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재료 이력서> (31·32) 취, 콩

사연 많은 음식들

오이, 쑥갓, 가지… 소박한 우리네 밥상의 주인공이자 <식재료 이력서>의 주역들이다. 심심한 맛에 투박한 외모를 가진 이들에게 무슨 이력이 있다는 것일까. 여러 방면의 책을 집필하고 칼럼을 기고해 온 황천우 작가의 남다른 호기심으로 탄생한 작품 <식재료 이력서>엔 ‘사람들이 식품을 그저 맛으로만 먹게 하지 말고 각 식품들의 이면을 들춰내 이야깃거리를 만들어 나름 의미를 주자’는 작가의 발상이 담겨 있다. 작가는 이 작품으로 인해 인간이 식품과의 인연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 ⓒpixabay

취나물류는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320여종의 산나물 중 60여종으로 가장 많다고 알려져 있는데, ‘취’는 나물을 뜻하는 채(菜)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즉 나물을 의미하는 ‘채’가 시간이 흘러 ‘취’로 변했다는 이야기인데 참으로 납득하기 힘들다.

‘ㅏ’와 ‘ㅣ’의 합성 모음인 ‘ㅐ’가 ‘ㅜ’와 ‘ㅣ’의 합성 모음인 ‘ㅟ’로 변한 경우는 전례를 찾기 어렵고 또한 이름치고는 너무나 밋밋하기 때문이다. 

하여 사학을 전공한 아내에게 취의 이름이 왜 ‘취’인지 묻자 대뜸 반문한다.


“향기에 취한다 해서 ‘취’라는 이름이 붙은 거 아니야?”라고 말이다.

오히려 아내의 답이 설득력 있다.

지명, 인명도 그렇지만 모든 물체는 그 물체가 지니고 있는 정체성에서 이름이 비롯된다는 사실 때문이다.

아내의 답변에 무게를 두고 고문서를 살피는 중에 취 특히 참취를 가리켜 향소(香蔬)라 지칭하는 대목을 발견하게 된다.

향소는 말 그대로 향기 나는 나물을 의미한다.

아울러 이로 인해 ‘향취’란 단어가 생겨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해본다.

여하튼 이와 관련해 ‘황섬의 스님이 참취를 보내오다’(山僧送香蔬, 산승송향소)라는 작품 중 일부를 살펴보자.


靈苗承雨露(영묘승우로)
신비로운 싹 비와 이슬 맞으며
香葉長烟霞(향엽장연하) 
향기로운 잎 안개와 노을에 자라네 
采出大於掌(채출대어장)
다 자라면 손바닥보다 크고
湘來軟似紗(상래연사사) 
삶으면 비단처럼 연하네 
腥羶非食性(성전비식성) 
비린내와 노린내는 전혀 없고 
山氣爽喉牙(산기상후아)
산기운만 입안 시원하게 해주네

황섬은 취를 지칭해 산기(山氣)를 고스란히 머금은 나물이라 했다.

산기는 산속 특유의 맑고 서늘한 기운으로 취가 바로 그렇다는 이야기다.

이 대목에서 취 관련 흥미로운 전설 하나를 소개한다. 

신라시대 말기 궁예가 철원에 도읍을 정하고자 했을 때 도선대사가 궁예에게 금학산을 진산으로 도읍을 정하라 주문한다.

그러나 궁예는 도선 대사의 조언을 무시하고 고암산을 진산으로 도읍을 정했다.

그러자 금학산이 사흘 밤낮을 울었으며, 그 후로 금학산에서 나는 취는 써서 먹지 못했다는 이야기다. 

전설은 단지 전설일 뿐이다.

그러나 동 전설에 굳이 취나물이 등장한 일을 살피면 취의 향을 어느 정도로 평가하고 있는지 능히 짐작할 만하다. 

전설에도 등장한 취, 고평가 되는 취의 향
‘숙맥’의 어원… 콩장·콩자반 옳은 표현은?

콩(콩자반)

앞서 오이 편에서 언급했었던 조조의 아들, 조식의 작품 ‘칠보시’(七步詩)를 소개한다.


煮豆持作羹(자두지작갱)
콩을 삶아 국을 만들고 
漉菽以爲汁(녹숙이위즙) 
콩을 걸러 즙으로 만드려는데
萁在釜下燃(기재부하연) 
콩깍지는 솥 아래서 타고
豆在釜中泣(두재부중읍) 
콩은 솥 안에서 울고 있네
本自同根生(본자동근생) 
본디 한 뿌리에서 낳는데
相煎何太急(상전하태급) 
어찌 급하게 서로 볶는가 

아버지 조조의 뒤를 이어 권력을 장악한 조식의 형인 조비가 조식이 너무 총명해 죽이려 작정하고 일곱 걸음을 걸을 동안에 시를 지으라 명한다.

그러자 조식이 즉석에서 위 시를 지어낸다.

이로 인해 조비는 부끄러움을 느끼고 조식을 살려준다.

위 작품을 살피면 콩을 의미하는 豆(두), 菽(숙)이 등장한다.

豆(두)는 일반적인 콩을, 菽(숙)은 큰 콩 종류를 의미한다.


그런데 위 작품에 우리 민족만이 콩의 의미로 표현하는 太(태)가 등장한다.

이 대목에서 필자는 잠시 고민을 거듭한다. 물론 그 의미를 어떻게 전달해야 하는가의 문제 때문이다.

즉 太를 콩으로 간주하고 해석해야 하는가의 문제였다.

그러나 太는 이 땅에서만 콩의 의미로 사용되기에 그냥 太急(몹시 급하게)으로 번역했다. 

이를 감안하고 菽(숙)과 太(태)에 얽힌 이야기를 간략하게 해보고 콩자반으로 넘어가자.

먼저 숙과 관련해서다.

우리는 어리석고 못난 사람을 가리켜 숙맥이라 한다.

숙맥은 한자로 菽麥으로 콩과 보리를 지칭한다. 

그런데 왜 우리는 이 단어를 부정적으로 사용할까.

이는 바로 숙맥불변(菽麥不辨)의 줄임말이기 때문이다.

즉 콩과 보리도 구분 못한다는 의미로, 그래서 어리석은 사람을 지칭할 때 숙맥이라 표현하는 것이다.

다음은 太(태)와 관련해 서리태와 서목태에 대해 살펴보자.

태에서 이 둘을 비교하는 데에는 나름 이유가 있다.

대개의 사람들이 서리태와 서목태(鼠目太, 일명 쥐눈이 콩)를 동일종의 콩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서리태는 霜太(상태)로, 서리 맞은 이후에 수확한 콩으로 서목태보다 크기도 크고 그 효용에서도 여러 차이를 보이고 있다. 

콩과 관련한 이야기는 이쯤에서 접고 콩자반으로 넘어가자. 

필자는 어린 시절 콩자반이라는 용어 대신 콩장이라 지칭했다.

그런데 엄밀하게 이야기해서 콩장이란 표현은 이치에 맞지 않다.

콩장은 豆醬(두장)으로 콩을 주원료로 발효시켜 만든 조미료들을 지칭하기 때문에 콩자반이 옳은 표현이다. 

그렇다면 콩자반 즉 豆佐飯(두자반)이란 용어는 언제부터 사용했을까.

그 시작은 알 수 없으나 김창업의 작품인 ‘연행일기’에 豆佐飯이란 표현이 등장한다. 

이 대목에서 자반 혹은 좌반은 밥 옆에 따른다는 의미로 밥반찬을 지칭하는데, 원래 이름은 콩자반이었는데 시간이 흘러 그 명칭이 콩장으로 변한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가지게 된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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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처럼’ 한덕수<br> 막가는 진짜 노림수

‘대통령처럼’ 한덕수
막가는 진짜 노림수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후 국정을 운영하고 있는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행보에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한 권한대행이 대통령 몫의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지명하며 ‘월권 논란’ 등이 불거졌다. 이에 한 권한대행이 남은 임기 동안 취할 행보에 정치권과 법조계에서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문형배·이미선 헌법재판관의 후임을 지명해 논란이 일고 잇다. 또 한 권한대행이 특임공관장도 임명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며 논란에 더 불을 지피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에 대해 한 권한대행이 새로운 정부가 가질 임명권에 초를 치고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스스로 지피다 한 권한대행은 지난 4월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정례 국무회의를 열고 대통령 윤석열 파면에 따른 차기 대통령 선거일을 6월3일로 확정하고, 이날을 임시 공휴일로 지정했다. 이날 국무회의서 한 권한대행은 “정부는 선거관리위원회 등 관계 기관과 협의해 선거관리에 필요한 법정 사무의 원활한 수행과 각 정당의 준비 기간 등을 고려해 오는 6월3일을 대한민국 제21대 대통령 선거일로 지정하고자 하고 선거 당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한다”고 말했다. 한 권한대행은 대통령 탄핵 사태를 언급하며 “지난 4개월간 국민 여러분께 혼란과 걱정을 끼쳐 드리고, 대통령이 궐위되는 안타까운 상황에 직면하게 되어,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행정안전부를 비롯한 관계 부처는 선거관리위원회와 긴밀히 협력해 그 어느 때보다 공정하고 투명한 선거,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선거가 될 수 있도록, 관련 준비에 만전을 기해 주시기 당부드린다”고 언급했다. 이날 한 권한대행은 국무회의에 앞서 ‘국민께 드리는 말씀’이라는 담화문을 통해 이제껏 임명을 미뤄온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헌법재판관으로 임명하고, 마용주 대법관도 임명한다고 밝혔다. 이어 오는 4월18일에 임기가 종료되는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직무대행과 이미선 헌법재판관의 후임자로 이완규 법제처장과 함상훈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도 지명했다. 그는 담화문을 통해 “임기 종료 재판관에 대한 후임자 지명 결정은, 경제부총리에 대한 탄핵안이 언제든 국회 본회의서 의결될 수 있는 상태로 국회 법사위에 계류 중이라는 점, 또 경찰청장 탄핵 심판 역시 아직도 진행 중이라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완규 법제처장과 함상훈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는 각각 검찰과 법원서 요직을 거치며 긴 경력을 쌓으셨고, 공평하고 공정한 판단으로 법조계 안팎에 신망이 높다”며 “두 분이야말로 우리 국민 개개인의 권리를 세심하게 살피면서, 동시에 나라 전체를 위한 판결을 해주실 적임자들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 권한대행은 지난해 12월 국회 몫 헌법재판관 후보자 3명의 임명을 보류했었다. 당시 한 권한대행은 “헌법기관 임명을 포함한 대통령의 중대한 고유권한 행사는 자제하라는 것이 우리 헌법과 법률에 담긴 일관된 정신”이라며 “국민의 대표인 여야의 합의야말로 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하고 국민의 통합을 이끌어낼 수 있는 마지막 둑이기 때문”이라고 재판관 임명을 거부한 바 있다. 갑작스레 헌법재판관 지명 황교안도 하지 않은 일을? 그랬던 그가 100일 만에 입장을 바꾼 것이다. 권한대행이 대통령 몫의 헌법재판관을 지명하는 사례는 헌정사상 전무한 일이다. 앞서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황교안 권한대행은 대법원장 몫인 이선애 재판관을 임명한 반면, 대통령 몫이던 박한철 전 헌재소장 후임자는 지명하지 않았다.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큰 파장이 일고 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은 ‘월권’이라며 거세게 반발 중이다. 권한대행은 대통령 궐위 시 권한을 대행하는 직일 뿐이지,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민주당 김용민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헌법재판관 임명은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 대행할 수 없는 권한인데, 한 권한대행은 처음부터 끝까지 위헌만 행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특히 윤석열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이완규 법제처장에 대해 “내란 직후 대통령 안가 회동에 참석한 사람이다. 내란의 아주 직접적인 공범일 가능성이 높다”며 “(이 법체처장을)지명했다는 사실 자체가 아직 내란의 불씨가 안 꺼졌다는 것을 증명한다. 민주당은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국혁신당 황운하 원내대표는 “이완규 법제처장은 가장 대표적인 친윤석열 검사다. 법제처장을 하며 완전히 윤 전 대통령 개인의 로펌 역할을 해왔다”며 “이것은 파면된 윤석열의 의중이 작용된 지명이라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한 권한대행이 갑작스레 재판관을 임명한 이유로는 차기 정부가 출범하기 전에 헌재 구성에 대한 결정권을 행사해 보수 성향으로 분류되는 재판관을 미리 앉혀두려 했을 가능성이 우선 거론된다. 6·3 대선 전 이·함 후보자가 임기 6년의 헌법재판관에 임명되면 차기 대통령은 임기 내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을 지명할 수 없다. 민주당 정부가 들어설 경우 입법부와 행정부를 차지하고, 헌법재판관 2명까지 임명하면 헌재까지 진보 성향 재판관이 다수가 된다는 점을 염두에 둔 정치적 판단을 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알면서 선택 왜? 한 헌법학자는 이번 임명은 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의 계획을 무너뜨리기 위한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이 전 대표가 대통령에 당선되고 난 이후 헌법재판관을 임명하면서 민주당과 이 전 대표의 위험을 처리할 계획이 있었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한 권한대행이 그 전에 선수 친 것으로 보인다”며 “어차피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권한대행으로서 할 수 있는 마지막 도박수”라고 설명했다. 이런 점 때문에 일각에서는 한 권한대행이 혼자서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지명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한 정치권 인사는 “한 권한대행이 대통령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해서 얻을 실익이 하나도 없다”며 “지금 관저서 아직도 나가지 않고 있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입김과 그 다음에 어떤 부탁이 있지 않고서는 굳이 이렇게 무모한 일을 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윤 전 대통령은 지난 11일, 한남동 관저서 서울 서초동으로 이주를 완료했다). 이어 “아마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되기 전 미리 후임자들을 미리 검증했지만 파면이 돼 한 권한대행에게 지명을 요구한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제는 파면 전에 준비했다고 하더라도 파면 이후 해당 결정 사안은 중지돼야 하는데 한 권한대행이 이어서 권한 행사를 한 것”이라며 “이는 진짜 사장이 있는데 사장이 잠깐 유고나 궐위 상태라서 권한대행 사장이 왔고, 그는 단순한 결제를 통해서 회사가 돌아가게 해야 되는데 갑자기 사장이 해결해야 할 보유 주식을 본인이 알아서 처분을 하고 심지어는 오버를 해서 사장 딸이나 아들의 어떤 사위나 뭐 이런 며느리 될 사람까지 본인이 다 결정을 해 주는 그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남은 두 가지 다음 수는? 한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 임명 외에 시도할 법한 일은 ▲특임공관장 임명 ▲미국 관세 허용 등 두 가지로 분석된다. 우선 한 권한대행이 재외공관의 특임공관장도 임명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 2017년 황 권한대행이 당시 특임공관장으로 분류됐던 국가정보원 출신의 변영태 전 주미국공사참사관을 주상하이총영사로 임명한 전례가 있다는 점도 이 같은 관측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특임 공관장은 정부의 판단에 따라 직업 외교관이 아닌 인물에게 공관장 임무를 맡길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보통 대통령의 국정기조 이행을 명분으로 주로 정무직 인사가 임명된다. 지난 8일 기자들과 만난 외교부 당국자는 주중국, 주인도네시아 대한민국 대사 임명이 진행될 수 있냐는 질문에 “공관장 인사가 필요에 따라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해당 국가의 공관장 인사에 대해서는 “현재 공유드릴 사항은 없다”고 답했다. 앞서 지난해 10월 방문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주인도네시아 대한민국 대사로, 윤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냈던 김대기 전 실장은 주중국 대한민국 대사로 내정된 바 있다. 특임공관장이 정무적 판단이 반영되는 인사라는 점에서 대통령이 탄핵된 상황과 무관하게 임명을 진행할 수 없다는 점과 함께, 탄핵 결과에 따라서는 임명 강행이 상대국에 외교적 결례가 될 수 있다는 점 등이 작용해 이들은 임명되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윤 전 대통령의 계엄 이후 지난 4일 탄핵에 이르는 과정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은 지난 1월31일 재외공관장 임명을 실시한 바 있으나, 이 때도 두 명의 특임공관장을 제외한 11개국 대사가 대상이었다. 다만 한 대행의 헌법재판관 임명이 권한을 넘어서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 특임공관장을 비롯해 다른 인사 임명을 강행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특임공관장·관세 등 무기 남아 트럼프와 통화 때 대선 이야기도 한 권한대행은 지난 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화하며 무역 문제와 조선 산업 협력, 북핵 공조, 방위비 분담금 문제 등을 논의했다. 그는 액화천연가스(LNG) 수입 확대 등 무역수지 개선 의지를 강조하며 상호관세 문제 해결을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의 대미 무역 흑자뿐만 아니라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문제를 거론하며 포괄적 협상 의지를 드러냈다. 총리실에 따르면 한 대행은 이날 오후 9시(미국 오전 8시)가 넘어 약 28분간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하며 이 같은 입장을 공유했다. 한 권한대행은 전화 통화에서 “미국 신정부 하에서도 우리 외교안보 근간인 한미 동맹관계가 더욱 확대·강화해 나가기를 희망한다”면서 특히 조선, LNG 및 무역 균형 등 3대 분야서 미국 측과 한 차원 높은 협력 의지를 강조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의 대미 무역흑자를 문제삼아 상호관세를 부과한 만큼, 미국산 LNG 수입 확대 등을 통해 무역수지를 개선해나가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한 권한대행의 발언에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반응을 드러냈는지는 명확하게 드러난 것은 없다. 대신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한국과 좋은 거래를 할 수 있다면서도,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문제를 거론하며 포괄적 협상을 추진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문제는 이 같은 한 권한대행의 행보로 새로운 정부는 따라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다행히도 미국과 상호 관세는 앞으로 90일 동안 미뤄졌기 때문에 조기 대선이 끝난 후 차기 정부가 다시 미국과 협상할 시기가 아직 남은 셈이다. 한 권한대행의 이런 행보에 ‘한 권한대행이 차기 대선주자로 나서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경제·외교 분야서 50년이 넘는 공직생활을 거친 정통 관료라는 점, 개헌 변수를 고려한 ‘관리형 대통령’으로 적격이라는 얘기가 보수 진영 일각서 계속 나오는 상황이다. 대선주자 직접 뛰나 한 권한대행의 배경에 더해 보수 진영 잠재 대선후보군의 지지율이 이 전 대표에게 크게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 맞물려 출마론이 사그라지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한 권한대행이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지난 8일 통화하면서 한 권한대행에게 대선에 나갈 것인지 묻자 “여러 요구와 상황이 있어 고민 중이다. 결정한 것은 없다”는 취지로 말하며 즉답을 피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한 권한대행의 대선출마설에 더욱 불을 지피는 형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