하면, 장 대표는 당내 친윤계·친한계와 갈등하면서 개혁신당과 제한적 연대를 추진해 중도 확장·대여 공세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으려고 한다. 개혁신당은 장 대표와의 제한적 연대를 통해 오랜 갈등 관계인 친한계와의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친한계는 장 대표·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 마찬가지로 오랜 갈등 관계인 친윤계와 중도 확장·지방선거 승리라는 대의 앞에서 일시적으로 휴전한 것 같은 구도를 만들었다. 이를 단순하게 볼 수만은 없다. 장 대표는 지난 17일 경기 고양에서 연탄 배달 봉사활동 이후 기자들을 만나 “국민의힘이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선 방향·보수 가치 재정립 과정이 필요하다”며 “그에 수반돼 많은 의원이 말씀하시는 당명 개정도 필요하다면 함께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명 개정’은 당내 다수를 차지하는 친윤계와의 갈등을 진화하기 위한 승부수가 될 수 있다. 다만 선거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지는 쉽게 장담하기 어렵다. 김민수·장예찬 내세워 한동훈 축출 작전? 개혁신당과 쿠팡 갈등…친윤과 일시 휴전? 개혁신당은 국민의힘 내 이준석계와 구 친윤계의 갈등 끝에 이준석계가 국민의힘을 이탈한 후 창당됐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에 출마한 후 각계에서 언급했던 국민의힘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끝까지 뿌리친 후 완주했다. 이는 구 친윤계와의 화학적 결합은 창당 배경·당 정체성이란 측면에서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에 진행된 흐름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게이트 연루 가능성이 제기되자, 천 원내대표가 특검 추진 합의를 위해 구 친윤계의 일원이었던 송 원내대표와 손을 맞잡는 그림을 연출했다. 제한적 빅텐트가 구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구도가 ‘화학적 결합’으로 해석된다면, 지난해 2월 이낙연 전 총리와 함께 빅텐트를 치려다가 당원의 강한 항의를 들은 후 무산됐던 것과 같은 사태가 재현될 수도 있다. 이 때문인지 이 대표는 지난 1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는 황 전 대표처럼 굉장히 대통령이 되고 싶어하는 것 같다”며 “장 대표가 주장한 ‘우리가 황교안’이란 구호대로라면, 황 전 대표의 좋은 점·나쁜 점·정치적 진로 및 결과까지 다 답습할 것”이라는 등 선을 그었다. 이 전 대표가 지난 2022년 당원권 정지 6개월을 받은 후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하기까지의 과정은 개혁신당 구성원·지지자들에게 분명하게 각인돼있다. 이들은 국민의힘을 틈을 비집고 들어간 후 언젠가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여긴다. 친한계는 김 전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위기에 처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징계가 막힘없이 흐르는 현 상황대로라면,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이 경우 한 전 대표가 국민의힘 후보로서 선거에 출마하는 방법이 막힐 위험이 있다. 이렇게 되면 친한계는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한다. 개혁신당과의 갈등은 이로부터 비롯된다. 유권자를 상대로 “한 전 대표와 이 전 대표 중 누가 보수의 젊은 적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을 얻어야 한다. 이 전 대표를 제치고 ‘보수의 젊은 적자’라는 명분을 얻어야 장 대표·구 친윤계와의 당내 다툼에서 명분을 얻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에 비상이 걸릴 수도 있는 여론조사 수치가 발표됐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는 지난 12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서울시장 선거 양자구도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만약 최근 주목받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오세훈 서울시장과 양자구도를 이루면, 45.2%의 지지를 얻어 38.1%의 지지를 얻은 오 시장을 이길 수도 있단 결과가 확인됐다. 비상 걸린 지방선거 이는 민주당이 여의도 정치와 거리를 두고 행정 경험이 풍부한 새로운 후보를 내세우면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길 가능성을 암시한다. 이는 ▲장 대표 ▲구 친윤계 ▲친한계 ▲개혁신당 등 보수 4자 합종연횡 구도가 더욱 복잡하게 얽히고설킬 가능성도 함께 내포한다. 장 대표에게 사실상 주어진 시한은 연말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형사재판 제1심 선고가 진행될 예정인 내년 2월까지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하는 등 매듭 짓지 않으면, 지도부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2월 위기설’이 현실화될지도 모른다. 장 대표와 국민의힘은 과연 어떤 연말·연초를 맞이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