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 연임 논란 시끄러운 현병철 국가인권위원장

  • 김민석 ideaed@ilyosisa.co.kr
  • 등록 2012.08.20 11:2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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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어도 6개월은 '인권위'라 쓰고 '반인권위'라 읽어야…"

[일요시사=김민석 기자] 현병철 국가인권위원장이 결국 재임명됐다. 자질논란과 함께 연임 반대 여론이 거셌지만, 이명박 대통령의 '의지'는 막을 도리가 없었다. 현 위원장은 6명이 사망한 용산참사를 두고 "독재라고 해도 좋습니다"라는 기막힌 망언을 남겼다. 그런 그가 3년을 더 인권위원회 수장 자리를 차지하게 된 것이다. 연임이 확정되자 인권위 내부는 '멘붕'에 빠졌고 야당, 시민단체, 학계, 종교계, 언론계에 누리꾼들까지 '사방팔방' 거센 반발이 일고 있다.

 

지난 13일 이명박 대통령은 자질 논란, 논문 표절 논란, 부동산 투기 의혹, 아들의 병역비리 의혹 등에 휩싸인 현병철 국가인권위원장 내정자의 임명을 재가했다.

박정하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전 "이 대통령이 오늘 자로 현 위원장의 임명을 재가했다"면서 "그동안 제기된 문제에 대해 사실관계를 확인하느라 시간이 걸렸다"고 밝혔다. 이어 박 대변인은 정치권에서 현 위원장의 임명을 반대하고 있는 데 대해 "일부 사실과 다른 부분도 있고, 제기된 의혹이라도 업무수행에 큰 차질이 없다는 판단에 따라 현 위원장의 임명을 재가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명박 대통령
현병철 연임 강행

전남 영암 출신인 현 위원장은 원광대와 성균관대에서 민법을 전공한 뒤 1976년부터 35년여간 한양대에서 주요 보직을 맡아왔다. 그가 학계에서 활동하는 동안 발표한 '단체협약에 관한 고찰' '부당이득법의 연구'(1991) 등 석·박사 학위 논문은 물론 이후 발표한 크고 작은 논문들은 대부분이 부당이득과 불법원인급여 등 민법 관련 주제를 다루고 있다.

그래서 2009년 내정 당시 시민단체 일각에선 현 위원장은 인권 관련 논문이나 글, 사회활동 등을 찾아보기 어렵다며 정부가 행정능력을 우선으로 위원장을 고른 뒤 인권위를 행정기관 중 하나로 대하려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쏟아냈다.


이에 당시 김은혜 청와대 부대변인은 "현 내정자는 대학장, 학회장 등 주요 보직을 두루 역임하면서 균형감각과 합리적 조직관리 능력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3년이 지나 또 다시 현 위원장의 연임 재가 소식에 인권위원회 구성원 및 시민단체, 학계, 법조계 그리고 민주통합당과 야권 대선후보들은 즉각 성명서를 내며 '현병철 연임 반대'를 한목소리로 외치고 있다.

이날 민주통합당 소속 인사청문위원들은 성명서에서 "현 후보자가 인사청문회를 통해 최악의 부적격자임이 만천하에 드러났는데 업무수행에 큰 차질이 없다는 청와대는 어느 나라 청와대인가"라며 "인권위 수장으로서 근원적 결격사유를 가진 자가 차질 없이 수행할 수 있는 업무는 정권 눈치 보기다"라고 밝혔다.

현병철 연임에 인권위원회 노조 '멘붕'
침묵으로 일관하는 박근혜 속마음은?

민주통합당의 문재인, 손학규, 김두관 대선경선후보들도 대변인을 통해 현 위원장의 연임 결정을 일제히 비판했다. 진선미 문재인 캠프 대변인은 "현병철은 학자적 양심은 물론이고, 용산참사와 <PD수첩> 사건을 등에서의 발언을 보면 근본적 결격사유를 갖고 있는 반인권위원장"이라며 "지금이라도 이명박 대통령은 현 위원장 임명을 철회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김유정 손학규 캠프 대변인은 "이명박 대통령 인사스타일에 유일한 일관성이 있다면 그것은 국민의 뜻과는 완전하게 거꾸로 간다는 것"이라며 "모두가 'NO'라고 외칠 때 혼자만 'YES'라고 고집피우는 MB 스타일 인사가, 결국 정권몰락의 가속페달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전현희 김두관 캠프 대변인도 "대통령의 독도 깜짝 방문과 올림픽이 끝나자마자 현 위원장에 대한 인사를 강행한 것은 여론을 오도하고, 국민과의 소통을 단절하겠다는 오만한 인식으로밖에 볼 수 없다"며 임명철회를 요구했다.

심지어 홍일표 새누리당 대변인도 당일 브리핑에서 "우리 당은 그동안 이 문제와 관련해 정치권과 시중 여론을 충분히 수렴할 것을 권했다"며 "청와대의 고심은 이해하지만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부동산 투기, 논문 표절, 아들 병역비리 의혹 등이 제기돼 새누리당 내에서도 '부적격' 목소리가 높은 기색이다. 하지만 박근혜 후보 측만큼은 여전히 침묵을 지키고 있다.

가장 크게 반발하고 있는 인권위원회 노조는 성명서에서 "올림픽의 환호와 독도 방문 이벤트 뒤에 이어진 현 위원장 연임 소식은 인권위 직원들을 절망 상태로 몰아넣었다"며 "인권을 끊임없이 무시해온 현 위원장 체제에서 다시 3년을 보낼 생각을 하니 앞이 캄캄하다"고 개탄했다.


'국가인권위바로세우기전국긴급행동' 등 시민단체들도 성명서를 내고 "현병철의 연임은 인권위원회 죽이기 선언"이라며 "이 정권의 반인권 작태와 치부, 부도덕을 은폐하고 청와대 말만 잘 듣는 애완견을 결코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법학교수·변호사 단체들도 현 위원장의 연임 반대를 선언하고 나섰다. 이들 단체는 공동선언문에서 "현 위원장은 인권이라는 보편적이고 소중한 가치를 짓밟힌 국민들의 고통 어린 절규를 침묵으로 방관했고 인권위를 국제사회의 조롱거리로 만들었다"며 "그는 연임은커녕 인권위를 후퇴시킨 데 대한 역사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비판했다. 진보매체를 중심으로 언론들도 '현병철 위원장 자질논란과 연임반대'를 다룬 사설과 시론을 연일 실으며 이명박 정부의 밀어붙이기식 결정을 비판하고 나섰다. 

문재인·손학규·김두관
"현병철은 안 돼"

그렇다면 현 위원장은 지금까지 도대체 어떤 행보를 걸어왔기에 이다지도 거센 후폭풍이 부는 걸까?

먼저 표절 의혹이다. 지난달 12일 진선미 민주통합당 의원은 "현 위원장이 교수로 재직한 35년 동안 발표한 17편의 학술 논문 가운데 최소 7편에서 표절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진 의원은 "현병철 후보자는 논문의 주요 아이디어와 특정구절만 따오는 수준이 아니라, 타인과 자신의 논문을 붙여넣기 수준으로 가져오는 경우가 많아 표절에 대한 경각심이 전혀 없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라고 비판했다. 이어 "논문 표절 방법도 다양하다"며 "타인의 논문을 편집해 자신의 논문으로 둔갑시키는 '논문 훔치기', 같은 논문을 다시 게재하는 '논문 우려먹기', 두 개의 논문을 편집해 하나의 논문으로 만드는 '논문조립', 학위논문을 두 개의 논문으로 나누어 게재하는 '논문 새끼치기' 등 '표절백화점' 수준"이라고 꼬집었다.

이를 두고 학술단체협의회는 "2008년도 논문이 제자의 석사학위논문을 전체적으로 베끼기 수준의 복사 표절, 무단 인용표절, 짜깁기 수준의 표절, 단순표절 등의 유형이 주를 이루는 매우 심각한 수준의 표절이라고 판단된다"며 현 위원장의 한 논문을 표절로 확정했다.

위장전입 및 부동산 투기 의혹도 제기됐다. 국회 운영위원회 소속 민주통합당 의원들은 현 위원장이 1983년 서울 동대문의 재개발 예정지구 1평짜리 땅에 전입신고를 한 후 한 달도 안 돼 근처 연립주택을 환지 받았다며, '알박기' 의혹을 제기했다. 심지어 1평짜리 땅은 사람이 거주할 수 없는 도랑근처 땅으로 밝혀졌다.

현 위원장 아들의 병역비리 문제도 드러났다. 지난달 13일 박기춘 민주통합당 의원은 보도자료를 내고 "현 후보의 아들은 19세이던 고교 3학년 때 체중이 100㎏이었으나 1년 후 병무청 신체검사에서는 113㎏으로 불어나 4급 공익근무 판정을 받았다"면서 "검사 당시 체중이 4급 보충역 판정 기준(113㎏)과 정확히 일치해 의도적으로 기준선에 맞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수차례 입대를 연기하려는 정황도 포착했다고 주장했다. 

같은 날 현 위원장 아들이 병역 근무지 배정에 특혜가 있었다는 정황이 폭로되기도 했다. 한정애 의원실은 "병무청과 국민연금공단의 자료를 확인한 결과 현 위원장의 장남 현○○이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영본부에 배치될 당시 정원보다 많은 공익근무요원을 배치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또 서영교 민주통합당 의원실은 "2009년 7월부터 2012년 6월 현재까지 후보자가 위원장으로 재임한 3년간의 업무추진비 내역을 분석한 결과, 총 1억7000여만원의 전체 사용금액의 중 97%인 1억6500여만원이 '술값과 밥값' 등으로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폭로했다. 확인 결과 현 위원장은 업무추진비 사용에 대해 외부인사와 업무협의, 의견수렴 간담회를 위한 용도라고 했지만, 실제 대부분의 사용처는 밥값, 술값으로 나타났고 특히 300여 차례 7200여만원의 업무추진비는 고급 일식집에서 사용된 것으로 드러났다.

용산참사 재판 안건 내라고 하자
"독재라고 해도 좋습니다" 망언

이에 서 의원은 "3일에 한 번 꼴로 고급일식집을 드나들었는데 현병철은 고급일식 마니아인가"라고 꼬집으면서 "업무를 하지 않는 주말을 제외한다면 이틀에 한 번은 꼬박꼬박 출근도장이라도 찍듯이 일식집 식사를 즐겼다"고 지적했다.


현 위원장이 친일거물의 후손이라는 의혹이 제기된 적도 있다. 지난 2009년 7월 김을동 당시 친박연대 국회의원은 '현 정부의 친일후손 인사, 해도 너무 한다'라는 성명서를 내고 "신임 국가인권위원장에 내정된 인사(현병철)마저 친일거물의 후손이라는 데 대하여 현 정부의 인사정책에 또다시 심각한 우려와 함께 개탄스러운 심경을 표하며, 친일파 후손이 활개 치는 대한민국을 만들어도 되는 것인지, 현 정부의 역사인식 부재에 참담한 심정을 감출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현 내정자의 종증조부(증조할아버지의 형제)는 '민족정기를 세우는 국회의원 모임'이 광복회와 함께 선정한 '친일파 708인 명단'에 올라있는 친일경력자의 후손이라는 점에서 금번 인사는 매우 부적절하다"며 "대통령직속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조사위원회'가 종증조부의 시가 10억원의 땅 3만2000㎡를 국가에 귀속시키는 등 명백한 반민족 행위가 드러났음에도 그 후손을 국가인권위원장이라는 중책을 맡기고자 하는 것은 현 정부의 역사인식과 국가관을 의심해봐야 하는 무책임한 인사가 아닐 수 없다"고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위에서 언급된 바와 같이 수많은 의혹이 제기되었지만 어느 것 하나 시원하게 해결되지 않은 채 묻혀버렸고 연임이 확정됐다. 무엇보다도 지난 3년 동안 현 위원장에 대해 '인권 감수성이 현저히 부족하다'는 비판이 계속 있어왔다. 이는 늘 논란이 됐던 그의 반인권적 발언에 잘 드러난다.

현 위원장은 2009년 7월 취임할 때부터 인권 관련 경력이 전혀 없어 인권위원장 자격 시비에 휘말렸다. 한양대 법과대학 교수였던 현 위원장은 한양사이버대학장과 한양대 행정대학원장 등 학내 보직을 맡은 게 주요경력의 전부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현 위원장은 무지에서 비롯된 것인지 일부러 그러는 것인지 반인권적 발언을 서슴없이 하기 시작했다. 그는 취임 직후 언론과의 첫 인터뷰에서 "인권위원회에 대해 아는 것이 없다"라고 말했다. 이어 첫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선 "우리나라에 아직도 여성차별이 존재하느냐"고 말해 주위 사람들과 여성계를 황당하게 만들었다.

특히 큰 논란이 불거졌던 사건은 2009년 12월 28일 열린 전원위에서 다수의 인권위원들이 용산참사 사건 재판에 인권위가 의견을 내야 한다며 분위기가 안건 가결 쪽으로 흐르자 그는 회의를 강제로 끝내며 "독재라고 해도 좋습니다"라고 발언해 역사에 길이 남을 망언을 남긴 것이다.

일식집에 출근도장 찍으며 7000여만원 써  
'장군의 손녀' 김을동 "현병철은 친일후손"


같은 해에 열린 22차 전원위 회의 때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회의에 <PD수첩> 관련 의견제출 안건이 올라왔다. 표현의 자유 측면에서 <PD수첩>의 광우병소 관련 보도가 존중돼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안건에 인권위원 5명이 찬성, 5명이 반대했다. 재적인원 6명이 찬성해야 안건이 채택돼 <PD수첩> 안건 가결 여부는 현 위원장의 판단에 맡겨졌다. 그가 찬성하면 가결, 반대하면 부결이었다. 하지만 현 위원장은 찬성, 반대가 아닌 "이 안건은 부결된 것으로 하겠습니다"라고 말하고 회의를 황급히 끝냈다.

2010년 7월에는 인권위에 인턴으로 온 사법연수생들과 차를 마시다 "우리사회는 다문화사회가 되었어요. '깜둥이'도 같이 살고…"라고 표현해 곤욕을 치렀다. 요즘은 초등학생도 나서서 '살색'이라는 표현이 인종차별적이라며 '살구색'으로 바꿔달라고 청원하는 시대다. 그런데 인권기구 수장이 '깜둥이'라는 표현을 아무런 거부감 없이 쓴 것이다.

엄청난 발언은 또 있다. 바로 이주 외국인 앞에서 민족차별적인 말을 던진 것인데, 2010년 4월 재한몽골학교에 방문해 몽골학생들을 앞에 두고 "야만족이 유럽을 200년이나 지배한 건 대단한 일이다"라고 말했다. 인권위 관계자는 "몽골학생들 앞에서 이런 말을 해 학교 관계자는 물론 동행했던 인권위 직원들이 적잖이 당황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또 '홍대 앞 작은 용산'이라고 불리던 칼국수가게 운영자인 유채림 작가는 "현 위원장은 개발이익을 위한 인권유린에 눈감았다"고 비판했다. 한여름 한국전력공사가 두리반에 대한 전기 공급을 중단했으나 현 위원장은 "불법농성장이기 때문에 인권을 논할 가치가 없다"는 어록을 추가하며 구제요청을 두 번이나 기각했다.

그의 반인권적 발언에 나타나듯이 재임한 3년 동안 인권위 본연의 역할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그동안 현 위원장은 용산참사, <PD수첩>, 민간인 사찰 등 현 정권의 심기를 건드릴 만한 인권문제에 관한 의견 제출을 독단적인 방식으로 묵살했다.

이를 못 참고 인권위를 떠난 김형완 인권정책연구소장은 현 위원장에 대해 "당시 인권정책과장이던 내게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은 올리지 마라'고 부탁했다"며 "사회적 현안 관련 안건을 보고하러 온 직원에게는 '이거 안 하면 안 되나'라고 말하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또 "정치적 쟁점이 된 인권문제는 외면하고 생활밀착형 인권문제에만 치중한 것은 국민의 기본권에 눈 감으려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 뿐만 아니다. 현 위원장체제 아래에서 점점 인권과는 어울리지 않는 위원들이 인권위를 장악하기 시작했다. 최근 선거기간 동안 인터넷상의 표현의 자유를 제약했던 공직선거법93조 제1항에 대한 헌법재판소 의견 제출을 부결시키고, 야간시위 위헌법률심판 제청에 대한 의견제출도 부결시키며 서서히 효과가 드러나고 있다. 그 외에도 MBC <PD수첩> 사건, 박원순 변호사에 대한 국가정보원의 손배사건, 국무총리실 민간인 사찰로 문제가 되었던 김종익씨 사건, 용산참사, 쌍용자동차 정리해고와 강제진압, 한진중공업 85호 크레인, 제주 강정마을에서 벌어진 경찰의 폭력 등 우리 사회를 뒤흔들던 사건들에 대해 '인권'의 최후의 보루라 일컬어지는 인권위원회가 침묵으로 일관했다.

이미 물은 엎질러졌다
차기 정권에서도 임기 수행?

이미 물은 엎질러졌다. 기어이 연임을 강행한 MB정부에 기대를 갖는 것은 헛수고로 보인다. 어찌 됐든 '인권위원회'라 쓰고 '반인권위원회'라 읽는 현 상황은 MB의 남은 임기동안 유지될 것이다. 문제는 차기 정권이 탄생했을 때 현 위원장이 3년이라는 국가인권위원장 임기를 다 채울 수 있을지 여부다.

한편 현 위원장은 지난 13일 취임사에서 "무거운 책임감과 함께 소명의식으로 인권위원장직을 다시 시작한다"며 "인권위의 임무와 역할을 흔들림 없이 수행하고 인권이 우리 생활 속에 더욱 깊이 뿌리내릴 수 있도록 변함없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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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일요시사 취재1·정치팀] 오혁진·박희영·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다. 특검이 출범하면서 관련 수사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여러 언론을 통해 핵심 인물들의 수사 기록이 일부 보도됐다. 그러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언급된 바 없다. <일요시사>는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의 ‘노상원 수사 기록’을 단독으로 입수해 공개하기로 했다. “부정선거 증거가 차고 넘치고 나중에는 드러날 것이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수사기관에 진술한 내용이다. 그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처럼 부정선거 음모론에 꽂혀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주최하는 집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사실상 수년 전부터 망상에 빠져있었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생각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주도하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에 참여하기 시작한 건 2년 전부터로 추정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노 전 사령관 수사 기록에 따르면 그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집회에 여러 차례 참여했다. 노 전 사령관이 전 목사와 개인적으로 알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에게 집회에 참여할 때마다 당시 분위기와 참석자들이 윤 전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텔레그램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 1년간 ‘극우 집회’를 분석한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는 “문상호, 정성욱, 김봉규 등과 만날 때 주로 어떤 말을 했느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 “선관위를 얘기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선관위가 부정선거의 온상이라고 김용현 전 장관이 많이 말씀하셨다. 나에게도 여러 번 선관위의 부정선거에 대해 알아보라고 지시했고 네이버로 찾아도 봤다”고 말했다. “부정선거를 주로 누구에게서 들었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는 “관련 집회에 여러 번 참여하면서 들었고 특정 인물이 누구인지 실명을 거명하긴 그렇다. 나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를 해야 해서 스스로 공부도 많이 했다. 여론조사 조작이나 선거 부정은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했다. 전 주도 윤 지지자 극우 집회 직접 참석 김과 텔레그램으로 부정선거 자료 공유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의 근거로 “선관위 산하에 여론조사심의위원회가 있다. 여론조사기관은 여론조사심의위에 등록해야 한다. 여론조사기관의 갑이다. 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9명으로 위원장 이대영 사무총장과 강성봉 등이고 그 밑에 쭉 있는데 7명이 진보 계열 인물이다. 여론조사기관이 편향되어 있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주장하는 임시선거사무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네이버에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 2021년 국회의원 선거 때 동작구 선거사무소가 있는데 옆을 임대해서 임시선거사무소를 만들었었다. 언론에 나오니까 발뺌했었고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자 김 전 장관이 더 많은 자료를 보내 줬었다”고 했다. 노 전 사령관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며 “결국에는 다 까질 것이다. 전산은 한 번 가지면 되돌릴 수가 없다. 폭파하거나 고물상에 갖다 버리지 않는다면 전산은 결국 까진다. 북한이 쳐들어온 것도 아니고 서울 상공에 포를 쏜 것도 아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께서는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고 생각하시고 정국이 전시에 준하는 사태라고 민감한 상황이라고 보신 것 같다. 그런 상황이 아닌데도 그렇게 행동한 건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2시간짜리 호소였다. 만약 국회 결정을 윤 전 대통령께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유혈사태가 났을 것”이라고 윤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노 전 사령관은 12월 초 후 선관위가 서버 교체를 검토했다가 교체하려 했던 것을 두고 “윤 전 대통령께서 어디에선가 확실하고 핵심적인 정보를 들으셨을 것 같다. 서버 조작이 있었기에 그 서버를 우리가 확보하려 할 때 선관위 측이 폭파했을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군검찰·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를 보면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초 ‘정보사 군무원 간첩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 등 인물들에 대해 “비상대권을 사용해 이 사람들에 대해 조치를 해야 한다”며 “현재의 사법체계, 형사소송법, 방탄국회 및 재판지연 아래에선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조치’ ‘2시간짜리 계엄’ 겹치는 윤·노 발언 "서버 확보하려 했다면 선관위가 폭파했을 것” 주장 윤 전 대통령이 “비상대권을 사용한 조치”를 언급한 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만큼 이 대통령과 자신의 의견을 거스르는 인물들에 대한 복수심이 극에 달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노 전 사령관도 마찬가지다. 노 전 사령관은 경찰에 “김용군(대령)과 구삼회 등에게 ‘이재명은 죄가 7개인데 봐주고 지연시키고 구속도 안 되고 당 대표까지 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이 감사원장, 중앙지검장, 판사 등을 모두 탄핵하려고 하는 게 과연 올바른 세상이냐’고 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윤 전 대통령과 노 전 사령관이 언급한 말이 일치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2일 “국정원 직원이 해커로서 해킹을 시도하자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했고 비밀번호도 아주 단순해 ‘12345’ 같은 식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선관위는 헌법기관인데 스스로 깨끗해야 하거나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하는데 황제·세자 채용 등 문제가 나왔다. 각종 할 수 있는 최악의 것은 다 저질렀다. 그리고 전산 해킹이 언급될 때 서버 본체를 보여준 것도 아니고 일부 샘플만 살짝 보여줬는데 얼마든지 전산 조작이 가능하고 해킹에 얼마나 취약하면 비밀번호가 ‘1234’냐. 이미 그런 게 다 나왔다. 그렇게 떳떳하면 왜 본체를 못 열어주나”고 말했다. 그러나 조태용 국정원장은 같은 해 12월 검찰 조사에서 “선관위 시스템에 보안상 취약점이 발견됐지만, 부정선거에 관한 단서는 전혀 포착하지 못했다”는 내용으로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과 직접 비화폰으로 연락을 주고받았을 것이라는 보고 있다. 실제 노 전 사령관도 지난해 12월2일 자신의 지인에게 윤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노 전 사령관은 당시 “나 같은 경우는 브이(V, 윤 전 대통령 지칭)하고 이렇게 좀 도와드리고 있다. 원래 한 4~5년, 3~4년 전에 알았다뿐이고 그래서 이제 뭐 이렇게 여러 가지로 좀 도와드리고 있다. 비선으로”라고 했다. 친분 과시 노 전 사령관은 안산 ‘롯데리아 회동’에 참석했던 구삼회 전 육군 2기갑여단장에게도 “며칠 전에는 김용현과 함께 대통령도 만났다. 갈 때마다 대통령이 나한테만 거수경례를 하면서 ‘사령관님 오셨습니까’라고 한다. 내가 이런 사람이다. 대통령과 장관 같이 만난다. 나는 벌써 여러 번 만났다”고 했다. <hounder@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