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불’ 유진기업 3세 경영 현주소

일찌감치 고지 점령했지만…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유진그룹의 3세 승계에 비상등이 켜졌다. 유진기업은 경영권 승계를 위해 유경선 회장의 장남 유석훈 상무가 주요 주주로 있는 유진에너팜에 일감 몰아주기를 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하지만 이 같은 일감 몰아주기에도 불구하고 매출이 대폭 감소해 유 회장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유 상무의 3세 경영은 낙제점이라는 비판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 유진기업 여의도 사옥 ⓒ유진그룹

유진그룹 계열사 전체 매출에서 내부거래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해 소폭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유경선 회장의 장남인 유석훈 상무가 주요 주주로 있는 유진에너팜(대표 주성린)은 내부거래 비중이 100%에 육박하고 유경선 회장 및 동생 유창수 유진투자증권 부회장이 20%가량 지분을 보유한 천안기업(대표 강철원)도 매출의 거의 대부분을 유진기업(대표 최종성)과의 내부거래를 통해 벌어들였다.

100% 내부거래
매출은 감소

하지만 계열사의 일감 몰아주기에도 불구하고 유진에너팜은 매출이 대폭 감소하면서 고사 위기에 몰려 있어 유석훈 상무의 경영권 승계에는 도움을 주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유진그룹 44개 계열사의 지난해 매출은 3조1069억원으로 전년보다 7% 감소했다. 이 가운데 계열사 간 내부거래를 통해 발생한 매출은 1572억원으로 6.6% 줄었다. 이에 따라 내부거래 비중은 2018년 5%에서 지난해 5.1%로 소폭 상승했다.

유진그룹의 내부거래 비율은 비교적 낮은 편이다. 30대 그룹의 2018년 기준 내부거래 비중은 평균 12.8%다.

하지만 그룹 후계구도에서 가장 앞서 있는 유석훈 상무가 30% 이상 지분을 갖고 있는 유진에너팜은 지난해 내부거래 비중이 97.5%에 이른다. 2018년 99.5%보다는 소폭 하락했지만, 내부거래에 대한 의존도가 절대적이다.

내부거래 비중 증가…일감 몰아주기 타깃
장남 지분율 높은 유진에너팜 97% 안방서

이로 인해 경영권 승계를 위해 경영 능력을 입증해야 하는 유석훈 상무의 입장이 위기에 봉착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유진에너팜은 태양광발전과 에너지저장장치(ESS)를 공급하는 에너지솔루션 신사업 진출을 위해 유진기업이 2013년 양원돈 전 대표와 함께 투자해 설립했다. 당시 양 전 대표가 지분율 37.2%로 최대주주, 유 상무가 32.8%로 2대주주였다.

그룹 후계자가 신사업 진출을 진두지휘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현재는 사업이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 유경선 유진그룹 회장 ⓒ유진그룹

앞서 지난 2018년부터 유진에너팜 매출의 약 80%가 나눔로또 ESS컨설팅 용역, 유진초저온 전기공사 등의 내부거래를 통해 발생해 유진의 일감 몰아주기가 아니냐는 잡음이 커졌고 유진은 비주력 사업 정리 차원에서 유진초저온을 매각했다.

100억 벌었지만
현재 사업 중단

2018년만 해도 매출은 100억원 이상이었지만 유진그룹이 비주력 사업 정리 차원에서 유진초저온을 매각하면서 내부거래 금액도 줄었다. 내부거래에 대한 부담을 해소하기 위한 정리라는 시각도 나온다.

이로 인해 유진에너팜의 총 매출이 대폭 감소했다. 유진에너팜의 지난해 매출 22억6600만원 중 22억원이 유진초저온 전기공사 거래에서 나올 만큼 유진초저온과의 내부거래 의존률이 높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유진에너팜은 ESS, 태양광에너지 등 신사업 성과는 내지 못한 채 전기공사 등 내부거래에 그쳤다는 평가가 나온 것이다.

실제 유진그룹은 2018년 유 상무가 지분 100%를 가진 선진엔티에스를 매각하며 일감 몰아주기 잡음을 미연에 방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유진에너팜의 사업은 전기공사 등 내부거래에 그치고 ESS, 태양광에너지 등 신사업 성과는 내지 못한 셈이다.

경영권 승계를 위해 경영능력을 입증해야 하는 유석훈 상무의 입장에서는 투자가 사실상 실패한 것이어서 뼈아플 수밖에 없다. 현재 유 상무는 그룹 사무국에서 사업전략을 담당하고 있다.

유진그룹 관계자는 “유진초저온은 지난해 매각됐고, 내부거래는 매각이 예정된 상황에서 일시적 거래로 발생한 것”이라며 “에너지분야 사업은 최근의 저유가로 향후 사업이 불투명해 향후 사업포트폴리오에 대해 전반적인 검토 중에 있다”고 말했다.

지배구조 정점
추후 대안은?

유 상무는 1982년생으로 청운중, 경복고, 연세대를 졸업하고 유진자산운용과 경영컨설팅 회사 AT커니에서 경력을 쌓았다. 2014년 33세의 나이로 유진기업 부장으로 입사했고 이듬해인 2015년 등기임원에 등재됐다.

유 상무는 현재 유진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유진기업 지분 3.06%를 보유했다. 유경선 회장(11.54%), 유 회장 동생인 유창수 부회장(6.85%)과 유순태 EHC 대표(4.38%)에 이은 4대주주다.
 

▲ 유진기업 레미콘 ⓒ유진기업

3세 중에서는 보유지분율이 가장 높다. 유 상무의 동생인 유정민씨, 유정윤 유진로텍 사내이사는 0.16% 지분을 보유했다.

유 상무는 안정적인 승계를 위해선 유 회장과 유창수 부회장, 유순태 대표 등 2세들의 지분 25%를 받아야 한다. 2일 종가 기준 주식가치는 약 880억원이다.

현재 유진기업의 특수관계인 지분은 38.74%다. 소액주주들이 50.16%를 지녔다. 안정적인 승계를 위해선 유 회장 형제들의 유진기업 지분을 받는 게 가장 좋다.

2015년 시작된 경영 행보 “너무 급했나?”
그룹이 밀어줘도 사업 좌초…승계 불투명

유진에너팜이 성장하지 못하면서 유 상무의 승계재원으로는 2017년 유 회장 일가 7명이 지분을 전량 사들인 우진레미콘이 활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유 상무가 45%로 최대주주인 우진레미콘의 지난해 말 기준 총자산은 131억원이다. 매출은 331억원 영업이익은 12억원이다. 내부거래비중은 0.3%로 낮다.

또 유 상무가 지분 21.14%를 지닌 남부산업은 유진기업 지분 4.6%를 보유하고 있어 추후 승계 지렛대로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

유경선 회장과 유창수 부회장이 각각 11.56%, 7.56% 등 총 19.12%를 보유한 천안기업도 내부거래 비중은 98.8%에 달한다. 천안기업은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유진빌딩 관리업체다.

한편 지난해 유진그룹 계열사간 내부거래 비중(금융사 제외)은 천안기업, 유진에너팜에 이어 한국로지스틱스(96.9%), 유진아이티서비스(93.5%), 유진엠(85.6%), 유진에이엠씨(82.3%), 지구레미콘(41.3%) 등의 순이다. 이 중 오너 일가가 지분율 보유한 곳은 천안기업과 유진에너팜 두 곳이다.

신사업 투자
사실상 실패

유 상무는 유경선 회장이 지난 2015년 1월 등기이사와 대표이사에서 물러나 당시 부장이었던 유석훈에 등기이사 자리를 물려주면서 본격적으로 경영 보폭을 넓히기 시작했다. 그러나 유 상무의 신사업 투자가 사실상 실패하고 성과가 부진한 가운데 안정적인 경영 승계가 가능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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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